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주가엔 큰 영향 없어 [이종우 증시 맥짚기]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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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적 주가엔 큰 영향 없어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 고점대비 30% 하락, 기업 실적 주가 선반영
앞으로 코스피 대형주 중심으로 상승 가능성 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환율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했던 때가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외환에 너무 크게 당해서인지 한동안 주가가 원·달러 환율과 같이 움직였다. 원화가 강해지면 주가가 올라갔다가, 반대로 원화가 약해지면 떨어지는 형태였다. 1998년 10월에 결정적인 한 방이 있었다. 140엔을 오가던 엔·달러환율이 이틀 사이에 110엔으로 떨어졌다. 달러 강세가 끝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300 부근에 있던 코스피 지수가 8개월 만에 1000을 넘었다. 
 
또 한 번은 금융위기 직후다. 원·엔 환율이 1400원을 넘었다. 환율 덕분에 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 자동차회사의 가격 경쟁력이 1.6배 높아졌다. 국제시장에서 자동차 가격을 30% 깎아 줘도 과거와 비슷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때마침 발생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까지 겹쳐 현대차가 분기에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고, 주가가 30만원까지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에 좋고, 반대로 하락하면 내수기업에 좋다고 얘기한다. 우리 기업 대부분이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데, 내수기업은 주로 국내에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원화가 강할수록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수출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내다 판 금액이 원자재 수입액보다 크기 때문에 원화가 약할수록 이익을 많이 내게 된다.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현실과 꼭 부합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때 주가가 상승하고, 반대로 올라갈 때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경제가 좋을 때 원화가 강해지는데, 그 힘이 다른 모든 요인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경기 나빠지면 4분기엔 기업 이익 줄어들 듯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었다. 원화가 약한 건 달러가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에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0 정도였다. 최근에 108을 넘었다. 1년 사이에 달러가 20% 강해졌으니까 원화를 비롯한 상대 통화는 20%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 채산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현대차가 탄탄한 흐름을 유지한 걸 보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이 주가에 이미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종목별로는 그렇지만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 환율 변동이 커지면 경제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데,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됐다.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만큼 나오거나 약간 덜 나오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을 거로 보인다. 그동안 주가가 크게 떨어진 걸 감안하면 괜찮은 결과가 될 거로 점쳐진다.  
 
주가, 경기, 기업실적은 정해진 관계가 있다. 주가가 떨어지고 6개월 정도 지난 후에 경기가 둔화되고, 그다음에 이익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아직 국내외 모두에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없다. 경기 확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걸 부인할 수 없지만, 실제 수치는 여전히 탄탄하다. 이는 아직 기업이익이 줄어들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미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하는 기업의 2분기 매출액과 주당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6%, 5.7% 늘어날 거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저 증가율이지만 주가 하락 폭에 비해서는 작다. 아직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경기가 나빠지면 3분기나 늦어도 4분기에는 이익 감소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익 선행지표들이 빠르게 내려오고 있어서 전망이 밝지 않다.  
 
과거에 미국 경제 둔화가 소폭 하락으로 마무리됐을 때 이익은 5%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1986년을 비롯해 최근 사례인 2018년까지 다섯 번이 그랬다. 이보다 큰 경기침체가 오면 이익이 20% 정도 줄었다. 2008년 같이 금융위기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 순수하게 경기만 침체했을 때가 그렇다. 이번 경우와 유사한 사례다.
 
코스피와 나스닥이 고점에서 30% 가까이 떨어졌다. 이익 감소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거로 보인다. 주가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근접했기 때문에 앞으로 실적이 시장이 예상하는 대로 나온다면 주가의 추가 하락이 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예상과 달리 이익이 30% 넘게 감소하는 경우다. 주가가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이익이 하루아침에 나빠지지 않는다. 이익 감소가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린다면 이는 연말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투심악화가 주가 하락폭 더 키워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9.1% 상승했다. 시장 입장에서 보면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5월 물가가 8.6%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나온 후 코스피가 10% 넘게 떨어지는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이 크지 않았다. 지표가 발표되고 며칠간 매수-매도가 접전을 벌어졌지만 2300선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최근 하락한 유가가 이번 물가 지표에 반영되지 않아 주가 하락이 제한적이었다고 얘기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5월 물가지수 발표 후 한 달간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이미 인플레이션은 익숙한 변수가 됐다.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기 힘든 상태가 된 결과다.  
 
재료의 역할이 약해지면 주식시장은 본질적 가치로 돌아온다. 지금 기업실적에 맞는 주가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지난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245조원이었다. 올해나 내년에 지난해보다 이익이 30%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해당 수치가 170조원으로 낮아진다. 2017년에 198조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때 코스피가 최고 2600까지 올라갔다. 이 사례를 감안하면 영업이익 170조원일 때 코스피 2300이 터무니없는 수준이 아니다. 이미 시장은 30% 이익 감소까지 각오하고 있다.
 
주가는 하락하지 않으면 올라간다. 주변 여건이 나빠 계속 밀어 내리려 하는 데에도 밀려 내려가지 않으면 반대로 상승한다. 주식시장이 여러 악재를 이겨내는 걸 보면 지금이 바닥일 수 있다. 그런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투자자들은 가장 좋은 주식부터 사들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회사 주가가 10% 가까이 상승한 사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분위기에 압도돼 시장을 너무 나쁘게 봤던 게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향후 코스피 움직임을 보여주는 신호라면 앞으로 주식시장은 대형주 사이를 옮겨가면서 상승을 이어갈 것이다. 대형주가 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믿을 수 있는 회사라는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닥에 대한 투자자의 확신이 더 강해지면 매수가 대형주를 떠나 다른 쪽으로 옮겨 갈 것이다. 대형주 말고도 주가가 떨어진 종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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