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로 집값 잡겠다는 대선 후보들…"천만에" - 이코노미스트

Home > 부동산 > 부동산 일반

print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로 집값 잡겠다는 대선 후보들…"천만에"

가계부채 규제+금리인상+공급대책 속 주택시장 안정 흐름
이재명·윤석열 후보, 부동산 규제 완화 통한 공급 확대 공약
한은 "16년간 가계 레버리징 지속…세계적으로 이례적 현상"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 불쏘시개 될 수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모습.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거듭 사과했던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점차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그동안 번번이 체면을 구겼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주택시장 안정 흐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론이 고개를 들면서 부동산 시장의 복병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가계대출 규제+금리 인상+공급 발표, 3박자 효과?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의 주된 배경으로 주택공급,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의 3박자 효과가 맞물린 효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사전청약, 2·4대책 예정지구 지정 등 주택공급 조치와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최근 주택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보다 확고해지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서울 일부 지역의 경우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기재부는 아파트 주간 매매 상승률이 11월 5주 서울 0.10%, 수도권 0.16%, 지방 0.13%로, 11월 4주의 서울 0.11%, 수도권 0.18%, 지방 0.16%보다 둔화했다고 밝혔다. 11월 5주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보합을 보이는 지역으로는 강북(0.00%), 관악(0.01%), 광진(0.03%), 금천(0.04%)을 꼽았다.
 
당장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대선 후보들은 너도 나도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단기간 집값 상승폭이 워낙 컸던 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역시 집값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강북권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 현장을 찾아 한목소리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이날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주거환경 정비사업은 10여 년 동안 멈춰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개발은 390여 개 지역을 지정했는데 전임 시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해제해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재건축 역시 이 정권 5년 동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안전진단 강화 등 절차적 문제 때문에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고 그 결과가 우리가 겪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윤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공약을 언급하며 "주택 시장에 상당한 공급물량이 들어온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줌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도 '공급 확대'에 부동산 정책의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기존 도심지역의 용적률이나 층수에 대해 일부 완화해 추가 공급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요 억제에 치중한 것이 비정상적인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이 됐다"며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추가 공급대책을 준비하고 있어서 부동산 문제는 상당 정도 안정되게 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규제 약발 이제야 먹혔는데..."섣부른 완화시 시장 불안 재현"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불러올 파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고 있지만, 일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수요 폭증'을 집값 급등의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공개한 '매크로 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5년 이후 무려 16년간 가계 레버리징(부채비율 상승)이 이어졌는데, 2000년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42개국의 레버리징 기간이 평균 3~4년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세계적으로 이례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시장 안정의 주된 요인은 '가계부채 총량 규제' 및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레버리징 축소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규제의 경우 과거 핀셋 규제에서 벗어나 총체적 방식의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단기적으로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과 DSR 규제를 강화해 대출 규제를 시스템화 한 것이 집값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8월과 11월 두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과의 정책 공조도 정책 실효성을 뒷받침 했다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해 '과소비성 실수요'를 억제한 것 역시 은행권 주도의 부채 구조조정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 이사는 "적절한 대출 규제를 통해 가수요를 억제할 경우 주택 시장 안정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런 주장의 출발은 주택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났음에도  외형상 주택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0년 서울과 수도권 주택 보급률은 각각 95.4%, 98.3%로 2019년 대비 각각 0.6%포인트, 0.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주택의 실질적 수급을 나타내는 KB국민은행의 전세수급지수도 2021년 9월 기준 173.6으로 적정 수준인 10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비판하며 공급 확대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대해 서 이사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공급 방식은 재건축, 재개발,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 보유 토지·건물 활용, 신도시 개발 등 네가지로 나뉘는데, 주로 회자되는 것은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 신도시 개발"이라며 "만일 규제 완화로 토지 소유주의 요구대로 재건축,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지상권 가치의 상승 및 멸실 주택의 증가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도시에 공급되는 아파트 역시 무주택자에게는 구매력 범위를 넘어선 높은 주택가격"이라며 "모두가 무주택자가 대출을 능력 범위 이상으로 받아야 구매가 가능해 가계부채 증가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금융당국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전세대출과 마찬가지로 대출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주택시장의 중장기적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 부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서 이사의 주장이다. 서 이사는 "더욱 주목할 점은 2030세대의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인데, 그들에게는 직주 근접의 저렴한 주택이 필요한 것이지 값비싼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거리가 먼 신도시 개발 아파트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평균 12억 수준의 서울 아파트를 2030세대가 자기 소득으로 구매하려면 부모의 지원, 무리한 갭투자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며, 그 또한 실수요보다는 투자의 하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 보유 토지를 이용해 직주 근접의 구매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이나 지역주민, 지방자치 단체의 반발로 계획을 예정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가 변수"라고 덧붙였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