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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외환거래' 4조…당국 칼날, 전 은행권 확산되나(종합)

우리·신한銀 이상 해외송금액 2.1조→4.1조로 증가
29일까지 다른 은행도 외환거래 자체 조사 후 당국에 보고
은행권 "외환거래 자금 출처 확인 어려워"…내부통제 허점 드러냈다 지적도

 
 
은행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상 외환거래 여파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기세다. 금융당국이 은행 2곳의 외환거래를 중간 조사한 결과, 송금 거래 규모는 기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에서도 이상 외환거래가 추가 발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횡령 등으로 은행권 내부통제시스템 미흡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이상 외환거래 사태까지 겹치며 시중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감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당국은 조사 결과, 은행의 잘못이 확인되면 엄중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송금액 2.1조→4.1조…김치 프리미엄 노렸나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확인한 외화송금 거래 규모가 잠정적으로 총 4조1000억원(33억7000만 달러), 22개업체(중복제외)로 최초 은행이 보고한 규모인 2조1000억원(20억2000만 달러), 8개업체보다 증가했다고 중간 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지난달 말 우리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서울의 한 지점에서 약 1년간 8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거래가 일어났음을 발견하고 금감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신한은행도 한 지점에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거래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우리은행에서는 2021년 5월3일부터 2022년 6월9일까지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총 1조6000억원(13억1000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은 2021년 2월23일부터 2022년 7월4일까지 11개 지점에서 1238회에 걸쳐 총 2조5000억원(20억6000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다. 두 은행이 내놓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사진 금융감독원]

[사진 금융감독원]

 
두 은행을 통한 송금국가와 액수를 보면 홍콩이 25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4억 달러, 미국이 2억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감원의 주요 점검 대상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이며, 총 44개 업체, 송금 규모는 53억7000만 달러(약 7조원)다. 물론 이는 금감원이 은행권에 자체 조사하도록 한 주요 점검 대상 규모여서 점검 결과 정상거래로 확인될 여지는 있다.  
 
금감원은 이번 이상 외환거래와 관련해 "일부 거래는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자금과 일반적인 상거래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섞여서 해외로 송금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을 노린 불법 외환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다른 은행에서도 이상 외환거래가 발견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29일까지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들에도 자체 조사결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다른 은행권에서도 추가로 이상 외환거래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외환거래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것이라면 관련 업체들이 굳이 은행 2곳만 이용할 이유가 없다"며 "다른 은행과도 연관된 외환거래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금융감독원]

[사진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이번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은행에 책임이 있다면 엄중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이 증빙서류 확인 없이 송금을 취급했거나 특금법상 고객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등 외환업무 취급 및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금감원의 이번 중간 조사 발표와 관련,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가 금감원의 최종 조사 결과가 아니고 다른 은행들의 자체 조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금 시 서류 상 문제 없다면 이상 정황 파악 어려워”

이번 이상 외환거래 사태가 무조건 은행만의 잘못으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은 외환송금 절차상 해당 업체가 송금하려는 자금의 출처를 직접적으로 알 수 없다. 업체가 제시한 서류를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외환거래 자금 원천에 대해 은행이 업체에 일일이 물어보지도 않고 물어볼 수도 없다"며 "어떤 거래에 있어서 정황상 보이스피싱 같은 문제로 여겨지면 신고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외환거래의 경우 서류만 제대로 준비해오면 이상한 정황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국내 주요 은행들은 이번 이상 외환거래에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이 송금역할을 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지만 특정 은행이 자금세탁을 도왔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중간 조사 발표 후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은행들의 책임 여부와 관련 "(외환거래)업체가 자본금이 낮고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설업체인데 송금액이 많다면 (은행이)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느냐"며 "자금세탁방지 요건 등에 대해 (은행이) 합리적인 의심을 했는지가 중요하고, 서류에서 이상을 느껴 어느 정도 확인하려고 시도했다면 은행으로서의 노력을 한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술한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직원이 공모한 건 아니라 해도 거액의 외환거래가 반복적으로 진행됐다면 해당 자금과 관련 업체에 대한 확인 노력이 더 적극적이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금융권에서 횡령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후 나온 것이라 내부통제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은행들이 송금에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세울 순 있지만 이는 스스로 내부통제가 허술하다고 인정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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