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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성공할까? [조원경의 글로벌 인사이드]

기대보다 낮은 성장률, 높은 인플레이션 우려
70년대 ‘대(大)인플레이션’ 잡으려 잔인한 통화 긴축
연준 처방 먹혀도 평균보다 높은 인플레 지속 가능성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도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2년 우리를 지배하는 세상은 암울하다. 세계는 예상외로 높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분절화와 블록화로 얼룩진 세계화 속에서의 글로벌 공급망 교란, 실질 임금 감소와 마주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결국 41년 만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8.6%라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로 귀결되었다. 5월 연준은 2000년 이후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빅스텝(0.5bp, 1bp=0.01%포인트)으로 인상했다. 나아가 물가정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밝혀진 6월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스텝(0.75bp)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강수를 두었다. 연준 파월 의장은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기준금리는 연말이면 최소 3%대에 도달할 수도 있다.
 
원론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대출 비용이 증가하면 고객은 더 높은 이자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거나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을 뛰어넘는 경제성장과 소득향상이 있다면 다른 이야기이리라. 주식시장의 성과는 일반적으로 기업 수익의 함수이다. 기업 이익과 기대 성장이 좋을수록 증시에 유리하다. 모든 경제는 부침의 순환을 거친다. 주식시장도 상승 사이클을 탈 수 있다. 역사는 분명히 이를 말해준다. 도이치뱅크의 연구에 따르면 1955년 이후 금리 인상 시기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첫해에 평균 7.7%의 수익을 달성했다. 경제가 성장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은 당연하기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현상과 마주하고 이를 잡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때 발생한다. 1970년대의 ‘대(大)인플레이션’은 이러한 점에서 지금의 인플레이션과 많은 비교를 하게 한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 물가는 상승하고 경기는 급하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해당할지는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기대했던 것보다 성장은 낮고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의 장기화가 목전에 있다는 점이다.
 

70년대 인플레이션 발생 전 저물가 지속

지금과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전에 저물가가 오랜 기간 이어졌다. 이후 연방정부의 막대한 지출이 수요를 늘린 측면이 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지지출을 위한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의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정책 이후 1970년대에 베트남 전비 지출이 있었다. 중동에서의 두 번에 걸친 전쟁도 인플레이션 지속에 한몫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대응한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돈은 5조 달러라는 천문학적 숫자이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식료품 가격 충격 역시 당시와 오늘날 물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결정적인 차이는 연준의 역할이다. 1960∼1970년대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좌초되기도 했다. 1970년대에 연준은 아서 번스가 이끌었다. 그는 대기업과 노동조합이 무리하게 제품 가격과 임금을 올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보았다. 그는 연준이 이에 대한 상황 대처 능력이 없다고 봐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 임금과 가격을 통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엄청난 실패로 끝났다. 결국 1980년 폴 볼커 연준 의장이 20%까지 금리를 인상하며 인플레이션을 종식시켰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미국 주가지수는 암울했던 시기를 반영한다. 오늘날 통화당국자들은 공급 측 문제가 완화하길 기다리면서 수요 증가세를 둔화시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연준이 어느 정도까지 긴축 운용을 할 것인가, 이에 따라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는 발생하지 않을까, 연준이 해결하지 못하는 공급 측 문제는 어떻게 빨리 해소될 수 있을까, 기대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연준의 신뢰성 확보는 성공할까. 
 
1970년대의 ‘대(大)인플레이션’ 종식 과정에서는 미국의 잔인한 통화 긴축, 급격한 인플레이션 조정, 중남미를 중심으로 하는 개발도상국의 채무 위기가 있었다. 1970년대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심화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잠재성장률의 둔화를 제때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계은행은 2020년대 전반에 걸쳐, 잠재적인 세계 성장은 2010년대 평균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는 과연 줄어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총부채가 어느 시기보다도 높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혼란스러운 채무위기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하겠다. 
 
팬데믹 이후의 경기 회복세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비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2022년 1분기에는 15%포인트 줄었다. 이는 미국과 EU 국가에서 주로 낮아진 것이다. 베트남·태국한국은 총 부채비율이 각각 9.9%포인트, 5.6%포인트, 4.5%포인트 늘었다. 그동안 양적완화(QE)란 이름으로 미국·일본·유로권·영국이 푼 돈은 2년여 만에 10조 달러가량 증가했다. 이제 인플레이션을 대하는 각국의 자세는 긴축 모드다. 연준이 사상 처음 양적긴축(QT)를 실시한 2017년에 비해 속도는 빨라지고 규모는 커졌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도 앞으로 2년간 2조 달러씩 자산을 줄여나간다. 영란은행도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해 13년 만의 최고 수준이 되었다. ECB는 7월에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11년 만에 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파월은 경기 침체 가능성 작다고 보는 걸까?

연말 즈음 연준의 정책이 신뢰를 얻고 물가가 지금보다 낮은 수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평균적인 수준에 비해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고, 공급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연준은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파월 의장의 속내는 뭘까? 그는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걸까. 연준의 통화긴축 강도가 더욱 커질 경우에는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안개가 자욱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금융시장은 당분간 이래저래 어려운 국면에 놓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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