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전세매물, 안정화 신호?…전세 눈높이 낮추고 월세로 내몰릴까 걱정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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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전세매물, 안정화 신호?…전세 눈높이 낮추고 월세로 내몰릴까 걱정

내년 전세시장 불안 가속화…월세화 우려 커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수요보다 임차인을 찾는 공급이 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부는 “전세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에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단기 급등하면서 부담을 느끼는데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세입자들이 눈높이에 맞는 매물을 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고, 전셋값 부담에 월세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1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8.5였다. 2주 연속으로 100을 밑돌았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으로 100 이하로 내려갈수록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최근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세시장과 관련해 “입주 물량 증가, 대규모 정비사업 이주 종료 등으로 지난해 8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최다 매물이 출회되고 가격 상승세도 지속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부 “전세시장 안정화 신호” VS 전문가 “가격 둔화 일러”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오르며, 전주(0.10%) 대비 상승 폭이 줄었다. 서울 25개 구(邱) 중 22개 구에서 상승 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 반응은 달랐다. 임대차 3법시행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가격자체에 부담을 느낀데다 전세대출금리까지 올라 고가전세 중심으로 수요가 줄었다는 평가다.  
 
이번 지표에서도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와 강남의 인기 단지 등은 여전히 상승했다. 성동구(0.09%)는 정주여건 양호한 행당·금호동 주요 단지 위주로, 용산구(0.08%)는 이촌동 일대 상대적 중저가 위주로, 성북구(0.08%)는 종암·하월곡동 위주로, 강북구(0.08%)는 번동 중소형 위주로 상승했다.
 
강남지역에서는 서초구(0.11%)는 잠원·반포동 주요 인기 단지 위주로, 강남구(0.10%)는 학군수요 있는 역삼·대치동과 수서동 상대적 중저가 위주로, 강동구(0.09%)는 고덕·암사동 역세권 구축 위주로, 송파구(0.06%)는 상대적 가격 수준 낮은 장지동 구축 위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쉽게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7월이면 임대차법 시행 2년 차가 되고,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이후에는 계약 연장 매물이 신규 매물로 전환하면서 전·월세 가격이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절벽 속에서도 전세가격이 안내리는 이유는 집주인들이 계약을 할때 4년 동안 전셋값을 올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매물자체를 비싸게 내놓다보니 거래가 뜸해도 가격 하락세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시장이 아직 안정화 추세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은 또 있다. 겨울이 원래 매매 시장의 비수기인데다, 매매와 전세의 동조화 현상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 연구원은 “매매가격이 오르면 전세는 따라 오르고, 반대로 매매가격이 내리면 전세도 따라 내린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매 시장이 둔화되고 있는 정도인데, 이 정도로 전세 가격이 폭락할리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 불안 전망…전세 쫓기고 월세화 심화 우려  

오히려 시장에서는 내년 전세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2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2.0%로 강보합세를 보이겠지만 전세가격은 6.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다 보니 내년 전세 시장이 불안해 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만약 전세 가격이 상승하면 가뜩이나 대출규제로 돈 줄이 막힌 상황에서 내가 원래 살던 집 수준에서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전세가 비싸서 못 살겠으면 더 싼데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흔히 하지만, 당사자한테는 큰 문제"라며 "이사를 가게 되면 애들 학교 전학 등 다양한 정주환경이 바뀌는 건데 복잡한 문제들을 간단하게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 부담이 늘어난 세입자들이 월세로 내몰리는 경우도 급증할 수 있다. 집주인들이 세금 및 대출규제 강화, 금리인상 등으로 늘어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월세 가격도 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8.6을 기록했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95.86㎡ 이하 중형 아파트의 월세 추이를 조사해 산출하는데 지수는 2019년 1월 ‘100.0’을 기준으로 한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99~100사이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8월 107.0으로 상승한 이후 지난달 108.6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도 올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서울이 5.79(p)포인트 올랐고 경기는 6.55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도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년 새 10.17% 올랐다.
 
서울에 사는 한 직장인은 “집주인이 내년 전세 만기가 되면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며 “다른 집들도 상당히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전세금 추가 대출도 쉽지 않고, 이자도 계속 나가기 때문에 차라리 월세로 집을 알아볼까 고민 중이다”고 토로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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