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49

숨죽였던 5년, 기지개 켜는 원전업계…대선 후 기상도 쨍쨍

산업 일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원자력 발전 업계에 다시금 봄이 찾아오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탈원전 정책 전면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탈원전 정책에 속도 조절을 할 의향을 내비치고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최근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했다. 한국의 원전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원전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도 한껏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李 “감(減)원전” vs 尹 “원전 최강국 건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에너지 정책 공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전’이다. 이 후보는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을 계속 지어서 가동 연한까지 사용할 계획이지만 신규 건설은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새 원전 건설에 착수해 가동까지 약 10년이 걸린다는 점과 10년 이내에 원자력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역전할 거라는 예측을 기반에 둔 계획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건설 중단 결정이 내려진 신한울 3·4호에 대해서는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6일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신한울 3·4호 건설 관련) 찬반 양측의 주장을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 절차를 바탕으로 지혜롭게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이 후보는 차기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에 대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가 아닌 ‘감(減)원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아울러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연구에도 계속 참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전면에 내걸고 나섰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탈원전 이후 에너지 주권을 상실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며 “원전 생태계를 회복하고 안전한 원전 기술을 발전시켜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고 탈원전 정책 폐기를 재차 강조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답변한 ‘제20대 대선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윤 후보는 9번째 공약으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세웠다. 그는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적극 추진하며, 원자력과 청정에너지 기술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달성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 친환경적 에너지 생산과 미래 먹을거리 확보, 전 세계에 원전 원천기술을 수출하겠다”라고도 밝혔다. ━ EU 택소노미에 포함된 원전…해외시장 꿈틀 에너지 정책에서 두 후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전의 비중이다. 이 후보는 원전을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 달성을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계획인 반면, 윤 후보는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원전에 놓고 재생에너지는 보조 수단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분명한 것은 ‘홀대’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외면받았던 원전 업계가 예전의 위상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EU 국가 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EU 택소노미(Taxonomy)에 천연가스와 함께 원전이 포함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활동이 녹색경제활동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다. 당초 EU는 지난해 6월 1차 발표에서 원전을 제외했지만, 원전 의존도 70%에 달하는 프랑스의 강력한 주장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지난달 2일 맥기니스(McGuinness)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택소노미 규정 확정을 발표하는 연설에서 원전과 관련해 “그동안 안전 기준과 폐기물 관리에서 많은 기술 진전이 있었다”며 원자력 발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EU의 금융기관과 금융회사에게 원전 발전에 대출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다만 앞으로 새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핵폐기물 관리와 원전 설치 및 해체를 보장해야 하고 2045년 전까지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공사 역시 2040년 전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원전 건설 시장이 20여 년은 유효하다는 의미다. EU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면서 원전 업계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MR은 대형원전 대비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건설 공기가 짧은 이점이 있다. 방사성 폐기물 등 안정성 측면에서도 대형원전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들도 보폭을 넓히는 상황이다. 미 정부가 2020년 발간한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원전 시장이 5000억~7400억 달러(570조~840조원)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첫 SMR 주인공 명단에 국내 기업 들어가나 국내기업에서는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 SMR 선두주자인 ‘뉴스케일파워’에 각각 1억400만 달러(약 1300억원), 5000만 달러(약 62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020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승인을 받은 뉴스케일파워는 최근 미국 아이다호주 건설 부지 평가를 완료했다. 2024년에는 SMR 건설·운영허가 신청을 NRC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뉴스케일파워의 전략적 파트너로 핵심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두산중공업은 SMR 설계와 엔지니어링, 조립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측은 향후 3조원 이상의 물량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의 SMR 프로젝트에서 반응로 설치와 제반 시설 건설을 담당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캐나다 SMR 사업 참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앨버타주와 ‘SMR 건설사업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소듐냉각형 SMR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 함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데모 플랜트 건설사업에 나선다는 목표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용 SMR 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전력기술과 손을 잡았다. 해양 부유체 설계 제작 기술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은 해양용 소형 원전인 ‘BANDI-60’을 개발한 한전기술과 해양부유식 원전개발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고 SMR 개발에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등 차기 정부에서의 정책 방향이 지난 5년과는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3.08 07:00

5분 소요
“보조금 대상 확대” “충전 인프라 확충” 李·尹이 내세운 車공약은?

산업 일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대 양당 대선 후보들의 자동차 관련 공약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두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살펴보면, 전기자동차(전기차) 보급 확대에 관한 내용이 가장 돋보인다. 이 밖에 운전자들이 가진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공약도 속속 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李 “전기차 보조금 확대” 尹 “충전 인프라 확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10만338대에 달한다. 2020년(4만6719대)보다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올해는 다양한 전기차가 국내 출시를 앞둔 만큼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선 후보들도 전기차 보급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1월, 13번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이 후보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40% 달성을 위해선 전기차 약 362만대가 보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보조금 대상 확대를 통해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생산량 증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전기차 전환과 대중교통수단의 단계적 전환 추진, 주요 고속도로에 급속·초고속 충전기를 촘촘히 설치해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등의 공약도 내걸었다. 윤석열 후보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에 보다 초점을 뒀다. 윤 후보는 올해 초 5번째 ‘석열씨의 심쿵(심장이 쿵하는)약속’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공약에는 주유소와 LPG(액화석유가스) 충전소 내 전기차 충전 설비를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59초 공약짤’ 쇼츠(짧은 동영상)에서 전기차 충전요금을 향후 5년간 동결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할인율을 각각 25%와 10%로 적용해왔다. 오는 7월부터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특례 제도가 사라진다. ━ 자동차세 개편, 안전속도 5030 정책 개선 등 다양 두 후보는 자동차 제도 관련 공약도 다양하게 선보여왔다. 이 후보 측은 수년째 지적이 일고 있는 자동차세 부과체계를 바꾸겠다고 했다. 현행 자동차세에 따르면 엔진 배기량이 클수록 세금을 많이 물게 된다. 이때 배기량이 작은 고가의 수입차 모델에 비교적 낮은 자동차세가 산정되는 조세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세 부과체계를 차량 가격과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기준으로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윤 후보의 경우 ‘안전속도 5030’ 정책을 개선해 보행자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에서는 시속 60㎞로 제한속도를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실시된 ‘안전속도 5030’은 도시 지역 내 일반 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50∼60㎞ 이내, 이면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통사고 발생 시 사망자를 줄이고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정책 시행에 맞춰 신호체계를 개편하지 못했고 보행자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에서도 속도 제한을 두는 등 현재 도로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 등이 있다고 국민의힘 측은 설명했다. 따라서 운전자의 편의와 운전 환경을 고려해 정책을 개선하고,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동차 관련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업계에선 향후 5년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래차로 전환하기 위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2022.03.02 17:00

3분 소요
이통3사는 호황인데…통신비 인하 공약은 찬밥 신세?

IT 일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국민들이 내는 통신비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던 과거 선거와 달리, 이번엔 주요 후보들이 관련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만이 공약집에 가계통신비 부담 이야기를 넣었을 뿐이다. 이재명 후보는 “비대면 시대 데이터 비용 절감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다음과 같은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전국민 휴대전화 데이터 안심요금제 도입 ▶병사 통신요금할인 비율 50%로 확대 ▶5G 중간요금체계 도입 ▶eSIM 도입 ▶버스 5G 공공와이파이 확대 설치 ▶내돈내산 데이터 내 맘대로 서비스 도입 등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가계통신비 20% 인하(이명박 전 대통령)’, ‘단통법 시행(박근혜 전 대통령)’, ‘기본료 폐지(문재인 대통령)’ 등을 내건 과거 대선후보와 비교하면 획기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가령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5G 중간요금체계 도입’ 공약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슈로 떠올랐던 문제다. 중간요금제는 국민의 5G 이용 패턴에 부합하는 적당한 기준의 요금제를 의미한다. 시중의 5G 요금제가 혜택이 많은 고가나 반대로 혜택이 적은 저가에 치중돼있으니, 이 양극화를 해소하겠단 얘기다. 관련 내용은 과방위 국감서 제기됐고 이동통신 3사가 “검토 중”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중간요금제가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대중교통 공공 와이파이 확대 역시 현재 정부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과제고, 나머지 공약은 기본 데이터가 필요한 특정 계층이나 군인을 겨냥한 핀셋 공약이다. ━ 통신비 부담 논란…과거에 비해 지지 얻지 못하는 듯 그나마 가계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국민들에겐 이재명 후보가 가장 어필하고 있다. 선거 디데이가 한 자릿수 안으로 들어왔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통신비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재명 후보만 ‘나 홀로 공약’을 내세운 건 과거처럼 가계통신비 문제가 민생 공약으로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값이 치솟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코로나19가 할퀸 상처를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물론 지금의 이동통신 시장이 손댈 곳 없을 만큼 국민 대다수가 만족하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주류 통신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는 5G를 향한 불신이 크다.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와 통신사 간의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가입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내놓는 최신 단말기가 5G 전용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G 서비스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상용화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어섰다. 아직은 LTE 가입자 수(4854만명)가 더 많지만, 이 숫자는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5G 고객 유치 속도는 빠르다 보니 올해 안으로 가입자 수 역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품질 논란은 금세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거 이후에 새롭게 부상할 민생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고객이 만족할 통신 품질을 서비스하려면 기지국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가뜩이나 이동통신 3사의 전체적인 설비투자(CAPEX) 규모는 2019년에 정점을 찍고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는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통3사는 28㎓ 기지국 의무구축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정부로부터 주파수 할당 취소 제재 위기에 놓였다가 정부가 기준을 바꾸면서 제재로부터 간신히 벗어났다. 이통3사는 주파수 추가 할당 경매를 둘러싸곤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LG유플러스가 정부에 3.4~3.42㎓ 대역의 5G 주파수를 추가 할당해달라고 요청했는데, “LG유플러스에만 인접한 대역"이라면서 두 경쟁사가 제동을 걸었다. 현재 KT는 “주파수 사용 시기를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SK텔레콤은 ”또 다른 주파수를 할당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하면서 갈등이 실타래처럼 얽힌 상황이다. 지난 2월 17일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중재를 꾀하기 위해 직접 이통3사 CEO를 만났는데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차기 정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의 벽을 넘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높은 5G 가입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역시 호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큰데, 자칫 이통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이 번지면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실제 정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5G 품질 논란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이통3사에 밉상 기업 이미지가 찍히게 된다”면서 “뭇매를 맞다 보면 새롭게 들어설 정부도 가계통신비에 메스를 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3.01 18:00

3분 소요
“점심 한끼 1만원 시대”…‘1000원 김밥’ 옛말, 사라진 서민 메뉴

산업 일반

“김밥부터 칼국수, 짜장면, 삼겹살까지 안 오른 게 없어요. 밥값이 부담되서 근처에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아다니는 직장인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23일 서울 강남구 오피스빌딩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0)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가게 이곳저곳의 메뉴판을 둘러보던 그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김씨는 “무슨 메뉴를 골라도 1만원이 넘으니 점심값으로 일주일에 10만원 남짓 든다”면서 “월급에서 식대로 나가는 비용이 가장 크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지난해 한 식품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양준수(28)씨는 일주일에 이틀은 집에서 싸 온 닭가슴살과 과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양씨는 “회사 근처 음식점 메뉴 가격이 500~1000원씩 오른 곳이 많아 돈도 아끼고 몸도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음식을 싸 오고 있다”며 “본가와 회사가 멀어 자취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회초년생에게는 외식비 부담이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날 양씨는 자주 가던 분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이곳도 지난해 10월부터 김밥과 떡볶이 가격을 인상했다. 참치샐러드김밥과 진미오징어채김밥이 40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랐고, 4000원이었던 떡볶이는 4500원이 됐다. 점심식사 후 늘 마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도 지난 1월부터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양씨는 이날 하루 점심값으로 1만3300원을 지출했다. ━ 김밥, 햄버거, 커피까지 줄줄이 인상…커지는 부담 1000원짜리 김밥으로 배를 채우던 것은 10여 년 전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월 기준으로 서울 지역 외식비 가격(1인분 기준)을 품목별로 산출한 결과 냉면을 비롯해 비빔밥(9192원)·삼겹살(1만6983원)·자장면(5769원)·삼계탕(1만4308원)·칼국수(7769원)·김밥(2769원) 등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 1월 외식물가는 전년 대비 5.5% 올라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물가 상승의 여파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이날 찾은 대치동의 경우 학원가 상권이라 학생 할인을 해주는 음식점도 더러 있고, 카페도 학생증을 제시하면 10% 할인된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물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해 가격을 올리고 있어 용돈으로 생활하는 학생들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치동에서 자취를 하며 대입 재수를 하고 있다는 김주형(20)씨는 “자주 가던 백반집과 패스트푸드가게가 최근 가격을 올려 외식비 부담이 커졌다”며 “학원의 점심시간이 1시간도 되지 않아 가격 비교해볼 새도 없이 줄이 없는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예상보다 식비가 훨씬 많이 나오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가 자주 가는 ‘맘스터치’도 이달 버거와 치킨 제품 가격을 각각 300원, 900원 올렸다. 근처 롯데리아도 지난해 12월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4.1% 인상했고, 버거킹도 지난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9% 올렸다. 주요 패스트푸드 가게 대부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 “원재료값 상승 때문”…코로나19·물가상승에 소상공인 이중고 커피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프랜차이즈 카페뿐 아니라 개인 카페들까지도 올해 들어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치동 학원가 근처에 카페를 오픈해 운영 중이라는 한 상인은 “우리 카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인제를 진행하고 있어 인기가 좋은데 최근 가격을 올리니 실망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며 “원두부터 우유, 컵 값까지 줄줄이 인상됐고, 인건비도 상승해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학원가에서 작은 중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재료값 상승으로 최근 짜장면과 짬뽕 가격을 올렸다”며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가격을 올린 후로 단골손님 몇 분이 전보다 자주 찾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고 털어놨다. 서민들은 점심·저녁 외식비로 지갑이 얇아지고,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에 물가 인상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국제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사실상 전쟁에 돌입했고, 국내에서는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이 돈 풀기 경쟁을 펼치고 있어 당분간 국내 물가가 잡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진행 상황과 차기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물가 안정화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채영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2.26 16:00

3분 소요
윤석열vs이재명, 코인 ‘비과세 한도’ 5000만원으로 올릴까

증권 일반

지난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공약을 발표하면서 코인 투자자들과 업계 반응이 뜨겁다. 가상자산 법제화, 가상화폐 공개(ICO) 허용, 안전투자장치 마련 등 사실상 두 후보 모두 가상자산을 공식 투자처로 인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서다. 물론 공약 이면엔 ‘젊은층 표심잡기’가 자리하고 있지만 유력 대선 후보의 공약인 만큼 향후 실현 가능성도 적지 않아 결코 허투루 들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투자자들의 눈과 귀는 현재 250만원으로 한정된 가상자산 수익 비과세 공제한도 확대 여부에 쏠려있다. 두 후보는 이 부분에 대해 공제한도 상향이라는 방향성은 같지만 세부적인 액수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향후 가상자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 공제한도가 어떻게 결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250만원 보다는 상향 VS 5000만원으로 올린다” 지난해 2월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가상자산의 양도·대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연 250만원 초과 부분에 소득세율 20%를 적용한다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급증하자 정부가 결국 다른 투자처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일정 비율 과세를 선택한 것이다. 개정안은 올해 1월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유권자를 의식해 1년 유예를 주장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를 결정했고 세금은 2023년 1월1일 이후 소득분에 대해서 납부하게 된다. 이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이목은 세금을 내야 하는 소득 기준에 쏠리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세 공제한도는 국내 상장주식의 경우 5000만원, 해외주식·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 등 기타소득에 대해서는 25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여기서 가상자산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공제한도가 25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대로 내년부터 과세가 진행된다면 가상자산 투자로 300만원을 번 투자자는 공제한도 250만원을 뺀 50만원에 세율 20%를 곱한 10만원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비과세 공제한도 금액은 두 대선 후보 입장에서 가장 쉽게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250만원으로 정해진 비과세 공제한도액에 대해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2020년 세법 개정안이 발표됐을 당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국민청원 게시판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비과세 공제한도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과세 공제한도에 대해 두 후보는 현 개정안보다 확대하겠다는 유사한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9일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과의 간담회가 끝난 이후 “250만원은 (공제한도로) 너무 지나쳐서 이미 면세점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가상자산 투자수익 과세를) 주식 시장과 똑같이 해야 하는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제한도를 상향할 계획이 있지만 국내 상장주식 비과세 공제한도 수준까지 올릴지는 생각해보겠다는 얘기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구체적인 액수를 거론하며 비과세 공제한도를 높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하며 "현행 250만원인 가상자산 양도차익 기본공제를 주식과 동일하게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비과세 공제한도 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지만 향후 시장 상황, 그리고 주식 시장과 가산자산 시장과의 환경적 요인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하는 것이 맞다"면서 "250만원으로 정해진 비과세 공제한도 조정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50만원은 주식시장 공제한도(5000만원)보다 낮아서 어느정도 상향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문제는 해당 투자시장에 대한 실체를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은 기업이 있고 그 기업이 내는 수익이 있지만 가상자산은 그런 시장이 아니다”라며 “쉽게 말해 주식은 실체가 있지만 가상자산은 없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비과세 공제한도액을 적정 수준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점점 확대될 가상자산 시장…공제한도 결국 상향? 이 후보는 이 밖에 가상자산 공약으로 ▶가상자산 법제화 신속 추진 ▶가상화폐 공개(ICO) 허용 검토 ▶증권형 가상자산 발행과 공개(STO) 검토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 지원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윤 후보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정책 총괄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안전장치 마련된 거래소발행(IEO) 방식 도입 후 가상화폐 공개(ICO) 허용 ▶부당거래 이익 전액 환수, 시스템 오류 대비 보험제도 확대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결국 가상자산을 제도권 투자처로 확장시켜 사업 기회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공약을 감안하면 가상자산 소득 비과세 공제한도 상향은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비과세 공제한도액이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에 대한 것보다는 가상자산 시장의 안전투자 제도 정착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가상자산 투자는 투자자 안전이 담보되지 않았다. 또 주식 투자와 가상자산 투자를 동일하게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공제한도액을 얼마로 설정하겠다고 특정하는 것보다 현실에 맞게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과세 공제한도액이 250만원으로 고정되면 기존 투자자들의 해외거래소 쏠림 문제, 이밖의 세금 회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2020년 가상자산 세법 개정안이 발표됐을 당시 기획재정부는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에 가상자산 거래계좌를 포함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불이익을 강화해서 자진 신고할 수 있게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또 어떤 불법적인 세금회피 유형이 등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암호화폐 시세가 급락하며 코인 투자가 다소 시들해진 감은 있지만 앞으로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가상자산 투자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공제한도(250만원)는 투자자들의 반응을 고려하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2.01.21 10:17

4분 소요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로 집값 잡겠다는 대선 후보들…

부동산 일반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거듭 사과했던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점차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그동안 번번이 체면을 구겼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주택시장 안정 흐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론이 고개를 들면서 부동산 시장의 복병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 가계대출 규제+금리 인상+공급 발표, 3박자 효과?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의 주된 배경으로 주택공급,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의 3박자 효과가 맞물린 효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사전청약, 2·4대책 예정지구 지정 등 주택공급 조치와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최근 주택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보다 확고해지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서울 일부 지역의 경우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기재부는 아파트 주간 매매 상승률이 11월 5주 서울 0.10%, 수도권 0.16%, 지방 0.13%로, 11월 4주의 서울 0.11%, 수도권 0.18%, 지방 0.16%보다 둔화했다고 밝혔다. 11월 5주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보합을 보이는 지역으로는 강북(0.00%), 관악(0.01%), 광진(0.03%), 금천(0.04%)을 꼽았다. 당장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대선 후보들은 너도 나도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단기간 집값 상승폭이 워낙 컸던 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역시 집값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강북권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 현장을 찾아 한목소리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이날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주거환경 정비사업은 10여 년 동안 멈춰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개발은 390여 개 지역을 지정했는데 전임 시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해제해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재건축 역시 이 정권 5년 동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안전진단 강화 등 절차적 문제 때문에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고 그 결과가 우리가 겪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윤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공약을 언급하며 "주택 시장에 상당한 공급물량이 들어온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줌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도 '공급 확대'에 부동산 정책의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기존 도심지역의 용적률이나 층수에 대해 일부 완화해 추가 공급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요 억제에 치중한 것이 비정상적인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이 됐다"며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추가 공급대책을 준비하고 있어서 부동산 문제는 상당 정도 안정되게 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 규제 약발 이제야 먹혔는데..."섣부른 완화시 시장 불안 재현"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불러올 파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고 있지만, 일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수요 폭증'을 집값 급등의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공개한 '매크로 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5년 이후 무려 16년간 가계 레버리징(부채비율 상승)이 이어졌는데, 2000년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42개국의 레버리징 기간이 평균 3~4년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세계적으로 이례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시장 안정의 주된 요인은 '가계부채 총량 규제' 및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레버리징 축소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규제의 경우 과거 핀셋 규제에서 벗어나 총체적 방식의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단기적으로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과 DSR 규제를 강화해 대출 규제를 시스템화 한 것이 집값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8월과 11월 두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과의 정책 공조도 정책 실효성을 뒷받침 했다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해 '과소비성 실수요'를 억제한 것 역시 은행권 주도의 부채 구조조정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 이사는 "적절한 대출 규제를 통해 가수요를 억제할 경우 주택 시장 안정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런 주장의 출발은 주택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났음에도 외형상 주택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0년 서울과 수도권 주택 보급률은 각각 95.4%, 98.3%로 2019년 대비 각각 0.6%포인트, 0.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주택의 실질적 수급을 나타내는 KB국민은행의 전세수급지수도 2021년 9월 기준 173.6으로 적정 수준인 10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비판하며 공급 확대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대해 서 이사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공급 방식은 재건축, 재개발,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 보유 토지·건물 활용, 신도시 개발 등 네가지로 나뉘는데, 주로 회자되는 것은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 신도시 개발"이라며 "만일 규제 완화로 토지 소유주의 요구대로 재건축,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지상권 가치의 상승 및 멸실 주택의 증가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도시에 공급되는 아파트 역시 무주택자에게는 구매력 범위를 넘어선 높은 주택가격"이라며 "모두가 무주택자가 대출을 능력 범위 이상으로 받아야 구매가 가능해 가계부채 증가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금융당국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전세대출과 마찬가지로 대출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주택시장의 중장기적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 부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서 이사의 주장이다. 서 이사는 "더욱 주목할 점은 2030세대의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인데, 그들에게는 직주 근접의 저렴한 주택이 필요한 것이지 값비싼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거리가 먼 신도시 개발 아파트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평균 12억 수준의 서울 아파트를 2030세대가 자기 소득으로 구매하려면 부모의 지원, 무리한 갭투자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며, 그 또한 실수요보다는 투자의 하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 보유 토지를 이용해 직주 근접의 구매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이나 지역주민, 지방자치 단체의 반발로 계획을 예정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가 변수"라고 덧붙였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2021.12.14 07:56

5분 소요
이재명이 말한 ‘음식점 총량제’ 자영업자에 약일까 독일까

정책이슈

‘음식점 총량제’는 정말 필요한 정책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으로 촉발된 음식점 총량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재명 후보는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를 열고 “식당을 마구 열어서 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좋은 규제가 필요하다"며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음식점 수를 제한해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자유시장 경제에 반하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음식점 사장님들에 대한 공감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가뜩이나 코로나로 시름에 잠긴 자영업자들을 두고 음식점 총량제를 실시하겠다는 발언은 실업자가 되든가,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이 후보는 ‘음식점 총량제를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여당에서 이 후보의 생각을 두둔하면서 해당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음식점업계에 창업·폐업이 빈번한 배경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도 한 원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5개국 가운데 한국이 자영업 비중 24.6%로 상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멕시코·그리스·터키·코스타리카였다. 영국(15.3%)·프랑스(12.4%)·일본(10%)·독일(9.6%)·미국(6.3%) 등 선진국은 대체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5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7%였다. 자영업자 비중이 20% 아래로 감소한 것은 198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자영업 비중 약 28.23%)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약 25.48%) 당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창업하면서 자영업자 비중이 치솟기도 했지만, 감소세로 전환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방역지침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접었다고 분석한다. ━ ‘나 홀로 사장님’ 425만명, 자영업자의 현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자영업자 비중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은 문제로 꼽힌다.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는 종업원을 두지 않고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8월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8월 기준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더한 비임금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2만9000명 줄어든 66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4만9000명으로 조사됐다. 만약 음식점 총량제를 시행하면 이런 사업자들 중에서도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해 거리로 내몰릴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한 방송 토론에 나와 “일정 사업권을 보장해주면 그분들(기존 상인들)은 좋다. 하지만 기술과 의욕이 있어 새로 시작하려는 청년 창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때 엄청난 권리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선의는 곡해하지 않겠지만 생각이 왜 항상 첫 단계에 그치고 당연히 따라올 파급효과는 간과하는 듯한 모양새인지. 정치권에서 그 부분은 신중히 고려하고 국민께 던져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음식점 총량제 같은 무공감·무책임의 규제가 아니다. 대선 후보라면 골목상권 활성화와 자영업자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1.04 16:08

3분 소요
한국 경제력 세계10위라며 일본보다 못한 코로나 지원금

정책이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100만원이 합리적인 금액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역 지침 강화와 거리두기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부터 챙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에게 먼저 손실보상금이라도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선 후보는 “코로나 초기에 가계 지원, 소위 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 금액이 최소 1인당 100만원은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1인당 50만원 가까운 재난지원금을 받았는데, 100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받도록 하려면 앞으로 30만~50만원은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 이상 더 걷힐 예정”이라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있음을 알렸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정책의총을 활성화해 당론을 신속히 모으고 제도화에 나설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2일에는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이 후보가 먼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제안했다고 확인한 뒤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재정 당국과 논의하고 야당하고도 협의해야 한다. 좀 고차원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대선 후보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선 셈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에 이런 돈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추가로 지원한다고 가정할 때 약 25조원이 필요하다. 30만원씩만 줘도 15조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금권선거’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국민의 세금은 집권여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곶감 빼먹듯 하는 꿀단지가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 “국민 재난지원금보다 자영업 손실보상금이 우선” 일각에서는 지금 시급한 것은 재난지원금보다 손실보상금 지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방역지침 때문에 손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직접적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3분기 소상공인 66만여명에게 지급할 손실보상금으로 총 1조8000억원을 책정했다. 단순 계산하면 자영업자 한 사람이 평균 270만원 가량을 받게 된다. 석 달 치인 것을 고려하면 월평균 90만원을 정부가 보상한 셈이다. 이는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3분기 매출과 비교해 올해 3분기 매출 손실액의 80%만 보상한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고, 그나마 보상받은 사람들도 임대료를 내고 나면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타격으로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0.7%에 달했다. 이 중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달 27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한국자영업자협의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등 자영업자·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명동 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손실보상금이 건물주에게 흘러가지 않도록 ‘임대료멈춤법’과 ‘강제퇴거금지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은 “최소한 집합금지·영업제한 기간에 발생한 임대료는 강제성을 두고 분담해야 한다”며 “업종에 따라 변수가 있지만, 임대료 분담 대책이 대다수 자영업자가 혜택을 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 영국은 월소득의 80%, 최대 1200만원까지 지급 해외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어떻게 챙길까. 영국의 경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소득보조금을 지급했다. 연 이익 5만 파운드(한화 약 80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 가운데 현재 영업 중이지만,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는 최대 7500파운드(1200만원) 안에서 3개월 평균 영업이익의 80%를 지급했다. 또 자영업자가 임금을 주지 못해 종업원을 일시 휴직시킨 경우 휴직 기간 임금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에 직원 임금과 임대료 지급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다만 대출금 상환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이라기보다 지원금에 가깝다고 풀이된다. 전액 상환면제 조건은 대출금을 8~14주 기간 동안 직원에게 임금으로 주거나 임대료로 내고 60% 이상의 금액이 임금 지급을 위해 사용한 경우다. 일본은 지난해 4월 긴급경제대책과 12월 경제부양책을 통해 자영업자를 지원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매출이 50% 이상 감소한 중소기업에 최대 200만 엔(한화 약 2000만원), 개인 사업주에 최대 100만 엔(약 1000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만약 임대료를 내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직원을 계속 고용하기 어려운 사업자에게는 직원 1인당 최대 1만5000엔(약 15만원) 지급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1.03 07:00

3분 소요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코로나19 속 트럼프의 대선 강행군] 코로나보다 재선에 목숨 건 ‘필사즉생’ 유세전

전문가 칼럼

트럼프, 일과 대부분은 집무실보다 유세현장… 여론조사 밀리자 방역보다 투표 호소 11월 3일 대선을 코앞에 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난 10월 9∼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미국 전역의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트럼프를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참고로, 미국에는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투표할 수 있다. 등록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는 있다. 일반 여론조사가 아니라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대선 판세를 더욱 실제에 가깝게 예측한다고 할 수 있다.10월 15일 공개한 결과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42%,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53%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오차범위는 ±3.1%포인트였다.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11%포인트 차이로 밀린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첫 대선토론 직후 트럼프는 14%포인트 차이로 밀렸던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격차를 좁힌 셈이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10월 2일 입원했던 트럼프가 나흘 뒤 퇴원한 다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 복귀하면서 양자의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문제는 여론조사와 미국 대선의 실제 결과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선은 유권자 투표가 아닌 선거인단 선출이라는 간접 선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6년 대선은 미국 유권자와 미디어에 혹독한 학습효과를 남겼다. 그 해 10월 WSJ-NBC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11%포인트 밀렸지만 대선에선 결국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했다. 11%포인트의 지지율 차이는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2016년 대선처럼 트럼프가 지지율 격차가 적은 여러 경합주를 중심으로 치열한 선거유세를 벌여 박빙으로 이길 경우 전국적인 득표율과 무관하게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게다가 이날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4%로 지지율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트럼프가 자신의 업적을 강조할수록 지지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경제를 잘 운영할 정당’으로 공화당을 고른 유권자가 민주당보다 13%포인트 많은 것으로 나왔다. 트럼프가 경제 업적을 강조하면 할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실업과 경기 불황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에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는 여전히 백인(트럼프 50%, 바이든 46%)과 남성(트럼프 50%, 바이든 45%)에서 우세하며 대졸 미만 학력의 백인에게서 59%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 중 백인의 비율은 전체의 70%에 이른다. ━ 업무시간에도 관저·식당서 뉴스시청·전화·트윗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승리를 얻기 위해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만한 대선 유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지지율 격차가 적은 경합주를 중심으로 밀도 있는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선거 운동이다.트럼프는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입원하고 백악관에서 쉬면서 2~11일 현장 선거 유세 일정을 중단했으며 12일에야 일정을 재개했다. 지난 10월 1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이튿날 입원한 뒤 열흘 동안 모든 현장 선거 유세 스케줄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잡지 못했다.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 밀리면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막판 역전극을 노려온 공화당의 트럼프 입장에선 선거운동 막바지 열흘을 까먹은 것은 뼈아픈 손실이다. 바이든 입장에선 어차피 기울어진 판세가 굳어지는 시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거유세장에 돌아온 트럼프는 ‘잃어버린 열흘’을 벌충하려는 듯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입원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일정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힘이 넘친다. 트럼프의 열정적인 행보는 나이와 코로나19에 대한 조심으로 현장 유세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이든과 비교될 정도다. 바이든에게 보란 듯이 강행군을 계속하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이는 평소 트럼프의 백악관 생활과도 다르다. 미국 뉴스·정보 사이트인 악시오스(Axios)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평소 오전 8~11시에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적인 집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시간에 관저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인 폭스 뉴스를 중심으로 케이블 채널 뉴스방송을 보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거나 트윗을 한다. 오전 11시가 되면 정보 브리핑을 받고 회의를 시작한다.그는 백악관에 머무는 날에는 하루에 여러 차례 회의를 소화하는데 중간중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집무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에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전화와 트윗을 한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옆에 있는 식당에서 주로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 이는 트럼프에게 중요한 미디어 소비 형태이자 소통 방식이며, 정치 양식이다. 어떤 날은 하루 일정을 오전 11시에 시작해 ‘정책 구상’을 하다가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오후 1시30분부터 자신만의 ‘집무시간’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오후 6시가 되면 자신의 관저로 돌아간다. 관저에서도 주로 케이블 뉴스채널을 보면서 전화와 트윗을 반복한다. 외부 일정이 있을 경우 트럼프의 하루 스케줄은 이보다 더 길어진다는 것이 악시오스의 보도다. ━ 빡빡한 일정에도 대통령 전용기로 동분서주 유세 BBC방송은 버락 오바마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운동을 한 뒤 오전 9시나 10시에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BBC는 조지워싱턴대의 매슈 댈렉 교수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는 저녁에는 대부분의 경우 관저에서 가족과 저녁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올빼미 체질이라 가족이 다 잠든 뒤 홀로 새벽 1시나 2시까지 일을 계속했다. 반면 조지 W 부시는 오전 6시 45분에 집무실에 나와 일정을 시작했다. 부시는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드는 스타일이라고 방송은 전했다.이런 트럼프가 선거를 앞두고 그야말로 확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입원한 뒤 선거 유세를 재개하면서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과 트윗 내용, 그리고 일정을 소개하는 미국의 민간컨설팅 사이트인 팩트베이스(factba.se)를 바탕으로 그의 복귀 뒤 선거유세 일정을 살펴보자. 우선 10월 15일 목요일 하루를 살펴봐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트럼프는 오전 9시에 집무실에 나와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 오전 10시부터 30분간 폭스비즈니스의 스튜어트 바니와 인터뷰를 한 뒤 다시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그런 다음 오전 11시35분 백악관을 나와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했다. 앤드루스 기지는 워싱턴 동남부의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스의 캠프스프링스에 있는 공군·해군 합동기지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1이 배치된 것이다. 백악관에서 앤드루스 기지까지는 통상 백악관 정원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1을 타고 이동한다.15분 뒤인 11시 45분 앤드루스에 도착한 트럼프는 에어포스1에 탑승하고 이 비행기는 지체하지 않고 11시55분에 이륙했다. 55분 뒤 유세장인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 있는 피트그린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는 오후부터 에어포스1을 배경으로 마련한 유세장에서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트럼프의 선거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이름의 유세다. 이곳에서 트럼프는 지지자들 앞에서 1시간 넘게 열변을 토했다. ━ 코로나19 입원으로 부족해진 선거활동 주력 그런 다음 오후 2시 20분 다시 에에포스1을 타고 이번에는 마이애미 주의 마이앰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이날 오후 4시 20분 마이애미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는 10분 뒤인 오후 4시 30분 플로리다주 도랄로 이동을 시작했다. 10분 뒤인 오후 4시 40분에 자신의 소유인 골프 리조트 ‘트럼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에 도착한 트럼프는 다시 5분 뒤인 오후 4시 45분 선거자금 모임 리셉션에 참석해 연설하고 참석자들과 어울렸다.트럼프는 이날 오후 7시 20분 도랄을 떠나 마이애미 시로 행했다. 20분 뒤인 오후 7시 40분 트럼프는 마이애미 시의 페레즈 미술관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8시 이곳에서 NBC방송이 주관하는 타운홀 이벤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참석자들을 만났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9시 5분 일정을 마치고 도랄로 출발했다. 오후 9시 25분 트러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에 도착한 트럼프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야말로 분초를 다투는 일정이다.하루 전인 10월 14일에는 오전 11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뉴욕, 워싱턴 시카고, 피츠버그 등의 비영리단체인 경제클럽 인사들 앞에서 연설을 했으며 오후 4시 5분 백악관을 출발해 앤드루스 기지로 향했다. 2시간 25분의 비행 끝에 아이오와주 데모인 국제공항에 도착한 트럼프는 선거유세를 했다. 워싱턴과 시차가 1시간 나는 곳이다. 이곳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1시간 이상 연설하며 선거유세를 한 트럼프는 오후 8시 30분(데모인 현지시간 7시 30분)에 이곳을 출발해 앤드루스로 향했다. 오후 10시 25분 앤드루스에 도착한 트럼프는 10분 뒤인 오후 10시 35분 전용 헬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향했다. 다시 10분 뒤인 오후 10시 45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도착한 마린1에서 해병대원의 경례를 받으며 내리면서 트럼프의 하루 일정이 끝났다.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인물의 일정으로는 지나치게 빽빽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그야말로 재선에 목숨을 건 셈이다 최소한 그런 인상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줬다.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가 이런 일정을 진행하면서 계속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는 사실이다. 다급한 트럼프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 방역수칙 무시, 병원 뛰쳐나와 유세현장으로 까먹은 열흘을 어떻게든 보충하겠다는 의지가 넘쳐 보인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진 다음날인 10월 2일 열과 기침, 그리고 피로감으로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3시 15분 워싱턴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열 예정이던 지지자 모임과 이날 오후 7시 플로리다 주 샌퍼드의 올랜도샌퍼드 국제공항에서 개최할 계획이던 선거 유세는 취소됐다. 토요일인 10월 3일에는 위스컨신 주 라크로스와 그레이트배이에서 각각 열 계획이던 선거 유세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인 10월 4일에는 트럼프의 일정이 원래 아무 것도 없었다. 이날도 트럼프는 월터 리드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았다.월요일인 10월 5일 트럼프는 입원 나흘만에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나와 오후 6시 40분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복귀하면서 성조기를 향해 거수경례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옴직한 장면이었다. 입원 전 트럼프는 이날 오후 8시 30분 애리조나 주 남부 투손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일정을 잡아놨지만 당연히 할 수가 없었다.퇴원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고 음성 판정도 받지 못했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병원에서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코로나 방역수칙을 골고루 어겼다고 비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재선을 위한 선거 유세와 지지자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방역 수칙이나 의학적인 견해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화요일인 10월 6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는 원래 이날 오후 8시 애리조나 주 북부 플래그스태프에서 선거 유세를 할 예정이었지만 불가능했다. 10월 6~9일에도 트럼프는 선거 관련 활동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그러던 트럼프는 토요일인 10일 마침내 기지개를 폈다. 이날 오후 2시 법과 질서를 위한 평화로운 시위와 관련한 동영상 연설을 했다. 오후 3시 30분에는 미시간 주를 대상으로 하는 동영상 유세 연설을 했다. 오후 2시에 한 법과 질서 연설은 대통령으로서 한 활동이고, 오후 3시 30분 연설은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한 선거 활동이었다.트럼프는 일요일인 10월 11일 오후 2시 애리조나 주를, 오후 2시 30분 플로리다 주를 대상으로 동영상 유세 연설을 했다. 월요일인 10월 12일 트럼프는 마침내 청중 앞에서 하는 야외 선거 유세를 재개했다. 이날 오후 4시 55분 앤드루스를 출발해 1시간 55분의 비행 끝에 플로리다 주 샌퍼드의 올랜도샌퍼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그곳에서 1시간 이상 선거 유세를 한 뒤 오후 10시 30분 백악관에 도착했다. 트럼프가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처음으로 현장 유세를 재개한 날이다. 트러프가 돌아왔다.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하던 날 취소했던 선거 유세 일정이었다. 유세 재개를 상당히 먼 플로리자 주에서 한 이유는 지지자들에게 자신은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화요일인 10월 13일에는 오후 6시 앤드루스 기지를 출발해 45분이 걸리는 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캠브리아 카운티의 존 머사 공항에 도착해 1시간 이상 선거유세를 하고 오후 9시 50분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낮에는 백악관에서 쉬고 유권자들이 퇴근해 모일 수 있는 저녁 시간에 맞춰 전용기를 타고 달린 것이다. 트럼프의 무서운 재선 집념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10.17 16:32

8분 소요
한·미 대북정책 조율, 당장 하라

정책이슈

트럼프 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신임 정부가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진 않는 듯 지난 5월 9일 한국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진보적인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북한 포용론을 지지한다. 탄핵된 뒤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주의자였다. 그와 노선이 완전히 다른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리가 더 복잡해졌을지 모른다.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의 가장 시급한 외교정책 현안이기 때문이다.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더 강한 경제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그 지역의 모든 국가에 기대왔다는 사실이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동결 협상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방안으로 그 나라들에 기존의 유엔 대북 제재를 더 엄격히 실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추가적인 경제 압박을 가할 방법을 모색했다.그러나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좌익 성향이다. 한국의 정치 용어에선 그것이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열린 대화를 적극 지지한다는 의미다. 그 두 가지 모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핵심을 이뤘다. 한반도를 분단하는 비무장지대(DMZ) 바로 너머에 있는 개성공단이 대표적인 예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인 멘토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시절에 개장한 개성공단엔 한국의 중소규모 제조업체 100여 개가 입주해 북한 주민 수천 명을 고용했다. 그곳을 통해 1년에 약 1억 달러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초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대응하는 조치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선거운동 동안 개성공단의 재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무엇보다 원치 않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선거운동이 지속되면서 표현을 약간 달리해 개성공단을 무조건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북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국과 한국이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문제와 관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며 대북 선제 타격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역시 발언 수위를 낮췄다(한 미국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중국의 요청에 따른 변화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일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상황이 적절하면 영광스럽게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4월 28일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우리의 목표는 북한을 무릎 꿇게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돌려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북한의 체제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틸러슨 국무장관은 조건 없는 협상의 가능성은 단호히 배제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조건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그럼에도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의 수위가 낮춰진 대북 발언을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관리들은 조기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선거운동에서 강경 발언을 했지만(예를 들어 그는 지난해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후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미국과 더는 보조를 맞추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진 않는 듯하다.예를 들어 한 미국 관리에 따르면 백악관은 한국의 신임 정부가 독단적으로 ‘햇볕정책 2.0’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들은 문재인 신임 대통령도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그런 추세가 우려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그는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관해 의구심을 표했지만 그의 캠프는 만약 미국이 한국의 대선 실시 전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신임 정부로선 어쩔 도리가 없을 것 같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의 대선 얼마 전 사드를 전격 배치했다.한국은 민주주의 역사가 비교적 짧지만 지금까지 북한을 향한 태도는 강경노선과 온건노선을 계속 오갔다. 한국의 동맹국들은 지금쯤 그런 상황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유연성’을 자화자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밀어붙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리는 그 문제에 관해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한국의 국내 정치를 감안하면 신임 대통령은 한미 관계와 관련된 문제에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사드 배치와 관련해 관련 비용을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한국 국민 사이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좋지 않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며 “사드는 10억 달러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사드 비용의 한국 부담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불평과 불만도 한국 국민의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한국도 미국에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그는 바로 그렇게 ‘노’라고 말할지 모른다.그러나 미국과 한국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그의 확장되는 핵병기고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올가미를 더욱 죄길 원한다(틸러슨 국무장관은 그러기 위해선 “중국의 영향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북 경제협력 강화를 주장했다. 이처럼 상충되는 정책을 양쪽에서 한꺼번에 펼칠 순 없다. 트럼프 정부는 아직 주한 미국 대사를 임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곧 양국 수반 사이의 직접 대화가 필요할듯하다.-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2017.05.15 10:52

4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