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7

“윤 후보가 비판하는 기본소득, 국민의힘 강령인 걸 아나”

정책이슈

복지 정책에 대해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기본소득을 통한 소득안전망”을 제시했다. 이에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보편 복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맞섰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생애 주기별 안심 복지”를 주장하며 “노인에 대한 두터운 지원”을 강조했다. 심상정(정의당) 대선 후보는 “병원·주거·노후·장애를 포괄하는 신복지 체재”를 밝혔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3차 법정토론이 3일 저녁 8시 열렸다. ‘복지정책과 재원조달 방안’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에서 ‘기본소득’을 두고 대선 후보들마다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놨다. ━ 李 “일자리·소득·돌봄 안전망”, 尹 “성장·복지 선순환” 이 후보는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인데 복지수준은 30위를 맴돌고 있다”며 “노인들이 가난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모든 사람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3가지 안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는 일자리 안전망이다. 전국민 고용 보험제도를 도입해 일자리 때문에 걱정하지 않게 하겠다. 두 번째는 소득 안전망이다. 기본소득과 각종 수당을 통해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겠다. 세 번째는 돌봄 안전망이다. 유아·아동·노인·장애인·환자는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 5대 국가돌봄책임제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지출 구조조정 같은 세원 관리, 확실한 탈세 적발, 자연증가분을 포함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기본소득 같은 현금 (위주의) 보편 복지는 엄청난 재원과 세금이 들어가고 성장을 위축시키며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서비스 복지는 현금 복지보다 지속가능한 선순환에 크게 기여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모든 국민이 질병·실업·장애·빈곤 등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주는 복지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초가 되고 성장은 복지의 재원이 된다”며 “성장과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해 도약적인 성장을 하고 아울러 복지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면 더 큰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어 맞춤형 복지와 사각지대 제로(0)의 복지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尹의 기본소득 비판에 李 국민의힘 정치이념으로 역공 이 후보와 윤 후보는 특히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윤 후보는 “기본소득 같은 보편 복지를 현금으로 하면 1년에 100만원만 해도 50조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탄소세다 국토보유세다 이러면서 증세를 하면 결국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성장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성장과 복지가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기대하기 참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가 기본소득을 자주 비판하는데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 1항에 기본소득을 한다고 (내용이) 들어있는 것을 아느냐”고 캐물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말한 기본소득과 다르다”고 대답했다. 이에 이 후보는 “’사과’라고 하면 ‘사과’지 ‘내가 말한 사과와 다르다’는 것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 후보를 꾸짖었다.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캐물은 ‘국민의힘 강령’은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다. 강령은 10대 기본정책으로 이뤄져 있다. 그 중 첫 번째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나라’ 가운데 ‘1-1 누구나 누리는 선택의 기회’라는 이념 안에는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안 “생애주기별 안심 복지”, 심 “포괄적 신복지” 안 후보는 “(내가) 국회의원으로서 보건복지위원으로 일하면서 복지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며 “제가 생각하는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3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인 생애 주기별 안심 복지는 연령에 따라 필요한 복지 혜택을 드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절대 빈곤층의 감소 내지는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현재 많은 분들이 기초연금 인상을 말하지만 저는 좀 더 어려운 노인분들께 더 두터운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여러 사각지대의 해소다.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여러 사각지대가 많이 있는데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중요한 목표”라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세계10위 경제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복지국가의 꿈은 모든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 주거 불안 없는 사회, 소득 단절과 노후 걱정 없는 나라, 장애인도 독립해 행복할 수 있는 나라, 누구도 차별 받지 않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나라가 미래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모두를 포괄하는 신복지 체제로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세금은 똑바로 걷어서 제대로 쓰겠다. 좀 더 여유 있는 부유층에게 고통 분담을 요청하고 증세에 더해 확장 재정으로 녹색복지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주창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3.03 05:00

4분 소요
“李·尹의 청년주택 공약은 실현 불가능해” 沈·安 협공

정책이슈

이번 20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결정권)로 떠오른 청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대선 후보들은 2차 TV 토론에서 20·30세대 복지 공약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이 11일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MBN·JTBC·채널A·TV조선·연합뉴스TV·YTN)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선 대선 후보들은 청년 주거 공약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 대선 후보들은 청년주택공급과 청년기본소득에 대한 상대 후보 공약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으며 논쟁을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건 청년주택 공약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비현실적이라며 협공을 펼쳤다. 특히 청년복지 공약의 실행 계획이 현실성이 있는지, 그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내건 청년주택공급 공약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빚 내서 집 사라는 투기판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청년기본소득 공약에 대해선 안 후보는 지급에 들어가는 비용을 청년주택공급에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상대 후보 공약을 지적했다. 2차 TV토론에서 주택·소득 등 청년복지 공약을 두고 공방을 벌인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심=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청년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90%까지 (확대)해주겠다고 했다. 서울 평균 집값이 12억원인데 (최대) 9억원을 대출하면 30년 만기로 해도 원리금이 330만원쯤 된다. (연봉이) 1억원 수준의 고소득자를 위해 생애최초주택 구입 (공약)을 설계한 것이냐.” ▶이=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전제가 다르다. 현재 시세가 아니라 조성원가(가), 현 시세의 절반 정도인데 그걸 분양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20평 정도면 한 3억원대(면 된다).” ▶심= “어느 지역에 3억원짜리의 20평 (주택)이 있느냐. (어떻게) 20평짜리가 3억이(되)냐.” ▶이= “김포에 (있다)." ▶심= “김포에 20평짜리 3억원 집이 (진짜) 있냐.” ▶이= “그러지 마시고요. 미래 소득을 산입해 주자는 이야기다.” 청년주택 공약에 대한 이 후보의 답변마다 심 후보가 되물으며 공격의 날을 계속 세웠다. 그러자 이 후보는 계속되는 설전 압박에 “그러지 마시라”며 심 후보의 말을 자르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 후보는 청년주택 공약에 대한 화살을 윤 후보에게 돌렸다. ▶심= “청년들에게 빚을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그만둬야 한다. 갚기 어려운 수준의 약탈적인 대출은 청년들을 투기판에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 후보에게도 같은 지적을 하고 싶다. 윤 후보 생각은 (무엇인가).” ▶윤= “(심 후보가) 뭘 좀 잘못 알고 있다.” ▶심= (반박하며) “맨날 잘못 안다고 한다.” ▶윤= “(내가 지금) 말을 하고 있다(끼어들지 마라). 나는 청년주택을 서울이 아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있는 신도시에 짓겠다는 것이다. 그걸 계산하면 월 100만원, 101만원 정도 필요하다. 이 자체가 자산 축적이 되니 문제가 있는 제도가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 대도시 주변에선 95%까지 LTV를 올려서 대출해주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청년주택 공급에 드는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후보들은 상대 후보 공약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지적했다. ▶안= (청년에게 기본소득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이 후보 공약에 대해) “(재원) 7조원을 청년주택 마련에 전부 투자하는 게 더 좋은 방안 아닌가.” ▶이= “주택 문제는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전국에) 311만 가구 총 공급량의 30%를 (청년들이) 우선 분양 받거나 기본주택으로 공급받을 기회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안= “한 300조원 정도가 지금 기본주택에 든다는 얘기인데, 그게 현재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 아닌가. 그 막대한 돈을 어디서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건가.” ▶이= “300조가 든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건 현금으로 지을 때 (얘기)다. 이건 현금으로 짓는 게 아니고 보증금·주택보증기금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2.12 14:25

3분 소요
[부동산 대선 공약②] 규제, 李은 더 조이고 尹은 확 푼다

부동산 일반

내년 3월 9일 대선이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대 양당 후보가 모두 결정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맞대결 상대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지면서 향후 치열한 정책 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 경쟁은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 동안 급등한 집값으로 부동산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이 후보는 규제 강화를, 윤 후보는 완화를 주장하는 등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터라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주목된다. ━ 李, 주택·토지에 보유세 부과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한목소리로 “5년간 250만호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으로 돈 못 벌게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모든 답이 있다”면서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밝혔다. 오히려 더욱 강도 높은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후보가 추가로 꺼낸 것이 ‘국토보유세’다. 국토보유세는 모든 개인과 법인이 소유한 주택과 토지를 대상으로 과세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토지거래세는 줄이는 대신 현재 0.17% 수준인 실효보유세를 1%선까지 점차 늘려 그가 꾸준히 주장해온 ‘기본소득’의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29일 진보 경제학자 단체인 학현학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세와 관련해 “우리나라 보유세율이 주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세원별 조세 부담의 형평성 제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보유세의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부동산 공약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부동산 전담 기구인 주택도시부 신설과 수사권 있는 ‘부동산 감독원’ 설치다. 특히 ‘부동산 감독원’의 경우 시장 교란 행위를 감시·감독하도록 하는 기관을 따로 만들겠다는 이 후보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실질적 권한을 갖는 부동산 감독원을 만들어서 수사권을 갖고 맨날 조사해야 한다. 부당한 행위로는 돈을 벌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尹, 文 정부 종부세·임대차 3법 손 본다 반면 윤석열 후보의 부동산 관련 세제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다. 윤 후보는 지난 8월 자신의 ‘1호 공약’인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면서 “공정한 시장질서와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의 전면 재검토 추진을 명확히 했다. 종부세 재검토는 이미 지난 6월 윤 후보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예견됐다. 당시 윤 후보는 공시가격 상위 2%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만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종부세 (기준을) 상향시키는 것, 전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 “여론이 안 좋으니 ‘최고의 부자에게만 때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건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이 안정된, 예측 가능한 집값 (정보를) 갖고, 필요할 때 필요한 종류의 주택을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부담을 줄이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50% 감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상향하고,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늦춰 보유세 급등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임대차 3법’과 관련해서는 “전면 폐지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혼란을 안 주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개정할 뜻을 밝혔다. 그는 “전셋값을 인상하지 않는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도 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11.08 08:00

3분 소요
한국 경제력 세계10위라며 일본보다 못한 코로나 지원금

정책이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100만원이 합리적인 금액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역 지침 강화와 거리두기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부터 챙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에게 먼저 손실보상금이라도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선 후보는 “코로나 초기에 가계 지원, 소위 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 금액이 최소 1인당 100만원은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1인당 50만원 가까운 재난지원금을 받았는데, 100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받도록 하려면 앞으로 30만~50만원은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 이상 더 걷힐 예정”이라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있음을 알렸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정책의총을 활성화해 당론을 신속히 모으고 제도화에 나설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2일에는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이 후보가 먼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제안했다고 확인한 뒤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재정 당국과 논의하고 야당하고도 협의해야 한다. 좀 고차원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대선 후보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선 셈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에 이런 돈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추가로 지원한다고 가정할 때 약 25조원이 필요하다. 30만원씩만 줘도 15조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금권선거’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국민의 세금은 집권여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곶감 빼먹듯 하는 꿀단지가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 “국민 재난지원금보다 자영업 손실보상금이 우선” 일각에서는 지금 시급한 것은 재난지원금보다 손실보상금 지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방역지침 때문에 손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직접적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3분기 소상공인 66만여명에게 지급할 손실보상금으로 총 1조8000억원을 책정했다. 단순 계산하면 자영업자 한 사람이 평균 270만원 가량을 받게 된다. 석 달 치인 것을 고려하면 월평균 90만원을 정부가 보상한 셈이다. 이는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3분기 매출과 비교해 올해 3분기 매출 손실액의 80%만 보상한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고, 그나마 보상받은 사람들도 임대료를 내고 나면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타격으로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0.7%에 달했다. 이 중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달 27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한국자영업자협의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등 자영업자·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명동 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손실보상금이 건물주에게 흘러가지 않도록 ‘임대료멈춤법’과 ‘강제퇴거금지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은 “최소한 집합금지·영업제한 기간에 발생한 임대료는 강제성을 두고 분담해야 한다”며 “업종에 따라 변수가 있지만, 임대료 분담 대책이 대다수 자영업자가 혜택을 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 영국은 월소득의 80%, 최대 1200만원까지 지급 해외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어떻게 챙길까. 영국의 경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소득보조금을 지급했다. 연 이익 5만 파운드(한화 약 80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 가운데 현재 영업 중이지만,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는 최대 7500파운드(1200만원) 안에서 3개월 평균 영업이익의 80%를 지급했다. 또 자영업자가 임금을 주지 못해 종업원을 일시 휴직시킨 경우 휴직 기간 임금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에 직원 임금과 임대료 지급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다만 대출금 상환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이라기보다 지원금에 가깝다고 풀이된다. 전액 상환면제 조건은 대출금을 8~14주 기간 동안 직원에게 임금으로 주거나 임대료로 내고 60% 이상의 금액이 임금 지급을 위해 사용한 경우다. 일본은 지난해 4월 긴급경제대책과 12월 경제부양책을 통해 자영업자를 지원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매출이 50% 이상 감소한 중소기업에 최대 200만 엔(한화 약 2000만원), 개인 사업주에 최대 100만 엔(약 1000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만약 임대료를 내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직원을 계속 고용하기 어려운 사업자에게는 직원 1인당 최대 1만5000엔(약 15만원) 지급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1.03 07:00

3분 소요
[이낙연 대담집 단독 입수] 『이낙연의 약속』 “제 뿌리는 남루했던 청춘”

정책이슈

저의 남루한 청춘을 위로했던 『별들의 고향』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2013년 9월 고(故) 최인호 소설가를 추모하며) 저는 남루한 청춘을 종로에서 지냈습니다. (2020년 3월 지역구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젊은 날을 돌이킬 때면 언제나 ‘남루했다, 누추했다’라고 말했다. 1970년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군대도 ‘용투사(용산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카투사)’를 나오고, 졸업 후엔 에 기자로 입사했던 그가 왜 자신의 청춘을 남루하다고 했을까. 그를 소개하는 짤막한 약력으론 이런 말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27일 출간한 책 『이낙연의 약속』(21세기북스)을 엮은 문형렬 작가도 이곳에서 첫 질문을 시작한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후문 쪽 독서실에서 의자 몇 개 붙여놓고 자던 일, 성북구 종암동 외삼촌 세탁소에서 외삼촌 가족 여섯 명과 두 평 남짓한 방에서 살던 일…. 그는 전남 영광에서 혈혈단신 올라와 이곳저곳에 의탁했던 청춘을 되짚는다. 대학 4학년 때는 영양실조 초기증상까지 찾아와 그를 괴롭혔다. 그때 나온 입대 영장은 그에게 차라리 탈출구였다. 카투사 부대를 가니 일단 먹는 게 좋아요. 제가 웃통을 벗었을 때 갈비뼈가 안 보인 게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23쪽) ━ “청년 시절의 남루함이 이낙연을 이해하는 열쇠”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은 비단 이 전 대표만의 것이 아니다. 산업화 시절에 컸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었을 집단 기억에 가깝다. 그런데도 문 작가가 집요하게 이 전 대표의 청춘을 되짚어나갔던 이유가 뭘까. 답은 책의 2장 ‘청년 이낙연과 영끌’에서 나온다. 청년들의 생각은 헬조선에서 이생망, 영끌, 영털(영혼까지 털렸네)로 가고 있어요. 한스럽죠. 청년을 만나면 기피해야 하는 말이 ‘라떼’라고 하지요. 이제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나 때 말이야’가 아니라 ‘왜 나 때의 문제가 아직도 안 변했는가?’라고. (…) 남산 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봐도 단 한 평도 내 몸 눕힐 곳이 없는 저였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청년들도 비슷하게 고통받는가….(67쪽) 40년도 전 그가 겪었던 고통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데서 오는 한스러움. 문 작가는 “청년 시절의 남루함이 정치인 이낙연의 존재를 구성하고, 정책을 이해하는 열쇠 단어”(62쪽)라고 이낙연의 답에 해설을 더한다. 실제로 책 전반에 걸쳐 소개하는 정책도 대부분 청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년 주거급여 보완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청년 공공임대주택 조성 ▷군 사회출발자금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등이 그렇다. 이 전 대표는 “20대에서 40대가 행복하면 노년은 물론 사회 전체가 행복해진다”며 청년 지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 (21세기북스)에서도 문 후보에게 유년의 기억을 첫 장부터 꺼내었다. 문득 이런 물음이 생각납니다. 아버지 시대에는 무엇을 빼앗겼는지…. (문재인) (아버지는) 남쪽으로 피난 와서는 자신이 원했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실패한, 아주 무기력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지요. (…) 그런 모습이 늘 가슴에 서늘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묻는다』, 18~19쪽)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년 임기 동안 대북 정책에 가장 역점을 뒀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이듬해에는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 사무소를 폭파할 때도 문 대통령은 대화 재개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문 작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분단의 현실이 절절했다면, 이 전 대표에겐 청춘의 고통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 “진보는 더 실용적이어야 한다” 청년 이후 이 전 대표의 약력은 4선 국회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전라남도 도지사,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이어진다. 낙선 한번 없이 직을 맡아왔지만, 이 전 대표는 “(유권자와의) 약속이 자꾸 키가 자라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도지사직을 시작하자마자 찾아갔던 진도 팽목항, 당 대표 시절 찾아가 고개 숙여야 했던 산업재해 노동자 유가족들의 농성장과 함께 그가 맞닥뜨렸던 가장 큰 사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었다. 그는 “갈 곳 없고 배고픈 나를 재워주고 고시 공부 하도록 배려해준 그 마음을 본받자는 약속은 (…) 팬데믹을 겪으면서 감염병 국가책임제를 하겠다는 약속으로까지 자랐다”(63쪽)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말하는 감염병 국가책임제는 공공병원 설립, 공공의료대학 설립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희생에 대가를 지급하는 손실보상제 방안도 다뤘다. 이밖에 이 전 대표는 이번 대담집에서 사회부터 정치·경제·안보 등 모든 이슈를 총망라해 자신의 고민과 제안을 밝혔다. 지난 4월 15일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치고 나선 첫 외부 활동에서 “내가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현 정부 정책에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말을 빌려 “진보는 더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재원 마련 대책 등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문 작가는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묻는다. ‘당신은 진실한가.’ 그는 “이 전 대표와 만나는 내내 마음 속에 품어왔던 단 하나의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답이 진실했다면, 이 전 대표의 지지율도 반등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결과는 어떨까.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05.27 08:30

4분 소요
[불붙은 지역화폐 효과 논쟁] “언제적 자료?” 조세연 보고서 결함에 지자체 뿔났다

산업 일반

경기도·서울시·부산시 연구원까지 반박… 행정안전부 직접 효과 입증 예고 국내 243개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중 229개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에 대해 효과 논쟁이 거세다. 국무 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9월 15일 낸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담은 ‘지역화폐 무용론’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얼빠졌다”고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들까지 지적에 나섰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가 반박 보고서까지 내면서 논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지역화폐 효과를 다룬 보고서들의 분석 방향이 다른데 정쟁으로만 치닫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우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얼빠졌다”는 지적은 조세연 보고서의 결함에서 촉발했다. 가 조세연의 70페이지 분량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 원문을 입수·분석한 결과 조세연은 “특히 지자체 총생산(GRDP)의 1%를 지역화폐로 발행하면, 지역화폐 관련 산업군 총 매출액은 1.9% 감소한다”고 밝혔다. 지역화폐 발행이 오히려 0.9%포인트 경제 침체를 불렀다는 것인데, 조세연은 특정 지자체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가 일종의 보호무역 조치처럼 인접한 다른 지역 소매업 매출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 지역화폐 “비용만 추가” vs “효과 있다” 다만 보고서 작성에 사용된 자료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연은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했다. 이 지사는 “부실한 자료를 사용한 과장된 분석 결과”라며 “지역화폐 발행은 2019년부터 본격화했는데 조세연이 일반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할 수 있는 자료를 사용해 무리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역화폐는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오면서 1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지역화폐 발행지자체 수는 3배(64개→177개), 발행 금액은 10배(3714억원→3조2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조세연 연구결과는 정부기관(행정안전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지행연)의 결과와도 달랐다. 지행연은 지난해 낸 ‘지역사랑상품권 전국 확대 발행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1~8월 발행한 상품권 1조8025억원의 생산유발액이 3조2128억원(자기 지역 1조1074억원), 부가가치유발액이 1조3837억원(자기 지역 5332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지역화폐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1.9% 매출 감소였다는 조세연과 다른 결과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1.9% 매출 감소 수치는 보고서 통계상 영향이 없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했다. ━ 조세연, 유통대기업 시각에서 분석했나? 조세연이 보고서에 담은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비용 문제 제기도 분석 결함에 휩싸였다. 조세연은 보고서에서 올해 9조원으로 예정한 지역화폐 발행에만 1800억원의 부대비용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군산시가 지류 3800억원, 모바일 200억원 등 4000억원 규모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쓴 인쇄비 등 부대비용이 73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2%에 달 한 탓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조세연이 지역화폐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지역 화폐는 상품권이 아닌 카드를 활용하고, 경기도 외 다른 지자체도 카드로 전환하고 있어서다.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지역화폐를 카드로 발행하는데, 비용은 카드 발행업체가 부담하고 결제 수수료 수입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라 경기도가 카드 발행에 투입하는 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부분 지자체가 지류형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는 체크카드처럼 결제되는 선불·충전형 지역화폐 ‘고양페이’를 발행하고 있고, 성남시의 자체 지역화폐 ‘성남사랑상품권’은 카드형, 모바일형이 더 많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QR코드 방식을 적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형태별 발행액은 카드, 지류, 모바일 순이었다.조세연이 보고서에 담은 “지역화폐는 대형마트 대신 골목상권 소형 매장으로 사용처가 제한돼 소비자의 후생 효용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도마에 올랐다. 조세연은 “동네 마트 및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물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져 소비자 후생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타 지역이 아닌 자기 고장의 소비를 촉진하는 측면과 중소상공인 매출증대 지원을 통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공룡으로부터 지역소상공인들을 보호하는 측면 두 가지가 있다”면서 “유통대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냐”라고 질타했다. ━ “보고서와 현장은 다르다” 지자체 반발 격화 조세연에 대한 이 지사의 질타는 지자체 전체로 옮겨 붙고 있다. 당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역화폐를 지지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9월 21일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세연이 분석한 지역화폐 보고서와 현장은 다르다. 지역화폐로 지역에 풀리는 돈을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아니라 전통시장, 골목상권으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며 “연구는 지역화폐가 전국적으로 풀리면 효과가 없다는 것인데 지역화폐가 가진 성격이 여러 가지다. 지난해 지행연 보고서와 같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이 지사를 옹호했다.은수미 성남시장은 9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화폐는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부터 고용효과까지 매우 긍정적이며 만족도도 큰 걸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매출 효과 경험 60.3%, 지역경제활성화 관계 여부에 대한 긍정 응답이 58.3%,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필요 여부 긍정 응답이 64.3%에 달했다는 것이다. 은 시장은 이어 “2018년 9월부터 아동수당을 지역화폐카드로 발행, 200억원 규모였던 지역화폐가 2019년 948억원으로 늘어 경제적 효과의 증대 역시 예상한다”며 조세연 연구를 반박했다.부산시는 조세연 연구결과가 수도권 중심적 사고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 지역화폐 정책위원은 “부산의 경우 역내 소비액의 70~80%가 수도권으로 흘러 들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화폐가 도입됐다”며 “수도권으로 돈이 집중되는 기형적 구조를 외면한 채 지역화폐의 역기능만 부각하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구미시에선 시민단체가 지자체의 입장을 변호했다. 구미경실련은 9월 21일 성명을 내고 “지역화폐는 자영업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이라며 “시민 호응을 반영해 지역화폐 발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올 상반기 230개 지자체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들의 이 같은 반발은 지자체에 지역화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지자체는 현재 지역화폐를 온라인 경제 발전과 대기업 중심 경제 속에서 소득의 역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대형마트, 연매출 10억원 초과 사업체, 유흥업소, 직영 주유소 등에서의 사용을 제한해 지역 내에서 돈이 돌 수 있기 때문이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복지예산 등을 쏟았는데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소비가 일어나면 지자체는 적자에 빠진다”면서 “지역화폐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지역화폐는 꽤 오래전인 1997년생이다. 당시 정부는 경제 위기 이후 지역상권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강화, 실업 구제 등의 목적으로 지역화폐를 도입했다. 당시 한 모임에서 ‘미래화폐’를 만들면서 최초의 지역화폐가 등장했다. 이후 서울 송파구의 ‘품앗이’(1999), 대전시의 ‘한밭레츠’(2000) 등으로 전파하면서 2000년대 초반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지자체가 72곳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지역민의 일상생활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카드 형태 등의 지역화폐가 늘고 사용도 편리해지면서 지역화폐의 입지가 달라지고 있다.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경기도 안산시는 지난해 4월 발행한 상품권 형태 지역화폐 ‘다온’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에 40억원가량을 판매했다. 제천시는 같은 해 3월 지역화폐 ‘모아’ 발행을 시작해 한 달여 만에 16억원을 판매했다. 올해 지역화폐의 인기는 더 뜨겁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 지원을 각 지자체가 지역화폐로 썼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총 230개 지자체가 6조원 규모 지역화폐를 발행, 이중 96%인 5조8000억원이 팔렸다. 인천광역시와 경기도의 지역화폐는 1조원 넘게 판매됐다. ━ 효과성 논란이 연구원 간 갈등으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는 조세연 보고서를 향한 지적을 넘어 산하 연구기관을 통한 본격적인 반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재명 지사가 있는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경기연)의 반박이 발 빠르다. 경기연은 최근 ‘2019년 1~4분기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 보고서를 내고 “동일한 점포는 지역화폐 도입 후 매출액이 약 115만원 증가, 다른 점포끼리 비교하면 지역화폐 경험이 있는 곳의 매출액이 약 475만원 높다”고 분석했다. 조세연이 낸 지자체총생산(GRDP)의 1%를 지역화폐로 발행하면 산업군 매출이 1.9% 준다는 결론을 정조준 했다.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은 “지역화폐가 경제적 부담만 클 뿐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의 조세연 보고서는 지역화폐가 주는 소상공인·자영업자·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는 간과하고 있다”면서 “지역화폐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을 넘어 지역화폐 발급으로 골목상권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뒤집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조세연 연구가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할 중대한 사안이며, 사실이 아니라면 국책연구기관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해 혼선을 야기하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국회 예산처 “지역화폐, 국가 전체론 손해” 서울시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소도 지역화폐 효과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7월 시작한 재난 시 제로페이와 연계한 서울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제로페이의 재조명과 재난 시 소상공인 보호 정책으로서의 역할’ 연구에서 지난 4~6월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 재난긴급생활비를 분석해 골목상권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다는 결론을 냈다. 이 연구 보고서는 11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부산연구원 역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이르면 내달 최종 결과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조세연 보고서와 비슷한 방향의 의견도 있다. 정부 재정 운용을 평가하는 국회예산정책처(예산처)는 지난 6월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과 관련해 “지자체 입장에서는 타지역으로의 소비 유출이 차단돼 지역 내 자영업체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가 단위에서 보면 소비지출 총액은 동일하면서 상품권 발행 및 유통에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비용만 추가 지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예산처는 특히 “지역화폐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려면 지역화폐 사용에 따른 편익으로 자체 수요가 발생하고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나, 지금은 재정을 투입하여 할인율을 상향함으로써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며 “역내 소비진작 효과 자체가 지자체의 규모와 재정력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며, 상품권 발행 자체가 지방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화폐는 사용처가 제한돼 있어 현금보다 불편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액면가보다 싸게 팔아야만 유통되기 때문이다. ‘할인 판매’로 인한 손해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실제 지역화폐는 ‘화폐’라는 이름과 달리 정부가 사실상 현금을 나눠주는 재정정책이 됐다. 지자체가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이나 선불카드를 충전 시 10%를 돌려주는데 10% 할인의 재원을 중앙정부가 같이 나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할인 비용의 25%를 중앙정부가, 75%를 지자체가 내지만, 지난 3월 1차 추가경정예산에는 정부가 6월까지 62%를 부담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6조원 규모의 지역화폐가 발행된 것을 고려하면 중앙정부는 보조금으로 3603억원 예산을 사용했다. 발행액 6조원의 10%인 6000억원의 62%를 부담한 탓이다. ━ 5년간 150배 증가 지역화폐, 중간평가 필요 전문가들은 조세연 연구 보고서가 현실과 맞지 않아도 지난 5년간 지역화폐 발행액이 전국적으로 150배가량 증가한 만큼 냉정한 중간평가가 필요해졌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세연은 기존 소비, 인접지역 소비에 대한 지역화폐의 대체 효과를 분석했고,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만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정부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인 만큼 지역화폐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화폐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직접 지역화폐 효과에 입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올 12월쯤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0.09.26 17:00

8분 소요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코로나19發 ‘재정정책의 시대’ 자산운용은?

전문가 칼럼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전환... 달러 베이스 자산 편입해야 1980년대 이후 20여 년간은 자유화, 작은 정부, 민영화 그리고 통화정책의 시대였다. 규제를 풀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영화해 시장 기능에 경제를 맡기자는 패러다임이 지배했다. 정부의 양대 경제정책 중 재정보다는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더 컸다. 위기 징후가 들어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그러나 이젠 사정이 바뀌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모든 통화 정책의 ‘끝판왕’이었다. 금리는 제로, 아니 마이너스 금리까지 떨어졌고, 중앙은행은 무제한 돈을 풀었다. 심지어 일본중앙은행은 ETF(상장지수펀드)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직접 주식을 사들이기까지 했다. 이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정부는 없다. 경제 교과서도 다시 써야 할 판이다. 일본이나 독일 등은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이다. 국채를 발행하는 순간 이자 부담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갚을 빚이 줄어든다는 얘기이다. 돈을 빌리면 빌릴수록 이자가 줄어드는 세상이 된 것이다.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잠자던 재정정책을 다시 깨웠다. 대공황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경의 ‘경제가 어려울 땐 시장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재정정책을 펼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1970년대 이후 구닥다리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격을 당하자 침체된 실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직접 국민에게 현금을 꽂아주는(?) 정책이 등장했다. 자본주의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현금을 주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조금 앞서갈 수도 있는 얘기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의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재정정책에는 늘 논란이 뒤따른다. 먼저 가치관의 대립이다. 국가 재정은 작을수록 좋다는 쪽과 이를 시대에 맞지 않는 교조적 주장이라는 쪽이 대립한다. ━ 재정정책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 후자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을 지피지 않으면 경제는 더 침체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끝에는 ‘기본소득’이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은 비관론자들의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가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 비해 매우 건전하다는 것이다. 외환보유고도 2019년 말 기준으로 4000억 달러가 넘어설 정도로 튼실해 외환위기도 발발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반론도 거세다. 현재 시점이 아니라 미래 시점에서 보면, 그렇게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저출산·고령화가 가장 심각하다. 이런 추세라면 2040년에는 복지 지출이 GDP 대비 22.6%로 확대된다. 국민연금은 적자로 전환되고 건강보험은 고갈될 것이 자명하다. 일본도 고령화 사회 이전에는 정부 재정이 나쁘지 않았지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복지 부담으로 정부 재정이 급속히 악화된 바 있다.부채 비율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정부 부채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이제는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것이다. 모든 선진국에서 재정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정부 부채도 늘어나고 있다. 국채 발행으로 정부 빚을 늘리는 것은 죄악이라는 인식이 퇴색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유의 현상도 국채 발행에는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라고 여긴다.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달러, 유로화, 엔화는 기축통화의 성격을 갖는 중심부 통화이지만 원화는 주변부 통화라는 것을 지적한다. 미국이나 독일 혹은 일본이 부도나는 것과 한국 정부가 부도나는 것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 나라와 수평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최악의 경우, 재정이 나빠지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 자본시장은 요동을 칠 것이다.여기에 더 필요한 논의도 있다. 부채비율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재정은 어떻게 쓰는 것이 효율적인가, 예를 들어 직접 현금을 주는 게 나은가, 아니면 정부가 투자를 하는 게 좋은가,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논점, 그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등등.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사회는 이런 주제에 대한 깊은 논의가 부족한 듯하다. 경제학자, 정책 당국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논의를 기대해 본다. ━ 파스칼의 내기와 자산배분 우리의 관심은 투자 관점에서 재정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산을 배분할 것인가이다. 재정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있겠지만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느낌이다. 좌든 우든 지금은 재정정책의 시대로 진입한 것 같다.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논리 앞에 어떤 반론도 힘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재정정책의 시대로의 진입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상수로 본다면, 다음의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첫째, 재원 조달 문제이다. 재정정책은 공짜가 아니다. 무한정 빚을 늘려나갈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감내할 수 있는 부채 비율이 얼마인지는 전문가들이 분석해야 할 것이다. 자산운용에 관점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영원히 부채를 늘려갈 수는 없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은 경제가 성장해 돈을 버는 게 가장 좋다. 이게 안 되면 조세 부담률을 높여야 한다. 이것도 안 되면 그 때는 복지 등을 줄이게 될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조세 부담률이 높아지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조세효율적인 자산이나 수단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절세가 투자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둘째, 우리나라가 선진국처럼 갈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이다. 국가 채무가 늘어나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국가부도나 금융시장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냐, 아니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떠나면서 위기가 올 것이냐. 지금으로서는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다. 투자 관점에서는 어느 주장에 옳은지 따지는 것보다 이 두 경우를 모두 대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철학자 파스칼의 ‘내기’ 문제와 비슷하다. “신의 존재를 믿는 쪽이 보다 나은 베팅(도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를 믿는 쪽의 기대가치(확률에서의)가 안 믿는 쪽의 기대가치보다 언제나 크기 때문이다.” 신을 믿지 않았는데, 나중에 사후세계에 가서 보니 신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옥에 갈 것이다. 반대로 믿었는데 신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 문제가 없다. 그래서 파스칼은 신을 믿는 게 믿지 않는 것 보다 확률적으로 유리하다고 보았다.정부 재정 문제도 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믿는 것보다 온다고 믿고 자산배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안 오면 상관없고, 불행히도 온다고 해도 내 자산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베이스가 아니라 달러 베이스의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두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자산배분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2020.06.14 17:26

5분 소요
[이필재가 만난 사람(42) 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미래를 알면 젊은 세대가 아이 낳을 것”

전문가 칼럼

2030년 세계 국가 절반이 기본소득 지급… 탈중앙화로 스마트한 개인 시대 도래 “미래를 알면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를 안 낳는 건 단적으로 의식주 문제 해결 전망이 불투명하고 교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미래엔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고, 2030년이면 전 세계 국가의 절반이 기본소득을 지급할 겁니다.” 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는 “2050년이 되면 대부분의 국가가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면 불만 세력이 로봇을 때려 부수는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을 벌일 겁니다. 국가적으로 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느니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더 경제적이죠. 더욱이 3D 프린터 덕에 풍요의 시대가 열려 생활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그는 3D 프린터로 집에서 피자, 파이도 만들어 먹고 장차 옷도 스스로 만들어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먹을 수 있는 낙과가 버려지지만, 앞으로는 떨어진 사과도 갈아서 카트리지에 넣어 냉동보관했다가 사과 파이 두쪽만 프린트해 먹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음식물 쓰레기는 거의 사라질 겁니다. 고기도, 곡물도 배양해 먹고 유제품, 가죽제품도 프린트하게 될 거예요. 양돈, 양계 등 더 이상 사람이 먹기 위해 동물을 키울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축산업·유제품 산업의 종말이 올 겁니다.” 미래 연구자들은 장차 집도 3D 프린터로 짓게 될 거로 예측한다. ━ 집도 3D 프린터로 짓는다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는 세계적인 미래연구 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한국대표부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66개 지부를 두고 있다. 4500여 명의 정부 공무원, 기업인, 학자 등이 참여해 미래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박 대표는 이를 토대로 2006년부터 연세대 등에서 미래 예측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블록체인AI 뉴스 편집인도 맡고 있다.미래 일자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요?“세계적으로 자동차와 연관된 일자리가 전체의 25%를 차지하는데 10~20년 후 대부분 소멸할 겁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때문이죠. 우선 직업적인 운전, 자동차 보험업, 교통경찰이 사라질 겁니다. 대신 자율주행차 관련 일자리가 생겨나고, 자동차산업은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장악할 겁니다.”그 밖의 자율주행의 파급 효과가 뭔가요?“땅값이 평준화돼 명동, 강남의 금싸라기 땅이 없어질 겁니다. 자율주행차 시대엔 차 안에서 일도 하고 게임도 할 겁니다. 무슨 용도든 입지의 중요성이 현저하게 낮아지죠.” ━ 자율주행 시대 땅값은 평준화 자율주행 시대의 그늘도 있다. 운전이 필요 없어 술과 마약에 쉽게 빠질 수 있고 차안에 미니바가 생기는가 하면 차내 매춘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산업의 획기적인 변화로 권력 이동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다?“과거 종교, 국가, 다국적기업 순으로 권력을 장악했다면 탈중앙화가 일어나면서 스마트한 개인들이 스스로를 컨트롤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AI와 블록체인의 도움을 받겠죠. 소비자·판매자·개발자 간의 경계도 모호해 질 겁니다. 기본적으로 제조업과 건설은 사양화할 겁니다.”탈중앙화·분권화를 실현시킬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의식 기술 시대엔 유통 마진 명목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폭리를 취하는 중간상인 등 미들 맨의 힘이 빠질 거로 예측했다.교육은 어떻게 달라질까요?“교육은 무료화되고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의 발달로 학력 경쟁, 학벌 스펙은 무의미해질 겁니다. 지식의 공유 및 이전으로 인지 능력의 개인 차가 없어지기 때문이죠.”그는 이런 시대에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건 넌센스 라고 주장했다. “대학에서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을 전공하고 인문학은 인터넷을 통해 학습하면 됩니다.”공부가 무의미해지면 그럼 미래 세대는 뭘 해야 하나요?“기후변화, 빈부격차, 여성 및 아동 빈곤, 환경오염, 물 및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을 필요로 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면 부자가 될 겁니다.”그는 아예 보상을 전제로 하는 노동이라는 말이 사라질 거로 내다봤다. 기본소득으로 생계가 해결되면 일의 선택 기준은 관심과 재미가 될 것이다. 장차 연주도 로봇이 하게 되면 예술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종사하게 될 거로 그는 예측했다.이런 시대 스마트한 개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뭔가요?“협력, 창의성, 포용력, 인내심 같은 것들이죠. 경쟁을 유발하는 교육은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아닙니다.”이런 사회로 이행하는 데 드는 막대한 예산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탄소세, AI세, 로봇세 등이 그 재원이 될 것이다. 조세회피 지역에 있는 과거 권력자와 재벌의 은닉재산을 국고로 환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집단지성은 그가 번역해 정착된 말이다. 그는 일찍부터 미래의 기술을 소개하는 동안 또라이, 사기꾼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그래도 뭔가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부상하는 산업과 부상 기술을 들여다봐야죠. AI, 블록체인, 에너지, 바이오 의약 같은 것들이죠.”인간의 수명은 얼마나 연장될까요? 초고령사회의 시니어들은 어떻게 살게 될까요?“100세 시대를 내다본 게 15년 전 일입니다. 인간의 수명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130~150세 살 거로 봐요. 독일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노인들과 자녀들이 같은 커뮤니티에서 삽니다. 4~5층까지 저층엔 노인들이, 고층엔 자녀들이 사는 식이죠. 노인들은 수경재배로 베란다 가든, 윈도 가든 같은 텃밭을 가꾸고, 자식들은 손쉽게 부모를 찾아 볼 수 있죠. 신대가족 시대라고도 할 수 있는데 150세를 산다면 4~5세대가 같은 커뮤니티에 살 수도 있어요. 이처럼 가족관계가 중요하고, 150세를 산다면 친한 친구도 두어 명은 꼭 있어야 합니다.”미래 연구를 바탕으로 시니어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나요?“절약해 야금야금 쓰면서, 노인 빈곤에 빠지지 않으려면 약간의 투자도 하는 게 좋다고 봐요. 전 세계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를 보면 노인들은 공통적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어 하고 자녀와 가까운 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대도시의 도심보다는 병원이 있는 중소도시의 마을회관 같은 노인홈에서 노인들끼리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일을 한다면 부상하는 산업 쪽에서 기술과 지식을 쌓아 컨설팅 같은 일을 하는 게 좋아요.”박 대표는 대구 태생으로 경북대 외국어교육과(프랑스어 전공)를 나왔다. 졸업 후 영어선생 7년 해 번 돈으로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영화 제작을 하고 싶었지만 프랑스어로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으로 옮겨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한 후 오하이오대에서 영화 제작을 공부했다. 그 후 미국인 브루스 함슨과 결혼했다. 이 결혼을 집에는 2년 후에야 알렸다. 경북대 출신으로 학교 교장으로 있던 그의 아버지는 이 일로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한다. 1982년엔 3개월 간 배낭을 메고 유럽과 아프리카를 돌아다녔다. 아마도 국내 첫 배낭여행자일 것이다. 여행지 우체국에서 마주친 게시판에 그는 한국어로 메모를 남겼다. ‘박영숙, 여기 왔다 가다.’그는 주한영국대사관에 20년, 주한호주대사관에 10년 근무했다. 영연방 국가 정부에 총 30년 간 근무한 셈이다. 보직은 각각 공보관과 수석보좌관이었다. 영국대사관 근무 초기의 일이다. 당시 부대사가 흑인이었다고 한다. 롯데호텔에서 공식 행사를 마치고 부대사와 함께 물품을 들고 나오는데 배가 나온 중년의 사내가 앞을 막아섰다. “이 년이 대낮부터, 왜 하필 ‘깜둥이’야?” 그는 “그 후 88올림픽을 치르면서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에 인종과 피부색에 대한 편견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인도인 등 아시아인에 대해서도 대체로 한국인보다 피부가 검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없이 피부색이 상대적으로 진하다고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출신일 거라 단정하는 거죠. 교육과 방송 등 언론이 이런 오만과 편견을 교정해 줘야 합니다.”그는 다문화라는 말도 사라질 거로 전망했다. 5G 시대 개막으로 온라인상에서 외국인과의 교류가 활발해져 국제결혼을 포함해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삶이 자연스러워지면서 각국의 문화 자체가 다문화적 다양성을 띠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경은 희미해지고 공무원은 줄어들 겁니다. 사실 똑똑한 사람이 공무원이 되는 나라는 희망이 없어요.” 영국대사관에서 예닐곱 명을 지휘하는 공보관으로 일할 땐 외부 전화를 받으면 남자들이 걸핏하면 “공보관 빨리 바꾸라”고 고압적으로 말했다.남녀의 성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 거로 예측하나요?“우주 공간을 개척하는 일 말고는 전쟁, 건설 등 남자들이 잘하는 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뇌과학의 성과로 전쟁의 양상조차 심리전으로 바뀌고 있어요. 적 병사의 뇌를 조작해 적의를 호감으로 바꿔놓는 거죠. 거의 모든 일자리를 사실상 여자들이 ‘점령’했어요. 서양에서는 여자에게도 ‘헤이 맨’ 하는 시대입니다. ‘여자가 힘이 세네’, ‘여자가 고생하네’ 식으로 남녀를 구분해 ‘여자가 어떻다’고 말하는 화법을 이제 버려야 합니다.”남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합니까? 남자가 더 잘하는 일은 뭔가요?“창업과 혁신은 남자가 잘한다고 봅니다. 승부욕은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죠. 남자들은 스타트업 창업을 해야 합니다.” ━ 한국인, 피부색 차별 말아야 영연방 정부에서 오랫동안 공보를 담당했습니다. 한국 언론 나아가 한국의 기자들에게 바라는 게 뭔가요?“무엇보다 정치인들과의 정언유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정치인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크게 실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출입처 시스템도 손봐야 합니다. 경제부 외에 정치·사회·문화 등은 내셔널부가 커버하면 돼요. 특히 국회 출입기자를 없애야 합니다. 청와대 등 정부 출입기자야 필요하죠.”그는 검찰이 센 탓인지 검찰 발 기사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남편 사촌이 6~7년 간 미 미시건주 검찰총장을 지냈는데 미국은 검찰총장이 박봉에 힘도 없더라고 덧붙였다. “대신 외신, 신기술, 미래를 다룬 기사를 늘려야 합니다.”정부엔 어떤 주문을 하고 싶나요?“처음 영국대사관에서 일할 때 영국 정부가 총리실 소속의 미래청을 만들었습니다. 160여 명의 공무원이 오직 미래만 다뤘죠. ‘미래창조과학부’ 식으로 미래 담당부서가 현재도 커버하게 하면 안 됩니다. 현재 업무에 치이어 결국 가까운 미래를 다루게 마련이죠. 기본적으로 미래 정부는 지금보다 작아질 겁니다.”

2019.12.15 12:57

7분 소요
STEM 교육만이 살길

산업 일반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앤드류 양, “21세기의 직업변화에 대한 근로자의 대비는 필수지만 낙오자를 위한 안전망도 구축해야” 앤드류 양(44)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으려 가능성이 희박한 선거운동을 벌이는 뉴욕의 사업가다. 요즘 그의 약력에는 ‘로봇이 초래하는 대재앙’에 대해 예언자연하는 언급이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그러나 양에게는 결코 농담이 아니다. 그가 벌이는 선거운동의 핵심 테마는 IT가 계속 더 많은 사람을 실업자로 만들면서 미국 사회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인데 그에 대해 국가적으로 전혀 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런 문제에 대한 그의 일차적인 해법은 18세 이상의 모든 미국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한 달에 1000달러씩 보편적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그가 말하는 이른바 ‘자유배당(Freedom Dividend)’이다. 자동화로 가장 혜택을 보는 기업 대상으로 세금을 신설해 재원을 조달한다.양은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과 함께 꾸준히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지만 정치자금 모금에 강점을 보여 왔으며 그의 메시지가 지금까지 레이스를 지속할 만큼 강력히 어필하는 듯했다. 최근 뉴스위크는 그가 미국인의 근로와 생활 방식을 불가피하게 크게 바꿔놓으리라고 보는 변혁의 가장 큰 피해를 어떻게 완화할지 물었다. 오늘날의 어린이들을 미래의 직업에 대비시키는 방안에 관한 그의 구상을 특히 중점적으로 질문했다.다음은 이 주제에 관한 그의 답변을 정리한 내용이다. 초등 6학년생을 첨단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비시키려면어린이들이 마주하게 될 미래가 교육과정에 실제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테스트를 위한 교육은 효과가 없다. 표준화된 시험으로는 인간의 가치와 잠재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완료된 시험의 체크리스트로 생각하지 말고 어린이에게 평생에 걸친 교육과 발전의 토대를 제공하는 기회로 간주해야 한다.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평생 학업을 준비시키는 훌륭한 방법이다. 과학 시간에 가르치는 논리적 사고와 방법론은 어린이가 새로운 학습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수학 지식은 많은 직업 전반에 걸쳐 활용된다.누구나 대학에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 전체의 30%만 대학 졸업장을 받으며 그 학위는 예전처럼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최근의 조사에선 최근 대졸자 중 43% 가까이가 대학 학위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에 종사하지 않는 하향취업자였다. 직업·기술·도제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이외에 학생들에게 진로를 열어줘야 한다. 독일 학생 중 5분의 3 가까이가 이런 과정을 선택하는데 미국에선 그 비율이 10% 이하다. 배관공 일은 콜센터 직원보다 자동화하기가 훨씬 어렵다.다른 민주당 후보들의 ‘로봇세’ 제안이 잘못됐는가 로봇세(자동화로 가장 혜택을 보는 기업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고 규제를 확대해 변혁의 속도를 늦추려는 욕구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트럭 운수의 자동화만 해도 1년에 1680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 그런 황금알 사업을 두고 경쟁하는 기업을 막아세울 만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자율주행 트럭은 인간 운전자보다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정당성도 갖췄다.기술과 발전은 거기서 나오는 소득의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시스템만 구축한다면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좋은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그렇게 못하고 있다. 자동화에 관해 그렇게 많은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이런 기술에서 생기는 소득을 모두가 공유하게 하려면 그 돈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메커니즘을 부가가치세(VAT)와 연결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모든 아마존 거래, 구글 검색, 페이스북 광고의 혜택을 미국 국민이 공유할 수 있다. 이 기업들이 자신들의 공정한 몫을 부담할 때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 부가가치세는 기업이 회피하기도 더 어렵다. 미국은 부가가치세를 시행하지 않는 소수 국가 중 하나다. 이미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나라들은 이런 가치를 포착하기에 훨씬 더 좋은 조건을 갖췄다.2030년에 Z세대·밀레니엄세대·X세대 실업자를 보호하는 방법에 관해일자리의 최대 30%까지 자동화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회사가 평생직장과 안락한 은퇴를 제공하리라는 과거 세대의 가정이 갈수록 붕괴하고 있다. 새 일자리의 94%가 임시·계약 또는 긱(gig, 일거리 중심의 일시적 하청근로) 직이며 은퇴자금을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든다.이 같은 변화는 밀레니엄 세대의 직장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지만 장년세대 근로자에게도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기업들이 그들을 밀어내고 젊은 근로자로 대체하려 하기 때문이다.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의 최근 조사에선 앞으로 50세 이상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직장에서 밀려나며 비슷한 연봉의 다른 일자리를 얻는 비율은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근로자에게 직무와 기능을 재교육하려는 기업의 노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반 조사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은 성공률이 0~15%로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따지고 보면 그런 성공률도 이해가 간다. 내가 아는 트럭 기사들은 애당초 학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성인이 된 지금 코딩을 배우라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대신 한 달에 1000달러씩 제공하는 이른바 ‘자유 배당’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기술변화로 감원당한 사람들뿐 아니라 기업가들을 떠받치는 안전망을 제공할 것이다. 예를 들어 침체에 빠진 지역사회에서 식당을 차리려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월 1000달러를 수령해 기초생활을 보장받는 편이 더 합당할 수 있다.피해 직군의 당사자들과 협력해 돌파구를 찾도록 정부 내 고위직을 신설하는 것도 당국이 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조치다. 나는 이미 트럭 기사들의 전직을 돕는 트럭운수 정책책임자의 임명을 약속했다. 그리고 소매유통업 근로자, 식품 서비스·조리 근로자, 그리고 기타 자동화 물결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기술혁명에 대해 낙관론자이면서 동시에 비관론자인데자동화는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자동화는 인간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일자리를 구해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유복하게 가꿔나가는 능력을 많은 근로자로부터 앗아갈 것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낙관할 만한 이유뿐 아니라 비관할 만한 근거도 있다. 비관할 만한 이유를 원천 봉쇄해 모두가 낙관론을 품고 미래에 접근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집행해야 한다.현재 미국의 경제 측정기준은 모두 틀렸다. 국내총생산(GDP), 주식시장, 실업률은 경제를 전체적으로 바라본다. 자율주행 트럭은 GDP에는 보탬이 되지만 트럭 기사 그리고 트럭 휴게소 근로자처럼 트럭 기사에 의존하는 산업의 모든 종사자에게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우리 사회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도입해야 한다. 경제 생산에 가치를 매기기보다 사람의 본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비전이다. 이렇게 하면 돌봄·자원봉사·교육·미술창작과 기타 시장에서 진정한 가치가 평가되지 않는 활동 같은 작업에 더 중점을 두게 된다. 측정기준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우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신기술이 열어가는 미래에 모두가 낙관하는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

2019.11.11 10:03

5분 소요
이탈리아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코미디언

산업 일반

의회 최대 정당으로 부상한 오성운동의 창립자 그릴로 “인터넷 직접민주주의 확대하라” 주세페 ‘베페’ 그릴로(69)는 코미디언으로서 이탈리아 정계의 위선과 부패를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서서히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고교 졸업 후 우연히 코미디언의 길로 들어선 그는 이탈리아의 유명 TV 진행자에게 발탁된 뒤 각종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해 활발하게 정치·사회 풍자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6년엔 자신의 이름을 담은 ‘그릴로 메트로 쇼’를 맡기도 했다.그러나 1987년 베티노 크락시 당시 총리를 TV 쇼에서 비판했다가 공영방송 RAI 등에서 퇴출당했다. 그 후 1993년 잠시 RAI의 라이브쇼에 출연했다가 1500만 명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그의 풍자를 참지 못했고 결국 1990년대 이후 그는 거의 TV 방송에 나오지 못했다. 그릴로는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집권 정당의 선전 목적에 따라 남용된다고 비판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국내외 거리 공연이었다. 그는 욕설을 섞은 거침없는 개그로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해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그릴로는 2009년 ‘오성운동’이라는 정당을 결성했다. 직접민주주의 확대와 반부패, 유럽연합(EU) 탈퇴를 기치로 내건 그 신생 정당은 곧바로 이탈리아 정치에서 영향력 있는 존재로 부상했다. 오성이란 좌우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오직 시민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내세운 다섯 가지 새로운 목표로 공공수도, 인터넷 접속권리,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지속가능한 개발, 생태주의를 상징한다. 그를 지지하는 이탈리아인은 대부분 전통적인 좌파의 환상에서 깨어난 젊은 근로계층이다. 지난 3월 총선에서 32%의 득표율을 올린 오성운동은 이탈리아 의회에서 최대 단일 정당이 됐다. 그러나 그릴로 자신은 의회나 연립정부에 참여를 거부했다. 외부에서 오성운동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동료들은 그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탈리아 경제가 계속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오성운동은 연립정부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정치적 교착상태를 더는 지속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릴로는 낙관한다. 그는 “다시 토해내는 쾌락을 위해 기자들을 집어삼키기를 즐긴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언론을 싫어한다. 하지만 최근 그는 이탈리아 안코나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기 직전 뉴스위크와 인터뷰를 가졌다.오성운동은 어떻게 시작됐나?작은 인터넷 회사를 운영하는 잔로베르토 카살레조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가 칭기즈칸과 인터넷에 관한 책을 낸 직후였다. 나는 블로그를 만들면서 그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함께 인기 있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난 코미디언으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기술이 있었다. 그는 내게 인터넷의 위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실험이 결국 성공했다.그처럼 새로운 정치 실험이 이탈리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우리는 직접 마을 광장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모든 문화적·정신적 부적응자를 포용하려 했다. 나는 캠핑밴을 타고 이탈리아 남부 전역을 누볐다. 오성운동은 인터넷의 힘과 마을 광장이 합쳐진 것이다. 그런 공생관계가 열쇠다. 왜 직책을 맡지 않았는가? 오성운동에서 지금 당신의 역할은 뭔가?체스에서 ‘불멸의 수’라고 들어봤는가? 중요한 말들을 희생시키고 졸 하나로 승리하는 수다. 그게 바로 내 경우다. 후원자로서 뒤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나는 외부에서 보고 있다가 우리 운동이 궤도에서 벗어나려 할 때만 개입할 것이다.코미디언이자 정치인이라는 이중 생활을 어떻게 해나 가나?난 내면의 이중성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룬다. 사람들은 코미디를 보러 오는지 정치 집회에 참석하는지 이제 더는 모른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TV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게 그의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됐다고 보는가?주류 언론이 그를 너무 반대하다 보니 결국은 그를 도와주는 꼴이 됐다. 오성운동도 언론이 의도한 것과 정반대로 이탈리아 의회의 최대 정당이 됐다. 브렉시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오성운동은 좌익인가 우익인가?좌익이나 우익, 또는 포퓰리즘이란 것은 전부 의미 없는 개념일 뿐이다. 신세대는 그런 개념을 배격한다. 인공지능이 전통적인 일자리의 세계를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보편적인 기본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전통적인 국가는 속이 비었다. 지금 우리는 도시국가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가짜뉴스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어린아이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스캔들은 생길 수 없다. 우리가 광고 산업에서나 정치에서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조작된다는 것은 너무도 뻔한 일 아닌가?(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에 대한 입장은?난민 유입은 통제돼야 한다. 우린 누가 이탈리아에 오는지 알아야 한다. 비대하고 기능장애에 걸린 비정부기구에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나?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물이 분명하다. 난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장사를 하려 하지 전쟁할 생각은 없다. 반(反)푸틴 제재로 우리가 엄청난 피해를 본다.오성운동의 유럽에 대한 비전은?EU는 과거엔 장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기능장애에 걸렸다. 개혁이 필요하다. 유럽의회는 아무런 힘이 없다. 결정은 EU 집행위원들이 내린다. 집행위원회에 누가 있는지 살펴보면 정치인 1명을 로비스트 7명이 둘러싸고 있다. 실제로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추측해보라. 유럽에 대한 우리의 비전은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리는 유로화 사용에 관한 국민투표를 원한다. 경제적으로 서로 다른 북유럽과 남유럽으로 나눠 두 가지 유로화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오성운동이 극우노선의 동맹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까?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중소기업의 세금을 낮추고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국민의 삶을 증진하는 것이 목표라면 연정 파트너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프레드 마네라 뉴스위크 기자

2018.05.28 10:14

4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