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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정지했는데…모르는 사람이 ‘교통카드’ 찍고 다녀

카드 정지 1~3일 후에 교통 기능 정지 가능
대다수 소비자 지연되는 내용 인지 못해
카드사, 도난사용에 대해선 전액 변제…소비자가 되려 악용하는 사례도
교통카드 운영사 “실시간 승인 변경 현재로선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인 황모씨(26)는 얼마 전 지갑을 잃어버려, 곧바로 카드사에 연락해 분실신고 처리하고 신용카드를 정지시켰다. 그런데 얼마 후 ‘교통카드 기능은 계속 쓸 수 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와 아리송해졌다. 다음날 황씨는 인근 파출소에서 지갑을 찾았다. 이후 문득 어제의 메시지가 떠올라 정지해제를 하지 않은 채 카드를 지하철 단말기에 갖다 댔다. ‘삑’ 소리와 함께 개찰구를 통과한 황씨는 순간 의아한 기분을 느꼈다.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신용·체크카드가 분실신고를 해도 며칠 간은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블랙 컨슈머(악성 소비자)는 이 점을 악용해 부정사용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부정사용 사례가 극히 적어 소비자 피해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나, 대다수 카드 이용자들은 교통카드 기능이 지연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1일 금융권과 교통카드 업계에 따르면 카드를 정지시켜도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정지되는 데엔 1~3일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내엔 정지된 카드더라도 버스나 지하철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일반 가맹점과 후불교통카드 결제의 정산 과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일반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실시간으로 승인과 결제가 이뤄진다. 즉각적으로 정산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분실신고를 하면 일반적인 물품 결제는 곧바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지하철·버스 등 교통카드는 실시간 승인이 아니다. 먼저 이용자의 결제 데이터를 티머니, 캐시비 등 교통카드 운영사가 취합한 뒤 이를 카드사에 넘겨 한꺼번에 정산하는 구조다. 여기에 각 단말기마다 데이터 취합의 속도가 상이해 취합하는 데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지하철은 카드 단말기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어 소요 시간이 짧지만, 버스는 단말기가 각 차량에 별도 부착돼 있어 최대 3일까지 걸리는 것이다.
 
후불교통서비스 유의사항 안내. [사진 KB국민카드 홈페이지]
교통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각각 교통카드에는 알리아스(Alias)라는 고유의 메모리 주소가 부여되는데, 정지 신청을 하면 해당 알리아스를 전국 모든 단말기에 다 고지해야 한다”며 “물리적으로 적어도 최소 하루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드사와 교통카드 운영사는 분실카드의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부정사용하는 사례는 매우 적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액이 소액인 만큼 고객이 어느 정도 후불교통카드 기능 정지의 시차를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대부분 소비자가 분실신고 후 후불교통카드 기능도 함께 차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한 소비자는 “신용카드 정지 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고지서 금액이 이상해 알아보니, 뒤늦게 모르는 사람이 후불교통카드 결제를 이틀이나 사용한 것을 발견했다”며 “당연히 카드 정지를 신고하면 교통카드 기능도 중단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카드사는 분실신고 이후에 교통카드 결제가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조사해보고 고객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해당 금액을 전액 변제해준다. 문제는 이 변제 조건을 꼼수로 악용하는 블랙 컨슈머 사례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 5개를 이틀 간격으로 중단시켜 기능이 막히는 시점까지 자유롭게 사용한 이용자도 있다. 그에 따르면 부정사용이지만 소액인지라 카드사가 이를 조사하는 등 조치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카드 운영사는 이 같은 부정사용 사례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시간 승인’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통카드 업계 관계자는 “수천만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변경하긴 현재로썬 어렵다”며 “최대한 승인 처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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