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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대북정책 조율, 당장 하라

한·미 대북정책 조율, 당장 하라

트럼프 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신임 정부가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진 않는 듯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 : NEWSIS
지난 5월 9일 한국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진보적인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북한 포용론을 지지한다. 탄핵된 뒤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주의자였다. 그와 노선이 완전히 다른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리가 더 복잡해졌을지 모른다.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의 가장 시급한 외교정책 현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더 강한 경제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그 지역의 모든 국가에 기대왔다는 사실이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동결 협상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방안으로 그 나라들에 기존의 유엔 대북 제재를 더 엄격히 실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추가적인 경제 압박을 가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나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좌익 성향이다. 한국의 정치 용어에선 그것이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열린 대화를 적극 지지한다는 의미다. 그 두 가지 모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핵심을 이뤘다. 한반도를 분단하는 비무장지대(DMZ) 바로 너머에 있는 개성공단이 대표적인 예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인 멘토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시절에 개장한 개성공단엔 한국의 중소규모 제조업체 100여 개가 입주해 북한 주민 수천 명을 고용했다. 그곳을 통해 1년에 약 1억 달러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초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대응하는 조치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선거운동 동안 개성공단의 재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무엇보다 원치 않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선거운동이 지속되면서 표현을 약간 달리해 개성공단을 무조건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북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국과 한국이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문제와 관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며 대북 선제 타격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역시 발언 수위를 낮췄다(한 미국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중국의 요청에 따른 변화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일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상황이 적절하면 영광스럽게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4월 28일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우리의 목표는 북한을 무릎 꿇게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돌려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북한의 체제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틸러슨 국무장관은 조건 없는 협상의 가능성은 단호히 배제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조건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의 수위가 낮춰진 대북 발언을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관리들은 조기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선거운동에서 강경 발언을 했지만(예를 들어 그는 지난해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후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미국과 더는 보조를 맞추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진 않는 듯하다.

예를 들어 한 미국 관리에 따르면 백악관은 한국의 신임 정부가 독단적으로 ‘햇볕정책 2.0’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들은 문재인 신임 대통령도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그런 추세가 우려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그는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관해 의구심을 표했지만 그의 캠프는 만약 미국이 한국의 대선 실시 전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신임 정부로선 어쩔 도리가 없을 것 같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의 대선 얼마 전 사드를 전격 배치했다.

한국은 민주주의 역사가 비교적 짧지만 지금까지 북한을 향한 태도는 강경노선과 온건노선을 계속 오갔다. 한국의 동맹국들은 지금쯤 그런 상황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유연성’을 자화자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밀어붙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리는 그 문제에 관해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의 국내 정치를 감안하면 신임 대통령은 한미 관계와 관련된 문제에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사드 배치와 관련해 관련 비용을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한국 국민 사이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좋지 않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며 “사드는 10억 달러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사드 비용의 한국 부담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불평과 불만도 한국 국민의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한국도 미국에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그는 바로 그렇게 ‘노’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그의 확장되는 핵병기고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올가미를 더욱 죄길 원한다(틸러슨 국무장관은 그러기 위해선 “중국의 영향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북 경제협력 강화를 주장했다. 이처럼 상충되는 정책을 양쪽에서 한꺼번에 펼칠 순 없다. 트럼프 정부는 아직 주한 미국 대사를 임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곧 양국 수반 사이의 직접 대화가 필요할듯하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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