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비명 커진다’…美 3차 자이언트스텝 우려에 한은 고심↑
9월 미 연준 3번째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할 수도
한미 금리 차 역전 갈수록 확대돼
주담대 변동금리 최고 연 6% 돌파 기정사실화
#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40대 중반의 주부 A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 만료일이 다가와 연장을 했는데, 금리가 기존 연 4%대에서 5.6%로 훌쩍 뛰었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A씨는 생활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만든 마통이 사용도 못 할 수준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영끌과 빚투(빚내서 투자)만이 아니라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날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번째 자이언트스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통화정책에까지 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연준, 3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커져
외신 등에 따르면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지난 8월 6일(현지시간) 미 콜로라도주에서 캔자스은행협회 주최로 열린 행사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의미 있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하락할 때까지는 (자이언트스텝과) 비슷한 규모의 금리인상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내 견해”라고 말했다. 보먼 이사는 물가상승률이 정점이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관측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일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0.75%포인트 인상도 괜찮다”고 전한 바 있다. 미 연준 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로 꼽히던 에번스 총재가 매파적(통화긴축) 발언을 내놓으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낮춰야 한다는 게 연준 인사들의 공통된 입장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두 번의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이 꺾인 것이 확인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것으로 분석된다. 뉴욕 연준에 따르면, 앞으로 1년 후 물가 상승에 대한 소비자기대심리를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7월 6.2%로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인 상황이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상승률은 7월 들어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9.1%를 기록한 상황이다. 미 연준이 기대인플레이션과 함께 이 수치를 낮추기 위해 9월에 자이언트스텝 및 최소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미 연준의 빠른 긴축에 여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JP모건은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 전망치는 0.5%포인트 인상이다. 이는 고용상황이 견고하게 나온 이유로, 지난 5일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7월에 52만8000개 증가해 전망치를 두 배 가량 웃돌았다.
한은 추가 빅스텝 불가피할 수도…이자 부담 증폭 우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2.25%로 미국보다 0.25%포인트 낮다. 한은이 8월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을 밟고, 미 연준이 다음 달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할 경우 한미 금리 차는 0.75%포인트로 확대된다. 금리 역전 폭이 심해질수록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결국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은이 하반기에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기준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20~5.959%로 최고 금리가 6%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체의 78.1%, 기업대출은 71.6%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36개국 중 가장 높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기에 부채 부담으로 인해 가계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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