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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기간 코스피 2300~2600 정체 가능성 [이종우 증시 맥짚기]

지수 2300은 유동성 장세의 출발점
코로나19 직후 같은 급등 기대 어려워
종목별 일정 부분 반등은 이뤄질 듯

 
 
주식시장은 저점을 지난 후 상당 기간 2300~2600 사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만큼 빠르고 강한 상승이 어려워서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동성으로 상승한 주가는 유동성 유입이 끝나면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주식시장이 가지고 있는 준칙 중 하나다. 유동성에 의한 주가 상승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두 개를 살펴보자. 먼저 2000년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코스피가 280까지 떨어졌다. 나라가 절단 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1998년 10월에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했다. 상승은 두 단계로 이루어졌는데, 첫 번째 상승은 280부터 500까지였다. 외환위기 때 우리 경제 실력보다 현저히 내려갔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2~3개월 휴식을 거친 후 다시 1050까지 상승했다.
 

유동성 유입이 끝나면 출발점으로 

 
두 번째 상승은 돈이 역할을 했다. 주가가 상승을 시작하자 하루 1조원에 달하는 돈이 시장으로 들어왔다. 당시 시가총액이 300조원 내외였으니까 하루에 시가총액의 0.3%에 해당하는 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지금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7조원에 해당한다.
 
2000년에 주가 하락이 시작됐다. 미국에서 IT버블이 붕괴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만이 과열된 경기를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해 경기가 정점을 지난 게 하락의 원인이었다. 6개월 사이에 주가가 500으로 떨어진 후 추가 하락 없이 옆으로 밀리는 국면이 1년 넘게 계속됐다. 코스피 500이 유동성 장세의 출발점이었던 걸 감안하면, 주가가 돈에 의해 오르기 이전 상태로 돌아온 셈이 된다.
 
2008년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4년에 800 부근에서 시작된 주가 상승이 1400까지 이어진 후 소강상태로 바뀌었다. 중국 특수가 상승 원인이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걸 계기로 중국 특수가 시작됐는데, 우리나라가 주요 수혜국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경제성장률이 5%까지 올라갔고 기업 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금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중국 관련주의 핵심을 이루고 있지만, 당시는 자본재 생산 기업이 중심이었다. 금리도 주가를 밀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9·11 테러 직후 연준이 내수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0%까지 낮췄다. 사상 최저치였는데, 그 영향으로 주가가 3년 넘게 상승했다.
 
1년간 횡보하던 주가가 2007년에 상승을 재개해 단숨에 2000을 돌파했다. 두 번째 상승을 이끈 동력은 돈이다. 투신사로 하루에 1조5000억의 자금이 들어왔는데, 그 덕분에 2006년 말 12조원에 불과했던 주식형수익증권 잔고가 20개월 후에는 150조원이 됐다. 이 돈이 중국 관련주를 비롯한 대형주에 집중 투자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2007년 11월에 하락이 시작됐고 1년 만에 코스피가 1400까지 떨어졌다. 유동성 장세가 끝나자마자 주가가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미국 금융위기 때문에 주가가 1400보다 더 내려갔지만,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 주가가 출발점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 상승은 둘로 나눠진다. 1450에서 2300까지 상승은 코로나로 인해 하락했던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었다. 코로나 발생 전 주가가 2200대였음을 감안하면 예상할 수 있는 상승이었다. 이후 3300까지 상승은 유동성에 의해 주가가 밀어 올려지는 과정이었다. 주요국들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쏟아부은 덕분에 주식시장으로 자금 이동이 이루어졌고, 그 힘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에 30조원에 지나지 않던 고객예탁금이 1년 만에 70조원까지 늘어난 게 그 증거다. 개인투자자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주 코스피가 2300까지 하락해 코로나19 발생 후 유동성에 의해 상승했던 부분이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우리 시장의 본질적 가치에 부합하는 주가만 남았다.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최근 국내외 금리 상승과 예상되는 경기 둔화를 감안하면 시장의 본질적 가치가 낮아졌을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그렇게 단기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
 
본질적 가치는 말 그대로 경제의 본질적 가치에 맞는 주가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지속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 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외환위기로 우리 경제의 본질적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고 믿었지만, 위기상황이 끝나고 얼마 후에 주가가 원래 수준인 500으로 되돌아왔다. 우리 경제의 본질적 가치에 맞는 주가 수준인데, 그만큼 가치 훼손이 어렵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금융위기 때에도 상황이 비슷했다. 회복이 시작되고 두 달 만에 주가가 우리 경제의 본질적 가치에 맞는 수준인 1400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 코스피가 2200대에 머물고 있었다. 이 지점은 유동성 장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2300이 우리 경제의 본질적 가치에 부합하는 지수대로 봐도 무방하다. 투자심리가 악화돼 주가가 일시적으로 2300을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주가 전망과 관련해 명심할 부분이 있다. 투자자들이 코로나19 발생 직후 급락했던 주가가 빠르게 회복되는 걸 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코스피가 바닥을 찍은 후 곧바로 300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상승하는 형태 말이다. 
 
코로나19 직후 회복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다. 저금리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 때문에 벌어진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시 나오기 힘들다. 일반적인 주가 회복은 반등과 재하락을 통해 바닥을 다진 후 천천히 상승하는 형태일 경우가 많다. 경기 둔화로 주가가 하락했던 2018년이 그에 해당한다. 2600까지 상승했던 주가가 2018년에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둔화되고, 기업 이익이 50% 정도 줄어든 때문인데, 25% 가까이 주가가 하락한 후 오랜 시간 박스권에 갇히고 말았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 이뤄질 가능성 작아 

 
이번에도 주식시장은 저점을 지난 후 상당 기간 2300~2600 사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빠르고 강한 상승을 기대하지만 그런 모습이 나오기 힘들다. 최근 주가 하락은 유동성에 의해 상승했던 부분이 사라지는 과정이었다. 이 부분이 다시 메워지려면 코로나19 발생 직후에 버금가는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다.
 
지금은 전략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합리적인 움직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목별 상승 격차가 작은 것도 전략의 중요성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앞으로 반등은 하락한 종목의 주가를 일정 부분까지 끌어올리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종목별 전략이 큰 의미가 없다.
 
지금 중요한 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이성보다 감정적인 대응이 이루어진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힘들기 때문인데, 섣부른 대응을 하지 않고 참는 게 필요하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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