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파리바게뜨 노조 “내가 만든 빵 먹지마”…발등 찍는 ‘불매운동’ [이코노 EYE]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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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파리바게뜨 노조 “내가 만든 빵 먹지마”…발등 찍는 ‘불매운동’ [이코노 EYE]

자사 제품 불매 운동 나선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
‘노노 갈등’으로 격변…불매운동 ‘제 발등 찍기’ 지적

 
 
파리바게뜨 전경. [연합뉴스]

파리바게뜨 전경. [연합뉴스]

“우리는 노동착취로 만들어지는 빵을 먹지 않겠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 중 일부가 자신들이 만든 빵을 먹지 말아 달라며 ‘자사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민주노총 화섬노조 소속 노조원들이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여성민우회, 민주노총 인천본부, 청년유니온, 청년행동 등 수많은 단체들이 불매운동 참여를 선언했다.  
 
불매운동 이유는 이렇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을 탄압하고 연차 휴가, 점심시간 등 휴가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제빵기사들이나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가맹점주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제빵사의 휴가권 보장은 가맹점주와의 조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인데다 노조탄압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마치 5000여명의 제빵기사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그러잖아도 파리바게뜨는 노노갈등을 겪으며 격변을 겪어왔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현재 한국노총 산하의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과 민노총 화섬노조로 양분된 구조다. 초창기 세를 잡은건 민노총이었지만 현재 제빵기사들의 대표 노조는 한노총이다.  
 
한 때 700여명까지 가입자수를 확보했던 민노총은 이들의 활동에 반감을 가진 제빵기사들이 한노총으로 옮겨가면서 주도권을 잃었다. 현재 민노총 화섬노조에 남은 제빵기사들은 200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5월 민노총 소속 제빵기사 주도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노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이라기 보다는 한노총에 뺏긴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중들의 시선도 의아하다. 특정 성향의 시민단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본인이 만들어 팔고 있는 빵을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더구나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나에게 부당한 처우를 했다고 불매운동을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동참을 요구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노조의 ‘파업’은 많이 들어봤어도 ‘불매운동’은 쉽게 찾을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이번 불매운동은 일부 이해관계 집단의 이익에 들어맞을지 몰라도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불매로 인한 손실을 ‘동료’와 ‘가맹점주’가 고스란히 떠안아 하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SPC 파리바게뜨 불매운동. [사진 너머서울]

SPC 파리바게뜨 불매운동. [사진 너머서울]

3년 전 시작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떠올려보자. 지난 2019년 8월 일본 정부가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자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일본 브랜드 제품 판매량은 급감했다.  
 
한참 잘나가던 SPA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이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수입맥주 1위를 달리던 일본산 맥주는 순위 밖으로 밀리며 자취를 감췄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부당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기저에 깔렸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SPC 불매운동은 현재 시민단체 동원을 통해 명맥만 간신히 이어나가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뒤늦게 이들도 이상함을 감지한 걸까. 민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화섬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노조가 SPC 불매를 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제빵기사들의 인권과 노동기본권이 침해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시민들이 자발적 불매를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책임회피인지 뒤늦은 발뺌인지는 이제와서 중요하지 않다. 노동현장에서 ‘혼자가 아닌 우리’를 외치면서 수천명의 동료들과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이들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에 가깝다. 요새 자주 회자되는 ‘올바른 노사 문화’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불매를 외친 이들 스스로 따가운 눈총과 비난의 이유를 더 잘 알 것이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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