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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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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 칼럼 단독 공개] ‘세이노의 가르침’ 못다 한 이야기

전문가 칼럼

인연이란 참 놀랍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을 돌아보며 ‘세이노 열풍’을 주목하기로 했다.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의 글을 직접 소개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쓴 저자는 잘 알려졌다시피 1955년생 1000억원대 자산가다. 대외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문장처럼 까탈스럽고 고집스러우며 대화가 통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선입견이었다. ‘어른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보고 자란 기자 홀로 가진 착각이기도 했다. 취재하며 느낀 그는 까탈이 아닌 세심함을, 고집이 아닌 신념을 지닌 어른이었다. 상대방의 의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란 평도 인상에 남는다. 세이노는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각주 성격인 이 글을 보내며 첫 문장에 “인터뷰 요청은 사양하였으나 20여 년 전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쓴 인연조차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이 글을 인터뷰 대신 쓴다”고 했다. 본지는 잊고 있던 인연의 소중함을 필자가 일깨워준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713호(12.4~10) 커버스토리로 시작한 ‘세이노 열풍’ 기획을 이렇게 저자가 직접 쓴 글로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힘든 한 해였다. 내년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른’ 세이노의 글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독이 묻어 있기 마련…직접 손을 놀려라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중 많은 수는 미래에 보유하고픈 자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말하곤 한다. 이를테면 “나는 10년 후에 100억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는 식이다. 나는 어땠을까? 결혼 후 최우선 목표는 집 하나 장만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에게 숫자로 표시되는 목표는 전혀 없었고 “한 달에 1000만원을 벌자” 같은 생각도 전혀 없었다. 혼자 벌레처럼 살면서 복권을 사던 시절에는 미래의 내가 부자로 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이후에는 내 두뇌에서 그런 상상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1년 후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내가 계획하는 미래는 길어야 3개월 정도였고, 오로지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면 수입은 늘어날 것이라고만 믿었다. 그러던 중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경매 직전의 아파트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끼고 샀다. 그 후 사업에 재정적 어려움도 많았으나(7000만원 받을 어음이 부도난 일도 있었다) 아파트 매입 5년 후 면적이 2배인 다른 아파트를 현금 구매 후 이사한 뒤에도 금전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고 그저 모으고 정기예금만 했다. 어느 날 부채 없이 보유 현금이 20억원이 되자 은행 금리가 연 10% 이상 되었던 시절이었기에 이자 범위 안에서 돈을 쓰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몇억 부자가 되자는 그런 생각은 꿈속에서도 하지 않으면서 사업과 투자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2·3년에 한 번 정도 자산을 살펴보니 부채는 전혀 없이 자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운도 따라주었지만, 사업과 투자를 제대로 한 덕분이고 독자들에게 그 방법을 자세히 얘기한 적은 외환위기 당시의 달러 투자와 전동 현수막 걸이 이외에는 거의 없는 듯싶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돈의 액수를 목표로 삼지 않았던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목표액을 채우려다 보면 사람들에게거짓말이나 뻥튀기도 할 것이고 직원들에게 야박한 월급이나 주면서도 최대한 부려 먹고자 했을 것이며 그 결과, 나의 인티그리티(Integrity·머릿속에서 옳다고 믿는 생각들과 행동이 엇갈림 없이 하나된 상태, ‘세이노의 가르침’ 186쪽)는 박살 나면서 나 자신이 내가 침 뱉던 대상으로 변하여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모습이 구역질 날 정도로 역겨워져서 나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도록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빨리 벌려고 하면 돈을 못 번다는 말이 진리라고 믿는다. 어쨌든 내 책을 읽은 독자들 중 일부는 종종 내게 질문한다. 시간을 아껴 자기 개발을 해 종잣돈을 모으라는 것은 알겠는데 ‘종잣돈을 모은 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어째서 총론은 이야기하면서 각론은 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숟가락으로 돈을 떠먹여 주기를 바라는 자들이고 비싼 강의 하나 잘 들으면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기연과 비급을 얻게 되어” 팔자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어리석은 닭대가리들이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돈이 아니라 독이 묻어 있다”(내 책을 출판한 차보현 대표의 말이다)는 것을 왜들 그렇게 모를까?나를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는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가 MZ세대이면서도 대학교 강의에서 내 책을 교재로 사용하기에 ‘어째서 세이노는 총론만 얘기하고 각론은 얘기하지 않는지’를 설명해 보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세이노는 종잣돈을 모으라고 하면서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 쌓인 돈이 부자가 될 종잣돈이라고 말하지만, 종잣돈의 기준은 누가 정해주는 것인가, 종잣돈의 기준과 가치는 독자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몇천이 종잣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몇억이 종잣돈이 될 수 있다. 종잣돈의 금액이 다르듯이 돈을 모으는 기간도 다르다. 독자마다 수입이 다른데 어찌 모으는 기간이 같겠는가.● 종잣돈은 독자의 가치관과 처한 환경, 우선순위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부자마다 부자가 된 과정이 다르듯, 종잣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공통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이노는 독자가 어떠한 상황인지, 독자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모르기에 종잣돈의 활용법에 대하여서는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까지는 일종의 보편적 방식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타인에게만 의존하면 독자 생존할 수 없다. 세이노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주었다면 1인치씩 전진하는 걸음(종잣돈을 증식하려는 노력)은 철저히 독자의 몫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줄 아는 독자라면 누군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종잣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스스로 깨칠 것이다. ● 영화 ‘위플래쉬’(Whiplash)에서 앤드류의 음악은 플래처 선생의 채찍질(Whiplash)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와 맞서 싸우고 필사적으로 분투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지휘자 플래처는 앤드류가 전혀 모르는 곡으로 교묘히 바꿔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앤드류는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카라반’(Caravan)을 당당하게 독주하며 폭군 플래처까지 흥분시킬 정도로 최고 스윙을 폭발시킨다. 즉, 영화에 나오는 앤드류처럼 독자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게임(인생)’을 만들어 나가라는 것이 세이노의 진짜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맞다. 종잣돈에 대한 얘기도 맞고, 스스로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도 맞다. 영화 ‘위플래쉬’는 드러머인 주인공 앤드류가 최악의 갑질 폭군인 선생 밑에서 끝없는 경멸과 모욕과 멸시를 당하지만 결국은 그 선생을 이겨내며 음악적 성취를 이루는 이야기이다. 사업을 하면서 나도 그런 갑질을 하곤 했지만, 격려와 칭찬은 물론 두둑한 보너스도 잊지 않았기에 플래처의 내리꽂기만 하는 교육방식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은 크게 공감하며 흥미롭게 보았다.1970년대 말, 20대 초반이었던 내가 미군 부대 안의 대학에 다니면서 학원과 기독교 관련 서적 번역으로 돈을 벌고 있던 때의 일이다. 번역일을 꽤나 하며 우쭐하던 시기에 어느 기독교계 대형출판사에 번역 지원을 하였더니 짧은 영문 자료를 시험 삼아 번역하여 오라고 했다. 제목은 데올로구메논(theologoumenon). 조직신학 용어인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힌트를 좀 얻으려고 여러 도서관을 뒤져봤지만 내가 받은 원문이 독일어 신학백과사전 ‘사크라멘툼 문디’(Sacramentum Mundi)의 영어번역본에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만 미군 군종장교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결국 몇 주 동안이나 끙끙대며 헤매다 직역으로 원고지 15매 정도를 번역하고 그 출판사의 번역 총책임자에게 직접 제출했다. 그분은 내 원고지 몇 매를 읽다가 휙 내 얼굴에 집어 던지면서 짜증 섞인 음성으로 “이걸 번역이라고 했어요?”라고 내뱉는 것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모욕을 당한 것에 자존심이 상하고 ‘독일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한 건데 헤매는 게 당연한 거 아냐?’하는 생각에 그냥 나가버릴까 하는 충동도 순간적으로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내 실력이 너무나도 창피했다. 내 원고는 내가 읽어도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 나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원고지들을 모은 뒤 벌게진 얼굴로 공손히 말했다. “저 좀 가르쳐 주십시오.” 그분이 플래처 선생과 다른 점은 아주 무뚝뚝했지만 “한번 해보시겠어요?”라고 내게 물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종로서적에서 당시 독일 유학 중이던 고영민 목사가 번역한 조직신학 책과 그 책의 원서를 동시에 구입했고, 그 뒤 번역문을 원문과 한 문장씩 대조하며 한 달 이상을 철저히 혼자서 나만의 게임을 했다(원서 저자가 ‘루이스 벌콥’이었는지 ‘찰스 하지’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번역서로는 두 저자의 조직신학을 모두 읽었다). 그 다음 데올로구메논의 의미를 이제는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번역 일감을 받으러 그곳에 다시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번역 원고가 그대로 최종 원고로 인정받는 사람으로 올라섰다. 1. 부동산 이야기사람들이 투자 각론을 알고자 하는 분야는 부동산·주식(채권 포함)·사업·장사일 것이다.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오는 분야는 부동산인데 사람들은 나를 전국구 부동산 상담사 정도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전혀 아니다. 나는 내가 탐내는 물건이나 내가 보유한 물건과 관련하여서만 공부하지, 전국의 부동산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당신이 갖고 있거나 구매하려는 부동산에 대해 내게 메일을 보내 봤자 내가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 지역에 대해 조사할 리는 전혀 없으므로 시원한 답은 결코 줄 수 없다.(법적인 문제로 인해 메일을 보내는 독자들도 꽤 있는데 내가 힌트 한두 마디 정도는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법을 새로 공부하여 해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내가 부동산 하나를 사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곤 하였는지 당신은 모를 거다. 한 번은 100여 개 이상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며 소유주의 나이, 관계회사 재무제표, 대출 상황 등을 전부 분석한 후 마음에 드는 것들만 추려낸 적도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기까지 3년을 계속 지켜보다가 매입하기도 했다. (비단 부동산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나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것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변기에 앉아서 한 시간 이상을 서류에 몰두한 적도 가끔 있었는데 직원은 내가 화장실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줄로 착각하여 작은 소동이 일어났던 적도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왜 그렇게까지 파고드느냐고 묻기도 하고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냐고까지 하는데, 사실이 뭔지도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생각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자칫 고통 속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솔깃한 얘기일수록 들리는 대로 믿어 버리기 쉬운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서 뒤쪽에 쓰겠다.)당신이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였다 할지라도 갓난아이 우유 먹이듯이 누군가 떠먹여 주기를 바란다면 조만간 사기나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대부분의 사람은 복잡한 등기부등본 분석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친구들이나 부동산중개업소 혹은 강의팔이들이 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이다가 부동산을 매입한다. 전세 사기범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 역시 사람들이 일부 개X 같은 중개사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너무나 잘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 말이 틀렸는가? 부동산 시장의 흐름부터 배워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경제신문이나 경제주간지 하나 정도는 반드시 종이로 구독하여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당신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기사만 읽을 텐데? 당신 눈에 숨어 있는 기사들은 지면을 펼쳐 볼 때나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당신 나이와 상관없이 부동산에 대해서는 미리미리 그렇게 공부 좀 하여라. 이미 20여 년 전에 “부동산에 빨리 눈 떠라” 하면서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도 말하지 않았던가(‘세이노의 가르침’ 707쪽). 2. 부동산 경매 이야기동아일보 칼럼 연재의 마지막 회(2001년 9월 12일)에서 나는 아래 글을 쓴 바 있다.“작년에 서울 강남에서 지은 지 2년 된 빌라트가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대지와 건물에 대해 모두 저당이 잡혀있었으나 대지에 대한 저당권 문제만큼은 낙찰자가 해결해야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붙어있었다. 결국 대지권 없이 건물 소유권만 갖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이런 집은 재산권 행사에 지장이 있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입찰에 참여하여 감정가의 반값에 낙찰받았다.”그 특별매각조건은 대지 지분에 대해 근저당이 과도하게 잡혀 있는 별도 토지등기가 낙찰자에게 인수된다는 것이었다. 즉 대지 근저당권자가 경매낙찰가에서 대지분 가격을 분배하여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경매로 인해 소멸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경매 전문가들은 모두 위험한 물건이라고들 한다. 위험한 것은 맞다.대지에 대한 근저당은 건설사가 대위 등기한 것이었다. 등기부의 복잡한 기재 내용들을 살펴보니 건물분 소유권자는 A이고 대지지분의 소유자는 실제로는 A와 B였으나 등기법적으로는 A였다. A와 B는 모두 건설사에 대한 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C에게 대지지분의 양도 계약을 하였으나 집합건물에서 건물분 소유자와 대지분 소유자가 다를 수는 없으므로 C의 명의로 등기가 되지는 못한 상태였다. 건설사가 대지지분에 설정한 채권최고액은 8억5000만원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낙찰받았던 금액은 4억2000만원 정도였다. 낙찰 후 내게 지대(대지사용료)를 청구한 자가 있었을까? 없었다. 등기부상 경매물건 소유자는 법적으로 A였고 낙찰된 부동산의 직전 소유자가 낙찰자에게 지대를 청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근저당권자였던 건설사에서 내게 대지지분을 사라고 권유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하려면 C가 동의하여야 하는데 C는 등기부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채권자나 채무자도 아니었고, 경매 낙찰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입찰하려는 사람으로 추정되었다.(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몇 %나 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곳을 전세금 4억원에 임대하고는 이 물건이 세월이 지난 후 다시 경매되도록 하고자 했다. 왜? 이런 집합건물이 세월이 지나 다시 경매로 나올 때는 이미 이전 경매에서 특별매각조건을 낙찰자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경매가 진행되었으므로(그 조건이, 근저당권자에게 돈을 실제로 주고 대지지분에 대한 별도 등기를 반드시 해지시키라는 것은 전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건물분과 대지분의 소유자는 동일인으로 간주된다. 결국 두 번째 경매에서는 대지분에 대한 별도의 등기는 사라지고 감정가에서의 건물분과 대지분의 비율대로 낙찰가가 분배되어 대지분 근저당권자에게 지불된다. 결국 1차 경매에서는 전세금 수준의 비용으로 낙찰을 받고, 전세금을 받은 후 세월을 기다렸다가 다시 경매로 처리되게 낙찰자가 “자의적으로” 만들면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부동산 가격 인상분 정도는 그대로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월이 좀 지난 후 이루어진 두 번째 경매에서 낙찰자는 C였다. 내가 회수한 돈은 전세금 등을 제외하고 약 1억9000만원이었는데 투자 기간이 예상보다는 길었지만 세금 등을 포함하여 4000만원 정도 투자하고 거둔 수익으로는 괜찮았다.자, 내가 동아일보에 특별매각조건 관련하여 칼럼을 쓰고 나서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내게 이 경매와 관련하여 질문한 자가 있었을까? 한 명도 없었다. 오늘 날짜로 검색하여 봐라. 토지별도등기 인수라고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있는 경우 2번의 경매를 이용하여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단 한 명이라도 글을 올리거나 책에 쓴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22년 전 칼럼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돈이 돈을 버는구나’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 지식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다. 먼저 지식을 쌓고 사람들이 지식 부족으로 입찰을 꺼리는 경쟁이 약한 물건을 찾아라.” 지식을 쌓으라는 말은 스스로 공부하라는 뜻이다. 경매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책이 아니라 경매법 자체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책부터 먼저 읽고 공부하여라. 등기법 역시 경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법원공무원교육원 교수였던 분이 쓴 ‘집합건물의 등기’(신언숙·육법사)인데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절판된 책의 중고품을 몇만원씩 지불하고 사는 사람을 나는 평상시에 도서관을 가까이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 본다. 대한민국에서 출판된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전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협약된 도서관에 가면 지정된 PC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 원문을 볼 수 있고 대부분 복사도 가능하다. 협약된 도서관은 공공도서관·대학도서관·전문도서관 등이 있는데 당신이 사는 동네에도 틀림없이 있을 작은도서관(전국에 약 7500개나 있다)도 협약 도서관이고 해외에 있는 외국 도서관들 중에도 협약 도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절판된 책을 읽다가 보유하고픈 부분을 복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A4 1장당 40원이므로 2쪽씩 인쇄하면 1쪽당 20원이다. 법적으로는 책의 3분의 1분량 정도만 복사가 허용된다.(나는 국회도서관도 몇 번 이용한 경험이 있는데 민간인용 주차장이 너무 멀다.) 전세 사기 문제가 심각하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동산중개사들을 불러 교육을 시키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계약을 맺고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주인이 바뀌면 HUG에서 임대 조건이 바뀐 것으로 치부하여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수 있으니, 임차인에게 매달 등기부등본을 떼 보고 주인이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하도록 안내하라고 한다고 들었다(다중언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공인중개사 MINO가 알려주었다). 미쳤나? 대한민국에서 매달 자기가 사는 집 등기부등본을 떼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외국인 임차인은? 그것보다는 집주인이 바뀌면 자동으로 임차인과 HUG에 알람이 가도록 시스템을 바꾸거나, 시스템 변경에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면 모든 임대차계약서에 “부동산 소유권이 변경되는 계약이 발생하면 계약일로부터 3일 이내에 임차인과 HUG에게 동시 통보하여야 한다. 이를 어기는 경우 임대인은 이러저러한 벌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강제 삽입되도록 하면 어떨까? 3. 사업과 장사 이야기1980년대 말, 여름 길거리에 있는 건물 지하 1층의 식당이나 찻집 같은 곳을 가게 되면 대부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지하층 벽체에 스며든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면서 나는 냄새였고 습기를 제거하는 전기 제습기를 설치하면 해결될 문제로 보였다. 그 당시 청계천과 용산 전자상가들의 상점들에서는 미국 월풀(Whirlpool)의 제습기가 판매되고 있었는데 가격이 40만원대 후반이었다. 나는 경쟁력 있는 제습기를 수입하여 판매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월풀 제습기를 하나 구입하여 사용자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보았다(제습기의 작동 원리 및 부품들의 기능 등을 배우고, 마케팅 측면에서 월풀 제습기에 있는 약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약점이 없으면 포기하려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다고 하지 않던가). 제습기는 거의 대부분 바닥에 놓게 되므로 전원 스위치나 제습 강도를 조정하는 스위치 같은 것은 모두 상부에 있어야 할 텐데 월풀 제습기의 스위치들은 사용자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제습기 전면에는 물 세척이 가능한 공기필터가 있고 하부에는 습기를 빨아들여 응축시킨 물이 고이는 물통이 있었다. 물통이 가득 차면 표시등이 켜져서 물통을 비워야 함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물통을 비우려면 벽체 가까이에 놓은 무거운 제습기를 앞으로 잡아당긴 뒤 그 후면에서 물통을 빼내야 하는데 제습기 본체에 바퀴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을 빼내는 과정에서 물이 출렁거렸고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졌다. 물통을 빼내는 곳이 제습기 전면에 있고, 응축된 물이 직접 건물 내 배수구로 나가도록 할 수 있는 호스 연결구가 뒷면에 있는 제품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디자인도 월풀의 고전적 디자인보다는 모던한 디자인의 밝은 색상이 더 좋아 보였다. 제습 용량은 크기에 따라 달랐지만 회사별 차이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페더스(Fedders)의 제품이었다.그 제품을 즉시 수입했을까? 사업이 그렇게 쉽게 진행되겠는가? 법적으로 복병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판매용 전기용품은 수입 이전에 KC 안전 인증을 받아야 수입 통관을 할 수 있었다. 안전인증을 받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했으며 사후서비스를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도 밝혀야 했는데 나에게는 버거운 과제였다(현재 수입 하이브리드 슈퍼카 중에는 충전 코드에 대한 안전 인증이 쉽지 않기에 이미 인증을 받은 국산 제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그 당시 알게 된 것: AC(교류) 전원을 사용하지 않는 DC(직류) 전기용품은 안전 인증이 면제되었기에 AC를 DC로 바꾸어 주는 트랜스를 이미 인증받은 국산으로 제공하면 된다는 것. 이를테면 워터픽(구강세정기)같은 경우 220V용이면 수입판매하는 데 애를 먹지만 직류용인 경우는 국산 트랜스를 끼워 팔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오디오 스피커 같은 것은 앰프에 물리는 것이므로 안전 인증이 없다는 것(이런 규정들이 요즘은 전자파 문제 때문에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자, 어쨌든 제습기는 AC 전원을 사용하여야 했다(그 당시는 110V와 220V가 혼용되던 시기였다). 나는 관세청의 품목별 수입 제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두꺼운 관세품목 분류표(HS code) 책자를 구입하여 살펴보았고 거기서 제습기는 전기사용량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KC 안전 인증이 면제되는 산업용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페더스의 제습기 중에서 하루 제습량이 가장 큰 제품 한 종류만을 수입하기로 하고 페더스 본사의 아시아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여름이 오기 전, 컨테이너 1개분을 꽉 채운 제습기가 도착하였다. 당시 내 사무공간까지의 도착 가격은 제습기 1대당 25만원 선이었고 판매가격은 경쟁사 제품과 비슷하게 48만원으로 정했으며 기존에 컴퓨터나 음향 설비를 판 곳과 도서관들에 안내문을 먼저 돌렸다. 청계천이나 용산 전자상가에는 단 1대도 위탁판매용으로 전달하지 않았고 할인판매도 금지하였다. 판매 방식은 방문 구입 혹은 현금이체(화물발송비 별도)만 하였고 불티나게 팔렸기에 추가 수입을 부랴부랴 하였다. 판매가 잘된 이유는 경쟁사 제품의 약점들을 정확하게 파고들면서 무료 사후서비스를 무려 5년으로 해주었기 때문이다(퀴즈: 나는 무슨 배짱으로 5년을 내걸었을까?) 구매자가 고장 난 제품을 가져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0분 이내에 수리해 전달하며 3회 이상 고장이 나면 신품 교환 조건이었다. 실제로 고장 난 제품이 들어오면 신품에서 겉 케이스만 제거하여 교환한 후 바꿔주었고(15분도 안 걸렸다) 손님이 간 후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를 체크하였는데 내부에 있는 컴프레셔는 삼성이 만든 것이었음도 그때 알았다.제습기 판매로 1년마다 서울 맨션아파트 한 채 값 이상의 수익을 올린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페더스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의 큰 회사에서 내가 수입하던 물량의 2배를 수입 약정하겠다면서 독점권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미원통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포기하겠다고 했다. 물량을 키우려면 용산과 청계천에 상품을 도매가격으로 깔아야 하고 전담 영업사원도 지정하여야 하며 외상값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결국 물량을 2배로 키워도 내 손에 쥐어지는 수익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중단하기에는 수익이 컸기에 멕시코로 날아가서 페더스의 남미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큰 조직일수록 영업 담당자들은 서로 정보 공유를 안 하므로 남미 담당자는 나에 대해 전혀 몰랐고 손쉽게 물건을 주문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들이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것을 한국으로 보낸 뒤 귀국하였고 더 이상 가져올 물건도 없었으므로 천천히 느긋하게 팔았다(물량을 2배로 늘려 수입하겠다고 한 그 회사에서 그 후 따로 물건을 들여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의 방해 공작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미수금 발생은 전혀 없었고 나는 5년 서비스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독자들에게 알려주려는 내용은 첫째 어 이게 왜 없지? 하는 자각, 둘째 경쟁제품의 약점 파악, 셋째 법적 장애물을 뛰어넘는 지식, 넷째 많이 파는 것이 장땡은 아니라는 것, 다섯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5년 무상서비스 약속 준수이다. 장사는 어떨까? 이미 내가 내 책에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 사람들 대다수가 망하여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어느 독자가 그 흔하디흔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하였는데 몇 개월도 안 되어 대박이 났음을 전해왔다. 그 비법이 무엇이었을까?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좁은 길로 간 것뿐이었다. 정말로 비법이기에 공개하기 어렵다(내게 묻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장사를 할 때 남들 하는 것처럼 하면 망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약속은 지켜야 약속이다. 몇몇 독자가 내게 알려준 내용: 어떤 온라인 강의를 “100% 환불보장”이라고 하여 들었는데 막상 환불 신청을 하니 아래와 같이 답이 왔단다.“100% 환불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전체 강의를 수강 및 미션을 수행하세요. 2.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실행하세요. 3.xxx 대표가 직접 수업에 배웠던 지식에 대하여 질문드리겠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모두 답변을 완벽하게 하세요. 4.그럼에도 삶의 변화가 없었다면 환불해 드립니다.”그래서 찾아보니 제목은 ‘ 돈이 따라오는 억대 소득의 자수성가법’이고 화면을 넘기면 ‘EVENT2 100% 환불보장제’라는 제목으로 “환불보장제 적용”이라는 구호를 여러 개 배경에 깔아놓고 강사 얼굴이 나오면서 “수강 후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면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나온다. 다시 화면을 넘기면 “안 되면 진짜 말씀하세요. 100% 환불보장”이라는 글 밑에 강사 얼굴이 나오고 “수업을 모두 수강하고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는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고 나온다. 그리고 위에서 인용한 “100% 환불기준”은 마지막 화면 하부까지 가야 지금까지 나왔던 글씨들보다 훨씬 작은 글씨로 나온다(부동산이나 보험 광고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아주 작은 글씨로 써 놓는 것과 유사하다). “100% 환불기준”을 읽은 후 쌍욕이 전혀 나오지 않고 말 그대로 100% 환불보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애초부터 환불 약속을 지킬 생각은 있었을까? 아무도 환불을 받아 가지 못했으므로 100% 모두 만족하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도대체 누가 이렇게 광고하는 것일까? 심리전문가를 자칭하며 자기 강의만 들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하는 박세니다(강의 중에 박세니가 “세이노 그 사람 돈 많으면 뭐해, 정신과 다니는데”, “세이노가 그렇게 돈 많이 벌어봤자 매일 정신병약 먹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야”라고 틈틈이 걱정해 준다는 제보도 받았다. 내가 내 책에서 대장동 사건으로 불안해져서 정신과를 다녔다고 한 얘기 때문인 듯싶다. 그때 정신과 의사인 동창을 찾아갔더니 여러 가지 심리 조사와 몇 차례 상담 후 이렇게 얘기했다. “의사로서 뭘 해줘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너에게는 어떤 약도 의미가 없다. 심리 조사에서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심지어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너 같은 사람을 나는 처음 본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런 네가 관련되지도 않은 정치적 부패 사건에 불안해하며 이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다. 네가 왜 그거까지 걱정을 하냐.” 어쨌든 현재 3가지 비타민과 가벼운 고지혈증 약을 매일 먹는 나에게 박세니는 정신병약까지 먹이고 싶은가 보다).100% 환불보장은 일정 기간 이내에 구매자가 불만족하면 무조건 100% 환불하는 것이지 구매자가 판매자의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처음일 것이기에 확실히 박세니는 선구자인 것 같고 “100% 환불보장”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최면을 일단 걸어 놓고 마지막에 그 환불조건을 작은 글씨로 표시하는 것 역시 최면을 강조하는 박세니답다. 4. 보험보험은 위험 대비용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 나는 이견이 전혀 없으나 보험을 대여섯 개씩 드는 것은 보험설계사의 꼬임에 넘어갔다고 본다. 꼬임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보험회사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고 수익을 만들어 내는지는 알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보험사들의 비밀 하나부터 얘기하자. 오래전 12월이 되면 나는 계좌에 20억원 정도 준비해 놓곤 하였다. 그때가 되면 유명 보험사 지점장들로부터 청탁이 들어왔는데 12월 31일 이전에 5억원을 입금하면 즉시 5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1년 후 5억원에 대해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것이었다(5000만원은 그 당시 백화점 대형봉투 하나에 만원권으로 모두 들어갔다). 당연히 나는 응하였고 연말을 기다리기까지 했다(이걸 몇 년이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그 5000만원은 수십 명의 보험설계사 수수료로 떼어놓은 금액이었는데 보험설계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 신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던 시기였음에도 그런 일이 가능하였다는 것은 세무서나 감독기관도 잘 모르는 구석이 보험사들에 있었다는 뜻이고 지금도 여전히 일부는 남아있지 않을까?예를 들어, 혹시 기존 보험은 해지하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걸 보험업법에서는 자사 승환이라고 하는데, 타사 승환도 있다. 자사 승환은 가입자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가입 나이도 늘어나 예전보다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기에 6개월 이내의 자사 승환은 불법으로 금지되고 있음에도 기간에 상관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보험사에도 이익이 되고 설계사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승환 요청은 일단은 거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보험은 크게 생명·손해·질병 관련으로 분류된다. 보험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분야는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하는 생명보험이다(보험료는 가장 비싸지만 갑자기 죽을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영업은 기본적으로 인맥을 바탕으로 한다. 당신이 보험을 들게 된 것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찾아와 권유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보험설계사는 없는 돈에 수입차를 사서 골프도 치러 다니고 명품도 걸치며 종교모임은 물론 갖가지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인맥이 없는 경우에는 보험 가입에 관심이 있는 고객명단(DB)을 회사에서 받는다. 그 명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예를 하나 든다면 홈쇼핑에서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준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상담을 받았던 사람들의 정보가 분석·집약되어 DB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허접한 DB도 만들어지고 좋은 DB도 만들어지게 된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1만원 할인쿠폰을 준다는 것도 당신이 예뻐서 쿠폰을 주는 것이 아니다. 여러 유명 생명보험사들이 그 전속 대리점 및 “모집위탁계약을 체결한 자”(보험설계사를 의미한다) 등에게 줄 DB를 만들고자 당신의 개인정보를 얻으려고 1만원 이상을 지불하기 때문이다(확신하건대 그 DB 중 일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불법적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회사에서 준 DB에 의존하면 영업 수당도 줄어들고 인맥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그만두는 설계사들이 계속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설계사들이 끊임없이 충원되어야 하니 고수익을 내세워 유인하는 것이다.요즘 보험설계사들은 생명보험의 하나인 종신보험을 상속세 절세용으로 국세청이 추천하는(또는 인정하는) 방법이라고 너도나도 선전하면서(인터넷 검색하여 봐라) 국세청이 발행한 ‘세금 절약 가이드’에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고까지 말한다. 정말? 내가 2020년·2021년·2022년·2023년도의 ‘세금 절약 가이드’를 뒤져보았지만 “자녀 명의로 보장성 보험을 들어 놓는” 것이 여러 가지 상속세 납세자금대책 중 하나로 언급되어 있을 뿐이지 종신보험이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은 완전 뻥이다. 왜 뻥을 칠까? 그게 보험설계사에게 가장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상품이어서 그렇다. 어느 정도나 수수료를 주기에 그럴까?(종신보험이 상속세 대비책이 되려면 보험료를 반드시 소득이 이미 있는 자녀나 배우자가 납부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결국 종신보험은 상속인들이 자기들 돈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피상속인이 빠른 시일 내에 사망할수록 유리하고 오래 살수록 불리하다.) 박세니의 ‘억대소득 세일즈맨 양성-박세니마인드코칭 삼성생명 협업프로젝트’를 보면 “억대소득 세일즈맨이 되는 기회를 드리려고”한다면서 선발 과정을 이렇게 명시했다. 요즘(2023년 11월) 박세니의 오프라인 강의는 ‘강의만족도 98%, 강의추천률 98%’을 내세우면서 초급·중급·고급 과정이 165만원이며 최면반이 따로 있다. 입금하면 ‘박세니마인드코칭 수강안내(환불규정안내)’를 알림톡 등으로 받게 되는데 납입한 강의료는 강의 시작일 3일 전 ‘오후 5시 이후 환불·변경 불가’로 나오며 “100% 환불”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매주 중급반과 고급반 강의 후에 있는 미팅에서는 삼성생명 WM(Wealth Management·자산관리이지만 실제는 보험상품 판매다) 영업직원들이 십여 명 참석하여 보험영업을 권유한다. “고급반 수업도 보험영업에 도움 되는 내용 위주이며 ‘삶을 바꾸려면 높으신 분을 최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최근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 제보해 주었다.2023년 6월 22일, 인스타그램에서 박세니는 4월부터 삼성생명의 파트너가 되어 제자들을 연결시켰다고 하면서 4월에 11명으로 시작해 26명이 합류하였고 삼성생명보험으로부터 6월 21일 2692만5135원을 첫 소득으로 입금받았다고 하였다. 파트너가 되었다는 말은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보험설계사를 삼성에서는 FC(Financial Consultant)라고 하지만 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영문 호칭이 15개 이상이고 재무상담사·금융전문가·인생상담사 등으로도 부르지만 좀 더 멋있게 보이려고 지어낸 것들일 뿐이고 법적으로는 모두 다 보험상품을 파는 보험설계사이다. FC는 보험사의 직원이라기보다는 자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며 관리자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관리자인 경우에는 자기 밑에 영업조직을 두며 그 조직원들의 활동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박세니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 박세니는 삼성생명 본부장으로부터 8월 11일 ‘경력도입 우수 FC’ 특별상을 받은 사진도 올리면서 “억대 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경력도입’이란 다른 회사에서 보험설계사를 했던 경험자를 삼성생명에 들어오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박세니가 “억대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억대소득을 달성하는 대표적 방법은 상속세 걱정을 하고 있을 부유층 고객이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박세니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0만원을 납부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보험설계사는 도대체 수수료를 얼마나 받게 될까? 법적으로는 월 납입액의 12배인 1억2000만원이 상한선이지만 법인보험대리점(GA)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이른바 ‘시책비’(판매촉진비)를 별도로 받아서 보험설계사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기에 2억원 정도도 받는다. 보험 가입자가 1년 이상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한 그 수수료는 설계사의 수입으로 남는다. 속된 말로 1년에 1명의 부자만 가입시키면 놀고먹을 수 있게 되고, 심지어 누군가 가입한 것처럼 만들어 놓고 자기 돈으로 1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후 1년 후 해지하여도 수수료가 남을 수 있다(이른바 차익거래라고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물론 금감원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은 하는데… 글쎄다). 삼성생명은 GA 자회사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세니가 소속된 삼성생명 ‘헤리티지 센터’는 헤리티지(유산)라는 명칭이 암시하듯이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다. 생명보험 영업조직은 리쿠르팅(채용)-교육-영업으로 이어지는 경로 관리가 핵심이며 일종의 다단계적 성격으로 자신이 만든 조직의 보험설계사 실적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는데 조직이 커지고 실적이 올라가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박세니는 FC로 활동하면서 소위 제자들을 리쿠르팅하여 영업에 투입 활용하는 것이다. 중도 포기자가 생기면 새로 인원을 채워 놓으면 된다. 어째서 그 제자들은 생명보험사 영업직 입사 면접은 웬만하면 다 합격하는 것이고 보험 영업방식은 유튜브에 엄청나게 많은데도 박세니의 교육 강의에 돈까지 낸 후 자기 수수료의 일부가 박세니에게 할당되도록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박세니의 말대로 했더니 높으신 분이 최면에 잘 걸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놀랍고 고마워서?).박세니 강의의 뼈대는 멘탈 프로그램을 팔면서 삼성생명에서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구체적 취직 제안까지 하는 것임을 볼 때, 삼성생명 입사를 미끼로 ‘쎈멘탈 판매’ 등 개인 장사를 직접 연계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문제가 될 텐데 삼성의 준법감시팀이나 윤리경영팀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면 좀 놀랍다. 게다가 박세니의 강의는 주로 ‘돈을 벌고 최고가 되는 것’을 자기 최면과 타인 최면을 통해 이루라는 것인데, 자기 최면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타인 최면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서 나오듯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심리적 지배) 같은 시도이고 처음 만난 여자에게 최면을 시도하여 뭔 짓을 하려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이 글을 읽고 종신보험이 보험설계사에게 그렇게나 수당을 많이 주는데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과연 그 보험이 운영될까를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의 눈이 떠진 것이다). 5. 주식주식에 대해서는 2008년 10월 11일 딱 한 번 다음 카페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삼성전자가 내 관심사고 포스코는 아니다”라고만 언급한 바 있다. 그 당시 그 말을 하고 나서 후회를 정말 많이 하였는데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 주식을 사도록 유도한 것과 다름없는(그래서 주가가 더 오르도록 유도하여 수익을 더 보려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자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조차 90% 이상이 이 주식이 좋다는 식이며 목표주가를 높이 잡는다. 왜?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야 자기네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리딩방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모두가 그런 심보로 주식을 추천한다. 아 물론 그런 심보를 역이용하여 초단타 위주로 하면 좀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세이노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을 통해 내 사익이 증가한다면 나 자신이 X 같은 나쁜 놈으로 전락하게 됨을 잘 안다. 언젠가 L 및 K 재벌가 사람들(손자들)의 작전회의에 각 한 번씩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은 ‘결국 개미들이 밥이 되는구나’였고 1원도 가담하지 않았다. 약 1년 후 K 재벌의 직계 가족이 구속되고 몇 개월 후 L 재벌의 직계 가족도 구속되었는데 내가 양쪽 모두 가담했다면 가중 처벌을 크게 받았을 듯싶다.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그 작전에 가담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를 K 재벌에 연결해줬던 동창 녀석은 15억원 정도를 날렸다. 내가 개미들에게 하고픈 말: 주식으로 큰 수익이 났을 경우 당신이 똑똑하고 주식투자 재능이 있어서 돈을 번 것은 절대 아니므로 전업투자자가 되겠다는 개꿈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전업투자를 하다가 배우자도 모르게 엄청난 빚을 진 후 내게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으면 빨리 처분하여야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계속 집어넣는 짓도 절대 하지 마라.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라는 성경 말씀도 있다(야고보서 1:14). 통정 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폭삭 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하한가 사태에서 무려 1500명의 의사들이 위임 매매를 하였던 것도 ‘욕심에 끌려 미혹’당한 것이다. 이때 역시 내게 수백억원을 날렸는데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낸 독자가 있었다.거듭 강조하는 것이지만 주식 투자는 여유 자금으로 하여야 하는 게임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이길 확률은 10%도 안 된다. 그래서 내가 20여 년 전에 썼던 글은 아직도 유효하다. “편안하게 빨리 돈 벌고 싶어서 애를 태우는 자들이여. 평생 가난의 괴로운 숯불이 이마 위에 올려지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채권은 어떨까? 채권은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식 정보보다 훨씬 쉽게 얻을 수 있다. 국고채는 자본차익(금융투자수익)이 비과세이기에(2025년부터 과세되는 것으로 예고되어있다) 종종 종합소득세율이 이미 40% 이상 되는 경우에는 정기예금 이자 수익보다 세후 실수령액이 더 높다. 즉 종합소득세율이 낮은 경우에는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좋은(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아주 낮은) 회사채는 개미들에게는 기회가 잘 안 간다. 2023년 11월 2일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하였다는 기사가 그다음 날 떴다. 수요예측은 증권사나 투자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큰손들에게만 연락하여 예상 투자액을 물어보지 개미들에게는 전화도 안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잣돈이 모이면 좋은 회사채들은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경제기사를 평소에 꼼꼼히 잘 읽어나가라. 요즘은 인터넷 뱅킹에서 10만원으로도 채권투자가 가능하므로 경험을 쌓아가며 소소한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H지수 ELS의 헤지자산 74% 정도는 국내 채권이므로 ELS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상반기에는 그 시점에서도 만기가 남아있는 채권들이 ELS 자산 현금화를 위해 쏟아져 나올지 여부도 주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다만 나는 ELS, ELB, DLB, DLS 등등 금융공학자들이 만든 상품들은 가까이하지 않는 고집이 있다.) 6. 팩트를 보는 법2014년 12월 5일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된 내 글을 내 책에서 읽고 나서(541쪽), 마카다미아를 봉지째로 주는 것으로 서비스 매뉴얼이 바뀌었는데 그것을 조현아 부사장이 모르고 있었고 세이노도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이 종종 독자 메일로 오곤 하였다. 그래서 내 책 17쇄부터는 552쪽에 ‘손님에게 알레르기가 있으면 먹지 않을 것이므로 봉투째 준다는 얘기를 누가 하던데, 나는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기 일등석에서 항공사를 불문하고 그런 경우를 경험한 바 없다’고 첨언하였고, 실상을 좀 더 조사해 봤다.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언론의 기자들이 팩트(Fact·사실)를 제대로 못 보고 비틀어 보도한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으며 나무위키나 위키백과도 대동소이했고,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하는가’ 책이 생각나는 사건이었다.(팩트를 골라내는 법을 알게 되면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하여진다.)아마 당신은 그 비행기에서 승무원의 땅콩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조현아가 서비스 매뉴얼이 바뀐 것을 모르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 매뉴얼이 바뀐 것을 알고는 사무장에게 화살을 돌려 화풀이를 한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땅콩을 봉지째 주는 대한항공 홍보영상 장면도 있다고 하여 나도 봤는데 광고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화면이 예쁘게 나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서비스 매뉴얼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이 비행기 이륙 전 조현아에게 객실 승무원이 승객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마카다미아(언론에서는 땅콩, 콩, 너츠 등으로 표기했다)를 봉지째로 전달한 것에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날 회사 내부 이메일로 인증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블라인드’의 대한항공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이 떴다고 한다(동아일보 2014-12-10).“음료와 마카다미아 너츠를 줄 때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규정은 음료를 요청한 승객에게 마카다미아 너츠를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리에 들어가서 뜯어서 작은 그릇에 담아줌)…갤럭시노트 10.1을 꺼내 규정을 보여줌.(당연히 잘못이 없는 객실 승무원)…”2014년 12월 10일 한겨레신문은 서비스 매뉴얼을 단독 입수하여 “조현아의 딴죽? 승무원은 ‘매뉴얼’대로 했다”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10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FR/CL) 웰컴 드링크 SVC(서비스) 시 제공하는 마카다미아 너츠 SVC 방법 변경’ 공지를 보면, 승무원은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 너츠를 포장 상태로 준비하여 보여준다(showing)”고 명시돼있다. 이어 “마카다미아 너츠를 원하는 승객에게는 그릇에 담아 가져다드릴 것을 안내해 드린 후, 갤리(Galley)에서 버터볼(작은 그릇)에 담아 준비하여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아드린다”고 돼 있다.이 매뉴얼 변경이 공지된 것은 2012년이다. 변경 내용은 승객에게 ‘봉지째 마카다미아 너츠를 보여주라’고 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다만 그 뒤 원하는 승객에게 갖다줄 때 ‘봉지째 제공’하던 것을 ‘그릇에 담아 제공’하도록 바꾼 것이 전부다. 미주노선을 운항한 적이 있는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지난 5일 뉴욕발 항공기 승무원이 봉지째 너츠를 갖다 보여줬다면 이런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다.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2014년 12월 10일 경향신문은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의 ‘잘못’을, 노조 측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의 ‘착각’을 주장하고 있음을 보도하였다.“여전히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승무원이 1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 견과류를 봉지째 건네자 조 부사장이 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다고 지적을 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반면 노조 측은 “드실 것”인지 승객에게 물어보기 위해 규정대로 봉지를 들고 갔는데 조현아 부사장이 화부터 낸 것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그리고 하루 뒤인 2014년 12월 11일 경향신문은 그 매뉴얼의 영어 원문을 보여주면서 아래와 같이 보도하였다.“…당시 문제가 된 것은 마카다미아를 어떻게 서비스하느냐였다. 승무원은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에 대해 왜 봉지를 뜯은 뒤 마카다미아를 버터볼(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느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지난 10일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 객실 서비스 매뉴얼을 보면 “웰컴 드링크 서비스 시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넛을 포장 상태로 준비해 보여준다”고 돼 있다. 이어 “승객이 마카다미아넛을 원하면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에서 버터볼(그릇)에 담아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는다”고 돼있다. 2012년부터 이 매뉴얼대로 서비스해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매뉴얼을 잘못 알았다는 것이다.”2014년 12월 19일 경북매일신문 기사 내용: “조현아는 자신이 탄 비행기에서 땅콩을 봉지째로 줬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내리라고 지시해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이 공항에 내린 후 비행기가 출발하게 했다. 비행기 기내 규정은 땅콩을 요청한 승객에게 땅콩을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러리에 들어가서 뜯은 후 작은 그릇에 담아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사무장이 했던 행동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 조현아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결국 구속 기소되었다. 2015년 1월 16일 경향신문이 조현아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입수하여 분석한 단독 기사에 의하면 12월 5일 현지시간 0시 43분 “승무원 견과류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 조 전 부사장 승무원에게 ‘매뉴얼 가져오라’ 지시. 박창진 사무장 매뉴얼 담긴 태블릿 PC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 격분”으로 언급된다. 0시 53분에는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 사무장에게 ‘당신 잘못이야. 네가 내려’ 지시”하였다고 한다.즉 승무원이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했음이 분명하므로 경향신문의 12월 11일자 기사는 틀린 뉴스가 되고 경향신문 12월 10일자 기사에서 나온 노조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이 된다.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공소장은 물론 여러 기사에서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 없었다는 것 알면서도”라고 하거나 “뒤늦게 조 전 부사장은 변경된 매뉴얼에 따라 김 씨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적반하장격으로 박 씨에게 ‘화살’을 돌렸다”는 식으로 나온다. 과연 그럴까?(참고로 “조 전 부사장 격분” 이유는 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간(갤리)이 바로 앞에 있고 그곳에 종이 매뉴얼이 있는데 사무장이 태블릿PC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비행기 이착륙 시 승무원이 하는 안내방송 역시 제아무리 고참 승무원일지라도 종이 매뉴얼을 보면서 하는 것이고 종이 매뉴얼들은 언제나 그것이 필요한 장소에 놓여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격분”할 만한 것이었냐고? 그 판단은 당신이 어떤 조직에서 그 정도 지위에 올라갔을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격분” 이후의 행동들은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2015년 2월 2일 2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무려 11시간이나 계속된 결심공판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론보도를 축약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과연 기자들이 11시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었을까? 검사의 질문들은 동아일보에서 상세히 보도했으므로 궁금하면 찾아봐라.)경인일보(2015년 2월 2일)조현아는 기내에서의 행동이 여승무원 김 모 씨의 서비스 위반으로 인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사건의 원인제공을 승무원과 사무장이 했다는 것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조현아는 기소된 이후 진행된 두 차례 공판 동안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과 달리 조심스럽긴 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진술했다. 특히 그는 당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명백한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라고 강조했다.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시 여승무원이 ‘웰컴 드링크’를 서비스한 것과 관련해 “웰컴 드링크는 매뉴얼에 ‘오더 베이시스’(Order Basis)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승객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 갖다 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승무원은 (물어보지 않은 채) 물을 갖다 주면서 콩과 빈 버터 볼을 갖고 왔고, 이는 분명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밝혔다.이는 앞서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신문에서 “관련 매뉴얼이 작년 12월 초 ‘봉지째 보여주며 먹을지 묻고, 먹겠다고 하면 작은 그릇에 담아 제공’으로 개정됐고, 이는 조 전 부사장의 결재로 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동아일보(2015년 2월 3일)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어떤 부분이 위반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물을 갖다달라고 했는데 물과 함께 견과류를 가져왔기 때문에 매뉴얼 위반”이라고 답했다. 이는 사건 초기 조 전 부사장이 “견과류를 봉지째 보여주면서 의향을 물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승객 의향을 먼저 물어본 뒤 종지에 담아 서비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라진 대목이다.본보 보도(지난해 12월 15일자 A14면)와 재판 시 공개된 매뉴얼에 따르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출발편에는 견과류 서비스 관련 내용이 없다. 세계 공항은 보안 규정에 따라 항공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주류와 음식을 담아놓는 실(seal·카트의 봉인)을 열 수 있는 곳(실 오픈 가능)과 열지 못하는 곳(실 오픈 불가)으로 나뉜다. 케네디 국제공항은 ‘실 오픈 불가’ 공항인데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초기 ‘실 오픈 가능’ 공항에서 사용하는 매뉴얼에 근거해 사무장과 승무원의 서비스가 틀렸다고 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착각한 부분이다. 주간동아(2015년 2월 29일) “당시 물을 갖다 달라는 저의 말에 승무원은 콩과 빈 버터볼 종지를 가져왔습니다. 명백한 매뉴얼 위반입니다. 서비스가 매뉴얼과 틀리다고 생각해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 있었던 저의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조선비즈(2015년 2월 6일) 검찰이 피고인 심문에서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분명히 매뉴얼에 따라 (마카다미아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나무위키에서는 “2007년 이후에는 봉지를 들고 가서 보여주고 취식 여부를 물어본 뒤 먹겠다고 하면 까서 접시에 담아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승무원은 이 지침을 완벽하게 준수했다”고 나온다.위키백과에서는 “이륙하기 전에 대한항공 객실본부장이었던 조현아 부사장이 접시 위가 아닌 뜯어지지 않은 봉지 속에 있는 마카다미아를 객실 승무원으로부터 받았다…마카다미아 서비스 규정을 잘 알지 못했던 조현아는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빌미로 객실 승무원을 심하게 질책하였고”라고 나온다.결국 진실은 ①먼저 손님에게 봉투째 보여준 뒤 ②원하는 승객에게는 봉투를 까서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게 매뉴얼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그 당시 객실 승무원은 ①에서의 보여주는 행위를 하지 않은 채 접시에 봉투째 담아 전달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가?땅콩회항의 발단이 된 서비스 문제를 내가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것은 조현아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갖가지 소문 속에서 팩트를 판별하는 능력 훈련을 스스로 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자기만의 게임을 하게 된다. 물론 당시 조현아가 남편과 아들에게 욕하고 소리 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저 사람은 평소에도 저렇게 행동하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조현아가 “격분”한 동기가 어디에 있든 간에, 사람들은 어차피 조현아를 이상한 인간으로 낙인찍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들만큼은 상황을 추종하려고 하지 말고, 설령 독자들의 미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팩트를 써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팩트를 비틀어 보도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 덕분에 안하무인의 재벌 가족들에게 경종이 울리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 동영상에서나 땅콩회항에서나 왜 조현아가 그렇게 행동하였는지를 나는 안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면 언행이 변하게 됨을 나 역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현대의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이 공사 현장에 나타나 자주 따귀를 때리거나 정강이를 걷어찼다는 뉴스 말미에 갑질 논란 따위는 전혀 없이 일을 철저히 하려는 그의 의지를 칭송하는 내용이 나오던 시절에 청춘을 보낸 사람이다. 그런 내가 다국적 기업에서 승승장구할 때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린 딸들과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딸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전화로 누구에게나 야야 하며 소리 지르고 화를 내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는 느낌을 받았다. 내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할 사람들은 가족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 내가 잘못하고 있음을 말하는 직원을 보배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그 시기였다. 어떤 조직에서든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경험적 조언: ①가족에게 뭔가를 지시하려고 하지 말아라. 가족은 당신의 하급 직원이 아니며 가족에게 당신은 직장 상사가 아니다. 청소가 이게 뭐냐, 냉장고 정리가 왜 이 모양이냐 같은 말은 회사에서나 통하는 말이므로. 먼저 가족이 하는 말에 귀부터 기울여라. ②당신을 분노하게 만든 직원이 있으면 즉시 “10분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해라. 그 10분간 분노를 가라앉힌 후 사근사근 대화하거나 이메일로 감정 표현 없이 팩트만 전달하여라. 개인적으로 나는 이 방법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체험하여 왔다. 곽상도 아들 50억원 퇴직금 수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나는 “아니 도대체 팩트가 뭔데 무죄야?”라는 생각에 판결문 속 사실관계를 며칠 동안 분석하였고 뇌물이라고 판단하였다. 때마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이 사건을 주로 이야기하는 조건으로 지난 4월 출연하여 뇌물이라고 판단한 근거들을 팩트를 통해 설명하였다. 우리 사회가 뇌물을 주고받는 부패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 외에도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팩트가 무엇인가 알아내려는 노력 역시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어서였다. 12월 19일 ‘곽상도 50억원 뇌물수수’ 건에 대한 2심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독자들과 함께 그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3.12.11 07:00

36분 소요
검찰, ‘대장동 비리’ 천화동인 6호 소유자 압수수색

정책이슈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6일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 조우형 씨와 명의자 조현성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검찰은 이들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특경가법상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강제 수사에 나섰다.천화동인 6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관계사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282억원을 배당받았다.검찰은 이 배당금이 실소유자인 조씨와 서류상 소유자인 조현성 변호사 중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증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조씨는 초기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하던 업자들이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서 사업 자금 1115억원을 대출받을 때 불법 알선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당시 조씨의 변호를 맡았다.

2023.04.06 09:38

1분 소요
공정위 “SK계열사 킨앤파트너스 자료 누락”…최태원에 ‘경고’

산업 일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초기 자금을 댄 투자자문회사 ‘킨앤파트너스’에 대한 자료를 누락했기 때문이다.공정위는 9일 킨앤파트너스‧플레이스포‧도렐‧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등 4개 사가 SK그룹의 계열사가 맞는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SK의 동일인인 최태원 회장이 킨앤파트너스 등을 계열사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최 회장을 지정자료 허위 제출 혐의로 고발하지는 않기로 했다.공정위는 4개 사에 대해 비영리법인 임원 등 동일인 관련자가 지분을 소유하거나, 동일인 혈족 2촌(동생)이 경영상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기업집단 SK의 소속 회사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주목할 점은 킨앤파트너스와 SK와의 관계다. 킨앤파트너스는 SK 소속 비영리법인인 행복에프앤씨·우란문화가 2014년 12월 15일부터 2018년 12월 24일까지 발행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던 회사다. 공정위는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2014년 12월 15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경영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킨앤파트너스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457억원을 빌려준 회사다. 최기원 이사장이 2015년 킨앤파트너스에 익명으로 400억원을 빌려줬고 이 돈이 대장동 사업에 흘러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화천대유와 SK그룹 연관설이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인데, SK 측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어 왔다.최태원 회장은 2021년 10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장동이 무엇인지, 제 여동생이 투자했는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저는 추석에 알게 됐다”며 “저나 SK그룹은 여기(대장동 의혹)에 관련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었다.SK는 이번 경고 결정과 별개로 킨앤파트너스 등 4개 사에 대해 계열사 편입 의제 취소 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2.09 16:58

2분 소요
검찰, ‘대장동 초기 멤버’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 소환

부동산 일반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초기단계부터 추진한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를 소환하는 등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2일 이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대표는 2008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부동산개발업체 씨세븐을 통해 대장동 개발을 민간주도 방식으로 추진했다. 이듬해에는 현재 ‘대장동 4인방’으로 불리는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영입하는 등 대장동 개발의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뒤인 2011년 3월부터 성남시는 대장동 부지를 공영개발하기로 계획하고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전 대표는 그 해 7월 씨세븐을 비롯한 참여 업체들의 지분 및 경영권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넘기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의 실세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소외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으로 근무하던 김만배 씨로부터 유동규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을 소개받았다. 당시 대장동 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청탁을 통해 대장동 사업은 공영에서 민·관 합동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사이동으로 수사팀이 재편된 검찰은 이 전 대표 외에도 대장동 원주민과 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장동 사업에 대해 초기 단계부터 면밀히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대장동 원주민인 우계 이씨 종중에게서 유 전 본부장 등이 원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재명 시장을 언급한 녹음 파일을 확보하기도 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2022.08.02 17:39

2분 소요
유동규 대장동 재판 불출석, “극단적 선택 시도 후 회복 안 돼”

부동산 일반

성남 대장지구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 중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후유증으로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22일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 공판에서 유 전 기획본부장의 변호인은 “어제 접견했는데 피고인이 휠체어를 탄 채로 접견하러 나왔고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지난 20일 새벽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수면제 50알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그는 이날 아침 기상시간에 일어나지 못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은 일명 ‘대장동 4인방’에 속하는 인물로 공공택지사업인 대장지구 개발을 추진하면서 화천대유와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1~7호 등 민간업체에게 651억원 상당의 배당금 등 개발이익을 몰아주고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변호인 주장에 따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변론을 분리하고 증인심문을 이어갔다. 이날 출석한 증인은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초기 자금을 투자한 킨앤파트너스 전 대표 이모씨였다. 이씨는 재판에서 “조 대표가 ‘좋은 도시개발 투자 건이 있다’고 제안하면서 관심이 있으면 시행사 대표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면서 “그 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조모 대표는 대출 브로커로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성문 대표에게 사업설명을 들은 뒤 남욱 변호사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만배 씨와 정영학 회계사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 회계사, 그리고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4인방에 속하는 인물이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4.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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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핵심 4인방' 오늘 첫 재판…'정영학 녹취록' 법정 공개 주목

부동산 일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4인방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자들의 첫 재판이 6일 열린다. 이들의 배임 혐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검찰 수사의 핵심 물증이었던 ‘정영학 녹취파일’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이날 오후 3시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전직 기자 김만배씨·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이는 검찰이 지난 9월 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산하에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지 2개월여 만에 열리는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 첫 절차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전 증거 조사 등 향후 진행될 재판의 방향을 논의하는 절차로 본격적인 공방이 오가지 않는다. 피고인 출석 의무도 없어 유 전 본부장 등 피고인들의 변호인만 법정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향후 재판에서 검찰은 수사의 주요 근거가 된 녹취파일을 재판의 증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김씨와 유 전 본부장 등의 경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반면, 정 회계사의 경우 검찰 수사 초기 이른바 정영학 녹취파일을 제공하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파일에는 유씨를 비롯해 김씨 등 이 사건 핵심인물들의 대화가 담겼다. 아직 세세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녹취록에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수익배분 논의와 이를 위한 로비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녹취파일에 의존했던 만큼 녹취록의 신빙성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공방도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씨 측은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해당 녹취록의 증거력을 부정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최소 651억원가량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원에 달하는 시행 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그는 이 과정에서 김씨로부터 5억원,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으로부터 3억52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하고,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중 700억원가량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12.0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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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의혹 풀릴까…유동규 24일 첫 재판

부동산 일반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일명 ‘대장동 4인방’이 차례로 기소되면서 재판과정에서 해당 의혹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2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구속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천화동인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는 불구속기소됐다. 자난달 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기소에 이어 약 한달 만이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첫 공판을 시작으로 화천대유 관련 인물에 대한 재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은 공공택지사업인 대장지구 개발을 추진하면서 화천대유와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1~7호 등 민간업체에게 651억원 상당의 배당금 등 개발이익을 몰아주고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만배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700억원 뇌물 공여를 약속하는 한편, 임금 명목으로 회삿돈 5억원을 빼돌려 그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욱 변호사 역시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유 전 본부장 밑에서 일하던 정민용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화천대유에게 유리하도록 공모지침서 및 사업협약서 등을 설계해 민간업자들이 거액을 챙기도록 하고 남 변호사, 위례신도시 개발업자 정재창 씨와 함께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뇌물 일부를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회계사가 수사 초기부터 수사에 협조한 사실을 감안해 그를 불구속기소 했다. 정 회계사는 9월 27일 참고인 조사에서 김만배 씨와 유 전 본부장이 수익 배분 방식 등에 대해 의논하는 녹취록을 제공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회계사가 수사 초기 자진 출석해 주요 혐의사실을 포함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11.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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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민간 재개발 시동…‘제2 대장동’ 우려 어떻게 풀까

정책이슈

'오세훈 표' 민간 재개발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100곳 넘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풀고 민간 개발을 독려하면서 주택 부족 현상을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재개발 활성화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적용한 첫 민간 재개발 후보지 공모 접수에 24개 자치구에서 모두 102곳이 참여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시행한 공공재개발사업에 70여 곳이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50%가량 많은 수준이다. 용산과 성북, 은평구에서 각각 11곳이 신청했고 마포(7곳), 종로(6곳)을 비롯해 성동‧강북‧영등포가 5곳씩 신청했다. 이 밖에 금천‧중랑구 등이 1~4곳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도시계획‧건축‧법률 등 외부 전문가와 시의원 등이 참여하는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안에 25곳 내외 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재개발사업 성공을 위해 오세훈 시장이 내세우는 카드는 ‘규제 완화’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단기간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0일 오 시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통기획을 도입해 신속하고 통합된 심의를 통해 빨리 주택을 공급하고 초기부터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욕구를 제어할 것”이라며 “그동안 빨라도 5~6년 걸렸던 정비사업을 2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규제 완화 방안으로는 한강변 층수 제한을 풀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률적으로 규제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50층을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규제 완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시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이 나온 이후 이 기준을 넘어서는 재건축 계획은 모두 심의를 반려해 왔다. 하지만 오 시장은 취임 전부터 한강변 아파트 층수 제한 규제 등을 재정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문제는 민간 개발이 활성화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다. 공공개발과는 달리 민간사업자가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과도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우려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일부 민간기업이 수천억원의 이익을 본 것처럼 ‘제2 대장동’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후보지로 선정된 구역은 예정대로 투기세력 유입 차단을 위해 즉각 투기 방지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양권이 없는 비경제적인 신축 행위를 제한하는 ‘건축 허가 제한’을 시행하고, 실소유자만 거래 가능하도록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는 권리산정 기준일도 공모 공고일로 고시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로 민간 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이 우려된다”는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제 제기에 오 시장은 “신속하고 통합된 심의를 통해서 빨리 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욕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0.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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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서도 ‘대장동 공방’…“누구에게 로비” VS “부실수사”

정책이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국감’이 진행된 가운데 정무위원회(정무위)에서도 관련 내용을 놓고 여·야가 부딪혔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정책금융기관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질의에 앞서 대장동 관련 증인 채택이 불발된 것에서부터 문제를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대장동 비리의 금융 구조에 관해 정무위에서 다룰 수 있는데도 일반 증인이 채택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이다. 이번 국감은 ‘물 국감’이 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희곤 의원 역시 “이번 국감에서 각 상임위에서 대장동 (관련 증인이) 한명도 채택되지 않았고, 나중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한 명 정도 얘기가 됐는데 한 50명 중 49번째 되는 증인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여당이) 대장동 관련 증인을 한 명도 받아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고 지적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동 사업의 핵심 관계자인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이 자문단으로 참여한 대장동 민간개발 시행업체 씨세븐과 관련해 김태현 예금보험공사(예보) 사장에게 질의했다. 2009년 당시 씨세븐은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에서 빌린 거액의 자금으로 대장동 개발부지 내 토지의 32%를 선점해 민간개발을 추진했으나 성남시가 씨세븐의 사업제안을 거절해 좌초된 바 있다. 씨세븐은 2009년 대출금을 아직 상환하지 않은 상태로,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2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2009년 대장동 1차 개발이 그냥 하다가 실패한 게 아니라 횡령·뇌물·비리가 섞여 좌초했는데 그 핵심 관계자가 또다시 민관 공동개발 이름으로 수천억원 부당이득을 벌었다”며 “예보가 왜 그 돈을 못 받아냈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대장동 사업은) 말이 민·관 공동개발이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심부름꾼 역할을 했다”면서 “그때 돈 떼먹은 사람들이 제대로 돈은 갚지도 않고 이익은 다 가져갔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누구에게 로비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장동 개발 초기에 사업자들이 부산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을 빌리고 상환하지 않았는데도 폭리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로비의 결과’라며 이재명 경기지사 측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씨세븐이 종친회 땅을 담보로 빌려서 쓰고 최근 성남의뜰이 46억원을 대신 갚아줬다”며 “종친회라는 조직이 받아내는 돈을 예보는 왜 받아내지 못하느냐”고 꼬집었다. 여당은 대장동 개발 초기 비리에 대한 부실 수사가 이번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했다. 2011년 윤 전 총장이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현 사태가 발생했다는 취지였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욱 변호사 등은 (대장동 개발 초기에) 무려 180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검찰은 대출을 알선한 조 모 씨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하고 혐의를 입증하지 않았다”며 “2011년 당시 윤석열 중수2과장이 남욱 등을 제대로 수사했다면 오늘과 같은 화천대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예보 사장은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1800억원 대출이 부실화한 이후 예보가 남욱 변호사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조사를 해서 검찰에 넘겼고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며 “검찰의 판단과 불기소 처분이 과연 적절했는지 다시 조사해보고, 남욱 변호사, 정영학 등의 재산을 조사한다든지 부실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10.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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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된 공공택지 개발] 신규 개발지 지정 5년 후에나 아파트 공급

부동산 일반

지구지정·보상 등 복잡한 과정 거쳐야… 사유지 많아 보상에 난항 겪는 사례 많아 정부가 박근혜 정부가 폐기했던 공공택지 개발 사업을 들고 나온 건 사실상 서울 도심에서 신규 주택을 공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휴부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있다 해도 수천 가구를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는 땅은 없다. 그래서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 대규모 공공택지를 건설키로 한 것이다. 공공택지는 정부(공기업)가 땅을 사들여 대규모로 아파트 등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주택뿐 아니라 도시 기능에 필요한 도로·학교 등 각종 사회 기반시설을 함께 들인다.수도권에는 이미 적지 않은 공공택지가 들어서 있다. 멀게는 분당·일산신도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부터, 가깝게는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등지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한 공공택지만 전국에 70곳이 넘는다. 정부가 진작부터 공공택지 개발 사업을 벌여왔던 건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주택 부족 문제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신도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역시 당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됐다. 1990년대 1기 신도시 완공으로 30만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1985년 69.8%이던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991년 74.2%로 급증했다. 이후 크고 작은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 이뤄졌고, 주택시장 안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주택 수급 상황이 좋아졌다고 판단한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 이름 다르지만 다 같은 공공택지 공공택지는 보통 면적에 따라 ‘○○신도시’, ‘○○지구’로 불린다. 이름과 크기는 다르지만 모두 공공택지다. 다만 330만㎡가 넘는 공공택지를 신도시라고 부르지만 관련법상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큰 공공택지라고 해서 편의상 부르는 명칭이다. 공공택지는 LH와 같은 토지·주택분야 공기업이나 서울시 산하 SH공사 등 지방의 주택사업 관련 공기업이 사업 시행을 맡는다. 사업은 면적이나 대상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시작부터 완공까지 8~10년이 걸린다. 인기 주거지로 꼽히는 성남 판교신도시는 2001년 개발을 시작해 10년 후인 2011년에 사업이 끝났다. 이 같은 공공택지는, 정부가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는 건 쉽지만 실제로 개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개발 발표 이후 사업이 중단된 곳도 적지 않은데, 가장 먼저 부딪히게 되는 벽은 대상지 내 원주민의 ‘개발 반대’다. ━ 주민 반발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공공택지 개발이 시작되면 예정지의 원주민은 토지나 주택을 강제로 수용 당하게 된다. 보상비는 차치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살던 집은 물론 수십 년 간 농사를 지어왔던 논과 밭을 정부에 내줘야 한다. 삶의 터전을 고스란히 잃게 된 원주민의 반발에다 환경단체 등 지역 단체의 반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여당 일부 의원이 신규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를 유출하는 일이 있었는데, 여기에 포함된 경기도 과천·안산·광명시 주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2곳(237만㎡, 1만6710가구)이 포함된 안산시에서는 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 비판글이 쇄도하고 있다. 광명시 주민들도 집단 반발하고 있다. 예정지 내 주민 40여 명은 박승원 광명시장과 면담을 갖고 개발 계획 철회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경기도 내 다른 주민들과 공동집회를 여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연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주민·지역 반대를 넘어 지구지정을 하면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된다. 예정지 내 토지·주택 소유자에 대한 보상이다. 보상은 공공택지를 개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LH 관계자는 “개발 예정지가 모두 국유지라면 사업을 4~5년 내에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사유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상 문제 때문에 사업 기간이 길어진다”고 전했다. 공공택지 예정지 내 사유지·주택 등은 정부가 감정평가 등을 거쳐 일정 금액으로 사들인다.이를 보상이라고 하는데, 보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현금보상과 이주자생활대책이다. 현금보상은 말 그대로 감정평가를 거쳐 나온 가격으로 땅과 주택을 현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이주자생활대책은 사업 예정지 내에 살고 있거나, 예정지 내에서 농사나 영업행위를 하던 사람을 위해 아파트를 특별 공급하거나 이주자택지(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생활대책 용지(상가 등을 지을 수 있는 용지)를 원가에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보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감정평가를 거쳐 나온 보상(기준) 가격 때문이다. 보통 보상가격은 공시지가보다 높게 책정되지만 일부 지역이나 사업장에 따라서는 사업기간 지연 등으로 보상가격이 공시지가보다 낮아지기도 한다. ━ 주거환경 쾌적해 주거지로 인기 실제로 2012년 보상이 이뤄진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는 당시 공시지가가 ㎡당 17만5000원이었는데, 보상가격은 ㎡당 16만6666원이 책정돼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보상가격에 개발이익을 반영할 수 없는 데다, 보상가격 자체를 개발 계획 승인 당시인 2008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주변 땅값이 들썩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떤 사업지에서는 보상가격이 시세를 한참 밑돌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는 주민들의 상실감이 커 보상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보상이 끝나면 본격적인 택지조성 공사가 시작된다. 아파트 용지를 부동산개발회사(시행사)나 건설사에 분양하고, 용지를 사들인 시행사·건설사는 단계적으로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다. 판교신도시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아파트가 분양됐다. 입주는 아파트 분양 후 3년 정도가 걸린다. 판교신도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됐다. 이렇게 조성된 공공택지는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블루칩으로 꼽혔다. 아파트 분양 때마다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아파트 값도 주변의 구도심을 압도한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에서는 ‘공공택지 투자불패’라는 등식이 생기기도 했다.판교신도시만 해도 6억원대 분양된 전용면적 84㎡형 아파트값이 지금은 10억~12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공공택지가 인기를 끄는 건 계획적으로 개발된 주거지여서 주거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철저하게 주택·인구 수를 감안해 도로·학교·공원·상가 등 도시 기반시설을 만든다. 이 덕에 공공택지에선 어느 아파트에 살든 학교나 공원 등을 걸어서 갈 수 있고, 인접 도시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공공택지는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게 분양하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공공택지 개발 직전에는 개발 예정지를 돌며 보상을 노린 투기꾼이 몰리기도 한다. 특히 투기를 부추기는 기획부동산(그린벨트 내 토지를 헐값에 매입한 후 웃돈을 붙여 쪼개 파는 업체 등)은 주의해야 한다. 올해 초에도 성남시 금토동 일대 금토지구 예정지와 남양주시 진전읍·연평리, 부천시 원종·괴안동, 의왕 월암동 등지에 기획부동산과 투기꾼이 몰려 땅값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수도권 공공택지 개발 예정지이거나 예정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대개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데 기획부동산은 싼 값에 그린벨트 땅을 사두면 공공택지 개발로 보상을 받아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한다. 하지만 단순히 예정지 내 땅을 갖고 있다고 해서 보상을 해주는 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 보상 노린 투기는 삼가야 기획부동산이 현혹하는 보상은 대개 이주자생활대책이다. 현금보상 외에 추가로 공공택지 내 아파트나 땅을 원가에 받을 수 있으므로 시세차익이 큰 편이다. 투자로 따지면 수익률이 꽤 괜찮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나 이주자생활대책 대상자가 되는 게 아니다. 해당 사업지의 주민공람 공고일 이전 1년부터 거주했거나 실제로 농사 등을 지은 경우에만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미 성남 금토지구 등 수도권 8개 지구는 공람이 끝났거나 공람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 지금 땅이나 집을 사서 거주하거나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이주자생활대책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 뒤늦게 땅을 산 경우 소유한 땅이나 주택에 대한 현금보상만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보상가격이 매입한 가격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그린벨트 내 땅 등을 비싸게 산다면 보상가격이 투자 금액을 밑돌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투기 바람이 불어 시세가 갑자기 급등하면 예외적으로 보상 가격 적용 기준을 바꿀 수 있다. 과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개발 당시 그린벨트 투기 열풍이 불며 땅값이 급등하자 급등 전이었던 주민공람공고 시점을 기준으로 보상가격을 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역시 땅값이 급등하면서 사업지와 그 외 지역 가격 차이가 30% 이상 벌어지자 사업지 밖의 땅값을 보상가격 산정 기준으로 정하기도 했다. 자칫 투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 공공택지 사업은 변수가 많아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초 예상보다 보상 시점이 지연돼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속칭 ‘물딱지’로 불리는 이주자택지 거래도 주의해야 한다. 이주자택지는 공공택지 내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인데 이 땅은 1층에 상가를, 2~3층이나 2~4층에는 주택을 들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물딱지는 이주자택지를 미리 사는 형태가 아니라, 이주자대책용지 보상 예정자에게 웃돈을 주고 그 권리를 사들이는 것이다. 대상자인지 아닌지가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사는 것이어서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남수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은 “물딱지는 공급 대상 선정 전 거래여서 막대한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 도시개발사업도 곳곳서 진행 - 중대형 등 고급 주택 위주로 개발 아파트 등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공공택지 개발만 있는 건 아니다. 공공택지와 비슷한 성격의 다른 사업도 있다. 공공택지가 공기업 즉, 정부가 주도하는 택지지구라면 민간 업체가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지구도 있다. 도시개발사업지는 아파트 등 주택은 물론 도로·학교 등 사회기반시설을 함께 건설하기 때문에 소규모 공공택지와 비슷하다. 단지 사업 주체가 공공이냐 민간이냐의 차이다. 아파트 분양을 앞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대의 대장지구(성남판교대장도시개발사업지구)가 대표적인 예다. 대장지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시중은행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 사업을 맡고 있다. 민간이 개발하므로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등 고급 주택 위주로 들어선다.사업 주체가 민간이므로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 대상은 아니다. 다만 사업지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을 수 있다. 혁신도시와 인천의 송도·청라·영종경제자유구역도 대규모 개발지라는 측면에서 공공택지와 성격이 비슷하다. 공기업이 주도해 개발한다는 점과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이 같다. 하지만 공공택지가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이 첫째 목적이라면, 경제자유구역이나 혁신도시 등은 산업·공공기관 유치가 첫째 목적이라는 게 다르다. 도시개발사업지나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은 사업 주체와 목적은 다르지만 공공택지처럼 계획적으로 개발되는 곳이어서 주택 수요자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주거시설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이 함께 들어서기 때문에 공공택지보다 더 인기가 높은 곳도 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18.09.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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