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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최태원 '그룹 명운 건' 해외 출장…그룹 미래 동력이 보인다

李, 240조 투자 발표한 4대 미래성장 사업 구체화 행보
鄭, 코앞 다가온 ‘전기차’ 시대 대비 위한 발걸음
崔, 배터리 앞세운 친환경 비전 제시…바이오 투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
 
전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가 늘고, 세계 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잇따른 해외 출장을 통해 회사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미래 먹거리를 현장에서 챙기겠다는 의지다.  

 

이재용, ‘파운드리’ 현안 해결하고 빅테크 CEO와 미래 기술 논의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첫 글로벌 경영 행선지로 미국을 정했다. 5년 4개월 만의 북미 출장이었다.  
 
10박 11일간의 일정 속에서 그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현안이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부지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리시를 낙점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점유율 1위 달성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 부회장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해 미 정계 인사들도 만나 공급망 문제, 인센티브 등 반도체와 관련해 폭넓은 논의를 나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지난 24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두드러진 성과는 반도체였지만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이 주안점을 둔 분야는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메타버스 등 ICT 기술이었다. 출장 첫 일정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삼성 AI센터를 찾은 데 이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 CEO들과 만나 ICT산업 전망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밖에도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도 만나 코로나19 백신사업의 공조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 행보는 그가 강조해 온 ‘새로운 삼성’의 미래성장 사업영역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8월 삼성은 대규모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를 위해 3년간 240조원을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등 4가지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2018년 발표한 AI, 바이오, 5G,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의 ‘4대 미래성장 사업’과도 일맥상통하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만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귀국 직후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며 ‘위기론’을 언급했다. 향후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을 예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정의선, 유럽·미국 전기차 상황 점검하고 생산 거점 확보

지난 10월,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주간 유럽과 미국, 인도네시아를 차례로 방문했다. 여느 때보다도 숨가쁜 한 달이었다. 특히 이번 10월 출장의 방점은 ‘전기차’에 찍혀 있었다. 
 
정 회장은 기대 이상의 자동차 판매 실적을 내고 있는 유럽에서 “앞으로도 (점유율을) 많이 상승시켜야 한다. 가야 할 길이 멀다”며 고삐를 더욱 조였다. 유럽연합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중지를 추진하는 것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유럽에서 전기차를 더 많이 팔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2035년부터는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만 판매할 것이란 계획도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JI엑스포에서 열린 '미래 전기자동차 생태계' 행사에서 ″전기차·수소차 생태계 조성을 인도네시아와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로스앤젤레스(LA)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과 앨라배마 현대차공장 등을 방문했다. 미국행은 지난 4월과 6월에 이은 세번째 방문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74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2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현지 전기차 생산 시기는 미정이다. 지난 22일 경기 고양시에서 개최한 ‘청년희망ON’에서 정 회장은 “미국 전기차 생산을 내년부터는 아니고, 계획 중이어서 시기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출장의 핵심은 인도네시아였다. 향후 전기차 등 그룹 내 친환경차의 생산 거점을 인도네시아로 정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JIExpo)에서 열린 ‘미래 전기자동차 생태계’ 행사에 직접 축사를 맡아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허브’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파트너 기업이 현대차그룹임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를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으로 구축하기 위해 현대차는 지난 9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배터리셀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인도네시아를 향후 전기차 생산의 거점 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전기차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떤 전기차를 생산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최태원, 민간 외교관 행보 속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대한상의 회장인 그의 이번 출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미국 정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는 것이다. 민간 외교 행보를 보이면서도 SK그룹의 비전과 미국 내 투자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는 점이 이채롭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28일, 양일에 걸쳐 공화당 서열 1위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와 민주당 하원 서열 3위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공화·민주 양당의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SK의 전략과 미국 내 친환경사업 비전 등을 소개하고 의견을 나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왼쪽) 등 정·재계 인사들을 회동했다. [사진 매코널 원내대표실]
 
특히 최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하기로 계획한 520억 달러(약 62조원) 중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최 회장은 테네시주 지역구의 공화당 마샤 블랙번,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도 만나 미 의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SK의 배터리기업SK온은 포드와 합작해 켄터키주와 인접 테네시주에 매년 21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129기가와트(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2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미 하원 외교위 아태지역 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SK는 미국에 본사를 둔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기업인 SK팜테코 등을 통해 미국과의 바이오 사업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후 보름여만인 지난 16일 SK㈜는 ‘유전자·세포치료제(Gene·Cell Therapy, GCT)’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고 알렸다. GCT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CBM(The 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s)’ 투자를 위한 독점 협상을 진행 중인 사실을 밝힌 것이다.  
 
재계에서는 SK㈜가 CBM에 대한 투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투자 규모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측이 2025년까지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약 6만6000㎡ 이상의 GCT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설비를 구축하고 향후 4년간 2000여명이 직원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SK가 “바이오 위탁생산(CMO) 집중 육성을 통해 글로벌 1위 유전자·세포 치료제 CMO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바이오 분야는 SK그룹의 핵심 사업으로의 지위를 더욱 탄탄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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