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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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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연속 ‘G밸리 랜드마크’…마리오아울렛, 비결은 ‘복합 문화공간’

유통

국내 최초의 패션 아울렛으로 알려진 ‘마리오아울렛’의 홍성열 회장이 ‘2021 올해의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아울렛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17년 연속 수상이다. 마리오아울렛은 지난 7일 한국소비자포럼이 주최한 이번 시상식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유통 트렌드를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상을 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마리오아울렛은 2001년 문을 열어 ‘합리적인 쇼핑 명소’라는 콘셉트로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저렴하게 판매해왔다. 대상 수상자이자 마리오아울렛의 수장인 홍성열 회장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사계절용 니트 ‘까르뜨니트’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패션 업계에 뛰어들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까르트니트로 업계에서 이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홍 회장은 외환위기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시 척박했던 구로공단에 정통 패션 아울렛을 세웠다. 그 결과 마리오아울렛은 국내 최초의 패션 아울렛으로 자리 잡았고 2012년에는 3관까지 개장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공장으로 즐비했던 구로공단에 대규모 패션 아울렛이 세워지며 이 일대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20~30만명에 달하게 된 거대 상권이 조성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마리오아울렛에는 스트리트 패션, 아동 브랜드 등 쇼핑매장뿐만 아니라 대형서점, 볼링장, 키즈 테마파크 등 여가 문화 시설이 마련돼있다. 마리오아울렛 관계자는 “도심형 아울렛에 복합 문화공간 형태의 매장을 구성해 가산·구로디지털단지(G밸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1.09.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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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 NEW ITEM] 마리오아울렛

산업 일반

2년 연속 국가 소비자 중심 브랜드 대상 수상 국내 첫 정통 패션아울렛의 개척자인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2021 국가 소비자 중심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패션아울렛 부문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마리오아울렛은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유통 트렌드를 조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마리오아울렛은 2001년에 문을 연 대한민국 최초의 정통 패션 아웃렛으로 유명브랜드의 품질 좋은 상품을 365일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합리적인 쇼핑 명소’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구로공단의 방대한 공단 사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때, 주변 일대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기업이기도 하다. 마리오아울렛의 명성은 외국인 관광객으로까지 이어져 한국을 찾으면 한 번쯤 둘러봐야 할 쇼핑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마리오아울렛은 1관 개관 3년 만인 2004년에 2관을, 2012년에는 3관을 차례로 오픈하며 사업 영토를 넓혔다. 마리오아울렛 일대에는 쇼핑몰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패션타운으로 탈바꿈했다.지하철 1, 7호선의 역세권이자 가산·구로디지털단지(G밸리) 내 랜드마크인 마리오아울렛은 현재 700여 개 이상의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대규모 도심형 아울렛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국내 아울렛에서는 처음으로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했으며, 모바일로까지 연동되는 마리오몰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해 오프라인몰과 온라인몰이 연동되는 옴니채널을 완성했다.

2021.02.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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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아울렛, ‘2020 한국섬유·패션대상’ 유통 부문 수상

산업 일반

국내 최초의 정통 패션 아울렛 구현… 섬유·패션 관련 산업에 기여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마리오아울렛이 ‘2020 한국섬유·패션대상’ 시상식에서 유통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11월 9일 밝혔다. 한국섬유신문이 주최한 이번 시상식에서 마리오아울렛은 국내 최초로 정통 패션 아웃렛 개념을 구현하고, 섬유·패션 관련 산업에 이바지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마리오아울렛은 국내에 아웃렛 개념이 생소하던 2001년에 대한민국 최초의 정통 패션 아울렛을 선보였다. 그 결과 마리오아울렛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국내 아웃렛 시장을 선도했다. 나아가 가산·구로디지털단지(G밸리)를 서울 최대의 패션 유통단지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2001년 1관 개관을 시작으로 2013년 9월, 총 3개의 관으로 이루어진 ‘마리오 패션타운’을 완성했다. 현재 마리오아울렛에는 6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부터 키즈테마파크·서점·리빙·F&B까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쇼핑 카테고리를 보유했다. 지난 2018년 4월에는 대대적인 전관 리뉴얼을 통해 복합 체험형 콘텐트와 덜불어 문화·휴식공간을 선보이며 구매 중심의 공간을 탈피한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허정연 기자

2020.11.1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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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아울렛의 성공전략 4] 공장 지대를 한국형 패션타운으로 탈바꿈

산업 일반

국내 아울렛 최초 온라인몰 오픈 등 계속해서 혁신 나서 마리오아울렛은 1990년대 기능을 잃기 시작한 구로공단에 다시 활기를 불러일으킨 기업으로 평가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인근 공단 사업체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몇몇 남은 기업은 중국, 동남아 등 저임금국가로 시설을 옮기면서 구로공단의 방대한 공장과 시설은 텅 빈 흉물스러운 골칫거리로 여겨졌다.마리오는 이때 역발상으로 시장을 바라봤다. 경기 위축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공단 일대 부지를 매입해 8층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을 건축한 것이다. 이는 여성패션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를 일본에 수출할 때 봐두었던 ‘도심형 아울렛’을 국내에서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마리오는 건물 일부에 여러 의류 브랜드를 판매하는 매장을 열었고, 또 건물 위층 부분에는 의류 공장을 입주시켜 2001년 ‘마리오아울렛’이라는 이름으로 새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쇠퇴하던 구로공단은 주말마다 마리오아울렛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쇼핑을 즐기러 오는 쇼핑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백화점 대비 50~80% 저렴한 가격으로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차를 타고 장거리를 운전하지 않아도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입지 요건도 방문자의 편의성을 증대시켰다.마리오아울렛은 개점 첫해 매출 500억원을 시작으로 3년 뒤인 2004년에는 120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성장을 보여줬다. 그 후 2004년 마리오는 15층 규모의 마리오아울렛 2관을 오픈하고, 2012년에는 마리오아울렛 3관을 신축하는 등 지속해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마리오아울렛엔 평일 10만명 이상, 주말엔 20만명의 방문자가 찾고 있다. 또 국내 아울렛 중에서는 처음으로 공식 온라인몰까지 보유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이한 마리오아울렛이 전국각지 패션 쇼핑객을 가산, 구로디지털단지로 모이게 한 성공전략은 무엇일까. ━ 성공전략 1. 과감한 개척 정신 - 첫 국내 정통 패션 아울렛 세우다 마리오아울렛 3관 정문 앞에는 12m에 달하는 거대한 굴뚝 모양의 조형물 3개가 우뚝 서 있다. 건물 멀리에서도 보일 수 있도록 3관 건물 옥상에도 대형 굴뚝 조형물이 설치돼있고 건물 외벽에는 구로공단에 첫발을 내디디고 어렵게 산업발전을 이끌어왔던 옛 주역들의 회사 이름을 손 글씨로 새겨 넣었다. 이 작품들은 과거 구로공단에 바치는 존경의 표시로 설치됐다. 마리오아울렛이 옛 구로공단 공장지대에 세워졌기 때문이다.마리오아울렛은 일반인들에겐 아울렛이 낯설던 시절인 2001년에 처음 설립됐다. 오픈 당시 가로등 등 지역 기반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아 해가 지면 마리오아울렛 건물 외관 조명만 거리를 비추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픈 이후 다양한 브랜드 의류 제품을 이월상품, 특가상품, 판매부진 상품 등으로 구분해 정가대비 30% 이상 상시 할인가격으로 판매하는 아울렛 제도가 입소문이 나면서 품질 좋은 브랜드 상품을 알뜰하게 사길 원하는 쇼핑객에게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마리오아울렛은 IMF 외환위기 이후 장기화한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1관 개관 3년 만인 2004년 8월에 마리오아울렛 2호점인 마리오 2관을 오픈했다. 또 이어서 2006년 4월엔 마리오 3관을 오픈하면서 ‘마리오 패션타운’을 완성했다.인기는 외국인 관광객으로까지 확대됐다. ‘마리오아울렛에 오면 값비싼 한국 의류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한국에 찾으면 한번쯤 들러봐야 할 쇼핑 코스로 찾기 시작했다.마리오아울렛도 외국인 관광객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텍스리펀드, 통역서비스, 해외배송 서비스 등 외국인 관광객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하고 매장에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관광객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관광버스가 들어올 수 있도록 주차 공간도 확보했다.그 결과 마리오아울렛은 외국인 매출이 매년 두 자리 이상 신장하고 있고, 국내 아울렛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중국관광청으로부터 CNTA(국가여유국) 품질인증을 받으며 입지를 올리고 있다. CNTA 품질인증은 2009년 중국 관광청이 불공정, 강제 여행과 쇼핑 관행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품질서비스 인증제도다. 또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우수 쇼핑점’에 3회 연속 뽑히기도 했다.멈춰버린 공장지대에 과감하게 세워진 마리오아울렛 주변은 현재 W몰을 비롯해 현대아울렛, 롯데팩토리아울렛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주변 지역이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가산패션단지’로 탈바꿈했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 20~30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상권이 조성됐다. ━ 성공전략 2. 도심 내 입지 전략 - 대중교통으로 접근 가능한 ‘도심형 아울렛’ 마리오아울렛을 말할 때 단순 아울렛이 아닌 ‘도심형 아울렛’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도시 외곽에 위치하는 전통적인 아울렛몰과는 달리 도심에 있기 때문이다. 마리오아울렛은 서울에 있는 가산, 구로디지털단지 내에 위치한다.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도 좋다. 시내버스로도 찾기 좋고 하루 평균 12만명의 서울, 경기권 시민이 이용하는 1, 7호선 환승역인 가산디지털 단지역에서는 5분 거리에 있다. 도심 외곽 아울렛은 이동수단으로 자동차만 가능하지만 도심형 아울렛은 버스, 지하철까지 다양한 수단이 있어서 접근성은 물론이고 방문자의 이동비용까지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닌다.자동차를 통한 접근도 용이하다. 서울 서남부에 위치해 서해안 고속도로와 수도권 외곽순환도로로 바로 연결되고 남부순환도로, 시흥대로, 서부간선도로로도 바로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경부고속철도와 KTX광명역과도 15분 거리에 있어 사통팔달의 중심지다. 마리오아울렛 오픈 당시 ‘김포공항 20분, 인천 30분, 평택 40분’이라는 광고 카피가 사용된 이유다.또 마리오아울렛 근처에 있는 구로디지털단지는 최근 다수의 기업이 입주해, 단지 자체가 시장수요를 채워주기도 한다. 서울시 국가통계토털 자료에 따르면 구로디지털 단지 내에 종사하는 IT 종사자는 25만여명에 다다른다.소비자를 이끌기 좋은 위치기도 하지만, 제품 공급에도 유리한 위치다. 마리오아울렛이 위치한 서울디지털산업2단지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삼성물산, 서광, 진도 등 대형 의류업체들의 물류 기능을 담당한 업체들이 많아 바로 가까이에서 아울렛으로 의류 제품을 공급하는 데 유리하다 ━ 성공전략 3. 합리적 쇼핑 제안 - 브랜드 수는 ↑, 가격은 ↓ 소비자에게 마리오아울렛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마리오아울렛은 의류 공장에서 제작한 물품을 바로 아울렛에서 판매하는 ‘팩토리 아울렛’ 매장을 입점시켜 더욱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다. 현재 팩토리 아울렛 매장은 마리오아울렛 1관 5층부터 7층까지 밀집해 있다. 의류제조공장 등 생산시설과 판매를 바로 연결해 중간에 부풀어지는 유통가격 거품을 모두 뺀 셈이다. 할인된 가격은 1년 365일 상시 제공된다.가격만 저렴한 건 아니다. 다양한 패션 카테고리 제품을 모두 다룬다는 것도 장점이다. 1관부터 3관까지 하루에 세 건물만 한번 돌고 나면, 모든 패션 물품을 구입할 정도다. 세 마리오관은 체계적으로 나뉘어져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1관은 ‘패션 전문관’으로 여성 정장 및 여성 캐주얼, 남성 패션 정장브랜드와 남성 캐주얼, 란제리, 구두, 핸드백 등을 판매한다. 2관은 ‘레저 전문관’으로 국내외 스포츠, 프리미엄 아웃도어, 골프웨어 브랜드 등으로 채워졌다. 3관은 ‘라이프스타일몰’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아동 의류 브랜드를 비롯해 전자제품관, 서점, 볼링장 등 여가 문화시설까지 마련돼 있다.또 세 건물이 서로 연결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돌아볼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 1관과 2관은 2층과 3층에 연결 다리로 이어지고, 2관과 3관은 3층에 연결 다리로 이어진다. 지하주차장도 연결된다. 1관과 2관은 지하 1층으로 합쳐지고, 2관과 3관은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연결된다.마리오아울렛은 소비자에게 국내외 유명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패션의류 제조업체에는 안정적인 재고 상품 판매장소를 제공함과 함께 재고상품을 소진할 수 있게 해 현금 유동성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 성공전략 4. 쇼핑에 편리성, 즐길거리 더하기 - 온라인몰 오픈해 2030세대까지 사로잡다 마리오아울렛은 2018년 4월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그랜드 오픈했다. 1관과 2관은 마리오아울렛, 3관은 마리오몰로 새로 단장했다. 특히 이 중 3관은 면적의 28%를 여가 문화 관련 콘텐트 매장을 입점시키며 아울렛에 도심형 복합쇼핑몰 구조를 더 했다. 3관에는 아울렛으로는 드물게 대형서점, 락 볼링장, VR게임장, 키즈 테마파크와 유명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가족 전체가 온종일 아울렛 안에서 쇼핑하고 문화생활을 즐기고 외식까지 할 수 있는 ‘원데이 스테이’가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구매 중심의 공간’에서 벗어나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 같은 리뉴얼로 주말에 3관 마리오몰을 찾으면, 쇼핑이 아닌 같이 점심에 식사하고 저녁엔 서점에서 책을 보며 여유를 즐기는 방문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콘텐트 강화 전략은 2015년 경기도 연천에 있는 체험형 에코 테마파크 허브빌리지를 인수한 것과도 이어진다. 허브빌리지는 약 1만7000여평 규모로 된 체험형 테마파크로 초대형 유리온실과 야외 가든을 비롯해 야외수영장, 바비큐장 등 펜션과 허브체험공방 등의 부대시설로 구성돼 있다. 마리오아울렛은 ‘자연’이라는 경험 콘텐트와 결합시킨 새로운 방향의 서비스를 선보이며 공간의 가치를 올리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마리오는 즐길거리뿐만 아니라 기술적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편리성도 더했다. 2016년 마리오는 국내 아울렛에서는 처음으로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마리오아울렛의 온라인몰인 ‘마리오몰’에서는 현재 830여개 브랜드의 19만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몰의 주요 고객은 2030세대로, 한 달에 약 180만명의 사람들이 이용한다. 2017년에는 여기에 모바일로까지 연동되는 마리오몰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몰이 연동되는 옴니채널을 완성했다. 이는 ‘마리오아울렛을 찾는 고객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리오만의 철학이 담겨 기획됐다.재고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체적인 관리 플랫폼도 만들었다. 마리오는 마리오아울렛의 모든 관 전 층에 방문자 수를 카운팅하는 센서를 설치하고, 스마트폰 단말기의 신호로 방문자의 쇼핑패턴이나 경로를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해 수집한 정보를 오프라인 매장 MD에게 제공한다. 마리오는 지속해서 공간 개발, 기술 개발을 통해 방문자의 편의성과 쇼핑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0.08.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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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아울렛 20년 개척자,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슈퍼마리오’의 디자인은 계속된다

산업 일반

‘까르뜨니트’로 일군 패션 외길 40년… 위기에 역발상으로 국내 아울렛 시장 개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7월 3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계가 소폭 상승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편의점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역성장했다. 특히 패션 쇼핑의 주요 채널인 백화점(-14.2%)은 대형마트(5.6%)보다 타격이 컸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유통업계는 온라인 쇼핑 강화를 서두르는 모습이다.홍성열(66)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오프라인에 없는 상품만 온라인에서 팔라”고 주문했다. “발품 팔아 마리오아울렛을 찾은 고객들에게 온라인과 똑같은 상품을 팔 순 없다”는 것이 홍 회장의 지론이다. 마리오아울렛은 2016년 아울렛 최초로 전용 온라인몰을 오픈한데 이어 자체적인 관리 플랫폼을 개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듬해엔 모바일 앱 오픈으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 채널을 더했다.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췄음에도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오프라인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이유가 뭘까. 7월말 서울 가산동 마리오아울렛에서 그를 만났다.“패션은 독특한 업종입니다. 일반적인 제품과 달리 패션 상품은 획일적인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지 않아요.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봐야 알 수 있는 소재의 특성과 디자인 디테일 등을 온라인으로 보여주는 데엔 한계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업계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패션 쇼핑을 즐기던 고객들이 국내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의 시선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불 꺼진 구로공단이 ‘기회의 땅’으로 이 같은 홍성열 회장의 역발상은 국내 최초의 아울렛인 마리오아울렛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그가 패션 사업에 뛰어든 건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제들에게 빌린 200만원으로 편물기 4대를 산 홍 회장은 서울 대방동에 작은 니트 공장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의류업체 대부분이 외국 바이어들이 시키는 대로 제품을 만드는 ‘삯바느질’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 순 없을까.’ 패기 넘치던 20대 젊은 사장은 남다른 디자인의 니트를 생산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그 결과 1985년 패션 브랜드 ‘까르뜨니트’가 탄생했다.“일본 바이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니트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어요. 1989년 일본 게이오백화점에 까르뜨니트를 론칭한데 이어 국내 백화점에도 25개의 매장을 냈죠. 니트는 추운 겨울에만 입는 옷이란 통념을 깨고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든 발상의 전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밀려드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구로공단에 공장과 사옥을 짓고, 스웨터 내수 판매와 수출에 주력했습니다.”당시 일본 바이어들은 홍 회장을 ‘슈퍼마리오’라고 불렀다. 일본 닌텐도사가 1985년 개발한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가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바이어들 사이에서 “마리오 제품을 수입하면 다 팔린다”는 평이 나왔다. 홍 회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문 약속을 지키고, 제품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일본까지 직접 찾아가 해결하는 성실함으로 신뢰를 받았다. ‘여름 니트’로 패션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그의 역발상은 그저 패션 아이템에서 그치지 않았다.‘아울렛’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절, 척박한 서울 구로공단에 정통 패션아울렛을 세우겠다는 결심은 또 다른 발상의 전환이었다. 20년 간 패션업에 종사하던 그가 공장 부지를 알아보러 구로공단에 발을 들였을 때는 IMF 외환위기 직후였다. 경제 한파가 들이닥친 후 문을 닫은 공장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해가 지면 가로등 하나 없는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폐허나 다름없는 공장지대에 패션아울렛을 만들겠다는 홍 회장을 주변 사람들은 모두 뜯어말렸다.당시 패션업계와 시장 상황은 어땠나.“1987년 수해로 인해 서울 대방동에 있던 지하실 공장에 물이 들어찼다. 수출을 앞둔 옷들이 모두 망가져 어려움에 처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높은 지대에 공장을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IMF 사태가 일어나며 망하는 회사가 줄을 지었다. 당시 우리 회사(까르뜨니트) 매장도 전국 60개 중 12개가 문을 닫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구로공단도 마찬가지였다. 봉제·섬유공장의 80%가량이 문을 닫아 매물이 넘쳤다. 90년대 말 구로공단 거리는 하루 10명도 채 지나다니지 않을 만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지만 나에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패션업을 하며 넓은 공장과 매장을 갖는 게 꿈이었던 내게는 지금이 공장 부지를 살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아울렛 설립을 결심한 배경은.“직접 패션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상품 재고와 유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공단에 입주한 봉제업체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고 있는데 반해 소비자들은 유통 채널에 한계가 있으니 백화점 등에서 비싼 가격에 제품을 사는 구조였다. 업체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고, 소비자는 싼 값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 통로가 절실했다. 해외 조사를 통해 체험한 아울렛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 규제에 묶인 15년, 차별화 기회로 삼아 모두가 몸을 사리던 때에 홍 회장은 자신의 판단을 믿고 밀어붙였다. 홍 회장은 1999년 당시 공동화 현상을 보이던 구로2공단 내 효성물산 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산업단지공단과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주변의 위태로운 시선 속에 2001년 6월 마리오아울렛 1관이 문을 열었다.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4년, 마리오아울렛 2관을 오픈했다. 입점을 희망하는 브랜드가 많아진 데다 1관에 선보이지 못했던 신규 카테고리를 들여오기 위해서였다. 기존 건물인 1관 일부는 아울렛 형태로 운영하고, 바로 옆에 2관 건물을 지어 니트를 생산하고, 본사 제품을 판매했다. 이어 2012년 3관까지 오픈하며 불 꺼진 구로공단을 패션타운으로 탈바꿈시켰다.현재 마리오아울렛엔 평일 10만명 이상, 주말엔 20만명의 고객이 찾고 있다. W몰에 이어 현대아울렛 등 대기업까지 이곳에 진출하면서 연매출 1조원 규모의 ‘가산패션단지’를 형성했다. 그 사이 서울 독산동, 가산동, 구로동 일대는 첨단IT·패션유통단지로 탈바꿈했다.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다. 내실을 다지며 꾸준히 성장한 마리오아울렛은 지난해 매출 3300억원을 기록했다. 2001년 첫해 500억원이던 매출 규모가 20년 만에 6배 이상 커진 것이다.사업이 순조롭게만 나아간 것은 아니다. 패션타운을 완성하기까지 “공장 지대에 유통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정부 규제로 기나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마리오아울렛의 역사는 그야말로 홍 회장이 맨땅에서 하나하나 일궈나간 개척의 역사다. 홍 회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고비를 넘으면서 깨달은 점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 ‘정도경영’이 결국엔 정법이라는 것”이라며 “고객과의 약속은 결국 품질로 나타나고, 이는 마리오아울렛이 20년 동안 성장한 비결”이라고 말했다.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나.“20년간 구로공단에서 사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 일대를 패션타운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1960년 대 만든 국가산업단지법이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다. 공장 지대에 유통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정부 규제 탓에 1관부터 3관을 짓는 데까지 무려 15년이나 걸렸다. 심지어 ‘마리오 입주 계약 해지됐으니 마리오와 거래를 중단하라’고 산업단지공단이 5개 은행에 공문을 보낸 일도 있다. 심지어 (동일 건물 내에서 제조한 것만 판매해야 한다는 법 때문에) 내 제품을 내 건물에서 팔수도 없었다. 낡은 규제와 싸우느라 15년 간 산업단지공단과 실랑이를 벌일 때마다 힘이 빠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새로운 길이 났는데, 옛 길로 돌아가라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일 아닌가.”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규제로 인해 3~4년이면 될 일을 15년에 거쳐 하다 보니 그 사이에 패션 트렌드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각 관마다 차별화를 시도했다. 1관은 여성·캐릭터, 2관은 스포츠·아웃도어, 3관은 복합몰 형태를 띠고 있다. 내 본업이 패션이다 보니 좋은 브랜드를 더 좋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울렛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마리오아울렛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질수록 질 좋은 상품을 착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가치소비 성향도 커진다. 요즘같이 어려울 때 이 같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마리오아울렛은 2018년 4월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그랜드 오픈했다. 1·2관은 마리오아울렛, 3관은 마리오몰로 새로 단장했다. 특히 마리오몰 면적의 28%를 여가 문화 관련 콘텐트로 채우며 아울렛으로는 드물게 도심 속에서 입고 먹고 즐기는 ‘원데이 스테이(one-day-stay) 공간’을 추구했다. 서점과 VR게임장, 락 볼링장, 메디컬 키즈 카페를 더했다. 도심형 아울렛 최초로 아울렛에 몰을 더해 토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 것이다. ━ 철 지난 해외 브랜드 대신 ‘싱싱한’ 국내 브랜드로 승부 최근 알뜰형·실속형 소비가 유행하면서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7% 급증했고,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역시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나타냈다. 롯데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도 매출이 5% 늘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들이 여유자금으로 명품이나 고가 해외 패션을 구매하기 위해 아울렛에 몰렸다는 분석이다.프리미엄 아울렛이 명품에 대한 수요로 실적을 내고 있다. 마리오아울렛 역시 명품매장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마리오 1관을 오픈하면서 다른 프리미엄 아울렛과 마찬가지로 버버리·겐조 등 명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적이 있다. 그러던 중 한 프리미엄 고가 브랜드에서 가품이 섞여 들어온 게 적발됐다.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였지만 이를 계기로 명품 매장을 대부분 철수시켰다. 사실 패션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고가 브랜드 대부분은 출시된 지 한참 지난 물건이다. 패션은 디자인과 품질이 생명인데 오래된 제품은 아무리 명품이라 해도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린 돌고 돈 해외 고가 브랜드보다는 ‘싱싱한’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프리미엄 아울렛과의 차별점은.“1관 건물 전면 광고에 써놓은 글귀가 있다. ‘코리아 넘버원 패션 브랜드’가 그것이다. 해외에 나갔다 오면 아울렛에서 쇼핑하는 게 자랑할 만한 일인데 국내에선 아울렛에서 사는 걸 부끄러워하는 분위기다. 철 지난 해외 명품을 헐값에 산 걸 숨기고 싶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울렛이 가장 질 좋은 해외 고가 브랜드를 갖고 있진 않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는 모두 모아놨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교외형 아울렛에 비해 교통이 편리하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우리가 가진 경쟁력이다.”지방이나 해외 출점 계획은.“지방 대도시 대형 패션몰에서 마리오아울렛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손을 내밀 건 사실이다. 중국 시장 진출 역시 마찬가지다. 현지 기업으로부터 돈을 투자할 테니 마리오아울렛 브랜드를 달고 직접 경영을 맡아달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동안 많은 유통기업들이 준비 없이 지방에 진출했다가 위기를 겪는 모습을 봐왔다. 마리오아울렛이 이곳에 들어선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나를 제대로 못하면서 둘을 욕심내진 않으려고 한다.” ━ 지방 출점은 시기상조… “하나부터 제대로” 홍 회장은 인터뷰 내내 “나는 패션인”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울렛 시스템을 선구적으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이끈 ‘유통업의 대가’지만 여전히 그 뿌리는 패션에 있음을 강조했다. 패션인으로서 작게는 가산 패션타운을, 크게는 국내 패션유통산업을 디자인한 홍성열 회장이 그리는 미래를 물었다.“까르뜨니트를 창업한 시절부터 디자인부터 생산·경영까지 모두 다 내 힘으로 했습니다. 남과 다르게 하고 싶어 늘 새로운 걸 시도했습니다. 아울렛 사업에 뛰어든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업 초창기에 일본 수출을 하면서 일본인이 가장 까다롭다고 생각했는데 이 업을 20년 동안 해보니 우리나라 고객만큼 관찰력과 센스가 뛰어난 곳도 없어요. 국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마리오만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특색 있는 아울렛을 디자인할 것입니다.” ━ ‘대통령의 부동산’은 지금 -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매입해 화제…‘허브빌리지’는 새단장 중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화제의 부동산’에 투자한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사들였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로 다음날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그는 “탁월한 위치에 비해 시세가 저렴해 매입했을 뿐 박 전 대통령이나 친박계 의원들과 접촉한 적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앞서 2015년 12월에는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 약 5만7000m²(1만7000여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허브 농장 ‘허브빌리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곳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소유였으나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환수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2009년엔 전 전 대통령 부부가 5공화국 시절 고위관리들을 초청해 결혼 50주년 연회를 열었고, 검찰의 압수 수색 과정에서 고가의 미술품이 다수 발견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를 마리오아울렛이 118억원에 사들였다.허브빌리지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홍 회장은 “품격 있고 여유로운 가든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라며 “국내는 물론 전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가든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위해 홍 회장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 지휘를 할 정도로 열의를 갖고 있다.홍 회장의 자연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마리오아울렛 매장 내·외부 공간에 마리오가든, 마리오 동물농장 등 자연공간을 조성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20년 전부터 개인농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고향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을 고객들에게 증정하는 등 자연과 고객을 연결하는데 애정을 쏟는다.홍 회장은 “호텔이나 펜션 같은 시설물은 오래되면 보수가 필요하지만 가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하는 법”이라며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방문객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완벽히 재단장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0.08.08 16:13

9분 소요
리더 51인의 신년 에세이 | 인생과 경영(1)

산업 일반

리더는 늘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다. 많은 이들이 성공한 리더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성장 과정과 고난 극복 스토리 속에서 가르침을 찾고 그들의 남다른 안목과 강철 같은 의지, 불도저 같은 실행력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포브스코리아는 2018년 새해를 맞아 인생과 경영의 등대가 되는 리더 51명의 에세이를 직접 받아 지면에 담았다. 다양한 경험,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이 담긴 에세이는 표면적으로는 기업 경영의 성공 비결을 다루고 있지만 내면엔 신념·결단·꿈 등이 담겼다. 숫자로 평가받는 기업 환경이지만 위대한 리더들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추구한다. 그들의 인생이 곧 경영이고, 경영이 곧 인생이라 할 만하다. 에세이를 찬찬히 일어보면 경영 리더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목표는 적당한 지, 방향은 올바른지, 성공에 취해 초심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통해 일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에세이는 짧은 자서전이자, 경영 지침서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CEO들의 에세이는 표현은 다소 투박하고 서툴지만 경험에서 나온 신념과 통찰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풍성한 울림과 배움을 준다. 워런 버핏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과 사귀어야 하고 평생의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51인 리더의 에세이가 독자들에게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홍성열(마리오아울렛 회장) | 초심의 힘 패션유통업에 뛰어든 지도 어느덧 40년이 다 되어간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 하나가 “어떻게 맨손으로 시작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울렛을 만들었나”다. 1980년대 초 니트 브랜드 까르뜨니트를 론칭하고, 외환위기 시절에 뚝심 하나로 마리오아울렛을 오픈하면서 수많은 굴곡과 고비를 겪었다. 그때마다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도 매일 되뇌는 초심 덕분이다. 바로 ‘정직하고 올곧게 걷자’는 윤리경영이다.한국 제품이 홀대 받던 시절 토종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는 일본 바이어들을 불러들였고, 한국 최초로 일본 게이오백화점에 입점했다. 이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생산하고 거래했기 때문이었다. 제품에 사소한 하자라도 생기면 밤낮이고 현해탄을 넘어가 문제를 해결했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 유수 명품 브랜드를 연구하고 벤치마킹했다.‘유명 브랜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자’고 마리오아울렛 사업을 시작할 당시 주변에선 “실패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귀에 담지 않았다. 위층에서 만들고 아래층에서 판매하는 가격 혁신으로 개점 2~3개월 후부터는 건물이 무너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객이 몰렸다. 이후 성장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견제와 왜곡으로 사업의 존폐까지 고민했지만 오직 ‘정도(正道)’만을 고집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묵묵히 매 고비를 이겨냈다. 이는 국내 아울렛 유통 개척의 원동력이 됐고, 최근 대형 유통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지속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다.높은 매출 실적은 기업의 가치와 성공을 측정하는 척도다. 그러나 정직하지 않은 변칙 플레이를 통한 성장 결과는 언젠가는 엎어질 모래성과 같을 뿐이다. 한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유일한 방법은 ‘정직과 신뢰’다. 그리고 이 같은 초심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만이 기업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이다. ━ 양윤선(메디포스트 대표) | 19년 전 초심 6월 26일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다. 1991년 이날 첫딸을 낳고, 9년 뒤인 2000년 같은 날 메디포스트를 창업했다. 소중한 두 존재의 생일이 같은 걸 보면 신기하다. 둘 다 산고의 고통을 주었지만, 지나서 보니 아픈 기억은 전혀 남아 있지 않고 그저 사랑스럽고 대견할 뿐이다.그리고 생각할수록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줄기세포 기업을 설립하면서 의사로서 병원에서보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년 전 신생아의 탯줄 속 혈액, 즉 제대혈에도 골수처럼 줄기세포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골수 기증을 받지 못하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제대혈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제대혈은행’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난치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많은 질병을 대상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도전했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결실이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켜 관절염을 치료하는 ‘카티스템’이라는 줄기세포 치료제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을 다시 일어서게 했다는 뉴스로 잘 알려져 있다.인내가 필요한 여정이었다. 수만 번 배양 조건을 바꿔가며 최적의 줄기세포를 확보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치료 개념 탓에 공상과학소설 취급을 받기 일쑤였고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다. 때때로 임상은 중단되고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고단한 여정이 눈 깜짝할 사이처럼 짧게 느껴지는 건 이 사업이 가진 가치와 매력 때문이다. 또 선한 마음과 열정이 가득한 동료직원들과의 즐거운 나날이었기 때문이다.첫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이후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한 번의 성취감 이후 다른 제품들도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줄기세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난치병 치료의 마지막 희망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기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긴 여정에서 지치지 말자 다짐하며 다시 19년 전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본다. ━ 이충희(에트로 대표) | 나눔 패션 브랜드 에트로의 사훈이 ‘감사와 나눔’으로 정해진 것은 아마도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일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사훈으로 정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아내의 권유로 매달 3만원씩 기부를 한 것이 그 시작이다.‘감사’의 의미는 에트로 제품을 사주시는 고객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고객들 덕분에 나를 비롯한 우리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눔’은 고객들을 대신해서 우리 모든 직원들이 불우이웃들에게 고객들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불우이웃만이 아닌 폭넓은 활동을 하게 되었다.나눔은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나는 2002년 백운장학재단을 설립해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육군 15사단, 20사단과 자매결연을 맺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전국의 군부대를 누비며 장병들을 위한 문화 공연이나 그림 전시, 군자녀 교육을 위한 어린이 도서 지원, 장병들을 위한 강연을 16년째 이어가고 있다.지금까지 나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부모님의 교육과 보살핌, 직장 상사와 선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오늘의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재능과 능력을 나누는 것이 그 분들에 대한 보답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이라 생각한다. 나눔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더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부터라도 감사와 나눔을 생활화해 보자. ━ 권도균(프라이머 대표) | 꿈 13년 동안 5개 회사를 창업하고 두 회사를 코스닥에 등록했다. 넘어지고, 상처받고, 성취하는 과정이 었다. 이를 통해 사업은 나 자신과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업은 나의 돈과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주변 이웃, 고객의 고통과 필요를 해결하는 이타적인 활동이며 성공은 단지 결과물이다. 평범한 엔지니어였던 저 같은 사람도 사업을 이만큼 할 수 있다면 모든 보통의 젊은이들도 도전할 기회를 주고, 길을 보여주고 도와주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지고 컴퓨터를 통해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었었다. 이제는 경영이라는 지혜를 가지고 사람에게 더 큰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투자자이자 멘토가 되었다. 결국 사람을 남기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가장 큰 기여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성공적인 창업과 엑싯(회사를 매각)의 경험을 한 창업가 출신들이 있다. 그들이 경험과 자유로운 돈과 시간을 가지고 돈 버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기 바란다.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새로운 종족이 등장하기를 새해에 꿈꿔본다. ━ 이영애(배우) | 기부의 행복 요즘 주위에서 기부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많이 묻는다. 그저 마음 따라 하는 행동이 너무 주목을 받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하다.사실 베푸는 행위에 원칙이나 기준은 없던 것 같다.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살면서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 표현이자 보답이었다. 갑작스레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분들을 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을 뿐이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홍수나 지진 등 자연재해 피해지역을 보면 마음이 앞선다. 당장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나이가 들고, 아이 엄마가 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지난 이란 지진 때 기부한 걸 보고 한국 배우가 한국을 돕지 왜 해외에 기부하냐는 질문도 받았다. 사실 해외에 기부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도와준 나라, 그리고 한류를 사랑한 국가의 국민에게 보답하는 마음 때문이다. 해외 시청자들은 내가 출연한 드라마를 사랑해주고 덩달아 한국에 큰 관심을 가져줬다. 기부를 내가 한다 해도, 받는 곳에선 한국이 돕는다고 생각한다.돌아보면 내 인생은 보람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배우로서 감당하기 과분한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을 보고 인생 설계를 하며 희망을 갖고 지낸다는 팬의 편지를 읽으며 보람을 느끼고, 우연히 마주친 분들이 팬이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순간들은 기쁨을 더한다. 이 감정에 큰 보탬이 되는 건 물론 가족이다.엄마가 된다는 건 인생에 큰 변화를 안겨준다. 배우로선 작품을 선택하는 데 내용이나 역할을 더 신중히 들여다보게 됐고, 연기를 할 때 감정표현은 더 넓고 풍부해졌다. 인간 이영애로선 삶을 돌아보게 되고, 주변을 볼 줄 알게 됐다. 저소득층 미혼모, 다문화가정, 장애 임산부들에게 나의 손길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만족과 기쁨은 배가 된다. 우리 일곱 살 쌍둥이에게 놓인 어려움이란 생각이 들면 지나치기 어렵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난 작은 실천을 보태면서 한 걸음 더 크게 성장한다. ━ 권혁운(아이에스동서 회장) | 신뢰의 힘 모델하우스 개관 이틀 전, 망치를 손에 들고 다니며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부수었던 경험이 있다. 현관문 구조가 사람 동선에 불편하니 고치라고 했지만 “개관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난감해했다. 그래서 망치로 깨버렸다. 결국 직원들은 밤을 새워 모델하우스 오픈 전까지 고쳐 놓았다.지난 10여 년간 아이에스동서는 전국에 3만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공급했다. 새해 초 완공하는 부산의 초고층 주상복합 W까지 대부분을 직접 시행·시공했다. 그동안 미분양 주택이 한 채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는 소비자의 신뢰가 없으면 그날로 소멸된다’는 위기의식이 만들어낸 성과다. 특히 내가 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이 중요했다. “병든 주인이 머슴 다섯 노릇을 한다”는 선친의 말씀처럼 주인 입장에서 보면 답이 보인다. ‘주인의식’은 사업철학이자 늘 강조하는 말이다.1980년대 초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연대보증을 섰던 나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제조업은 망해도 공장이나 기계라도 남지만 건설회사는 부도나면 빈 책상의 먼지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속 성장이 힘들고, 경기에 취약한 건설회사를 ‘부도 나지 않는 회사’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방향은 연관 업종에 대한 사업다각화, 전략은 인수합병(M&A)이었다.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성장은 무엇보다 내부 임직원 간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업 경영의 아이디어는 언제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내부의 소통을 통해서 탄생한다.망치로 모델하우스의 시설을 깬 것은 ‘직원들이 내 본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밤샘작업으로 시설을 개선한 직원들의 마음엔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나에 대한 신뢰가 쌓였을 것이다. ━ 권동칠(트렉스타 대표) | 스마트 팩토리 지난 몇 년 동안 준비해왔던 신발지능형공장(스마트 팩토리)의 이름을 최근 ‘핸즈프리 팩토리(Handsfree Factory)’로 확정했다. 새해 1월부터는 설비를 시작하고 시범 제조라인을 구축해 시험가동도 할 예정이다. 신발제조의 핵심공정을 수행할 로봇 6대와 각종 첨단장비가 투입된다.국내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발 스마트 팩토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경쟁력이 높아져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이 하나 둘씩 유턴할 것이다.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한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자동화 설비는 내수시장에서 유통시스템과 융합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직접 주문도 활성화해 고객들이 오프라인·온라인 매장 어디서든 원하는 신발의 모델과 색상을 선택하고 바로 주문할 수 있다. 한국 신발산업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1981년부터 대한민국 신발산업의 부침을 봐 왔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신발산업이 대한민국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나의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는 생각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 김봉진(우아한형제들 대표) | 기술 혁신 2010년 ‘배달의민족’이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나온 즈음 대한민국은 ‘인터넷 혁명’ 이후 불과 10년 만에 찾아온 또 한차례의 거대한 물결, ‘모바일 혁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전단지를 스마트폰에 옮겨보자’는 재미있는 일을 벌이면서도 정작 그 당시에는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변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직감하고 있었다. ‘모바일 혁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것이다. 이 물결에 올라타지 않으면 안된다 ? 바로 지금!’“기업가는 혁신을 주도하고, 사업가는 혁신을 모방한다.” 20세기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와 사업가를 이렇게 구분 지었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기존의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공상과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이가 바로 혁신적 기업가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바로 10년 후, 20년 후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나은 우리의 삶’ 그것이어야 할 것이다. ━ 반원익(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 일자리 해결책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들이 비정규직과 임시직의 질곡에서 희망을 잃어간다. 등 굽은 가장들의 힘겨운 뒷모습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삶의 불안은 절망을 이끌고 사회의 온기는 차갑게 식어간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키에르 케고르는 말했다.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에서 한국은 139개 국가 중 83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인하 추세를 거슬러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25%로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더해 역대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전 앞에 놓인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기업은 경제의 혈류를 공급하는 핵심 주체다. 미움 받을 일도 많았지만 최소한 ‘상대적인’ 오늘의 물질적 풍요는 이들에 빚진 바 크다. 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일자리는 줄어든다. 산수에 가까운 단순한 논리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이들의 활력을 회복시키면 된다. 더 이상 쉬울 수 없는 얘기다. 해법도 간단하다. 투명한 경쟁의 틀을 제공하고 기업이 분방하게 뛰도록 놓아두면 된다. 몰역사적인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가 아닌 공정과 정의가 살아 있는 역동적인 성장의 공간을 꿈꿔야 할 것이다. 낡은 이념의 잣대를 버리고 모두가 솔직해져야 한다. ━ 안건준(벤처기업협회 회장) | 혁신 성장 지금 우리는 ICT기술과 각종 첨단기술이 광범위한 융복합을 통해 확산되며 기존에 없던 다양한 신산업과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미래 예측이 점점 불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과 변화가 없으면 바로 도태되어 버리는 시대라는 것이다.이제 대기업 생태계와 벤처 생태계 간의 진정한 결합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에 맞서야 할 시점이다. 대기업 생태계는 효율의 극대화와 국내외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고, 벤처 생태계는 핵심기술과 혁신 DNA를 보유하고 있어 서로 상호 보완적인 이상적 조합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 조금씩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신호다.새해에는 국내에서도 더욱 많은 대기업들이 혁신벤처생태계 참여를 통해 선순환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인재들이 혁신벤처창업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국가경제의 혁신을 주도하고 혁신동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다면 고용절벽을 해결하고 단절된 계층사다리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 서경배(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혁신의 출발점 내가 생각하는 혁신의 출발점은 강한 열망(Aspiration)이다. 누구보다 뜨겁고 간절하게 열망해야 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그리고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을 향한 ‘절박함’과 ‘인내심’이다. 스티브 잡스가 ‘Stay Hungry’를 이야기한 것처럼, 혁신에는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길도 그러했다. 20여 년 전만 돌이켜봐도 당시엔 우리나라의 화장품 산업은 미래가 불투명한 산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혁신의 DNA로, 창업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 왔다.2000년대엔 어떻게 하면 화장을 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주차 스탬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액상 형태의 화장료를 팩트에 담아낸 ‘흐르지 않는 액체’인 쿠션 화장품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모순된 도전이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도전한 결과 전 세계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꾸는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천외유천(天外有天)’이 있다. ‘눈으로 보는 하늘 밖에도 무궁무진한 하늘이 있다’는 뜻이다. 어느 곳을 향해, 어떤 믿음을 갖고 가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는 하늘 밖의 세상에서 각자 도달할 수 있는 하늘은 달라진다. 무한히 열려 있는 세계를 향해 새롭게 도전하며 노력하는 2018년이 되기를 바란다. ━ 강수진(국립발레단 예술감독) | 첫 마음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 감독으로 시작한 2막 인생은 감사의 연속이었다. 예술 무대를 만드는 일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책임의 무게는 더해졌지만, 모든 순간이 즐겁고 감사했다. 경험과 연륜이 쌓일수록 난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다.첫 마음. 불이 붙는 그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사랑을 할 때 배 밑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그런 느낌이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때 느껴지는 전율이 초심이다. 사실 난 발레를 했을 때부터 늘 초심이어서 행복한 행운아였다. 누구나 과정에서 열정이 사라지기도 하고, 주변 도움이 식어가는 과정도 있다. 결국 내가 이것을 왜 하는지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난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삶의 소중함은 거대한 것에 있지 않다. 세월이란 가치에서 소중한 것은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요즘은 인간적인 면에서 그걸 찾고 있다. 주변에 대한 사랑, 정, 배려를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진심도 중요하다. 나부터 긍정적으로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 부정적인 마음은 주변도 힘들게 하고 관객에게도 전해진다. 발레리나의 무대는 관객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발레 단원들마다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무대의 롤(역할)을 가르칠 때도 한 명씩 진심으로 대하려고 한다.무대를 마치고 관객과 무용수들이 행복해할 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과를 만들기 위한 발레리나들의 의지를 볼 때 감독으로서 보람도 느끼고 에너지도 많이 받는다. 다행히도 난 힐링(healing)할 수 있는 예술 분야에서 살아가고 있다. 명작을 만나면, 전체적으로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의상과 시놉시스에 빠져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후배들에게 늘 조언한다. 올라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경험들은 아프면서도 전율의 한 부분을 만들어낸다고. 되도록이면 그 순간들을 놓치지 말라고 한다. 행복을 누릴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 말이다. ━ 배중호(국순당 대표) | 정성 사랑방을 찾은 귀한 손님에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좋은 술을 대접하며 반기던 우리 고유의 문화가 있었다. 이런 정성으로 탄생한 술이 바로 ‘백세주’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이해 한국을 방문한 세계인들에게 대접할 제대로 된 전통주가 없어 한국을 대표할 좋은 술을 만들어보자는 생각과 노력으로 개발했었다. 고서에 나온 ‘생쌀발효법’을 복원하고 몸에 좋은 약재들을 넣어 드시는 분의 건강과 함께 즐기는 우리 문화를 담고자 했다. 곧 지구촌의 큰 축제가 30년 만에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 30년이라는 시간만큼 우리 술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순당도 다양한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문헌에만 존재하던 우리 술을 복원하여 다시금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하는 ‘우리 술 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다.우리는 지금도 전통을 빚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다. 가장 최근 선보인 신제품 ‘수리’는 소비자에게 신선한 재료인 야관문을 자연발효로 빚어 우리의 제법과 특성을 담아낸 술이다. 이런 남다른 노력이 전통주의 재활 성화를 꾀하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온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특별한 가족 행사에 올리고, 편한 사람과 즐거운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술이 좋은 술 아닐까. 정성의 마음은 진심으로 전해지니 말이다. ━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사장) | 활력 한국이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창업정신, 여성인력, 금융교육이다. 먼저 창업정신이다. 단순히 공부 잘해서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한국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미국이나 중국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업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가져야 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두 번째는 여성인력이다. 선진국은 성별 다양성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여 여성 경영 참여율을 꾸준히 늘려온 반면, 한국의 여성임원 비율은 2%에 불과하다. 한국기업은 남성 위주의 회사 경영으로 인해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성이 지닌 유연성과 공감 능력 등의 전략적 활용이 기업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다.세 번째는 금융교육이다. 현대사회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 그 어디에서도 돈을 제대로 모으고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은 돈을 몰라야 한다는 이상한 관념이 있다. 하지만 이제 금융에 대한 무지는 과거의 문맹과 다를 바가 없다. 금융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 강호갑(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 역사적 책무감 수출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이 수명을 다했다. 과신했던 낙수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결론났다. 1990년대 이후 급격히 가속화된 세계화의 도전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나날이 약화되고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정부의 시혜적 지원에 의존해 위태로운 생존만을 이어갈 뿐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을 이을 단단한 성장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중견기업이 희망이다.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견기업의 몫은 작고도 크다.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은 높고, 세상에 알려진 이름은 크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경제의 생존을 버텨내고, 성장을 이끌었다.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한 이들은 총 매출의 약 17%, 고용의 약 5%를 감당한다. 우수 인력이 메마른 지역의 귀퉁이에서 세계 최고의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희망은 중견기업에 있다고 믿는다. 독일의 재건을 이끈 히든챔피언도 대부분 중견기업이다.함께 행복한 풍요로운 내일은 오늘의 노력 없이 달성될 수 없다. 우리가 처한 시공간은 후대에게 빌린 것이고 더 나은 무엇을 그들에게 남겨야 할 책임은 온전히 지금, 여기 우리의 몫이다. ━ 최현만(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 성실한 실천 나는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훌륭한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고, CEO로 살아오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요즈음 많은 사내외 후배들과도 같이 나누고 싶은 주요 주제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운 성공담이 주종을 이룬다.나름대로 내 자신이 내린 성공의 법칙은 ‘내가 속한 조직과 주파수를 맞추어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모든 물건은 자신의 고유 진동수가 있으며, 외부에서 고유 진동수에 힘을 가해 준다면 아주 작은 힘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나는 미래에셋대우의 CEO다. 조직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들과 먼저 공감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전략이 있어도 결국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 김동녕(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 포석 바둑의 규칙은 비교적 단순하다. 가로세로 19줄 위에 검은 돌과 흰 돌을 가지고 승패를 가른다. 하지만 한 수, 한 수에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고 상대의 한 수가 승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도 무수한 복잡함을 품은 단순함 때문이다.한세통상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1972년 당시 한국의 무역 규모는 100억 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제조업 중심의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수를 둘 수 있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른바 ‘스마트 매뉴팩처링(Smart Manufacturing)’ 시대는 생산자에게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바둑에서 말하는 판세가 변한 것이다.판세가 변하니 수를 읽는 방법이 변하고, 지능화된 상대가 어려운 수를 내놓으니 이를 읽고 대응해야 할 내 포석도 고도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초반에 수를 잘 읽고 포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35년 동안 적자 없는 회사로 한세실업을 이끌었던 것도, 2000년대 초 미국과 베트남 간 관세 정상화를 미리 내다보고 베트남에 선제 투자한 것도 이와 같다. 한세실업은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할 부서를 만들고 일찍부터 포석에 들어갔다.하지만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근로자의 비중이 준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우려를 사람 중심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과거 한국 의류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것은 수많은 우수 기술자들의 헌신이었다. 은퇴 시기를 맞은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스마트 팩토리에 녹여 내는 능력에 한국 의류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판세를 읽고 바둑의 수를 생각하고 포석을 한다는 것은 화점부터 계가까지의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의미다. 전략에는 나의 수를 받고 상대방이 응수하면 그 수에 전술을 생각하고 새로운 수를 들고 임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할 곳은 정해졌지만 시장의 반응에 따라 한세실업의 한 수, 한 수를 놓는 점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천변만화(千變萬化) 이치에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원리로 새로운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 ━ 박인비(프로골퍼) | 승부 승부. 참 잔인하지만 골프 선수로서의 삶을 선택했을 때부터 함께 안은 숙명이다. 모든 사람의 일상엔 크고 작은 승부들이 항상 숨어 있는데, 내게 이것은 살면서 겪고 이겨내야 할 숙명인 듯하다.매주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는 운동 선수에게는, 힘들지만 이만한 보상 또한 없다. 다이내믹함이 있다.승부에 있어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익숙함과 일상이 되는 것이다. 운동 선수로 오래 활동하면서 웬만한 일에는 크게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아졌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처음에는 서툴기도 했고 일부러 애써보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그저 이 일상에 익숙해지고 내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유지한다.나라고 왜 무너질 때가 없을까? 주어지는 승부마다 매번 이길 수도 없다. 사실 그때마다 벌떡 일어나는 건 참 어렵다. 주위에서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충분히 추스를 시간을 갖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데 있어서 남편은-많이 언급했지만-나의 버팀목이자 동기부여다. 이제 그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일상을 견디는 가장 큰 에너지는 나의 행복을 넘어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에서 얻기 때문이다.요즘 난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진 않는다. 솔직히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동안 당당하고 후회 없는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해왔다면 분명 그 모습대로 주위에서 기억해줄 것이다. 그저 오늘의 생활에 충실하고, 성실하고,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프로가 되려 한다. 승부에 상관없이. ━ 신춘수(오디컴퍼니 대표) | 도전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뮤지컬 제작사를 설립했다. 세계적인 뮤지컬/콘텐트 제작을 목표 삼아 오디컴퍼니 대표 직함을 달았을 때 내 나이는 30세였다. 당시 나는 뮤지컬 제작자로서 많이 부족했지만 열정과 도전정신만으로 잘 헤쳐나갔다.전날 밤 계획을 세우고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실행했다. 작고 큰 실패를 반복하며 성장해왔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는 힘들기도 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도전은 내 삶의 원동력이다. 목표로 향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는 크고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성공으로 향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할 때 실패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2014년 나는 해외 진출에 도전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동양인 뮤지컬 제작자(리드 프로듀서)로서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내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실패를 두려워하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어렵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을 믿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면 삶은 더욱 행복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 조성수(에쓰푸드 대표) | 도전 에쓰푸드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에쓰푸드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육가공 사업에 도전했다. 서구식 정통 육가공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고 안전한 양질의 육단백질을 공급해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고자 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국내외 마이스터들과 함께 개발한 수많은 에쓰푸드의 제품들은 외식 업계 셰프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덕분에 육가공 B2B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하지만 에쓰푸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정통 델리미트 브랜드를 론칭해 그동안 외식 업계에서만 알려졌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에쓰푸드는 식품을 단순히 먹는 것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닌, 쿠킹 클래스와 델리카 같은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앞으로도 에쓰푸드는 도전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건강한 육가공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만나왔다면, 이제는 한 끼의 식사(Meal)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라는 비전을 달성하고, 더 좋은 식품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성공은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끊임없는 도전들이 모여 실패라는 어려움을 겪어낸 후에는 반드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김명관(아카데미과학 대표) | 상상력 스마트폰 시대다. 아이들이 태블릿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빠져든다. 화면도 예쁘고 내용도 재미있다. 분명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모바일이나 태블릿 앱들이 너무 완벽해 보인다. 아이들이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미리 다음 필요한 것을 준비해서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상상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할까 염려가 된다.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장난감 로봇 한 대만 있으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달나라나 바닷속에도 보내 본다. 우주에서 온 악의 무리를 생각한 다음 내 손에 쥐고 있는 로봇과 싸움을 붙여보곤 했다. “로케트 펀취~~~”를 중얼거리며 제 상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적에게 일격을 먹이고 있으면 어머니가 부른다. “그만 하고 밥 먹어라.”요즘 아이들은 상상력이 부족해 보인다.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해져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완구 회사 사장이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태블릿을 가지고 공부하고 노는 것 환영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이 또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손에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들고 그 감촉을 느끼는 일이다.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자 성장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에 장난감을 들고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조금은 더 건강하지 않겠는가. ━ 심찬구(스포티즌 대표) | 한국 축구의 미래 2018년은 월드컵의 해이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있는 2018의 대한민국에서도 월드컵은 가장 중요한 뉴스 중의 하나일 것이고, 우리 국민과 사회가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한 목소리로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왕에 좀 성적이 좋아서 예선 세 경기를 잘 치르고 본선까지 올라가서 누적되어 있는 스트레스도 좀 해소시키고,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정체성을 공감하는 시간도 좀 길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단 대한민국의 세계랭킹이 출전 32개국 중 31위인 62위다. 그리고 같은 조에 편성된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각각 1위, 16위, 18위이다. 객관적으로 실력이 열세인 팀이 게임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2002년 4강의 기억을 가지고 러시아 월드컵을 관전하다가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혹시 이기는 게임이 나오면 맘껏 즐기되 혹시 지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않기를 권한다.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안전한 선택만을 우선하는 것을 삼가고,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장점을 강조하며, 단기적 결과보다는 팀과 구성원의 육성에 방점을 두는 가치체계, 주입식 반복훈련보다는 독창적인 움직임과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문화, 그리고 계급이나 나이에 묶인 서열주의의 파괴 등이 이루어진다면 의외로 월드클래스의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and this is not only about football and the national team! ━ 조태룡(강원FC 대표) | Why? Why not? ‘Why’라는 물음을 참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결과엔 원인이 있다. 반대로 모든 의사결정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Why’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불확실성을 하나씩 없애 나간다. 지양하는 키워드는 ‘Not’이다. 부정적인 시각은 모든 일을 망친다. 부정적인 마음은 전염성이 강해서 조직을 멍들고 병들게 한다. 그래서 항상 “안 돼”라는 말을 경계하고 멀리한다.이렇게 다른 두 단어가 하나로 만났을 때 혁신의 씨앗이 된다. ‘Why not?’이라는 물음에서 대부분의 역사는 시작됐다. 나 역시 인생 초기 공대 출신 대기업 직원에서 보험 세일즈맨으로의 변신했다. 남들이 부정적인 목소리로 ‘Why?’라고 물을 때 나의 머리에는 ‘Why not?’ 이 먼저 새겨졌다. 나의 가치를 돈이라는 기준으로 가장 명확히 측정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죽도록 일한 결과 생명보험 업계에서 종신보험 계약 건수 1위를 기록한 보험왕이 될 수 있었다.서울히어로즈 프로야구단(넥센히어로즈)의 단장을 맞은 2008년도 마찬가지였다.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야구단 살리기에 도전하자 부정적인 시선이 날아들었다. 나는 ‘Why not?’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제조업·금융업을 거치며 터득한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해 스폰서 유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그 결과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한국 프로스포츠의 관행을 깨고 구단의 재정자립과 독자생존이 가능함을 입증했다.처음 강원FC 대표로 부임했을 때, 구단은 2부 리그 7위팀이었다. 가장 먼저 ‘안 돼’라는 패배 의식에 빠져 있는 선수단을 변화시켜야 했다. 끊임없이 소통하며 부정의 마음을 긍정으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결국 선수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기에 나섰고 우리는 승격했다.승격 사흘 만에 선수 영입을 위해 숨 가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창단 첫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혁신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나지막이 외쳐보자. ‘Why not?’

2017.12.27 15:28

23분 소요
허브빌리지 인수한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유통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소유의 허브빌리지를 인수해 화제다. 리조트사업 진출이라는 분석과 달리 홍 회장은 ‘품격 있는 가든 문화 창조’를 강조했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달린 뒤 당동IC에서 37번 국도로 갈아타자 오른편으로 임진강 줄기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그렇게 40분 남짓 달려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사무소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꺾자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최북단 다리 북삼교가 나타났다. 이곳이 허브빌리지를 밖에서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다. 임진강변 낮은 구릉에 건물과 농장이 아기자기하게 머리를 맞대고 둘러 앉아 있는 모양새다.허브빌리지 안으로 들어서자 흰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건물, 낮은 처마와 돌이 깔린 골목길 등이 유럽 어느 작은 마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홍성열(62) 마리오아울렛(MARIO OUTLET) 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8일 이곳을 인수한 그는 허브빌리지 외곽을 돌며 관리 상태를 점검 중이었다. 그는 “가까운 일본만 해도 오랜 역사를 가진 가든에서 휴식을 취하고 문화를 즐기지 않느냐”며 “품격 있고 여유로운 가든 문화를 창출하고 싶다. 비즈니스에 가치를 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자연·공연·전시·휴식 담은 ‘가든 문화’ 창조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에 자리한 허브빌리지는 임진강을 보듬어 안은 형세다. 약 5만7000㎡(1만7000여 평)은 초대형 유리온실과 야외 가든을 비롯해 야외 공연장, 숙박시설 클럽 플로라,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머스 테이블, 한식당 초리, 허브찜질방 등 다양한 부대시설로 구성돼 있다.허브빌리지는 원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 소유였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를 맡고 있는 검찰이 압수해 경매에 내놓았다가 두 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12월 마리오아울렛에 인수됐다. 그 사이 가격은 250억원에서 118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2009년엔 전 전 대통령 부부가 5공화국 시절 고위관리들을 초청해 결혼 50주년 연회를 열었고, 검찰의 압수 수색 과정에서 고가의 미술품이 다수 발견되면서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홍 회장은 이곳과 어떤 인연이 있을까? 그는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20년 전부터 개인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허브빌리지 같은 콘셉트를 꿈꾸었지만 여의치 않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위에 소문 내지 않고 몰래 답사도 진행했다. 일단 깨끗하고 자연친화적인 시설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는 “커피박물관, 어린이체험관도 조성 중이고 특히 수영장 건설 허가를 받아놓았더라”며 “인부들이 넝쿨을 걷어내니 구석구석 손이 세세하게 미친 흔적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그 동안 마리오 아울렛 매장 내·외부 공간에 마리오가든, 마리오 동물농장 등 자연공간을 조성하고 고향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을 고객들에게 증정하는 등 자연과 고객을 연결하는데 큰 관심을 보여 왔다.허브빌리지 인수가 알려지면서 업계에선 마리오아울렛의 신사업 진출을 예상했다. 패션·유통에 이어 리조트사업에 안착한 이랜드의 콘셉트를 따르는 거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홍 회장은 “돈을 보고 덤벼든 숙박업 비즈니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급하게 신규 출점을 결정하기 보다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일본의 온천장 같은 힐링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외관엔 손을 많이 대지 않고 대신 야생화농장 등 자연과 어우러진 콘셉트를 신중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이나 펜션은 건물이 오래되면 보수하거나 부수어야 하지만 가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하잖아요. 시간을 품고 고색의 가치를 지니는 곳, 그런 가든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구체적으로는 허브 등 자연 속에 공연장과 갤러리를 갖춰 음악과 미술이 있는 품격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이날도 초대형 유리온실 2층 공연장에선 고양예고, 예원예고, 행신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영감과 열정 챔버 오케스트라’의 파이널콘서트가 열렸다. 형과 누나를 따라온 어린아이들은 온실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그는 “허브빌리지 운영은 마리오아울렛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방향과 같다.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며 “기존 유통 시장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자연이라는 경험과 가치를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홍 회장은 30년 넘게 패션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1980년 7월 서울 대방동에서 형제들로부터 빌린 200만 원을 가지고 편물기 4대를 사들여 직원 4명과 함께 니트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의류업체들이 대부분 외국 바이어들이 시키는 대로 제품을 생산하는 ‘삯바느질’ 수준에 머물던 때. 그는 새로운 디자인의 니트를 생산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일했다고 한다. 그 결과 1985년 패션 브랜드 ‘까르뜨니트’를 출시했다. 당시 일본 바이어들은 홍 회장을 ‘슈퍼마리오’라고 불렀다.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선 닌텐도 사가 개발한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가 인기였다. 바이어들 사이에서 “마리오 제품을 수입하면 다 팔린다. 홍 회장은 슈퍼마리오다”는 말이 나오면서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주문 약속을 지키고 제품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일본까지 직접 찾아가 해결했다”고 회상했다. ━ 연매출 1조 가산아울렛타운 개척자 그는 국내 아울렛산업의 개척자로 꼽힌다. 공단에 입주한 봉제업체의 창고에 재고가 쌓이는데도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제품을 사고 있는 현실을 해결코자 했다. 그는 “업체들은 재고를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고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경로를 원했다”며 “해외 조사를 다니며 체험한 아울렛이라는 유통기법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마침 외환위기로 구로공단의 공장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고, 넓은 공장과 매장을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홍 회장은 ‘지금이 공장 부지를 살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일반인들에겐 아울렛이 낯설던 시절 그는 구로공단에 정통 패션 아울렛을 세웠다. 2001년 1관을 오픈한 이후 3년 만인 2004년 마리오아울렛 2관을 열었다. 불이 꺼지고 사람이 떠난 공단에 유통매장을 만들고, 그것도 고층쇼핑몰은 안 된다는 개념을 보란 듯이 깨며 3관까지 오픈했다. 현재 마리오아울렛엔 평일 10만명 이상, 주말엔 20만명의 고객이 찾고 있다. 이후 W몰, 현대아울렛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연매출 1조원 규모의 ‘가산패션단지’를 형성했다. 그 사이 독산동, 가산동, 구로동 일대는 첨단IT·패션유통단지로 탈바꿈했다.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패션타운을 완성하기까지 “공장 지대에 유통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정부의 규제로 기나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후 일대에 패션타운이 형성되고 고객이 몰리면서 산업단지공단의 규제는 약해졌다. 그는 “위기의 순간, 고비를 넘어오면서 느낀 점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 ‘정도경영’은 이긴다는 것이었다. 잠깐의 이익을 위한 순간의 속임수는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며 “기업, 고객과의 약속은 품질을 통해서 나타난다. 그것이 관계를 오래 유지시켰고 장수의 근원이 됐다”고 말했다.1월 말 롯데팩토리아울렛이 전관 오픈하면 이 지역의 아울렛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롯데는 ‘한 번 더 할인’을 앞세워 이월상품을 대량으로 유통한다는 전략이다. 홍 회장은 “기업과 브랜드마다 문화와 가치, 그리고 역할이 존재한다”며 “대기업이 새로운 상권을 개발하지 않고, 중소 아울렛 등이 이뤄놓은 지역 상권에 들어오는 것은 중소상권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유통 대기업 덩치에 맞는 전략과 마케팅을 보여 달라는 주장이다. 그는 “아울렛의 경쟁력은 좋은 품질과 합리적 가격인데 대기업이 2년 묵은 이월상품을 판매하겠다고 나선 모습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볼지 염려된다”고 말했다.하지만 홍 회장은 신규출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방 대도시 대형 패션몰에서 마리오아울렛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지만 모두 거절했다. 중국 시장 진출 역시 마찬가지다. 돈을 투자할 테니 마리오아울렛 브랜드를 달고 직접 경영을 맡아달라는 제안 등 현지 유통기업들의 프러포즈가 많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파는 우리의 시스템을 중국 유통업계가 높이 산 모양이에요. 하지만 저에겐 ‘언어가 원활치 않은 비즈니스는 함부로 덤비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 직원이 시장을 읽기 힘들고 고객 반응을 살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그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 새 비즈니스 모델은 ‘품격’과 ‘가치’ 홍 회장은 대신 상품기획(MD) 강화를 통해 자체 경쟁력 높이기에 주력한다. 명품관, 가구관, 대형 F&B몰(식음료장)을 낸데 이어 지난해 11월엔 디지털 가전 유통 브랜드 ‘전자랜드 프라이스킹’을 오픈했다. 아울렛 업계로는 이례적인 행보다. 그는 “이렇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정체성을 갖추어야 전국 어디에 아울렛을 내더라도 고객 만족도를 보장할 수 있다”며 “아울렛이라고 해서 무조건 제품을 싸게 판다고 손님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유커들의 입소문 덕에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며 “외국어 안내 서비스는 물론이고 텍스리펀드(사후면세) 서비스와 자국통화결제서비스(DCC)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소비 성향은 다양해지면서도 높은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어요. 단순히 옷을 사는데 그치지 않고 맛있는 음식과 새로운 경험을 기대합니다. 마리오아울렛이 허브빌리지를 인수한 것도 모두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이죠.”홍 회장은 인터뷰 내내 ‘가치와 품격’을 강조했다. 200만원으로 시작해 3000억원대 매출을 이룬 사업가로서, 이젠 품격에 가치를 두겠다는 포부다. 그는 “평생 번 돈을 앞으로는 품격 있게 쓰려고 한다. 더 벌면 더 쓰겠다”고 말했다. 아울렛이 위치한 서울 금천구 지역에 대한 사회공헌, 입주 패션업체와의 동반성장, 명예경제학 박사를 받은 서강대의 남양주 캠퍼스 조성사업 기부 등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향후 도시농업의 확산에 관심이 많다. 이를 먼저 실행에 옮기려 한다. 대형 패션아울렛 안의 거대한 토마토농장을 상상해보라”며 “이것 또한 우리 비즈니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패션·유통사업에 자연을 결합하는 가치 있는 일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조득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 허브빌리지(HERB VILLAGE) - 국내 최대 규모 허브농장 4월에서 6월까지 ‘라벤더축제’가 열리고 한여름엔 ‘연천 DMZ국제음악제’가 진행되는 허브빌리지는 일종의 에코 테마파크다. 프랑스 시골마을을 연상케 하는 건물과 농장이 임진강 자락 구릉에 소박하게 앉았다. 기존 경기도 북부의 농장이나 테마공원들은 숙박시설이 없거나 부족해 경기 동부나 남부 등에 비해 관광객이 적다. 그러나 허브빌리지는 원룸에서 3룸까지 다양한 숙박시설 40실을 가지고 있어 체류형 관광에 적합하다. 향후 야외수영장과 박물관, 추가 숙박시설을 계획 중이다. 인근에 재인폭포, DMZ 폭풍전망대, 숭의전 등이 둘러볼 만하다. 연천군은 쌀이 좋고 인삼도 이름나 중국인관광객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2016.01.2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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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소비자선정 최고의 브랜드에는 특별한 게 있다

산업 일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로 4년째 이어지고 있는 포브스코리아 주관의 소비자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은 해가 갈수록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는 56개 기업에서 60개의 브랜드가 선정됐다.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기업 인터브랜드는 매년 ‘The Best 100 Brands’를 발표한다. 세계의 경제 흐름을 알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눈에 띄는 기업은 애플과 코카콜라다. 2000년부터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브랜드는 코카콜라였지만, 2013년부터 애플과 구글에 뒤쳐졌다. 10여 년 동안 1위 자리를 지킨 코카콜라를 애플이 누른 것이다.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애플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애플 아이폰은 세계 최대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의 최대 기업인 폭스콘(Foxconn)이 대부분 생산한다. 아이폰이 한 대 팔릴 때마다 폭스콘은 판매가의 2%를 받는다. 애플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재료비 22%, 그 외에 특허비 등을 뺀 후 판매가의 60%를 차지한다. 뉴욕 파슨스대 전략디자인경영학과 에린 조 교수는 “이것이 브랜드의 차이다. 더욱 강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의미를 담은 브랜드 전략과 창의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한국 강연회에서 밝힌 바 있다.브랜드란 제품의 얼굴로서 판매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이름과 상징물(로코, 패키지 디자인, 트레이드 마크 등)의 결합체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경쟁제품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더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포브스코리아가 주관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앙일보, JTBC가 후원하는 ‘소비자선정 최고의브랜드 대상’은 이런 시대적 상황과 어우러져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2015 소비자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에서 상을 받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명호 한국외대 교수(글로벌경영대학)는 “경쟁 기업에 대해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마케팅 하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56개 기업 60개 브랜드 선정돼 올해는 금융, 가전·아파트·내구재, 유통·패션, 통신·교육·문화, 식품·의료·프랜차이즈, 공공행정·축제 6개 부문에서 56개 기업 60개 브랜드가 선정됐다.이중 12개 브랜드는 4년 연속 선정되는 기록을 남겼다. KB국민은행(은행), 금호타이어(타이어), 농협하나로마트(대형마트), 롯데슈퍼(대형슈퍼), 롯데월드 어드벤처(테마파크), 스타벅스(커피전문점), 엘리트(학생복), G마켓(인터넷쇼핑), 코오롱스포츠(아웃도어), 루이까또즈(패션브랜드), 하이포크(축산식품), 액츠(세탁세제)가 그 주인공이다.이들 브랜드는 가치를 높이려는 혁신적인 노력이 돋보였다. 글로벌 타이어 기업 금호타이어는 R&D에 대한 투자와 원 플러스 원 보험상품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새로운 컨셉트의 점포와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롯데슈퍼와 신규 테마 존 ‘와일드 투어’를 오픈하면서 지속적으로 파크를 확장하는 롯데월드 어드벤처도 4년 연속 수상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업계 최초로 사회책임 경영의 국제표준인 ISO26000 책임경영을 선포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국내 1위의 교복업체 에리트베이직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교복을 생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바일 서비스와 결제, 배송 차별화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G마켓,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코오롱스포츠,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루이스클럽’을 런칭해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는 태진인터내셔날도 4년 연속 수상을 했다. 육가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팜스코와 ‘빨래엔 피죤’으로 각인된 피죤은 국내 최초 액체 타입의 세탁 세제 ‘액츠’ 등으로 혁신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은 것을 인정받아 4년 연속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피죤의 경우 피죤이라는 브랜드로 3년 연속 브랜드 대상을 수상해 2관왕을 차지했다.가연결혼정보(결혼정보), KB프라이빗뱅킹 GOLD &WISE(프라이빗뱅킹), 마리오아울렛(패션쇼핑몰), 코베아(캠핑용품), 석플란트치과병원(치과병원), KJ CHOI GOLF & SPORTS(골프웨어), 리안(유모차), 유밥(스마트러닝/기업), JB우리캐피탈(자동차금융), 베니키아(관광호텔체인), 현대백화점(백화점) 등 12개 브랜드는 3년 연속 수상 브랜드로 선정됐다.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메시지가 담긴 TV 광고로 소비자에게 각인된 가연결혼정보, 외국인 고객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있는 마리오아울렛, 국내외 유수 디자인 대회 때마다 수상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코베아도 3년 연속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치과병원 부문에서 석플란트치과병원이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홈쇼핑 단시간 매진 판매 1위 브랜드로 등극한 ‘KJ CHOI GOLF & SPORTS’는 최경주 선수의 이미지와 결합해 골프웨어 분야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비즈니스 체인호텔 브랜드 ‘베니키아’를 운영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백화점 업계에서 유일하게 공개형 고객 의견 게시판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도 3년 연속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그린알로에(알로에건강기능식품), 금호고속(운송서비스), 모두투어(여행사), 밀양본차이나(생활도자기), 봉화한약우(지역특산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국제영화제), 삼성커브드UHD TV(TV), 싱가포르항공(외국항공사), SK텔레콤(LTE), 엔젤악기(교육용악기), LG휘센(에어컨),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종합병원), 생각하는 Pizzaa(학습지), 전주세계소리축제(공공축제), 유베스트(친환경바닥재), 뉴트리나 건강백서(펫푸드)는 2년 연속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주목되는 것은, 2014년에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20개 브랜드가 올해 처음으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고객 상황에 맞춘 혜택을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롯데손해보험, 기존 온·오프라인 서점을 제치고 전자책 전문 서점인 리디북스의 수상도 주목할 만하다. 2011년 설립된 이후 중국진출을 앞두고 있는 스마트러닝 분야의 스타트업 매쓰홀릭도 앞서가는 기술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50여 가지의 피부관리 프로그램을갖추고 있는 부르힐에스테틱, 해운대에 위치한 컨벤션 휴양시설인 부산관광공사의 아르피나도 올해 처음으로 수상했다.담뱃값 인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담배 부문에서는 액상코리아의 하카힉스가 선정됐다. 이외에도 경기평택항만공사(공익서비스), 티업비전(스크린골프), 사이언스캠퍼스(과학전문학원), 삼성 버블샷3(세탁기), 임페리얼(스포츠캐주얼), LG디오스(냉장고), 영덕 블루로드(테마관광), 인사동마루(복합문화공간), 충주미소진(고품질쌀), olleh(GiGA WiFi), 프리미엄TS샴푸(탈모케어), 제트워셔(구강세정기),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아파트), 흥국생명보험(방카슈어런스) 등이 처음으로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 백색가전 경쟁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무승부 경쟁기업이 나란히 수상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백색가전 시장에서 한치의 양보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2개 분야에서 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TV와 세탁기 분야에서 LG전자를 앞섰고, LG전자는 에어컨과 냉장고 분야에서 삼성보다 호평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도 브랜드 대상을 나란히 수상했다. SK텔레콤은 LTE 분야에서 상을 받았고, KT는 요즘 뜨는 GiGA WiFi 분야에서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지자체의 경쟁도 치열했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자랑하는 문화상품을 하나씩 내놓고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브랜드 대상 선정 결과 성공적으로 문화상품을 런칭했다는 평가를 받는 지자체는 전북 전주시, 경북 영덕군, 충북 충주시, 경북 봉화군, 경기 부천시 등이다. 전주는 판소리를 주요 콘텐츠로 다루면서 월드뮤직과 교류하는 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로 호평받고 있다. 1993년 20두 시험사육을 시작해 현재 2만3000두가 사육되고 있는 20년 전통의 봉화한약우는 봉화군의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3년, 2014년 전국 쌀 대축제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미소진쌀의 충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내세운 부천시, 도보여행을 위해 64.6km의 해안길을 조성해 영덕 블루로드라 이름 붙인 영덕군도 브랜드 대상에 선정됐다. 1월 27일 서울 남산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이들 60개 브랜드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1.28 21:07

5분 소요
SEOUL DIGITAL INDUSTRIAL COMPLEX - 상전벽해(桑田碧海) 구로공단 50년

산업 일반

굴뚝 연기 자욱했던 구로공단이 IT업체와 패션타운이 공존하는 지식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구로공단의 변화를 이끈 주역들에겐 성공 DNA가 존재한다. 그들은 시장을 먼저 읽고 앞서 움직였다. #1 얇은 합판에 ‘뺑끼칠’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좁은 부엌 옆에 문풍지로 발라 놓은 방문이 나온다. 낮은 촉수의 백열등, 비닐 캐비닛에 앉은뱅이책상, 한쪽에 급히 개어놓은 이불만으로도 꽉 차버린 10㎡(3평) 남짓한 방. 지난 2월 5일 오후에 찾은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 모습이다. 금천구청은 1970년대 구로공단 일대 속칭 벌집으로 불렸던 생산직 근로자들의 방 풍경을 지난해 5월 서울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재현했다.당시 벌집촌은 방 한 칸에 4~6명이 모여 살거나, 심지어 주간조와 야간조가 방을 나눠 쓰는 ‘2부제 셋방’이었다. ‘라보때(라면으로 보통 때운다)’ ‘가리봉동 수준’ ‘공순이’라는 자학적인 표현이 있던 시절이다. ‘서른일곱 개의 방이 있던 그 집, 미로 속에 놓인 방들, 계단을 타고 구불구불 들어가 이젠 더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작은 부엌이 딸린 방이 또 있던 3층 붉은 벽돌집…’. 소설가 신경숙은 열다섯 나이로 구로공단에서 일명 공순이로 일하던 당시를 소설 ‘외딴방’에 옮겼다. 체험관은 쪽방 6개와 수십 명이 함께 썼던 공동세면장 등을 재현했다. 교과서, 라디오, 잡지, 포스터, 소설책, 신발, 주방용품, 연탄 등의 소품도 당시 모습 그대로다. 체험관 담당자인 박미경씨는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분들의 삶을 아이들과 부모들이 다시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며 “부모세대는 지나간 옛 시절을 추억하고 아이들은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2 이튿날 오전 9시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지하철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빠져나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개미 행렬과도 같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사람들까지 합류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로 향하는 출근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구로디지털단지역 하루 이용객은 10만 명이 넘는다.근로자의 모습도 바뀌었다. 거리는 군청색 작업복 점퍼 대신 정장에 흰 와이셔츠나 캐주얼 차림의 IT맨들로 채워졌다. 역 인근에서 20년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홍은영씨는 “예전엔 젊은 여성근로자가 많았는데 최근 10년 새 젊은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며 “저마다 목에 신분증을 걸고 급히 걸어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하고 젊은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했다.역에서 디지털로를 따라 차량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마리오아울렛으로 유명한 가산동 패션단지가 나타난다. 조성 이후 10여년 만에 아시아 최대 패션단지가 된 이곳은 주말이면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바로 옆 ‘수출의 다리’를 건너는 차량 행렬은 이날도 어김없이 1㎞ 넘게 밀려 있다. 1만2000여 개 업체, 16만3000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아침 풍경은 늘 이렇게 분주하다.한국 산업구조 변화를 빼닮아구로공단이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1964년 수출산업공업단지개발조성법이 제정돼 옛 구로·가리봉동 일대가 수출산업단지로 지정된 지 50년째 되는 해다. 야트막한 야산과 농지, 판자촌 그리고 미군 탄약창고 부지였던 이곳은 1970년대 회색빛 담벼락과 높게 솟은 굴뚝의 공장 밀집 지역이 됐고, 2000년대 이후엔 마천루를 방불케하는 고층 벤처빌딩 숲으로 변했다.구로공단 역사는 한국 산업 변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 12월 4일 금천구청이 진행한 세미나 ‘구로공단 50년의 평가와 의의’에서 손정순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교수는 “1980년대 후반까지 대규모 노동력이 소요되는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제품을 생산·수출하면서 성장해 왔다는 점, 2000년대 이후 IT 관련 업종의 집적지로 대표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로공단은 한국경제의 축약판”이라고 말했다.산업단지 조성 초기에는 입주희망기업이 적었다. 김종혁 한국산업단지공단 과장은 “이때 실질적으로 공단 조성을 위해 발로 뛴 분이 바로 고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라며 “당시 한국나이론공업협회장 자격으로 산업 구상을 하고 수출산업공단이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입주기업을 모았다”고 들려줬다.초창기 입주기업은 삼화합성공업(비닐완구), 평화안경공업(안경), 대륙금속공업(수도금류), 심산산업(장식품), 싸니전기(수정발진자), 대경물산(철물) 등 재일교포기업과 동남전기공업(라디오·TV), 한국면양(양모·양피제품), 동남미네론화학공업(인조피혁), 한국광학(광학렌즈) 등 국내기업이었다.구로공단은 ‘수출입국’의 첨병이었다. 1970년대 정부의 수출드라이브가 본격화되면서 1977년에는 처음으로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하며 국가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했다. 손 교수는 “이 시기의 주요 수출 품목 1위는 섬유·의류·봉제업종 제품이었고, 2위는 전기·전자 조립 제품, 3위는 가발과 잡화였다”며 “1970년대 이 3가지 업종이 구로공단 전체수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했고, 당시 한국 경제 전체 주력 수출품이었다”고 했다.공단에도 부침은 있었다. 1970년대 말~80년대 초 오일쇼크 때는 수많은 입주기업이 문을 닫았다. 1980년대 후반 3저(저금리·저유가·달러약세) 호황 땐 공단도 함께 번성했다. 한국경제가 살면 구로공단도 살고, 한국경제가 위축되면 구로공단도 함께 시드는 구조였다.1990년대 이후 임금상승으로 가격경쟁력 유지가 한계에 도달하자 구로공단의 기업들도 값싼 해외로 공장을 옮기거나 문을 닫아야했다. 1993년 41억7000만 달러였던 수출액은 1999년 14억9000만 달러로, 고용 인원도 5만2700명에서 2만9600명로 줄었다. 그 사이 한국경제의 성장 축은 경공업에서 첨단 IT산업 위주로 옮겨갔다.김종혁 과장은 “1997년 외환위기 앞뒤로 구로공단 내 기업들은 수출에 한계를 드러냈다. 수출 중심의 업종이라 환율에 민감했고, 남의 것을 모방한 단순조립부품이라 산업 트렌드에 따르지 못했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면서 구로공단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암흑 같은 구로공단’ ‘회색빛 거리’ 등의 표현이 나왔다. 산업트렌드 읽고 각종 지원 활용한 기업 대박현재 구로공단의 모습은 1997년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에서 시작됐다. 핵심은 기존 생산중심적인 하드웨어적 산업단지 개념을 생산·업무·연구·교육 등을 포함하는 신사업 창출 공간, 혁신 창출 공간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조립금속, 섬유, 인쇄 등의 노동집약적 업종을 고도 기술, 벤처, 패션디자인, 지식산업 등 첨단 업종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져 문을 닫거나 해외로 떠난 옛 공장터엔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가 들어섰다. 1999년 완공된 키콕스 벤처타운을 시작으로 수많은 IT 업체가 입주하면서 구로공단은 겉모습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구로공단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0년 이후 명칭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꾸는 등 구로공단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기업 인큐베이터 기능도 본격화했다. 2002년 이후 대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 시제품 제작시설, 지식산업,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패션디자인 관련 기업의 입주로 단지의 첨단성도 높아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높은 임대료를 피해 강남 테헤란밸리를 떠난 IT 벤처기업들이 가세했고, 2006년 12월에는 한국벤처기업협회가 강남에서 이곳으로 이전했다.구로공단 변신은 민간기업의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7년 내놓은 보고서 ‘구로공단의 부활’에서 이를 저규제·저비용, 입지적 비교우위, 네트워크 효과로 정리했다.그는 ‘구로단지는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군 역할을 해 형성된 도시형 기업생태계’라고 정의했다. 경쟁력 쇠퇴로 전통 제조업이 이전한 자리에 민간 건설업체가 지식산업센터를 공급해 중소·벤처기업의 입주를 유도했고 정부도 규제완화, 세제혜택 등을 통해 구로단지의 부활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구로공단의 외형적인 상전벽해는 지식산업센터의 몫이다. 정부는 1996년부터 ‘수도권 공장총량제’ 대상에서 지식산업센터를 제외시키고, 민간 사업자에게도 시공권한을 부여했다. 또 단지 내 입주업종도 비제조업으로 확대해 중소·벤처업체의 입지난을 해소했다.규제완화와 더불어 사업 시행자에게 자금지원 및 취득세·등록세, 재산세·종합토지세, 특별부가세 등의 각종 세제감면 혜택도 줬다. 그 결과 지식산업센터가 대규모로 공급됐다.지식산업센터 건설 초기에 뛰어든 기업이 바로 에이스 종합건설과 대륭종합건설, 우림건설 등이다. 손정순 교수는 “이들 중견 건설업체는 이미 첨단화 계획이 마련되기 이전인 1996년부터 구로공단에 지식산업센터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행하던 삐삐 제조·수리와 관련한 소규모 정보통신 사업체들이 입주했다. 한국경제의 변화와 같이 구로공단도 경공업 중심에서 IT산업으로 변화할 것을 내다본 것이다.”이들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가(강남지역의 10~20% 수준)와 정부의 각종 지원에 주목하고 큰 부담 없이 공장터 확보에 나섰다. 전체면적의 20%까지 지원시설을 부대시설로 지을 수 있어 건물 내 다양한 매장을 갖춰 안정적인 임대 효과도 봤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도 산업용으로 50% 할인해 주는 등 관리비용도 강남권 사무실의 절반 수준이어서 입주 업체도 부담을 덜었다.지식산업센터는 대형화와 고급화를 거쳤다. 2004년 12월 준공된 금천구 가산동의 우림라이온스밸리1차는 2만7780㎡(8400평) 부지에 축구장 18개 면적에 달하는 연면적 19만392㎡(5만7600평)의 메머드급 건물로 400개에 이르는 업체가 입주했다. 2007년 4월 준공된 구로구 구로3동의 삼성IT밸리는 호텔식 로비와 인테리어, 그리고 첨단비즈니스 시설로 차별화했다. 중앙보안관제시스템, 광 통신망, 중·소회의실을 포함한 각종 비즈니스시설을 선보여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저비용 입지에다 첨단시설을 갖추자 구로공단이 지니고 있는 낡은 이미지 탓에 이곳을 주목하지 않던 강남의 벤처기업이 속속 몰려들었다. 김종혁 과장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 10월 기준 107동에 이르며 2동이 건설 중에 있다”며 “서울디지털산업단지(1·2·3단지)의 전체 대지 면적은 198만1552㎡(60만평)지만 그 위에 세워진 지식산업센터의 총 건평은 459만529㎡(약 139만평)로,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른다”고 했다.내실은 첨단 산업이 채웠다. 주력 업종이 제조업에서 출판, 영상, 방송, 정보서비스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부문으로 변화한 것. 이는 사업체 비중과 취업자 수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현재 이곳 입주 기업 수는 총 1만1931개. 업종은 비제조업체(콘텐츠 개발 등 IT 관련 포함)가 7198개로 가장 많고, 이어 전기전자 2553개, 기계 663개, 섬유의복 651개 순이다. 정보통신업체가 30%를 넘고, 전체 입주기업의 절반 이상이 IT업체다. 고용 근로자는 16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은 지난해 15조3190억원어치를 생산하고 29억66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유명기업으로는 LG전자 휴대폰 본부, 롯데정보통신(U시티 사업), 천재교육(학습지·참고서) 등이 있다. 중소기업으로는 세계 3차원 인쇄검사장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고영테크놀러지와 에듀윌(온라인 교육), 웰크론(극세사 제품), 한경희생활과학(생활가전), 신영와코르(이너웨어) 등이 있다. 경동나비엔(보일러), 양지사(다이어리), 웅진코웨이개발(생활가전), 이랜드(의류), 한국후지필름(카메라·인화), 솔브레인이엔지(반도체·LCD 재료), 해피랜드(아동복) 등도 눈에 띈다.손정순 교수는 “아직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제조업과 IT가 공존하는 형세”라고 말했다. “공단 내 제조업은 사업장이 이원화된 양상이다. 사업장이 존재하지만 실제 생산은 지방 또는 해외로 이전한 채 기획·관리·영업 기능의 본사 컨트롤타워 역할만 담당하고 있는 유형과 의류·봉제, 전자 부품 조립·가공 등 전형적인 노동집약적 제조업 부문만이 남아 있는 유형이다.”이곳에 입주한 각종 기관 및 협회도 많다. KAIST EMDEC, 한국산업기술대 등 산학협력기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시험인증기관 등은 물론이고 동반성장위원회와 중소기업협력재단 등 정부기관도 이곳에 자리했다. LG전자의 3개 연구소 등 기업부설연구소도 1000개가 넘는다.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대형 쇼핑몰로도 유명해졌다. 구로공단 시절 의류공장이었던 곳들이 마리오아울렛, W몰같은 도심형 쇼핑시설로 변신하면서 젊은 층을 끌어 모으고 있다. 동대문시장 일대와 함께 서울 최대 도심형 쇼핑타운으로 꼽힌다. 특히 일부 브랜드는 백화점 매장 매출을 뛰어넘어 ‘전국 1위 점포’로 자리 잡고 있다. 패션·문화 입혀 창조산업 키우다김경민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최근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총괄하는 SPA 브랜드가 유행인데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2000년대 이후 마리오아울렛과 W몰 등이 들어서면서 이 같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SPA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기획-디자인-생산-유통(판매)의 기간을 단축하는 것인데 이곳엔 사무실과 공장, 매장이 한데 모여 있어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마리오아울렛과 W몰 모두 구로공단 시절 현 위치에 의류 공장을 운영하며 자체 의류제품과 대기업 하청제품을 만들던 기업이다. 마리오아울렛은 여성의류 등을 생산하고 있는 까르띠니트가, W몰은 조다쉬 지오다노 등에 의류를 납품하던 원신월드가 모회사다.김 교수는 “구로지역은 디자인과 높은 수준의 생산 능력 그리고 유통 채널까지 모든 것이 한 지역에서 이뤄지는 대한민국의 패션 1번지다. 한국계 사장에 의해 세계적인 SPA상품으로 성장한 포에버21이 서울 사무소를 삼성동에서 구로로 옮긴 것은 이곳의 위상을 알려주는 증표”라며 “더욱 중요한 부분은 고부가가치 영역인 디자인 분야의 인력이 이 지역에 다수 모여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마리오아울렛, W몰의 성공에서 보듯 첨단 IT산업단지에 패션, 디자인 등 문화를 입혀 브랜드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외관이 변했음에도 근무 환경은 좋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통난은 물론이고 녹지와 휴식공간 부족도 심각하다. 단기간에 아파트형 공장이 워낙 빽빽하게 들어서면서, 쉼과 여유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서울디지털단지 내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2.2%가 ‘문화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김경민 교수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 프랑스 니스 인근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등 세계적인 벤처단지에는 업무 공간과 더불어 삶을 즐길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이 있다”며 “16만 명 이상이 일하는 곳인데 편안히 대화를 나눌 공원조차 없다는 점은 현대 한국의 팍팍한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이 때문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은 편의시설 마련에 나섰다. 현재 건설 중인 G밸리플라자엔 편의시설과 롯데비즈니스호텔 등 숙박시설이 들어선다. 향후 5년 내 가산문화복지센터, 독산비즈니스센터, 디지털 박물관, 산학융합 캠퍼스 등도 입주시킬 계획이다. 공단 측은 또 2020년까지 고급 인력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복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1단지는 창조산업, 2단지는 패션문화산업, 3단지는 IT산업 중심의 거점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여전히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 상암 DMC 등 수도권 일대에 비슷한 환경을 갖춘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더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떠나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는 것. 서울 강남에서 왔다가 출퇴근 문제 등으로 다시 유턴하는 기업도 있다. 게다가 다산다사(多産多死)하는 벤처기업의 특성상 산업단지의 지속성장가능성도 문제다.산·학·연·관 벽 허무는 클러스터 돼야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과)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첨단산업단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영세화, 인프라의 약화, 기업지원시설의 부족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산·학·연·관 네트워크 구축으로 대학과 기업들 간의 상호 정보교류, 기술이전 등 연구 및 디자인 중심의 단지로 변모하기에도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단순 기업 집적지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창의·융합 공간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전문가들은 물리적인 단순 집적지 수준이 아닌 산·학·연·관 사이의 벽을 허무는 ‘기능적 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 간 지식과 정보 공유를 통해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데 클러스터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클러스터에 참여해 활발한 네트워크를 구성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생산 및 수출, 고용 성과가 6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남 교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벤처형 IT·생명공학(BT) 산업의 인큐베이터와 초기 확장생산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특히 구성원의 자발적인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형성과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성공하면 떠나는 곳’이 아닌 ‘이곳에서 성공신화를 만들고 정착하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2014.03.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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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Economy Leader Awards 2012 - 홍성열

산업 일반

뚝심으로 일궈낸 아시아 최대 패션아울렛중견기업 부문 사회공헌 경영 l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홍성열 회장은 니트가 겨울철에만 입는 옷이란 개념을 깨고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1980년, 새로운 토종 니트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를 출시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국내 니트의류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최대니트의류 업체로 성장했다.특히 일본 바이어들에게 인기를 끌었는데 이들이 홍 회장에게 붙여준 별명은 닌텐도의 인기게임 캐릭터인 ‘마리오’. 어떤 일이 있어도 주문 약속을 지키고 제품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직접 찾아가 해결하는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홍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국내 최초로 패션아울렛을 선보이는 강단을 보였다. 홍성열 회장은 의류 사업을 하면서 느낀 문제점인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생산, 판매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해외 아울렛이 우리나라에서 오픈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2001년 당시만 해도 아울렛이 뭔지 잘 모르던 시절, 그는 정통 패션 아울렛을 표방하며 공장밖에 없던 구로공단에 들어왔다. 마리오아울렛의 등장으로 이 일대는 서울 최대 패션유통 단지로 성장했다.9월에는 마리오아울렛 1·2관 옆에 3관을 오픈해 영업면적 13만 2000㎡(약 4만평), 입점 브랜드가 500개를 갖춘 아시아 최대 아울렛을 구축했다. 주말 방문객만 20만명이 넘는 이 곳은 연매출 5000억원을 올리는 국내 최대 패션아울렛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누적 내방고객 90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홍 회장은 마리오아울렛 3관 건물 옥상과 입구에 옛 구로공단을 상징하는 굴뚝 조형물을 세웠을 정도로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공단 지역을 패션과 쇼핑의 메카로 변신시킨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심사평 김근배 심사위원장·숭실대 경영대학장 - 따뜻한 공동체 위한 ‘동감의 경영자’ 돼 달라세계 경제 시장은 지금 좀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 호전되지 못하고, 갈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불안하기만 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 성공적인 한해를 보내고 있는 리더들이 있습니다. 극악의 상황에서 준비된 경영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변의 어려운 난관 속에서 흔들림 없는 경영 철학과 이념으로 지탱하며 그 와중에도 사회적 책임을 실행한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성공적인 경영 전략과 철학 그리고 이념을 알리고자 이코노미스트와 중앙일보가 2010년부터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을 제정하였고, 올해에는 지식경제부에서도 후원하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기업인을 최종 선정했습니다.지난 9월 3일부터 10월 5일까지 약 한 달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경영자들의 응모와 추천을 받아, 10월 15일 최종 심사가 이뤄졌습니다. 선정 과정에서 주요 평가 항목으로는 ▲경영에 대한 비전·전략 ▲경영 활동 ▲경영자의 사회 기여도와 성과를 부여하고 평가하는 종합 심사 과정을 거쳤습니다. ‘대한민국 경제리더’라는 이름으로 작년에 이어 세 번째로 선정했습니다.그동안 대한민국의 기업과 경영인들의 질적, 양적 성장이 나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기업과 단체에서 응모해 심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매해 느끼지만 아쉽게 탈락된 기업 및 단체에 유감을 표하며, 내년에는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는 인간이 갖고 있는 동감 능력을 강조하면서 도덕의 원천을 타인과 동감에 둔 ‘공감도덕론자’였습니다. 국부론에서 그는 이기주의를 강조하였다고 하지만 실은 타인과의 동감이 없이 사익 추구에만 골몰하는 독점적 자본가의 행태를 비난했습니다.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개인적 효용이 아닌 너와 나의 동감을 극대화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지도자가 많아야합니다. 동감의 경영자가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2.11.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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