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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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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하방위험 증가”…비상계엄 후 첫 경기 진단

산업 일반

정부가 비상계엄 사태 후 처음 경기진단을 내놨다. 경제 심리 위축으로 하방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그린북에서는 ‘계엄’이나 ‘탄핵정국’ 등의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달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국내 상황의 불안함이 커진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포함된다”며 “유사한 상황이 있었던 과거 2016년 당시 그린북의 문구를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0.5% 증가했다. 10월 소매판매는 준내구재(4.1%)와 비내구재(0.6%) 증가에도 내구재가 5.8%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정부는 11월 소매판매의 경우 신용카드 승인액과 할인점 매출액 증가는 긍정 요인, 승용차 내수판매량과 백화점 매출액 감소는 부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10월 설비투자지수도 기계류(-5.4%)와 운송장비(-7.2%)에서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보다 5.8% 감소했다. 10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공사(-1.9%)와 토목공사(-9.5%)가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4.0% 줄었다. 다만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11월 수출은 작년 동월보다 1.4% 증가하며 1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12.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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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후 경기진단…

정책이슈

정부가 비상계엄 사태 후 내놓은 첫 경기진단에서 경제심리가 위축돼 하방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비상계엄 후 탄핵정국이 길어지면서 가계가 지갑을 닫고 기업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지난달 언급했던 '완만한 경기회복세' 표현도 이달에는 빠져 경기 진단이 한층 어두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또 지난달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던 표현을 이달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바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 반영됐다.다만 '계엄'이나 '탄핵정국' 등의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우리 경기는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미약한 모습이었다.3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0.5% 증가했다.10월 소매판매는 준내구재(4.1%)와 비내구재(0.6%) 증가에도 내구재가 5.8%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0.4% 감소했다.정부는 11월 소매판매의 경우 신용카드 승인액과 할인점 매출액 증가는 긍정 요인, 승용차 내수판매량과 백화점 매출액 감소는 부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10월 설비투자지수도 기계류(-5.4%)와 운송장비(-7.2%)에서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보다 5.8% 감소했다.10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공사(-1.9%)와 토목공사(-9.5%)가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4.0% 줄었다.경제 또 다른 축인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11월 수출은 작년 동월보다 1.4% 증가하며 14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정부는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대외신인도를 확고하게 유지하는 한편 산업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민생안정 지원방안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4.12.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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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장된 거리두기…자영업자 단체 “생존 위협” 호소·반발

산업 일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3주간 연장된다.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은 오후 9시로 유지하되 사적모임 인원은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다. 14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앞으로 3주간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래 지속된 방역강화 조치로 인한 고통을 감안해 사적모임 인원 제한만 4인에서 6인까지로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거리두기 조정은 이달 1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적용된다. 거리두기 조정으로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현 규정을 그대로 유지한다. 다음 달 6일까지 식당과 카페를 비롯한 실내체육시설·노래방(노래연습장)·목욕탕·유흥시설 등은 오후 9시, 오락실·멀티방·카지노·PC방·학원·안마소·파티룸·영화관·공연장 등은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다중이용시설 15종(유흥주점·단란주점·클럽·나이트·헌팅포차·감성주점·콜라텍·무도장 등 유흥시설, 노래연습장·실내체육시설·목욕탕·경륜·경정·경마·카지노·식당·카페·영화관·공연장·멀티방·박물관·미술관·과학관·파티룸·도서관·안마소, 실내 스포츠 경기 관람장, 3000㎡ 이상 백화점·대형마트)에 적용되는 방역패스 제도도 유지된다. 백신 미접종자는 지금처럼 식당·카페를 혼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행사·집회·종교시설 방역수칙도 종전 규정 그대로다. 50명 미만 규모의 행사·집회는 접종자·미접종자 구분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접종완료자만 참여하면 최대 299명 규모로 열 수 있다. 종교시설은 접종여부와 관계없이 수용인원의 30%(최대 299명)까지, 접종완료자로만 구성된 경우에는 70%까지 가능하다. 거리두기 연장은 설 연휴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배경이다. 김 총리는 “이번 주부터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고, 전국적 이동과 접촉이 이루어지는 설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며 “특히 지난주부터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빨라지며 이틀 전에는 국내 확진자의 20%를 차지하는 등 우세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총리는 “방역 완화 조치만을 기다리며 한 달간 힘겹게 버텨주고 계신 소상공인·자영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안타깝고 죄송스런 마음”이라며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여러분들을 보다 두텁게 지원해 드리기 위해 작년에 발생한 초과세수 등 가용한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추경을 편성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 정부 “내수 영향 우려”, 자영업자 ‘분노의 삭발식’ 반발 김 총리의 발언은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내수 부진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 가중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거리두기 등에 따른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그린북은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여건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이후 확진자 증가로 거리두기가 강화하며 내수 회복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정작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이번 거리두기 개편에 따른 인원제한 완화에도 영업시간 제한이 유지되는 것에 낙담한 모습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0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코자총)는 14일 정부가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한 것에 반발하며 “25일 국회 근처에서 ‘분노의 299인 삭발식’을 거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코자총은 “식품접객업 영업시간과 확진자 수 증가 사이에 큰 연관이 없는데도 영업시간 제한을 유지하는 것은 자영업자의 처지를 무시한 몰상식한 처사”라며 “추후 영업시간 제한을 철폐하지 않는다면 2차 촛불집회, 3차 단식투쟁 등 저항운동을 계속해서 실행하기로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집단행동과 집단소송 유발자는 정부 당국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자영업자들은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추운 한파에 거리로 나가지 않도록 피부에 와 닿는 손실보상 시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의에는 한국외식업중앙회·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대한노래연습장업중앙회·한국프렌차이즈산업협회·총자영업국민연합·대한미용사회중앙회·대한제과협회가 참여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1.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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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고용 호조세, 서비스업도 개선될까…기재부 그린북 발간

정책이슈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오늘(17일) 경제 동향 분석과 전망을 담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를 발간한다. 최근 경기 상황을 두고 정부가 어떤 분석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고용 호조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여건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확산 이후인 7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8~10월에도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을 빼고 내수 여건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기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외 여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 글로벌 경제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과 세계 공급망 차질 확대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1.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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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정책 브리핑] “나는 언제 맞나” 8월 백신 접종 계획 발표

정책이슈

━ 8월 백신 접종 계획 ‘50대 초반과 18~49세’ 정부가 오늘(30일) 만 18~49세 연령층을 포함한 8월 예방접종 시행계획을 발표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9일 “오는 30일 오후 질병관리청이 8월 접종계획을 발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8월 접종 계획에는 50대 초반 접종과 18~49세 연령층 등 사실상 일반인 전체에 대한 접종 계획이 포함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50대 연령층이 접종하는 백신으로 모더나를 결정했지만, 공급 문제가 발생하면서 화이자를 추가했다. 정부는 차질을 빚었던 모더나 백신 공급이 다음 주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40대 이하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공급 상황에 따라 투약하는 이원화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추진단에 따르면, 앞으로 8월 말까지 국내 추가 도입되는 백신 물량은 약 3100만회분으로 18~49세 1900만명분을 크게 상회한다. 나머지는 대체로 50대 1차 접종분 혹은 다른 1차 접종 완료자의 2차 접종분 등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당초 계획대로 9월까지 3600만 명에 대해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29일 0시 기준까지 1차 접종자가 1838만명이고, 8월 28일까지 50대 연령층에 집중적으로 백신 접종을 진행한다”며 “추후 18~49세에 대한 접종도 진행되면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하루 신규 1차 접종자는 47만7853명 늘어 누적 접종자는 1838만2137명이다. 지난 2월 26일부터 153일간 전체 인구(5134만9116명, 2020년 12월 주민등록 거주자 인구)의 35.8%가 1차 접종을 받았다. 백신별 권장 접종 횟수를 모두 맞은 '접종 완료자'는 4만 86명 늘었다. 전 국민의 13.7%인 701만8654명이 접종을 마쳤다. ━ 거리두기 강화로 ‘보복 심리’ 한풀 꺾였나 30일, 통계청이 국내 경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6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한다. 5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전산업생산이 반도체, 숙박·음식점의 지표상승으로 0.1%(전월 대비) 늘어 2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는 각각 1.8%, 3.5% 줄어 3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경기동행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고 미래 경기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5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지난 3~4월에 비해 코로나 보복심리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의복·음식료품 등에서 판매가 줄어 전월 대비 1.8% 감소한 소매 판매 지수가 3개월 만에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 10개월 만에 최대 감소 수치다. 5월 산업활동동향 당시 어운선 심의관은 “4월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높았던 데 따라 상대적으로 조정은 있었지만, 경기 개선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며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소비심리가 높은 수준이고, 정부의 소득·소비 지원정책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6월에도 개선되는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6월 산업활동동향이 경기 개선을 긍정적 흐름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어 심의관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불확실성,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불안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를 통해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내수 관련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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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 사라진다(1) 백화점의 예견된 위기] ‘명품 장사’만 잘했다… 흔들리는 롯데, 주도권 잡은 신세계
백화점 매출액 27조원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 9개 제외한 전국 매장 ‘빨간불’ 백화점 매출이 역대급 반등에 성공했다. 기획재정부가 3월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 따르면 지난 2월 백화점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39.5% 급증하며 200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10월(2.4%) 반짝 증가한 뒤 올 1월까지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이 같은 반등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백화점 업계가 직격탄을 입은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억눌린 소비 욕구가 백화점 소비로 분출되는 ‘보복 소비’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설 연휴가 2월이었던 점도 매출 상승에 힘을 보탰다.관건은 소비가 분출되는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여부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백화점 업황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하반기 회복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세만 진정되면 과연 ‘지름신’이 백화점을 다시 찾을까. ━ ‘명품 품은’ 대형 점포만 선전하는데 그쳐 가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 국내 5대 백화점 67개 점포의 지난해 매출 실적을 조사한 결과 총 27조8785억원으로 전년보다 -6.3%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신세계강남·롯데본점·현대판교 등 9개 점포를 제외한 전국 58개 백화점이 역신장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에선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잦은 휴점과 집객력 감소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백화점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전국 백화점 점포의 매출 신장율은 2017년 2.4%(72개 점포), 2018년 1.9%로(71개 점포) 매년 하락세를 거듭하다 2019년에는 -0.8%(67개 점포)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신규 출점은커녕 점포 수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속도가 빨라졌을 뿐 백화점 업계가 ‘위기’에 봉착한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지난해 그나마 선방한 9개 백화점도 모두 10%를 밑도는 낮은 신장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4년 연속 매출 ‘톱’을 기록한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2조39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5.5%의 신장율을 보였다. 이는 30년 넘게 백화점 ‘전국 수석’을 놓치지 않은 롯데 본점을 제치고 1위에 오른 2017년(17.1%)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8.3%, 14%의 신장율을 기록했다.신세계에서 지난해 매출 신장을 이룬 매장은 강남점(5.5%)과 센텀시티점(7.5%)·본점(0.5%)·광주점(3.3%)·타임스퀘어점(3.2%)이다. 다섯개 점포 모두 명품 매출이 실적을 견인했다. 신세계백화점 내 상위 매출 1~3위 매장인 강남점·센텀시티점·본점은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가 모두 입점했다. 세 곳 모두 주요 도심을 거점으로 한 대형 점포라는 점도 닮았다. 특히 기존 명품 브랜드숍 외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한데 모은 팝업스토어 형태의 ‘더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강남점의 경우 명품 브랜드 매출 비중이 타 지점보다 4배 이상 높다는 설명이다.신세계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롯데 역시 명품을 품은 점포가 체면치레하는데 그쳤다. 전국 31개 점포를 보유한 롯데는 지난해 인천터미널점을 제외한 30개 점포가 전부 역신장했다. 31개 점포의 총 매출 실적은 10조1,9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6%의 큰 폭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운영하는 롯데본점과 롯데잠실점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국 백화점 매출 2·3순위 자리를 지켰다.2019년 6위였던 현대 판교점은 지난해 코로나 장기화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부진 속에서도 9.4%의 고신장을 보였다. 매출은 1조74억원을 기록, 오픈 5년 여만에 첫 ‘1조 클럽’에 들었다. 순위도 한 단계 뛰어 롯데 부산본점을 제치고 처음으로 5위권에 진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MD 경쟁력이 판교점을 최단 기간 매출 1조 백화점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판교점은 2015년 오픈 이후 루이비통을 비롯해 까르띠에·티파니·불가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연이어 입점시키며 서울 백화점 못지 않은 명품 라인업을 내세웠다. 지난해 8.5%의 신장율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갤러리아 명품관 역시 명품으로 특화해 ‘알짜 운영’에 성공했다. 한편 수원·분당에서 선전한 AK백화점은 4개 점포 모두 역신장하며 존폐 기로 놓인 모습이다.5개 백화점 유통사 중 점유율(36.6%)이 가장 높은 곳은 ‘유통 명가’ 롯데다. 전국 31개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전략’으로 세를 확장했지만 지난해 20%대 역신장한 점포가 무려 9곳에 이른다. 특히 롯데의 3대 핵심 점포로 꼽히는 본점·잠실점·부산본점 모두 역신장해 위기감 고조됐다. 신세계를 밀어낸 자리에 들어선 인천터미널점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지만 그조차 1.8%에 그쳐 미미한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오랜 기간 5위 자리를 지키며 지방 백화점의 자존심을 지킨 부산본점마저 순위에서 밀렸다는 사실에 임직원들의 충격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 백화점 업계의 주도권은 이제 롯데에서 신세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롯데 본점이 2017년 사드(고 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등의 영향으로 -11.8%의 매출 신장율을 기록하며 신세계 강남에 1위 자리를 내준 후로 2018년(6.4%)에 이어 2019년(-0.7%)에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엔 다시 -14.8%를 기록하며 1위 자리와 더욱 멀어졌다. 반면 신세계는 12개 점포 가운데 5개 점포가 매출 성장을 이루며 주도권을 확보했다.롯데가 패권 싸움에서 밀린 것도 결국은 ‘명품 장사’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는 20년 전부터 ‘언제나 어디서나 고객이 만날 수 있는 백화점’을 목표로 점포 수 확대에 치중했다. 이는 곧 ‘생활밀착형’ 전략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채널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는 가운데 소비자가 오프라인 채널을 선택하는 이유는 명품처럼 온라인에서는 살 수 없거나 고가인 상품을 직접 보고, 구입하기 위함”이라며 “에비뉴엘을 제외하고는 롯데의 명품 라인업은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롯데 본점은 현재 명품관의 새 단장을 위해 43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리뉴얼 중이다.명품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명품에 기대는 방식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일본의 럭셔리 시장의 성장세가 4%대를 밑도는 반면 국내 럭셔리 시장 성장률은 20%에 달해 명품 주요 판매 경로인 백화점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명품 수요가 백화점으로 몰려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해석이다.이는 반대로 명품 소비마저 온라인 채널 등으로 옮겨간다면 백화점이 설 자리가 더욱 부족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에르메스·구찌 등 명품업체들이 잇따라 온라인몰 운영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유로모니터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최근에는 온라인 명품 판매 플랫폼이 확대되고, 고가명품에 대한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앱까지 등장하면서 온라인 명품 소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강화됐을 당시에도 백화점 매장 방문객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온라인몰 방문자 트래픽은 폭증했다”며 “백화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몰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비중도 높아졌다”고 말했다.일본에선 이미 문 닫는 백화점이 속출하고 있다. 32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의 3대 전통 백화점으로 꼽히는 오누마백화점은 지난해 1월 파산 신청했다. 야마가타시 본점을 포함해 총 3개 점포가 폐점했다. 일본백화점협회는 “저출산·고령화 기조와 인터넷 쇼핑몰의 공세로 백화점 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며 “도쿄 등 주요 도시의 대형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고 말했다. ━ 日·美에선 문 닫는 백화점 속출 미국에서는 126년 전통을 가진 백화점 체인 ‘시어스’가 2018년 파산했다. 162년 역사를 지닌 미국 백화점 업계 1위 ‘메이시스’도 내년까지 점포 125곳을 순차적으로 폐점하겠다고 밝힌 바있다. 일각에선 해외 백화점이 국내와는 다른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중저가 브랜드가 주를 이루는 미국이나 지방 소도시에 퍼져있는 일본 백화점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나라 별 상황은 달라도 ‘보이지 않는(언택트)’ 경쟁자는 지금 이 순간도 성장 중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1000억원, 전년 대비 성장률은 19.1%에 이른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유통시장이 언택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100여 년간 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백화점은 이제 e커머스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며 “백화점이 위기에 살아남으려면 오직 백화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4.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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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영의 팝콘 심리학] 미국의 부조리·모순은 우리에게도 있다

전문가 칼럼

‘흑인 사망’으로 거세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당신은 ‘차별’에서 자유로운가 지금 미국은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일으킨 흑인 사망 사건에서 시작된 항의 시위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락다운으로 억눌렸던 사람들의 좌절감이 그동안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던 공권력의 흑인 차별 사건들과 함께 축적되어 온 분노와 만나 더 크게 불타오르는 모양이다.차별이 계속되는 건 그것이 우리의 심리적 근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든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 즉 정체성이 필요하다.그런데 이 정체성에는 두 가지 핵심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고유성’이다. 이건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증거들이다. 단, 고유성에도 정도가 있다. 자신이 남들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건 외계인이거나 왕따라는 이야기니까. 우리는 대다수의 남들과는 다르되, 어떤 바람직해 보이는 누군가와는 비슷하기를 바란다. 이런 고유성을 제공하는 것이 대개는 집단이다.내 가족, 출신 대학, 소속된 조직, 그 속에서의 지위 같은 것들이 이런 적당한 고유성과 동시에 두 번째 요소인 둘째 ‘연속성’도 제공한다. 연속성은 그 고유성이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이다. 요컨대, 내가 어떤 집단에 안정적으로 소속되어 있음을 가지고 나를 정의하면 적절한 수준의 고유성과 연속성이 충족된다.문제는 이 집단적인 정체성은 차별과 이어진다는 점이다. 내가 속한 집단이 다른 집단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그 집단 소속이라는 것이 내 정체성에 별 기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별과 정체성의 관계는 상품 마케팅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대부분의 사치품들은 실제 기능이나 스토리만큼이나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라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낀다. 고급 자동차에 대해 말하는 ‘하차감’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기능이 아니라 그 차를 소유했다는 자체가 부여하는 심리적 의미를 뜻하는데, 이 역시 결국 차별성이 주는 정체감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차별을 통한 사회적 지위 격차의 정당화 과정’이라고 한다. ━ ‘차별을 통한 사회적 지위 격차의 정당화 과정’ 물론 이 세상에는 이처럼 돈으로 살 수 있는 차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누군가를 배척하고 증오하는 차별이 더 많다. 영화 ‘그린북’은 그런 차별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인 ‘그린북’은 원래 휴고 그린이 쓴 흑인 운전자를 위한 로드 트립 가이드북(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을 부르는 말이다. 미국 전역의 호텔, 음식점, 주유소 중에서 흑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을 정리한 책으로 1940년에 초판이, 그 이후로 1963년까지 총 3번에 걸쳐 개정판이 나왔다. 흑인이 백인이 모는 차를 추월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주도 있었던 당시 미국에서 흑인이 자기 차로 여행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었다.영화는 1962년에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 돈 셜리 박사(마허샬라 알리)가 미국 중남부 지역 순회 연주회를 진행하는 동안 벌어지는 다채로운 사건들을 그의 운전기사 겸 경호원 역할을 맡아 함께 한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이 둘은 존재 자체가 인종적 편견과 어긋나는 사람들이다. 백인인 토니는 백인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출신이라 주류가 아닌 뒷골목 공동체의 일원이다. 그는 배움도 짧고 어휘력도 빈약하며, 말보다는 주먹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보통은 이런 특성들은 백인이 아니라 흑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에 맞는다.반면에 흑인인 돈 셜리는 음악으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시카고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해 심리학자로 일하기까지 했던 지식인이다. 8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던 그가 박사라 불린 이유는 실제로 2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음악계의 대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당시 백인 미국인들에 비해서도 가장 수준 높은 사람 중 하나였다.이런 전형성에서 벗어난 두 사람이 전형적인 흑인 차별로 가득한 지역에 들어서니 당연히 우습지만 웃을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이 영화의 감독 피터 페럴리는 예전부터 ‘덤 앤 더머’ ‘미트 페어런츠’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 민망한 코미디로 잘 알려진 양반인데, 이 작품에서 그가 비꼬는 건 바로 인종 차별의 기괴함이다.돈 셜리를 초청한 미국 중남부 지역 호텔이나 공연장의 관계자들은 부조리와 모순이란 무엇인지를 아주 잘 보여준다. 그들은 모두 셜리 박사의 국제적 명성과 뛰어난 연주 실력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를 초청했고 그의 연주회를 광고해서 손님들을 모으기까지 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셜리 박사에게 제대로 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가 흑인이고, 흑인은 백인들과 같은 시설물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그의 클래식 연주는 듣고 싶지만, 그가 자신이 연주할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 감정 때문도 아니고, 악의적인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이 법과 규정에 부합하기 때문이다.차별은 나쁜 것이다. 이 사실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차별을 한다. 그들이 몰라서가 아니다. 자신이 하는 건 학교에서 배운 그런 나쁜 차별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불가촉천민을 불가촉천민으로 대하는 건 차별이 아니라 그냥 사회 규범을 따르는 거라고 간주된다. 그들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이상한 존재로 취급받을 것이다. ━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등 우리사회도 마찬가지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말처럼, 착하고 윤리적인 사람들이 차별을 한다. 차별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법을 따르고 공동체를 보호하며 사회의 윤리와 질서를 지키려는 올바른 행동 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자기들의 행위가 제3자의 눈에는 얼마나 야비하고 잔인하게 보이는지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고 만다.1960년대 당시 돈 셜리 박사를 괴롭혔던 흑백분리 제도는 원래 ‘흑인과 백인에게 동등한 서비스가 제공되기만 한다면 인종별 구역을 나누어도 된다’ 는 연방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었다. 소위 ‘분리했으나 평등하다’는 이 원칙은 영화에서처럼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태는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준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는 어떤 원칙이나 법률이 작동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남성과 여성의 차별, 학력의 차별, 지역 혹은 국가에 따른 차별도 멀리서 보자면 역시 야비하고 잔인하며 어처구니없이 어리석다. 차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걸 조금씩 지워나가는 것이 우리 할 일이다. 우리가 덜 한심하고 덜 어리석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래야 한다.※ 필자는 심리학 박사이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에서 발달심리학으로 석사를, 온라인게임 유저 한일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 , 등을 썼고 , , 등을 번역했다.

2020.06.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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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 | 아카데미 작품상은 흥행에 실패한다? 지난 2월 24일 밤 제9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피터 패럴리 감독의 ‘그린북’이 작품상을 수상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세계정상급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그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가 1962년 인종격리가 심했던 미국 남부 순회공연을 하면서 벌어진 일을 그린 이 영화는 작품상·각본상·남우조연상 등 3개 주요 항목을 휩쓸었다.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1억44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그린북’은 특히 23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를 감안할 때 상업적인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요즘 ‘전통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통상적으로 거둬들이는 어마어마한 금액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다음 차트가 보여주듯이 지난 10년 간의 대다수 작품상 수상작의 수입은 당해 연도의 최대 흥행작과 큰 차이를 보여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절찬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작품상을 받은 진정한 블록버스터는 피터 잭슨 감독의 3부작 중 마지막 편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11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면서 2004년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펠릭스 릭터 스타티스타 기자 ━ 인도 | 근 50년 만에 파키스탄 공급 재개 인도가 근 50년 만에 처음으로 파키스탄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2월 초 인도 군인 40명이 숨진 테러 공격에의 대응이다. 지난 2월 14일 20세의 카슈미르인 자폭테러범이 인도령 카슈미르의 수도 스리나가르 동남쪽 아완티포라에서 폭발물이 가득한 차량을 몰아 인도군 수송차량을 향해 돌진했다. 수십 년 래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테러 공격이었으며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테러공격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오래 유지돼온 휴전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카슈미르는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리 독립 이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인도령과 파키스탄령으로 분할됐으며 중국도 일부를 관할한다. 핵 보유국인 두 이웃나라는 안정적인 국경이 아니라 말썽 많은 ‘통제선’으로 분리돼 있다. 인도령 카슈미르는 세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고도의 중무장 지대로 손꼽힌다. 2012년 기준으로 인도 병력 수가 민간인 17명 당 1명 꼴에 달했다. 비제이 고케일 인도 외교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발라코트에 있는 자이쉬-에-무함마드(JeM)의 대형 훈련캠프를 겨냥해 “선제적”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영국 더 가디언 신문 보도). JeM은 테러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무장단체다. 고케일 장관은 “상당히 많은 JeM 테러범이 제거됐다”고 말했지만 파키스탄은 희생자나 피해가 없었다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파키스탄은 또한 2월 14일 테러 공격에 “직접 관여”했다는 인도의 주장을 부인하며 군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들이 “인도의 어떤 공격이나 사고에든 적절히 대처할 완벽한 준비를 갖췄다”고 경고했다. 임란 캄 파키스탄 신임 총리는 실제로 보복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파키스탄은 적절한 대응의 권리, 자기방어의 권리를 갖고 있다”고 공언했다.- 샘 얼 뉴스위크 기자 ━ 미국 | 트럼프 대통령, 대 중국 관세 인상 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연기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발표하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마라라고 정상회담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상당히 생산적인 회담 결과 3월 1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을 연기할 것이다. 양측이 추가적인 진전을 이룬다고 가정할 때 마라라고에서 시 주석과 나의 정상회담을 갖고 합의를 매듭지을 계획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보복관세안의 3월 1일 시한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무역협상이 갑자기 중단될 경우 추후 시한을 다시 지정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의 제품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결을 벌여왔다. 양국의 무역전쟁은 표면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독점적 기술정보를 드러내놓고 훔쳐내거나 기업들을 압박해 영업비밀을 이전하도록 했다는 미국 정부의 이의제기로 촉발됐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의 통상 파트너들은 또한 중국 기업들이 세계의 신기술과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베이징 정부의 구상이 중국의 자유무역 의무를 위반한다고 항의했다.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된 사건은 중국과 서방 간 통상관계가 바닥으로 떨어진 순간으로 간주돼 왔다. 런정페이 회장은 멍완저우 CFO의 체포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CBS 뉴스 방송에 말했다. 대 이란 무역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멍완저우 CFO를 미국으로 인도할지를 결정하는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정부는 기업들에 정보수집 지원을 의무화하는 2017년의 중국 법과 관련해 화웨이 제품을 금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캘럼 페이튼 뉴스위크 기자 ━ 건강 | 목이 자주 쉴 때는 후두암 의심하라 영국의 최근 조사에서 후두염이 지속되면서 숨가쁨과 삼킴장애가 겹칠 경우 후두암의 조기신호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이끈 영국 엑시터대학 연구팀은 후두염과 목의 원인 모를 응어리로 자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진료할 때 암도 고려해야 한다고 가정의들에게 권고했다.‘일차진료에서 후두암 발견하기, 전자기록을 이용한 대규모 사례 대조군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연구팀은 가정의 600여 명의 진료기록과 후두암 진단을 받은 806명의 환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를 대조군의 환자 3559명과 비교했더니 재발성 목쉼과 후두암 간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었다.논문 작성자 중 한 명인 윌리엄 해밀턴 교수는 단순히 목이 쉬는 정도가 아니라 환자가 의사의 조언을 구할 만큼 심한 후두염을 가리킨다고 좀 더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또한 그 결과가 영국 국립의료기술평가기구(NICE)의 암 조사 가이드라인에 추가될 만한 관련성을 지닌다고 언급했다. 전에는 특히 호흡과 삼킴 문제를 수반하는 증례에서 목쉼은 가정의들의 검토대상에 속하지 않았다.영국 국민보건서비스의 의료정보 사이트 NHS 초이스에 따르면 후두암의 주요 증상으로는 재발성 후두염이나 귓병, 목쉼, 삼킴 곤란과 통증, 오래 가는 기침, 목의 응어리 그리고 특정한 경우 호흡곤란 등이 있다. 관측된 그 밖의 증상으로는 이유 없는 체중감소, 구취, 극도의 피로감, 쌕쌕거림이 있다. 원인은 확실치 않지만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 음주, 흡연, 독성물질에의 노출, 나아가 경부(頸部) 또는 두부암 가족력도 후두암 위험을 높인다.- 바네사 닥터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9.03.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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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경제지표…경기는 어디로] 상반기 수출은 역대 최고치 고용·소비 지표는 ‘쇼크’ 수준

정책이슈

경제성장률 연 3% 유지에도 경고등 … 청와대 경제·일자리수석 교체 초강수 한국 경제는 좋아지고 있는 걸까 아닐까. 요즘 각종 경제지표가 엇갈린 신호를 보내면서 경기 침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의 체감경기가 개선되고 있고, 상반기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또 다른 경제지표인 고용·투자 지표 등은 ‘쇼크’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신규 취업자 수는 급감하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18년래(來)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수시장을 두고는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대외 상황은 좋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촉발된 글로벌 무역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연 3% 경제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규제혁신 법안은 정치 알력에 치여 국회에 잠들어 있다. ━ 정부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 정부는 아직은 괜찮다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근거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이 호조세이기 때문이다. 6월 수출액이 512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초로 연 4회, 4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조업일수 요인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23억8000만 달러로 역대 2위 수준이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한 2975억 달러로 반기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상반기 일평균 수출도 22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석유제품, 차 부품, 섬유, 컴퓨터 등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특히 반도체(39%)와 석유화학(17.6%)·석유제품(72.1%), 컴퓨터(48.5%) 등 4개 품목은 전달에 비해 두 자릿 수 증가율을 기록했다.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기업의 체감경기도 좋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6월 제조업황 BSI는 80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77) 반등한 이후 석 달 연속 개선된 것으로 지난해 12월(81)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BSI는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응답 3160곳)을 조사한 결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준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기업 경영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부정적으로 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화학제품(102)이 전월보다 6포인트 하락했으나, 전자영상통신장비가 89로 11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된 데다 스마트폰 부품 등 전자부품의 해외 수주가 증가한 영향이다. 중국 철강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1차 금속도 7포인트 상승한 74로 집계됐다. BSI가 여전히 100 이하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디기는 하지만 어쨌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 제조업 평균가동률 2009년 이후 최저치 그런데 제조업 공장 10곳 중 3곳은 사실상 놀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제조업 가동률 장기 하락의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0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올 1분기 71%로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란 생산능력 대비 생산 실적을 뜻한다. 제조업 가동률이 71%라는 것은 100개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데도 71개 밖에는 만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실상 공장 10곳 중 3곳은 생산을 멈췄다는 것이다.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7.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71%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1년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국내 주력 업종의 평균가동률이 부진하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타운송장비의 평균가동률은 세계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전체 가동률 대비 50% 이상 높았으나 지금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계장비 제조업도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했고, 자동차의 경우 2015년 이후 하락세다.반도체 정도만 빼면, 전기전자 업종 가동률도 마찬가지다. 전기전자 업종의 평균가동률은 2010년 2분기 고점 대비 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가동률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제조업 위기 상황이 우리나라만 ‘나홀로’ 겪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의 경우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하락했으나,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며 빠르게 회복했다. 영국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80.6%였다가 금융위기 때 73.3%로 급락했고 이후 81.1%까지 회복했다. 독일도 같은 기간 84.3→73.6→85.0%로 비슷한 흐름이었다. 스페인(79.0→72.6→78.4%), 이탈리아(76.1→71.2→76.4%)도 양호하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내 경제 구조는 가뜩이나 제조업 비중이 큰데 평균가동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향후 경제 전반의 생산력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의 경우 28.4%에 달한다. 이는 중국(28.8%)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비중이 크다.이처럼 경제지표가 엇갈리는 건 수출 품목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영향이다.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612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일반기계(265억 달러)·석유화학(249억6000만 달러)도 사상 최대 반기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 품목 다변화를 추진한 정부의 노력에도 품목별 수출 편중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에서 20.6%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다른 품목의 수출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선박은 1월과 2월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11.7%, 29.7% 성장했지만 3월부터 6월까지 31.1%, 75.1%, 67.1%, 82.7%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동기 대비 55%나 줄었다. 한때 수출을 견인했던 휴대폰은 1월 30.7%, 2월 28.2% 감소하는 등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5.3% 줄었다.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며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15.7% 감소했다. 가전은 2016년 12월 이후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다. 가전 수출 감소율은 2016년만 해도 11.7%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2.1%에 이르렀다. 철강도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상반기 기준 0.3% 줄었고, 자동차와 자동차부품도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6월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지만 증가세가 꺾이는 지점에 와 있고,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7% 감소한 것”이라며 “정부는 수출 성과 홍보보다는 리스크 요인 관리와 대응방안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내수시장 확대? 위축? 그런가 하면 내수시장을 두고는 한국은행과 산업연구원이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소비·투자 지표는 2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소비와 투자가 함께 감소한 것은 지난해 7~8월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증가세였던 소매판매는 4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2.4포인트 하락한 105.5를 나타냈다. 2.4포인트 하락폭은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임을, 100 미만이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아직 비관적인 전망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낙폭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 부진의 배경으로는 고용 불안을 꼽았다. 1월 신규 취업자 수는 33만4000명에 달했지만, 5월에는 7만2000명으로 급감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1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6월 26일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동시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확전하고 있는 점도 소비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하지만 산업연구원은 6월 25일 내놓은 ‘2018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 재정 투입으로 소득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민간 소비는 가계부채부담, 높은 청년실업률 등의 구조적 문제들이 여전히 상존하지만 저소득층 및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인상과 아동수당지급 등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보다 높은 2.9%의 증가율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수 확장세에 힘입어 수출·투자 둔화에도 연 3%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소비자의 체감경기가 악화하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고 분석하는 반면, 산업연구원은 서비스업 경기의 회복 등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다수와 경제전망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7월 1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포함한 36개 경제전망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9%였다. ING그룹은 2.6%, UBS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7%, 도이체방크와 JP모건체이스, 소시에테 제네랄,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2.8%, 바클레이즈와 크레디트스위스, 모건스탠리, 씨디그룹은 2.9%를 각각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도 2.8%,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를 예상했다. 이들 기관이 3%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한 이유로는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내수 지표가 좋지 않은 데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가계부채 풍선효과, 부진한 고용 등이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에 있다고 낙관하는데 모든 경제지표를 가지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혁신 5법’은 국회서 낮잠 이런 마당에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5법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보고서에서 2018년까지를 국정과제 이행 혁신기로 규정했다. 기술혁명과 시장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규제 체계가 혁신성장의 걸림돌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여당은 3월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5법을 패키지로 발의했다. 행정규제기본법과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정보통신진흥융합활성화특별법,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 제·개정안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상임위원회 차원의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규제를 풀어줄 법안이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규제혁신 5법은 신산업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우선 허용·사후규제 원칙 적용,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제한되는 권리나 부과되는 의무를 한정적으로 열거, 그 밖의 사항은 원칙적 허용) 적용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규제혁신을 위해 일정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행정기관에겐 신기술 활용 내용에 대해선 ‘신속 확인 의무’를 부여했다.여야 모두 규제혁신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규제혁신을 위한 세부적인 방향에선 입장이 다르다. 특히 5법으로 제한한 규제혁신 신산업 대상과 규제 혁신 처리 과정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측은 “가장 큰 문제점은 규제혁신 대상으로 정한 분야 외에도 신산업이 계속 생겨날 텐데 (규제혁신 5법대로라면) 그 때마다 법을 추가해서 발의해야 한다”며 “또 규제개혁 주체를 각 부처 장관으로 쪼개 놔서 개별 부처들은 규제를 강화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규제혁신 5법의 주무부처는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로 각각 나뉘어 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말 흩어진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실로 합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특례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권은 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은 유보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논의가 돼야 야당 입장과 업계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07.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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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 고용 통계 착시(錯視)

전문가 칼럼

3월 취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자 정부가 반색하는 모습이다. 수출이 지난해 11월부터 다섯 달째 늘고 생산·투자가 동반 회복되는 상황에서 취업자도 불어나서다. 기획재정부는 4월 11일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을 담은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1년 만에 “긍정적인 회복 신호”라는 표현을 썼다.한국은행은 13일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지난 1월 당초 2.8%에서 2.5%로 낮췄던 전망치를 2.6%로 재조정한 것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은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드디어 고용시장에도 봄바람이 부는가? 그런 기대를 갖기에는 그늘이 너무 짙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취업자 수는 2626만7000명. 1년 전 같은 달보다 46만6000명 증가했다. 2015년 12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관건은 취업자가 어디서 어떻게 늘었느냐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8만3000명 줄며 9개월 연속 뒷걸음쳤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제도 ‘P플랜(초단기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보듯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 상황은 여전히 빙하기다. 제조업 쇠락은 경제의 허리인 3040세대 취업자가 감소한 것으로도 입증된다.취업자 증가는 미래가 불안정한 자영업자(12만7000명)와 일용직 비중이 큰 건설업(16만4000명), 도소매업(11만6000명)이 주도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불어나는 자영업자는 올 들어 매달 10만 명 이상으로 증가폭이 더 커졌다.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떨려난 실직자들이 생계형 자영업으로 몰려들지만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언제 다시 실업자로 내몰릴지 모른다.600만 명에 육박하는 자영업자는 이미 ‘3고(高=고밀도·고연령·고부채)’ 함정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520조원으로 1년 새 57조원(12%) 불어났다. 대출 원리금에 점포 임대료, 직원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면 힘들게 장사해도 남는 게 별로 없다. 특히 과거 40~50대 중장년 여성이 주도했던 요식업에 요즘은 퇴직한 5060 베이비붐 세대와 일자리를 못 구한 젊은이들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졌다.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날드 점포보다 많은 나라 대한민국, 오죽하면 기승전결에 빗대어 ‘기승전치킨집’이란 말이 나돌까.공무원시험에 죽자사자 매달리는 공시족도 어두운 고용시장의 이면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시족은 25만7000명으로 2011년(18만5000명) 대비 40% 증가했다. 4월 8일 치른 9급 공무원시험에 역대 최다인 25만 명이 응시했다. 낙방생 24만5000명 대다수는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거나 알바 유무에 따라 취업자로 잡힌다. 단순히 취업자 수 증가만으로 섣불리 고용시장의 봄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고용 통계 곳곳에 드리워진 착시(錯視)현상을 걷어내야 한다.건설 일용직과 자영업자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 다시 실업자로 전락할지 모르는 불안한 위치다. 대선 후보들은 공약으로 ‘○○만 개 일자리 창출’ 등 숫자만 내세우지 말고 보다 안정적인 고용정책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기 바란다.

2017.04.1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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