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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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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 수주산업 목표 달성 실패…올해는 성공할까?[이코노리포트]

부동산 일반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1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4년 목표액인 400억달러를 넘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에서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2024년 12월 기준 1조달러를 돌파했다. 1965년 11월 현대건설의 첫 해외 수주(태국 타파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 이후 59년 만이다. 이번 1조달러 성과는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수출·수주 분야에서 세 번째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1조달러 달성’을 지난해 성과로 꼽으며 “국가 경제 성장에 큰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누적수주액 1조 달러 돌파 성공해외건설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중 또한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20대 경상수지 대국 중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대비 건설수지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13%)로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해 기준 세계 20대 경제대국 중 우리나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수지 비율(0.24%)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해외 건설 수주액은 호황기인 2010년 716억달러에 이르렀으나 미중 무역분쟁과 중동 발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점차 줄어들며 2019년 223억달러까지 급감했다. 이후 지난 2020년 351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1년 306억달러로 감소했으나 ▲2022년 310억달러 ▲2023년 333억달러 ▲2024년 371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기록한 371억1000만달러는 2015년 461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대 수주액이다.수주 지역은 중동이 184억9000만달러(49.8%)로 절반에 달하며 ▲아시아 71억1000만달러(19.2%) ▲유럽 50억5000만달러(13.6%) ▲북미 46억9000만달러(12.6%) 순으로 나타났다. 중동 수주액은 전년 대비 61.7%, 유럽은 139.7% 증가한 반면 북미는 54.5%, 아프리카는 79.3% 줄었다.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19억달러(32.1%)로 가장 많았고 ▲카타르 47억5000만달러(12.8%) ▲미국 37억4000만달러(10.1%) ▲헝가리 27억5000만달러(7.4%) ▲세르비아 16억6000만달러(4.5%) 순으로 집계됐다.공종별는 플랜트 부문이 전년(157.8억달러)과 비교해 53.9% 증가한 243억달러로 전체수주의 65.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121.4억달러를 기록했던 건축 부문은 52.3억달러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으며 토목 부문은 17.2억달러로 2023년(19억달러)과 비교해 9% 감소했다. 반면 용역 부문은 38.1억달러로 전년 대비 128.6% 증가했으며 전기와 통신 부문도 19.9억달러와 0.5억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10.7%와 195.4% 늘었다. 국토부는 누적 1조 달러를 수주하기까지 양·질적으로 많은 변화·성장을 겪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과거 중동·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지금은 다양한 국가로 점차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공종 분야 역시 1990년대까지는 토목·건축 분야가 주를 이뤘지만, 이후 플랜트 등 산업설비 분야와 엔지니어링 등 용역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사업 유형도 단순 도급사업 중심 수주에서 투자개발사업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문제는 지난해 목표치였던 400억 달러 달성에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특히 중동 비중이 50%에 달하는 상황속에서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목표 수주액을 500억 달러로 상향했다. 이를 위해 K-City(스마트시티+엔터·음식·의료 등)·K-철도(Fast & Safe) 등 ▲우리나라 우수 기술력 ▲민관 합동 원팀코리아 통한 협력체계 ▲인프라 외교와 연계한 중동·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 지역별 맞춤 수주 전략 등으로 수주 영토를 지속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최근에는 우리기업들이 해외건설 분야에서 전통적인 건설산업의 틀을 넘어 도시개발, 철도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라며 “앞으로도 우리기업들을 적극 지원해 K-도시 및 K-철도, 투자개발사업 등을 통한 해외건설 2조 달러 시대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정부의 목표 달성이 올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리스크’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기 집권 시절에도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 판도를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025년 해외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 Markit에 따르면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2025년에도 세계 건설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동 시장의 경우 7492억달러로 전년 대비 11.8% 증가하며 2024년(11.7%)에 이어 두 자릿수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6.9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으나, 6.6조달러에 그친 아시아 시장도 전년 대비 7.1%성장한 7조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태평양과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의 건설시장도 3.2%·7.0%·9.9% 성장하며 세계 건설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건설시장 성장세 지속 전망손태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2024년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하락, 금리인하 지속 등으로 인해 당초 전망보다 양호한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202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지만 지역별 편차는 심화될 전망”이라며 “미국 우선주의 강화를 목표로 하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 실현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재정적자 심화 ▲금리인하 지연 등의 부정적 영향력을 내재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 성장률은 최소 2%대를유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중국의 경기회복 둔화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중국 교역국의 성장 저해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상승 등은 지역별 성장률 차이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중동 지정학 불안 해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 등은 해외건설 시장의 불확실성해소 차원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그는 또 “미국의 원유 증산과 감산 규모 축소 등의 하방 압력이 존재하지만, 안정적인 국제유가 지속은 중동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 부문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기업의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정치적 불안 해소와 더불어 지난해 발표된 투자개발형 사업 활성화 방안의 지속 추진 등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02.04 11:00

5분 소요
해외건설 누적 수주, 59년 만에 1조 달러 달성

정책이슈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1조달러를 넘어섰다. 1965년 11월 현대건설의 첫 해외 수주(태국 타파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 이후 59년 만이다.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지난달 1조달러(한화 약 1468조원)를 돌파했다.해외 건설 수주액은 호황기인 2010년 716억달러에 이르렀으나 미중 무역분쟁과 중동 발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점차 줄어들며 2019년 223억달러까지 급감했다.이후 다시 반등하며 2021년 306억달러, 2022년 310억달러, 2023년 333억달러 등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작년에는 중동 수주가 실적을 이끌었다.2023년 해외수주액의 34%를 차지했던 중동 비중은 50%가량으로 늘어났다. 그 해 현대건설의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50억8000만달러)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잭폿' 수주가 이어진 덕분이다.지난해 4월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60억8000만달러 규모의 파딜리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이용광 해외건설협회 글로벌사업지원실장은 "작년에는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돼 중동 국가들이 발주를 이어간 점이 긍정적 요소가 됐다"며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투자개발형사업 수주도 늘었다"고 말했다.투자개발형 사업은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참여자가 부담하며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에 따라 분배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정부는 단순 도급 공사 위주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형 수주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투자개발형사업 비중은 2018∼2022년 5년간 연평균 5.1%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0%대로 늘었다.해외수주 1조달러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이 나왔지만 정부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국토부는 1조달러 달성 때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계획했으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으로 여의찮은 상황이다.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과 대외 환경 불확실성 등 변수가 많아 올해 해외건설 수주 환경은 녹록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2025.01.03 09:35

2분 소요
선진 시장 보폭 넓히는 건설사…모듈러주택 관심도↑[해외로 뻗는 K-건설③]

부동산 일반

국내 건설사들이 기존 수주 텃밭이었던 아시아와 중동에 집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미 수주를 확대하고 유럽에서 모듈러주택분야에 힘을 쏟는 등 해외 선진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 건설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국가 중 미국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3위에 올랐고, 유럽 수주액도 두자릿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들은 지난해 북미·태평양 지역에서 약 45억3600만 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북미·태평양에서 약 39억3400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린 것에 비하면 약 15% 증가한 것이다. 수주 비중도 2020년 약 12.9%에서 지난해 약 14.6%로 늘어났다.삼성·현대ENG 등 미국서 그룹 계열 공사 수주 돋보여 특히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는 미국에서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미국 수주액은 3위권 안에 미국이 처음으로 들어갔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을 보면 인도네시아(36억70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34억8000만 달러)에 이어 미국이 34억6000만 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해외건설협회가 2000년 이후 집계한 국가별 수주액 톱 3에 미국이 들어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미국 건설시장 수주액은 지난 2021년 9억4323만 달러로 해외건설 수주 국가 85개국 중 11위, 2020년에는 2조4031만 달러로 20위에 머물러 있었다. 미국 수주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국내 대형 그룹들이 줄줄이 미국 현지 투자를 단행하면서 발주한 공사들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주요 수주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삼성물산이 발주처인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으로부터 수주한 미국 반도체 공장 테일러 FAB1 신축공사(19억1434만 달러)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모비스 조지아 법인으로부터 수주한 현대모비스 북미 EA 프로젝트(5억 달러) ▶디엘이앤씨가 골든 트라이앵글 폴리머스로부터 수주한 USGC-2 고밀도폴리에틸렌 EPC(5억221만 달러)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모비스로 북미법인으로부터 수주한 현대모비스 북미 전동화공장 신축공사(1억3000만 달러) 등이 있다.유럽에서도 지난해 34억1100만 달러를 수주해 전체 수주액 가운데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2021년(45억96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0억 달러 정도 수주액이 줄어들었지만, 사업 비중은 약 11%로 여전히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한국 기업이 지난해 유럽에서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로는 ▶SK에코플랜트가 노르웨이 공공도로청의 발주를 거쳐 수주한 Rv.555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3억9924만 달러) ▶삼성엔지니어링이 러시아 발틱 케미컬 컴플렉스 발주로 수주한 발틱 화학 플랜트 에탄크레커 패키지(11억4260만 달러) ▶현대엔지니어링이 SK넥실리스 발주를 받아 수주한 폴란드 Sk넥실리스 동박공장(2억6751만 달러) 등이 있다. ‘미국·유럽 보편화’ 모듈러주택, 중동 등 사업 확장 눈길 국내 건설사들은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모듈러주택 사업에도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모듈러주택은 기존 현장 중심 시공에서 벗어나 주택을 구성하는 주요 자재와 부품의 70~80% 이상을 표준화·규격화한 모듈 유닛으로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모듈러주택은 목조 주택을 중심으로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보편화돼있는 주택이다. 특히 미국은 건설업체 90% 이상이 이미 모듈화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공기단축, 건축물 폐기물 감소, 에너지 사용 및 탄소배출 감소, 소음·진동·분진 등 환경문제 해결, 품질향상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건설 기능인력 고령화, 숙련공 부족 등 주택건설산업이 당면한 문제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GS건설은 2020년 국내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유럽 선진 모듈러 업체 2곳을 동시에 인수하면서 일찌감치 모듈러주택분야 공략에 나섰다. GS건설은 폴란드 비아위스토크에 위치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인 단우드를 인수했다. 독일 모듈러 주택 시장 매출 4위를 기록한 단우드는 150여가지 설계와 제조 공정 자동화 등 모듈러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GS건설은 영국의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인 엘리먼츠사도 인수했다. 영국의 엘리먼츠는 선진 모듈러 시장을 중심으로 모듈러 화장실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 매출 기준으로 모듈러 화장실 전문회사 가운데 3위를 기록하는 회사다. 폴란드와 영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듈러 업체 두곳의 노하우와 경험을 발판으로 해외 선진 시장에서 GS건설이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중고층빌딩용 스틸 모듈러(Steel Modular) 기술도 개발하며 모듈러주택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모듈러주택 시장은 앞으로 해외 건설업계에서 규모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글로벌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건설업의 이익률은 4.4% 수준으로 제조업, IT 기술업 등 17개 산업군 중 15위에 불과해 수익성,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기업 E&I 엔지니어링그룹은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현장 작업 속도 60% 향상, 리프트 작업량 77% 감소 효과를 얻었다.이에 국내 다른 건설사들도 해외를 중심으로 모듈러주택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모듈러주택과 모듈러건축물 제작·운영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등 중동지역 메가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물산은 1월 25일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제작시설을 사우디에 설립·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모듈러 협력 관련 상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건설사들이 모듈러를 활용해 네옴시티 등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지역 초대형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는 기존 단순 시공과는 다른 사업 방식으로 수익성, 노동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며 “향후 5년 안에 공사 현장의 절반을 탈현장·모듈러 건설·3D 프린팅으로 전환해 공기 단축, 품질 향상에 나서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02.03 12:06

4분 소요
원희룡 ‘해외건설 3.0시대’ 선언 “민·관 합동으로 원팀 구성”

건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해외건설·플랜트의 날’을 맞아 해외건설 3.0 시대를 선언한다. 국토부는 다음달 1일 기념식에서 원 장관이 2027년까지 해외건설 연 500억달러 수주와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 목표를 밝히며 해외건설 3.0 시대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원 장관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팀을 구성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고부가가치 분야 기술개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국의 우수한 스마트 기술과 한류 문화를 담은 인프라 패키지를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해외 인프라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원 장관은 다음 달 5일 사우디를 찾아 ‘원팀 코리아 로드쇼’를 열고 국내 기업들을 홍보한다. 원 장관은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견고히 구축해 외교 수주전의 첫발을 내디딜 계획”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해외건설·플랜트의 날 기념식에선 이상기 전 GS건설 부사장이 은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이 전 부사장은 약 20여 년간 해외 현장에 근무하면서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호주 PPP(민간합작투자) 사업을 수주하고, 베트남 탄손낫 국제공항 간선도로 건설에 참여한 공로가 있다. 동탑산업훈장은 임용진 현대건설 부사장이, 철탑산업훈장은 최성환 대우건설 부장이 받는다. 또한 이병수 삼성물산 부사장 등 3명이 산업포장을, 정외환 현대엔지니어링 상무 등 4명이 대통령 표창을, 남관우 포스코건설 부장 등 5명이 국무총리 표창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해외건설·플랜트의 날(11월1일)은 해외건설을 촉진하고 해외 건설인의 자긍심 고취와 사기 진작을 위해 지난 1965년 현대건설의 ‘태국 파타니-나리티왓 고속도로’ 해외건설 첫 수주일인 11월1일을 기념해 지정됐다. 이후 2005년을 시작으로 2006년부터 격년제로 기념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2022.10.31 17:08

2분 소요
다시 뛰는 베트남 부동산, 대우·롯데건설 투자 성과 '청신호'

국제 경제

올해 들어 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 등 문제로 주요 선진국들은 경기 침체를 겪고 있지만, 베트남 경제만은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부동산시장 동향 역시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훈풍이 불며 주택은 물론 토지 가격까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해 펼친 양적 완화 정책의 후폭풍으로 치솟았던 부동산시장이 조정에 들어간 모습과 대조된다. 이에 현지 부동산에 대대적인 투자를 지속했던 국내기업의 개발사업 및 건설 수주가 한층 활성화되며 수혜를 입을지 주목된다. 14일 부동산 개발·컨설팅 업체 DKRA에 따르면 지난 5월 베트남 남부지역 토지 및 주택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최대 도시 호치민에선 현지 선호도가 높은 빌라와 일반주택 가격이 올 초 대비 15~20% 상승했으며 호치민 외곽에 자리한 빈즈엉성 땅값은 11% 올랐다.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수도 하노이 집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베트남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하노이 주택가격은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30%가량 올랐다”면서 “자재비 등 물가인상 탓에 신규주택 분양가도 높아지며 하반기에 전반적인 집값을 끌어올릴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 코로나 정리되며 투자 유입, 땅값 상승으로 베트남 부동산시장의 활황은 올해 들어 나타나고 있는 경기 회복에 따른 것이다. 올해 2분기 베트남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7.72%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베트남 경제는) 대외여건 불안에도 생산과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하다”며 “물가상승에 따른 하방 압력은 이어지나 기업의 구매 활동과 고용, 생산량, 신규주문 등이 모두 개선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막혔던 국제 항공노선이 재개되면서 소비 및 투자에도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제조업 투자가 본격 재개되면서 업무·산업용 토지 가격 또한 현지 경기와 더불어 회복하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베트남 북부와 남부 산업단지 관련 문의가 지난해보다 각각 10%, 7% 증가했다고 현지 보도를 인용해 밝혔다. 토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산업용 토지가격은 향후 3년간 매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방역 조치로 셧다운 된 건설시장이 기지개를 켜며 국내 건설사 일거리도 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건설사들은 현지 주택 및 오피스빌딩 위주로 수주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사의 베트남 수주액은 14억2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억3600만 달러보다 37.5% 증가했다.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7%에서 11.8%로 커져 인도네시아, 사우디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 인허가 완화·인프라 투자계획에 개발전망 밝아 이에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국내 건설사들의 개발사업에도 파란불이 켜진 상태다. 대표적인 건설사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등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대우건설은 수십 년간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조성사업 등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스타레이크시티는 주거시설뿐 아니라 베트남 관공서, 업무·상업시설이 입주하는 복합개발사업이다. 2012년 착공한 스타레이크시티 조성사업은 현재 1단계 부지에 대해 주택분양 및 택지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엔 대우건설이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직접 개발한 상류층 대상 고급빌라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바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하반기 내 스타레이크시티 B3CC1블록에 공사비 3100억원 규모 복합개발사업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KDB산업은행, KB증권을 비롯한 금융기관 6곳과 펀드를 조성해 개발하는 이 복합건물에는 호텔과 오피스, 서비스 레지던스, 상업시설 등이 입주한다. 대우건설은 삼성전자 생산시설이 위치한 하노이 근교 박닌성 내 300만㎡ 규모 복합 신도시 개발 및 산업단지 개발 역시 검토하고 있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과 대우건설 실무진들은 지난달 베트남을 방문해 팜 빙 밍(Pham binh Minh) 베트남 수석 부총리와 응웬 찌 중(Nguyen Chi Dung) 기획투자부 장관 등 고위급 관계자를 만나 이 같은 개발사업 및 투자확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2014년 하노이 최고 랜드마크 ‘롯데센터 하노이’를 완공한 롯데건설은 호치민시에서 투티엠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호치민시 소재 투티엠 지구 5만㎡에 최고 60층 높이 오피스, 호텔과 상업시설, 아파트 등을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사업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베트남 정부가 2030년까지 11개 발전소와 신규 도로, 고속도로 등 인프라 확충에 총 48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 역시 국내 건설업계에 큰 호재다. 세계적인 생산기지이자 중진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베트남은 지난해 전력망을 개선하고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중심지와 공항, 항구를 교통망으로 연결하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베트남 정부가 주택 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국의 주택개발 플랜에 따라 주택법 또한 완화할 계획이라 그동안 일부 개발사업의 발목을 잡던 인허가 문제도 해소될 전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박닌성 신도시 개발은 아직 구상단계에 불과하나 최근 현지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별다른 인허가 문제도 남지 않은 상태라 앞으로 스타레이크시티 내 주택분양 및 택지분양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최근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인해 베트남이 중요한 대체지 이자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어 현지 경제전망이 더욱 밝다고 보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2022.07.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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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건설 팀코리아, 파라과이‧방글라데시서 힘모은다

건설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지원에 힘입어 한 팀으로 해외 민관협력투자개발(PPP)사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단순 발주형 도급사업이 아니라 파라과이, 방글라데시 등 해외 정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초기 제안형 PPP사업들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건설사들이 주축을 이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다. 27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계룡건설이 KIND가 중심을 이루는 ‘파라과이 아순시온 경전철(LRT)’ PPP사업을 추진하는 팀코리아 명단에 EPC 담당사로 자리한다. 팀코리아 구성원으로는 ▷KIND ▷한국수출입은행 ▷국가철도공단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로템 ▷LS일렉트릭 ▷계룡건설 등이 있다. 파라과이 아순시온 LRT PPP사업은 파라과이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철도 PPP사업이다. 파라과이 정부와 한국 KIND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협업을 통해 정부 간 계약(G2G) 방식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외곽 도시 이파카라이를 잇는 총 연장 44㎞의 도시철도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는 약 5억 달러(약 5900억원)로,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규모는 약 3억5000만 달러(약 4100억원)로 예상된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오는 11월까지 파라과이 아순시온 LRTPPP사업 제안서를 파라과이 정부에 제출하고 12월 국회 승인이 떨어지면 내년 이후 사업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 외교부, KIND, 국가철도공단 및 민간 건설기업으로 이뤄진 민관합동대표단(수주지원단)은 파라과이를 방문해 KIND와 파라과이 철도공사(FEPASA)가 아순시온 철도사업 개발을 구상하기 위한 사전검토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후 KIND가 타당성 조사 용역을 통해 사업 계획안을 마련해 지난 5월 현지 보고회를 진행했다. 올해 9월 9일에는 아르놀도 빈스 두르크센 파라과이 공공사업통신부장관이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파라과이 인프라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 기관은 아순시온 LRT PPP를 선도 사업으로 선정하고 세부절차와 기관별 역할을 규정하는 협약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방글라데시에서도 팀코리아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9년 방글라데시 민관사업협력청(PPPA)과 KIND는 방글라데시 지역 인프라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 기관은 조인트 플랫폼을 구성해 공동으로 PPP사업을 발굴‧개발하는 것에 합의했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승인을 받아 우선사업협상권을 갖고 방글라데시 인프라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별도의 공개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통해 우리 건설사들로 구성한 조인트 플랫폼이 사업권을 보장받는 것이다. 양국 정부 간 관계 형성을 통해 한국 건설사들이 다른 나라 건설사들과 저가 수주 중심의 출혈 경쟁 없이 수의 계약으로 입찰할 수 있는 강점을 갖게 된다. 방글라데시 조인트 PPP 플랫폼은 총 108억 규모 4개 프로젝트의 우선사업협상권을 확보한 상태다. ▷메그나 대교(Meghna Bridge, 약 11억 달러) ▷다카(Dhaka) 외곽 순환철도 일부(약 85억 달러) ▷배전‧변전 설비(약 7억 달러) ▷다카-마이멘싱(Dhaka-Mymensingh) 고속도로(약 5억 달러) 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메그나 대교 PPP사업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다카 외곽 순환철도 PPP사업은 SK건설과 GS건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배전‧변전 설비 PPP사업과 다카-마이멘싱 고속도로 PPP사업은 각각 GS건설, SK건설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관계자는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면 메그나 대교 PPP사업은 내년에 딜을 클로징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전‧변전 설비도 내년 계약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2021.09.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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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꺾인 한국 해외 건설] 올해도 수주액 300억 달러 밑도나

건설

리비아 대수로, 버즈 칼리파 건설 위상 온데간데 없어...중동 신규 사업 줄고 경쟁력도 악화 국내 건설 업체의 해외 건설 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잇따라 수주 낭보를 전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하반기 접어들면서 힘이 빠지더니, 올해도 3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건설 업체의 전통적 텃밭이었던 중동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영향이다. 올해까지 3년 연속 300억 달러 수주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 때 중동을 중심으로 건설 붐을 일으키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대한민국 건설의 위상이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 나아가 해외 건설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런 마당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 업체들은 다시 한 번 해외 건설 시장에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2010년대 중반까진 승승장구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건설은 해외 시장에서 파죽지세였다. 1965년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이후 빠른 속도로 영역을 넓혀갔다. 한국 건설의 해외 시장 공략은 1965년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2전3기 끝에 태국 고속도로(파타니~나라티왓) 공사를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공사비는 총 540만 달러였는데 해외에서의 경험이 전무한 탓에 되레 3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적자였지만 해외 선진 기술·장비를 들여올 수 있는 기회였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 건설은 1973년 다시 중동에 진출했다. 삼환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공사(240만 달러)였다. 이후 1976년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9억4000만 달러),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린 리비아 대수로 공사(1984년, 105억6000만 달러)로 공사 규모를 키우면서 승승장구했다. 1993년에는 누적 수주액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2005년에는 삼성물산이 세계 최고층 건물인 아랍에미리트버즈 칼리파(3억600만 달러)를 수주했다. 대형 공사로 자신감이 붙자 수주액은 급속도로 늘었다. 1년6개월 꼴로 1000억 달러씩 수주액을 늘렸다. 2010년에는 그해에만 716억 달러를 수주했고, 2006년 누적 수주액 2000억 달러를 돌파한 지 9년 만인 2015년 누적 수주액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전체 수출 가운데 수출액으로는 반도체·자동차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해 한국의 해외 건설은 매출액 기준으로 독일을 앞질러 세계 5위에 올라섰다.하지만 최근의 상황만 놓고 보면 한국 건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들어 10월 말까지 국내 건설 업체가 수주한 해외 건설 사업은 총 515건, 241억6652만 달러(약 27조205억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 290억599만 달러의 83.3% 수준이다. 올해 수주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건설 업계의 수주액은 290억 달러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397억8814만 달러) 이후 최근 11년 중 2016년(281억9231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올해 지역별 수주액을 보면 아시아가 127억5203만 달러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중동이 85억7048만 달러다. 태평양·북미에서 10억3304만 달러, 중남미 7억1168만 달러, 아프리카 7억244만 달러, 유럽에서 3억9682만 달러를 수주했다.전반적으로 국내 업체의 해외 건설 수주액이 쪼그라든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국내 업체의 텃밭이었던 중동의 신규 사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중동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5억1317만 달러보다 약 18%가 적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신규 발주가 준 영향이다. 신규 사업도 줄었지만 과거 국내 건설 업체의 저가 입찰 여파, 발주국의 사정으로 미수금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면서 국내 업체의 이란 진출 통로가 사실상 막힌 탓도 있다. 이 때문에 향후 국내 업체가 중동 일대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기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건설 업체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중동에서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 감소하면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란 제재 등으로 이미 국내 업체가 수주한 사업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중동 등지에서의 신규 사업 자체가 준 영향이 크지만 중국·터키 등 후발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한 건설 업체 임원은 “국내 건설 업체의 수주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업체가 중국·인도 등 후발국 업체와 비교할 때 가격은 물론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인도·터키 업체는 싼 인건비를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건설시장을 파고 들었다. 그러나 국내 업체와의 기술력 차이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인도·터키 업체들이 자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이제는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는 국내 업체와 기술력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건설 업계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국은 여전히 싼 인건비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데 반해 중국 등 후발국과의 격차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터키·중국·인도 기술력 높아져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국내 시장이 한계를 보이자 대형 업체는 물론 중견 업체까지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유가 불안 등 글로벌 변수에 주목하며 대안을 찾겠다는 복안이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해외 건설시장이 그동안 국내 업체가 강점을 보였던 단순 도급에서 민관협력사업(PPP)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는 PPP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설립해 국내 업체의 PPP 수주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해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290억 달러) 가운데 PPP는 약 5.5%인 16억 달러에 그쳤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PP는 경험도 없는 데다 사업 특성상 민간기업의 위험부담이 커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PP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렵겠지만 해외 건설의 지속성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건설 업체가 PPP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11.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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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이 쌈짓돈~ “혈세 줄줄 새고, 국민은 눈물 펑펑”

산업 일반

#장면1 軍 경비시스템까지 바꿨는데…2000년 경북 예천 공항에선 민항 청사를 두 배 늘리는 공사가 단행됐다. 증축 비용만 380억원. 이 공항에 위치한 군부대 경비체제까지 바꿔놓을 정도의 역사(役事)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춘천~대구를 관통하는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항공기 승객 감소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이 공항은 증축 공사를 마친 지 불과 8개월 만에 폐쇄됐다. 수백억원대 나랏돈이 허투루 쓰인 전형적 사례다.# 장면2 이상한 공공기관 이전공무원연금관리공단 본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제주도 혁신도시로 이전한다. 신규사옥 건립비용으로 총 485억4000만원이 투입된다. 이 중 115억4100만원이 올해 집행된다. 부지매입·설계용역비 명목이다. 하지만 이 공단은 마뜩지 않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제주상록회관으로 이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제주시 이도1동에 위치한 지하 3층·지상 5층 규모의 이 회관엔 여유 공간이 많다. 본사 인력 340여 명을 수용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제주상록회관은 현재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적자 규모만 4억원(2007년 기준)을 훌쩍 넘는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기왕 옮길 거면 이 회관을 활용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건의서를 두 차례나 제출한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대답은 번번이 ‘No’. 논리는 단순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제주혁신도시에 입주해야 공공기관 이전사업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제주상록회관은 아직 뾰족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각도 여의치 않다. 제주 구(舊)시가지에 위치한 탓에 적당한 구매자를 찾기 어렵다. 1993년 1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이 회관은 ‘계륵’으로 전락했는데, 정부는 오늘도 나랏돈 쓸 생각뿐이다. 그래서 정부 예산을 ‘눈먼 돈’이라고 부르는지 모른다.한국 경제 안팎에 서서히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KDI는 한국 경제가 올 4분기부터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바닥을 헤매던 고용률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청신호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고용률은 59%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상승세다(2월 57%→3월 58%). 고용은 실물이 바닥을 찍은 뒤 3~5개월이 지나야 개선되는 대표적 경기 후행지표. ‘한국 경제가 바닥을 때렸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세출예산도 구조조정 시급하지만 이 지표가 곧 경기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많다. 대규모 재정지출로 일자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고용률이 개선된 것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책으로 사회적 일자리가 증가한 덕분”이라고 했다.뒤집어 보면 이는 올해가 아닌 내년을 걱정하라는 조언일 수 있다. 재정정책으로 국가의 적자폭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28조4000억원에 이르는 추경예산 편성으로 국가 채무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367조원으로 늘어났다. 국민 1명이 감당해야 하는 나랏빚은 이제 750만원에 육박한다. 정규직 근로자 월 평균 임금 201만원보다 3배 이상 많다. 정부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세출예산을 잘 관리해 불요불급한 낭비성 예산을 줄이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라고 강조했다. 단 한 푼의 예산이라도 아껴 나랏빚 증가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그러나 말뿐이다. 정부가 최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조기집행(131조원)한 예산마저 ‘마구잡이’식으로 쓰이고 있다. 감사원이 3월 실시한 ‘재정조기집행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고양시 등 3개 기관이 총 179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낭비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의 2009년 확정예산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인천국제공항철도. 부처 이기주의에서 비롯되는 중복계상·타당성 검토 부족·사업계획 부실 등 이유로 예산 낭비가 확실해 보이는 항목이 적지 않다. 정세욱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명지대 명예교수)은 “예산 관련 법령과 제도가 미흡해 혈세가 새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나랏돈을 쌈짓돈쯤으로 생각하는 공무원의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럼 올해 정부부처 확정예산 가운데 낭비 소지가 많은 것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예산감시 시민단체 ‘함께 하는 시민행동’과 공동으로 문제성 예산을 선별해 유형별로 심층 분석했다. 1 부처 이기주의 ‘국고 낭비’ 주범예산 낭비의 주범 중 하나는 부처 이기주의다. 각 부처는 통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쉼 없이 경쟁하고, 다툰다.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는 물밑싸움도 치열하다. 건전한 경쟁은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해 낭비가 초래되는 사례도 있다. 이른바 ‘중복 예산’이 만들어질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지식경제부는 올해 ‘글로벌 무역전문가 양성사업(무역인력 양성·플랜트산업 해외인턴·해외전시회 해외인턴)에 98억73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33억원)보다 199% 증가한 금액이다. 이 사업의 취지는 글로벌 무역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취지는 분명 좋다. 하지만 이 사업은 국토해양부의 ‘무역전문가 양성사업’과 엇비슷하다. 특히 플랜트 해외 인턴사업은 유사함을 넘어 ‘똑같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양 부처는 2009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알력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국토해양부 해외건설관리과에서 지식경제부 측에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수차례 보냈던 것. 국토해양부 정현석 사무관은 “지식경제부는 플랜트 산업 분야, 국토해양부는 플랜트 인력 양성이 관할”이라며 “무슨 이유로 똑같은 사업을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옳든 그르든 두 부처가 유사 사업을 진행하는 탓에 예산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유사사업을 통합 관리하면 그만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며 “통합적 사업계획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전문인력 양성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의 목적은 금융산업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12억1500만원. 하지만 이는 금융투자협회·자산운용협회에서도 진행하는 사업이다. 카이스트 금융 전문대학원도 금융전문인력 양성을 명목으로 15억원의 국고를 지원 받는다.행정안전부 ‘해외 인터넷 청년 봉사단(30억3000만원)’과 외교통상부 ‘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 봉사단(509억원)’도 무엇이 다른지 모호하다. 행안부 청년 인터넷 봉사단의 취지는 해외 개발도상국에서 IT교육 및 홍보를 하는 것. 외통부 국제협력단의 해외 봉사단 역시 개도국 중등·대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활용, 기초 프로그램 등을 교육한다.비슷한 사업을 두 개 부처에서 각각 다른 예산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지난 5월 두 사업을 ‘World friends Korea’라는 이름으로 통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복 사업을 뒤늦게 정리했지만 혈세는 줄줄 샌 지 오래다. 행안부의 인터넷 청년봉사단 사업은 2001년, 외교통상부의 해외 봉사단 사업은 1990년부터 추진됐다. 적게 잡아도 8년 동안 돈은 돈 대로 쓰면서 유사 사업을 펼친 격이다. 2 ‘나눠먹기식’ 중복 예산도 문제중복 예산은 각기 다른 부처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같은 부처 안에도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최인욱 예산감시국장은 이를 ‘나눠먹기식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에선 ‘법질서 바로세우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예산은 35억원. 지난해(5억5200만원)보다 7배 늘어난 규모다. 그런데 같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선 ‘법 교육’ 사업을 한다.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6억2300만원 늘어난 13억500만원. 대체 무엇이 다를까?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윤일중 사무관은 “법질서 바로세우기 운동의 목적은 홍보이고, 법 교육은 말 그대로 교육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목적은 같지만 사업수행 방식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세욱 교수는 “궁극적 목적이 같으면 유사 사업으로 봐야 한다”며 “두 사업은 수행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최인욱 국장도 “기획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며 “결국 비슷한 사업을 통합관리하지 못해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3 사후 평가 시스템 미비 ‘낭비 원인’국정감사에서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흠씬 두들겨 맞았다면 뭔가 바뀔까? 그렇지 않다. 국정감사의 칼날만 피하면 도루묵이다.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재일동포재단(외교통상부)의 ‘재일민단 지원사업’(재일동포 사회의 구심점 재일민단 활성화 제고)은 대표적 사례다.이 사업은 2006년 국정감사에서 예산 과다계상 등 각종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정부 지원금의 중앙 과다집중, 고위 임원 횡령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일동포재단 측은 “재일민단 중앙본부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줄이고, 정부 지원 예산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어떨까? 정부 보조금은 여전히 중앙본부에 편중돼 있다. 재일민단 지원액도 그대로다. 오히려 2008년엔 전년(70억6100만원)보다 2억3900만원 증액된 73억원이 편성됐다. 올해에도 73억원이 유지됐다. 외교통상부 이영환 서기관은 “갑자기 지원금을 깎으면 재일민단이 적응할 수 없다”며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연착륙’을 꾀하겠다는 의미인데, 언제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전혀 없다. 4 부실한 사업계획으로 혈세 줄줄부실한 사업계획은 예산 낭비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정부가 12년째 추진하고 있는 행안부의 ‘도로명 개선사업’이 그렇다. 이 사업은 1996년 11월 내무부 실무기획단에서 시작했고, 1998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화했다. 국민의 정부는 당시 해당 지역 주민이 부르기 쉬운 명칭을 택해 도로명 간판을 교체했다. 그러다 보니 황천길·야동길·부고길·사정길 등 부적절한 도로명이 탄생했다. 민원이 끊이지 않자 참여정부는 2005년 근거 법률을 제정, 문제점 해소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더 큰 ‘화’를 불렀다. 새롭게 제정된 근거법률에 따라 이미 교체된(2005년 전) 도로명판·건물번호판까지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체된 건물번호판 330만 개 중 280만 개, 도로명판 22만3000개 가운데 14만2382개를 다시 바꿔야 한다. 교체 비용만 984억원에 이른다. 올해 예산도 전년비 15% 오른 122억4300만원이 확정됐다. 추경예산 147억5000만원도 지원된다. 어마어마한 교체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사전계획이 구체적이고 탄탄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다.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와 주먹구구식 정책결정 및 집행이 초래한 예산 낭비다. 서울 본소를 원주시로 이전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도 문제다. 추정되는 이전 관련 총 사업비만 370억원. 올해 예산은 9억9800만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업계획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과수 감정업무의 50% 이상은 본소에서 담당한다. 남부(20%)·중부(12%)·서부(9%)·동부(7%) 분소의 역할은 미미하다. 예정대로 본소를 원주로 이전하면? 감정 업무에 치명적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본소 이전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 다만 서울 분소를 새로 설립하겠다는 구상만 있을 뿐이다. 국과수 양진혜 담당은 “감정업무 공백 문제 때문에 (본소의) 원주시 이전을 반대했다”며 “우리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5 엉터리 타당성 검사, 예산 낭비 부추겨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전 반드시 해야 할 게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다. 이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경제성, 정책적 분석, 투자 우선순위, 적정 투자시기, 재원조달 방법을 검증하는 것이다. 기획예산처의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선정지침’에 따르면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모든 사업은 이를 거쳐야 한다.하지만 대충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엉터리’ 타당성 검사는 오히려 정부 예산 낭비를 부추기게 마련이다. 인천국제공항철도 건설 사업은 부실한 타당성 검사의 폐해를 잘 보여준다. 이 사업은 인천공항~김포공항~서울역 간 61㎞ 구간에 복선전철을 건설하는 것이다. 인천공항~김포공항은 국고 4311억원을 투입해 완공했고, 김포공항~서울역 간 2단계 구간은 건설 중이다. 그런데 이 철도는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지 오래다. 엉터리 타당성 검사로 수요를 잘못 예측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 예비 타당성 검사를 근거로 인천공항철도 건설 민간사업자와 ‘90% 실적 보장협약’을 체결했다. 가령 수입 100억원을 예측했는데, 실제 50억원에 불과하면 40억원(총 90억원 보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타당성 검사 결과, 실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90% 실적 보장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180도 달랐다. 2007년 1단계 구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는 1만3212명에 불과했다. 타당성 검사에서 산출된 예상 이용자 수(20만7421명)의 6% 수준이다. 2008년에도 실제 이용자 수는 예상 수치의 7%를 밑돌았다. 그러다 보니 어마어마한 혈세가 민간사업자 실적 보장에 쓰였다. 올해 예산안은 166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60% 늘었다. 문제는 어쩌면 지금부터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실시한 ‘인천국제공항철도 추가 역사 신설 타당성 재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1년 실제 이용자 수는 예상치 대비 47%에 머무를 전망이다. 향후 20년간 민간사업자 수입 보장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쓸지 모른다는 것이다. KDI국제대학원 함상문 원장이 “재정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예비 타당성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당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혈세가 그만큼 낭비되기 때문이다.세월이 흘러도, 정권이 교체돼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예산 낭비 행태다. 나랏돈을 펑펑 쓰면서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는 정부도 그렇지만 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국민도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는 기업 구조조정에만 매달려 있다. 하지만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정부 예산이다. 특히 세출예산의 구조조정은 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산 운용의 진정한 ‘묘’를 발휘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숫자로 본 도로명 개선사업 문제점 - 교체 완료한 건물번호판 330만 개 - 교체 완료한 도로명판 22만3000개 - 다시 교체해야 할 건물번호판 330만개 중 280만 개 - 다시 교체해야 할 도로명판 22만3000개 중 14만2382개 - 추후 교체비용 1000억원 육박 - 올해 예산 1666억원(전년비 66%↑) - 추경예산 147억원 편성

2009.05.18 11:16

9분 소요
[이호 기자의 공개 못한 취재수첩] “파병은 이승만이 약속한 것”

산업 일반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3년 3월 월남전에서 귀국한 국군장병을 사열하고 있다. 박정희는 1964년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월남전에 파병한다. 그리고 44년이 흘렀다. 전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떠나 파병으로 한국 경제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계획도 이때부터 가속도가 붙는다. 이번 호부터는 ‘박정희의 도박, 월남파병’을 연재한다. 다만 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조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문제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린다. 건국의 시점을 어디서부터 삼아야 하는가의 논란처럼, 건국 60주년의 실질적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논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건국 후 해외 전장에 장병을 파병한 것은 베트남 전쟁 때가 처음이었고, 파병의 성격을 규정할 때 6·25 참전에 대한 보은과 자유우방 지원, 북한 도발 억제와 국방력 향상이었다. 이와 함께 경제부흥의 발판 마련이라고 했던 만큼 건국 60주년의 의미 속에 월남파병은 분명한 하나의 획을 긋는다고 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1965년 2월 사이공 정부를 돕기 위해 미국의 본격적인 개입으로 확산된 베트남 전쟁은 약 10년에 걸쳐 아시아 여러 나라에 커다란 경제적 변화를 끼쳤다. 그중에 특히 한국은 ‘월남특수’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면서 경제재건의 실탄을 마련하고 ‘한진’이라는 이름 없던 작은 수송업체와 극동, 삼환, 대림, 현대건설 등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해 준 게 사실이다. 베트남 전쟁의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말이다. 1966년 일본 외무성 경제국이 발표한 ‘베트남 평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한국 등이 베트남 전쟁으로 GNP가 평균 3% 증가했다. 69년에 발행된 ‘이코노믹 리포트 오브 프레지던트’는 미국의 특별비 예산이 65년 1억 달러였던 게 1년 만에 58억 달러, 4년 후에는 257억 달러로 급팽창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미국의 특별비가 대부분 전쟁 비용으로 사용된 것이겠지만 필연적으로 전쟁 수행을 위한 간접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베트남 전쟁은 경제 측면에서 아시아 지역 국가뿐 아니라 세계 전역을 변화시켰다. 차지철 의원의 ‘반대 쇼’ 실제로 태국 같은 나라는 아시아권에서 최대의 경제적 수혜국이 됐다. 태국은 미국이 월남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전략기지를 제공하면서 반대급부로 상당한 원조를 받아 사회간접시설 정비를 강화했다. 동시에 기지 사용에 따른 비행장, 항만 등 미군을 위한 위탁시설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건설 수요를 일으켰다. 한국이 최초로 해외건설에 뛰어들어 태국에서 수주했던 현대건설의 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이 바로 미국 원조 자금이었다. 물론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필적하는 근대화 무기와 50만 명에 이르는 병력을 투입하면서도 갈수록 희생자가 늘어나고 여론이 악화되자 인도차이나반도에 국한된 지역전쟁으로 성격을 축소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미 엄청난 예산지출로 재정적자, 인플레, 국제수지 악화, 달러가치 하락 등이 겹치면서 베트남 전쟁은 미국 국내 정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가 호전되면서 집집마다 TV수상기가 보이고, 님은 먼 곳에 가 있지만 남편이 보내주는 돈으로 하이힐을 사 신고, 미장원이 성업했다. 춤바람이 사회문제화하기도 했으나 ‘내 집 마련’이라는 관심사가 그때부터 국민 사이에 회자하기 시작할 만큼 ‘월남 달러’ 덕을 톡톡히 누렸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말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비아냥거림이었다. 반면 1955년 10월 유엔 UNKRA(한국재건위원회) 특별조사단장인 메논이 ‘한국에서 경제재건을 기대한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보고서를 쓴 것은 경제적 비아냥거림이었다. 메논의 부정적 시각이 아니더라도 유엔에서 한국을 돕기 위해 특별조사단이 내한했던 그 무렵의 실질적인 GNP는 60달러 언저리로 세계 최빈국 상황이었다. 6·25 이후 생산시설 파괴로 외국의 원조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할 정도로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외환보유액도 2300만 달러 정도였다. 지금은 어학연수를 위해 입국하는 한국인들에게 억지에 가까운 온갖 비용을 뜯어낼 정도로 추락한 필리핀이지만 55년 무렵만 해도 한국은 필리핀보다 훨씬 못했고 북한도 한국을 앞서고 있었다. 북한은 남침을 계획하면서도 강력한 철권통치 속에서 공업화를 진행시켜 60년 초반에 수출 2억 달러를 달성할 정도였다. 한국도 이승만 정권 때부터 경제개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경제개발 계획을 세운 것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2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었으니까 시점으로 보면 북한은 한국보다 10년 앞서 경제개발에 관심을 기울였던 셈이다. 어쨌든 박정희의 경제개발계획은 외자 도입으로 산업화를 이룬다는 것이 핵심이었던 만큼 위험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 외자 도입은 해외의 돈을 국내로 가져와 국내 통화량을 증가시키고 결국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통화 증가만큼의 경제성장을 해야 하고 실질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최빈국 경제개혁은 위험을 껴안고 가야 하는 것이 필연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월남파병은 외화 획득의 절대적 기회가 된다는 점을 놓치지 않은 박정희가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됐지만 추진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1968년 채명신 주월 한국군 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월남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의 전투부대 파병을 결정하는 3차 파병안 논의는 집권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부터 의외의 복병이 나타난다. 의원총회에서였다. “나는 여당의원이지만 3차 파병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된다면 분명히 반대할 것입니다. 월남의 권력자와 부자들은 전부 자기 자식들을 외국으로 피난시켜 놓고 군대조차 보내지 않고 있어요! 그래 놓고 원군요청을 한단 말입니까? 자기 나라 특권층 자식들부터 전선에 서게 한 뒤에 외국에 파병을 부탁해도 될까 말까 할 텐데 자기 자식들은 안전지대에서 향락을 즐기게 해 놓고 우리나라 청년들을 나서게 한단 말입니까? 상정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공화당 소장파를 대변하는 국회 국방위 소속 차지철 의원이었다. 물론 박 대통령의 측근인 차 의원이 공개적으로 파병을 반대한 것은 박 대통령의 은밀한 지시에 따라 미국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쇼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1964년 9월 22일 140명으로 편성된 이동외과병원과 10명의 태권도 교관단이 파견된 제1차 월남파병, 그리고 65년 2월의 공병과 수송부대 2000명 파견까지는 그나마 묵인이 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0월에 파병될 대규모 전투부대인 해병 청룡부대와 육군 맹호부대 파병을 앞두고 3차 파병 논의는 이처럼 집권당 내부에서부터 진통이었고, 야당인 민사당의 서민호 의원은 더 극렬한 저지를 선언했다. “누구를 위한 파병인가. 미국을 위한 파병인가, 월남을 위한 파병인가. 박정희 정권은 고귀한 젊은 청년들의 피를 팔아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무렵은 이미 이동원 외무장관과 주한 미국 대사 브라운 사이에 이른바 ‘브라운 각서’가 교환돼 머지않아 한국 물자와 한국 민간업체들이 대거 월남으로 진출한다는 스케줄이 구체화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역사는 비밀이 없는 일기장이라고도 했지만 전 주월 사령관이었던 채명신 장군은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비화를 공개했다. “박 대통령 때 파월 문제가 있었지만 사실 그 전에, 이승만 대통령 때 이미 파월 문제가 있었습니다. 월남의 고딘 디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지요. 그때 벌써 미국은 월남에 일부 특수부대 요원을 투입하고 아주 극히 부분적이지만 개입을 하고 있었는데, 고딘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전투 경험이 많고 게릴라전 경험이 있는 한국의 지휘관급과 전투부대를 보내줄 수 없느냐고 요청을 했었고, 이승만 대통령이 오케이를 했다고요. 그래서 보낸다면 육군에서는 저를 보내야겠다는 논의를 마친 상황이었어요. 그때 내가 육군본부 작전과장을 거쳐 5사단장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는데 5·16이 나서 유야무야 되는가 했더니 당시 참모총장 김종오 장군이 나를 불러요. 고딘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약속을 지켜야 하고, 채 장군이 가야 될 것 같다고 말이죠. 그런 비화가 있었다고요.” 월남 파병은 박 대통령 때 논의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월남 측과 약속이 있었다는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당시 공화당 원내총무였던 김용태 의원과 정보부 차장보였던 석정선씨가 극비리에 월남을 방문해 파병에 따른 구체적인 협의를 가졌다는 증언에서 입증되고 있다. 월남 파병은 경제적 실리를 최우선으로 했던 박 대통령에게 누가 가장 적합한 논리와 명분을 제공하느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명분과 논리가 정연해야 박 대통령이 반대로 들끓는 정치권을 잠재우고 국민 설득에 나설 수 있었다. 여기에 총대를 메는 것이 이동원 외무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사실상 한·일 국교정상화 문제를 해결하라는 특명을 받고 젊은 나이에 입각했지만 파병 문제도 해볼 만하다는 논리로 박 대통령의 환심을 산 것은 사실이었다. 더구나 이 장관은 65년 2월 27일 ‘플레이쿠’ 미군기지가 베트콩에게 피습 당하면서 미군이 보복적인 월맹 폭격을 가속화하고, 동시에 월남 후방 복구를 위해 한국 건설업체들이 대거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활용했다. 분명히 파병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속셈을 알고 있으면서 멍청하게 문제점을 나열할 장관은 없었다. 이 장관도 ‘문제점은 말씀을 안 드리는 거지’ 하고 웃었지만 평소 개구쟁이처럼 능글맞았던 이 장관의 스타일일 수도 있었다. “두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사실 이건 중요했다고요. 첫째는 전투병력을 파병하면 국제정치적으로 손해를 본다, 왜 손해를 보느냐, 월남전이 인기 없는 전쟁이었어요. 비교적 미국의 고독한 전쟁이었고. 한국전쟁만 하더라도 유엔 이름 가지고 전부 미국을 도와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월남전은 어떤 의미에서 미국의 전쟁이고 유럽 국가들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인기가 없었고 미국 내에서도 인기가 없었단 말이지요. 그런데 저렇게 인기 없는 전쟁에 한국이 끼어들어 도와주면 그렇지 않아도 우리조차 인기가 없는데 우리의 인기가 더 떨어질 거다. 다시 말해 피 팔아 먹는다, 생명을 팔아 먹는다 하는 이런 잘못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그게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는 점이지요. “월남전은 인기 없는 전쟁” 두 번째는 전장에 나갈 바엔 이기는 전장에 들어가서 편을 들어줘야 나중에 득이 있습니다. 지는 전쟁은 편을 들어줘 봤자 별로 득도 없고 빛도 나지 않아요. 월남 전쟁은 지는 전쟁인지 이기는 전쟁인지 모르겠지만 이기는 전쟁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왜 그런가 하면 아주 제한된 전쟁이었고, 명분도 확실하지 않은 전쟁이었고, 미국에서 뒷받침하는 여론부터 분열이 되어 있었고, 국제적으로 아주 고독했고. 그러니까 저 전쟁은 승리하기 어려운데 거기에 끼어들어 나중에 같이 쫓겨날 생각을 하니까 아찔하대. 그런데도 그런 얘기는 싹 빼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파월을 해야 됩니다, 이런 말씀만 드리는 거지, 하하하.” -박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박 대통령이 참 고상하고 순진하신 데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란 고상한 것만 가지고는 존속할 수가 없죠. 이건 특히 내 아이디어였는데 일본 사람들이 한국전쟁을 이용했듯이 우리가 월남전쟁을 잘 이용해가지고 우리 경제를 부흥시키자고 말씀을 드렸지요. 그랬더니 그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몇 번 그러시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그런 분입니다. 아주 대국적인데 상당히 순진하고 고상한 데가 있어요. 그러면서 속마음은 어떤지 몰라도 미국이 지금 외롭게 반공전쟁을 하는 것 아니냐, 한국전쟁이 났을 때도 그래서 도와준 건데 우리도 의리를 지켜서 외로울 때 도와줘야지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고 파병한다 하면 너무 야박하지 않느냐고, 그런 말씀이에요. 어쩌면 박 대통령은 은혜를 갚는다는 심정으로 의리를 얘기하셨겠지만 나는 외무장관이니까, 외무장관은 항상 실리를 따라야 돼요. 그래서 내가 대통령한테, 고상한 것도 좋습니다만 파병에는 실리가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을 드렸지요. 한참 듣고 계시더니 그럼 실리를 어떻게 챙기겠다는 거냐고,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시데요? 그건 저한테 맡기십시오 그랬지.”

2008.08.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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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따먹기 아닌 기술로 승부

산업 일반

▶1976년 현대건설이 ‘20세기 최대의 공사’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따냈다(왼쪽). 2000년대 현장 근무자는 주로 기술자, 현장감독 같은 고부가가치 인력이다. 오늘날 이명박 대통령이 두각을 나타낸 계기는 현대건설의 최초 해외공사였던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다. 한국 최초의 해외건설 사업으로 평가되는 이 공사에서 이 대통령은 현장 인부들의 위협에도 금고를 지켜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신임을 받기 시작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이명박이란 사람은 그저 한 직장인으로 묻혀 있을 수도 있다. 당시 태국 고속도로 공사는 이명박이란 영웅을 만들고 결국 엄청난 적자로 끝을 냈다. 그나마 약속한 기간 내 공사를 마친 덕분에 현대건설은 명성을 얻어 베트남의 캄란만 준설공사, 알래스카 협곡 교량 공사 등 해외공사를 잇따라 수주했다. 또 국내에서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그룹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한국의 해외 건설은 세계 건설사에 이름을 올릴 만한 굵직한 공사를 많이 따냈다. 리비아의 대수로,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 싱가포르의 래플스 시티, 말레이시아 페낭 대교,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산업항 공사 등이 한국 건설업체의 손을 거친 것들이다. 이런 공사의 결과물들은 모두 그 나라의 랜드마크가 됐고, 현지인의 생활을 확 바꿔 놓았다. 하지만 한국 건설사가 이런 대형 공사로 큰돈을 번 것은 아니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은 포트폴리오 형성을 위한 실적 쌓기 측면이 강했다. 한 대형 건설사의 전직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해외 건설은 주로 달러벌이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수익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건설을 통해 기업 실적이 커지면 은행 융자나 국내 세제 혜택 면에서 이점이 있었다. 정부에서도 해외 건설 실적이 많은 기업들에 정부 공사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등 정책상 배려도 해줬다. 이런 이유로 당시 해외 건설은 그 자체로 수익을 내기보다 실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당시 한국 건설회사의 일감은 주로 토목이나 건축 등 단순 시공이 많았다. 기술보다는 노동력 중심의 산업 구조였다. 사우디에 나가 있는 열사의 전사들을 위해 연예인이 대거 위문공연도 갔다. 그 당시 외화벌이는 건설사를 통해 생기는 것보다 건설 근로자를 통해 송금되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외환위기 이후 위기를 맞았던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97년 이후 한국 기업의 최대 명제는 바로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기획관리실장은 “이제 수익이 안 남는 공사에 무리하게 입찰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 마진이 남는 물량을 다루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최근 한국의 해외 공사 수주액 중 플랜트 관련 물량이 70% 이상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토목이나 건축에 비해 기술집약적인 플랜트는 상대적으로 이익이 크다. 3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 건설업체는 주력 제품을 플랜트로 업그레이드 했다. 기술 중심으로 가다 보니 수주금액은 열 배 가까이 늘었으나 해외 건설현장의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398억 달러 수주를 기록하면서도 해외근무 건설인력은 5000명 내외에 불과하다. 70년대 말, 80년대 초에는 해외 건설인력이 10만 명을 넘었다. 단순 건축이나 토목 현장에서도 한국인은 기술자나 현장 감독 외엔 찾아볼 수 없다. 해외 건설사업이 고부가가치로 전환된 셈이다. 해외 건설 현장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지역적으로 중동과 동남아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아프리카, 남미, 러시아/CIS, 북미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업 방식도 토목·건축은 물론 플랜트, 부동산 개발 등 고부가가치로 전환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건설은 70년대 이후 제2의 붐을 이루고 있지만 과거와 똑같은 양상이 아니다. 건설도 하기에 따라선 첨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건설 국가 경제 기여 알아주길” 인터뷰 강교식 해외건설협회 부회장 해외건설협회는 해외건설 정보를 수집·분석해 해외건설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다. 대부분의 협회가 이런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크지 않다. 하지만 해외건설협회는 인터넷 사이트(www.icak.or.kr)만으로도 설립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홈페이지 첫 메뉴가 ‘협회소개’인 데 비해 해외건설협회 사이트는 ‘해외건설 DB(Data Base)’가 먼저 눈에 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이 사이트는 해외 건설을 준비하는 기업이나 해외 건설 현황을 알고 싶은 연구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의 강교식 상근부회장을 만나 향후 해외 건설의 전망과 문제점을 들어봤다.   -지난해 398억 달러를 수주했다. 올해는 전망이 어떤가? “올해 400억 달러는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상반기에 두바이와 쿠웨이트에서 각각 110억 달러, 150억 달러짜리 공사가 나오는데 한국 업체가 최소한 절반씩은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2월까지 이미 99억 달러 수주가 완료됐고, 다른 수주까지 합친다면 상반기 내 200억 달러는 쉽게 넘을 것 같다.”   -갑자기 왜 이렇게 해외 건설시장이 팽창하나? “우선 고유가 덕분이다. 산유국들도 고유가 때 자기 나라에 투자해야 한다는 걸 깨우쳤다. 덕분에 공사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요즘은 10억 달러 이상 프로젝트가 많다. 여기에 한국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나가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업체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특히 중동에 강한 것 같다. “70, 80년대 토목공사 때부터 다져온 인맥이 만만치 않다. 중동 쪽은 아무래도 인맥이 중요하다. 여기에 한국 업체들이 기술적으로도 성장했다. 특히 몇몇 대형 업체는 주특기가 있다. 발전설비, 담수설비, 원유 정제설비 등 중동에 필요한 기술을 특화해 이미 명성을 얻었다.”   -플랜트 수주가 특히 늘었다. “중동이나 산유국들이 원하는 것이 특히 플랜트다. 여기엔 한국의 산업화 경험도 도움이 되고 있다. 발전소, 석유화학 설비 등을 한국에서 충분히 해봤기 때문이다. 플랜트 수주가 늘면서 한국의 기계, 장치 기업들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산업 연관 효과가 커지고 있다.”   -70, 80년대 해외 건설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예전엔 우리 노동력으로 이룬 성과다. 지금은 기술로 이룬 성과다. 80년대에 비해 3~5배나 많은 수주를 하지만 인력은 확 줄었다. 10만 명 이상 나갔던 인력이 지금은 5000여 명만 나간다. 주종목이 토목에서 플랜트로 바뀌면서 생긴 현상이다. 또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이 줄었다. 밑지고 공사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수익’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협회 차원에서 정부에 정책적인 건의를 한다면? “지난해 398억 달러의 수주를 매출액으로 계산하면 180억 달러 정도 된다. 국내 수출 산업 규모로 10위권이다. 해외 건설의 국가 경제 기여도를 알아줬으면 한다. 전문인력 개발과 세제상의 혜택이 시급하다. 일례로 80년대 해외 건설근로자의 면세점은 1인당 월 3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월 100만원이다. 고부가가치 인력인 점, 그간의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08.03.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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