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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하이앤드 브랜드', 희소성이 사라진다

하이앤드 브랜드 앞세운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 비중 50% 넘겨
삼성물산, GS건설 등 기존 브랜드 유지하는 건설사가 ‘최후의 승자’ 될 수도

 
 
대우건설이 시공한 고급화 브랜드 적용단지 '과천 푸르지오 써밋' 전경 [사진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시공한 고급화 브랜드 적용단지 '과천 푸르지오 써밋' 전경 [사진 대우건설]

 
최근 대형건설사 실적에 주택 브랜드 가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하이앤드(High-end), 또는 프리미엄(Premium)이라 불리는 고급화 주거 브랜드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몇 년 새 ‘주택실적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시공사 간 경쟁이 치열한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선 브랜드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고급주택 브랜드가 없던 건설사들도 올 하반기 들어 앞다퉈 새 브랜드를 출시하는 추세다.  
 
그러나 일각에선 ‘하이앤드 무용론’ 또한 등장하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원들 눈높이가 높아지고 시공사 간 실적경쟁이 심화하며 지역 입지, 3.3㎡당 가격 등 엄격한 기준이 점차 희미해진 영향이다. 결국 고가 브랜딩의 필수 요소인 ‘희소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잘 만든 브랜드 하나, 주택사업 실적과 직결

국내 주택사업은 2015년부터 본격화한 부동산 경기호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 건설시장 ‘셧다운’ 등의 영향으로 만개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주택사업 실적을 주도했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하이앤드 브랜드를 내놓은 시기 역시 2015년 전후다.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택을 주력으로 하던 업체 외에도 대우건설, GS건설 등 종합시공능력 최상위원 업체들의 주택사업 비중은 50%를 넘겼다. 대한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 주거용 건축공사 수주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6% 증가했다.      
 
대형건설사별 고급화 아파트 브랜드 현황

대형건설사별 고급화 아파트 브랜드 현황

특히 현대건설은 대형건설사 중 주택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을 이룬 기업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은 창사 이래 최초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7조원을 달성하며 4년 연속 업계 1위를 노리고 있다. 그 배경에는 2015년 출시한 ‘디에이치’가 있다. 디에이치는 DL이앤씨 ‘아크로’,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등 타사 고급 브랜드에 비하면 후발주자이지만 강남권, 용산을 비롯한 서울 주요 정비시장에서 공격적인 수주전략을 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에 시공권을 확보한 주요 단지 역시 디에이치 적용을 제안해 수주에 성공했다. 총 공사비 규모로 1~2위인 광주 광천동 재개발(1조7660억원)과 과천8·9단지 재건축(9830억원)이 대표적이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이름값은 있지만 원래 아파트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지 않나”라며 “요즘 현대가 주택시장에서 잘 나가는 데는 디에이치가 큰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앤드 브랜드는 기존에 수주한 시공권을 지키는 데도 보탬이 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광주광역시 최초로 광천동 재개발에 하이앤드 브랜드를 제안하면서 역시 광주에 위치한 신가동 재개발 역시 시공단에 DL이앤씨 ‘아크로’ 적용을 요청해 결국 받아들여졌다. 서울 신길뉴타운에선 대우건설이 2018년 수주한 신길10구역(남서울아파트) 재개발에 푸르지오써밋을 제안해 해당 안건이 지난 5월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확정되기도 했다.  
 

정점 찍은 하이앤드 전성기, ‘반짝 효과’에 그칠까

포스코건설이 지난 13일 기존 ‘더샵’과 차별화된 ‘오티에르’를 출시한 데 이어 SK뷰를 보유한 SK에코플랜트 또한 하반기 내 신규 고급 브랜드를 선보이기로 계획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은 한성희 대표이사(사장) 지휘 아래 주택실적을 높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서울 및 주요 광역시 정비시장에서 시공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2020년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공사비 협상에 난항을 겪던 포스코건설 대신 ‘르엘’을 제안한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변경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하이앤드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한때 노량진7구역 시공계약 해제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이처럼 하이앤드 브랜드가 없는 시공사들이 난감한 상황을 겪는 사례는 흔하다. 최근 GS건설은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 조합에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조합이 단지명에 ‘그랑자이’ 적용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 GS건설은 “당사 브랜드 정체성 및 가치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그랑’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최종적으로는 삼성물산, GS건설 등 기존 브랜드만을 고수하는 시공사가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 건설사는 “당사 브랜드는 그 자체로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래미안, 자이 등 기존 브랜드에 수십 년 소비한 브랜딩 예산과 주택시장에서 자리 잡은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감안했을 때 새 브랜드 도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찍 고급 브랜드를 론칭한 회사들이 몇 년간 정비사업 수주에서 유리했던 것이 사실이라 타 회사들도 신규 브랜드 도입에 대해 많이 고민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하이앤드’라는 원래 취지와 달리 조합 요구에 따라 적용단지가 늘수록 결국 고급 브랜드는 일반화되고 소비자에게 기존 브랜드만 사양화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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