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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앞둔 바이드노믹스 인플레이션 해법 대전환할까?

[2022 경제대예측 - 세계 경제 어디로①] NO 80%

 
 
바이든이 취임 직후 수조달러 규모의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AFP=연합뉴스]
 
조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인 ‘바이드노믹스’가 변곡점을 맞았다. 2022년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경제 정책은 선거를 전후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재의 경제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유권자의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중간선거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선을 빼고 총선과 지방선거를 합친 선거에 해당하는 빅이벤트다. 상원의원 100석 중 34석, 하원의원 전체, 그리고 주지사 50석 중 34석을 새롭게 뽑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선거로 꼽힌다. 여당인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야당인 공화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게 뻔하다.  
 
그렇다면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드노믹스는 어떤 변수와 마주하게 될까. 치열했던 대선을 승리로 쟁취한 공약대로 뚝심 있게 밀어붙일까, 아니면 표심을 의식해 새로운 해법과 정책을 제시할까.  
 
먼저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드노믹스’가 어떤 정책을 펼쳐왔는지부터 살펴보자. 2020년 11월 7일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대통령 당선을 확정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요약하면 ‘큰 정부’다.  
 
그는 취임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종 부양책을 꺼냈다.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구조 계획’을 꺼냈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 구상인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도 발표했다. 무상 보육과 교육 등에 초점을 맞춘 미국 가족계획은 1조800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1930년대 대공황에 맞서는 뉴딜 정책을 추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연상케하는 행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처음 제시한 2022년도 예산안은 더 파격적이었다. 미국 행정부는 미국 일자리 계획과 미국 가족 계획이 반영된 6조1000억 달러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발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다.  
 
예산안엔 그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와 사회안전망 확대, 소득불평등 완화 등에 초점을 맞춘 예산안을 내놓았다. 미국과 자본주의 위기의 핵심인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이는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불가피한 복지정책만 펴며 자유시장을 장려해야 한다는 ‘작은 정부론’을 설파한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를 바탕으로 사회복지·기후변화 분야 대폭 삭감 등에 주력했다.
 
이런 막대한 재정지출의 돈줄은 ‘세금’이다. 향후 10년간 3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자 증세’ 계획을 함께 확정했다.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5%이던 세율을 21%로 내렸던 것을 중간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향후 10년간 2조 달러의 세수 증가가 점쳐진다. 10년간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개인 고소득자 세금 인상도 계획했다. 또 1년 이상 보유한 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개인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경제 관료를 선택하는 인사 카드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큰 정부’ 기조는 잘 드러났다. 내각 첫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선택했다.  
 
옐런 장관은 재정지출 확대와 금융 완화 정책에 적극적인 케인지언(케인스학파·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 옹호)으로 유명하다. 아울러 소득·성 불평등과 기후 변화 대응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민주당 진보 진영 요구에도 들어맞는 인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유임을 결정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8년 2월 연준 의장에 취임한 파월 의장은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다. 그러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 속에 ‘제로 금리’ 등 과감한 통화 완화 정책을 펴서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이밖에도 인도계 미국인인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CAP) 의장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앉혔고, 노동경제학자인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지명했다.  
 

중산층 회복 외친 바이드노믹스

어찌됐든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은 예산을 잔뜩 풀어 코로나19로 위태로워진 경제를 부흥하겠다는 거다. 이중 집중적으로 살리려는 타깃은 ‘중산층’이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운동 때마다 “중산층을 구해 미국을 구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중산층 조(Middle class Joe)’라고 자칭하며 서민들의 벗을 자처해왔다. “월가는 미국을 세우지 않았다. 미국을 세운 건 중산층”이라며 중산층 복원을 선언했다. “기업과 부자가 제 몫을 낼 때”라며 증세를 요청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예상대로 순조롭게 경제 상황이 풀렸다면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큰 정부’를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거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 상황이 바이든 행정부의 예측과는 상당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바이드노믹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변수는 ‘물가’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자.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 급등했다. 이는 1982년 6월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6.7%)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해 10월 소비자 물가가 6.2% 올라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한달 사이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급작스레 물가 상승률이 오른 게 아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2021년 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1~3월 2%안팎으로 관리되던 소비자물가는 4월부터 4.2% 늘어나 충격을 줬다. 5월엔 5.0%로 상승 폭이 더 컸다. 이후엔 쭉 5%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다 6%를 아득히 웃돌게 된 상황이다.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인데, 사실상 실패했다.  
 
10월 물가상승률이 발표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은 나의 최우선 순위”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을 물가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관련 대책과 조치를 주문했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가 엄청난 돈을 풀어놓은 상황이다. 각종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오른 것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니다. 치솟은 생활물가가 서민경제를 짓누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을 위태롭게 하는 정치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1년 10월 국정 수행 지지도는 41%로 집계됐다.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57%에 달했다. 미국 국민들은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워싱턴포스트(WP)·A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당시 긍정 평가는 41%, 부정 평가는 53%였다.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응답자의 46%는 내년 미국의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상황 개선을 기대하는 응답은 30%뿐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둘러싼 신뢰 하락

곧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집권당인 민주당을 향한 여론도 악화했다. 당장 투표일이 오늘이라고 가정하면 어떤 당을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는 공화당(44%)을 지지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민주당(41%)이라는 응답률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높았다.  
 
특히 경제 문제가 바이든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경제 살리기’를 더 잘 할 수 있는 정당이 어디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공화당(46%)이라는 응답이 민주당(35%)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 잡기’(공화 44%·민주 26%), ‘국경 보안’(공화 52%, 민주 16%) 등 이슈도 공화당이 더 잘 다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올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난맥상과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고비로 점차 악화되했는데, 인플레이션 이슈는 직격탄이 됐다. 바이든을 지지한 근로소득으로 먹고 사는 중산층이었기에 타격은 더 컸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월급이 오르진 않기 때문에 예전과 똑같이 벌어선 같은 물건을 살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라서다.  
 
결국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급한 불은 인플레이션 완화인데, 이를 정책으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준금리 인상이다. 돈을 잔뜩 풀어 물가가 올랐다면 반대로 돈줄을 죄면 해소할 수 있는 일이라서다.  
 
문제는 연준이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양적완화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70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결정했다. 기본적으로 양적완화는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한계에 봉착했을 때 쓰는 카드이기 때문에, 금리인상과 동시에 진행할 순 없다.  
 
이 때문인지 연준은 지난 11월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작을 선언했다. 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연준은 매달 15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을 축소한다. 자산매입을 축소하면 시중에 풀리는 자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결정이 기준금리 인상에 직접적인 신호를 주는 건 아니다”며 “아직 인상할 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통화 정상화로 발걸음을 옮긴 연준이 머지않아 긴축의 끈을 당길 수 있다는 게 월가의 중론이다. 가장 유력한 시점은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2022년 6월 이후다. 유동성 공급을 중단한 뒤 바로 금리 인상에 나설 거란 얘기다. 이는 오는 2023년으로 점쳐졌던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보다 상당히 더 앞당겨진 시점이다.  
 
사실 테이퍼링은 바이드노믹스에 큰 부담이 되는 카드다. 바이든 행정부는 막대한 정부 예산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엄청나게 푼다는 건데, 연준의 테이퍼링 이후의 금리인상은 시중에 있는 유동성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뜻이라서다. 방향성에서 두 정책이 크게 부딪히는 상황이다. 이러면 초대형 예산안을 통과할 때도 야당인 공화당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진다.  
 

위기에 빠진 바이드노믹스

 
실제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3조5000억 달러 규모로 추진해온 사회복지 예산안을 반토막인 1조8500억달러로 줄여서 제안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물론 당내 중도파의 반대에 부딪힌 탓이다. 현재 미 상원은 민주당(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는데도 각종 법안 처리가 순조롭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힘겨루기에서 밀리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중간선거 때 민주당이 다수당을 지키지 못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화당은 치솟는 나라 빚을 우려하고 있다. 30조 달러를 향해 가는 미국의 국가부채는 이제 이를 못 갚는 채무불이행(디폴트)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1년 9월 기준 미국의 국가부채는 28조5000억달러로, 법정 한도(22조300억 달러)를 6조4000억달러 넘게 초과했다. 미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28조9000억 달러로 일시 상향하면서 디폴트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과 같은 ‘큰 정부’ 기조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칫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를 포기하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서다. 특히 대중교통, 항구, 철도, 교량, 식수 등 등 낙후된 물적 인프라를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투자는 시장 물가를 자극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뉴스위크는 “공화당이 중간선거로 의회를 장악하면 바이든에 대한 탄핵에 나설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전망을 내놨다. 궁지에 몰려있는 데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는 얘기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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