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게임보다 소셜 미디어가 더 해롭다? 호주 청소년 소셜 미디어 금지법 발효[한세희 테크&라이프]
- 호주 대응에 전 세계가 주목…청소년 표현의 장을 빼앗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한세희 IT 칼럼니스트]최근 잠잠해진 느낌이 있지만, 한때 이른바 ‘게임 중독’에 대한 우려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 결국 2011년 밤 12시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이른바 ‘셧다운법’까지 생겼다.
당시 게임 중독 혹은 과몰입 문제를 겪는 것은 대체로 남자 아이들이었다. 아들 가진 부모들의 속 터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딸 가진 부모들의 한숨도 커지기 시작했다. 딸을 둔 부모의 걱정은 카카오톡이었다. 아이들이 카카오톡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톡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너무 신경을 쓴다는 하소연이 들렸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 유튜브나 틱톡 같은 동영상 미디어도 본격적으로 우리의 시간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게임이라는 특정 콘텐츠보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자체, 혹은 그 기기로 주로 하는 소셜 미디어나 동영상 등이 더 청소년 삶의 큰 이슈가 됐다. 소셜 미디어나 동영상 서비스에 빠져들게 하는 원동력인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졌다. 이 문제는 모든 청소년에 영향을 미친다. 남녀 청소년의 주의력, 우울, 행복감, 자아 인식, 세계관의 편향과 양극화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감탄했던 ‘모바일 혁명’ ‘SNS 혁명’의 씁쓸한 결과다.
게임 중독이 한창 논란이 되던 당시,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것을 막기란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하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었다. 승부와 보상, 성장 등 게임의 여러 재미 요소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독성 있는’ 게임 문제를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한 것이 바로 스마트폰을 만난 소셜 미디어인 셈이다. 문제를 더 큰 문제로 밀어낸 셈이다.
소셜 미디어 사용이 부주의함 증가와 연관
최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연구진은 8000명의 청소년을 10살 때부터 14살 때까지 관찰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메신저 같은 소셜 미디어 사용이 부주의함 증가와 연관돼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부주의함은 과잉 행동과 함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주요 증상이다. 반면 게임이나 TV 및 유튜브 같은 영상 시청 행동과는 연관을 찾을 수 없었다.
또 ADHD가 소셜 미디어 사용을 늘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 사용이 부주의함을 높이는 것만 관찰됐다.
흔히 ‘스크린’의 영향을 한데 묶어서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ADHD와 연관되는 주의력 문제에 있어선 게임 플레이나 영상 시청에 비해 소셜 미디어가 더 해롭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주의력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소셜 미디어가 끊임없이 주의를 분산시켜 어떤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허가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카톡 알림뿐 아니라, 카톡이 왔는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방해받는 일이 된다. 이러한 작은 방해가 쌓이고 쌓이면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게임은 어쨌든 일정한 시간 범위 안에서 이뤄지고, 게임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다른 것에 정신 팔리지 않고 몰입하기 마련이다. 소셜 미디어가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은 그 자체로 크지는 않지만, 모든 청소년 개인에게서 아주 조금씩만 부주의함이 높아져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ADHD 진단율이 30%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 청소년들은 하루 4.8시간 온라인 상태이고, 이중 대부분은 소셜 미디어에 쓴다. 최근 ADHD 진단이 늘어난 이유에 소셜 미디어가 있을 수 있다.
혐오나 폭력, 우울증, 자살 조장 등 유해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증폭돼 청소년에게 전달된다는 문제도 있다. 게임 역시 과거 TV나 만화처럼 구시대의 문제가 됐다고 격세지감을 느끼기엔 소셜 미디어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세계는 청소년 소셜 미디어 금지법 물결
그래서 최근 발효된 호주의 청소년 소셜 미디어 금지법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제 16세 미만 호주 청소년은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냅챗, X 등 10개 주요 소셜 미디어를 쓸 수 없다. 새 계정도 못 만들고, 기존 계정은 비활성화된다. 로블록스 같은 온라인 게임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소셜 미디어 사업자는 사용자 나이를 확인할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 실시해야 한다. 위반하면 5000만호주달러 (약 480억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말레이시아가 내년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고,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15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비슷한 조치를 준비 중이다. 미국, 독일, 스페인, 인도, 영국 등도 추세는 비슷하다.
프랑스 의회가 구성한 조사위원회는 15-18세 사이 청소년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플랫폼 사용을 못하게 막는 ‘온라인 통금’을 실시해야 한다는 권고를 냈다. 게임 셧다운제와 같은 접근이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우려는 공감하지만, 아마 이 같은 대책이 기대한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연령 확인 기술은 부정확하고, 아이들은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혹은 더욱 음지의 인터넷으로 숨어들 가능성도 크다.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보다 안전하게 설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청소년의 소통과 표현의 장을 빼앗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다른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나 포맷이 등장해 사람들의 눈길을 빼앗아 감으로써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만화나 TV, 게임 모두 한때는 당대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시간과 관심을 빼앗는 미디어였다. 그때 우리는 더 문제가 큰 새 미디어에 대응하느라 이전의 근심은 잊게 되지 않을까? 어쨌든 바보상자 TV나 게임에 빠졌던 우리들도 이제는 그래도 멀쩡한 어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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