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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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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안 낳는 韓, 산업계 붕괴 위기...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유통

1950년대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은 그동안 산업계 곳곳에서 한국의 경제성장을 지탱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한국은 노동력 부족에 따른 생산성 위기를 겪는 분위기다. 1990년대 이후 풍부한 인력과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국내 기업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까.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절벽 위기 아래 국내 산업계 동향을 살펴봤다. 또 저출산·고령화 기조 속 오히려 각광받는 산업은 무엇인지, 이웃 나라 일본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었던 산업계의 노력은 어떤 것이었는지 알아봤다. 저출생, 고령화 등 이른바 ‘인구 절벽’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우리 산업이 대위기에 직면했다. 인구가 줄면서 자연스레 소비자가 줄며 내수 시장 붕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한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제조업 등 노동 집약 산업의 생산성 둔화 우려마저 커진다. 우리 산업계 안팎에서 “일을 할 사람도 물건을 살 사람도 없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디지털 전환 밖에는 해법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인력 수급, 공장 해외 이전 등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50년 생산 인구 2000만명대…대책 절실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2016년부터 7년 연속 감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다. 2022년 출생아 수는 총 24만9000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4.4% 감소했다.2023년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지난해 1분기 0.81명으로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2분기와 3분기엔 0.70명을 각각 기록했다. 아직 통계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4분기엔 0.6명대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통계청은 이에 따라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2023년 합계출산율을 0.72명이라고 써냈다. 올해엔 0.68명, 내년엔 0.65명을 전망하며 향후 0.7명 선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산업계의 근심은 부족해진 생산 가능 인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20년대 약 3700만명에서 2030년대에는 3400만명 밑으로, 이후 2050년에는 2400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줄어든 인구에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력이 필요한 제조업이다. 제조 대기업들은 국내 제조 인력 부족 문제에 주목하고 해결책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확실한 대안은 없다는 분위기다.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정도의 논의에 그치고 있다.국내 한 제조 대기업 관계자는 “노동력 수급은 제조 기업에 있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회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 노동력 공급이 어려워진다면 인건비가 싼 베트남·태국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급 인력 수급이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IT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모수가 줄어들수록 인재를 영입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국내 IT대기업 한 임원은 “꽤 오래 전부터 IT인재를 인도·베트남 등의 현지에서 수급하고 있다”며 “국내 대학과 협업해 인재 육성 후 미리 취업시키는 등의 경쟁력 유지 방안이 있지만, 출산율 감소로 절대적인 모수가 줄어든다면 이마저도 언젠간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통해 부족한 인력 대체에 나섰다. 기업들은 인구 절벽을 대비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으로 결국 디지털 전환을 꼽고 있다. 하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상황은 심각하다. 실제 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을 중심으로 자동화 등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전환 속도는 빠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달 내놓은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기업의 생산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저조한 디지털 전환 수준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심화 ▲제조업·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 심화 ▲경직된 노동 시장 등이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 둔화 요인으로 거론됐다. 해당 보고서는 “기술 혁신이 실제 산업에 적용돼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며 “이를 고려해 기술 개발·확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측은 “디지털 전환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수출 금액은 높게 나타났다”라고 분석하면서도,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딘 만큼,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중소기업 대상 스마트 팩토리 지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도 국내 대기업과 합심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 자동화 등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대비책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성 둔화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예상보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 조선업 등 노동 집약 산업의 인력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향후 글로벌 인재 수급이 기업 생존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인적자원관리(HR) 플랫폼 딜(Deel)과 같은 기업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 기업은 약 160개국 2만여 개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인재 채용 연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기업이 위치한 국가가 아닌 다른 국적의 직원 채용 과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한다. 카렌 응(Karen Ng) 딜 아시아 지역 총괄은 “비즈니스는 점차 글로벌화 되고 있고, 전 세계 여러 국가에 흩어진 인재를 고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며 “우리와 같은 플랫폼 등을 활용해 글로벌 인재들을 직접 활용하는 경험이 향후 기업 생존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계 봉착한 내수 시장…차별화가 ‘살길’ 제조업 중심의 생산성 둔화뿐 아니라 내수 시장 붕괴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약 5100만명 수준인 한국의 총인구는 2072년 4000만명 아래로 줄어들 전망이다.당장 소비재기업이 많은 유통업계는 비상이다. 잠재 고객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축소된 내수 시장 실적 방어를 위해 꾸준히 가격 프리미엄화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계가 바로 육아용품시장이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줄어든 신생아 수에도 육아용품시장 규모는 2015년 2조원대에서 2023년 초 4조원대를 넘어섰다. 가구마다 아이가 1~2명밖에 없어 업체들이 오히려 용품을 더 프리미엄화해 판매하며 실적이 상승세다. 실제 지난해 유아동복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0.9%로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육아용품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고가 전략을 취해도 부모들이 호응하다 보니 이게 먹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신생아 수는 더 줄어들텐데 장기적으로 이런 고가 전략이 계속 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우리 소비재 기업이 내수 시장에서 이익을 내려면 최소 7000만~8000만명의 시장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7000만명에서 8000만명 정도의 내수 시장 규모가 한국 소비재 기업이 근근이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라며 “현재 5000만명의 내수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이미 내수 시장을 통해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내수 시장 침체가 이미 현실화된 셈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 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경기가 지난해 4분기보다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기업이 많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 지수(RBSI) 전망치는 ‘79’로 집계됐다. RBSI는 유통 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의미한다. 전망치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라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모든 업태가 기준치(100)를 넘지 못했다. 전망치가 88에서 97로 오른 백화점을 빼면, 부정적 전망이 많아진 분위기다. 업태별 전망치 추이는 ▲편의점 80→65 ▲대형마트 88→85 ▲온라인쇼핑 86→78 등이다. 정연승 교수는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양질의 제품을 개발‧출시해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제품군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내 내수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상생 등을 근거로 소비재 기업에 대한 규제를 이어가는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형마트 규제 등 불필요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변화 꾀하는 유통사들...해답은 해외줄어든 먹거리에 결국 대형 유통사들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롯데·CJ·오리온 등 식품·유통 대기업들이 바이오 분야서 먹거리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리온은 최근 55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하고 최대 주주가 됐다. CJ제일제당 또한 CJ바이오사이언스에 힘을 주고 있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며 CJ바이오사이언스는 면역항암제, 장질환 치료제, 신경질환 치료제 등 15개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확보했다. 롯데그룹도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점찍고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 6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회사 BMS가 보유한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의약품 사업을 시작했다. 2030년까지 송도 11공구 KI20 블록에 3개의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해 총 36만리터(ℓ)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유통사들의 인구감소에 따른 대책은 결국 해외시장 진출이다. 내수 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해외는 여전히 풍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감소로 주 소비층인 유소년 인구가 줄고 있어 고민이 커지고 있는 제과업체들은 이미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으로 진출해 생산 라인을 증설,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는 등 신규 카테고리 확대에 나섰다.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채널사도 해외 시장 선점을 위한 출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롯데는 베트남이 중산층의 비율이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주목, 1990년대부터 식품·외식부문을 시작으로 유통·서비스 부문까지 진출해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19개 롯데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의 인구 감소 정도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소비재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며 “현재의 인구 감소 전망이 현실이 된다고 가정하면,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2024.01.29 06:00

8분 소요
한전 “한전법 개정 필요…사채 발행 막히면 경제 대위기”

산업 일반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한국전력공사법이 꼭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올해 한전은 30조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여·야 합의로 연내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전법 개정안 의결을 재추진하기로 한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8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부결된 한전법 개정을 여야 합의로 올해 안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한전법 개정을 통한 사채 발행 한도가 확대되지 않으면 신규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져 전력구입대금 지급 불능, 차입금 상환 불가 등으로 대국민 전력 공급 차질과 전력 시장 전체가 마비되는 국가 경제 전반의 대위기로 퍼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한전의 필수적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전법 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적자 개선을 위해 요금 인상 계획을 세우고, 자구 노력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전은 “정부와 협의해 단계적인 전기요금 인상 계획 등을 조기 수립하고 정부 재정 지원 방안과 전력 시장 제도 개선 방안 등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1~3분기 누적 손실액이 21조83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2.11 13:04

1분 소요
HDC현산, 주주가치 제고로 투자자 마음 잡을까

건설

광주에서의 잇단 사고로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겪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주주가치 제고에 열을 올리며 투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다가올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으로 인한 영업 활동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7일 HDC현산에 따르면 HDC현산은 자사주 매입, 정관변경 주주제안 일부 수용, 현금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HDC그룹의 지주사인 HDC가 지난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이후 3차례에 걸쳐 HDC현산의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 1월 13일부터 17일까지 3거래일에 걸쳐 HDC현산의 보통주 100만3407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또한 HDC 최대주주이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의 보통주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지난달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122만3581주를 매입했다.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다. HDC현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제안 사안에 대해서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HDC현산은 경제개혁연대가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제안한 정관변경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앞서 지난달 8일 APG로부터 위임을 받아 HDC현산에 정관변경을 요청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요구안은 ▶지속가능경영, 안전 경영 등에 관한 회사 의무를 명문화하는 전문 신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와 안전보건 전문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 ▶지속가능경영 공시 도입 등이다. 당시 HDC현산 관계자는 “광주 아파트 사고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외에 나머지 4가지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금배당도 한다. HDC현산은 지난 3일 2021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600원, 약 395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배당기준일은 2021년 12월 31일이다. HDC현산은 2018년 HDC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매년 보통주 1주당 500~600원의 배당을 했다. 하지만 올해 실시하는 2021년 결산 현금배당은 의외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모습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잇단 사고로 올해는 배당을 진행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남겨둬 기업어음 차환 등 유동성에 대응할 것이라고 봤는데 배당을 진행하는 것은 의외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주 친화정책으로 주가도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광주 아파트 사고 이후 지난 1월 27일 1만3500원까지 떨어진 HDC현산의 주가는 조금씩 오름세를 유지했고, 이날 1만7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저점 대비 28.89% 오른 수준이다. 지난 4일 장중 한때는 1만8150원까지 찍기도 했다. ━ 불확실성에 대한 자구책 마련이 관건 다만 영업정지 처분 등 HDC현산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 가치 제고는 주가의 바닥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이로써 저점에서 꾸준하게 소폭 반등해 온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HDC현산의 영업 활동 자체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영업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지면 사업이 안 좋아지는 건 자명한 일”이라며 “이에 대한 어떤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주 매입, 현금배당으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강 연구원은 “HDC현산이 자체적으로 가진 사업 부지가 워낙 많고, 자산의 가치도 높다”며 “2020년 유상증자로 마련된 현금이 많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가 제기되는 것보다는 안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적 투자관점에서 HDC현산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된다는 가정 하에라는 전제를 달았다. 강 연구원은 “행정 처분 등이 끝난 이후 주택사업 수주 활동에 있어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된다면 HDC현산은 여전히 탑 티어급 건설사”라고 말했다. 다만, 강 연구원 “앞으로 내려질 행정처분 등 그 기간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2022.03.07 20:00

3분 소요
조선·철강업 침체 늪에서 허우적

산업 일반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다. 한국경제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이를 잘 알고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28일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5년차 정도에 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성장과 낮은 금리, 내수 부진,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약세 등 1991년 무렵이후 일본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기에 진입했다”며 “저물가 기조가 계속되면 디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가 2.5~3.5%인데 3년째 하한선에 머문다는 얘기도했다.다소 과도해 보이는 최 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앞서 8월 14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아직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디플레이션 단계에 있지 않으며,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과 대조돼 관심을 모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전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경제 수장으로서 현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한은, 9월 기준금리 연 2.25%로 동결9월 12일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한 한국은행은 당분간 경제심리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하지만 디플레이션 진입 논란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부진으로 10~11월 중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은이 9월 4일 발표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5%(잠정치)로 2012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애당초 한은은 올해 GDP 성장률을 3.8%로 예측했지만 소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기간 명목 GDP 성장률은 0.4% 감소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1.4% 오르면서 최 부총리의 말대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를 크게 밑돌았다.가계부채는 다시 급증세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 시행이후 한 달 사이 7개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조원가량 늘었다. 8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2로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제조업 체감경기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뜻이다. 환율이 계속해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데다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로 유럽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여지가 커지면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생겼다.한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9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더 상황이 안 좋다.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7조원 정도인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30% 감소한 수치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보통주 기준)의 17%를 차지하는 두 기업은 주식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0만원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9월 11일 현재 119만2000원으로 내려갔다. 같은날 현대차도 21만3500원에 머물면서 지난해 10월 한때 26만원대 후반에 달했던 데 비해 하락세가 완연하다.수출 비중이 큰 두 기업 모두 장기 하강 국면에 있는 세계 경제의 악영향에 그만큼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지속적인 엔화 약세로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수출 경쟁력이 약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가에서는 원·엔 환율이 8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월 11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67원이다.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세계 시장에 가격 경쟁력을 잃고 들어간다는 것은 커다란 장애 요소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가격 인하와 마케팅 비용 과다 지출의 영향으로 휴대폰 부문에서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보다 직접적으로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은 업종도 많다.조선업이 대표적이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창사 이후 최대위기에 처했다. 업종 특성상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지만 유럽계 선주사들로부터 수주한 물량의 계약이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잇따라 취소되는 등 몇 년째 수주 가뭄을 겪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STX 그룹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채 사실상 공중분해가 됐다. 우리나라는 올 1~5월 누적 수주량에서 중국에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철강업의 끝 모를 침체도 이어지고 있다. 워런 버핏이 한동안 투자했던 포스코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의 급성장 등에 힘입어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강 수요가 급감하고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2조39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 감소했고 포스코그룹 37개사 전체로 봐도 30조6632 억원으로 8.6%가 줄었다. 동부제철 등 다른 철강업체도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밖에 건설업 등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세계 경제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고전 중이다.화학업은 업황 침체에도 회복세침체된 업종에 속한 한국 기업은 당분간 악전고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된 업종도 있다. 화학업이 그렇다. 해외 매출 비중이 76%에 달하는 LG화학은 지난해 전체 매출이 23조원으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874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급증했다.거시경제 관점에서 봐도 한국 경제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올 8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전망은 ‘안정적’으로 각각 유지했다. 피치는 ‘한국의 거시경제 여건, 재정건전성과 대외채무구조 개선 노력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피치는 또 한국의 GDP 성장률이 올해 3.7%, 내년에는 3.9%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인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산업생산이 올 3분기에 전년보다 3.1%, 4분기에는 2.4% 각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2014.09.14 21:20

4분 소요
[淸論濁論] 신자유주의의 운명

산업 일반

미국 경제가 ‘100년 만의 대위기’에 빠져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금번 위기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철학인 신자유주의를 수정의 길로 접어들게 할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이는 일부에서 성급히 제기되는 신자유주의의 몰락이나 자본주의 경제의 파국을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안고 있던 여러 문제점를 치유할 때가 되어 자본주의가 보다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기회가 왔다는 뜻이다.세계 경제사적으로 보면 이는 결코 이상하거나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기능적으론 시장경제를, 이념적으론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시장 기능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자유주의의 성격이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정신적 토대인 자유주의는 주어진 경제 여건에 따라 변신을 거듭해 왔다. 1930년대 이전의 고전 자유주의, 30년대 대공황 이후 70년대까지 계속됐던 혁신 자유주의, 그리고 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가 그것이다. 신자유주의란 성립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의 제반 문제점들을 자유 경쟁에 기반을 둔 시장 원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제 이념을 뜻한다.이는 개방화, 탈규제화, 민영화, 구조조정 등의 구호로 상징된다. 이 신자유주의는 90년대 말 이후 사회주의의 붕괴 등으로 경제 활동의 세계화가 심화되어 ‘경제 전쟁’ 현상이 가열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그동안 국가 간 및 국가 내 빈부 격차 심화, 물신주의 팽배, 고용 불안, 사회 갈등 심화, 인간성 상실 같은 다양한 문제점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비난 받아 왔다.그런데도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매력 있는 경제 이념으로 각광 받아 온 것은 금융자본의 놀라온 수익 창출력 때문이었다. 현란한 투자기법으로 원금의 몇 배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월가의 투자 매니저들이 돈방석에 앉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젊은이들의 꿈이기도 했다.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나 할까,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고나 할까 지금의 금융 위기는 금융공학자들이 지나치게 재주를 부린 탓이다. 어찌됐든 지금의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 정신을 송두리째 훼손시키고 있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에 빠졌을 때 가혹한 구조조정을 강요했던 것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논거였다. 그러나 지금 신자유주의의 종주국 미국은 금융 위기에 봉착해 자유 경쟁 원리에 의한 가혹한 구조조정보다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민간 기업의 회생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자유방임 상태에 있었던 금융 파생상품의 개발과 운영에 정부의 적절한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이제 세계 각국들 역시 미국발 경제 위기를 미연해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동안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할 판이다. 신자유주의의 약화된 모습은 앞으로 계층 간 갈등, 인간성 상실 등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이념적 논의로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와 시장의 상호 균형과 조화를 위한 정책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본다.

2008.10.06 09:33

2분 소요
학처럼 높이, 매처럼 날쌔게

산업 일반

독일 루프트한자 경영진은 늘 한 발 앞서 생각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면서 당국의 엄격한 규제도 비켜가는 탁월한 능력까지 발휘한다. 요즘 항공업계의 키워드는 ‘할인’이다. 항공권 가격을 할인해주거나 주가 급락으로 주식이 ‘할인가’에 팔리는 것이 유행이다. 독일의 자존심 루프트한자항공은 후자에 속한다. 현재 독일의 고비용, 경기침체는 가뜩이나 어려운 관광 관련 업계에 더 큰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10달러 미만의 주가, 주가수익비율(PER) 9는 루프트한자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PER가 낮은 것은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1∼9월 7억7,5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국의 브리티시항공이나 미국의 선도적 할인 항공사 사우스웨스트보다 큰 액수다. 할인요금을 적용하지 않는 미국의 메이저 항공사들은 같은 기간 큰 손실을 기록했다. 루프트한자의 연간 매출은 15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매출에서 유럽 최대이며 세계 전체로 보면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다음이다. 메이저 항공사 가운데 루프트한자보다 사정이 나은 것은 싱가포르항공뿐이다. 그것도 싱가포르의 특수한 노동시장 여건상 저비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달리 엄격한 독일의 규제를 감안할 때 루프트한자가 경비절감을 그렇게 신속하게, 그리고 대폭적으로 단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경비절감으로 루프트한자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8억9,000만달러 이상의 유동자금을 확보했다. 올 들어 다른 항공사들이 감원을 단행했지만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11월 시장 상황에 큰 변동만 없다면 2,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고 지금도 그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루프트한자가 항공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다. 그밖에도 루프트한자는 최근 일부 대서양 횡단 노선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도입했다. 투자은행인 방크하우스 메츨러의 항공업계 애널리스트 위르겐 피퍼는 “루프트한자 경영진이 지난 10여 년 동안 어려운 시절이든, 좋은 시절이든 항상 비용절감과 서비스 개선, 융통성 있는 노선운영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가 지구촌을 강타했을 당시 다른 메이저 항공사들이 아시아 서비스를 대폭 줄였지만 루프트한자는 아시아 노선을 모두 그대로 유지했다. 피퍼는 “루프트한자가 아시아의 미래를 밝게 봤다”며 “그것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루프트한자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루프트한자의 항공부문 매출 가운데 14%가 아시아겾쩽贄?노선에서 비롯된다. 유럽 노선은 지난해 1∼9월 항공부문 매출의 68%를 차지했다. 루프트한자의 이런 성공 뒷면에는 비용절감 프로그램 ‘D체크’가 자리잡고 있다. D체크는 항공업계의 대위기를 촉발한 9?1 테러가 발생하기 몇 달 전인 2001년 4월 발표됐다. 2000년 후반 루프트한자 경영진은 항공화물이 줄기 시작하는 것을 간파했다. 루프트한자는 그것이 탑승객 수요도 곧 줄 것이라는 조짐으로 판단했다. 그것이 D체크가 나온 배경이다. D체크란 항공기 분해점검 용어에서 따온 경비절감 프로그램 이름이다. D체크의 목표는 내년까지 유동자본 10억달러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다. 목표는 현재 거의 달성됐다. D체크는 관광산업 붐의 막바지에 호황을 누리던 몇몇 경쟁사들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그러나 그들 업체의 비웃음은 9?1 테러로 깨끗이 사라졌다. 루프트한자는 지난 1월 하순 항공기 9대를 계류시켜 단겵煞타?항공편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것 역시 루프트한자가 한 발 앞서 생각한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루프트한자는 대 이라크전이 임박했을 뿐 아니라 올 초 독일 내의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객과 화물수송 수요가 다소 줄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상치 않은 또 다른 일은 세계 유수 13개 항공사의 범세계적 공동협력체인 ‘스타 얼라이언스’ 회원사 유나이티드항공이 낸 파산신청이다. 루프트한자의 비관적 전망에 대해 일각에서는 거센 노동조합의 발목을 묶어두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루프트한자측은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주요 시장이 다시 하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루프트한자는 일부 사업부문을 아웃소싱했다. 100% 투자 자회사인 단거리 노선 전담 ‘시티라인’도 신설했다. 비즈니스 클래스 전용 노선은 스위스의 프리바트에어에 맡겼다. 루프트한자의 직원 5만2,000명은 집단 임금협상 대상이지만 시티라인과 프리바트에어 직원들은 그런 규정에 적용되지 않아 인건비 절감이 용이하다. 루프트한자는 신생 할인 항공사 저먼윙스의 모회사인 유로윙스 지분을 4분의 1 정도 인수함으로써 자체 브랜드 손상 없이 할인 항공부문에도 진출했다. 루프트한자의 진정한 새 출발점은 10년 전 찾아왔다. 루프트한자는 2차대전 종전 이후 독일 경제기적의 혜택을 입은 국영 독점기업으로 부활했지만 90년대 초반 파산지경에 이르면서 혹독한 시련을 당했다. 경영수지는 85년 이래 계속 악화됐다. 하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빚더미만 쌓여갔다. 그러던 중 걸프전으로 항공 여객수가 줄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그 결과 91년에는 18년만에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91년 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당시 50세였던 위르겐 베버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것이 바로 그 즈음이다. 평생 루프트한자에서 보낸 항공엔지니어 베버는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는 광범위한 구조조정으로 8,000명 이상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다. 부분적으로 민영화도 추진하면서 일부 사업부문을 독립 회사로 분리시켰다. 그 결과 루프트한자는 94년 적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 뒤 민영화가 완결됐다. 베버는 자회사들에 권한과 책임을 많이 부여할 경우 경영실적이 향상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회사인 루프트한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엄격한 노동 계약과 규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가장 좋은 예가 기내식 공급 부문 분리다. 루프트한자에서 분리된 그 자회사는 현재 세계 최대 기내식 공급 서비스 연합인 LSG 스카이 셰프스를 운영하며 연간 매출 35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정비겮嗤츃분해점검 서비스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루프트한자 테크닉도 빼놓을 수 없다. 항공업계가 매우 어려웠던 2001년 루프트한자 테크닉은 매출이 25%나 증가해 25억달러에 이르렀다. 독일 소재 셀 컨설팅의 항공경영 컨설턴트 토마스 톰코스에 따르면 루프트한자는 모든 업무를 직접 관장하지 않고도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을 조용히 찾아냈다. 지난 10년 동안 루프트한자는 저비용 자회사에 아웃소싱할 수 없는 사업부문들의 경우 합작을 시도했다. J P 모건 증권에 따르면 여객부문에서 루프트한자 그룹은 루프트한자라는 이름으로 운항되는 항공편의 40%만 운영하고 나머지는 운영비가 싼 협력 항공사에 맡긴다. 루프트한자는 자체 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신속히 해결했다. 지난해 5월 루프트한자는 보유하고 있던 DHL 월드 와이드 익스프레스 지분을 5억1,400만달러에 도이체 포스트 월드넷으로 넘겼다. 지난해 후반 경영난으로 고전하던 스타트 아마데우스 여행사를 9,500만달러에 매각했다. 루프트한자는 모든 위험 요소와 규정, 비용을 철저하게 따진 뒤 새 사업에 신중히 접근했다. 지난해 6월부터 주 6회 운항되고 있는 뒤셀도르프∼뉴욕(뉴어크 리버티 공항) 직항 노선이 좋은 예다. 뒤셀도르프∼뉴욕 노선은 두 가지 점에서 매우 대담한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비즈니스 클래스 전용 대서양 횡단 노선(48석에 불과)인데다 왕래 승객이 많지 않은 두 도시 사이를 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셀도르프는 오랜 산업 중심지로 보스턴 컨설팅, 매킨지 등 여러 컨설팅업체와 일본을 비롯한 많은 외국 은행의 독일 지사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한 컨설턴트는 “루프트한자가 뒤셀도르프∼뉴욕 노선 신설로 출발 시간에 임박해 항공권을 예약하고 요금은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고액 연봉자들을 노리고 있다”며 “리스크가 적게, 비용도 적게 들이며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001년 봄 비즈니스 클래스 전용기 운항 자회사 애볼라를 100% 투자로 설립, 수백만달러나 쏟아부었다. 하지만 애볼라는 그로부터 1년도 못 돼 문을 닫고 말았다. 지금까지 베버는 어려운 고비마다 잘 견뎌왔다. 비용절감의 귀재라는 뜻으로 ‘계산기’라는 별명까지 지닌 그는 올 여름 이후 볼프강 마이뤼버에게 회장 겸 CEO 자리를 물려줄 계획이다. 90년대 초반 루프트한자의 구조조정팀을 이끈 마이뤼버는 현재 여객부문 책임자다. 이제 달콤한 나날은 기대할 수 없다. 루프트한자 경영진은 2001년 직원 임금인상을 연기했다. 따라서 이번 임금협상은 험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독일노총(DGB) 산하 서비스산업노조와 가진 5차 임금협상마저 결렬됐다. 노조는 지상 근무 요원과 승무원의 임금을 9%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90년대 초반 감원 이후 경영정상화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되돌아보며 인건비를 과다 지출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루프트한자로서는 독일에서 막 출범한 할인 항공사들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라크전이 장기화할 경우 거의 모든 국제 항공사들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과거 험한 시기를 헤쳐나온 경험이 루프트한자에는 큰 자산이다. 베버는 자신과 생각이 똑 같은 마이뤼버를 후계자로 삼았다. 그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룹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루프트한자에 계속 몸 담을 전망이다. 베버와 마이뤼버 모두 엔지니어로 시작해 루프트한자에서 평생을 보냈다. 두 사람 모두 언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베버와 마이뤼버의 유사점은 그룹 전체에 득이 될 듯 싶다. 항공업계 애널리스트인 우베 바인라이히는 루프트한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90년대 초반 구조조정팀의 일원으로 루프트한자 위기를 극복한 인물들이 계속 회사에 남는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루프트한자에서는 앞으로도 과거와 비슷하게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루프트한자 경영진은 멀리서 위기가 닥치려 할 때마다 살코기를 본 사냥개처럼 날쌔게 움직일 것이다.”

2003.07.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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