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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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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창 의거 93주년 기념식, 독립운동의 불씨를 기리다

유통

이봉창 의사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이봉창 의사 의거 제93주년 기념식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거행됐다.사단법인 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회장 정수용) 주관으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전종호 서울지방보훈청장, 이종찬 광복회장을 비롯한 보훈 관련 인사와 일반시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사, 기념사에 이어 헌화가 진행됐다.이봉창 의사는 1901년 8월 1일 서울 용산에서 출생했며, 항일 독립운동에 투신하고자 1931년 1월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던 상하이로 건너갔다. 이후 한인애국단의 김구 단장을 만나 거사를 준비하였고 약 1년여의 준비를 마치고 실행을 결심한 이 의사는, 1931년 12월 한인애국단 제1호 단원 입단했다.그리고 이듬해인 1932년 1월 8일 요요기 연병장에서 관병식을 마치고 환궁하는 일왕 히로히토를 향해 동경 경시청 앞에서 폭탄을 투척했다. 그날 현장에서 체포된 이 의사는 같은 해 9월 동경 대심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10월 10일 동경 이치가야 형무소에서 31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이봉창 의사의 의거는 한민족의 자존과 독립의지를 전 세계에 알렸음은 물론, 당시 침체기를 겪던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운동 전선에 큰 활력소가 됐다.이봉창 의사는 1962년 우리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대통령장’을 수여받았다. 당시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인 일왕을 대상으로 의거를 거행하며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끌어내는 등 독립운동에 밑거름이 됐다.이 때문에 이봉창 의사의 의거가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기억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최고 건국공로훈장인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이를 안타까워하고 있는 상황이다.기념식을 비롯한 이봉창 의사 선양사업에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이 의사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담겨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 사위인 김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김구재단을 설립했으며, 후손 없이 서거한 이봉창 의사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를 재건해 회장을 역임했고,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부회장, 독립기념관 이사 등의 활동을 통해 다양한 독립유공자 지원사업에 힘써오고 있다.또한 김 회장은 보다 적극적인 공익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2011년 2월 빙그레공익재단을 설립하여 사회공헌활동을 체계화했다. 이후 김 회장의 독립유공자에 대한 오랜 관심과 노력을 통해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이 시작됐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기념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봉창 의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확산됐으면 한다”며 “특히 이 의사의 의거는 독립운동의 불씨를 살린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으므로, 성공한 의거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01.08 17:24

2분 소요
트럼프, 안보보좌관에 왈츠 지명…

국제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육군 특수부대원(그린베레) 출신인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을 공식 지명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발표하고 "마이크는 나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 의제의 강력한 옹호자였고, '힘을 통한 평화' 추구의 엄청난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당선인은 "마이크는 국가 안보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리더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중국, 러시아, 이란 및 글로벌 테러 위협에 대한 전문가"라고 소개했다.플로리다 태생인 왈츠 지명자는 버지니아군사학교에서 국제관계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육군 소위로 임관해 육군 특수전 부대원(일명 그린베레), 주방위군 등으로 총 27년간 군복무를 했다. 2019년 그린베레 출신으로는 처음 연방 하원(플로리다)에 입성해 주목받은 바 있다.육군 특수전부대 장교로서 아프가니스탄, 중동, 아프리카 등에 배치돼 전투에서 세운 공으로 4개의 청동성장(靑銅星章·Bronze Star)을 받은 '전쟁영웅'이다. 청동성장은 전쟁에서 용감한 행위를 한 군인에게 수여하는 일종의 훈장으로 은성훈장, 동성훈장보다는 아래급이다.그는 전쟁 경험은 물론 백악관과 국방부에서 정책 보좌관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하원에서는 전공을 살려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 등에서 활동해왔다.국가안보보좌관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고위 참모다.모든 국가 안보 관련 기관 운영을 조정하며 대통령에게 사안을 보고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역할을 맡는다.보통 국무장관, 국방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더불어 국가 안보 정책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요직의 하나로 꼽힌다.

2024.11.13 07:24

1분 소요
퇴임 앞둔 교사 2명, '대통령 훈장 거부'…

정책이슈

인천에서 초·중학교 교사 2명이 정년 퇴임을 앞두고 대통령 이름으로 주는 정부 훈장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31일 인천시 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2월 정년 퇴임하는 인천 모 초등학교 교사 A(61)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취지로 정부 훈장을 거부했다.30여년간 교직에 몸담은 A씨는 최근 인천시교육청에서 진행한 훈·포장 수요조사에서 이 같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A씨에 앞서 지난 8월 정년 퇴임한 인천 모 중학교 교사 B(62)씨도 "현 정부에서 주는 포상은 받지 않겠다"며 훈장을 거부했다.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훈장을 거부한 구체적인 사유는 알 수 없다"며 "인천에서 이들 2명 외에 추가로 훈장을 거부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최근 인천대학교 김철홍(66)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도 정년 퇴임을 앞두고 대통령 이름으로 주는 정부 훈장을 이례적으로 거부했다.김 교수는 일부 언론사에 보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할 때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상을 주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의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렬이 되어야 하는가"라면서 "나는 만약에 받더라도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냈다.

2024.10.31 08:00

1분 소요
반바지 입고 출근? 자율 복장제, 이대로 괜찮을까[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옷 애호가인 필자는 19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학번으로 살아오면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여러 격동의 현장을 목격했다. 그런데 요즘 후드티는 물론, 반바지와 샌들까지 출근복 리스트로 허용되는 ‘자율 복장제’를 바라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필자는 일제의 잔재를 없앤다는 미명하에 진행된 교복 자율화 역풍 속에서도 다니던 학교의 외골수 정책에 따라 교복에 얽매여 고교 시절을 보냈고 심지어 교련복까지 싸들고 다녔다. 지긋지긋한 시절을 돌이켜보면서 한편으로는 새마을 운동과 군대 문화로부터 영향 받은 획일화의 압박과 굴레를 이제는 벗어던지나 싶은 근래의 복장 자율화가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실로 붕괴에 가까운 복식 문화의 변화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를 ‘옷 환자’로 칭하며 상황과 격식에 맞는 옷차림에 대해 연구해온 필자 입장에서 요즘처럼 편안한 차림의 출근복을 용인하는 문화가 조금은 걱정스럽다. 과도한 노출과 상황(TPO/Time·Place·Occasion)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개성으로 합리화하는 젊은 층의 시도가 여전히 낯설고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이 또한 사회적·시대적 요구이니 어쩌겠는가. 필자는 자율 복장제도에 관한 의 기고 요청을 받은 이후 최근 한 달 간 부지런히 주변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여전히 급여생활자를 우아하게 유지하고 있는, 이제는 ‘꼰대’로 분류되는 50대의 친구들과 선배들은 물론, 협업이나 컬래버레이션 등의 이름으로 만나게 되는 현업에 종사하는 2030세대의 젊은 사회인들까지,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의 직장인들의 복장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 보게 됐다. 한국의 복식문화 변천사의식적으로 필자가 직장을 다니던 20대 후반을 돌이켜보니 확실히 더 편하고 개성이 드러나는 옷차림이 많아짐을 느낀다. 1990년대 중반 닷컴(.com) 버블과 함께 등장한 점점 ‘더 편하게, 더 자유롭게 옷 입기’의 경향은 코로나 팬데믹과 사회의 주류가 된 MZ세대의 강력한 자기 표현과 맞물려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초부터 유행처럼 자리했던 강력한 맞춤복에 대한 수요는 온데간 데 없다.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위한 예복 맞춤 시장마저도 점점 증가하는 캐주얼화 경향에 따라 기성 브랜드의 셋업 차림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중이다.백화점 남성복 판매 층의 필수 코너로 등장하던 넥타이와 셔츠 매장은 이미 5~6년 전 부터 자취를 감췄다. 세계적인 복장 규정 변천의 결정적인 원인, 코로나19 팬데믹과 재택근무제도 도입은 인류의 ‘편하게 옷 입기’ 바람을 좀 더 빠르게 구체화시켰다. 비대면 미팅과 자율 근무 제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대면 격식’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졌다. 야외 활동과 개인 취미 활동에 쏟는 시간과 비용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활동을 위한 옷차림이 일터와 일상에 스며들게 됐다. 우리는 서양에서 유래된 복식(옷·장신구 등 꾸밈새에 관한 문화)을 식민지 시절부터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왔다. 이후 우리의 복식문화는 6·25 동란을 겪으면서 특별한 저항이나 반성 없이 부족한 물자의 수급사정에 따라 수용됐다. 또 우리의 전통이나 문화적 반성에 따른 발전이나 변형을 취하지 못한 채 소위 ‘정장’, 혹은 ‘양복’에 해당되는 옷이 자연스럽게 출근복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요즘처럼 다종다양하게 분류된 직군과 달리 과거에는 이분법적 분류로 '화이트칼라'(White-collar)와 '블루칼라'(blue collar)로 대비되는 두 가지 직군이 존재했다.이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인 이른바 '화이트칼라'에겐 상하의가 동일한 재질과 컬러로 만들어진 정장에 넥타이를 매는 차림이 요구됐다. 여성들에게는 이에 준하는 여성복이 복장 규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블루칼라' 직종엔 회사가 공급하는 유니폼이 제공돼 복장에 대한 고민이나 사회적 고찰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남들이 입으니 그렇게 입었고, 개성이나 선택권 보다는 사회가 용인하는 정해진 규격에 따라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모두가 복장 규정을 따르던 시절이었다.오로지 부를 향해 달리는 효율 제일주의의 새마을운동의 획일화 정책은 이런 경향을 더욱 부추겼고 군사정권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도 어설픈 격식으로 우리의 사고를 경직시켰다. 특히 필자에게 성장(盛裝·훌륭히 몸을 단장)이라는 이미지가 뇌리에 각인된 장면은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이다. 당시 그는 군주제에 기반한 강력한 군사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연미복과 훈장을 착용한 복장을 입었다. 이러한 복식문화가 반영된 대통령의 취임식은 과거 소공동 맞춤 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러한 격식에 따라 갖춰 입는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맞춤 양복 시장은 꾸준히 인기를 구가했다. 군사 정권의 후광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 정부는 이러한 맞춤복 위주 복식문화의 틀에 큰 변화를 야기하는 시대적 전환점이 됐다. 당시 노태우 정권의 모토는 아이러니하게도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였다. 군 출신 대통령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손수 가방을 들고 국정에 참여하는 등 좀 더 캐주얼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취임식 역시 당시 일반 회사원들과 같은 타이를 착용한 평범한 양복 차림이었다. 이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도입된 다양한 해외 문화는 보다 자유로운 복식문화에 불을 당겼다.해외 여행 자율화에 따라 국민들은 여러 해외 문화를 경험하고 체험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이들은 점차 개성을 중시하고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던 새로운 복식문화를 수용하고 추구해 왔다. 통신과 교통의 발전도 이런 편안하고 자유로운 개성 표현에 크게 기여했다. 인터넷을 통한 동호회 활동은 심도 깊은 취향과 개성의 자가발전 계기를 마련했고 자연스럽게 취미와 관심은 기능을 동반한 의복의 선택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눈부시게 분화 발전했다. 다만 냄비 끓듯 한 두 가지 유행에 유독 집착하는 경향도 이때 시작됐다. 또래 집단이 입는 옷은 '나의 패션'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복장자율화의 이면1997년 4월 발매돼 9월 가요프로그램 차트를 석권했던 DJ DOC의 'DOC와 춤'을 이라는 노래말엔 이런 부분이 있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내 개성에 사는 이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 봐요.”돌발행동으로 유명세를 타던 한 음악 집단의 노랫말은 고스란히 시대상을 반영했었다. 자유와 개성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청바지는 근무복으로는 금기시됐고 여름 교복으로 반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시대였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에 따라 대기업들이 자율복장제도를 도입하면서 청바지와 반바지, 샌들이 점차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점진적으로 이뤄진 복장 자율화, 근무복 자율화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임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필자는 기업들이 복장 자율화의 이유에 대해 '유연한 조직 구조'나, '창조적인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불편함 감정을 느낀다. 지난 2008년, 삼성그룹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도입하며 근무복 자율화를 시작했다. 당시 교복처럼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던 직장인들에게 이는 적지 않은 혼란을 가져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복장 자율화는 실로 의류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중차대한 일이었고 이를 계기로 맞춤복 시장에 큰 변화가 일게 된다. 갑자기 도입된 비즈니스 캐주얼은 그 정의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당사자는 물론, 그들의 배우자에게도 큰 혼란을 야기했다. 자연스럽게 맞춤복과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일터가 줄면서 인력난이 과중됐다. 또 당시 노동시간과 임금제도의 변화로 소규모 자영업 형태의 맞춤복·완성복업계는 사양산업이 됐다. 현재 이 시장에는 극소수의 업체만이 살아남았을 뿐이다.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오며 맞춤복·완성복업계는 더욱 어려워졌다. 사람들이 외출을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수준 높은 맞춤복과 완성복을 생산하던 기술인력들이 업계를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자율화로 퇴색된 격식과 예 복장 자율화에 대해 필자가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비단 이런 산업적인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옷을 갖춰 입고 상대를 배려하는 격조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붕괴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관혼상제와 같은 행사를 위해 번거롭고 복잡한 복식을 갖추고 유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도리와 마음을 준비하게 하는 강력한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장례식장에서 단정하게 예를 갖춘 어두운 색상의 정장과 넥타이는 황망한 상주를 향한 예의를 갖춘 위로나 다름없다. 혼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결혼식은 신부를 위한 일생일대의 돈 잔치로 변질됐다. 이에 요즘 결혼식은 복식문화의 중요성보다 시각적 욕망과 살림살이 자랑만 남았다. 이런 결혼식의 변질이 부부를 더 쉽게 헤어지게 만들진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들어 주름이 가지 않는 셔츠, 공장에서 찍어낸 셋업 수트는 우리의 출근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셔츠 다림질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정성들여 좋은 옷을 준비하는 간곡한 마음의 공간은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아무리 덥고 습해도 긴 바지를 입어 예의를 갖추고 정성들여 타이를 매는 것은 중요한 업무에 앞서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잡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일본은 우리보다 빠르게 산업화를 경험하고 일찌감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격식과 예를 갖추는 가치를 중시한다. 이는 최근 문예 부흥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소중한 문화를 무시하고 모든 것을 간결하게 만든 중국의 경우와 대비된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통해 전 세계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앞으로도 줄곧 그 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무조건적인 자율화와 간소화보다는 격식을 갖추고 예를 다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존엄성과 관계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이다. 자율복장제 속에서도 시간을 들여 자신을 꾸미고 상대를 배려해 예를 다하는 이들이 우리 부서와 우리 회사에도 한 둘쯤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박수와 존경의 눈빛을 보내보자. 그러면 복장의 자유보다 더 큰 배포와 우아한 격조를 얻게 될 것이다.이헌 패션칼럼니스트 이헌 패션칼럼니스트는_'한국신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이자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다. 뉴욕 FIT에서 패션 머천다이징(MD)을 전공했고 후에 패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사용품',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등의 저서가 있고 번역 및 감수로 패션 저술에 관여했다. 현재는 '스타일 인문학', '한국신사 유람일기'로 예술과 문화 등에 관한 다양한 칼럼을 쓰고 있다.

2024.10.27 10:02

7분 소요
SPC그룹 허진수 사장, 프랑스서 마크롱 대통령 만났다

유통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허진수 사장이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다.23일 SPC그룹에 따르면 허진수 사장은 현지시각 21일 저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최 만찬에 참석했다.이번 행사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국제 식품무역박람회 SIAL(Salon International de l’Alimentation)의 60주년을 맞아 진행된 것이다. 네덜란드의 스파(SPAR, 유통), 일본의 마루베니(Marubeni, 곡물∙무역), 프랑스의 사벤시아(Savencia, 유제품)∙리마그랑(Limagrain, 농업)∙유리알(Eurial, 유제품) 등 글로벌 식품∙유통산업 관련 기업인 약 40명이 초청됐다. 한국 기업으로는 SPC그룹이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SPC그룹은 밀∙버터∙치즈 등 프랑스산 식품원료에 대한 통상 활동이 활발하며, 베이커리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는 물론 미국∙중국∙영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14개국에 진출해 총 4000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SPC그룹이 한∙프랑스 경제 및 음식문화 교류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SPC그룹은 2018년과 2022년에도 프랑스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개최하는 ‘프랑스를 선택하세요 ’(Choose France!) 행사에 초청된 바 있다. 당시에는 허영인 회장이 참석했다.허영인 회장은 프랑스 파리바게뜨 매장 진출, 국내 최초 프랑스 원맥 도입, 프랑스 샌드위치 브랜드 ‘리나스(Lina’s)’ 인수, INBP(프랑스 국립제빵학교)∙에꼴르노뜨르 (프랑스 제과요리학교) 교육과정 국내 도입 등 프랑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교류를 진행해 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허영인 회장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2010년 공로훈장 오피시에, 2012년 농업공로훈장 슈발리에를 수훈했다.허영인 회장은 프랑스 첫 파리바게뜨 매장 오픈 당시 “지금까지 파리바게뜨가 프랑스 베이커리 문화를 국내에 소개해온 브랜드였다면, 미래의 파리바게뜨는 프랑스로부터 출발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프랑스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번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은 만찬에서 프랑스의 우수한 식품원료와 음식문화를 한국과 세계인들에게 전파하고, 프랑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교류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지켜준 SPC그룹에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전했다.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만찬에는 프랑스 및 세계 각국의 내로라 하는 식품원료 기업의 CEO들이 다수 참석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향후 우수한 기업들로부터 양질의 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에도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SPC그룹 허영인 회장과 허진수 사장은 이번에 개최된 SIAL을 비롯해 독일에서 열리는 ANUGA 등 세계적인 식품무역박람회에 매번 빠지지 않고 방문해 글로벌 식품산업의 트렌드를 살피고, 전시회에 소개되는 좋은 원료나 신소재, 최신 설비들을 직접 체크하고 도입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경영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허진수 사장이 SIAL 전시를 참관하고, 현지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2024.10.23 17:17

2분 소요
바이든, 하마스 수장 신와르 사망에 “정의의 순간”

국제 이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에 대해 "정의의 순간"이라고 말했다.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어제 하마스 지도자의 죽음은 정의의 순간이었다"며 "하마스 없는 가자지구의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오후 독일 방문길에 신와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을 내고 "이제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기회가 왔다"고 평가한 바 있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끔찍한 전쟁을 끝내고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 전달에 속도를 낼 드문(extraordinary) 기회"라고 말했다.이는 미 정부가 신와르 죽음을 계기로 답보 상태인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재개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피력한 것으로 분석됐다.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라며 "국내총생산의 2%를 국방에 지출하기로 한 결정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바이든 대통령과 숄츠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오후 베를린에서 중동 분쟁 해결과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내년 1월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독일 대통령 관저 벨뷔궁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으로부터 독일 최고 훈장인 '연방공화국 특급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았다. 지금까지 이 훈장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뿐이었다고 독일 ARD방송은 해설했다.바이든 대통령은 허리케인 밀턴으로 자국 피해가 커지자 지난 11∼12일 계획한 독일 방문을 미뤘다. 그는 당초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장관급 협의체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직접 참석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서방 정상들에게 이른바 '승리계획'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이 회의를 기다렸으나 무산됐다.

2024.10.18 22:53

2분 소요
‘잡식’ 두려워 않았다…김성호 토목 명장의 개발기 [대한민국 명장]

산업 일반

그들은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한 자리에서 15년 이상 일했다. 분야도 다양하다. 한복생산부터 제빵·금형·석공예·용접 등 한국 사회가 움직이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흔히 말하는 3D 업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이 어려워도 편법 대신 원칙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맡은 바를 끝까지 해낸 장인들이다. 그들에게 한국 사회는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기꺼이 부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창간 40주년을 맞이해 꽃보다 아름다운 명장의 인생사를 담은 '대한민국 명장' 시리즈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38개 분야 92개 직종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이들 중에서 대통령 명의로 선정된 기능인을 말한다. 지금까지 699명이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편집자주> 까치는 산란기에 전차선 트러스에 집을 짓는 유일한 조류다. 산이 사라진 도심에서 까치가 집을 지을 곳이 마땅하지 않고, 전차선 트러스는 격자 형태라 까치가 집을 짓기도 좋아서다. 트러스란 삼각형 모양의 뼈대 구조를 말한다. 철도교량이나 전차선로의 지지물에서도 트러스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까치가 종종 철사로 집을 짓는다는 점이다. 집을 더 튼튼하게 짓기 위해 철사를 물고 전차선 트러스 근처로 오다, 철사를 떨어뜨리는 일도 빈번하다. 전차선 트러스가 전기선 바로 옆에 설치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한국철도공사(KORAIL) 철도연구원의 김성호 책임연구원(대한민국 명장)은 “까치가 나무 위에 집을 지으면 뱀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알을 먹어버린다”며 “전차선 트러스는 영문 ‘H’ 형태라 뱀이 타고 올라갈 수 없는 구조라 까치로서는 천적을 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까치가 전기선에 철사를 떨어뜨리면 차량 운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2만5000V의 전기가 흐르는 선에 철사를 떨어뜨리면 스파크가 일어 전기가 끊어져 차량을 운행하기 어려워진다”라고 했다.까치가 집을 짓고서 제대로 ‘철거’하지 않는다는 점도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매년 2월부터 5월까지 전국의 전차선 트러스를 들여다보고 까치집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이유다. 작업자가 그동안 까치집을 제거하는 과정은 단순했다. 작업자가 전차선 트러스가 설치된 구역을 하루 두 번 찾아가, 까치집이 있는지를 확인해 제거했다. 이는 작업자의 눈썰미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 까치가 다시 집을 짓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까치집을 발견, 제거하는 작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사람이 김 명장이다. 김 명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사람이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작업자가 헛걸음해야 하는 작업 방식은 말이 안 된다고 봤다”며 “카메라가 사람 대신 전차선 트러스 근처로 가 까치집을 촬영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 비교 방식으로 까치집의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라고 말했다.이런 결심으로 탄생한 것이 AI를 활용한 까치집 검출 체계다. AI 까치집 검출 체계는 전차선 트러스에 까치집이 놓인 이미지(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실제 까치집을 발견했을 때 이를 촬영, 작업자에게 해당 이미지를 전송하는 방식의 기술이다. 김 명장은 2019년 이 기술을 구축했고, 현재 전국 철도를 관리할 때 이 기술이 쓰인다. 김 명장은 이 기술로 국토교통부 철도안전혁신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김 명장이 2017년 한국철도공사 철도연구원 AI팀 팀장으로 일한 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김 명장은 “당시 산업계에서 AI 붐이 일었고, 한국철도공사에서도 100여 년간 쌓아온 데이터에 AI 기술을 적용하자는 수요가 있었다”라고 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철도가 언제 고장 날지 예측해 차량 지연을 비롯한 고객 불편을 줄이려던 것이 AI 까치집 검출 체계의 개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김 명장은 “여러 업체와 만나보니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한국철도공사, AI 전문업체와 공동 펀딩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라고 했다.‘명장’ 칭호에 쏟은 7년의 봄김 명장은 1999년 철도청에 입사해 25년을 철도 시설 유지·보수 분야에서 일했다.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철도 기술로 발전시켰고, AI 까치집 검출 체계 외 50여건의 기술을 개발했다. 김 명장은 2003년 철도 시설 유지·보수 부문 공무원창안대전 금상(훈장)을 수상했고, 이외 최고철도인, 철도10대 기술상을 받았다. 이런 발자취는 2019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되는 결실을 낳았다. 대한민국 명장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기능인에게 수여된다. ‘명장’이라는 칭호는 김 명장에게도 각별하다. 김 명장이 토목 분야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대한민국 명장이기 때문이다. 김 명장이 대한민국 명장 칭호를 얻기 위해 쏟은 노력도 많았다. 대한민국 명장 선발 심사에 서류를 넣은 것만 8년. ‘7전 8기’의 정신으로 설명하기에 꼭 맞는 시간이었다. 김 명장은 “명장 선발에 도전하고 7년 동안 봄에 꽃놀이를 못 갔다”며 웃었다. 명장 선발을 위한 서류 제출 기한이 매년 4월인 터라, 서류를 준비하고 심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기에 봄을 다 썼다.김 명장은 “4월 말에 명장 선발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려면 1월부터는 자료를 써야 한다”라며 “서류 심사 결과가 6월쯤 나오는데, 서류 심사에서 탈락할 때마다 ‘내년 1월에 다시 시작하자’라며 마음을 잡았다”라고 했다. 서류 심사에 통과한다 해도 여러 차례의 검증 작업이 이어진다. 김 명장은 “서류 심사가 끝나면 현장 실사를 준비해야 하고, 현장 실사가 끝나면 면접 대상이 된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명장의 칭호를 얻기 위한 선발 과정에만 한 해가 꼬박 필요한 셈이다. 자료를 잘 준비하기도 만만치않다. 김 명장은 “자료는 300쪽에 모두 담으면 되는데, 15~20년의 실적을 300쪽에 담으려니 평생 기술을 연마한 기능인이 이를 잘 쓰기가 참 어렵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명장은 한 분야에서 한 명만 선발한다는 점도 난관이다. 김 명장은 “지난해보다 올해 점수가 높아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가 있다면 떨어진다”라며 “이를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최종 관문인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는 ‘포기할까’도 싶었다”라고 했다. 김 명장이 연속한 실패에도 도전을 이어간 이유는 즐거움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대도 대단히 처우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상을 받고, 개발 기술로 현장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얻으니 이 일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는 김 명장이 철도청에 입사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명장은 “직원들이 ‘부장님은 맨날 웃고 다닌다’라고 하면 ‘이렇게 즐거운 일이 어디 있냐’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기계 바탕 삼아 토목 명장으로즐거움의 원천은 김 명장의 ‘잡식성’ 경향이기도 하다. 김 명장은 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했지만, 토목 분야에서 대한민국 명장이 됐다. 올해 2월 박사 학위를 마치면서는 전기 분야의 주제로 논문을 완성했다. 그는 “처음부터 토목을 전공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하지만 “철도 시설은 모두 기계 형태”라고 했다. 기계를 전공하며 배운 지식이 철도 시설 유지·보수 분야의 기술을 개발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뜻이다.실제 철도 시설은 여러 기계 장치의 결합으로 완성된다. 김 명장은 “철도 시설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레일을 깔고, 레일과 침목을 체결하는 장치로 구성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침목은 레일을 잡아 충격을 분산하고, 궤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다. 레일로 전달되는 차량의 무게를 넓게 퍼뜨리는 역할도 한다. 선로의 뼈대와도 같다. 김 명장은 “이런 장치들은 기계라, 토목과는 또 다르다”며 “그동안 이런 장치를 자동화·무인화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라고 했다.또 “철도 시설은 하나의 장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 장치가 함께 돌아가는 체계(시스템)”라며 “한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획득하기보다, 넓은 범주의 역량을 갖추는 일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가령 주행하던 차량이 진동했다면, 차량과 선로, 전차선 등이 작동하는 방식을 융합적으로 이해하고, 여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파악해야만 차량 진동의 원인이 된 요인을 제대로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명장은 잡식성 경향을 밑거름 삼아 다양한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AI 까치집 검출 체계 외에도 자율주행 단락 장치와 레일 절손 감지기 등도 개발했다. 정부 부처의 포상을 받은 개발도 있지만, 상당수는 현장 직원의 요구에 맞춰 김 명장이 직접 개발한 것들이다. 김 명장은 “현업에서 필요한 것들을 해결해 나가다 보니 수상도 늘었다”며 “기술 개발이라기보다 당장 현장에 적용해 직원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점도 김 명장의 다양한 배경 덕분이다. 김 명장은 철도청에 입사하기 전 작은 기업을 돌며 기계 장치를 제작하는 일을 했다. “작은 기업에서는 현장에서 바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문제는 요구사항대로 만들어도 정작 현업에서 쓰기 적절하지 못한 장치가 많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업이 빠르게 돌아가려면 결과물이 정확하게 나와야 한다"며 "그렇게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며 문제 요소를 개량했던 일들이 개발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25년 철도 인생…작업자 안전 중요해김 명장이 개발한 기술은 상당수가 철도를 안전하고 빠르게 운행하기 위한 것들이다. 이런 기술 개발 못지않게, 작업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쏟았다. 20년 전과 현재, 철도 시설 유지·보수 분야는 얼마나 발전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명장은 “기술 수준은 똑같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작업 환경은 달라졌다. 김 명장은 “기계와 장치가 자동화·무인화되니 인력이 필요한 작업은 많이 줄었고,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기술의 방향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수십 년 전에는 작업자가 레일의 침목을 교환하려면 270kg의 침목을 하나하나 들어올려야 했다. 철로를 덮은 자갈을 걷어내고, 콘크리트 침목을 빼내야 하는 작업은 덤이다. 점검 차량의 속도도 빨라졌다. 점검 차량은 선로를 달리는 차량의 승차감을 측정하는 차량이다. 김 명장은 “달리는 차량 안에서 탑승자가 흔들리는 정도를 잘 측정하려면 실제 차량과 점검 차량의 속도가 같아야 한다”라며 “점검 차량의 속도도 차량 속도에 맞춰 30여 년 동안 150km/h에서 300km/h로 바뀌었다”라고 했다.그런데도 선로에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작업자의 사망 사고도 그 중 하나다. 김 명장이 개발하려는 다음 목표도 이런 방향을 향한다. 김 명장은 “시설 점검 분야는 어느 정도 자동화됐지만, 유지·보수 분야는 자동화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라며 “자동화했다고 해도 아직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작업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침목 교환 작업도 기계를 쓰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짧은 구간이 대상”이라며 “대형 장비가 들어가 한꺼번에 장치를 교체할 수 있는 유지·보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었다.

2024.10.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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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심장’ 엔진 정비 한 우물만 ‘34년’ [대한민국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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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한 자리에서 15년 이상 일했다. 분야도 다양하다. 한복생산부터 제빵·금형·석공예·용접 등 한국 사회가 움직이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흔히 말하는 3D 업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이 어려워도 편법 대신 원칙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맡은 바를 끝까지 해낸 장인들이다. 그들에게 한국 사회는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기꺼이 부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창간 40주년을 맞이해 꽃보다 아름다운 명장의 인생사를 담은 '대한민국 명장' 시리즈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38개 분야 92개 직종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이들 중에서 중에서 대통령 명의로 선정된 기능인을 말한다. 지금까지 699명이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편집자주> 오래 전부터 인류는 하늘을 나는 꿈을 꿔왔고,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해왔다. 높은 지형에서 낙하해 보거나, 새의 날갯짓 원리를 따라 기구를 만들어 보는 등 다양한 도전들이 이어진 가운데, 마침내 인류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사례가 등장하게 된다. 1783년 11월 프랑스에서 열기구로 비행에 성공한 ‘몽골피에 형제’와 1891년 글라이더를 이용한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 등이 그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자연 현상과 물리학적 법칙을 활용한 짧은 시간의 비행이었다. 안정적이고 완벽한 비행을 위해서는 날씨나 바람 등 외부 요인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했다. 인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없는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고, 마침내 오늘날의 비행기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이 비행기는 ‘추진 장치를 갖추고, 고정 날개에 생기는 양력을 이용해 비행하는 항공기’를 말한다. 즉, 비행기는 스스로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엔진’이라는 뜻이다.항공기 ‘엔진’ 정비의 선구자항공 정비 분야에서 국내 처음으로 군인 출신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정경남 명장은 항공기의 ‘엔진’을 책임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월 경상남도 사천시에 위치한 경남도립남해대학교와 아론비행선박에서 정경남 명장을 만났다. 정 명장은 “쉬지 않고 박동하는 사람의 심장처럼 비행 중 쉬지 않고 작동하면서 비행기를 운항하게 하는 ‘엔진’이야말로 항공기의 심장”이라며 본지 인터뷰 내내 엔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34년간 항공 정비 분야에서 엔진 장비 개발을 담당해왔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군용 항공기 KT-을 포함해 T-37, T-33, T-59 등에 부착된 엔진을 개발·수리한 정 명장은 베테랑 ‘항공기 엔진 정비사’다. 정 명장은 1983년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2월 공군제3훈련비행단 배속 하사로 임관했다. 임관하자마자 항공 정비 부문 실무를 시작했다. 그의 주전공은 엔진이다. 이렇게 시작된 항공기 엔진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는 “엔진은 겉보기에 투박한 금속 같지만, 눈으로 식별되지 않는 정도의 세밀한 공정이 필요하다”며 “부품의 품질이 엔진의 수명에 영향을 주는 만큼 작은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대형 사고는 엔진 때문에 발생한다”며 “사람도 심장이 멈추면 죽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엔진에 이상이 발생하면 항공기에 불이 붙는다든가 아니면 프레임 아웃된다든가 출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명장은 항공기 엔진세척 보조장치와 엔진 점화계통 시험장비 등 수많은 방안들을 개발해 왔다. 엔진 검사뿐 아니라 기본 엔진을 가져와 실험하고 장착해 시스템을 완성하는 과정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엔진을 설계하고, 조종석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을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KT-1’부터 ‘M-80’까지…개발 직접 참여대표적인 게 국내 최초의 공군조종사의 비행훈련을 위한 기본훈련기인 KT-1이다. 공군에서 KT-1은 임관한 지 1년 정도의 소위~중위 계급의 초급교육생의 비행교육에 사용한다. KT-1 훈련기는 노후화한 미국산 공군 중등훈련기(T-37)를 대체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1990년대부터 개발한 국내 최초 양산 군용기다. 지난 2000년부터 실전 배치되기 시작한 KT-1 훈련기는 뛰어난 스핀회복 능력과 높은 연료 소비율로 학생 조종사 비행 훈련에 쓰인다. KT-1은 단발 터보프롭 항공기로 편대비행·야간비행·계기비행·중고도항법 비행뿐만 아니라 기본훈련에서 요구하는 기동비행을 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574㎞, 기체 무게는 1910kg, 최대 무장 시 3311kg, 엔진 추력은 950마력이다. 탑승 인원은 2명이다. 일반적인 명칭은 웅비다.그는 “그간 국산 항공기 개발에 참여를 많이 했지만 KT-1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KT-1은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탐색개발을 시작으로 선행개발 4년, 실용개발 2년 등 약 11여 년의 개발기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KT-1 항공기 엔진세척장비를 창안한 정 명장은 항공 분야의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기능인으로 인정받아 오며 수많은 표창장도 수상했다. 군 생활을 통해 총 14회의 표창 수상, 2009년 4월 이달의 공군인으로 선정되는 등 사회봉사와 기여, 포상금 장학금 기탁 등을 수행하며 ‘모범적인 항공 직종 기술인’으로도 불린다. 2017년 공군준위를 전역한 정 명장은 2008년 일명 ‘비행선박’으로 불리는 세계 최초의 위그선(WIG·Wing In Ground effect Craft)을 개발하는 아론비행선박에 입사해 ‘인생 2막’을 열기 시작한다. 위그선 ‘M80 기종’ 개발에 참여하면서다. 위그선은 바다에서 선박처럼 운항하다 고도 150m 미만의 높이로 비행이 가능한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로, 국제법상 선박으로 분류된다. 1대당 가격만 30억원에 달한다. 1회 주유로 650㎞ 거리를 비행할 수 있으며, 순항속도는 시속 200㎞, 최고속도는 시속 250㎞이다. 연료비 역시 기존 선박이나 헬리콥터보다 20~50% 적게 들고, 정박지(계류장) 등 인프라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는 1호기(8인승)까지만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2, 3호기 상용화도 앞두고 있다.“한국은 수출과 수입 물동량 대부분이 해상운송 수단인 선박을 통해 이뤄져요. 선박은 대형 화물을 운반하는 데 유리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죠. 수면 비행 선박인 위그선이 최근 새로운 해상운송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위그선 개발에만 총 10년, 600억원이 들었어요. 저는 개발 마지막 단계인 엔진 부문 자문을 2년여간 맡았죠. 기존 베이직 엔진을 가져와 M80 기종에 맞도록 하나하나 설계하고, 그 설계물을 가지고 장착하는 과정을 거쳤죠. 물 위에서 전복되지 않는 삼동선(중앙 선체 양 옆에 2개의 작은 선체가 추가되는 구조) 디자인을 적용, 엔진에 고장이 발생해도 물 위에 안전하게 착수할 수 있게 한 것이죠.”하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정 명장은 지적했다. 국내 위그선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생산업체 수가 많지 않다. 다양한 업체의 진출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위그선은 주요 핵심 부품인 엔진, 프로펠러 등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국산화도 필요하다. 군 전역 이후에도 항공산업 발전 위해 이바지정 명장은 이를 위해서는 엔진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제트엔진 제작 이력만 9800여 건이 있지만, 자체 개발 사례는 하나도 없다. 엔진의 자체 생산능력을 갖춰야만 국가안보에 이바지하고, 전투기 가격의 10~20%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명장은 독자적인 항공엔진을 보유하려면 천문학적인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항공엔진은 돈이 되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은 면허생산 등으로 항공용 가스터빈 엔진을 조립하고, 일부 관련 부품을 제작하고 있어요. 국내 항공엔진 기술력은 선진국의 70% 수준이죠. 엔진의 라이선스가 국내에 없다 보니 개발 과정에서도 여러 제약이 잇따르는 게 현실입니다. 한 국가가 자체적인 항공엔진을 갖기 위해서는 수십년간의 기술 축적, 이를 뒷받침하는 고숙련 인재 공급, 막대한 자본 투입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하는데, 항공엔진 산업이 대표적인 선진국 산업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산 전투기인 FA-50, KF-21에는 미국산 엔진이 들어가는데, 미국이 제품 수출을 막으면 한국의 공군 전략자산 생산이 막히게 되는 현실입니다.”자체 개발한 항공엔진은 국방 선진국들의 핵심 전략자산이다. 전투기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이기 때문이다. 한국산 전투기인 FA-50, KF-21에는 미국산 엔진이 들어가는데, 미국이 제품 수출을 막으면 한국의 공군 전략자산 생산이 막히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영공 자주국방을 위해선 항공엔진 독자기술이 필요하다. 정 명장은 “중국이나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치열한 연구개발과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과 대조되는 현실”이라며 정부의 장기적이면서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지만 정 명장은 항공산업에 대한 발전을 위해 늘 고민하고, 이바지하려고 노력한다. 명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더니 평범한 대답이 나왔다. “연구·노력하고 한 우물만 팠더니 그렇게 됐더라”고 답했다. 이러한 비결은 자기계발에서도 비켜가지 않는다. 군대를 전역한 이후 학점은행제를 이용해 항공정비공학사 학위를 받았다. 또 경상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공학석사학위를 받았다. 항공정비사 등 다수의 항공 관련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4호 항공명장이 나오길...마지막 목표 ‘후학 양성’마지막 자신의 목표인 ‘후학 양성’을 위해서다. 아무리 정비기술이 우수하다 해도 일정 수준의 학력과 이론적 뒷받침이 없으면 대학에서 정식교수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을 미리 알았던 까닭이다. 할 수 있는 것은 평소 해 놓았다는 정 명장은 그래서 ‘기회의 문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열리더라’는 평소의 지론을 지금도 신봉한다.그는 2019년 경남도립남해대학 교수로 임명되며 자신의 노하우를 많은 후배들에게 전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 명장은 “명장이 되고 나니 자부심보다는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는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이 분야이다 보니 이거라도 학생들에게 물려줘야죠. 그래서 대학에 온 것이고, 후배들에게 자신의 현장 경험을 전수하고 싶다”고 했다. 후학 양성을 위해 은퇴한 퇴역 항공기를 학교에 들여와 학생들에게 직접 교육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항공기 정비교육용으로 사용되는 항공기는 수명이 다한 항공기였죠. 그것도 중요한 수리부속을 빼내고 남은, 외형만 유지한 죽은 항공기였습니다. 그런 항공기로는 항공기 소개나 모션 스터디 정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군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퇴역항공기 도입으로 기존 정비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직접 배울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있습니다.”그는 늘 학생들에게 ‘기본’을 중시하라고 조언한다. “엔진 정비를 하면서 늘 마음에 새겼던 게 ‘기본’이었어요.” 그동안의 군 생활을 통해 제아무리 기량이 훌륭하더라도 기본이 좋지 못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저의 경험과 지식 전파를 통해 또 다른 항공 명장이 나오길 바랍니다. 2012년 제533호로 항공 분야 3번째 명장이 된 이후 10년 넘게 또 다른 명장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그동안 기술 숙련자들이 명장에 도전했지만 계속 실패했죠. 앞으로도 재능기부, 기술강의, 후학 양성 등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2024.09.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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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선대 기적비 추모하며 차기대회 선전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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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유도영웅 허미미 선수가 귀국 후 첫 일정으로, 6일 경북 군위군 삼국유사면 집실마을을 찾아 허석 의사 기적비를 참배했다.허미미 선수는 재일교포 3세로 2022년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으로 귀화했다. 이후 소속팀인 경북체육회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할아버지인 허무부 씨가 허석 의사의 증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허석 의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고 1984년 대통령 표창,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독립운동가이다.허미미 선수는 참배 후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이뤘다”며, “올림픽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한 게 아쉽지만 4년 뒤엔 반드시 금메달을 가지고 이곳에 다시 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허미미 선수가 선대의 용기와 투지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인 만큼 경상북도에서도 4년 뒤 LA 올림픽에서 더욱 선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4.08.0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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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명장의 길 ‘몰입’으로 걷다” [CEO의 방]

산업 일반

‘CEO의 방’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CEO가 머무는 공간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언제나 최적을, 최선을 선택해야 하는 CEO들에게 집무실은 업무를 보는 곳을 넘어 다양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창의적인 공간입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비전과 전략이 탄생하는 공간, ‘CEO의 방’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성공의 꿈을 키워나가시길 바랍니다. “나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얻은 지식과 기술을 정의롭고 정직하게 사용하겠으며 사전(死前)에 전수할 것을 맹세한다.”권혁율 케이투아이디(K2ID) 대표의 사무실 중앙의 ‘나의 맹세’라는 액자에 이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대한민국 목재창호(실내장식) 명장이자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수상자인 그가 50년 가까운 ‘목공’ 외길을 어떤 자세로 묵묵히 걸어 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삶에 떳떳할 수 있는, 그리고 그렇게 정직한 목공예 장인의 길의 걸어온 이유는 목공 기술 교육자로서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실 곳곳에서 목공 기술 교육에 쓰는 도구와 수업용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오랜 기간 걸어온 목공예 분야 ‘정직한 명장의 길’이 다소 고되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권 대표의 표정은 너무나 밝고 건강해 보였다. ‘행복한 명장의 길’을 걷고 있는 비결을 그는 ‘몰입’이라 꼽았다. 권 대표는 “칙센미하이 교수가 연구한 몰입의 힘을 직접 경험했다. 나는 목공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졌다”며 “이 일을 좋아하고 빠져들어서 몰입하다 보면 옆에 누가 온지도 모를 만큼 집중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태가 되면 몸 상태가 좋아지고 치유 효과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이곳에 와서 작업을 하며 집중하다 보면 심신이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일은 적당히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동 효과도 있고 그래서 취미로도 좋다. 대패질하면 배도 안 나온다”며 웃었다. 그의 웃음은 이 직업을 ‘좋은 직업’으로 생각하고 많은 후배들이 이 길을 걸어 줬으면 하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권 대표는 또 다른 꿈과 미래를 그리고 있다. 몰입의 공간이었던 이 장소가 함께 배우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유 목공방’이 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 또 하나의 꿈은 ‘개인 박물관’을 여는 것이다. 그의 작업 공간 서랍에는 1978년 국가 대표 시절부터 썼던 공구들이 들어 있다. 녹이 쓸고 오래된 흔적들이 묻어 있다. 그는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공구들이다. 명장이 되면서 모은 기념품들을 비롯해, 작품 등 태어나면서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발자취를 작은 공간에 마련해, 명장을 꿈꾸는 이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율 명장은_ (사)국제기능올림픽선수협회 5~7대 회장이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실내장식국제심사위원을 7회 역임했으며, 전국기능경기대회 기술부위원장, 전국기능경기대회 건축목재 분과장, 전국기능경기대회 실내장식 심사장을 지냈다. 이 밖에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전수위원,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건축목재시공기장으로 활동했다.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실내장식 은메달 수상자로 철탑산업훈장, 대통령표창 2회, 고용노동부장관상 2회, 월드스킬스(Worldskills)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2024.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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