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헝다, 테이퍼링 속도전까지…'살얼음판' 걷는 금융시장
헝다 사태+경기 둔화 우려에
中 인민은행 0.5%포인트 지준율 인하
미, 오미크론 우려 일단 진정
연준 "내년 3월 테이퍼링 조기 종료 계획"
글로벌 금융시장에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등장으로 투자심리가 잔뜩 움츠러든 가운데, G2인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박과 중국의 헝다 부실 사태라는 더블 악재가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이다.
中, 헝다 채무불이행 가능성+디디추싱 상장 폐지 악재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올 들어 두번째로,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7월에도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충격에 대응해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당시 지준율 인하는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이었다.
시장은 중국의 이번 지준율 인하 조치에 대해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통상 금요일 저녁 금융시장 마감 이후 지준율 인하 계획을 공고하는데, 이번에는 월요일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이 급격한 경기둔화 우려 속 헝다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기 상황을 이전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앞서 헝다는 지난 3일 밤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2억6000만 달러(약 3075억원)의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 때문에 이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헝다발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연쇄 디폴트로 이어지면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가 더욱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중국 증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과 디디추싱(滴滴出行)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 악재가 겹치면서 6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6% 하락한 2만3349.38로 마감했다. 헝다는 19.56% 하락한 1.81홍콩달러로 장을 마쳤고, 중국 당국의 압력에 뉴욕증시 상장 폐지 절차를 공식화한 디디추싱과 대형 중국 기술주들의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대장주인 알리바바가 5.61% 하락한 것을 비롯해 바이두(-5.73%), 징둥(-4.85%), 비리비리(-4.44%), 넷이즈(-4.73%), 트립닷컴(-13.21%) 등 미국 증시 동시 상장 기업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美 금리인상 시계 빨리질듯…물가 안정 최대 고용 목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진행 속도를 높여 내년 3월까지 종료하는 계획을 내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마련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연준의 당초 일정표는 월 1200억 달러의 자산매입 규모를 매달 150억 달러씩 줄여나가 8개월 뒤인 내년 6월에 테이퍼링 절차를 종료하겠다는 것이었다.
상황에 따라 축소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정말로 조정에 나선 것은 예상을 넘어선 인플레이션과 고용회복 때문이다. 지난달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 2%의 두 배 이상인 5∼6%에 이른다는 통계가 잇따라 발표되고, 실업률은 최근 4.2%까지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2001년 이후 최대폭인 1.3% 급등했다는 노동부 발표가 연준 내부에서 테이퍼링 가속에 관한 논의를 촉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점에서 이런 지표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을 돕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명분을 약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집값과 주식 등 자산 가격 급등으로 미국인들이 소비를 늘리는 '부의 효과'가 발생한 것도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키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연준은 오는 14∼15일 FOMC 정례회의 성명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일시적'이라는 수식어를 삭제하고,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될 FOMC 점도표에서 다수의 위원들이 내년 0.25%포인트 이상의 금리인상을 예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이럴 경우 금리인상 시작 시점도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테이퍼링 종료 시점이 내년 3월로 앞당겨진다는 것은 연준이 내년 봄 금리인상의 문을 열어놓는 조치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연임 발표 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한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은 최근 잇따라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물가 안정을 자신의 '2기' 최대 과제로 천명한 파월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공개 철회하고 테이퍼링 일정 단축을 앞장서 촉구했다.
한편, 전날 뉴욕증시는 오미크론 소식에 큰 변동성을 보였지만, 오미크론 증상이 생각보다 경미할 것이라는 관측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46.95포인트(1.87%) 오른 3만5227.0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3.24포인트(1.17%) 오른 4591.6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9.68포인트(0.93%) 오른 1만5225.1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덜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전날 발언에 안도했다. 새 변이가 처음 발견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의료진도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기 분석 결과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사망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발표됐다.
낙관적인 뉴스에 경제활동 재개, 여행·레저와 관련된 종목들이 큰 폭으로 치솟았다. 보잉은 3.7%, 제너럴일렉트릭은 3.5%, 유나이티드항공은 8.3%, 메리어트는 4.5% 각각 올랐고, 크루즈 회사들도 8% 급등했다. 최근 주춤했던 기술주들도 이날 위험선호 현상이 높아진 데 힘입어 대부분 반등했다.
반면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는 13.5% 급락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사실이 공개된 전기차회사 테슬라(-0.6%)와 루시드(-5.1%)도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오미크론 관련 주요 뉴스에 따라 출렁이는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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