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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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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이틀 연속 상승 마감 [증시이슈]

증권 일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관련 종목으로 꼽히고 있는 삼부토건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11일 삼부토건은 전거래일보다 5.66% 상승한 2985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 한때 20% 넘게 오르기도 했다. 전날에는 29.89% 오른 2825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국내 건설업 면허 1호 기업인 삼부토건은 조남욱 전 회장과 윤 당선인과의 관계가 부각되는 등 ‘윤석열 테마주’로 거론돼 왔다. 한편 삼부토건은 최근 휴림로봇의 지분 매각 소식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부토건의 최대주주인 휴림로봇은 이 회사의 지분 10.48%를 보유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3.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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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株 ‘반토막’에 개미들 발동동, 이들의 앞날은

증권 일반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양당 후보의 ‘대선 테마주’가 하락했다. 통상 대선 테마주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급락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테마주는 후보와 상관없이 급락해 고점보다 30% 이상 빠졌다. 대선 테마주는 기업가치보다는 기업의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가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이유만으로 급등락하는 종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테마주로 분류된 83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대선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 공통지인(44%)이 있거나 경영진과의 사적 인연(18%), 학연(16%)으로 엮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1월에 54% 오른 TS트릴리온, 3월 들어 하락세 8일 ‘이재명 테마주’로 묶이는 TS트릴리온은 전날보다 2.97%(35원) 하락한 11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이재명 관련주인 동신건설(-14.91%), 이스타코(-9.03%), 코이즈(-6.92%)도 크게 떨어졌다. 탈모방지용 샴푸 기업인 TS트릴리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4일 탈모 공약을 발표하면서 테마주로 떠올랐다. 이 후보가 탈모치료제 건강 보험 적용 공약을 내놓자 TS트릴리온은 연일 급등하며 상한가를 찍었다. 공약 전 791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133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지난 1월 21일 1855원까지 오르면서 1월 한 달 동안만 54% 급등했다. 하지만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국거래소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연관이 없더라도 급등하는 대선 테마주에 대한 우려로 TS트릴리온을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요동치던 TS트릴리온은 3월 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고점(1855원) 대비 36% 이상 급락했다. ━ NE능률‧덕성, 8일 하루 동안 주가 16% 빠져 ‘윤석열 대표 테마주’로 꼽히는 NE능률 역시 16% 급락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 2위에 꼽히기도 했다. 8일 NE능률은 전날보다 16.68%(1810원) 빠진 9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9% 넘게 빠졌지만 연일 하락하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NE능률 최대주주는 45.36%를 보유한 HY(한국야쿠르트)다. NE능률은 윤호중 HY회장이 윤 후보와 같은 파평 윤 씨라는 이유로 급등했다. 다만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고점보다 56% 빠져 반토막 났다. 지난해 6월 2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NE능률 주가는 2만800원까지 올라섰다. 이후 요동치던 주가는 2월 말 1만3000원대를 횡보하다 이날 9040원까지 내려앉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발표한 날은 4% 반등하기도 했다. 다른 윤석열 테마주 상황도 마찬가지다. 덕성(-16.28%), 삼부토건(-12.83%), 서연탑메탈(-8.23%) 등은 하락 마감했다. ━ 선거 이후 테마주 주가 전망은 ‘글쎄’ 대선 테마주의 주가 전망도 미지수다. 일각에선 차익 실현 매물이 이미 쏟아져 대선이 끝나면 상승 여력이 더욱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가 커질 수 있다. TS트릴리온 주가는 변동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TS트릴리온이 크게 오르자 대주주 일가는 지분 매도에 나섰다. 통상 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주가 고점 신호로 여겨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TS트릴리온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장기영 일가는 TS트릴리온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1월 5일 장 대표의 두 형은 각각 40만주, 50만주씩 매도했다. 한편 TS트릴리온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날 자기주식 190만916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공시했다. 반면 영어 서적 출판 기업 NE능률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교육 수요가 급증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IR협회는 NE능률의 경쟁력으로 교육 콘텐트 R&D 역량과 영어교육 분야 1등 브랜드 이미지 등을 꼽았다. NE능률의 2020년 매출 유형별 비중은 영어학습서, 유아교육 교재 등이 92.8%를 차지한다. NE능률 2020년 매출액은 754억원으로 전년보다 10.95% 감소했다. 하지만 영어 학습서 등의 판매 증가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전년(-55억원) 동기 대비 79억원 늘어나 흑자 전환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2022.03.0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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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소식에 급등세 [증시 이슈]

증권 일반

삼부토건이 급등세를 보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3일 삼부토건은 전일 거래 대비 10.98% 오른 24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274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날 두 후보는 오전 8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선언문을 함께 발표했다. 안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하고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으며, 양 후보는 대선 후 합당 추진 계획도 밝혔다. 국내 건설업 면허 1호 기업인 삼부토건은 조남욱 전 회장과 윤 후보와의 관계가 부각되는 등 ‘윤석열 테마주’로 거론됐다. 한편 삼부토건의 최대 주주는 휴림로봇이며, 지난달 8일 삼부토건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3.0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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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이슈] 추격 가능할까…하락장에 살아남은 ‘이낙연 주’

산업 일반

‘이재명 대세론’이 확산되며 급락했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가 코스피 하락에도 불구하고 반등했다. 1일 부국철강은 전일 대비 3.97% 오른 576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삼부토건 종가 역시 3.96% 상승한 2360원으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는 세계 경기둔화 우려 및 미국 재정지출 불확실성 여파로 전거래일보다 1.62%하락한 3019.18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외국인, 기관의 매도세에 302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며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반면 일명 ‘이낙연 주’로 불리는 부국철강과 삼부토건이 상승하며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 완주를 결정한 여파로 풀이하고 있다. 이날 제주도 순회경선 결과로 인해 이 전 대표가 전북경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추격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이 전 대표의 동생이 임원으로 재직했던 삼부토건은 지난달 27일 이 전 대표의 경선 사퇴설이 나오며 15%까지 급락 한 이후 첫 반등을 맞았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10.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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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품 올 들어 88% 올라… 삼성전자보다 거래량 많았다

증권 일반

‘444원’. 서울식품의 주식가격(7월 14일 종가기준)이다. 500원도 안되는 돈으로 서울식품 1주를 살 수 있다. 서울식품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88.9% 올랐다. 서울식품은 대표적으로 ‘뻥이요’와 같은 스낵류를 유통하고 있는 냉동생지류, 빵가루 등의 제빵 전문업체다. 쿠팡에 피자류와 냉동생지를 공급하면서 쿠팡 관련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쿠팡 소식에 따라 주가는 출렁거린다. 지난달 쿠팡이 부산에 남부권 거점 스마트 물류센터를 건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음날 주가는 4% 올랐다. 주당 300원대인 반도체 생산판매 기업인 코디엠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련주로 꼽힌다. 코디엠의 대주주는 삼부토건이다. 최근 이낙연 전 대표 동생인 이계연 전 삼환기업 대표를 삼부토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됐다. 코디엠은 지난 5일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에 전날 보다 24% 오르고, 거래량도 14배 늘었다. 동전주 거래가 늘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전주는 주당 1000원 미만의 푼돈으로 살 수 있는 주식을 말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전주 종목(리츠, 선박투자, 인프라, 투자회사 제외)은 2016년 40개에서 2018년 83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 동전주는 88개였다. 동전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개별 종목의 거래량도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평균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동전주는 이아이디(1억8560만주)였다. 그 뒤로는 서울식품(1억74만주)이 거래량이 많았다. 이아이디 거래량은 같은 기간 코스피 대형주인 삼성전자(2085만주)보다 790% 더 많다. 동전주에 돈이 몰리는 건 소액 투자자가 한정된 자금으로 많은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동전주가 테마주로 엮인 것도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격도 싸고, 테마주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해 단기수익을 볼 거라는 기대감에 투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하기전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투기 세력에 의해 주가가 급등하거나 상장폐지가 되는 기업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됐던 클루넷은 당시 안랩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며 급등세를 탔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가스관 테마주였던 비앤비성원과 미주제강도 2012년 상장폐지됐다. 정치 테마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7년 문재인 테마주로 알려졌던 위노바는 테마주 물살에 주가가 급등했고 대선 후 9개월 뒤에는 상장폐지됐다. 동전주의 문제점 중 하나는 투자해도 좋은지 판단할 만한 재무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기업들은 대기업처럼 실적발표의 의무가 없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동전주는 대기업처럼 재무재표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전망이 어렵다”며 “작은 정보에도 휘둘리고 정확하지 않은 루머에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민 인턴기자 shin.sumin@joongang.co.kr

2021.07.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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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10곳 중 3곳(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80곳 중 160곳) 단기 상환능력(유동비율 100% 미만) 취약

산업 일반

대한전선·동부제철·한진해운 등 재무상태 악화 … 금호산업 등 9곳 부채비율 1000% 넘어 한국경제는 정부·가계·기업이 진 ‘빚의 삼각대’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 경제 주체의 총 부채는 상반기 말 현재 3800조원에 달한다. 기업(2100조원, 공기업 포함)·가계(1180조원)·정부(520조원) 순이다.가계·정부에 가려 관심은 덜 하지만, 기업 부채 문제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빚 증가 속도는 빠른데 돈 벌어 갚기는 점점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다. 최근 일부 중견·대기업의 잇따른 추락 역시 부채의 덫에 걸린 탓이 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부채·유동비율과 차입금 현황을 통해 기업 채무 리스크를 긴급 점검했다.“동양그룹과 유사한 대기업이 4곳 더 있다.” 10월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이 말 한마디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증권가에선 즉각 블랙 리스트가 나돌았다. 가장 먼저 파편을 맞은 곳은 동부그룹이다.LIG투자증권은 ‘차입구조가 동양과 유사하다’는 리포트를 냈다가 동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일부 오류를 인정하는 정정 보고서를 다시 냈다. 동부그룹은 정말 괜찮은 걸까.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의 재무 구조가 나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유동비율과 부채비율, 단기차입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그렇다.올 상반기 기준으로,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동부제철이 272%, 동부하이텍 369%, 동부건설 499%다. 산업·업종·개별 기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면 적정 선을 넘었다고 본다. 더 큰 문제는 유동비율이다. 유동비율은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하는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은행이 기업에 대출할 때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해 ‘은행가 비율(Banker’s ratio)’이라고도 부른다. 기업의 단기 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이 높을수록 현금 동원력이 좋다는 뜻이다. 경영학계에서는 이른바 ‘2대 1 원칙(two to one rule)’이라 해서, 200% 이상을 적정유동비율로 여긴다. 증권가에서는 통상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면 유동성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유동비율 50% 미만 25곳동부그룹은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이 3조50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의 단기 상환능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하이텍은 유동비율이 53.7%다.동부제철은 49.7%, 동부건설은 87.3%다. 특히 동부하이텍은 2분기 기준으로 단기 차입금이 지난해 말보다 74.7% 늘었고, 장기 차입금은 33.9% 증가했다.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임원회의에 직접 나서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의구심이 쉽게 가시지 않는 이유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룹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다”며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과 유동성 위기는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다.그는 “차입금 대부분이 담보를 제공한 제도권 금융 여신이고, 자산 매각과 보유한 현금을 통해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에 대한 일부의 유동성 위기 우려는 상당부문 해소됐다”고 밝혔다.이코노미스트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지난해 말과 비교 가능한 58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많아 유동비율이 100% 미만인 곳은 전체의 27.6%인 160곳이었다 . 통상 적정 수준으로 보는 200%를 넘는 곳은 조사 대상의 25.2%인 146곳에 불과했다. 특히 유동비율이 50% 미만으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상장사는 25곳이다. 조사 대상 중 유동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AJ렌터카였다. 렌터카 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유동비율이 17.3%다. 이에 대해 AJ렌터카 관계자는 “렌터카라는 업종 특성상 유동비율로 단기상환 능력을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AJ렌터카의 경우 유형 자산의 90%가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상품성 자산이며 이를 재고 자산으로 보면 유동비율은 200%가 넘는다”고 밝혔다. 또한 “유동부채의 대부분은 장기 차입금과 회사채로, 장기차입금은 매년 기존 차입금 이상 원금 상환하고 있는 등 현금흐름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세계는 유동비율 22.1%로 조사 대상 중 둘째로 낮았다. 신세계는 센트럴시티·서울고속터미널 등을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은 오르고 유동비율은 낮아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속적 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 일시적으로 재무 부담이 커졌지만 부채 상환이나 운전자금용도로 빚이 늘어난 기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신성솔라에너지(24%)·넥솔론(26%)·동양고속운수(29.2%)·이마트(29.3%)도 유동비율이 30% 미만이었다. 유동비율이 100% 미만인 상장사 중엔 최근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 계열사가 적지 않다. 오너인 설윤석 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한 대한전선은 유동비율이 43.4%다. 유동부채만 1조7300억원이다. 대한전선의 부채 비율은 6월 말 기준 8300%, 차입금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웅진그룹이 매각 방침을 밝힌 웅진에너지는 45.7%, 웅진케미칼은 89.9%다. 유동성 위기설에 자주 거론되는 한진그룹도 사정이 좋지 않다. 한진해운이 특히 어렵다. 부채비율 700%를 넘긴 한진해운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기업어음(CP)이 2200억원에 달한다. 내년 3~4월에도 2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 회사의 유동부채는 올 상반기 말 3조9400억원이다. 유동비율은 50.5%에 불과하다. 또한 대한항공 48.8%, 한진 50.6%, 한진중공업 94.9%로 주력 계열사의 단기 채무 상환능력이 취약했다. 설비투자가 많아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해운·건설·항공·조선·화학·철강 관련 기업들도 빚 상환 여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종에서는 KSS해운이 유동비율 31.2%로 가장 취약했다. 다음은 한진해운(50.5%)·흥아해운(60.9%)·현대상선(81.9%)·대한해운(93.9%) 순이다. 철강 분야에서는 동부제철(49.8%)이 가장 낮았고, 한국특수형강(67.2%)·한일철강(75.4%)·포스코강판(78.4%)·동국제강(98.2%) 순이었다. 건설 업종에선 신세계건설이 58.1%로 최하위다. 동부건설(87.3%)·태영건설(90.8%)도 100% 미만이었다. 화학 분야는 케이지케미칼(57.5%)·코스모화학(69.2%) 한화케미칼(84.6%) 웅진케미칼(89.9%) 순으로 유동비율이 낮았다. 동양건설산업 부채비율 8700%주요 그룹 별로 보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모두 유동비율이 100%를 넘었다. 삼성정밀화학이 206%로 가장 높았고, 삼성SDI가 108.1%로 가장 낮았다. 삼성전자는 197.4%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도 현대자동차(195.6%)·모비스(221%)·글로비스(132.5%)·위아(169.7%) 등 대부분 안정적이었다. 그룹 내에선 현대제철이 101.5%로 가장 낮았다. 반면, LG그룹은 유동비율이 100% 미만인 곳이 3곳이었다. LG전자(85.6%)·LG생활건강(81.2%)·LG유플러스(74.3%)다. SK그룹 역시 SK네트웍스(79.6%)·SK텔레콤(76.9%)·SKC(95.6%)·SK C&C(98.4%)가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많았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이 103.8%였고, 중공업 3인방인 두산인프라코어(78.4%)·두산엔진(82.5%)·두산중공업(85.8%)은 100% 이하였다. 부채 총계를 자본 총계로 나눈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동양건설산업이다. 무려 8700%다. 올 6월 말 현재 단기 차입금은 317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다. 이 회사는 동양그룹과는 무관하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은 8149%, 최근 전 경영진의 횡령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나라케이아이씨는 2417%였다. 부채비율이 높다고 반드시 부실 기업인 건 아니다. 업종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해당 기업의 적정 부채비율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부채의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때 해당하는 얘기다. 경영학계에서는 통상 적정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보고, 400%를 넘어가면 업종과 상관없이 잠재 위험기업으로 친다.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89곳이다. 이 중 65%인 58곳은 부채가 지난해 말보다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1000% 넘는 곳은 넥솔론(2062%)·삼부토건(2022%)·삼호(1191%)·현대시멘트(1178%)·대한항공(1088%)·대한전선(1002%) 등 9곳이다.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는 400% 이상 기업은 26곳이었다. 현대상선(850%)·한진해운(775%)·동양네트웍스(724%)·아시아나항공(654%)·동양(650%)·동부건설(499%)·코오롱글로벌(461%) 등이다.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26개 상장사 중 19곳은 단기 차입금도 지난해 말보다 늘었다. 변제 기한이 1년 내에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이 급증한 상장사도 많았다. 374곳의 단기 차입금이 지난해 말보다 늘었다. 단기 차입금 증가율이 100% 이상인 상장사는 159곳이나 됐다. 5000억원이 넘는 곳은 32곳, 1조원이 넘는 기업은 18곳이다. 18곳 중 지난해 말보다 단기 차입금이 준 곳은 한국가스공사(-22.2%)·현대자동차(-19.9%)·삼성전자(-19.4%)·현대중공업(-13.7%)·대우인터내셔널(-4.8%) 5곳뿐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6320억원이던 단기 차입금이 올 6월 말 1조9580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율 209%다. 대우조선해양은 68% 증가한 3조1670억원, STX는 62% 증가한 1조2160억원이다. 최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STX조선해양 역시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1조802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 늘었다. 부채비율이 높고,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많아도 실적이 좋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나쁜 상장사 중에는 실적 역시 부진한 곳이 많다는 게 문제다. GS건설이 좋은 예다. 이코노미스트가 시가총액 상위 2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시가총액 변동률과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매출변동률·영업이익률 변동치를 합산해 미저리 지수(Misery Index: 고통지수)를 조사했는데(2013년 10월 28일자 참조), GS건설이 불명예 1위를 기록했다. 상장사 미저리 지수는 시가총액 변동률과 매출변동률, 영입이익률 변동치의 합이 음수일수록 기업 고통이 큰 것을 의미한다. GS건설은 시가총액이 48.3% 줄고, 매출증감률과 영업이익률이 각각 10.5%, 21.7% 떨어져 미저리 지수 마이너스 80.5점이었다. 재무 상태도 나쁘다. GS건설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246%다. 부채는 지난해 말보다 27.4% 늘고, 단기 차입금은 8.7% 증가했다. 이 회사의 이자보상배율은 상반기 기준 마이너스 12.9배다. 영업이익보다 금융이자가 12.9배 많다는 뜻이다. 특히 기업 규모가 크고 부채가 많은 기업 중에 예의주시해야 할 곳이 적지 않다. 이번 조사 대상 중 총 부채가 1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100곳. 이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곳은 28곳이다. 28곳 중 단기 부채 상환능력인 유동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은 14곳이었다. 대한전선·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동부제철·한진해운·동양·대성산업·삼부토건·두산인프라코어·SK네트웍스·두산중공업·대한해운·코오롱글로벌·SK C&C가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 실적 악화에 고민하는 기업들이다. 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수두룩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좋아질 이유보다 나빠질 이유가 더 많다는 데 있다. 저성장 추세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환율 급변동, 중국 기업의 약진, 신흥국 침체가 겹치면서 갈수록 가시밭길이다. 한국은행이 4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대기업 100곳 중 29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충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00% 미만이었다. 중소기업은 100곳 중 37곳이다. 대기업 익스포저(여신성 채권)는 지난해 말 221조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보다 높았다. 금융회사가 대기업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여신’은 지난해 말 현재 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5월 ‘신용의 먹구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비금융권 기업의 총 부채가 2017년 1조9820억 달러(2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22%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한국의 기업 부채는 GDP 대비 115%였다. 일반적으로 기업 부채는 GDP 대비 90%를 넘으면 위험 수준으로 본다.

2013.10.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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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Global CEO of Korea

산업 일반

글로벌 금융위기는 더 이상 국가 간 경제 영토가 무의미함을 보여준다.세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있다. 한 나라의 위기는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나간다.이런 상황에서 멀리 보고 넓은 시장을 향해 달려가지 않으면 도태된다. 글로벌화는 이 시대의 화두다. 조직 역량을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CEO의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 중앙일보가 후원하고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Global CEO’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시작된 이 상은 뛰어난 글로벌 경영을 한 기업·기관·대학을 선정한다.올해는 분야별로 32명의 CEO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위상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21세기형 칭기즈칸’이라고 할 수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이들의 개척자 정신을 기려 후세에 귀감으로 삼기 위해 수상 기록집도 발간했다. 책에는 불굴의 의지로 세계 시장을 누빈 CEO들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시상 및 수상집 헌정식은 8월 24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렸다. Global CEO 32한국HSBC 매튜 존 디킨 대표 (금융)HSBC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기업자금관리사업부에서 관리하는 예금이 2008년 9월 이후 35% 늘었다. 외국인 투자증권 보관이나 관리업무 역시 국내 은행 중 최대 규모다. HSBC는 2009 그리니치 글로벌 뱅킹 조사에서 기업 금융 부문 외국계 은행 1위를 기록했다. 존 디킨 행장은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 통했다”고 강조한다. 보수적인 예대율 유지와 자본 건전성 덕분에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존 디킨 행장은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에서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원이희상 회장 (서비스) 1953년 창립한 동아원은 국내 대표 제분·사료업체다. 하지만 벤처회사 못지않은 열정과 유연함으로 가득하다. 핵심인제분과 사료 사업은 내수를 발판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최근엔 이희상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애완사료업, 해외곡물자원개발사업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뛰어 들었다. 계열사를 통해 와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와인 수입이나 유통은 물론 해외 와이너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유기농사업부인 해가온,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 명품자동차를 수입 판매하는 FMK 등 계열사도 잘나간다. 2015년 매출 1조원의 글로벌 기업이 목표다.BC카드장형덕 사장 (브랜드)BC카드는 28년의 긴 역사만큼이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종합병원에서 신용카드 수납을 시행한 것도, g-CRM을 구축해 고객 소비 성향에 맞는 마케팅을 시작한 것도 최초였다. 최근엔 중국 법인 설립, 미국 DFS사와의 업무협약 등 카드업계의 해외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신용카드 사업에 필요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한 BC카드는 현재 2700만 회원을 보유한 국내 대표 신용카드사다. 2008년 취임한 장형덕 사장은 적극적인 해외진출과 함께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78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삼정케이피엠지윤영각 회장 (서비스)삼정은 회계감사·세무·재무자문·경영진단을 하는 종합 컨설팅 그룹이다. 특히 통상은 이 회사의 독보적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가 1992년 미국에서 무더기 덤핑 제소를 당했을 때 트럭 두 대 분량의 대응책을 만들기도 했다. 윤영각 회장은 지난 3월 ‘제37회 상공의 날’에 지식서비스산업 분야 최초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삼정은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과 중국·인도·베트남 등 아시아국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16개국 24개 도시에 코리안 데스크를 구축했다. 이곳 전문인력이 한국 기업에 감사, 세무, 경영 및 재무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대표 (마케팅)아모레퍼시픽은 국내화장품 시장의 35%를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업체다. 2009년 매출은 1조9404억원.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서경배 대표는 새로운 유통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 2008년 9월에는 제품뿐 아니라 화장문화와 피부 고민에 대한 일대일 맞춤형 솔루션을 판매하는 ‘아리따움’을 선보였다. 올 1월 현재 1059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 ‘글로벌 톱 10’을 위해 글로벌 브랜드 10개를 육성하기로 했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프랑스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웅진식품 유재면 대표 (R&D)이 회사는 100% 국내산으로 만든 쌀 음료 아침햇살과 건강과일 주스 자연은, 가을대추,초록매실, 하늘보리 등을 내놓으며 국내 음료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인에 친숙한 원료와 웰빙을 앞세워 짧은 기간에 외국계 탄산 및 주스 브랜드가 주도하던 시장의 판을 뒤집었다. 웅진 브랜드가 안착한 데에는 유재면 웅진식품 대표의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음료도 패션 산업처럼 감각적이고 스피디한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제품을 동시 출시해 고객이 진정 원하는 제품을 찾아냈습니다. 웅진이 성공 브랜드로 자리 잡은 배경입니다.” 유한양행김윤섭 대표 (브랜드)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버드나무 로고로 익숙한 국내 최대 제약사다. 해외 수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성장했다. 이 회사는 창업 이래 미래 성장의 밑거름인 연구개발(R&D) 및 생산설비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덕에 여러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2005년 개발한 신약 항궤양 치료제 ‘레바넥스’가 대표적 사례다. 15년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엔 3000여 명의 R&D 인력과 임상시험 환자가 투입됐다. 지난해엔 R&D 강화를 위해 매출액 대비 5% 이상의 연구비를 투자했다. 올해는 연구·개발에 더욱 힘쓰고 있다.하이마트선종구 사장 (사회공헌)‘전자제품 살 땐~ 하이마트로 가요’. 오페라 형식의 광고가 먼저 떠오르는 하이마트는 가전시장 점유율 25%의 업계 1위 브랜드다. 공급자 위주의 국내 가전 시장에서 다양한 전자제품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카테고리 킬러’로 등장해 유통업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선종구 사장의 거침 없는 공격 경영 결과다. 선 사장은 대기업들조차 투자를 꺼리던 99년 한 해에만 130개 매장을 오픈하는 등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99년 68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조7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올해 매출은 3조원, 내년엔 거래소 상장이 목표다. 한국도이치은행그룹 김수룡 회장 (금융)세계 76개국에 2000여 개의 지점이 있는 도이치은행은 총 자산 2조2000억 유로(3860조원)에 달하는 세계 4대 금융그룹 중 하나다. 한국그룹 수장은 김수룡 회장이 2005년부터 맡고 있다.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뉴욕 등 국제 금융계에서 M&A 전문가로 활동했다. 올 1분기 그룹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17억6000만 유로(23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IB투자 성과가 좋다. 그는 “세계 금융 위기가 IB 사업에는 기회”라며 “경영 안정성, 철저한 자본 관리, 상품 다각화로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되겠다”고 밝혔다.현대스위스금융그룹 김광진 회장 (금융)김광진 회장은 승부사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대부분 저축은행이 위기에 몰렸을 때 과감히 투자에 나섰다. 2008년 11월 충청권의 중부저축은행을 사들인 데 이어 2009년엔 예한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2008년 5월에는 부동산 PF대출상품 운용 노하우와 영업망을 바탕으로 저축은행 업계 최초로 ‘현대스위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2008년 9월 캄보디아에 ‘프놈펜 상업은행’을 세웠고, 2010년 1월엔 프놈펜 상업은행 1호 지점을 개점했다. 김 회장이 경영을 맡은 후 800억원이던 자산이 2009년 12월 기준 5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한화건설김현중 사장 (건설)이 회사는 2002년 한화에서 분사한 이후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8년 만에 국내 건설업계 시공능력부문 35위에서 1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성장동력은 해외시장 진출과 신기술 개발. 국내 시장은 주택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값 폭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김현중 사장은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07년 수주 3000억원이던 해외사업 부문이 2009년에는 1조1200억원으로 늘었다. 김사장 “핵심 기술력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기획에서부터 타당성 분석, 설계, 시공, 사후관리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고려대의료원김창덕 안암병원장 (서비스)고려대 안암병원은 탁월한 연구 성과와 특화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시술 성공률 90% 이상을 자랑하는 소화기센터는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와 위상을 자랑하는 유럽 소화기학회에서 무려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해 7월 국내 두 번째로 국제 의료평가인 JCI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선정, 발표한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한국의 의료기술’에 총 6개 분야가 선정됐다. 부정맥 치료, 갑상선 로봇수술, 로봇을 이용한 대장암수술, 초기 위암의 내시경수술, 귀 성형, 임플란트 등이 그것이다. 2009년 11월 취임한 김창덕 원장이 이를 주도했다. 나사렛대학교 임승안 총장 (교육)올해로 개교 56주년을 맞은 나사렛대학교는 재활복지 부문 특성화 및 보건의과와 국제 계열을 강화해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 중이다. 한국 이름이 오은수인 미국인 설립자 오웬스 박사는 2009년 ‘오은수 국제학부’를 설립해 국제경영학, 국제호텔경영학, 국제태권도학, 국제피아노학, 아시아학 등 5개 전공을 설치했다. 올해 이를 ‘오은수 국제대학’으로 승격시켜 글로벌 사고력과 실무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세계 54개 나사렛대와 세계기독교대학협의회인 CCCU의 181개 대학에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임승안 총장은 글로벌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장로회신학대학교 장영일 총장 (인재양성)이 대학은 1901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신학대학교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3·1운동에 앞장섰고,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다 학교 문을 닫기도 했다. 장신대의 핵심 교육목표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복음의 실천이다. 2009년 10월 제19대 총장으로 취임한 장영일 총장은 “109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장신대는 사도 바울의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간절한 요청에 귀를 기울이는 학교”라고 강조한다. 장신대는 교수 70명을 포함한 교직원과 재학생 전체가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상명대학교이현청 총장 (인재양성)이현청 총장은 아태지역 고등교육 협력기구의장, OECD 고등교육집행이사 등 국내외 교육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교육전문가다. 2008년 4월부터 상명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다.학교 설립 후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총장이다. 이 학교는 이 총장의 차별화된 리더십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교수 293명 전원의 업적을 평가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교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 대학 평가를 위해 취임 이후 2년간 100여 건의 규정과 시스템을 보완했다. 평가 없으면 경쟁이 없다는 게 지론이다.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민계홍 이사장 (환경)이 회사는 국제기준에 따라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 관리의 전문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2009년 설립된 새내기 공기업이다. 1976년 한국전력에 입사한 민계홍 이사장은 35년간 원자력발전 분야를 두루 거친 원자력 전문가다. 그는 방폐물 관리 기술을 축적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쓴다. 원전에서 쓰고 남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에 남아 있는 플루토늄 등을 추출해 원전 연료로 재활용(96% 정도 재활용 가능)하는 것이다. 현재 영국·프랑스·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이 방법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임인배 사장 (서비스)올해로 창립 37주년을 맞은 한국전기안전공사(KESCO)는 전기의 안전한 사용을 책임지는 종합병원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전기로 불편을 겪을 때 달려가 문제를 해결해주고, 정기적으로 의무 안전점검을 실시해 사고를 방지해준다. 임인배 사장은 직원들에게 ‘빨리, 먼저, 짧게, 제때, 자주’라는 단어를 늘 강조한다. 공사가 지향해야 할 서비스를 압축한 것이다. 그는 “전기안전공사는 고객 바로 옆에서 일하는 생활밀착형 공공기관”이라며 “1초만 늦어도 고객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에 빠른 서비스가 생명”이라고 말했다SM그룹 우오현 회장 (인재양성)이 회사는 1988년 설립된 삼라건설이 모기업으로 현재 13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이다. 우오현 회장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기업들을 인수해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주변에서는 그를 M&A의 ‘미다스의 손’으로 부른다. 우 회장은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회생시켜 주목 받고 있다. 8년 동안 매출 감소로 경영난을 겪었던 남선알미늄의 경우 아시아 최초로 방폭창을 개발해 인수한 지 2년 만에 흑자전환 했다. 우 회장은 ‘근로자가 살아야 기업도 산다’는 경영철학으로 죽어가는 여러 기업을 살려 노사상생 모범 케이스로 꼽힌다. BN그룹조성제 회장 (디자인)1978년 설립돼 조선기자재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이다. 지난해 모기업인 BIP를 포함한 15개 회사가 4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주 조성제 회장은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와 현대중공업에서 6년간 엔지니어로 일하다 국내 선박에 쓰는 장비가 대부분 수입품이라는데 자극 받아 창업해 조선 기자재 전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천장 패널과 욕실 유니트가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되며 수출 주력기업 입지를 굳혔다. 중국 BIP컨트리클럽, 아이스코, BN철강, BK인베스트먼트, BIP싱가포르 등 5개 해외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성장을 이끌고 있다.가원E&C박기경 대표 (R&D)2005년 4월 설립된 이 회사는 교량·지하철·오폐수처리장 등의 벽체(흙막이) 공사를 설계·시공하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다. 정식 직원은 19명에 불과하지만 토목공사 보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천 공사에 필수적으로 꼽히는 복합형 강가시설공법 등 특허 3개와 실용신안 등 지적재산권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건설문화대상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고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지만 오뚝이처럼 일어선 박기경 대표는 “중소기업일수록 기술력이 재산”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기술력을 높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경주콩코드호텔 조남립 사장 (서비스)1979년 설립된 이 호텔은 총 307개 객실을 갖춘 특1급 호텔이다. 삼부토건 창업주인 고(故) 조정구 총회장의 3남인 조남립 사장은 1980년 삼부토건 호텔사업부에서 일을 시작해 90년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콩코드’로 호텔 이름을 바꾼 후 국제 수준의 관광호텔로 키웠다. 외국인 투숙객 유치에 힘써 연간 300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천년 고도 경주를 국제 관광도시로 알리는 것도 그가 하는 중요한 일이다. 그는 경북관광협회장을 맡아 ‘2007 경북 방문의 해’를 기획하기도 했다. 관광산업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다이아텍코리아 박계신 회장 (바이오)국내 최초의 당뇨 전문 포털사이트 ‘당119(www.dang119.com)’ 를 운영하는 이 회사는 토털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다. 광역학 치료·진단·면역 세 가지 제품을 연구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에서 일하며 신약 개발의 부가가치를 절감한 박계신 회장은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다이아텍코리아를 설립했다. 자가혈당 측정기 도입을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외국에 의존하던 국내 진단의학 발전에 힘썼다. 암세포를 파괴하는 광역학 치료에 쓰이는 광민감제 생산 공장을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 난치병 면역 강화 연구에 힘쓰고 있다.그래미남종현 회장 (R&D)그래미 남종현 회장은 기업가인 동시에 타고난 발명가다. 발명제품 70여 개, 특허 18개,지식재산권 400개에 달한다. 1999년 미국 피츠버그 국제 발명전, 세계 10대 발명전 등 여러 국제대회에서 수상했다. 2007~2009년까지 음료 부문 판매량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여명 808’도 그가 개발했다. 그는 ‘제43회 발명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엔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GOLD AWARD’를 수상했다. 남 회장은 ‘여명 808’을 수출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 계획이다.매니토웍크레인그룹방효준 사장 (서비스)방효준 사장에게는 ‘Mr.Bang, Our Hero’란 칭호가 붙어 있다. 1990년 아시아 책임자 당시 한국,중국, 일본에서 연이어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자 본사 최고경영진이 붙여준 것이다. 미국 장비회사 최초의 한국인 임원인 방 사장은 한국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사용되는 크레인을 모두 매니토웍 제품으로 바꿔놨다. ISO TC96크레인 부문 한국 전문위원이기도 한 그는 크레인 국제학회와 전문가 모임에서 한국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외 대형 크레인 기사들과 친목 모임을 만들어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그는 한국 크레인 기술이 곧 선진국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영건축사사무소 안길원 회장 (건설)이 회사는 설계 분야 국산화를 주도한 토종 건축설계 기업이다. 국내 종합건축 설계회사 빅3 중 하나로 매출1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외 건축설계 사상 최대 규모인 ‘리야드 사우스웨스트, 노스 프로젝트’ 설계권을 획득, 글로벌 설계 기업 입지를 다졌다. 세계 둘째로 높은 인천151타워 설계도 맡았다. 20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은 일찍이 글로벌화를 추구한 안 회장의 혜안 때문이었다. 무영건축은 해외 매출 비중을 5년 안에 30% 선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안 회장은 대한건축학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건축산업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VGX인터내셔널 김병진 대표 (BT)이 회사는 백신 설계부터 생산, 체내 전달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 DNA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이백신은 기존 백신에 비해 생산 속도가 빠르고, 안전성이 높은 ‘3세대 백신’이다. 미국 관계사인 이노비오 파마수티컬스(INOVIO Pharmaceuticals)와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김병진 대표는 대학에서 생물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치의대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임상교수를 지냈다. 김 대표가 개발한 VGX-3400은 아시아 최초로 조류 독감 예방용 DNA 백신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백산김상화 회장 (R&D)백산은 스포츠용품을 비롯해 차량, 가구, 인테리어 등 다양한 인공 피혁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의 90% 이상을 수출한다. 미국,일본, 이탈리아 등 14개 나라에서 생산량 대비 판매량 1위다. 2004년엔 인체에 유해한 유기용재인 DMF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인공피혁을 개발해 친환경 소재를 중시하는 선진국에서 무공해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 개발로 인공피혁의 꽃인 스웨이드 제품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부직포 전문 회사인 백산린텍스에서 생산하는 극세사 제품은 현존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어번날리지트러스트부상훈 대표 (사회공헌)이 회사(Urban Knowledge Trust)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재정비 계획인 ‘베트남 하노이 수도 계획’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10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정비 프로젝트로 수주액은 640만 달러다. UKT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컨셉트로 인문학적 철학을 담은 도시를 만들 예정이다. 부상훈 대표는 그동안 송도 신도시 마스터 플랜, 아제르바이잔 하이브리드 시티, 평화신도시, 행복도시, 광교신도시, 평택 뉴타운 사업을 추진했다. 그는 도시 문화를 존중하면서 그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성공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인간미가 넘치는 도시를 디자인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 김동녕 회장 (R&D)패션과 온라인 서점의 만남.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친다. 의류와 전혀 무관했던 온라인 서점을 시작하며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그는 한세실업을 운영하며 구축한 배송시스템 노하우를 예스24에 도입했다. 주문 당일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은 업계 최초다. 이후 예스24의 하루 구매자는 4만 명 정도로 늘었다. 그 덕분에 2009년에 매출 365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3% 늘었다. 한세실업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9년 매출은 8215억원. 김 회장은 지난해 말 베트남에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했다.한맥도시개발 류시문 회장 (사회공헌)건축·교량 및 터널,수리시설 등의 안전진단과 보수 전문 회사다.류시문 회장은 어린 시절 가난과 지체장애, 사고로 불구가 된 남동생 등 삼중고를 겪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절약과 나눔 정신을 실천해 왔다. 충남 공주에 장애인 시설을 만들어 잔여 재산을 무상 출연할 예정이다. 2008년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억원을 기부하고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한국 메세나협의회 회원으로 매년 2000만원씩 문화예술단체에 기부한다. 한국명곡진흥협회 이사장과 한국장애인소리예술단 총재도 맡고 있다. 코암인터내셔널김동옥 대표 (디자인)프로젝트 개발 회사로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도 운북복합레저단지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73만㎡ 부지에 관광 레저 중심의 자립 도시를 건설하는 10조원짜리 거대 프로젝트다. 코암인터내셔널은 외국 기업 7곳과 사업 공동추진 및 자본투자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김동옥 대표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라디오 서울 대표로 활동하는 재미 언론인이다. 최근 이 회사는 이민 1세대가 한국으로 귀향해 생활할 수 있는 ‘재미교포타운(KAV: Korean American Village)’을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운북단지에 ‘재미동포센터’를 둬 교포 기업인의 무역 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영도산업이광호 대표 (서비스)영도산업은 1974년 부산에서 창업된 가스실린더밸브 제조 전문업체다. 회사 규모는 작지만 국내외 가스밸브 시장의 강자로, 특히 CNG밸브와 밸브 단조가공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1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광호 대표는 경영이 어려웠던 영도산업을 인수해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대대적 설비투자와 해외 전시회 참여를 통해 수출 물량을 늘렸고, 내부 조직도 혁신했다. 그 결과 생산성이 120%나 늘었다. 2008년 매출은 전년 대비 29%, 영업이익은 32.4% 늘어 그해 대한민국 컨설팅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2010.09.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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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앞으로 수출 해 보시오”

산업 일반

▶1961년 9월 박정희 의장이 예고도 없이 수원의 선경직물 공장을 방문했다. 1961년 9월 수원의 선경직물 공장으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일행이 들이닥쳤다. 공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던 박정희는 “앞으로는 수출을 해보도록 하시오”라는 조언을 했고, 이 한마디에 최종건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불과 7개월 후 그는 한국을 ‘직물 수출국’ 대열에 올려놓았다. 195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직물업계는 서서히 그 틀이 잡혀가고 있었다. 면직 계통으로는 금성방직·대한방직·경성방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모직분야에서는 제일모직·태평방적이 쌍벽을 이뤘다. 견직에서는 선경직물을 비롯해 심도직물·이화직물 등이 군웅 할거했다. 그중에 심도직물이 가장 큰 회사였다. 그러나 심도 역시 면직이나 모직 회사에 비하면 덩치가 미미했다. 견직물의 수요가 면직이나 모직을 따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인조견 안감만 만드는 선경직물의 규모야 견줄 것이 못 됐다. 이를 일시에 만회해준 것이 ‘봉황새 이불감’이었다. 58년 선보인 봉황새 이불감의 큰 성공으로 선경은 여유자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최종건은 기다렸다는 듯 설비 확장에 나선다. 4만5000달러의 산업은행 지원 자금을 신청해 염색가공 설비까지 갖췄다. 그해 11월엔 나일론 생산을 선언한다. 한국전쟁 때 한국에 처음 선보였던 나일론은 이후 10년이 넘도록 ‘금값’으로 거래됐다. 질기고 부드러운 데다 세탁도 간편해 주부들의 인기를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나일론 생산은 곧 노다지를 캐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일론 원사를 구하는 일부터 막막했다. 당시만 해도 정부가 대일 구매 금지 정책을 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수입이 곤란했다. 그래서 최종건은 미국의 섬유회사인 비스코스 한국대리점을 맡고 있던 김병세 사장을 찾아갔다. “비스코스에서 레이온 들여올 때 나일론 원사 몇 고리만 같이 들여올 수 있을까?”(최종건) “글쎄. 쉽지 않을 거야.” 최종건은 “그까짓 나일론 원사 몇 고리 가지고 무슨 본사 승낙이냐”며 김병세를 설득했다. 어렵사리 나일론 원사를 구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실에 윤활유를 발라 보라구” 모든 직물은 씨실(가로 실)과 날실(세로 실)이 엮인다. 나일론을 직조하다 보니 날실이 끊어지거나 실밥이 일어나는 일이 잦았다. 나일론 원사에 묻은 풀이 제대로 마르지 않아 서로 달라붙거나 정전기까지 발생하는 것이었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습기가 정전기를 방지한다는 말을 듣고 직기 바닥에 거적을 깔고 물을 흥건히 적신 다음 그 위에 숯불을 피웠다. 이렇게 숯불을 피우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태피터(Taffeta·광택이 있는 얇은 견직물로 ‘호박단’으로 불림)’를 생산했는데 시장에서는 무섭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거적이 썩어 버섯이 필 정도였으니 작업 환경은 말이 아니었다. 악취가 풍겨 여공들이 일하기에도 불편했다. 아교풀을 먹여봤지만 소용없었다. 미국과 일본 회사에 문의해봤지만 답장이 없었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없을까?’ 최종건은 김용산 극동건설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한국전쟁 때 마산에서 만나 막역하게 지내던 당대의 호걸이자, 불세출의 사업가였다. 이 무렵 극동은 대동공업·중앙산업·삼부토건·대림산업과 함께 전후 한국 건설업계를 주름잡던 ‘5인조’의 한 멤버였다. 김용산은 우남회관(전 서울시민회관) 공사를 맡으면서 건설자재 구입차 사흘이 멀다 하고 일본에 다녀오던 때였다. 며칠 후 김용산한테서 연락이 왔다. “알아봤어?”(최종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그냥은 안 돼.” “(크게 웃으며)그래. 술 살게.” 바로 술자리로 옮겼다. 술이 몇 순배 돌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최종건의 가슴은 바짝 타들어갔다. 거나하게 술이 들어가서야 김용산이 입을 열었다. “실은 딱 한마디다. 실에다 윤활유를 발라보라구.” “뭐 윤활유?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않구.” 김용산이 얻어낸 정보는 정확했다. 나일론 원사에 풀을 먹일 때 실에 윤활유를 바르는 한 단계를 거치면 깔끔히 해결되는 일이었다. 다음날부터 선경직물에선 거적과 숯불이 사라졌다. 이듬해 3월 최종건은 일본에서 사이징(sizing) 기계(실에 풀을 먹이는 설비)를 사들여 나일론 생산을 대폭 늘린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합섬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정치 문제가 갈 길 바쁜 선경의 발목을 잡았다. 한·일 간 재일동포 북송 문제를 놓고 외교 분쟁이 벌어진 것. 59년 6월 11일 북한과 일본 적십자사 간 재일동포 북송 계획이 합의되자, 한국 정부는 15일을 기해 모든 대일 통상을 중단한다고 발표한다. 하루아침에 원사 수입처가 막혀버린 것이다. 여름철 비수기까지 겹쳐 선경직물은 벼랑 끝에 몰린 셈이 됐다. 잘나가던 봉황새 이불감마저 재고로 쌓였다. 회사의 안살림을 맡아보던 김영환이 “월급 줄 돈도 없다”며 달려왔다. 최종건은 고육책을 써야 했다. “재고를 풀어서라도 월급은 주세요. 옷감을 나누어 쌀이라도 사야지요.” 미국과 홍콩에서 어렵사리 원사를 구해온 것이 9월 초. ‘이제 새봄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이번엔 천재지변이 기다리고 있었다. 59년 9월 16일, 태풍 사라호가 닥친 것이다. 마침 추석 연휴라 모처럼 종업원들에게 월급과 함께 보너스로 치마저고리 감을 한 벌씩 지급한 날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사망자만 529명, 실종자가 304명, 이재민이 25만4000명이나 됐다. 이 엄청난 재해는 3년 연속 흉년을 가져왔고 결국 내수를 3년이나 꽁꽁 얼어붙게 했다. 여기에다 3·15 부정선거에서 4·19로, 다시 5·16으로 이어지는 정치적인 격변은 기업인들에게 헤쳐나가기 어려운 격랑이었다. 큰 시련이었지만 최종건은 끝까지 단념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5·16이 일어나자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권력기관으로 세를 떨쳤다. 대부분의 기업인은 부정축재 대상자로 몰렸다. 설명이 필요 없이 기업가에겐 서슬이 퍼렇던 시기였다. 다만 불행 중 다행으로 군사정부가 밀수품을 강력하게 단속해 합섬직물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원사를 구할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61년 9월도 마찬가지였다. 성수기는 코앞인데 원사가 없어 정상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정문 수위가 숨을 헐떡거리며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최종건은 여유 자금이 생길 때마다 직기 도입에 열을 올렸다. 사진은 58년 무렵 새 직기를 들여놓고 있는 선경직물 직원들. “박정희 의장 오, 오셨습니다” “사, 사장님.” “왜 숨이 넘어가고 그래.” “저어, 최, 최고회의 의장이….” “최고회의 의장이라니? 최고회의가 어쨌다는 거야.” “박정희 의장이 오, 오셨습니다.” “뭐야?” 최종건이 자기 귀를 의심하는 찰나, 공장 건물 입구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어안이 벙벙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공장 안에 군인이 도열했고, 그 가운데 선 자그마한 이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중장 계급장이 번쩍거렸다. 분명히 신문에서 보던 박정희 의장이었다. 저절로 “어서 오십시오. 각하”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경황 중에도 허리를 숙였다. “당신이 최 사장이오.”(박정희) “네 그렇습니다만.”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공장 구경 좀 왔소.” 박정희는 어느새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얼떨결에 최종건이 따라붙었다. “공장이 깨끗하군요. 봉황새 이불감 도안이 여기서 나온 것이오?”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봉황새 이불감을?” “허허. 봉황새 이불감은 선경직물에서만 생산된다고 들었소만.” 박정희는 선경직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참모였던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을 통해서였다. 최종건과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병희가 중앙정보부 서울지부장으로 있었는데, 그가 김종필에게 선경직물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다. 그 얘기를 다시 김종필이 박정희에게 옮겼다. “기업인들이 거의 다 부정축재자로 몰려 있으니 누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겠는가”하면서 탄식하던 박정희가 사흘 만에 “수원에 한 번 가보자”고 한 것이다. 한참 동안 공장을 둘러보던 박정희가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앞으로 수출을 해보시오!” 다음날 박정희가 선경직물을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자 회사 전화기에 불이 났다. 너도나도 적극 돕겠다는 것이었다. 막혔던 자금줄이 저절로 풀렸다. 그러나 정작 새로운 불씨를 발견한 사람은 최종건이었다. 수출을 해보라는 박정희의 말에 최종건은 막힌 가슴이 확 뚫리는 느낌이었다. “그래 우리도 이제 직물을 수출한다. 당장 서울 연락사무소부터 널찍한 곳으로 옮기자. 서울 사무소에 업무과를 만들고 수출 업무를 전담케 하자구.” 그 말에 간부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수출에 대해서는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다. 수출 업무를 해본 사람도 없었다. 그 일을 알지도 못하니 반대하는 사람도 없었다. 최종건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일사천리로 사무실을 열었다. 61년 11월 선경직물은 서울 연지동 연락사무소를 당주동 천일빌딩 5층으로 옮겼다. “그나저나 사람이 있어야지.” 소장으로 취임한 이문재가 혼잣말을 투덜대고 있는데, 최종건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큰소리를 친다. “염려하지마. 내가 봐둔 사람이 있으니까.” 마구잡이로 큰일을 벌이는 듯 보였지만 최종건은 이렇게 치밀한 데가 있었다. 최종건은 인천에서 창고와 통관업을 하던 성광공사의 김봉환을 데려왔다. 선경이 일본에서 직기를 수입할 때 통관 업무를 담당하던 그와 자주 만나던 사이였다. 그 다음엔 이토추상사에서 홍콩 무역회사 주소록을 얻어와 그중에 거래가 될 만한 곳을 골라 ‘닭표 안감’의 견본품과 함께 오퍼를 띄웠다. 한편으론 수입업자를 찾아나섰다. 처음에는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오히려 “일본산으로 둔갑시키는 게 어떻겠느냐”는 충고(?)를 듣기도 했다. “품질에 그 정도로 자신 있으면 메이드 인 재팬으로 팔아보지 그래요?” “그렇게는 못합니다. 당당하게 메이드 인 코리아로 팔 겁니다.” “외국사람 누구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거들떠보지 않을 텐데.” 이렇게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이한산업 김상수 무역부장이 서울 사무소를 두드렸다. 거래처인 홍콩 광홍공사에서 우연히 선경직물의 닭표 안감 견본을 보고 값을 흥정하러 온 것이다. 이문재가 “마(碼)당 15센트, 공정환율로 2600만환”을 불렀다. 김상수는 “너무 비싸다. 일제보다 싸게 오퍼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흥정을 해온다. 다음날 최종건은 이문재를 수원으로 불렀다. 간부회의가 소집됐고 수출 가격을 마당 11.3센트로 정했다. 생산원가가 마당 14센트니까 2.7센트씩 밑지는 장사였다. 10만 마를 판다고 하면 정부 보조금 282만5000환을 빼고도 70만환이 적자였다. 그러나 최종건은 “하자”고 결정한다. 수출 장벽을 넘는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홍콩에서 은행 신용장이 도착한 것이 62년 2월, 두 달 후인 4월 8일 홍콩에서 상품이 흡족하다는 전갈이 왔다. 한국이 비로소 ‘직물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날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고 했다. 최종건은 이 기세를 몰아세우고 싶었다. 그날로 “우리도 무역회사를 세운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에는 시기가 문제였다. 62년 6월 10일 통화 개혁 여파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안 좋던 때였다. 선경직물 역시 대금 체납으로 직기에 차압 딱지까지 붙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종건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사업은 때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문재가 “손해를 보면서 수출할 수는 없다”고 만류했지만 최종건의 결심은 요지부동이었다. 그해 8월 11일 깃대를 올린 선경산업은 대표이사 사장에 최종건, 이사에 최종현, 감사에 김영환으로 진용을 갖춘다. 최종현은 미국에 유학 중이었지만 나중을 대비해 미리 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그해에 선경은 4만6000달러어치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선경직물은 나중에 선경산업을 흡수합병한 후 76년 종합상사에 지정되면서 ㈜선경으로 거듭났고 이후 SK상사→SK글로벌→SK네트웍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그룹 확장의 토대가 된다. “때 놓치면 다시는 기회 없다” 한편 선경이 내놓은 직물은 동대문은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타게 된다. 이번에는 육영수 여사의 조용한 한마디 덕분이었다. 박정희 일행이 선경직물을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일이다. 박정희는 대통령 자격으로 64년 10월 15일 ‘제1회 수원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공장을 둘러보던 육영수 여사가 나직이 말을 걸어왔다. “오는 12월에 서독에 가는데 서독 총리께 드릴 선물이 필요해요. 선경직물에서 만든 양단을 드리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최고급 미색 양단을 보내드리겠습니다.”(최종건) 이 얘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선경직물 하면 육영수 여사가 입는 옷으로 소문이 났고, 귀부인들이 찾아들었다. 선경에서 만든 미색 양단은 ‘청와대 갑사’ ‘육영수 가라’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졌다.

2007.05.14 11:13

8분 소요
[단독취재] 꿈의 ‘과학+예술’ 연구 도시 생긴다

산업 일반

과학자 3000명과 예술가 1000여 명이 함께 사는 도시. 매일 아침이면 물리학자와 화가, 공학도와 조각가가 곳곳에서 티 타임을 가지며 서로의 철학을 공유하고 수시로 포럼을 여는 곳. 직경 8km의 중이온 가속기가 도시를 관통하고 200개의 연구단지와 대학, 해외 연구진들이 함께 사는 도시. 이 도시 이름은 ‘은하도시’다.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그들만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대장정에 올랐다. 지난 9일 서울 신문로 역사박물관 강당에서는 국내 과학자와 예술인, 경제인 등 100여 명이 모여 ‘은하도시 포럼’ 창립총회를 갖고 활동을 선언했다. 이날 창립 총회엔 은하포럼의 운영위원장인 서울대 민동필 물리학부 교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인석 디자인과 교수, 서울대 노정혜 생명과학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이 제시한 청사진은 21세기 최첨단 기초과학과 예술적 감성을 결합시키는 공간을 창조하겠다는 것이다. 1970년대 포항제철로 대변되는 ‘산업 비즈니스’로부터, 80년~90년대 삼성전자로 대변되는 ‘기술 비즈니스’에 이어 차세대엔 은하도시의 ‘과학 비즈니스’ 시대를 이어가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은하도시 포럼은 2008년까지 도시건설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확정하고, 이후 5년간 건설에 돌입해 2013년엔 도시 형태를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은 총 3조원. 도시 안엔 기초과학연구소와 예술가들의 작업실, 연구를 응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기업연구소 등이 상주하게 된다. 과학자 3000여 명이 상주하고 500여 명의 엔지니어링과 공학도, 기업체 연구소, 1000여 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주변 인원까지 합치면 30만~50만 명의 규모를 갖춘 도시가 된다. “선진국 되려면 반드시 필요” 은하도시 건설은 어떻게 아이디어가 나왔을까? 민동필(59·서울대) 교수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국내 기초과학 연구지원시설의 열악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에 2년 전부터 새로운 환경을 창조해 보자는 신념 아래 미래지향 환경도시를 구상하게 된다. 민 교수는 이때 “과학과 아주 동떨어진 다른 분야인 예술과 아이디어를 소통하면 전혀 새로운 아이템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과학과 예술을 결합시켰다. 예술 쪽에서는 박인석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교수가 주축이 됐다. 박 교수는 “중진국까진 공학이나 디자인만으로 승부해 돈을 벌 수 있지만 선진국에선 과학과 예술의 역량에 따라 국력이 길러진다”며 은하도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지난 2년간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들과 자연과학을 하는 교수들의 만남이 꾸준하게 진행되면서 은하도시의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실례로 한국종합예술학교의 장재호 작곡과 교수는 자신의 작품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물리학의 개념인 양자 역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민 교수가 과학자와 예술인의 모임에서 그의 작품을 본 후 물리학의 양자 역학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최무영 교수는 설치미술가 김현주 작가의 작품을 보고 “물리학적으로 복합 다체계적인 구조”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김현주 작가는 과학자들 앞에서 자신의 작품세계의 의미에 대해 좌담회도 열었다. 예술작품은 형상화돼 있는 것이고, 물리학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시킨 것이 예술 작품인 셈이다. 물리학의 개념을 형상화시킬 수 있다면 과학자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동기 부여는 없을 것이라는 게 민 교수의 말이다. 창조와 발명의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예술가이자 동시에 과학자였다. 그는 회화와 소묘 속에서 인간 지식의 미개척 분야를 발견했다. 다빈치에게 회화는 과학의 한 분야로 간주됐다. 앞으로는 기술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과학과 예술은 서로 충돌하면서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은하포럼 회원들이 가진 생각이다. 이때 은하도시의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 ‘가속기(Accelerator)’다. 숫자로 본 은하도시 ● 인구 : 30만~50만 명(국내 과학자 3000명 + 예술가·기업인 1000명+엔지니어링·공학도 500명 +α 해외 과학자·예술가·가족) ● 도시 설립 초기 자본 : 3조원(대형 가속기 1조원 + 연구단지 등 기초 인프라 2조원) ● 설립 이후 투자유지비 : 연 1조원 가속기는 물질 내부를 들여다보는 내시경이라 할 수 있다. 수소나 헬륨 같은 극미한 물질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서로 충돌시키면 그 물질이 파괴되거나 에너지 변환에 의해 새로운 ‘미지의 물질’이 생성된다. 이때 극미 물질을 가속하고, 충돌시키며, 생성된 미지의 신물질을 들여다보려면 특별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게 가속기다. 가속기는 극미 물질의 깊은 속까지 들여다보는 정밀한 사진기인 셈이다. 물질의 내부구조를 이해하면 물질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밝혀낼 수 있고, 그러면 신약개발이나 동위원소 등 신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원리다. 은하도시란? 실험실 ·국립기초과학연구소다 ·중이온 복합가속기 중심이다 ·생명·건강·환경 등을 포괄하는 글로벌 사이언스 콤플렉스다 ·에너지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추구한다 ·3000명의 과학자가 생각의 힘을 키우는 학교다 커뮤니티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연구 공동체다 ·과학과 예술의 대화가 있는 문화의 장이다 ·기초과학 연구를 비즈니스화한다 성장의 동력 ·국가성장의 신형 엔진이다 ·국토의 가치를 키운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생산한다 가속기가 물질을 서로 충돌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듯이 과학과 예술의 결합과 충돌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뜻이 여기에 있다. 중이온 복합 가속기는 1000조 분의 1m의 펨토 사이즈(1나노의 100만 분의 1 크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가속기는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핵과학연구소(CERN)에 있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댄 브라운의 또 다른 소설 ‘천사와 악마’는 이 가속기를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속기는 직경 8km에 길이 27km에 이르는 도넛처럼 생긴 원형 튜브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계다. 프랑스와 스위스 영토에 걸쳐 있으며 제네바 시를 지하에서 둘러싸고 있다.” 국내에는 포항공대에 ‘방사성 가속기’가 있고, 경주엔 ‘양성자 가속기’가 건설 중이지만 이보다 규모가 큰 가속기를 국내에 만들어 신성장 동력으로 사용하겠다는 게 은하도시 포럼 회원들의 목표다. 가속기 주위에 연구소 200개 건설 가속기 주위엔 200여 개의 연구소가 공존하게 된다. 복합적인 과학연구 단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 연구와 아이디어들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기업과 연관시켜 비즈니스화한다. 도시 전체를 연구과학단지화하고 대학 캠퍼스화하겠다는 꿈이다. 가속기 설치비용은 1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은 리켄(riken) 연구소에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속기를 지었다. 일본으로 하여금 레이더 기술을 터득하게 한 것이 가속기 때문이었다. 이 리켄 연구소엔 3000~4000명의 연구원이 지금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매년 기초과학에 4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대덕 연구단지가 있다. 하지만 대덕단지 한 연구소에는 고작 4~5명 정도의 연구원이 있을 뿐이다. 신물질 창조 인력으로는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민 교수는 “국내엔 6000여 명의 기초과학 연구원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절반이 자신이 전공한 것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사람을 길러 놓고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가 나서서 인재들을 수용하고 가치 창조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안이 은하도시 건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에는 155개의 기초 연구용 가속기가 있는 데 비해 한국은 아직 한 대도 없다는 현실은 은하도시 건설을 하루빨리 앞당겨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은하도시 포럼 누가 참여하나 ·물리학계(13명) ▶민동필 은하도시포럼 회장 김채옥(한국물리학회장), 김정구(서울대 교수), 황정남(전 물리학회장), 김철구(연세대 교수), 오세정(서울대 자연대학장), 남궁원(포항공대 교수·전 가속기연구소장), 김우영(경북대 교수), 최선호(서울대 교수), 이춘식(중앙대 교수), 홍병식(고려대 교수), 강주환(연세대 교수), 우종천(서울대 교수), 방형찬(서울대 교수), 남홍길(포항공대 교수), ·화학·생물학계(10명) 김건(고려대 이공대학장), 김성근(서울대 부학장), 노정혜(서울대 교수), 석영재(서울대 교수), 설대우(피츠버그대 교수), 손연수(이화여대 석좌교수), 신석민(중앙전산원부원장), 정인권(연세대 교수),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 ·의학계(4명) 왕규창(서울대 의대학장), 서정선(서울대 교수), 이영성(충북대 교수), 호원경(서울대 교수) ·공학계(3명) 김도연(서울대 공대학장), 김수원(고려대 공대학장), 이준승(이화여대 교수) ·문화예술계(11명) 민현식, 이종호(건축가·한예종 교수), 이순종(서울대 교수·전 한국디자인학회장), 황성호(작곡가·한예종), 공성훈(성균관대 교수), 김주현(작가·설치미술), 서혜경(피아니스트·경희대 교수), 도정일(철학자·문화예술시민연대), 이한구(한국철학회장), 오세훈(삐우&삐우 인터내셔널 대표), 박지수(한예종 디자인과) ·경제계(16명) 조남욱(삼부토건 회장), 성완종(경남기업 회장), 박한상(갑을건설 사장), 이관수(동진 스포츠센터 회장), 문길주(건우 캐피털 회장), 엄승룡(드림성모 안과 원장), 고광한(하늘과 바다 사장), 이재옥(제알케 인터내셔널 사장), 이갑수(제일모직 직판장), 천상윤(청아치과 원장), 최영균(두레중기 전무), 이석봉(대덕넷 대표), 김경준(회계사·딜로이트 상무), 정경현(마이크로통신 대표), 남기열(동부증권 본부장), 남미희(구구닷컴 부장) ·언론 및 기타(4명) 조동성(전 서울대 경영대학장), 유인촌(서울문화재단), 서경주( MBC PD), 김한수(변호사) 이런 도시는 어떤 입지조건을 갖춰야 할까? 첫째, 어느 정도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도시여야 한다. 불모지에서 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쓰쿠바도 나리타 공항과 도쿄의 삼각형 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국제 도시여야 한다. 세계적 첨단 연구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연구하고, 해외 투자자 유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대한 공동 관심을 갖기 위해 대학에서의 관심도 필수다. 주변에 대학도 가까이 있다면 더 좋다. 또한 거대한 시설 투자가 이뤄지는 것인 만큼 부지의 발전 가능성도 있어야 한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해 현재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은하도시의 부지는 새만금과 인천 송도, 특별자치구역인 제주도 등 세 군데 정도다. 올 연말까지 회원 1000명 유치 현재 은하포럼의 회원은 과학계 26명, 문화예술계 11명, 경제계 16명 등 61명이다. 올해 말까지 1000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추천은 회원이 다른 회원을 추천하는 식이다. 회장은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며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구소 설계위, 도시설계위, 산학연협력 설계위 등을 두고 있다. ▶은하도시의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는 새만금. 무엇보다 관건은 투자 유치다. 눈에 보이는 산업도 아니고 기초과학에 투자할 기업이 몇 군데나 있을 것인가. 가속기 설치 비용이 1조원, 주변 인프라 구성에 2조원이 든다. 도시를 만들어 놓은 이후에도 매년 1조원 정도의 유지비를 감당해야 한다. 굳이 고비용을 들이면서까지 국내에 기초과학 연구단지를 반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약 개발이 좋은 사례다. 신약 개발 하나에 1조원 정도 비용이 드는데, 그걸 국내에서 개발하느니 차라리 외국에서 들여오는 게 더 속 편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많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언제까지 우리가 지식의 식민지로 있을 수는 없다”며 “창조적인 생산은 환경이 조성됐을 때 이뤄진다. 은하도시는 우리 과학자와 예술가들에게 그 환경을 만들어 주는 마당”이라고 말했다. 신과학도시 건설은 예전부터 거론됐다. 과학자들이 삼삼오오 청와대에 의견을 올렸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이번에 아예 단체로 조직을 만들어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은하포럼을 구성했다는 말도 나온다. 학자들만 움직이면 꿈만 꾸다 말 가능성도 크다. 정치 공론화도 필요하고, 기업의 투자를 위해 전경련 등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자체와의 갈등도 고려해야 한다. 기초과학 연구단지면 중금속 등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대선을 앞두고 눈 먼 돈을 모으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7년 안에 도시 건설을 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플랜이라곤 2년 안에 아이디어를 확정하고 5년 동안 건설 기간을 갖겠다는 것 정도이기 때문이다. 은하도시 포럼 운영위 관계자는 “의사결정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연구는 물론 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과학 예술도시를 주제로 한 토론회와 여론조사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며 “과학계의 의사를 결집하기 위해 ‘유저(이용자)협의회’를 결성하고 각 조직위원회를 통해 이달부터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 관계자는 “앞으로 1년간 ‘가속기 연구소 개념 설계’ ‘도시 개념 설계’ 등을 위해 연구 조직과 학술 토론회, 외국 전문가 초청 토론회 등을 주관하기 위해 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이 돈은 관심을 가진 기업인들을 상대로 사단법인 찬조금 형태로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정 운용은 사단법인 ‘은하도시 포럼’에서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하도시 포럼 회원들은 프로젝트의 현실화를 위해 대선 공약 압박을 할 계획도 갖고 있다. 대선 공약 압박은 과학예술 도시를 주제로 한 여러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계획이란다. 누가 대통령 후보로 나오더라도 과학예술도시 건설을 공약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벤치마킹한 일본 쓰쿠바 박사만 5000명…노벨상 수상자도 배출 1963년 도쿄 근교에 연구와 교육도시로 설계됐다. 80년 40개 이상의 연구 및 교육기관이 설립됐다. 면적은 284㎢(8500만 평), 연구 교육인구 10만 명, 주변 외곽지역 주민 12만 명이다. 개발비용은 94년 기준으로 20조원 정도 들었다. 128개국에서 온 7200명의 외국인이 상주하며 외국 도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시 재정은 9750억원. 교육기관은 쓰쿠바 대학, 쓰쿠바 기술대학 등 3개와 고등학교 8개, 중학교 15개, 초등학교 39개가 있다. 도시 기능의 핵인 고에너지가속기(KEK)가 있으며 물질재료 연구기구·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등이 함께 있다. 민간연구기관으로 히타치 엔지니어링·엡손 외 300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벤처단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일본 국내 연구소의 30%가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도시 내의 연구자 수는 1만9000명. 이 중 박사학위 소지자만 5000명에 달한다. 2000년 이곳에서 노벨 화학상이 나왔다.

2006.09.11 15:19

9분 소요
[특별기획]오마에 겐이치 CEO 초청강연

산업 일반

오마에 겐이치 CEO 200여명의 CEO들이 오마에의 강연을 듣고 있다. 일본의 세계적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가 한국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 한 2만 달러 경제 시대는 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받은 돈이 상대방 불법자금보다 10% 이상이면 재신임을 받겠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들은 한국 국민들이 화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도 했다.- 오마에는 지난 3월5일 「이코노미스트」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념강연회에서 ‘한국 재도약을 위한 5가지 조건’이란 제목으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연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에머럴드룸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회에는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다카스키 노부야 재팬클럽 회장 등 주한 외국기업인과 국내 재계 인사 등 2백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오마에는 주춤하고 있는 한국이 재부상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정치적 안정 ▶세대간 갈등 해소 ▶남북통일에 대한 명확한 비전 ▶미국·일본·중국에 대한 등거리 외교 ▶한국판 연방제 추진 등 5가지를 내걸었다. 다음은 강연 내용. 한국은 수년 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에 머물러 있고 최근 2만 달러 경제 달성을 숙원처럼 얘기하고 있다. 한국이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이를 위한 5가지 조건을 말하고자 하는데, 그에 앞서 세계 경제의 흐름에 대해 먼저 얘기하고 싶다. “미국 돈 빠져 나간다” 최근 수년 사이 세계의 자금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솔직히 돈은 좋은 곳에 몰린다. 지난해 돈이 어디로 몰렸는지를 보자. 중국·인도·동유럽·라틴 아메리카·러시아다. 지금 미국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의 단일 헤게모니, 즉 1극 지배를 추구하는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미국 경제는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힘든 상태다. 경상수지·재정수지 적자도 악화되고 있다. 클린턴 시대에는 호전됐었는데 부시 대통령 들어 매우 악화됐다. 부시의 감세정책 때문이다. 클린턴은 감세보다 자산을 높이는 정책을 폈는데 훨씬 효과적이었다. 그는 미국 자산을 4배로 키웠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와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경제 정책을 놓고 토론할 텐데 이를 중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EU 경제는 앞으로 강해질 것이다. 비록 EU에 가입은 안 했지만 영국·스웨덴·덴마크 등 주요 선진국들이 유로화로 결제하는 등 EU 경제에 속해 있다. 새로 선출된 동구 국가들이 EU 회원국이 된다면 유로화는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중국은 성장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규모도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주변 각국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중국과의 수출·수입이 10%를 넘나드는 주변국들이 적지 않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일본으로 다시 수입해 들여오는데 상당한 득을 보고 있다. 미국 월마트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월마트가 가격 경쟁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경제는 이렇게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먼저 정치적 문제를 보자. 내가 보기에 한국 정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이상한 점들이 많다.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들이 안심하고 은퇴하지 못한다. 물론 그 이유는 주로 정치적 부패다. 대기업 CEO들도 두려워 안정되게 비즈니스를 못한다. 대통령이 스스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그것 역시 매우 이상한 일이다. 노대통령은 부패를 청산한다며 자신이 받은 돈이 상대당보다 10% 이상이면 그만둔다고 했다. 외국서 보면 이해가 안 간다. 1원이라도 받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이 얘기를 듣고 화를 내지 않는 국민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에게 너무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임기 5년 중 최소한 첫 2년 반은 절대 권한을 행사한다. 따라서 의회와 권력을 나눌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임제도 문제다. 재임이 안 되니 임기 후반기에는 레임덕에 빠지거나 한꺼번에 몰아서 뭔가를 해치우려 한다. 그래서 중임이 어떨까 생각한다. 세대차이도 중요하다. 한국의 전전 세대들은 일본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비난이 두려워 그 말을 못한다. 박대통령 시대는 산업세대, 80년대는 민주화세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세대는 가난했던 때를 얘기하기 좋아하고 민주화세대는 재벌을 비난하면서 재벌회사에 취직하려는 이중성을 보인다. IMF 외환위기 이후 세대는 국제적 마인드도 강해 한국인이라기보다는 국제적인 인재들이다. 그래서 세대차이가 발생한다. 지난 선거 때 젊은층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반미운동·햇볕정책·클린 이미지 등을 지지한 것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나는 새로운 세대가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통일 비용 감당할 수 있나”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이미 북한과 융화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후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통일해야 하나, 통일 뒤 모습은 어떤 것인가 등에 대해 말이다. 독일의 방법은 한국에 안 맞을 것이다. 비용이 너무 든다. 독일의 경우 모든 서독 사람들이 5%의 세금을 5년 동안 여분으로 더 내고 있는데 그래도 부족하다. 한국인들이 그 정도 부담을 질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들의 경제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일 왕조를 수용할 것인지, 배제할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리비아식 방법을 생각해 보자. 가다피 대통령은 핵 포기를 선언하고 사과해 살아남았다. 만일 김정일 왕조가 그렇게 한다면 수용할 수 있겠는가. 또 통일 뒤도 생각해 봐야 한다. 통일 뒤 남·북한이 연방제가 될지 통일 한국으로 갈지에 대한 계획은 있는가? 그에 대한 비전은 있는가? 막연한 ‘통일’이 아닌 통일 뒤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 네번째가 미·중·일과의 관계다. 한국에게 일본은 여전히 중요하다. 일본시장에서 한국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는데 한·일 양국이 적잖은 산업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며 중국은 한국의 배후지로 중요하다. 한국에 오면 이들 3국과 등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분열돼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이들 3국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치기구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세계적으로는 번영의 단위가 국가에서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처럼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중앙집권국가다.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정부가 수도를 옮긴다지만 크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수도를 옮긴 뒤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제를 바꾸려면 미국처럼 합중국의 통치기구나 중국처럼 도시 단위로 번영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결론은 중앙집권이 아닌, 보다 작은 현실적인 단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구를 보면 알 수 있다. EU는 그 안에 있는 국가별 인구가 각각 5백만∼1천만명 정도인데 이들은 지역 국가로 볼 수 있다. 북구의 특징은 작은 회사, 작은 시장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최근 10년간 기업가 양성을 계속해 왔다. 핀란드나 덴마크가 그렇다. 유치원에서도 기업가 양성 교육을 한다. 북구의 작은 나라에서 노키아처럼 세계를 호령하는 회사들이 많은 것도 그같은 이유에서다. “원고(高) 견뎌야 2만 달러” 한국이 어떻게 하면 2만 달러 경제를 달성시킬 수 있는가? 간단한 방법이 있다. 원화를 두 배로 강하게 하면 된다.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두 배가 되면 국민소득 역시 두 배가 된다. 그러나 제조업 입장에서 이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기업이 혁신을 하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브랜드·기업전략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가능하다. 원화 가치가 지금보다 두 배가 됐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런 노력을 하기보다는 비용을 줄이려고 쉽게 중국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지금 한국에서는 산업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혁신을 했다. 한국 경제가 그럴 자신이 있나. 일본은 제조업 공동화 이후 국민 다수가가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제조업은 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아세안의 수도 역할만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전 세계 기업의 아시아 본사를 5백개나 유치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경제로 가려면 이상의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기업이 중국으로 도망가지 않으면서 국내서 만들 제품을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주고 살 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겠는가?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제조업을 강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국처럼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승부를 걸 수 있겠나? 서비스산업은 그 대상이 한 나라가 아닌 전 세계가 돼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대답은 여러분들에게 맡긴다. 2만 달러 시대는 결코 쉽게 올 수 없다. 일본은 3년 만에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성장했다. 기업과 국가가 함께 노력한 결과다. 한국이 재도약에 성공하려면… 1. 정치적으로 안정돼야 한다. 2. 세대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3. 통일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4. 미국·일본·중국과 같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5. 연방주의 형식의 지역분권을 이뤄야 한다. 창간 20주년 강연 주요 참석자(가나다 순) 강성근 ㈜CND건설 대표이사. 강세호 한국유니시스 사장.권문구 LG건설㈜ 부회장. 권성문 KTB네트워크 회장. 김동욱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사회복지팀장. 김명길 한국유가공협회 전무이사. 김병헌 LG화재해상보험 상무. 김상현 EXR 상무. 김영수 대동 차장.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김윤회 남성GLS 대표이사. 김재우 벽산 사장. 김종욱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김종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 김진 ㈜두산 부사장. 김헌표 SK㈜ 상무. 김형순 로커스 사장. 류철호 대우건설 부사장. 문상호 ㈜대교 마케팅상무.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민복기 EXR 사장. 박광서 타워스페린 사장. 박명구 금호전기 사장. 박상용 JC한국청년회의소 회장. 박성일 딜로이트컨설팅 회장. 박원진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박종현 유한양행 부장. 변중석 전국은행연합회 감사.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회장. 서창석 텔레로직코리아 대표이사. 성보경 프론티어 M&A 회장. 신용길 교보자동차보험 대표이사.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안성수 한국청년정책연구소 상임이사. 안재학 COEX 前 사장. 엄성룡 효성 상무. 여인찬 영일관세사법인 대표. 오치남 대림수산 대표이사. 원대연 삼성 SADI 학장. 유구현 삼부토건 기획실 이사. 이경로 한화투신운용 대표이사. 이경훈 (재)한국청년정책연구소 이사장. 이규진 중앙일보 뉴스위크 대표. 이남식 전주대학교 총장. 이동호 한양경영대학원 교수. 이병수 하나증권 팀장. 이상경 현대리서치 사장. 이상준 브릿지증권 팀장. 이수열 한국서비스경영컨설팅 대표. 이숙영 방송인. 이영남 여성벤처협회 회장. 이재병 대동주택 CFO(이사). 이재원 부광약품 대표이사. 이진영 TESA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이호찬 LG산전 팀장. 임경훈 갑부산업 실장. 임석 솔로몬신용정보 대표이사.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전준일 위드개발 부사장. 정수용 빙그레 대표이사. 정순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용진 삼성인력개발원 상무. 정진한 서울대병원. 제갈정웅 대림I&S 부회장. 조운호 웅진식품 대표이사. 조원암 동아제약 차장.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최병민 미디어포유 대표. 하성임 대한전선 상무이사. 한남규 중앙일보 수석부사장. 한젬마 화가. 한중진 JB INVESTMENT 대표이사. 홍순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실장. 황규호 SK텔레콤 상무.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상공회의소(암참) 회장. 아키라 와타나베 한국아지노도모㈜ 부사장. 후미미치 이바이나 미츠비시전기 한국지점㈜ 지점장. 히로지 엔요 금호 포리켐㈜ 상무이사. 가츠히코 다나카 한국 스미토모상사㈜ 대표이사. 겐지 모치마루 한국 야마다케㈜ 대표이사. 구니오 미키 한국이토추㈜ 대표이사. 마사키 도이 일본항공 한국지점㈜ 지점장. 마사히로 나카히라 한국 닛쇼이와이㈜ 대표이사. 순수케 사카키바라 한국 마루베니㈜ 대표이사.

200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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