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중국 게임 ‘원신’이 보여준 ‘욕 안먹는 과금’ 가능성 [서대문 오락실]

높은 캐릭터 뽑기 비용에도 불구 유저 만족도 높아
“국내 게임사들도 새로운 BM 고민해야”

 
 
 
 
원신 이미지 [사진 호요버스]
과거 중국은 게임 산업 분야에 있어 한국을 부러워했습니다. ‘던전앤파이터’, ‘미르’ 등 지금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들을 국내 게임사들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세가 역전됐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중국 게임들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중국 게임이 바로 ‘호요버스’에서 만든 멀티플랫폼 RPG ‘원신’입니다.
 
원신은 방대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총 7개의 지역으로 이뤄진 ‘티바트’ 대륙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3D 카툰 렌더링을 기반으로 아름답고 수준 높은 그래픽이 일품이며, 마치 중세도시와 동양 지역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물에서 헤엄을 치거나 벽을 타고 나무에 달린 열매를 채집하는 등 유저들이 원하는 모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원신에는 총 7가지 원소가 있습니다. 바람·물·얼음·불·전기·풀·바위 등 각 원소는 상호작용을 합니다. 가령 전기와 물 속성을 결합하면 감전 효과가, 물과 불 속성을 결합하면 증발 효과가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유저들은 스킬과 주변 환경을 이용해 시너지도 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음 원소 캐릭터인 ‘케이아’를 활용해 물을 얼려 없던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원신은 중국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PC, 모바일, 콘솔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특히 출시와 동시에 멀티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한 점도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특히 원신은 출시 당시 일본 게임인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표절했다는 의혹 등 각종 논란에도 불구, 높은 게임성으로 결국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모바일앱 및 시장 분석 업체인 ‘센서 타워’에 따르면 원신은 2020년 9월 출시 이후 약 6개월 만에 모바일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울러 2022년 5월에는 모바일 누적 매출 3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센서타워는 “원신이 6개월마다 평균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바일게임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원신은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열린 오프라인 행사 ‘원신 2022 여름축제’에는 3만명이 넘는 유저들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2년 11월 열린 ‘지스타 2022’에서도 원신 부스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당시 제2전시관에 부스를 차렸던 한 게임사 관계자는 “메인 전시관인 제1전시관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얼마나 올까 걱정했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며 “원신 부스를 보러 제2전시관으로 관람객들이 끊임 없이 밀려 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원신 여름축제 전경 [사진 호요버스]
최근 삼성전자와 호요버스가 손잡고 선보인 갤럭시Z 폴드4·버즈2 프로 원신 에디션은 판매 개시 14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원신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임업계에서는 원신을 두고 ‘대중성’과 ‘매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게임이라고 평가합니다.
 
보통 높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위 ‘뽑기’라고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모델(BM)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 MMORPG에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 이를 통해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매출과 비례해 유저들에게 ‘욕을 먹는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해 소위 ‘리니지라이크’라고 불리는 게임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게임들의 특징은 강해지기 위해서 많은 과금을 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과금 없이는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콘텐츠도 많은 상황입니다. 특히 과금을 통한 강화 시스템의 경우 유저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물론 원신 역시 과금 수준이 다른 게임과 비교해 결코 낮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원신의 BM은 5성 캐릭터 수집으로 요약됩니다. 보통 하나의 5성 캐릭터를 뽑기 위해서는 80~90뽑기, 즉 현금 20만~25만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5성 캐릭터가 나오더라도 그 자체적으로 50% 확률이 적용돼 원하지 않는 다른 5성 캐릭터가 나올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다음 5성 캐릭터는 원하는 캐릭터가 100%로 나오게 됩니다. 즉 이론상 100%로 원하는 5성 캐릭터를 뽑기 위해서는 현금 40만~50만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른 모바일게임과 비교해 ‘괜찮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5성 캐릭터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같은 5성 캐릭터를 다시 뽑아야만 합니다. 강화는 총 6단계로 최종 단계까지 강화하기 위해서는 같은 캐릭터를 6번 더 뽑아야 합니다. 즉 5성 캐릭터를 총 7번 뽑는 셈이죠. 이를 계산해보면 50% 확률로 매번 원하는 5성 캐릭터를 뽑았다고 가정해도 최소 현금 140만원 가량을 질러야만 최종 단계로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확률상 현금 200만원 이상을 써야 최종 단계 강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번 50% 확률을 뚫을 순 없으니까요.
 
특히 원신의 5성 캐릭터들은 특정 기간 동안만 구매가 가능합니다. 해당 기간을 놓치면 언제 또 같은 5성 캐릭터가 나올 지 알 수 없습니다. 이에 유저들은 필요한 5성 캐릭터가 나올시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들여 캐릭터 뽑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이런 원신의 고과금에 대해 욕을 하는 유저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5성 캐릭터가 없어도 ‘나선 비경’ 등을 제외하곤 전체 콘텐츠 및 스토리를 즐기는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재화를 꾸준히 모아서 5성 캐릭터를 뽑는 방법도 존재합니다.  
 
다른 모바일게임의 경우 과금 없이는 성장이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원신은 애초에 다른 유저와 경쟁을 하는 게임이 아니기에 성장 제한보다는 해당 캐릭터에 대한 애정, 스스로의 만족에 과금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6단계 강화 역시 각 강화 단계에 따른 효과가 존재해 유저 스스로 강화를 지속할 수도 멈출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아이템 강화의 경우, 엄청난 과금을 하고도 강화에 실패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가 많은 반면, 원신은 확정적으로 캐릭터를 뽑게 해주고 강화를 성공시켜 주기에 실패에 따른 스트레스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신 여름축제 전경 [사진 호요버스]
 
다만 이런 방식은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야만 가능합니다. 캐릭터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유저들이 해당 캐릭터를 뽑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발사 호요버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 캐릭터에 대한 서사 및 콘텐츠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문가들은 원신의 성공을 바라보며, 국내 게임사들도 느끼는바가 있어야한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높은 기술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유저 스스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지금처럼 억지로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게임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어느순간부터 높은 과금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며 “현재의 BM 구조는 단기간 매출을 올리는데는 효과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게임의 수명을 갉아먹게 된다. 이제는 새로운 BM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2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3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4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5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6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7 尹,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유가족과 입장

8심상치 않은 친환경차 부진...“그래도 대안은 있다”

9잠실구장에 뜬 신동빈 회장…선수단에 '통 큰' 선물

실시간 뉴스

1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2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3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4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5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