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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만원도 아깝다” 토종 OTT의 냉혹한 현주소[토종 OTT 생존전략②]

[인터뷰]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
토종 OTT 단기간 성장 어려워, 플랫폼 매력 드러내지 못해
엔데믹 전환, 인플레이션도 부담…OTT 봐야할 이유 제시해야
글로벌 서비스 공세 맞서 이해관계 초월한 연대‧협력 모색하길

 
 

전호겸 교수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OTT 시장에서 한국 서비스의 전방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신인섭 기자
한국 OTT 산업이 성장 둔화 위기를 맞았다. 각종 시장조사기관이 내놓는 자료에선 올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OTT 서비스의 이용자 수 감소가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수혜를 누린 OTT 서비스는 감염병 대응이 점차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열기가 한풀 꺾였다. 엔데믹과 함께 살아나던 소비심리가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막혀 다시 위축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지갑을 닫는 고객이 늘고 있는데, 일부 OTT 업체들은 이용요금을 올렸다. 구글이 앱마켓의 외부 결제 링크를 막으면서 구글에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를 요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OTT 산업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하고 주가가 3분의 1 넘게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고육지책으로 경쟁사끼리 협업의 폭을 높이거나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다. [이코노미스트]가 구독경제 전문가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에게 국내 OTT 산업의 현주소를 물어봤다.  
 
넷플릭스 역성장 쇼크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OTT 시장도 둔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올해 시장 전체로 따져봤을 땐 플러스 성장을 하긴 할 거다.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티빙을 통해 한국 시장에 상륙했고, HBO맥스도 채비를 마쳤다. 새 플레이어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건 아직은 성장 산업이란 방증이다. 다만 중요한 변곡점을 맞긴 했다.  
 
어떤 변곡점인가.
단기간에 ‘가입자 수 몇 배 성장’ 같은 폭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게 쉽지 않을 거다. 각각의 기업이 세워둔 가입자 중단기 목표치를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6년째다. 한국 OTT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긴 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들어온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반응이 생각보다 잠잠하지 않았나. 시장을 뒤흔들 줄 알았는데,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다.
 
두 서비스는 확실히 명성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막상 가입하고 나니 볼 게 생각보다 없었던 거다. 두 서비스 모두 킬러 콘텐트가 부족했다. 한국 OTT 소비자가 냉정해졌다. 내가 지갑을 열었다면, 그만한 혜택을 충분히 누려야 한다. OTT 서비스 이용권을 하루 단위로 쪼개 파는 계정 공유 스타트업 페이센스를 둘러싼 불법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씁쓸한 일이다.  
 
최근 국내 OTT 업체들이 페이센스를 두고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페이센스의 비즈니스는 OTT 플랫폼이 정한 이용 약관을 명백히 어긴 편법이다. 다만 왜 이 서비스가 국내에서 인기를 누렸는지는 업계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결국 고객이 월 1만원 안팎의 구독료를 투자하는 게 아깝다는 얘기다. 볼만한 소수의 콘텐트만 보면 되는데, 왜 계속 구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페이센스 논란, 인기 누렸던 이유 살펴봐야

국내 OTT 서비스들은 현재 콘텐트에 큰돈을 베팅하고 있다. 볼 만한 콘텐트를 계속 공급하기 위해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콘텐트 투자 역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애초에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좋은 콘텐트가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비결이 자본은 아니지 않나.
 
구독형 OTT는 가입자 수가 성장의 척도다. 이 숫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큰 위기일 텐데.
한국의 개별 업체는 위기 국면에 놓인 게 맞다. 투자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데 성장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서비스는 어떤 분야에서 특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특징도 없다. OTT를 보는 고객은 정해져 있고, 이들을 두고 뺏고 뺏기는 구독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샌 토종 OTT 업계도 적극적으로 전략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플러스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KT‧LG유플러스와도 공동전선을 펼친다. 왓챠는 완전히 탈바꿈한 새 플랫폼을 론칭할 계획이다.  
시장을 뒤바꿀 만한 전략인지는 모르겠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티빙의 PIP(플랫폼 인 플랫폼) 방식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티빙 내 특별관을 만들었는데도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그 부담은 티빙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만 웃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처음 한국 시장을 두드릴 땐 국내 이동통신사의 PIP 방식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점점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만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넷플릭스도 적극적인 경영 전략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연합뉴스]
위기를 타개하고자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기업도 있다.  
냉정하게 판단해 보자. 전 세계에서 K콘텐트가 인기라지만, 이걸 보겠다고 지갑을 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기업이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 진출한 상황에서 한국 플랫폼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치솟는 물가도 OTT 서비스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구독경제의 특징은 한 번에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제품과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거다. 언뜻 가성비가 좋아 보이기에 인플레이션 국면이 꼭 불리한 건 아니다. 다만 물가가 올랐는데도 이용료를 올리는 게 어렵다는 점은 문제다. 이들 서비스의 가격 인상은 필수소비재 가격 인상보다 소비자 저항이 크다. 고객 입장에선 한 번 내고 마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꾸준히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 OTT 업체가 반등할 수 있을 만한 전략은 없을까.
넷플릭스의 대응을 눈 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이 회사는 넷플릭스닷숍을 오픈하고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 같은 파생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광고 없음’은 그간 넷플릭스의 정체성이었는데, 이를 버리고 광고를 단 저가 요금제 도입을 검토할 만큼 몸부림을 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렸는데, 이 역시 본업인 이커머스에서도 뚜렷한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서비스도 구독료가 아깝지 않은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당장은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다.  
맞다. 이건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론 한국 기업 모두가 복잡한 이해관계를 초월한 연대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넷플릭스의 위상조차 뛰어넘는 토종 플랫폼이 나와야 소비자도 다시 OTT에 열광할 것이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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