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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도 운영도 온통 ‘깜깜이’…금투협은 비공개 조직? [여의도 백브리핑]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자산운용사 등 480개 금융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누가 연결했습니까?” 한 자산운용사 직원이 수백명 고객에게 무단 전송한 광고문자 적법성 여부를 취재하던 때였다. 금융투자협회 홍보실에 금융당국과 함께 ‘금융광고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든 부서를 문의했다. 당시 홍보실에선 소비자보호부를 연결시켜줬지만 “담당 업무가 아니다”며 자산운용지원부로 전화를 돌렸다. 자산운용지원부 직원은 약관광고심사팀으로 공을 넘겼다. 이 직원은 다시 연락해주겠다고 답한 뒤 감감무소식이었다. 그 뒤로 몇 차례 연락을 취한 후에야 추가 답변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평상시 기자들이 접하는 취재 불응 유형은 ‘타 부서 떠넘기기’, ‘담당자 부재’, ‘통화 거부’ 등이다. 정부기관, 민간기업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이유를 들어 취재를 피한다. 금투협도 예외는 아니다. 취재가 어려웠다는 불만을 늘어놓기 위해 이러는 게 아니다. 최근 금투협을 취재하는 동료 기자들 사이에선 비슷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취재를 위한 관련 부서 연결은 반나절이 걸리기 일쑤고, 홍보실 내에서도 서로 일 떠넘기지 말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홍보실의 업무 중 하나는 언론의 취재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투협이 본연의 역할은 제대로 하고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금투협은 자본시장법 제232조에 의해 2009년에 설립된 회원조직으로 회원사와 정부 당국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주식시장으로 비유하면 시장조성자 같은 역할이다. 증권·자산운용사 등 480개 금융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금투협의 대외활동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지난해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 취임 이후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대부분 증권사 관계자들은 “금투협이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인지 잘 모르겠다”, “원래도 하는 일이 많은 조직은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밖으로 비치는 일이 드물다 보니 막대한 규모의 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도 알 수 없다. 금투협은 매년 회원사로부터 최소 400억원 이상의 회비를 걷는다. 중소형사에겐 연간 2억원 이상, 대형사는 30억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협회가 회비 사용 내용 등이 담긴 연간 결산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협회장 등 임직원 인건비로 상당액을 사용한다는 추정만할 뿐 정확한 사용처를 알긴 어렵다. 
 
하물며 금투협은 조직의 목적과 권한, 의무, 책임 등을 규정한 정관조차 외부에 비공개하고 있다. 옆 동네인 은행연합회가 정관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금투협 측은 “협회 사업보고서나 결산보고서, 회비 사용 내용 등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답한다. 금투협이 지금처럼 ‘깜깜이’ 기조를 유지하는 한 회원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 전반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긴 어려워 보인다.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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