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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토종 OTT…넷플릭스보다 콘텐트 많은데 구독자는 왜 적을까?

토종 OTT보다 콘텐트 타이틀 수 적은 넷플릭스
OTT업계 “한달에 한번도 이용되지 않는 콘텐트 많아”
서비스 사용자 고려한 킬러 콘텐트 확보에 집중해야

 
 
넷플릭스가 지난 9월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트 '오징어게임'.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14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사진 넷플릭스]
국내 OTT 시장이 격변의 한복판에 서 있다. 글로벌 미디어 공룡 월트디즈니컴퍼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11월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국내엔 넷플릭스를 비롯해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이 OTT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이중 넷플릭스를 뺀 나머지 서비스는 ‘토종 OTT’로 분류된다. 한국 대기업이 모회사이거나, 국내에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플랫폼이다. 이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상륙은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볼 만한 OTT 플랫폼이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고민은 어떤 OTT를 구독하느냐다. 모든 OTT를 구독하면 간단히 해결될 고민이지만, 플랫폼마다 1만원 안팎의 요금을 매달 꾸준히 내야 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KT 시즌 오리지널 콘텐트, 경쟁 서비스보다 많아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선 어떤 OTT가 더 뛰어난가를 따져봐야 한다. 업계에선 OTT의 경쟁력이 콘텐트로 판가름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서로 다른 플랫폼의 콘텐트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OTT가 서비스하는 여러 영화만 해도 예술 작품인데, 그 가치에 모두 점수를 매길 순 없어서다.
 
다만 해당 플랫폼이 보유한 콘텐트의 숫자와 규모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가늠해볼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와 경쟁을 앞둔 국내 OTT 서비스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콘텐트를 보유하고, 서비스하고 있을까. [이코노미스트]가 웨이브, 시즌, 왓챠 등 국내 주요 OTT 사업자로부터 이 질문의 해답을 얻었다.  
 
국내에서 가장 방대한 콘텐트를 보유한 OTT는 KT의 시즌이다. OTT의 콘텐트 분류는 ‘타이틀’과 ‘클립’으로 나뉘는데, 타이틀은 작품 하나를 뜻하는 단위다. 가령 ‘가을동화’란 드라마가 16부작으로 제작됐다면 1개의 타이틀, 16개 클립으로 집계된다. KT 측에 따르면 시즌이 보유한 콘텐트 타이틀은 약 3만개다. 1만5000개 안팎의 웨이브와 1만4000개 안팎의 콘텐트 타이틀을 보유한 왓챠와 비교하면 두 배가량 많은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시즌이 국내 OTT 최다 타이틀을 보유하게 된 이유가 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CJ ENM, JTBC 등 여러 제작사로부터 콘텐트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웨이브와 티빙이 구독자 유치 경쟁을 하느라 각기 다른 CP(콘텐트 공급자)와 손을 잡은 모습과 대조적이다. 시즌은 콘텐트를 공급하는 CP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유 타이틀 수도 늘어나게 됐다.  
 
흥미롭게도 시즌은 OTT 사업의 핵심이라는 오리지널(자체 제작 및 독점) 콘텐트도 150여 개나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토종 OTT 중 가장 많은 숫자다. KT 관계자는 “전신인 KT 올레tv 모바일 때부터 콘텐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숫자엔 ‘착시 효과’가 숨어있다. 회차를 여럿 만들어야 하는 드라마, 호흡이 긴 영화보다 10~20분 길이의 ‘숏폼’ 콘텐트를 제작하면서 오리지널 콘텐트 숫자를 늘렸다.
 
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콘텐트를 볼 수 있는 OTT는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운영하는 웨이브다. 웨이브엔 1만5000여 개 타이틀, 34만여 개 클립이 있다. 이중 웨이브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트는 27개다. 올해 8월 공개한 ‘유 레이즈 미 업’, ‘경찰수업’을 비롯해 다양한 드라마, 웹예능을 서비스하고 있다.  
 
왓챠는 총 1만4000개의 타이틀을 서비스 중이다. 아직 자체 제작 콘텐트는 없지만, ‘왓챠 익스클루시브’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에게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해외·독립영화를 유통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영화 ‘블루 해피니스’, ‘반디’, ‘반장선거’ 등 오리지널 콘텐트를 왓챠에 공개할 계획이다.  
 

오리지널 콘텐트 많이 보유했다고 구독자 늘지 않아  

아이러니하게도 콘텐트 보유 숫자와 OTT의 유료 구독자 수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한국 OTT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불리는 넷플릭스의 콘텐트 공급 규모는 1만~3만개의 콘텐트를 서비스 중인 토종 OTT보다 적다. 넷플릭스 측은 “콘텐트 개수를 별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 넷플릭스가 실제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콘텐트 타이틀은 5000여 개에 불과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타이틀이 가장 많은 시즌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국내 OTT 서비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 없지만, 시장조사기관의 추정치를 보면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한 건 확실해 보인다. 시장분석기관 와이즈앱은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유료 가입자 수가 지난 7월 한 달 91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웨이브(319만명), 티빙(278만명), 왓챠(151만명), 시즌(141만명)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이용자다. OTT업계 관계자는 “콘텐트의 양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트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수급하는 게 관건”이라며 “콘텐트가 수십만 개 있어도 한 달 내내 클릭 한번 되지 않는 것도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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