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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 능사 아니다” … 미디어 공룡 맞설 새 무기 찾아야

디즈니플러스 11월 진출에 한국 OTT “시장 커져서 좋다”
멀티 구독 대세지만… 경쟁력 반전 계기 마련 쉽지 않아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콘텐트 제작에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사진 CJ ENM]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콘텐트 제작에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사진 CJ ENM]

디즈니플러스 효과가 국내 OTT 시장의 지형을 완전히 바꿀 태세다. 11월 출시를 앞두고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꺼내 들었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구독료는 월 9900원, 연간 9만9000원이다. 화질, 해상도, 접속 인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경쟁 서비스와 달리 단일 요금제를 운용한다. 하나의 계정으로 7명까지 사용할 수 있고, 동시 접속자는 최대 4명까지다.
 
당장 한국 OTT 서비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플랫폼 구축에 사활을 건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공룡기업과 시장 파이를 나눠야 하는데, 이미 1위 자리는 넷플릭스가 석권한 상태다. 와이즈앱이 국내 OTT 서비스 사용자 수를 조사한 결과, 넷플릭스의 월 이용자 수는 910만명(7월 기준)에 달했다. 웨이브(319만명), 티빙(278만명), 왓챠(151만명), 시즌(141만명) 등을 압도하고 있다.  
 

국내 OTT 서비스 대규모 투자 예고했지만… 

여러 개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 구독’이 유행이라지만, 구독하는 서비스 숫자를 무한정 늘릴 순 없다. 1만원 안팎의 월 구독료가 계속 쌓이면 큰 부담이 된다. 소비자가 OTT에만 월 구독료를 내는 것도 아니다. 음원, 전자책뿐만 아니라 각종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구독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국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트를 갖춘 몇 개의 OTT가 소비자 선택을 받을 텐데, 디즈니플러스는 이 선택지를 추릴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꼽힌다.  
 
국내 OTT 업계는 “콘텐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토종 OTT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OTT 업계도 제작 역량을 쌓아왔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 기호를 겨냥한 콘텐트를 쏟아내면 디즈니플러스에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몇몇 인기 IP에 의존하는 디즈니플러스의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유명 플레이어가 진입하는 만큼 전체 OTT 시장의 확대를 기대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미 OTT 플랫폼을 운영 중인 주요 기업들은 수천억원 규모의 콘텐트 투자를 계획했다. 독점 콘텐트를 확보해 다른 OTT를 따돌리고 경쟁상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투자를 늘렸는데 유료 고객 확보가 더디면, 실적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과점 플랫폼으로 성장할 때까지 버티는 경쟁에서도 앞서기 어렵다. 당장 내수 시장을 움켜쥔 넷플릭스만 해도 시가총액 2809억 달러(약 334조원)에 이르는 공룡 기업이다. 올해 2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디즈니플러스를 운영하는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넷플릭스보다 덩치가 크다. 시가총액만 3172억 달러(약 377조원)에 달한다. 언제든 세계 각지의 알짜 콘텐트를 포식할 실탄을 갖춘 기업들이다.   
 
대규모 콘텐트 투자가 항상 강점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창작자의 재능에 제작 현장을 온전히 맡기는 넷플릭스처럼 국내 토종 OTT가 자본과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오히려 대규모 투자에 따른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다간 플랫폼의 장기적인 성장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 지표를 마냥 무시할 순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내 OTT 업계도 사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호겸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서울벤처대학원대학)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콘텐트가 글로벌 플랫폼에 몰려있는데도 지금처럼 비슷한 요금제로 경쟁해선 소비자가 토종 OTT에 순순히 지갑을 열리가 없다”면서 “콘텐트를 자체 제작하고 해당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게끔 소비자를 묶는 넷플릭스식 성장 전략을 모두가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구독료 낮춰 경쟁력 갖춘 OTT 서비스도 참고해야  

전 센터장은 “영상을 돈 내고 보는 데 저항감이 있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콘텐트나 요금제를 내놓거나, 글로벌 사업자가 건드리기 어려운 틈새 장르를 공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구독료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가령 쿠팡플레이는 적은 구독료(월 2900원)로 쿠팡의 로켓배송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해 유료 구독의 거부감을 낮췄다.  
 
KT는 스튜디오지니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콘텐트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연합뉴스]

KT는 스튜디오지니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콘텐트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로 해외에선 영상 시청 전후의 광고를 통해 수익을 버는 OTT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폭스가 운영하는 OTT 서비스 투비(Tubi)가 대표적이다. 투비 이용자는 광고를 봐야 하지만, 무료로 콘텐트를 누릴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선 유튜브 역시 광고형 OTT로 볼 수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채 서비스를 론칭한 플랫폼도 있다. 애플이 운영하는 애플TV플러스의 미국 요금제는 월 4.99달러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요금제 선택지를 넓힌 곳도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또 다른 OTT 서비스 훌루는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를 낮춘 요금제(월 5.99달러)를 선보였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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