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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1년 3개월만의 기술수출’, 빅파마 아닌 바이오벤처로 향한 까닭은

한미 바이오벤처 주목한 이유…“희귀질환 특수성 고려”
NASH 치료제 등 기술 수출 본격화 기대감 커져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 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 한미약품]

국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R&D) 명가로 불리는 ‘한미약품’이 수년간 이어진 기술 반환의 타격을 추스르고 새로운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기술 수출 대상이 ‘혈액제제 전문 바이오벤처’여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여러 차례 기술 반환되는 시련을 겪은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빅파마가 아닌 해당 분야에 높은 전문성과 집중도를 가진 바이오 벤처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반환한 ‘빅파마’… 스펙트럼‧아테넥스 등은 분투 중

한미약품은 지난 4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혈액질환 분야 전문 연구개발기업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이하 앱토즈)에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인 HM43239를 기술수출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의 이번 기술 수출은 지난해 8월 ‘에피노페그듀타이드(HM12525A)’를 미국 머크(MSD)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수출한 이후 처음이다. 사노피로부터 마지막 기술 반환이 이뤄진 지난해 9월부턴 1년 2개월 만이다.
 
주목할 점은 한미약품의 기술을 사 간 기업 앱토즈가 글로벌 빅파마가 아닌 바이오벤처에 가깝다는 점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앱토즈는 1986년 설립된 혈액질환 분야 전문 연구개발기업이다. 
 
제약업계에선 한미약품이 오랜만의 기술 수출을 바이오벤처에 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은 대부분 글로벌 빅파마로 향했다. 기술 반환 역시 대부분 글로벌 빅파마에서 발생했다.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일라이릴리, 얀센 등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제약사들이다.
 
반면,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 중 현재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 오락솔 등은 스펙트럼과 아테넥스 등 규모가 작지만 전문화된 회사에서 개발해왔다. 스펙트럼과 아테넥스는 항암제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기업이다. 두 회사는 모두 신약 상용화에 성공한 경험이 있고, 매출도 발생하고 있는 회사이긴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 오락솔이 주력이다. 스펙트럼과 아테넥스가 각각 개발 중인 롤론티스와 오락솔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부침을 겪었지만 상용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스펙트럼은 지난 8월 FDA로부터 롤론티스의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지만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FDA로부터 CRL을 수령했던 롤론티스는 빠르면 2022년 상반기 중 BLA(생물의약품허가신청) 재신청이 예상된다”고 봤다. 이와 함께 스펙트럼이 개발 중인 포지오티닙도 연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2월 FDA로부터 오락솔 CRL을 수령한 아테넥스도 지난 7월 새로운 임상 계획을 올해 4분기에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바이오벤처에 기술을 수출한 게 글로벌 빅파마들이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계약 체결 시점을 봤을 때 한미약품이 글로벌 빅파마보다 앱토즈를 잠재적 기술수출 대상으로 점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HM43239는 미국에서 재발·불응성 AML 환자 대상 임상 1‧2상이 진행되고 있고 임상이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다. 글로벌 빅파마에 높은 가격에 기술 수출을 원했다면 적어도 해당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시점까지 기술 수출을 미뤘을 가능성이 크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의 경우 수많은 파이프라인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회사 전체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도입한 파이프라인의 개발이 늦어지거나 기술 반환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파이프라인의 개발 성과가 회사 전체의 성과가 되는 기업에 수출하는 게 개발 가능성을 더 높일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기술을 반환한 사노피는 ‘주요 사업 전략 변경’을 기술 반환 이유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미약품 측은 이런 시각에 대해 “이번 기술 수출은 기존과 일관된 라이선스 아웃 전략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개별 파이프라인을 가장 잘 개발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한 것”이라며 “특히 앱토즈에 기술 수출한 희귀질환 분야 의약품은 글로벌 빅파마가 주도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 선정, 신약 수출 본격 재개 기대감

오랜만의 신약수출 성과에 업계에선 한미약품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술 반환에 따른 재무적 타격도 완전히 극복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가진 다른 파이프라인의 기술 수출 성과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현실화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8일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랩스글루카곤아날로그(LAPSGlucagon Analog‧HM15136)가 국가신약개발재단의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선천성 고인슐린혈증은 현재까지 치료제가 전무한 희귀질환이다. 랩스글루카곤아날로그는 미국 FDA와 유럽 EM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제약기업과 학·연·병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바탕으로 신약개발 전주기 단계를 지원하는 범부처 국가 R&D 사업이다. 이번 선정으로 한미약품에는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임상과 제품화 연구를 위해 24개월간 국가 연구비가 지원된다. 앞서 한미약품은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포지오티닙을 스펙트럼에 수출해 현재 유망 약물로 키워낸 바 있다.
 
업계에선 한미약품의 차기 기술수출 후보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인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를 주목한다.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말 종료될 예정이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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