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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커진 개미, 눈치보는 기업…주총 핵심은 ‘주주가치 제고’

대기업 배당 늘리고 자사주 매입 약속
주식 투자자 2년 만에 2배 늘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이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 ‘주주 자본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을까.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정책을 발표하는가 하면, 주가 하락에 CEO가 직접 사과하는 일도 이어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2021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는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을 주축으로 한 소액주주가 추천한 감사 건이 가결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총회 전 SM의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해왔다. SM 측은 “주주들이 말씀하신 다양한 요구사항들을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 내역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알리겠다”고 했다.  
 
SK는 자사주 소각 검토 등 주가 부양 정책을 발표했다. 이성형 SK 재무부문장(CFO)은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며 “자사주 소각도 주주환원 옵션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시가총액 200조원을 목표로 3년 동안 준비하겠다”고 했다. 지난 7일 기준 SK하이닉스는 한 주당 13만5000원, 시가총액은 81조5000억원 수준이다. 박 부회장의 계획대로 시총이 늘려면 주가는 약 30만원을 웃돌아야 한다.  
 
미국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Dalton Investments)는 지난 6일 SK그룹 지주회사 SK㈜에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SK㈜ 경영진의 지속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공개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돌턴은 “주식 기반 보상을 통해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갈수록 일치하는 점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집중하고, 자사주 소각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는 개인 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식 소유자는 618만 명(법인 포함)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384만 명까지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치고,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자들이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소액주주 수가 적어 지분율도 높지 않고 여론을 이끌어갈 힘이 부족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기업이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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