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ETF인데 결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반도체 쏠림 더 커졌다
- [ETF도 ‘삼전닉스’ 시대]①
ETF 시장까지 번진 반도체 편중…초대형주 의존 심화
삼성은 유동성·미래는 효율성…운용사 별 전략 경쟁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최초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첫날부터 수조원대 거래대금을 빨아들이며 시장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단순 신상품 흥행을 넘어 국내 ETF 시장이 사실상 ‘삼전·닉스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자금이 집중되는 가운데 ETF 시장마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으로 빠르게 쏠리는 모습이다.
5월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총 18종이 국내 시장에 동시 상장했다.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한화·키움·하나자산운용 등 8개 운용사가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승·하락 방향에 두 배로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으며 사실상 ‘삼전닉스 ETF 전쟁’이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을 국내 ETF 시장 구조 변화의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국내 AI·반도체 ETF 상당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추가되며 시장 자금 편중 현상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코스피 상승 과정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상승분 상당 부분을 설명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금까지 유입될 경우 ETF 설정·환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물 수급이 다시 기초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고, 가격 상승이 추가 자금 유입을 자극하는 ‘유동성 자기강화 메커니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 반도체 랠리에 뭉칫돈…시장 유동성 집중
상장 첫날부터 자금 쏠림 현상도 뚜렷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2종 순자산총액(AUM)은 합산 2조7559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시리즈 역시 1조3426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어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신한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하나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 상품들에도 자금이 분산 유입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전체 16종 시가총액은 5조원을 넘어섰다. 거래대금 또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상품에 집중되며 시장 유동성을 사실상 흡수했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국내 ETF 시장 성장세에도 힘을 보탰다. ETF 시가총액은 2023년 6월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약 2년 만에 200조원과 300조원을 연이어 넘어섰고, 지난 4월 400조원 돌파 후 42일 만에 500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흥행이 반도체 중심 ETF 시장 확대 흐름에 더욱 속도를 붙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단순 수익률 경쟁보다 ‘유동성 경쟁’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의 핵심 변수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 지수형 ETF보다 거래 회전율이 높고 단기 매매 비중이 큰 만큼, 총보수 수준보다 호가 안정성과 체결 유동성, 가격 충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투자자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상장 초기에는 설정 규모와 시장조성자(LP) 참여 수준이 거래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저보수 전략을 앞세웠지만 상장 첫날 자금은 삼성자산운용 상품으로 더 강하게 유입됐다. 삼성운용이 상장 전부터 대규모 초기 설정 물량을 확보하면서 호가 스프레드와 체결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단기 매매가 집중되는 레버리지 ETF 특성상 투자자들은 보수 차이보다 원하는 가격에 즉시 거래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미래에셋은 ‘현금 설정·환매’ 구조를 도입해 괴리율과 거래 비용을 줄이겠다는 전략을 앞세웠다. 현물 바스켓 대신 현금 기반 설정 구조를 활용해 가격 추적 오차를 줄이고 거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초기 유동성 경쟁에서는 삼성운용이 우위를 보였지만, 추적 오차와 거래 효율성 측면에서는 미래에셋 전략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부 선물형 ETF에서는 상장 첫날부터 괴리율 확대 현상이 나타나며 변동성 리스크도 확인됐다. 이는 기초자산 급등 과정에서 선물 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차이가 벌어지고, 상장 초기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서 시장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움직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변동성이 큰 대형 반도체주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어 장중 가격 급변 시 괴리율 확대 가능성이 일반 ETF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는 국내 ETF 시장이 사실상 ‘반도체 대형주 중심 유동성 시장’으로 이동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AI 투자 사이클과 맞물려 자금 쏠림이 더 강화될 경우 ETF 시장 전반의 변동성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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