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의 네옴시티 수주 도전, ‘로봇’보다 더 ‘큰 그림’ 그렸다…핵심은 ‘재난 방지’
빌딩·로봇은 곁가지…도시 조성 부문 참여 도전
사업 초기 합류하면 수주 사업 확대까지 가능
‘진짜’는 따로 있다.
네이버의 ‘네옴시티’ 사업 수주 핵심 전략은 ‘자연재해 방지’로 확인됐다. 5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사업수주에 도전하고 있는 정부·네이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네이버는 ‘디지털트윈’을 무기로 도시 조성 계획 수립·수정 사업 부문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재난·재해에도 도시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밑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세계를 가상에 정밀하게 구현, 시뮬레이션 등 모의실험을 진행하는 개념을 말한다. 새로운 건축물·도시 따위를 현실에 구현하기 전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찾아내거나 구상한 취지에 맞게 시설물 운영이 가능한지를 살피는 데 사용되곤 한다. 스마트시티 실현을 위해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로봇·클라우드 솔루션 분야 참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이버가 그리는 그림은 이보다 더 방대하다. 건물 단위가 아닌 도시 조성 사업 참여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700조원 이상 투입 네옴시티 구축 초기부터 참여하나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산악지대를 인공도시로 탈바꿈하는 계획이다. 예상 부지는 약 2만6500㎢로 서울보다 44배 넓다. 사우디 정부가 지난 2017년 5000억 달러를 네옴시티 건설에 배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1조 달러가 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화로 70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네옴시티는 크게 ▶아카바만(灣)부터 네옴국제공항(설립 예정)까지 170㎞를 폭 200m·높이 500m의 유리 장벽으로 연결하는 수직형 주거단지 ‘더 라인’ ▶홍해 연안과 바다 위에 7㎞ 너비의 해상 부유 산업단지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옥사곤’ ▶해발 1500∼2600m 고원에 인공호수·호텔·스키장 따위의 시설을 짓는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이뤄진다.
네옴시티 규모와 조성 목표를 고려하면, 완공까진 다양한 변수 해결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된 트로제나가 대표적이다. 인공호수가 들어서는 고원은 겨울에 종종 섭씨 0도 이하로 떨어진다. 결빙으로 변화하는 담수 부피와 강설량 등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또 해상 부유 산업단지인 옥사곤 역시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을 고려해야 한다. 주거 지역인 더 라인도 에너지 소비량과 이를 충당할 태양광 발전 인프라 등의 정확한 예측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특히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 구축이 ‘자연환경의 최소한 변화’를 지향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탄소 배출량 제로(0)’의 친환경 도시를 대외적으로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목표의 실현 가능성도 도시 조성 과정에서 살펴야 하는 지점으로 꼽힌다.
건물·인프라 시설 등이 건축된 뒤 재난·재해·주거생활 오염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해결이 어렵다. 다시 이를 바로 잡으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탄소 제로 실현도 마찬가지다. 사우디 정부는 이 때문에 도시 조성 계획 수립 및 수정에도 많은 비용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옴시티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건설·인프라 조성과 관련돼 있다. 네옴시티 자체가 대형 도시 건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건물을 올리지도 않고 직접적으로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아니다. 그런데도 건설·에너지 기업과 같은 시기에 수혜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가 이들 기업 기업처럼 인프라 조성 사업에 참여를 노리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이번 네옴시티 수주에 자회사 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하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그룹 내 연구개발(R&D)을 담당하며 디지털트윈 핵심 기술을 확보해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IDC를 운영하며 데이터 처리·관리 노하우를 쌓은 기업이다. 이들은 국토교통부가 중심이 돼 꾸린 수주 지원단 ‘원팀 코리아’에 참여, 지난달 사우디를 방문해 실무단과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서울시 ‘S-맵 프로젝트’로 네이버 기술력 뽐내
해당 자리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디지털트윈이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우디 인사들은 지난 원팀 코리아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1784를 찾은 자리에서도 특히 재해 시뮬레이션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고 우리 역시 관련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시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6년에 걸쳐 완공한 1784 사옥은 설계부터 디지털트윈 기술이 적용됐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두 개의 형태로 사옥을 지었다. 로봇이 이해하는 디지털 세계를 별도로 만든 셈이다. 건물 내에서 다양한 기술적 결합을 시도할 수 있는 이유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랩스가 1784 사옥을 건설할 당시부터 꾸준히 쌓아온 디지털트윈 기술을 클라우드 솔루션 형태로 묶어 ‘아크아이’를 최근 출시했다. 고정밀 측위를 통해 현실 세계를 가상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됐다. 지하철·쇼핑몰·공항 등의 건물에 대한 공간 정보를 ㎝ 단위로 가상에 옮겨 ‘로봇의 눈’으로 활용할 수 있고, 기술의 효과 등을 미리 가상 공간에서 살필 수 있다.
해당 기술을 도시 단위로 확장하는 솔루션도 함께 공개했다. 아크버스로 명명된 이 솔루션은 네옴시티 수주의 핵심으로 꼽힌다. 아크아이에 네이버 자체 기술 얼라이크(ALIKE)를 더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항공사진과 차량으로 찍은 사진을 3D로 복원해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도시 모습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모바일 매핑 시스템(MMS) 데이터를 활용, 오차범위를 10㎝ 이내로 줄였다. 통상적인 맵핑 기술의 오차범위가 5m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기술력 수준에선 이미 네옴시티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기술은 범람·홍수 등을 대비해야 하는 도시 계획 마련에 적합하다. 수위 변화를 ㎝ 단위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 같은 기술을 실증한 트랙레코드도 쌓았다. 서울시가 추진한 S-맵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네이버는 17일간 2만5000장의 항공사진을 찍고, 이를 데이터화해 서울시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했다.
싱가포르는 이와 비슷한 사업을 지난 2018년 진행한 바 있다. 총사업비 700억원에 3년에 걸쳐 싱가포르 모습을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 가상으로 옮겼다. 반면 네이버는 S-맵을 2년에 걸쳐 완성했고 비용 역시 70억원 수준으로 낮추며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네이버의 핵심 역량인 플랫폼 구축도 네옴시티 수주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재난·재해를 반영, 도시 조성 계획을 짜는 일은 디지털트윈으로 가상을 현실에 구현하는 게 핵심이다. 동시에 유수량·배수로 면적·풍량·일조량·교통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네이버는 그간 이 같은 원천 데이터를 실생활과 밀접하게 가공,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외연을 키워왔다. 때문에 네옴시티에서 나오는 숱한 데이터를 아크버스에 그대로 옮겨 일조권·에너지 효율·홍수·가뭄·오염도 등 다양한 변수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네이버가 네옴시티 수주를 따내기까진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프랑스 다쏘스스템을 비롯해 미국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디지털트윈 핵심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스마트시티 학계 인사는 “네이버가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네옴시티 디지털트윈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값이 싸더라도 기술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수주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사우디 인사가 사옥을 방문한 점은 긍정적 신호로 여겨지지만, 디지털트윈 구축 레퍼런스가 다른 빅테크 기업과 달리 국내로 한정돼 있다는 점은 사업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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