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재정 우려 줄었지만 주가는 거꾸로 간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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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재정 우려 줄었지만 주가는 거꾸로 간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조만간 경기 확장 끝내고 둔화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
주가 반등할 때마다 매도해서 주식을 줄였으면
주가가 경제에 맞추지, 경제가 주가에 맞춰 움직이진 않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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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닷새 만에 3100에서 2900이 됐다. 시장에서는 인플레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에너지 부족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자 물가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주식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흠잡을 데 없는 설명이지만 물가가 주가 하락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올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걸로 전망되고 있다. 예상보다 높지만 정책 변화를 촉발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연준은 물가에 따라 금융정책을 어떻게 바꿀 건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물가가 목표치 2%대를 넘더라도 3~4년 평균이 목표치 내에 있으면 기존 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이다. 내년 미국 소비자물가는 2%대 중후반으로 다시 내려올 전망이다. 2023년엔 그보다 더 낮아 2%대 초반 내지 1%대 후반이 예상된다. 올해 4%대 물가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연준이 제시한 한계 내에 있는 것이다.  
 
고용은 정책 변화와는 관계없는 상태다. 9월에 미국에서 19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예상치 50만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다. 3~4월까지만 해도 하반기에 매월 100만개 정도 일자리가 만들어질 거라 전망했는데 기대와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내 유동성 공급 축소는 고용 정상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9월 수치만 보면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는 작업을 하기 힘들다. 정책 지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물가가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아니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내년 경기 둔화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아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는 핵심 동력은 경제다.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 여부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여름을 기점으로 국내외 성장률 전망치가 달라졌다.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에 힘입어 상승 일로에 있던 국내외 경제 전망이 여름에 하락 전환하더니 최근에 그 추세가 더 뚜렷해졌다. 기업 관련 체감지표가 상반기에 정점을 쳤고, 소비자 기대지수도 그 즈음부터 하락하고 있다.  
 
델타변이 확산이 경제지표에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여러 나라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내놓았던 프로그램이 끝난 게 더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한 경기 반등을 만들었던 요인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이 소진되는 사이 위험요인은 커졌다. 인플레 논쟁이나 가계와 공공부채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경기선행지수는 현재 경제 상황을 가장 명확하고 빨리 알려주는 지표다. 선행지수가 100 밑에 있지만 상승하고 있으면 지금은 경기 회복국면이 된다. 경제가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수가 100 위에 있으면서 오르고 있으면 확장국면이고, 지수가 100 위에 있지만 하락할 때에는 둔화, 100 밑에 있으면서 하락하면 침체국면이 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지금 우리 경제는 확장국면에 있는 셈이 된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도 비슷한 상태다. 많은 나라의 경기선행지수가 100보다 휠씬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하나 아쉬운 건 해당 지표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몇 개월째 옆으로 누워있다는 사실이다. 경기의 상승 탄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 조만간 경기가 확장을 끝내고 둔화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가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서기 직전에 상승을 시작해 경기 회복국면에 상승이 빨라졌다가, 확장국면 초반에 최고점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확장국면 중반을 지난 후에는 경기가 좋아지는 데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최소 내년 3월까지는 미국 경제가 확장국면에 있을 걸로 예상되지만 이미 주식 시장은 확장 이후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
 
당분간 경제는 주식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팬데믹 여파로 성장률이 부풀려졌지만 내년은 정상이 된다. 올해 성장이 예상보다 낮아도 내년 전망이 괜찮으면 문제가 없다. 성장동력이 내년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내년 경제가 괜찮을 거란 확신을 주지 못해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점은 개별 종목에서 나타난다. 3분기에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30%나 많은 이익을 올렸지만 주가가 7만대초 초반까지 밀렸다. 매출 73조원, 영업이익 15조8000억원이 무색할 정도였다. 반응이 시큰둥한 건 투자자들이 2018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상반기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지만 하반기 이익 둔화를 우려해 주가가 하락했다. 올해도 높은 재고 수준과 공급 증가로 4분기부터 디램(Dram)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해 내년 1분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발표된 수치보다 미래 수치가 더 두려운 것이다.  
 

지금은 주식을 팔아 보유량을 줄일 때

주가가 하락하자 불안요인의 힘이 강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다. 현재 신용융자잔고가 24조원 정도인데 지난해 3월 6조원의 4배 수준이다. 주가 하락으로 10월에 1조원 가까이 줄긴 했지만 만만치 않는 금액이다. 융자 기간이 최대 5개월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용거래의 대부분이 코스피 3100 이상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손해도 손해지만 주가가 더 떨어질 경우 담보부족에 몰린 물량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주가가 급락할 때 담보부족에 몰린 신용물량이나 손실한도에 걸린 기관물량에 의해 저점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담보부족에 몰릴 정도는 아니지만 주가가 한번 더 내려가면 신용물량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객 예탁금이 68조로 매도물량을 받아내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자금의 성격이 달라진 게 꺼림칙하다. 연초에 고객예탁금은 65~70조원 정도였다. 1년 내내 자금이 크게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상태로 보면 맞다. 이 돈은 주가가 오를 때 추격 매수를 하던 1월의 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가가 상당히 낮아졌을 때 매수하려는 수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주가가 낮아졌다고 해서 매수가 크게 늘지도 않는다.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매수 단가를 낮추는 경향을 가지고 있어 활동성이 대단히 떨어진다.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매도해서 주식을 줄였으면 한다. 아직 내년 경제 전망이 괜찮지만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국내외 모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내년이 올해보다 좋을 게 없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주가라도 낮다면 모르겠는데 현재 주가는 상당히 높은 상태다. 주가가 경제에 맞춰 움직이지, 경제가 주가에 맞춰 움직이지는 않는다. 최고의 시간이 끝나고 있는 만큼 주식 보유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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