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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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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세탁 필요 없어요”…친환경 호캉스 ‘그린스테이’ 체험해보니

산업 일반

“객실 청소랑 침구 세탁 안 해주셔도 돼요” 친환경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이 중요해지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다양한 대비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호텔업계에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 선순환에 기여하기 위해 다회용 디스펜서를 도입하는 한편 무상으로 제공했던 일회용 칫솔·치약 세트를 유상으로 판매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국내 다양한 호텔들은 호텔 운영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일회용품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린 스테이’를 전개하고 있다. 프랑스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의 4개 브랜드로 구성된 서울드래곤시티도 다양한 친환경 요소를 접목한 숙박 형태를 선보이며 환경보호에 동참 중이다. 친환경 호캉스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드래곤시티에서 그린 스테이를 직접 체험해봤다. ━ 그린카드부터 스톤페이퍼…일회용 규제법에 ‘만반의 준비’ 객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그린카드’다. 그린카드는 그린 스테이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로, 호텔에 머무는 투숙객이 사용했던 수건이나 침대 시트를 매일 세탁하지 않고 재사용해도 좋다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린카드 사용으로 세탁물이 줄면 물과 세제의 사용량도 감소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서울드래곤시티 내에서 ‘그랜드 머큐어’를 포함해 취사가 가능한 호텔 객실에는 환경부 인증 업체의 친환경 주방 세제와 세탁세제가 비치돼 있으며 업무용 책상엔 플라스틱 볼펜 대신 나무 연필이 구비돼 있다. 서울드래곤시티 내의 ‘노보텔 스위트’와 ‘노보텔’ 객실에 제공되는 어메니티는 모두 생분해가 되는 돌로 만든 종이인 ‘스톤 페이퍼’로 포장돼 있었고 욕실 내에는 다회용 디스펜서 어메니티가 구비돼 있다. 객실 밖에서도 친환경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호텔 내에 있는 모든 식음업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녹말·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달걀 요리에는 방목 사육한 닭이 낳은 ‘케이지 프리’ 달걀을 사용 중이다. 또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투고 용기는 자연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친환경 밀짚 소재로 만들어졌고, 테이크아웃 컵은 대나무로 만든 종이가 사용된다. 호텔 지하 2~3층 주차장에는 20개 이상의 전기차 충전소도 설치돼 있다. 이외에도 서울드래곤시티는 아코르의 지속가능한 개발 캠페인인 ‘플래닛 21’을 전개하며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플래닛 21의 일환으로 모든 객실에 무상으로 비치했던 치약·칫솔 세트를 원하는 투숙객에게만 유상으로 제공하며 치약·칫솔이 필요한 투숙객은 최소 1000원부터 원하는 금액을 기부하면 된다. 그랜드 머큐어와 노보텔 스위트 객실 내 욕실 두루마리 휴지는 재사용하며 재사용 시 아코르 플래닛 21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 ‘어메니티’를 친환경으로…“대중화엔 시간 걸릴 듯” 서울드래곤시티 외에도 친환경 실천을 위한 아이템을 포함한 패키지부터 비건 라이프 실천을 위한 객실 패키지, 그리고 호캉스를 즐기며 비건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비건 콘셉트 룸까지 다양한 종류의 그린 스테이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 관련 법안이 이르면 내년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호텔업계는 어메니티를 점차 대용량 디스펜서나 비건 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의한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늦어도 오는 2024년부터는 일회용품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객실 50개 이상의 숙박업소는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은 지난봄 ‘스프링 위드 비건 뷰티 패키지’를 선보였다. ‘스프링 위드 비건 뷰티 패키지’는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어 쓰레기가 남지 않는 고체 샴푸바와 린스바 사용을 통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기획됐다. 롯데호텔 제주는 바다 환경보호를 위해 기부도 하고 친환경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세이브 디 얼스(Save the Earth)’ 패키지를 선보이고, ‘ACE 비치코밍(Beachcombing)’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비치코밍은 해변을 뜻하는 비치(Beach)와 빗질을 뜻하는 코밍(Combing)의 합성어로 해변을 빗질하듯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활동을 의미한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비건 콘셉트 룸인 ‘비건 전용 객실’을 도입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비긴 비건(Begin Vegan)’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불과 베개커버, 타월과 가운, 욕실 매트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 구성했고, 조식에 비건 빵과 대체육 등 다양한 친환경 식음료를 제공하는 ‘비건 미식’도 제공하고 있다. 호텔업계가 친환경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진짜 친환경’을 실천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객실 청소랑 침구 세탁이 필요 없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그린카드의 경우 장기 투숙객들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고, 브랜드 어메니티도 여전히 플라스틱병에 담겨 구비돼 있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무수한 요소들이 호텔에 포진해있다는 지적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의 ‘어메니티’를 보고 호캉스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환경 오염과 직결되는 어메니티를 어떻게 친환경으로 바꿀지가 업계의 큰 과제”라며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하이엔드 글로벌 브랜드들은 규정상 호텔에 다회용기로 제품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정부 정책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친환경적 요소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업계도 그린 스테이가 대중화된 숙박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2.11 09:00

4분 소요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하자 호텔 투자상품 다시 인기몰이

부동산 일반

부동산디지털수익증권(DABS) 거래 플랫폼 카사(Kasa)가 처음 선보인 호텔 투자상품인 부티크호텔 ‘Le Lit’(르릿)’이 투자자 모집 공모 개시 5분여만에 조기 완판됐다. 정부의 방역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앞으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호텔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카사는 공모 첫날인 19일 오전 9시에 시작해 시작 5분19초만에 총 44만 DABS(22억원어치) 물량을 조기 완판했다.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 수는 총 1086명이다. 상장과 매매는 오늘 28일이며, 첫 배당일은 6월 30일이다. 르릿은 카사가 그동안 내놓은 부동산 투자 물건들 중 처음 선보인 호텔이다. 카사는 2020년 12월 서울 역삼 런던빌을 시작으로 서초 지웰타워, 역삼 한국기술센터, 여의도 익스콘벤처타워 등 그동안 강남지역 오피스 건물들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다섯 번째 상품은 호텔을 선정했다. 호텔은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부동산 시장에선 투자 기피 대상 1순위였다. 해외 하늘길이 끊기고 외부 이동과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호텔을 투자상품으로 내놓은 배경에 대해 카사는 “르릿은 2026년 12월까지 운영을 담당한 케이앤에이치 프로퍼티즈와 장기 책임임대차계약을 체결, 공실 우려 없이 분기마다 임대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예상 배당 수익률이 연 5% 수준으로 카사가 그동안 상장한 건물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배당 수익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배당금과 배당률은 향후 운용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융권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연 5%가 높게 평가 받는 점도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데 한 몫 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방역 지침 완화도 호텔 투자심리를 끌어내는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때맞춰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수를 규제해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18일부터 전면 해제했다. 정부는 그에 따른 경과 추이를 2주동안 살펴본 뒤 향후에 마스크 착용까지 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거리두기 방침을 단계적으로 완화해왔다. 그로 인해 점차 증가해온 여행 수요가 거리두기 전면 해제 발표로 인해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국에 확산한 완연한 봄 기운도 여행수요의 폭증을 부추기고 있다. 벚꽃 시즌인 4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내비게이션·지도·교통정보·여행사·항공권·기차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의 이용도 급증했다. 전국 거리마다 나들이객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이동 정보를 찾으려는 앱 이용이 증가한 것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여행·교통 관련 앱 이용자 수(활성 이용자 MAU)는 2월 3611만명에서 3월 3637만명으로 26만명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가운데 구글지도·네이버지도·카카오맵·T맵 등 지도·내비게이션 앱의 MAU도 2월 3285명에서 3월 3323만명으로 38만명이나 늘었다. 이 역시 5개월 만에 반등한 증가세다. 카카오T·코레일톡 등 대중교통 앱 MAU도 3월 1950만명으로 2월보다 28만명이나 늘었다. 여행사 앱 MAU와 항공사·항공권 앱 MAU도 각각 18만명과 11만명 증가했다. 예창완 카사 대표는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이 일단락되고 엔데믹(감염병의 주기적 유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서울 지역 비즈니스 호텔업계가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4.20 06:00

3분 소요
“막힌 하늘길 대신 호텔로 해외여행”…크리스마스 인생샷 건질 럭셔리 호텔은?

산업 일반

크리스마스를 10여일 밖에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호텔업계가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기차역이나 해외도시를 재현한 다양한 포토존부터 아이스링크까지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체험을 기획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물든 호텔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연말 인증샷 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지난 4일 기차역을 테마로 한 포토존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윈터 포레스트’를 오는 2월 20일까지 선보인다. 반얀트리 측에 따르면 이번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이국적인 기차역’ 콘셉트로 기획했고, 방문객들이 여러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곳곳에 다양한 포토존을 마련했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지난해보다 이른 11월 19일부터 ‘힐링’을 주제로 한 다양한 조형물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내년 1월 초까지 선보인다. 특히 로비라운지 중앙에 설치된 4.7m 높이의 ‘크리스털 링 트리’와 크리스마스 소품으로 가득한 공간은 연말의 추억을 남기려는 고객들로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인터컨티넨탈은 대표 캐릭터인 ‘아이베어’ 160개로 만든 ‘희망의 크리스마스 트리’ 전시 및 자선행사도 12월 한 달 간 진행한다. 글래드 호텔은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를 여행하는 콘셉트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몄다. 각 지점별로 런던, 파리, 뉴욕 등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느낄 수 있도록 포토존을 꾸민 것이 특징이다. 메종 글래드 제주는 영국 런던의 성탄절 느낌으로 연출했고,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는 뉴욕의 연말 느낌을 담은 장식과 포토존을 선보였다. 글래드 마포는 오스트리아, 글래드 라이브 강남은 스위스 콘셉트로 꾸몄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올해에도 아이스링크장을 개장했다. 아이스링크는 유통가가 겨울마다 내세우는 대표적인 마케팅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은빛 아이스링크장은 오래전부터 겨울 시즌의 대표적인 포토존으로 손꼽혀왔다. 또 다른 포토존인 로비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올해 런던의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과 협업해 새롭게 선보였다. 호텔업계뿐 아니라 백화점 업계도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건물 외벽 전체를 활용한 영상 제작물인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나무 120그루로 구성된 ‘H빌리지’와 더현대 서울 지점에는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 팝업 스토어를 열고 티파니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고객들이 여행지 대신 호텔이나 백화점을 찾고 있다”며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고객들의 아쉬운 마음을 채워주고자 업계는 여행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1.12.13 17:43

2분 소요
[‘고사 위기’ 호텔·여행업계 생존 전략 안간힘] ‘대실’ 문패 건 특급호텔, ‘버티기’ 안간힘 여행사

전문가 칼럼

아고다, 직원 1500명 해고 계획 밝혀… 무급휴직·자회사 정리 등 자구책 마련 글로벌 호텔 예약 플랫폼 아고다가 최근 호텔 객실을 몇 시간만 사용할 수 있는 ‘대실’ 판매를 중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호텔 7000여 곳을 대상으로 하는 대실 판매는 밤 11시 이전 체크인을 기준으로 2~10시간 단위로 이용 요금이 책정된다. 이 같은 대실 서비스는 국내 온라인 숙박 예약사이트에서는 주로 모텔 등에서 효율적인 객실 판매를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에선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다.아고다의 대실 서비스 시행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정리해고에 들어간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온라인 여행사)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4위 규모의 아고다는 지난 6월 직원 1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총 직원 4000여 명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대형 감축이다.한편 이번 대실 서비스에는 특급호텔도 일부 포함됐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7월부터 주중에 숙박 없이 객실과 수영장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하프 데이 스페셜’을 선보였다. 특급호텔로서 이례적인 행보다. 오전 8시부터 최대 12시간 동안 객실에 머무르며 피트니스클럽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호텔 관계자는 “당초 한시적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가족·친구와 함께 ‘호캉스’를 즐기려는 수요를 반영해 8월말까지 기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밀레니얼 힐튼도 ‘데이유즈’ 프로모션을 내놨다. 숙박 대신 8시간 동안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피트니스·수영장·사우나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과거 그랜드하얏트 서울 등 일부 특급호텔에서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유즈 상품을 선보인 적 있으나 지금처럼 일반 고객까지 확대한 것은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낮 시간에만 숙박시설의 객실을 빌리는 데이유즈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국내에서는 ‘대실’ 하면 모텔을 먼저 떠올리는 고정관념 때문에 특급호텔에서는 도입을 극도로 꺼려왔다.호텔업계 관계자는 “데이유즈 상품은 객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수익을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지만 자칫 이미지를 하락시킬 수 있어 국내에선 그동안 선보이는 호텔이 없었다”며 “코로나19 이후 황금연휴나 휴가철 성수기에도 서울시내 5성급 호텔의 평균객실가동률(OCC)이 30%에 못 미치고 있어 빈 객실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노키즈존’ 불문율 깬 호텔 라운지 늘어나는 재택근무 수요를 잡기 위해 ‘오피스’를 자처하는 호텔도 적지 않다. 집 대신 객실을 사무실처럼 이용하면서 호텔 내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머큐어 서울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 호텔은 6월부터 두 달 간 ‘호텔에서 오피스’ 패키지를 운영했다. 객실 1박을 포함해 출퇴근 시간에 맞춰 오전 8시 얼리 체크인해 다음날 오후 7시 레이트 체크아웃할 수 있도록 했다. 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 전용 라운지를 4시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 각종 음료와 다과를 무제한으로 제공해 투숙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호텔 라운지도 문턱을 낮췄다.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 타워는 최근 전용라운지 ‘르 살롱’의 연령 제한을 한시적으로 없앴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은 통상 투숙객 전용라운지에 12세 미만 어린이 입장을 제한해왔다. 주요고객인 해외 비즈니스 고객의 편안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외국인 발길이 끊기면서 가족 단위로 호텔을 찾는 어린이 입장객도 허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불문율과도 같았던 금기를 깨면서까지 연령 제한을 없앤 것은 그만큼 국내 호텔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호텔업계는 그나마 국내여행객으로 채우며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여행업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여행업계 양대산맥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7월 해외여행 모객 수는 지난해 동월보다 각각 99.3%, 99.5%나 줄었다. 두 회사 모두 현재 직원 대부분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하나투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6월부터 3개월간 무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100만명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대한민국 숙박대전’ 등 정부 지원이 이어지며 가을철 내수 중심의 경기회복에 기대를 걸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9월부터 직원들이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최소 인력만 남기고 뼈를 깎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며 “여행사업과 무관한 자회사를 정리해 비용을 절감하고 국내여행 상품개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하나투어는 출판·인쇄물사업을 수행하는 하나티앤미디어의 청산절차를 진행하고, 전자상거래사업을 전담한 하나샵을 정리하는 등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심사로 이어질 수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하나투어는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이 9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5.0%나 급감했다. 지난해 2분기 2000억원에 가깝던 매출이 올해 2분기에는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5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분기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모두투어 역시 코로나19로 2020년 2분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어 8월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하면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모두투어는 2020년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30억원, 영업손실 93억원을 냈다. 2019년 2분기보다 매출은 95.8% 줄었고,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모두투어 역시 국내여행상품 개발을 통한 대체 수익원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선이 늘어나며 국내 여행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며 “이미 알려진 인기 여행지 외에 숨은 국내 여행지를 개발해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연장에 ‘급한 불’ 껐지만… 롯데관광개발과 참좋은여행은 지난해 2분기 매출이 각각 230억원과 165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둘 다 6억원에 그쳤다. 상장 여행사 7곳 가운데서는 렌터카 사업이 선방한 레드캡투어가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다. 롯데관광은 최근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육아휴직·희망퇴직을 알리는 안내 문자를 전송했다. NHN여행박사도 8월부터 내년 1월까지 대부분 직원을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 아예 문을 닫는 업체도 크게 늘었다. 한국관광업협회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2분기(4∼6월) 등록여행사는 2만1620개로 1분기에 비해 495개나 줄었다. 이미 1분기에 168개 업체가 폐업하는 등 상반기에만 663개의 여행사가 문을 닫았다. 휴업에 들어간 여행사도 8월 중순까지 126개에 달한다.그동안 주요 여행사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휴직 등을 시행하며 버텨왔다. 고용노동부는 9월 말 종료 예정이던 여행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6개월 더 연장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도 240일로 60일 늘린다고 밝혔다. 업계는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 덕에 겨우 숨통은 틔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대량실업 등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세계여행업계가 입은 피해는 약 3200억 달러(약 3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올해 초부터 7월까지 관광분야 피해액이 5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중 여행업의 피해액만 4조463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0.09.05 15:30

5분 소요
[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호텔·유통 울고, 물류 웃고, 오피스 침착

부동산 일반

코로나 사태가 바꿔놓은 상업용 부동산시장… ‘소비활동’과 ‘비대면’ 충돌로 지각 변동중 코로나19는 국민의 불안을 키웠고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소비·생산 활동과 밀접한 상업용 부동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상업용 부동산은 사전적 의미로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부동산이다. 하지만 이는 사전적 의미보다 학문적인 용어에 가깝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꾸준하다. 부동산은 전통 자산으로 여기는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단 변동성이 적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실물 경기 흐름을 따라가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이 특성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해당 시점에는 실물 경기가 저조했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에선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큰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2년 정도 경과한 시점에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코로나 사태가 발생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속단을 내리긴 힘들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학습효과를 이번 코로나 상황에 빗대어 봤을 때, 2~3년 경과한 시점에 부동산 가치가 변동되는 현상이 발생할지 궁금증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면 상업용 부동산을 대표하는 오피스 빌딩, 유통·물류 부동산, 호텔 등은 모두 지금 침체기에 해당하거나 전망이 어두울까?코로나 사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는 지난해 연말에 발발했지만 그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양상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코로나19 피해로 운수업·관광업·항공업 등에서는 임금 반납, 무급 휴가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종의 기업들이 임차하고 있는 오피스 빌딩에선 다행히도 면적 감소 현상이 즉각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 장기화로 소비심리 변화 업종 간 희비교차 그 이유는 코로나 사태 이후 부동산시장은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미리 예상하고 있어서다. 또한 부동산 매매시장이 2분기에도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인 2조원에 가깝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애 따라 전통적인 안정 자산으로 여기는 오피스 빌딩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래 시기를 일부 조정한다거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매수자와의 거래를 더 선호하는 등 코로나 사태 후 투자심리가 바뀌어 시세 변화 양상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전과 다름없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오피스 빌딩과 달리, 물류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예년에는 신선식품 배달 증가, 새벽 배송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물류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2019년에 약 3조원에 가까운 물류 부동산이 거래됐으며 이는 역대 최고 거래 규모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접촉·비대면 트렌드가 물류 부동산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블랙스톤 같은 해외 거대 투자자는 물론, 자본시장의 ‘큰 손’인 연금·기금들도 코로나 사태 이후 물류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물류 부동산은 개발 시 민원 이슈에 취약하다는 제약사항이 뒤따른다. 하지만 최근엔 기존 노후된 물류 부동산을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오피스 빌딩이 안정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 이커머스 성장 등에 힙입어 물류 부동산의 인기와, 이에 대한 투자는 향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호텔 업계는 국내외 방문객에 따라 존폐가 좌지우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전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은 60~70%의 객실점유율(OCC)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10~20% 수준으로 주저앉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이는 부동산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직원·용역 등 호텔 관리에 필요한 인력의 고용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이에 따라 호텔들마다 코로나 사태로 바뀐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추는 호텔 상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좀더 안전한 환경에서 쉴 수 있는 힐링과 비대면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게다가 숙박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어비앤비 같은 공유형 숙박시설과의 경쟁 심화도 호텔 업계가 감당해야할 숙제다.이런 마케팅을 통해 호텔업계가 이루고자하는 목적은 변화된 환경에 따라 ‘집콕’(집에서 콕 박혀서 지낸다) 생활과 코로나블루(전염병 때문에 사회활동이 위축돼 생기는 우울증)를 겪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객실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 부동산시장의 기존 질서 흔드는 패러다임의 변화 리테일(유통)에 해당하는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면세점 등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수요 감소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영업 정지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게 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퍼보자면 면세점과 백화점은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반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무점포소매업의 판매액은 3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해 나아갈 예정이어서 일부 회복세가 예측된다. 최근 강남·가로수길·명동 등의 상권이 임대료를 일부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점도 매출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대형 리테일에선 이러한 임대료 인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대조를 보이고 있다.일각에선 최근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목적형 구매로 바뀌면서 다이슨·나이키 등의 업체들은 코로나 사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점포를 확대하나가면서 판매액 증가세가 이루어지고 있다. 면세점 시장엔 적색불이 켜진지 오래다. 면세점 업계에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 보따리상들의 방문이 끊겨 매출이 반토막 나게됐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휴점하는 곳도 잇따랐다. 현재 김포·김해 공항 등 주요 공항 내 면세점의 휴업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다. 더불어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동산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재택근무를 도입해 화상회의·화상강의 등이 활발해졌고, 대중교통을 통한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 자율출근을 시행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퇴출이 증가했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업체와 업종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앞서 이야기한 안정자산인 오피스빌딩에선 다양한 학습 효과를 경험한 투자자로 하여금 좀 더 많은 경쟁체제를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부동산은 코로나사태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최대 투자처로 각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형 업체들이 이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요즘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도 앞으로 부동산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새로운 신흥 부동산 투자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 투자자문 본부의 컨설팅 팀장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자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자격(SIOR)을 갖고 있다.

2020.06.0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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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등급에도 거품?] 마케팅 전략으로 너도나도 ‘6성급’

산업 일반

차별화 강조하기 위해 ‘없는 등급’ 만들어... 무궁화 등급에서 5성급으로 변하는 과도기 지난 4월 인천 영종도에 개장한 국내 최초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의 호텔은 6성급 호텔을 표방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갖췄고, 객실 수는 711실에 달한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1조3000억원을 들여 호텔 내 쇼핑센터와 고급 레스토랑, 풀빌라 등을 구축했다. 내년에는 컨벤션과 실내형 테마파크, 스파 등이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앞서 호텔롯데는 최상급 호텔 브랜드 ‘시그니엘’을 선보이면서 가장 비싼 로열스위트의 가격을 2000만원대로 책정했다. 세금·봉사료 등을 포함하면 2400만원에 이른다. SK네트웍스도 최근 쉐라톤워커힐호텔을 워커힐비스타호텔로 이름을 바꿔 재개장하면서 6성급 호텔이라는 점을 내세웠다.호텔업계가 6성급을 강조하는 이유는 호텔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호텔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6월 현재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관광호텔 수는 870여개에 이른다. 이 중 절반 가량인 400여개가 서울시내에 몰려있다. 2014년 230여개에 비해 2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이를 수용하기 위한 비즈니스 호텔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수도권 호텔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호텔에서 최상급의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6성급임을 내세워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곳이 늘었다”고 설명했다.6성급 호텔을 자처하는 곳이 늘었지만 실제로 별 6개짜리 호텔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호텔등급 심사제도에 따르면 5성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별 하나가 더 붙은 6성급은 호텔이 마케팅을 위해 상향한 ‘자체 등급’인 셈이다. 나아가 6성급을 내세운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 수준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브스 트래블가이드가 2월 발표한 호텔평가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호텔 가운데 5성급 평가를 받은 곳은 단 한곳도 없다. 포브스 트래블가이드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자매매체로 전 세계 호텔과 레스토랑·스파 등을 평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전문지다. 서울시내에서 4성급 평가를 받은 곳은 포시즌스서울·파크하얏트·호텔신라 등 3곳에 그쳤다. 이와 달리 일본 도쿄의 호텔 3곳은 포브스가 선정한 5성급 호텔에 이름을 올렸다. ━ 포브스 트래블가이드 “서울에 5성급 호텔도 없어” 호텔등급 체계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최고급 호텔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무궁화 개수로 표시하던 구등급과 별 개수를 따지는 신등급을 모두 사용하는 현 시점에서 호텔 등급의 정확한 기준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예컨대 1등급 호텔과 3성급 호텔은 실제로 비슷한 수준의 호텔이지만 그 차이가 와닿지 않는다. 무궁화 등급(구등급)은 ‘특1등급(황금색 무궁화 5개)-특2등급(녹색바탕 무궁화 5개)-1등급(무궁화 4개)-2등급(무궁화 3개)-3등급(무궁화 2개)’ 순으로 구분한다. 별 등급(신등급)은 5성급-4성급-3성급-2성급-1성급으로 나뉜다. 신·구등급 모두 5가지로 구분돼 결론적으로 1등급과 3성급 호텔은 수준이 비슷한 호텔로 볼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이후 40여년 간 호텔 등급을 무궁화 개수로 표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수가 증가하면서 2014년 9월 관광진흥법 개정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별 등급(Star Rating) 체계로 바꿨다. 무궁화 등급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별이나 다이아몬드 등급제와 기준이 다르고, 특1급과 특2급이 모두 무궁화 다섯 개를 달기 때문에 관광객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존 등급 결정 업무를 담당하던 민간 협회가 회원사 확보를 위해 등급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평가 주체를 일원화해 등급 결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국관광공사가 등급 평가를 위탁 수행하고 있다.한국관광공사는 일선 호텔을 대상으로 2015년 말까지 호텔 등급 결정 신청을 받았다. 이때 호텔은 신·구등급 중 선택이 가능했는데, 구등급의 평가 기준이 높은 등급을 받기 유리하다고 판단한 호텔이 적지 않았다. 신청에서 접수-평가-결정-부여-통보까지 걸리는 시간은 3~4개월로, 한국관광공사는 2016년 4월을 마지막으로 무궁화 등급 발급 업무를 중단했다. 한번 결정된 등급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2019년 4월까지는 무궁화 등급과 별 등급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국내 호텔등급 심사제도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해도 이용객 입장에서 느끼는 동일 등급 간 간극도 존재한다. 등급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낡고 허름한 호텔이 최신 시설의 호텔보다 높은 등급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예컨대 롯데시티호텔 명동·울산과 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 신라스테이 구로는 구등급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특2급 호텔이었다. 그러나 앞서 두 호텔이 신등급 기준 4성급을 부여받은 반면 신라스테이는 3성급 호텔이 됐다. 객실 수는 충분했지만 호텔 내 식음 매장이 하나인 점이 등급 하향의 원인이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평가 항목서에 따르면 4성급이 되려면 2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과 연회장·국제회의장을 갖추고 12시간 이상 룸서비스가 가능하며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 비즈니스 호텔은 등급 산정에서 불리 비즈니스 호텔 개념인 신라스테이는 레스토랑을 비롯해 기타 부대시설이 기준에 못 미쳤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유·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을 규모나 시설 유무만으로 평가하긴 어렵다”면서도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 서비스보다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수익성을 따지기 때문에 레스토랑이나 수영장 같은 시설을 최소화해 등급 산정에는 불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5성급 호텔의 기준은 이보다 더 까다롭다. 객실이 200개 이상이어야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객실 종류는 싱글룸·더블룸·트윈룸·트리플룸·딜럭스룸·스위트룸·한실 등 크기 또는 구조가 다른 유형의 객실이 8종류 이상, 객실 면적은 기준 면적(19㎡)의 130% 이상일 때 최고점을 받는다. 웨스틴 조선호텔은 구등급 기준 최고 등급인 특1등급 호텔이지만 5성급을 받기 위해 최근 별관에 식음장을 추가했다. 5성급 심사에서 식음료장이 3개 미만이면 등급 심사 자체에서 제외되고 5개 이상 확보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관계자는 “특1급 호텔 가운데 오래된 호텔이 많아 식음장을 추가로 만들 공간이 부족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등급 도입으로 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은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대시설 수와 같은 정량적 요소 역시 중요해 반드시 등급이 높다고 더 훌륭한 서비스를 하는 호텔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현재 신등급 평가를 받은 호텔은 300개, 구등급 유지 중인 호텔은 176개로 총 476개다. 한국관광공사가 유럽 15개국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이탈리아·폴란드·포르투갈·아일랜드 등 7개국이 호텔에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호텔이 등급을 허위로 표시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순 있지만 등급 부착 의무는 없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호텔 예약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인증한 등급과 로고를 명시한 업체가 늘고 있다”며 “국내외 관광객이 등급에 대한 신뢰를 갖고, 호텔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등급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호텔 별 하나에 숨은 의미 5성급: 최상급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고객에게 최고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 호텔 로비는 품격 있고, 객실에는 품위 있는 가구와 뛰어난 품질의 침구와 편의용품이 완비됨. 비즈니스 센터, 고급 메뉴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3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 대형 연회장, 국제회의장을 갖추고, 24시간 룸서비스가 가능하며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춤.4성급: 고급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 호텔 로비는 품격 있고 객실에는 품위 있는 가구와 우수한 품질의 침구와 편의용품이 완비됨. 비즈니스 센터, 고급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2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과 연회장·국제 회의장을 갖추고 12시간 이상 룸서비스가 가능하며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춤.3성급: 청결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고객이 수면과 청결 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고 다양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1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로비·라운지 및 고객이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대시설을 갖추어 고객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호텔.2성급: 고객이 수면과 청결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며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 F&B 부대시설을 운영하는 안전한 호텔.1성급: 고객이 수면과 청결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고 조식이 가능한 안전한 호텔.자료: 한국관광공사

2017.07.0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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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하얏트의 변신

산업 일반

푸르던 서울 남산의 풍경이 울긋불긋 가을로 변하고 있다. 남산 자락에 자리잡은 그랜드 하얏트도 3개월 동안의 공사를 마치고 새로운 레스토랑 4곳을 선보였다. 아드리안 슬레이터(Adrian Slater) 총지배인이 그랜드 하얏트의 변신을 직접 소개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이 골목길을 콘셉트로 4개의 레스토랑과 1개의 플라워샵을 호텔 지하 1층에 새롭게 선보였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지하 1층의 레스토랑과 플라워샵을 통틀어 ‘322 소월로’란 명칭을 붙였다. 322 소월로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실제 주소에서 따왔다. 호텔 업계 최초로 ‘골목길’이란 콘셉트를 도입해 방문객들에게 골목길의 정취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음식 가격도 기존 호텔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 골목길 콘셉트의 레스토랑 4곳 오픈 그랜드 하얏트의 변신은 최근 우리나라 호텔업계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1층 연결통로에 편의점 GS25의 첫 프리미엄형 매장이 생겼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콘래드 서울은 지난 3월부터 호텔 로비 라운지 일부를 캐주얼 카페 ‘10G’로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 호텔들은 점심 뷔페 가격대를 낮춰 호텔 인근에 위치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확장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 호텔업계가 먹거리, 즐길거리 등 다양한 콘텐트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그랜드 하얏트 서울 역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아드리안 슬레이터(Adrian Slater) 그랜드 하얏트 총지배인을 만나 그랜드 하얏트의 변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봤다.대대적인 변신을 단행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한국 음식의 변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제 호텔도 시대적 변화에 맞게 음식 구성과 식당의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웅장한 공간에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작은 공간에 심플한 인테리어가 대표적이다. 대신 새로운 먹거리와 볼거리를 강화해 호텔에서의 경험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변화를 선택했다.그동안 호텔에선 주방장 외엔 셰프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322 소월로’는 셰프가 고객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쇼 키친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음식에 바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 가격도 대폭 낮췄다. 가장 큰 변화는 셰프가 오너 레스토랑처럼 자신이 맡은 주방을 책임지도록 한 점이다. 322 소월로 셰프는 직접 메뉴 개발부터 레스토랑 운영까지 책임지도록 자율성을 강화했다. 그랜드 하얏트가 감춰두었던 실력 있는 셰프들을 골목길(322 소월로)에서 만나볼 수 있다.'골목길'이라는 콘셉트를 정한 이유는.최근 한국은 인사동,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골목길을 중심으로 먹거리 등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 호텔이 가진 기존의 이미지인 웅장함을 벗어나야 최근의 식음료업계 트랜드를 수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웅장함 이미지 벗고 식음료업계 트랜드 수용 골목길에 한식당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그랜드 하얏트 서울에는 프랑스 요리 전문점도, 중식당도 없다. 지역별 음식에 차별을 둔 것이 아니라 요리법에 특화된 레스토랑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일식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꼬치요리 전문점이나 스시 전문점과 같은 전문 레스토랑이 있을 뿐이다.각 식당 별로 강조점이 다를 것 같다.카우리는 4만 년 된 뉴질랜드 토착 나무를 일컫는다. 4만 년 넘게 땅속에 묻혀있던 나무가 강한 생명력으로 현대에 새롭게 재조명 받고 있듯이, 새로운 토핑으로 숙성회를 사용해 재탄생 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의적인 스시가 카우리의 핵심 스토리이다. 실제 4만 년 된 카우리 나무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그곳에 직접 앉아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스테이크 하우스는 국내 최초로 수동식 오븐인 ‘피라’를 도입했다. 오븐 실내 온도를 350~400도로 유지해 고기 내 육즙을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테판은 국내 최초 인터내셔널 철판요리전문점이다. 철판 요리하면 보통 일식을 떠올리는데, 테판은 일식이 아닌 유로피안 철판요리를 선보인다. 4개의 레스토랑 중 가장 인기가 많고 벌써부터 예약이 꽉 차있다.텐카이는 기존에도 운영하던 꼬치구이 전문점이다. 이번 리뉴얼을 위해 담당 셰프가 일본 미슐랭 스타셰프에게 직접 꼬치 요리 트레이닝을 받았고, 숯 중에서도 유명한 비장탄 사용 비법 등을 전수받아왔다. 기존의 텐카이보다도 더 퀄리티 있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16.10.27 15:46

3분 소요
호텔업계의 ‘세컨드 브랜드’ 전쟁

산업 일반

다양한 비즈니스·부티크 호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호텔업계의 미드마켓이 확장하고 있다. 국내 호텔 대기업의 세컨드 브랜드와 글로벌 호텔체인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다. 장면 하나. 지난 1월말 방문한 서울 명동의 L7명동호텔. 롯데호텔이 지난 1월초에 오픈한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지상 21층, 지하 3층에 245개 객실을 갖췄다. L7의 분위기는 독특하다. 우선 청바지와 옥스퍼드 셔츠, 노란색 네오플랜 베스트를 한 직원들의 유니폼이 눈에 띈다. 대형 자판기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으로 엑소(EXO) 등 한류스타의 이미지를 넣은 세면도구, 트래블키트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21층 옥상에 마련된 루프톱바에선 남산 엔타워와 서울 도심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야외 풋스파도 가능하다. 객실 중 50개는 한식 주거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룻바닥을 깔고 침실을 꾸몄다. 유니폼과 호텔의 전반적 디자인은 정구호 디자이너가 작업했다. 롯데호텔 측은 “L7호텔은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트렌드 세터들과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20~40대 여성 고객이 타깃”이라고 말했다.같은 날, 서울의 북창동에선 전혀 다른 분위기의 프랑스계 호텔이 문을 열었다. 유럽 호텔시장 2위인 루브르 호텔그룹이 서울 입성작으로 골든튤림엠서울호텔을 오픈했다. 지하 5층, 지상 17층에 총 430개 객실을 갖추고 있어 명동 주변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편백나무 소재의 히노끼 욕조, 한지로 제작한 특수 덧창 등 동양적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루브르호텔그룹은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2020년까지 국내에 17개 호텔, 6000개의 룸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호텔업계가 세분화, 다양화 되고 있다. 중국인관광객 중 상당수가 개별 관광으로 전환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콘셉트의 호텔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치열한 경쟁도 차별화에 한몫하고 있다. 트렌드는 호텔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신세계조선호텔, 파르나스호텔, 앰배서더호텔그룹 등 주요 호텔 브랜드가 서울을 찾는 관광객과 비즈니스 고객을 잡기 위해 세컨드 브랜드 론칭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세컨드 브랜드 경쟁은 호텔신라가 2013년 11월 경기도 화성에 ‘신라스테이 동탄’을 열면서 본격화했다. 호텔신라는 서울 역삼, 제주도, 서울 서대문·마포·광화문·구로와 울산에 신라스테이를 추가로 오픈했다. 면세점 사업에 비해 매출이 떨어지는 호텔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비즈니스호텔에 먼저 뛰어든 건 롯데호텔이다. 롯데호텔은 2009년 서울 마포 공덕동에 ‘롯데시티호텔 마포’를 오픈한 이후 김포공항·제주·구로·명동·대전·울산 등 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앞서 찾은 롯데호텔의 L7호텔은 특급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의 틈새를 뚫은 브랜드다. ━ 프랑스계 이어 일본계 호텔도 상륙 뒤늦게 비즈니스호텔에 뛰어든 신세계조선호텔도 웨스틴조선호텔의 세컨드 브랜드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을 지난해 서울역 앞에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옆 메사빌딩 인근 부지에도 2017년까지 비즈니스호텔을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운영하는 파르나스(GS그룹)도 최근 몇 년 새 ‘나인트리’ 브랜드를 코엑스와 명동, 광화문에 오픈했다.가구기업 까사미아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운영하는 ‘라까사 호텔’도 미드 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지난해엔 본관 바로 옆 까사미아 압구정점 건물의 5~8층 4개층을 객실로 개조하고 가장 높은 9층엔 라운지 바를 신설했다. 객실을 자사 브랜드의 가구와 인테리어·소품들로 채워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인기가 높고, 촬영 스튜디오로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까사미아는 경기도 광명에도 라까사 호텔을 짓고 있다. 이처럼 주로 가구나 욕실, 침구류, 오디오 등 휴식과 관련한 기업이나 브랜드가 독특한 콘셉트의 호텔을 신규 오픈하고 있다.이들이 호텔 경영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우며 세컨드 브랜드를 빠르게 확장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새 일본인관광객이 줄면서 특급호텔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호텔의 3분기 누적 매출을 보면 4개 특급호텔 가운데 제주지점만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신라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771억 원으로 전년 1389억 원에서 44.4%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세컨드 브랜드 시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특급호텔 시장이 연 0.9% 성장률을 보이며 사실상 정체됐다”며 “특급호텔은 인건비와 식재료비 같은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데, 세컨드 브랜드는 이런 서비스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유지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최근엔 글로벌 호텔체인 브랜드의 공세도 매섭다. 지난해 9월엔 일본 서일본철도그룹이 운영하는 특1급 호텔 브랜드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이 서울 명동 한복판에 상륙했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만 호텔사업을 해오다 서울 명동을 해외 출점 1호로 잡았다.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은 명동 쇼핑몰 엠플라자 건물 가운데 저층 상가를 뺀 지상 7~22층을 통째로 임차했다. 객실은 총 315실 규모이며, 하루 숙박비는 20만원 안팎으로 비즈니스호텔치고는 다소 비싼 편이다.그동안 일본계 무인호텔인 ‘도요코 인’이나 특2급 ‘도미인 호텔’이 국내에 들어온 적은 있지만 특1급 호텔이 문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에선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외에도 니시테츠 그랜드, 솔라리아 그랜드, 솔라리아 니시테츠 긴자, 니시테츠 인 등 다양한 세컨드 브랜드 호텔을 운영중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중국인관광객 수요에 일본계 자본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그룹의 하위 브랜드 호텔을 연이어 들여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엔 프랑스의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아코르그룹이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명동’을 오픈했다.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이비스 스타일은 기존 이비스 호텔과 다른 범주의 이코노미 클래스 호텔로, 일반 비즈니스호텔의 실용성에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지상 21층, 지하 1층에 총 18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레스토랑, 루프톱바, 연회장, 헬스장 등의 부대시설도 마련했다. 숙박비는 기존 이비스 명동 호텔보다 10∼20% 저렴하다. 메리어트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를 영등포와 판교에 선보인데 이어 현재 남대문에 380실 규모의 호텔을 마무리 공사 중이다.호텔업계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명동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지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의 호텔이 명동에서 문을 열고 있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호텔사업에 뛰어들면서 이 일대 호텔의 미드 브랜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특급호텔 업계에서 세컨드 브랜드 호텔 붐이 일어나고 미드 시장이 커지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급 과잉이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호텔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가격적인 혜택만으로는 차별점을 갖기 어려워 졌다”며 “정확한 타깃을 갖고 그것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성 있는 포지션을 갖는 것이 호텔업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형 호텔 브랜드’ 창출 절실 이 때문에 호텔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형 호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관광객이 외국 브랜드 호텔에 숙박함으로써 로열티와 매출이 빠져나간다는 지적이다. 신상균 산하에이치엠 대표는 “국내 호텔의 주요 고객은 80% 이상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호텔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하는 것”이라며 “낮은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 호텔들이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실제로 국내 호텔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해외로 진출하는 토종 호텔 브랜드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신라호텔은 해외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고, 롯데호텔도 아시아 지역에서만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롯데호텔이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2010년 9월 ‘롯데호텔모스크바’로 처음 해외에 진출한 이후 현재 베트남의 사이공과 하노이, 미국 괌, 일본의 긴시초 등지에 진출했다.특급 호텔 수요가 높지 않은 우즈베키스탄에 롯데시티호텔을 선보였다. 최근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은 “2019년까지 총 10개 호텔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성급 ‘시그니엘’을 롯데월드타워와 부산 해운대에, L7을 서울 홍대에 추가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얀마, 중국, 러시아에 호텔 5개를 추가 오픈하기로 확정했다.- 조득진 기자 ━ 돔 페리뇽 빙수에 브라이덜 샤워(예비신부 파티)까지 - 서비스 차별화도 치열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1층에 위치한 ‘더 라운지’에서는 유럽 현지에서 수입한 캐비아와 함께 세계 최고의 샴페인 루이로드레 크리스탈을 곁들인 ‘캐비아 부티크’를 선보였다. 이래저래 가격이 2인 기준 50만원을 넘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밸런타인데이에 프러포즈를 계획하거나 특별한 시간을 준비한 고객들로 금세 예약이 찼다고 한다.이 호텔은 지난해 여름엔 2인 기준 8만 원짜리 ‘돔 페리뇽 빙수’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샴페인의 대명사 돔 페리뇽 2004로 만든 홈메이드 셔벗, 식용 금가루 등으로 구성했다.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의 강주혜 부장은 “우리 호텔이 진행하는 F&B(식음료) 프로모션은 가장 처음이거나, 가장 잘하거나, 유일한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F&B프로모션 성공은 호텔의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특급호텔들이 다양한 초고가 상품을 내놓으면서 서비스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굳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바이럴 마케팅’(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어떤 기업이나 제품이 전파되는 것)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흔히 볼 수 없는 고가 희소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기 때문에 브랜드 명성을 확인시켜주려는 차원에서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중저가호텔들은 시도하기 힘든 마케팅으로 자사가 최고급 호텔이라는 인식을 주고자 한다는 것이다.최근엔 20~40대 젊은 여성층을 대상으로한 서비스 차별화가 눈에 띈다.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가 대표적이다. 예비신부가 결혼하기 전 친구들과 마지막 파티를 즐긴다는 뜻으로,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에게 인기다. 그랜드힐튼서울은 4개의 침대를 갖춘 스위트룸을 제공하며, 밤새 파티를 할 수 있도록 주류와 다과를 상품에 포함했다.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롯데호텔이 제공하는 ‘레이디스 나이트 아웃 패키지’는 헤어 세트와 미용 스팀기, 화장품 냉장고, 족욕기 등 여성만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츠칼튼호텔서울은 야외 발코니에서 근사한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발코니 딜라이트 패키지’를 선보였다. L7명동호텔은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 등 한국의 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스타일 컨시어지’를 운영한다.- 조득진 기자

2016.02.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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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호텔들 ‘눈물의 반값’

산업 일반

경기침체에다 사스 공포가 겹치면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호텔업계가 많게는 50%할인된 객실요금, 다양한 이벤트로 내국인 모시기에 나섰다.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은 신관 투숙객의 체크인 과정을 모두 생략하는 ‘노 웨이트 체크인’(No Wait Check-in)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이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호텔 객실에 발을 들여놓기까지 1분도 기다리는 시간 없이 곧바로 투숙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은 로비에 들어서면 로비 매니저의 영접을 받는다. 짐은 벨맨에게 넘기면 된다. 말 그대로 ‘체크인 과정 없는 체크인’이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기념해 2000년 이전 객실에서 찍은 사진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10년 전 요금으로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그 때 그 사진을 찾습니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에 참가하면 2인 조식이 포함된 딜럭스객실을 10만원, 이그제큐티브객실을 13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제일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호텔 방이 이 정도 조건이라면 누구라도 귀가 솔깃할 만하다. 이달 말부터 서울 힐튼호텔은 아주 특별한 행사를 개최한다. 이 호텔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김연자씨를 국내로 ‘역초청’해 디너쇼를 연다. 이달 말부터 5월 초까지 30만명 이상 해외여행을 즐긴다는 일본의 ‘골든위크’(황금연휴)를 타깃으로 한 이벤트다. “10개 중에 4개는 빈방” 유명 호텔들이 파격적인 요금과 서비스를 내세워 내국인 고객 ‘유혹’에 나섰다.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와 북핵 문제 여파로 영업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통상적으로 호텔업계에서 4월은 ‘따뜻한’ 계절이다. 국제회의는 물론 기업들의 행사가 집중되는 시기라 ‘못해도’ 70∼80% 정도는 객실이 팔린다. 그러나 올 봄엔 빈방이 10개 중에 4개가 넘는다. 객실 점유율이 50∼60%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고 있다는 신라호텔의 경우도 3, 4월 객실 점유율이 각각 57%, 62%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9.2%)에 비해 무려 30%포인트 가까이 방이 남아돌았다. “그나마 지금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때는 하루에 1백50건씩 예약이 취소됐다. 17년째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런 불황은 없었다.” (S호텔 객실영업팀장) “호텔 비즈니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1이 2가 아니라 어떤 때는 3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이런 공식이 불가능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타이밍’이다. 호텔리어한테는 요즘이 바로 최악의 타이밍이다. 전쟁이 (비수기인) 1∼2월에 터졌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전쟁이 종전 기미를 보이자 이번에는 ‘사스 공포’에 휩싸였다.” (H호텔 판촉담당 이사) 사실 IMF 위기 때도 은근히 재미를 보던 업종이 바로 호텔업이었다. 인수·합병(M&A)과 컨설팅 등을 목적으로 국내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타이밍을 잘못 만난 것이다. 최근의 불황은 호텔업계로는 처음 겪는 위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특급호텔들의 불황 타개책은 눈물겹다. 가장 먼저 나온 구호가 바로 ‘호텔 문턱을 낮추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을 주고객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내국인으로 눈을 돌렸다. 내국인 손님을 유혹하기 위한 첫번째 카드는 ‘가격 할인’. 최근 대부분 호텔들은 방값을 성수기 대비 60∼70%대로 낮췄다. 서울 힐튼호텔은 성수기 객실 요금이 2인을 기준으로 해서 36만원이지만, 최근에는 17만9천원을 받는다. 백화점 세일에서 미끼상품으로 내놓은 ‘반값 세일’ 수준이다. 신라·인터컨티넨탈·롯데 등 서울 시내 호텔들도 비슷한 가격대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요금 인하는 외국인 손님에게 더 파격적이다. S호텔 객실영업팀장는 “특급호텔에서 일본 단체손님 인바운드(외국인에게 받는) 객실 요금이 10만원 안팎이다. 이러다가는 업계의 요금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멤버십 프로그램 역시 문턱을 낮췄다. 서울 리츠칼튼 호텔은 기존의 ‘골드 멤버십’보다 연회비가 저렴한 ‘리츠칼튼 멤버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골드 멤버십 연회비가 30만원인데 비해 ‘리츠칼튼 멤버스’는 5만원이다. 객실·레스토랑·연회장 이용 요금 할인 등 기본혜택은 물론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S·M호텔 등이 이같은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들은 ‘때 아닌’ 패키지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패키지 상품은 여름과 겨울 비수기 때 객실과 아침 식사를 묶어서 값싸게 내놓는 상품. 4월 들어서 호텔들은 비수기 때보다 ‘더 좋은’ 조건에, ‘더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가족모임이나 동창회 등 중저가 마케팅 역시 환영이다. 조선호텔 1층 바 ‘오킴스’는 일요일마다 어린이 놀이방으로 변신한다. 점심 뷔페를 제공하면서 어린이 놀이교실을 운영하는 것. 노보텔은 뷔페 레스토랑에 놀이방을 마련해 주말 돌잔치 등 가족단위 모임을 유치하고 있다. 그랜드힐튼 호텔은 연회장에서 돌잔치를 하는 손님에게 아기 의류 교환권을 증정하고 있다. ‘호텔 밖에서’ 새 수익원 찾기도 ‘호텔 밖으로.’ 호텔들이 방값을 깎아주고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내국인 손님을 ‘불러들이는’ 것 이상 공을 들이는 사업이 바로 ‘호텔 밖으로’ 나가는 비즈니스다. 최근 조선호텔이 선보인 문화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로이드 웨버의 화이트데이 콘서트 ‘뮤직 오브 더 나이트’가 첫 작품. 고객이 예술의전당 입구에 도착하면 주차요원이 발레파킹(주차 서비스)을 해주고, 콘서트홀에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된다. 한편으로는 눈물겨운 반값 세일, 또다른 한편으로 ‘주무기’인 서비스를 앞세운 영토 확장인 셈이다. 어쨌든 올 봄이 호텔리어들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기 위한 시험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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