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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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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철강기업 피해에 국내 철강 상한가 [증시 이슈]

글로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최대 철강 회사들이 피해를 겪는 가운데 23일 국내 증시에선 철강주가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 군이 21일(현지 시간) 전후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 맹공격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군에 항복을 종용하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은 계속 항전하고 있어서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최대 철강 공정으로 꼽히는 아조브스탈(Azovstal)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시아 바실렌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최근 트윗에 “유럽에서 가장 큰 철강 공장이 파괴됐다”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고 환경도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철강업계도 위기에 처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이 대한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자 러시아 최대 철강기업 세베르스탈이 금융제재에 따른 이자 지급 불능으로 부도 위기에 봉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현지 시간) ‘세베르스탈이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세베르스탈은 지난주 미국 시티그룹 계좌에 1260만 달러(약 153억원)를 이체했지만, 금융제재에 걸려 채권 보유자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세베르스탈은 이자 지급 만기일에서 5영업일이 지나는 23일 자로 법적인 부도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철강 기업들이 위기에 몰리면서 23일 국내 증시에선 오전 9시 51분 기준 유가증권 시장에선 하이스틸이 551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9.95%)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각 코스닥시장에서도 금강철강이 상한가인 7080원까지 올랐다. 부국철강(24.20%), 문배철강(19.83%), 동일제강(17.23%), 포스코강판(14.81%), 경남스틸(13.60%), 삼현철강(10.96%), 한일철강(10.39%)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3.23 11:03

2분 소요
M&A로 세계 철강역사 다시 쓰다

산업 일반

아들까지 3대 잇는 글로벌 철강왕 … 인도계 기업인의 대부 인도 출신 락시미 미탈(63)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철강업계 최고의 파워맨이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주식 41%를 보유하면서 오너 경영인으로서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2위인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3위인 한국의 포스코를 누르고 글로벌 1위를 차지한 철강업체다.미탈은 모국인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 14개국에서 제철소를 운영한다. 그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도 유명하다. 인도 국적이면서 아르셀로미탈의 본사는 조세와 비즈니스에 유리한 룩셈부르크에 뒀다. 자신과 가족은 영국 런던에서 산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저택에 속한다.미탈은 올 3월에 발표된 미국 포브스의 세계 부자 순위에 165억 달러의 재산으로 41위에 올랐다. 지난해엔 196억 달러로 21위였다.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한 해 동안 40억 달러 이상 재산이 줄었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146억 달러가 감소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2011년 초 그의 재산은 287억 달러까지 이르렀다. 2010년에는 영국과 유럽 최고의 부자이자 포브스 선정 세계 5위의 기업인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유럽의 불황으로 철강 수요가 준 게 결정타였다. 아르셀로미탈이 지난해 37억 달러의 적자를 보면서 그가 41%를 보유한 이 회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는 이 회사 주식에서 43억 달러를 잃었다. 이르셀로미탈은 218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비주력 부문의 자산을 매각했으며 몇몇 공장의 문을 닫았다.자회사 미국의 스카이라인 제철을 누코르사에 6억5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캐나다 철광산의 지분 15%를 한국의 포스코와 중국철강에 11억 달러에 팔기도 했다. 자구책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프랑스의 적자 공장 2곳의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프랑스 정부의 반대로 포기했다.미탈은 인도에선 가족 간 재산분쟁에 휘말린 무케시 암바니에 이어 2위의 부자다. 국적이 아닌 거주자를 기준으로 한 선데이타임스의 영국 부자 순위에선 9년째 1위를 차지했다. 재산만 많은 게 아니라 영향력에서도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포브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선 47위를 차지했다. 2006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도 들었다.미탈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인 골드먼삭스의 사외이사이며 골드먼삭스 미디어·펌 IP의 이사도 지냈다. 에어버스와 유로콥터 사업을 벌이는 유럽 최대의 항공·방위산업체인 EADS의 이사도 겸직했다. 유로파이터로 한국의 차기 전투기 사업에 뛰어든 바로 그 업체다.뿐만 아니라 인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남아프리카공화국·모잠비크의 해외 투자 관련 이사와 고문직도 맡았다. 세계철강협회와 세계경제포럼의 이사직도 맡았으며 미국의 켈로그 경영대학원, 인도 경영대학원 이사도 지냈다. 재산이 상당히 줄었음에도 여전히 부와 명예, 그리고 영향력을 동시에 누리는 기업인이라는 평을 듣는 이유다.포브스 부호 41위에 국제적 영향력 겸비미탈의 본업은 철강이다. 그의 혈관에는 강철이 흐른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 모든 것을 강철로 이뤘기 때문이다. 인도 서북부 라자스탄에서 태어나 서부 대도시 캘커타로 이주한 그는 어려서부터 철강에 익숙했다. 상인 집안 출신의 부친 모한 랄 미탈은 일찍이 강철의 미래를 간파하고 철강산업에 뛰어들었다.모한은 두 아들인 프라모드와 비노드를 데리고 철강산업을 계속 확장해 1984년 일본 히타치와 기술 제휴해 뭄바이를 본부로 하는 니폰덴로이스파트라는 철강회사를 창업했다. 현재 JSW이스파트라는 이름의 이 철강회사는 여전히 미탈 가문 소유다. 현재 인도 5위의 철강회사다.락시미는 더 이상 이 회사와 관련이 없다. 1976년 가족 사업을 떠나 별도 철강회사를 창업했다. 인도네시아에 이스파트인도라는 이름의 철강회사를 세우고 새 제철소를 건설했다. 그가 직접 세운 유일한 제철소다. 나머지는 인수합병(M&A)한 업체다. 1989년부터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그는 신규 제철소를 더 짓기보다 기존 철강회사와의 인수합병으로 회사의 몸집을 키웠다. M&A는 미탈이 세계적인 철강왕으로 오른 원동력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신규 제철소를 짓느니 기존 기업을 합병해 경영 효율을 꾀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미탈이 주도하면서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세계 철강업계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가 나선 덕분에 글로벌 철강 업계에선 국경을 넘는 M&A가 예사가 됐다. 인수합병의 목표는 신기술 획득과 신제품 생산능력 확보다. 이것이 철강 국제 트렌드의 핵심이다. 이런 시너지 효과 때문에 전 세계 철강업체들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고 체력을 키우는 한편, 활발한 제휴로 합종연횡 하며 생존력을 강화했다. 이는 세계 철강업계의 도도한 흐름이며 성공 기법이 됐다.해외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그린필드 방식’은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도 작용했다. 방대한 부지와 거대한 시설이 드는 제철소 건설은 부지 확보를 위한 주민설득과 환경평가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도 지루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포스코도 몇 년 동안 인도에 제철소 건설을 타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최근 포기했다. 미탈은 이런 복잡한 길을 피해 M&A로 몸집을 키웠다.미탈이 글로벌 철강왕에 오른 건 2004년이다. 자신 소유의 LNM그룹과 미국이 근거지인 인터내셔널스틸그룹을 합쳐 미탈 철강을 세운 해다. 45억 달러가 투입된 이 M&A를 통해 그는 마침내 세계 1위의 철강기업의 소유주가 됐다. 그의 야망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2005년 경쟁 기업이던 아르셀로와 치열한 인수 경쟁을 거쳐 우크라이나의 크리보리즈스탈을 합병했다. 인수가는 당시 시장 가격의 2배인 48억 달러였다. 승부사 기질이 보이는 대목이다. 아르셀로는 룩셈부르크의 아르베드와 프랑스의 우시노르, 스페인의 아세랄리아가 2002년 합병하면서 생긴 회사다.이 회사는 2005년 캐나다의 도파스코를 합병하면서 이듬해 세계 2위의 철강기업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듬해 미탈은 신일본제철·포스코와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마침내 이 회사를 합병해 아르셀로미탈을 세웠다. 100억 달러의 부채를 포함한 380억 달러가 들어간 엄청난 M&A였다. 세계 1위와 2위의 결합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확고한 1위 철강그룹을 세운 것이다. M&A로 기술·생산능력 넓혀 가미탈은 영국의 부동산 역사도 새로 썼다. 2004년 영국 런던의 쾌적한 부자 동네인 사우스켄싱턴의 켄싱턴 가든 18~19번지에 있는 저택을 5700만 파운드(약 8850억 달러)에 구입했다. 당시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이었다. 런던 한복판의 초대형 녹지대인 하이드 파크의 서쪽에 있는 이 지역은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가 신혼 때 살던 켄싱턴 궁전을 지척에 두고 있다.주변에 대사관과 공연시설, 명문 사립학교가 즐비한 쾌적한 부촌이다. 같은 거리 6번지와 9번지의 저택도 1억1700만 파운드(약 1억8200만 달러)와 7000만 파운드(약 1억900만 달러)에 각각 구입해 아들 아디티야(36)과 딸 바니샤(33)에게 주었다. 6번지의 저택도 구입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의 기록을 깼다.이 집에서 미탈 가족은 ‘브리티시 드림(성공해서 세계적 부호와 나란히 영국에서 사는 꿈)’을 이뤘다. 미탈 덕분에 그와 자식들의 집이 있는 켄싱턴 가든은 ‘억만장자의 가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처럼 인도는 물론 중동과 러시아의 신흥 부호들이 너도나도 런던에 집을 구하는 덕분에 런던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미탈은 스포츠계에도 유명하다. 올해 2부 리그로 떨어지고 박지성 선수도 떠난 영국 프로 축구팀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프로축구팀 보유는 부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개인 호사다. 재미있는 점은 미탈의 사위인 아미트 바티아의 가족이 최근 말레이시아 저가항공 에어아시아의 회장인 토니 페르난데스와 인도 자동차 그룹 타타와 손잡고 인도에서 새로운 항공사 영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페르난데스가 바로 QPR의 지분 66%를 보유한 1대 주주다. 페르난데스는 말레이시아 비즈니스맨이지만 이 나라의 소수민족인 인도 타밀계다. 미탈이 전 세계의 힘 있는 인도계 기업인들을 은근히 챙긴다는 관측을 낳는 이유다.사실 미탈은 영국에 살지만 인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특히 인도 스포츠 진흥에 기부하면서 인도인의 관심을 끌었다. 인도가 2000년 하계 올림픽에서 동메달 하나, 2004년에는 은메달 하나에 그치는 등 스포츠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자 900만 달러의 진흥기금을 내놓았다. 자신과 조상의 고향인 라자스탄 등에서 교육사업도 벌인다. 미탈은 마르와리라고 불리는 소수민족에 속한다. 이 종족은 상인으로 유명하다. 미탈은 타고난 상인으로서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도 기업인으로 꼽힌다.아들이 세기의 합병 작업 주역미탈은 슬하에 남매를 두고 있는데 이들을 어릴 때부터 경영에 참여시켰다. 경영 자체를 가족이 하는 전통을 아르셀로미탈에 정착시켰다. 아들 아디티야에겐 그룹의 핵심을 맡겼다. 아르셀로미탈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면서 M&A와 전략커뮤니케이션도 함께 담당한다.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1996년 우등 졸업했다. 그 뒤 잠시 크레디스위스 퍼스트보스턴이라는 은행에서 M&A를 담당하다 1997년 아르셀로 미탈에 합류했다.1999년 미탈그룹의 성장엔진에 해당하는 M&A 부문을 맡았다. 이 업무를 맡으면서 그룹을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로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2006년 380억 달러를 들여 이룬 미탈과 아르셀로 간의 세계적인 합병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 합병은 그의 협상력과 아버지 락시미의 판단력이 더해진 ‘아버지와 아들’의 가족 합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이 일로 아버지의 결정적인 신임을 얻었다.지금 아르셀로미탈은 사실상 부자가 공동 경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창업했지만 그룹 성장에는 어린 아들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경영 승계도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2009년 미국 포춘지는 아디티야를 ‘주목해야 할 40세 이하 경영인 40명’의 4번째에 넣었다.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젊은 글로벌 리더 포럼 활동에 열심이다. 이 때문에 대외 활동에 야심이 있어 보인다는 평이다. 2010년 5월 부터 프랑스 명품그룹 PPR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아디티야는 독일 패션그룹 에스카다 오너의 딸인 메가와 결혼했다. 부부가 기부사업에 열중하고 있다.2008년 런던의 한 병원에 1500만 파운드(약 2330만 달러)를 기부해 미탈 어린이 병원을 건립하도록 했다. 미탈 가문이 비즈니스 성공과 축구팀 지분 소유라는 개인적인 호사에 이어 기부까지 손을 뻗은 것이다. 인도 상인 출신의 사업가가 유럽 최고 부자로 주류 사회에 당당히 입성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미탈의 딸 바니샤는 유럽경영대학원 출신이다. 2007년 포브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상속녀로 꼽았다. 2004년 투자은행가인 아미트 바히아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당시 ‘지구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결혼’으로 보도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1주일간 인도식 잔치로 열린 이 결혼식과 피로연에는 6000만 달러의 비용이 든 것으로 전해진다. 하객이 1000명에 이르렀다.바니샤는 2004년부터 경영에 참가, 현재 미타그룹의 지주회사인 LNM 홀딩스의 이사를 맡았다. 그룹의 주력 기업인 아르셀로미탈과 미탈 철강의 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락시미는 자식들에게 원대한 목표 설정과 끈기, 그리고 순간적인 판단력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사업 확장을 이 세 가지로 이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탈 가문의 경영 지침이나 다름없는 이 세가지는 미탈을 글로벌 파워맨으로 만든 원동력이지 않을까.

2013.09.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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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강철 피로 유럽 최고 부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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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으로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락시미 미탈(62)은 부와 성공의 상징이다. 미탈은 부와 명예, 그리고 영향력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기업인으로 평가 받는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지난해 2월 287억 달러에 이르렀다. 유럽 최고의 부자이면서 2011년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 5위에 오른 부호다.최근 유럽재정위기로 주가가 하락해 재산이 196억 달러까지 줄었지만 올해 5월 발표된 선데이 타임스 선정 영국 부자 리스트에서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했다. 그는 영국 최고 부자자리를 8년째 유지하고 있다.재산의 원천은 철강산업이다. 미탈은 아르셀로미탈 주식의 41%를 보유한 오너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다.일본 신일본제철과 한국의 포항제철이 그 뒤를 잇는다. 미탈은 모국인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 14개국에서 제철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이다. 인도 국적이면서 본인과 자녀는 영국에 거주하고, 아르셀로미탈의 본사는 룩셈부르크에 두고 있다.재산만 많은 게 아니다. 영향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그는 2006년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올랐다. 이듬해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선에 들었다.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는 55위를 기록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사회 활동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미탈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인 골드만삭스의 사외이사와 유럽 최대의 항공방위산업체인 EADS(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의 이사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잠비크의 해외 투자 관련 이사와 고문직도 맡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와 세계경제포럼 이사, 미국 켈로그 경영대학원, 인도 경영대학원 이사로도 활동한다.미탈은 스포츠계에서도 유명하다.최근 박지성이 이적한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축구팀 퀸즈파크레인저스(QPL)의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2부 리그 시절 지분을 100억800만 파운드(약 1조8000억원)에 매입했다.최근 1부 리그로 오르면서 승부를 걸기 위해 박지성 선수등을 영입했다. 이 팀의 1대 주주는 지분의 66%를 소유하고 있는 인도계 말레이시아인 토니 페르난데스다. EPL축구 클럽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영국에 진출한 성공한 기업인의 호사로 통한다. 호주 부호들이 개인 와이너리를 소유하는 것을 취미로 삼는 것처럼 말이다.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에 살아190억 달러의 재산으로 올해 선데이 타임스 선정 영국 부호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우즈베키스탄의 광산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아스널 팀의 지분 29.63%를 이란계투자자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147억 달러의 재산으로 3위에 오른 러시아의 석유왕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의 구단주다. 유럽 최고 부자인 미탈은 영국의 부동산 역사를 새로 썼다.그는 2004년 영국 런던의 부자 동네인 사우스켄싱턴의 켄싱턴 가든 18~19번지에 있는 저택을 5700만 파운드(약 1019억원)에 구입했다. 당시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이었다. 런던 한복판의 초대형 녹지대인 하이드 파크 서쪽에 위치한 이 집은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가 신혼 때 살던 켄싱턴 궁전을 지척에 두고 있다. 주변에 대사관과 공연 시설, 사립학교가 있는 쾌적한 부촌이다.그는 같은 거리의 6번지와 9번지 저택도 각각 1억1700만 파운드(약 2092억원), 7000만 파운드(약 1251억원)에 구입해 아들 아디티야(35)와 딸 바니샤(32)에게 주었다.6번지 저택은 구입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 기록을 깼다. 이 집에서 미탈 가족은 ‘브리티시 드림’을 만끽하고 있다.미탈 덕분에 켄싱턴 가든은 ‘억만장자의 가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도는 물론 중동과 러시아의 신흥 부호들이 너도나도 집을 산 덕분에 런던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철강 가문에서 태어나 독립미탈의 본업은 철강산업이다. 그의 혈관에는 강철이 흐른다. 인도 서북부 라자스탄에서 태어나 서부 대도시 캘커타로 이주한 그는 어려서부터 철강에 익숙했다.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부친 모한 랄 미탈이 철강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모한은 두 아들 프라모드, 비노드와 함께 1984년 일본 히타치와 기술을 제휴해 뭄바이를 본부로 하는 니폰덴로이스파트라는 철강회사를 창업했다. 현재 JSW이스파트라는 이름의 이 철강회사는 여전히 미탈 가문 소유다. 현재 인도 5위의 철강회사다. 하지만 락시미는 현재 이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캘커타의 세인트 사비어스 칼리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공부한 그는 76년 가족 사업을 떠나 별도로 창업을 했다. 업종은 역시 철강업이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이스파트인도라는 이름의 신규 제철소를 세웠다. 그가 직접 세운 유일한 제철소다.그리고 89년에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그는 신규 제철소를 더 짓기보다 기존 철강회사와 인수합병(M&A)으로 회사 몸집을 키웠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신규 제철소를 짓느니 기존 기업을 합병해 경영 효율을 높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M&A는 미탈을 세계적 철강왕으로 만든 힘이다. 미탈주도의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세계 철강업계의 주요 흐름이 됐다. 그가 나선 덕분에 글로벌 철강 업계에선국경을 넘는 M&A가 흔해졌다. M&A의 목표는 신기술 획득과 신제품 생산능력 확보다.이것이 국제 철강업 트렌드의 핵심이다.이런 상승효과 때문에 전 세계 철강업체들은 M&A로 몸집을 불리고 체력을 키웠다. 이는 세계 철강업계의 성공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그린필드 방식’이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도 작용했다. 방대한 부지와 거대한 시설이 필요한 제철소 건설은 주민을 설득하고 환경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미탈은 M&A 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세계적 철강왕에 올랐다.인수합병으로 몸집 키워2004년 미탈은 자신 소유의 LMN그룹과 미국의 인터내셔널 스틸그룹을 합쳐 미탈스틸을 세웠다. 45억 달러가 투입된 이 M&A로 그는 마침내 세계 1위 철강기업의 주인이 됐다. 세계 1위와 2위의 결합으로 아르셀로미탈이 탄생한 후에도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2005년 경쟁기업인 아르셀로와 치열한 인수 경쟁을 거쳐 우크라이나의 크리보리즈스탈을 합병했다.인수가는 당시 시장 가격의 두 배인 48억 달러였다. 그의 승부사 기질이 보이는 대목이다. 아르셀로는 룩셈부르크의 아르베드와 프랑스의 우시노르, 스페인의 아세랄리아가 2002년 합병한 회사다. 이 회사는 2005년 캐나다의 도파스코를 합병하면서 이듬해 세계 2위의 철강기업으로 올라섰다.미탈은 다음해 신일본제철, 포스코와 치열한 경쟁 끝에 아르셀로와 합병에 성공했다. 100억 달러의 부채를 포함한 380억 달러가 오간 사상 최대의 M&A였다. 인도에서 대금업자의 딸과 결혼한 락시미는 두 자녀를 뒀다.유럽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딸 바니샤는 2007년 포브스 선정 전 세계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상속녀로 꼽혔다. 2004년 투자은행가인 아미트 바히아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지구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결혼으로 꼽혔다. 프랑스 파리에서 일주일 간 인도식 잔치로 열린 결혼식과 피로연에 총 6000만 달러의 비용이 든 것으로 전해진다.하객은 1000명에 이르렀다. 바니샤는 2004년부터 경영에 참여해 현재 미탈 그룹의 지주회사인 LNM홀딩스의 이사를 맡고 있다. 그룹의 주력기업인 아르셀로미탈과 미탈 철강의 이사도 겸한다.그룹의 핵심은 아들인 아디티야가 맡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의 CFO인 그는 M&A와 전략커뮤니케이션도 담당하고 있다. 아디티야는 세계적 경영대학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1996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학교를 마치고 잠시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에서 M&A를 담당하다 97년 아르셀로미탈에 합류했다.그는 99년부터 M&A를 담당했다.M&A 공 세운 아들에 CFO 맡겨위에서 말했듯 M&A는 미탈그룹의 성장엔진이다. 아디티야는 이 업무를 맡으면서 그룹을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에 올려놓는데 큰 공을 세웠다. 2006년 380억 달러를 들여 이룬 아르셀로와의 세계적 합병은 그의 협상력과 아버지 락시미의 판단력이 더해진 아버지와 아들의 합작품이다. 아디티야는 이 M&A로 아버지의 신임을 얻었다.현재 아르셀로미탈은 부자가 공동 경영하고 있다. 아버지가 창업했지만 그룹의 성장에 아들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따라서 주변에서 경영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락시미는 자녀들에게 원대한 목표 설정과 끈기, 그리고 순간적 판단력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사업 성공을 이 세 가지로 이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탈 가문에 내려오는 가르침이다.2009년 포춘은 아디티야를 ‘주목해야 할 40세 이하 경영인 40명’ 중 4위로 선정했다. 그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젊은 글로벌 리더 포럼 활동에 열심이다. 그는 2010년 5월부터 프랑스 명품그룹 PPR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아디티야는 독일 패션그룹 에스카다 오너의 딸인 메가와 결혼했다.미탈 가문은 사업에 성공하고 개인적 호사를 누릴 뿐 아니라 기부에도 손을 뻗었다. 아디티야, 메가 부부는 2008년 런던의 한 병원에 1500만 파운드(약 267억원)를 기부해 미탈 어린이 병원을 건립했다. 인도 상인 출신의 사업가가 유럽 최고 부자로 주류 사회에 당당히 편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아버지 락시미는 인도 스포츠 진흥을 위한 기부에 열성적이다. 인도가 2000년 하계 올림픽에서 동메달 한 개,2004년 은메달 한 개 획득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900만 달러의 진흥기금을 냈다. 또 고향인 라자스탄 등에서 교육사업에 일부 기부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작다. 철강사업처럼 기부사업 역시 아들이 대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2012.08.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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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글로벌 경영 강화하는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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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 목표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연간 3700만t)은 세계 4위권이다. 세계 1위는 연산 7000만t이 넘는 아르셀로미탈이다. 단순히 생산 능력만 놓고 보면 포스코가 한참 뒤진다. 이게 다는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따지면 다르다. 포스코가 정상권이다.포스코는 1월 25일 캐나다의 경제 리서치 & 매거진인 코퍼레이트 나이츠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서 30위에 올랐다. 세계 철강기업 가운데 1위였다. 국내 다른 기업으론 삼성전자가 73위를 기록했다.삼성전자보다 순위 높아다보스포럼은 2005년부터 세계의 유수 연구기관의 평가를 토대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을 발표하고 있다. 전체 1위는 덴마크의 제약회사인 노보노디스크가 차지했다. 일본의 토요타(21위)와 히타치화학(28위)도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가항목은 다양성, 안전 효율성, 연구개발(R & D) 투자를 통한 혁신역량, 임직원 채용·고용 유지, 에너지·온실가스·수자원 효율성 제고 등 11개 지표다.포스코는 세계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 39조1720억원의 매출(단독 기준)을 기록했다. 2010년 매출(32조5820억원)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사상 최고치였다. 포스코가 지분 50%를 가졌거나 30% 이상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 지위를 가진 계열사의 실적까지 더한 연결 기준 매출도 2010년보다 40% 넘게 늘어난 68조9390억원이었다(영업이익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과 철강 수요 감소로 다소 줄었다).포스코는 그러면서도 t당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용수 사용량은 해마다 줄이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가장 먼저 2010년부터 해마다 탄소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또 광석에서 금속을 빼고 남은 찌꺼기인 슬래그를 해양의 갯녹음(백화) 현상을 막는데 활용하고 있다. 갯녹음 현상은 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면서 어장이 황폐화되는 걸 말한다.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에서도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 세계적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지난해 6월에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로 선정했다. WSD는 세계 34개 철강회사를 대상으로 기술력, 수익성, 원가 절감, 재무 건전성, 원료 확보를 비롯한 23개 항목을 평가한다. 포스코는 2002년, 2003년, 2004년, 2010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해외 투자 확대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파이넥스를 비롯한 선진기술을 적극 개발한 덕이 컸다. 포스코는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약 303억9800만 달러로 조강 생산량 세계 1위인 아르셀로미탈(281억2500만 달러)을 20억 달러 가량 앞섰다.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기업의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주가를 적극 관리한다. 정준양 회장은 2월 2일에 임원진 72명과 자사주 4351주를 매입했다. 정준양 회장과 최종태 사장은 각각 100주씩을, 다른 임원은 50주에서 100주 내외를 매입했다. 전체 금액으로는 약 18억원 규모로 크진 않지만 회사의 실적에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정준양 회장의 올해 첫 해외 출장도 투자자를 만나는 자리였다. 정 회장은 2월 13일부터 사흘간 런던·뉴욕·보스턴에서 ‘최고경영자(CEO) 포럼’을 열고 해외 투자자에게 포스코의 올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비전을 직접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10년부터 해마다 연 초에 해외를 돌며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하고 있다. 정준양 회장은 고(故) 박태준 회장의 유훈을 실현하는 첫 목표로 주가를 제시했다. 포스코는 올해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금 창출 능력 범위에서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국내외 철강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다른 투자는 필요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70조6000억∼74조3000억원, 단독 기준으로 37조7000억∼41조2000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투자는 연결 기준으로 8조3000억∼9조5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의 김종재 애널리스트는 “포스코뿐만 아니라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포스코파워 같은 상장 자회사와 포스화인, PNR, 포스코피앤에스 등 비상장 자회사의 매출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정준양 회장은 “올해 경영계획 화두는 철강사업의 경쟁력 유지와 미래 성장사업의 성과 창출”이라며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 노력에 힘을 쏟아 경쟁사와 수익성 격차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도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시나리오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최선·보통·최악의 경우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잘게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상황에 맞게 재빨리 경영 전략과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라는 것이다.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 초 취임한 정 회장은 늘 위기관리를 강조해왔다. 정 회장은 올 초 패러독스 경영으로 수익성을 높이자고 말했다. 패러독스 경영이란 차별화와 낮은 원가 전략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해 성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정 회장은 새해 구상 프리젠테이션에서 “임진년인 올해는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제하고 “고유의 신제품 개발과 원가 절감 프로세스, 글로벌 토털 솔루션 마케팅을 접목하는 포스코식 패러독스 경영으로 글로벌 경쟁사와 영업이익률 격차를 현재보다 2%포인트 이상 더 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비용 줄이는 게 원가 절감 아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올해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제품을 40종 넘게 개발하고, 원가 절감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지난해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제품을 99종에서 124종으로 늘려 2010년보다 18.2% 늘어난 553만t을 팔았다. 정 회장은 이와 더불어 스피드와 리스크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원가절감·품질관리·안전관리를 모두 실시간으로 이뤄 실행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그는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에 포스코 패밀리(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모든 계열사로 확대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포스코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위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강조하는 원가 절감이 단순한 비용 절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추진하는 원가 절감이 무조건 모든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곤란하다”며 “경영성과를 증대시키는 활동도 원가 절감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정 회장은 이런 특유의 위기관리 경영으로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어왔다. 특히 그가 취임한 2009년 초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세계 유수의 철강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며 허덕였다. 정 회장은 기술 경쟁력 확보, 원가 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강화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그 결과 포스코는 2010년에 글로벌 경쟁력 1위의 철강회사로 지위를 다졌다. 포스코는 2010년에 초고강도강(TWIP강)을 비롯한 고부가 전략 제품의 생산기반을 늘려 영업이익률 20% 수준의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제품 판매량을 468만t으로 늘렸다. 같은 해 세계적인 생산성을 자랑하는 연산 530만t 규모의 포항4고로 개수를 완료하고, 연산 200만t 규모의 광양 후판공장을 준공하는 등 신·증설 설비를 본격 가동했다. 이와 더불어 대우인터내셔널·성진지오텍을 인수해 인수·합병(M & A)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정 회장은 단순한 철강회사를 넘어 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제고를 기본으로 마그네슘·리튬·지르코늄·티타늄을 공급할 수 있는 종합소재기업으로의 도약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포스코는 2010년에 국토해양부와 각각 150억원씩 모두 3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2015년 3월을 목표로 리튬 상용화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리튬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휴대폰, 노트북PC에 쓰이는 2차전지 원료로 세계적인 전략금속 자원이다.포스코는 티타늄 생산에도 나섰다. 티타늄은 부식에 강하고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아 화학 플랜트와 원자력 발전, 담수설비에 쓰인다. 가격도 일반 철강재보다 20배 넘게 비싼 고급 제품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 연산 6000t 규모의 티타늄슬래브 공장을 착공했다. 일본과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티타늄 판재의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는 카자흐스탄의 UKTMP사와 50%씩을 투자했다. 올해 말 준공 예정이다. 공장을 가동하면 UKTMP사는 티타늄 슬래브 제조 원료인 티타늄스펀지를 공급하고 포스코는 카자흐스탄에서 생산한 슬래브를 국내로 들여와 포항제철소의 열연·스테인리스공장에서 판재로 제작해 공급한다.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일본 토요타통상과 마그네슘과 신소재 사업의 상호협력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마그네슘 소재 공급과 제련사업 공동 투자, 기타 신소재 사업에서 공동 협력한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완공하는 포스코의 강원도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 만드는 마그네슘괴를 토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부품 회사에 판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에 마그네슘 수출 루트를 확보함에 따라 마그네슘 사업이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포스코와 지난해 11월에 르노자동차와 ‘마그네슘 합금 판재를 이용한 경량 자동차 부품 개발’ 기술 협약도 맺었다. 르노는 지난해 ‘공동 혁신 프로그램’이란 새로운 개발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처럼 공급사가 만든 부품을 사다 쓰는 게 아니라, 아예 기술 개발부터 자동차에 적용할 때까지 공급사와 비용을 나눠 내며 개발을 진행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포스코의 마그네슘 프로젝트는 르노의 첫 번째 실험이다. 마그네슘은 철강의 5분의 1, 알루미늄의 3분의 2 수준으로 가벼우면서도 진동 흡수나 열 전도 능력이 뛰어나고 100% 재활용 할 수 있어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숙제인 차량 경량화와 연비 향상에 필요한 최적의 소재로 꼽히고 있다. 마그네슘의 가격은 기존 소재보다 10배 가까이 비싸 현재 대부분 휴대폰·디지털카메라의 케이스 제작에 쓰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이 일부 부품에 쓰고 있다.리튬·마그네슘 등 고부가 소재사업도 활발포스코는 지난해에 강원도 강릉에 올해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간 생산량 1만t의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착공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해마다 약 1만4000t을 중국에서 전량 수입했던 마그네슘괴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또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남 순천에 광폭 마그네슘 판재 주조공장도 짓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동차 판재용으로 쓰려면 얼마나 넓은 폭으로 찍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재 폭 1500㎜까지 한 번에 찍어낼 능력을 갖췄다”며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포스코는 이밖에 스테인리스스틸 제품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필수 원료인 니켈과 고부가 탄소 소재인 등방흑연소재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등방흑연소재는 반도체,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장비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올리겠다는 포스코의 비전 2020이 종합소재 사업에서도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2012.02.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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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부풀려 ‘누구든 덤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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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중국에 세운 일관 제철소. “포스코는 1만 명이 2800만t의 철을 생산한다. 철강 100만t 생산에 1000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룰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높은 생산성이다.” 세계 철·철강 연구소(International Iron and Steel Institute: IISI)가 펴낸 ‘세계 철강 상황 2006(World Steel in Figures)’ 보고서의 지적이다. 포스코를 바라보는 국제 철강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조강생산이 3110만t에 이른다. 인도의 아르셀로 미탈과 신일본제철에 이어 세계 3위 철강업체로 자리 잡았다. 덩치는 물론 경영상으로도 글로벌 우량기업으로 우뚝 섰다. 기업가치 534억 달러, 연결기준 매출 31조5000억원, 영업이익 4조9000억원의 수치가 말해준다. 4월 1일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포스코는 이렇듯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세계 철강업계의 모범 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IISI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 철강산업의 현황과 포철이 갈 길을 살펴본다. ◇기술과 자본력으로 몸집 불리기 = 글로벌 철강업계에선 최근 몇 년간 국경을 넘는 인수합병(M&A)이 예사다. M&A의 목표는 신기술의 획득과 신제품 생산능력의 확보다. 이것이 철강 국제 트렌드의 핵심이다. 현재 전 세계 철강업체들은 M&A로 몸집을 불리고 체력을 키우는 한편, 활발한 제휴로 합종연횡하며 생존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세계 철강업계의 주요 흐름이다. 인도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 세계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세계 최대의 글로벌 철강그룹으로 떠오른 아르셀로 미탈이 대표적이다. 이 그룹은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로 세계적 기업으로 올랐다. 포스코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해외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그린필드 방식’과 기존 시설을 M&A하는 방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M&A에 유리한 상황이다. 우선 이를 위한 실탄이 비교적 넉넉하다. 지난 몇 년 동안 막대한 흑자를 올리면서 한국 기업 가운데 현금 동원 능력이 가장 뛰어난 업체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건이 좋은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M&A를 통해 시너지를 크게 거둘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완공된 파이넥스 공장의 경우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가공 없이 바로 사용함으로써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여 세계 철강 제조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처가 필수적인 시점에서 포스코가 확보한 환경오염 저감 기술은 대단히 요긴하다. ◇인도가 승부처 = 현재 철강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인도다.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연간 1인당 철강 소비량이 300kg은 돼야 한다. 인구 10억의 인도라면 연간 생산량이 3억t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생산량은 연간 5000만t 정도다. 지금의 6배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인도는 1947년 독립 때만 해도 철강 생산량이 연간 100만t에 불과했다. 경제 개방을 시작하던 1991년에도 1400만t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그 뒤 10년 동안 생산량이 두 배가 됐으며 최근까지 다시 곱절로 늘었다. 확대는 계속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인도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2012년까지 1억2400만t, 2020년까지는 2억7500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인도는 세계 2위의 철강 생산국이 된다. 포스코는 애초 창립 40주년에 맞춰 인도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사정’으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심지어 올해 안에 착공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할 정도다. 현지의 복잡하고 늦은 행정 처리와 공장 건설로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계속되는 민원 때문이다. 포스코가 인도에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지역은 현재 미탈을 비롯한 글로벌 철강기업 모두가 공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성장하는 인도의 철강시장을 보고 달려든 것인데, 그만큼 그 지역이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기도 하다. 그곳에선 이미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도에서는 늑장 행정처리와 지역 주민 민원문제 등이 겹친 악조건 속에서 생존하는 기술도 경쟁력이 된다. 포스코는 베트남에서도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도이모이(개혁·개방)와 경제 성장을 추진 중인 베트남 정부는 제철소 유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상당한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포스코는 현재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에서는 인도 공장보다 더 늦게 추진 작업에 들어간 베트남 공장이 더 빨리 지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의 철강 생산력 증가세는 최근 들어 멈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13억이란 걸 감안하면 중국의 철강 생산력은 여전히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기는 했다. 오랫동안 철강 순수입국이었으며, 최근 들어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중국의 철강업계는 최근 몇 년간 투자 확대보다 기존 기업의 합병과 재편성으로 힘을 비축하는 시기로 보인다. ◇후발국이 분발하는 세계 철강산업 = 전 세계적으로 연간 철강 생산량은 현재 10억t에 이른다. 글로벌 철강 생산량은 20세기 이래 계속 늘어왔다. 20세기 초 2800만t 수준이던 것이 21세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7억8000만t으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서유럽, 미국, 소련, 동유럽, 일본 중심이던 철강 대량 생산국이 한국, 브라질, 인도로 확대됐다. 중국의 경우 연간 철강 생산력이 2003년 2억2010만t, 2005년에는 3억4936만t으로 늘었다. 2005년 중국이 생산한 철강은 같은 해 일본이 생산했던 1억1247만t, 미국의 9390만t, 러시아의 6615만t을 합친 것보다 많다. 1974년 5억2100만t에 이르렀던 미국의 연간 생산량은 2000년 2억7800만t까지 떨어졌다. 유럽연합의 경우 9억9600만t에서 2억7800만t까지 감소했다. 4억5900만t을 생산하던 일본도 1억9700만t까지 실적이 줄었다. 74년엔 거의 존재감도 없었던 한국은 이제 연간 4600만~4800만t의 생산력을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앞으로 자사만으로 연간 5000만t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복안이다. 브라질은 3000만t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력 고용 면에선 이점 떨어져 = 제철업계에선 철강회사가 1명을 고용하면 주변에서 3.5개의 파생적인 일자리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갈수록 철강사 고용 인력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구미에선 산업 쇠퇴로, 신흥 철강강국에선 기술 강화가 이유다. 1974년에서 99년 사이 전 세계 철강업계의 고용 인력은 큰 폭으로 줄었다. 미국에선 52만1000명에서 15만3000명으로, 일본에선 45만9000명에서 20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독일에선 23만2000명에서 7만8000명으로 줄었다. 영국에선 19만7000명에서 불과 3만1000명으로 줄었다. 브라질의 경우 11만8000명에서 5만9000명만 남았다. 남아공에선 10만 명에서 5만4000명으로 축소됐다. 한국의 경우 99년 고용인력이 5만8000명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25년 동안 150만 명의 고용 인력을 줄였다.

2008.03.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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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공격당할 위험에 노출

산업 일반

지난해 3월 6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포스코가 M&A의 또 다른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칼 아이칸의 KT&G 인수합병(M&A) 시도를 다루면서 포스코를 언급한 것이다. 원론적 내용이었지만 포스코는 M&A가 나올 때마다 항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잠잠하던 포스코의 M&A설은 지난 2월 1일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의 롤랜드 융크(Junck) 경영위원회 위원(전 CEO)이 한국에 오면서 다시 한번 떠오르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30일 한 행사에서 “이번 방문에서 인수합병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앞서 가지 마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 협력도 논의하고, 얼굴도 보고, 공장도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오게 됐다”며 “양사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융크 위원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언론이 이번 방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잘 알지만, 이 회장과의 만남에서는 양사 간의 일반적인 협력 관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기에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구택 회장도 지난해 말 포스코 혁신 페스티벌에서 “얼마 안 가서 포스코에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당시 만찬에서 “세계적으로 기업 M&A 광풍이 몰아치고 있으며, 주식회사 개념이 약한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미국·유럽 사람들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설마 (세계 1, 2위 철강회사로 합병한) 아르셀로-미탈이 포스코를 먹겠느냐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 철강시장은 이처럼 M&A의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세계 3위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뛰어난 기술과 풍부한 현금자산, 저평가된 주가를 가지고 있는 포스코는 이런 M&A 흐름에 단골로 등장하는 회사다. 한 애널리스트는 “미녀에게 남자들이 계속 구애를 하듯이 포스코는 항상 M&A에서 관심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적대적 M&A 대상 될 수도” 실제 포스코의 M&A 가능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와중에 세계 철강업계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M&A가 이뤄졌다. 2월 1일 세계 철강업계 56위인 인도의 타타스틸이 브라질 CSN을 제치고 영국 최대 철강업체로 세계 9위인 코러스의 인수자로 최종 확정됐다. 이번 인수로 타타스틸은 철강 ‘빅5’에 입성하게 됐으며, 글로벌 철강업계에 다시 M&A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포스코의 M&A는 과연 가능할까? 일단 포스코 측은 M&A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자사주 등을 포함한 우호지분이 30% 가까이 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포스코가 국민기업이라는 점, 해외 지분들이 잘게 분산돼 있다는 점 등이 적대적 M&A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다. 하나증권 김태경 연구원은 “포스코의 M&A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지분 구조를 보면 국내 기관의 지분이 27~28% 정도 된다”면서 “우리나라 정서상 기관들이 외국과 합작해 국민기업에 대해 M&A를 시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가 내수시장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점도 M&A 매력을 떨어뜨리는 점이다. 대투증권의 김정욱 연구원은 “포스코의 80%가 내수 기반이다. 따라서 인수하려면 국내시장을 보고 와야 되는데 그게 의문이다. 또 중국 때문에 몇 년 내에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가 될 것인데 무리하게 인수합병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포스코의 CFO인 이동희 전무도 “포스코는 그동안 주가도 많이 올랐고 우호지분도 충분히 확보했으며,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우호지분 33% 이상도 충분히 확보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적대적 M&A 염려가 확실히 없어졌다고 단언할 순 없겠지만, 싸우면 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또 “포스코는 국가 자산이나 마찬가지고, 이런 국민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같은 생각은 과대망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기업’‘국가 기간산업’ 등의 논리로 포스코가 M&A에서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순진한 일이다. M&A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포스코가 자신의 우호지분을 33%라고 주장하더라도 충분히 적대적 M&A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60%가 넘는 해외지분 소유주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고, 이들이 주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매수하겠다고 할 경우 투자자들이 주식을 넘겨주지 말란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국인은 그동안 포스코에 지속적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해 왔지만 회사는 주주들을 상대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설득해 왔다. 또 기간산업으로 한국 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일부 가격을 ‘정책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외국 주주들에겐 불만일 수 있다. 철강업계에 정통한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펀드 형태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만약 제3자가 나타나 더 많은 이익을 주겠다고 하면 파는 것이 그 사람들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보유분을 자신의 우호지분으로 생각하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는 얘기다. 확실한 주인이 없어 막상 적대적 M&A 싸움이 일어나면 의사 결정이 늦어진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세계 철강업계 ‘짝짓기 계절’ 한투증권의 김봉기 연구원은 “포스코는 현금성 자산이 많고, 기술력이 뛰어난 매력적인 상대”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철강업의 글로벌 M&A는 산업의 트렌드”라며 당분간 M&A 바람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투증권의 김정욱 연구원은 철강업계에 M&A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수급 요인으로 설명했다. “원료 단계에서 보면 3개 정도의 철광석 원료 회사가 75%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인 자동차 업계도 3개 자동차 회사가 세계 수요의 50%를 점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지난해 M&A로 태어난 아르셀로-미탈이 겨우 철강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원료를 살 때도, 제품을 팔 때도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밖에 없다.” 최근 철강업계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일본제철·CSN 등 다른 업체들 역시 공격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세계 2위의 철강업체인 신일철은 브라질 최대 철강사인 우시미나스에 눈독을 들이며 지분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코러스 인수에 실패한 CSN은 콜롬비아 철강업체인 아세리아스 파즈 델 리오(APR)에 입맛을 다시고 있다. 하지만 CSN 역시 러시아의 세버스탈과 미국의 AK스틸이 노리는 새로운 먹잇감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미탈에 인수된 아르셀로는 2001년 우시노르와 아르베드, 지난해와 올 초 캐나다 최대의 철강업체 도파스코와 에르데미르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미탈스틸도 2004년 미국의 인터내셔널 스틸그룹, 지난해는 우크라이나의 철강업체 크리보리츠탈을 인수하며 대형 기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철강 업계에서는 이 밖에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군소 철강기업들 간에 크고 작은 M&A가 부단히 이뤄져 왔다. 미국의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이 집계한 ‘유의할 만한’ 수준의 철강회사 간 M&A는 1998년 이후에만 30여 건이 넘는다. 이처럼 포스코는 사방에서 공격당할 수 있다. 철강업계는 요동치고 있는데 포스코가 지금의 지분구조로 안전하다고 얘기하는 걸 믿을 수 있을까?

2007.02.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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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강업계 ‘짝짓기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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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수합병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지금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철강회사는 단연 미국의 ‘US스틸’이다. 적자가 쌓여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미국 내 공장 규모가 상당히 크다. 또 철광석과 코크스를 주 원재료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낮은 비용으로 운영하는 제철공장도 동유럽에 갖고 있다. 미네소타주에 방대한 철광석 광산도 소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 회사는 부채가 거의 없는, 80억 달러 가치의 회사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가치라면 ‘저렴한 편’이란 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이 회사 주식도 은근히 오르고 있다. 10월 3일 이후 이 회사 주식은 65달러까지 올랐다. 물론 아직은 지난해 기록했던 77달러를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 경영진도 현재 인수합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존 서머 US스틸 회장은 “추가적인 자산통합을 통해 회사 합병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회사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철강업계에서 벌어졌던 대부분의 인수합병은 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US스틸의 주주들은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서머 회장은 US스틸이 인수합병할 수 있는 대상 기업과 관련해 “어떤 회사도 가능하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US스틸 주가 저평가돼 최근 JP모건의 조사분석가인 미셸 감바델라는 보고서를 통해 “US스틸과 AK스틸은 해외 철강업체들이 겨냥하는 ‘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US스틸 주식은 감바델라가 좋아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감바델라는 US스틸 주식이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US스틸이 유럽에서 철강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 미국에서 연관식 제철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인수 희망업체들에는 큰 매력이다. US스틸을 인수하는 회사는 이 두 사업 분야 중 하나를 매각해 회사 구입대금으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 내 철강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었다. US스틸은 실적에 근거해 볼 때 현금 흐름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연간 철강 생산량이 가장 적은 회사들 중 하나다. 저평가 실례는 이렇다. US스틸은 미국 내 라이벌사인 누코르의 절반에 못 미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가지고 있다. US스틸의 기업가치를, 생산하는 철강의 톤(t)으로 환산하면 1t당 400달러가 된다. 철강업계의 선두인 아르셀로 미탈사는 1t당 600달러가 넘는다는 평가다. 이 아르셀로 미탈 사는 1위인 미탈 스틸(Mittal Steel)과 2위인 아르셀로(Arcelor)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다. 배론스는 2년 전 US스틸에 대해 호평을 한 적이 있다(‘Heavy Metal’, 2004년 11월 8일자 기사). 그 당시 이 US스틸 주식은 4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당시 배론스가 호평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US스틸이 외부자극에도 불구하고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같은 점은 지금도 똑같다. 그런데 다만 한 가지, 현재 US스틸 경영진의 마인드가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독일의 티센크루프나 러시아의 세바 스탈은 US스틸에 대해 끊임없이 인수합병과 관련된 추파를 보냈고, US스틸도 이에 화답하기 시작한 것이다. 철강회사들 간의 굵직한 인수합병이 최근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인도의 타타 스틸(Tata Steel)이 영국 최대 철강회사 코러스(Coru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코러스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다. 이 같은 합병은 US스틸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US스틸을 인수할 회사는 결국 외국의 유력한 철강회사일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미국 내에서 US스틸을 인수할 역량이 있는 회사는 누코르뿐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US스틸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내면 독점금지 문제에 당장 부닥치게 된다. 또 누코르와 US스틸은 생산 방식도 다르다. US스틸은 거대한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원재료로 삼아 철강을 만들어 낸다. 반면 누코르는 소형 용광로를 사용해 고철을 갖고서 철강을 뽑아낸다. US스틸은 노조가 있고, 누코르는 그렇지 않다. 러시아 철강업체인 세바 스탈의 회장이자 최대 주주인 알렉세이 모르다쇼프는 그의 회사를 아르셀로 미탈에 이어 세계 2위의 업체로 만들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세바 스탈의 철강 생산력은 지난해 세계 15위였다. 이 회사는 조만간 런던주식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이 회사는 10억~20억 달러의 거금을 런던 증시를 통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세바 스탈은 이번 상장으로 거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미탈과 아르셀로의 합병은 연간 철강 생산량이 1억t이 넘는 거대한 철강기업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생산량은 US스틸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인수합병 작업들은 다른 철강회사들 간의 합병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미탈은 이미 미국 내에서 꽤 규모가 큰 철강회사에 속한다. 미탈은 이미 인터내셔널 스틸 그룹이란 회사를 갖고 있는데, 이 회사는 예전에 파산한 철강회사들인 베델르헴, LTV 같은 회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회사다. US스틸 서머 회장은 US스틸의 영업·재무 성적이 꽤 좋아졌다는 것을 월 스트리트(미국 뉴욕의 금융가)를 상대로 홍보를 잘했다. 2003년 내셔널 스틸을 인수하면서 거래도 원만하게 잘 성사시켰다. 같은 해에는 세르비아에 있는 철강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US스틸이 AK스틸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소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 AK스틸은 꽤 규모 있는 미국의 철강업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회사의 오하이오 공장에서 있었던 노사 갈등이 진정되어야만 인수합병에 관한 얘기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 세계 3분의 1 철강산업은 지난 몇십 년간 최고의 호황을 누려 왔다. 특히 2003년 이후 급격한 가격 상승 덕분에 이익도 막대하게 얻었다. 가파른 가격 상승세는 대부분 중국의 막대한 수요, 동유럽과 개발도상국의 소비 증가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중국만 놓고 봐도 그렇다. 중국은 매년 전 세계 철강 생산과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열연강 가격은 현재 미국에서 1t당 600달러 정도인데, 이 가격은 2003년 이후 3년 만에 두 배로 뛴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완화된다면 철강주도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또 최근 철강회사 주가는 철강 가격의 하락으로 주춤하고 있다. 재고도 증가했다. 중국에서의 공급과잉 우려도 있다. 하지만 미국 철강업체들은 미국 내 합병으로 많은 이익을 보았다. 이로 인해 US스틸, 누코르와 미탈 같은 메이저 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에서 수입된 철강 제품의 경우 운송비가 1t당 100달러가 더해진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철강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다. 또 철광석이나 석탄 같은 원재료비의 급격한 상승으로 중국 철강업체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US스틸은 현재 이렇게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US스틸 방식대로 철 1t을 생산하면 396달러가 든다고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360달러가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2년 중국 업체들의 생산비는 1t당 80달러에 불과했었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그간 급격하게 무너졌다는 얘기다. US스틸은 미국 내에서 철광석을 자급자족하고 있는 상태다. 미네소타 광산 덕분이다. 이 광산에 있는 철광석은 적어도 40년은 쓸 수 있다. US스틸이 사용하는 철광석의 원가는 1t당 50달러다. 그런데 중국 철강업체들이 부담하는 철광석의 원가는 약 25달러다. 지금 US스틸은 15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부채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2005년 7월 이후 이 회사는 770만 주를 사들였고, 총 유통주식 숫자를 1억2300만 주로 줄였다. 그런데 연금과 퇴직 의료보험 충당금은 US스틸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US스틸을 인수할 회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2005년 말 연금 펀드는 6억 달러의 적자 운용을 하고 있다. 재원이 없는 의료보험금 적자는 좀 더 심각하다. 2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US스틸은 2003년 이후에 입사한 직원들에게 ‘확정 연금지급 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인수합병이 되든, 안 되든 US스틸은 ‘업계의 승자’가 될 것이다. 만일 인수합병이 이뤄진다면 인수하는 회사는 주당 100달러씩 내고 US스틸을 사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2007년에 주가 약세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순이익도 많이 낸다면 US스틸은 ‘독자 생존’에도 큰 문제가 없다. US스틸의 주가는 최근에 60달러 중반이었다. 인수합병의 제안이 있으면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다. 순이익이 많이 난다면 1년 내 80달러 선까지 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6.10.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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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scope] 북극에 양치식물이 다시 자라려…

산업 일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만든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 호평을 받는다. 책과 다큐멘터리로 발표된 이 작품에서 고어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대재앙이 닥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해수면이 8m나 상승해 런던·뉴욕·상하이 등 세계 유수 해안도시가 완전히 물에 잠기고 지구촌 지도 자체가 바뀔지 모른다는 섬뜩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빨리 빙하가 녹아내리는 극지방이 그 물의 진원지다. 지난주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는 하나의 주제로 묶인 논문 세 편이 실렸다. 사실 요즘과 달리 지구 온난화가 정치 쟁점이 안 되는 시기였다면 과학계에서도 기껏해야 수십 명 정도밖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주제였다. 5500만 년 전 북극의 날씨가 어땠느냐가 주요 내용이다. 과학계는 당시 지구가 현재보다 기온이 높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지만 직접적인 북극 자료는 없었다. 코어 샘플을 얻으려면 해저 400m를 뚫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논문의 저자들은 그 일을 해냈다. 배 두 척이 양쪽에서 해빙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아 세우면 세 번째 배가 구멍을 뚫었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 충족 때문이었다면 너무 비싼 작업이었겠지만, 지구의 기후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밝혀줄 미지의 중요자료를 얻기 위해서라면 결코 비싸다고 하기 어렵다. 지난주 신문과 웹사이트의 1면을 장식한 연구 결론은 이랬다. 북극 해수 온도는 애초 과학계의 짐작보다 섭씨 10도 정도가 높았던 듯하다. 그렇다면 이 정보는 우리 모두가 궁금해 마지않는 ‘지구는 얼마나 더워질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제시할까? 5500만 년 전에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사실은 탄소로 인해 예상되는 수치보다 훨씬 높이 기온을 상승시키는 다른 작동 기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열 발산을 막는 고층 구름?). 기후과학자들도 바로 이 점을 염려한다. 하지만 이번 논문도 그런 작동 기제가 뭔지, 혹은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밝히지 못했다. 온난화 효과는 대륙과 바다, 폭풍 같은 기상현상과 일정 정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상현상은 5500만 년 동안 크게 달라졌다. 그렇다면 이번 논문이 연구한 5500만 년 전 온난화 현상은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극 해수 온도가 23도로 따뜻해진다는 전망은 고어의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위의 세 논문 중 한 편은 북극이 한때 새파란 양치식물로 뒤덮였다는 증거를 기술한다. 양치식물에 뒤덮인 북극은 고어의 다큐멘터리와 잘 맞아떨어질 듯한 광경이다. 어쨌든 해답을 기다리는 동안, 북극에 다시 한번 양치식물의 싹이 돋아나려면 수십, 수천 년이 아니라 수백만 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FRED GUTERL 진퇴양난의 천수이볜 Last Waltz 지난주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에겐 아주 운수 사나운 시간이었다. 부패추문이 터지더니 급기야 친척까지 연루되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5월 31일 권력의 일부를 이양하겠노라고 전격 발표했다. 국가안보와 외교 문제에서는 명목상 권한을 유지하지만 일상적 통치권은 총리이자 2008년 총통 후보로 유력한 쑤전창(蘇貞昌)에게 넘겼다. 그리고 자신이 이끄는 민진당의 선거운동에도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8년 선거에서 국민당과 힘든 싸움을 앞둔 민진당으로서는 인기 없는 첸수이볜과 거리를 둬서 나쁠 게 없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수초우대 정치학 교수 로치청은 쑤전창이 천수이볜보다는 온건한 양안 정책을 구사하겠지만 정책 변화는 미미하리라고 예측했다. 본토 관광객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등의 사소한 조정만 기대된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 정부가 민진당의 대만독립 추구를 불쾌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조치는 제지당할 게 뻔하다. “쑤는 중국 정부와 정치 회담을 활성화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로치청 교수는 전망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JONATHAN ADAMS 고임금 국가에서 제조업 되살아난다 The Price Is Right 세계화 때문에 고임금 국가의 제조업 부문은 고래기름 산업의 전철을 밟아야할 운명이다.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꼭 그렇지만도 않다. 새로운 통계수치를 보자. 도요타는 동남아·중남미·동유럽 등 대표적 저임금국에서 연속 32개월 증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동시에 일본 국내 생산량 역시 내리 8개월 동안 증가했고 급기야 지난 4월에는 국내 증산율이 저임금국 증산율의 두 배를 넘어섰다. 최근 혼다도 일본에 신규 조립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어떤가? 워낙 노조의 힘이 세고 노동 규제가 엄격해 생산이 위축되기로 유명한 나라다. 그러나 이제 그런 독일에서조차 제조업이 완전히 죽지는 않았는지 모른다. 2주 전 아우디는 신형 Q5 SUV 생산을 목표로 노후된 잉골슈타트 공장 확장에 3억84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경제분석가들을 놀라게 했다. 아우디가 그런 결정을 내린 한 가지 동기는 직업 안전성만 보장해주면 비용절감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노조의 적극적 자세였다. 제조업계의 흐름을 바꾼 원인이 하나 더 있다. 연료비 상승으로 세계적인 공급망에 부피 큰 상품을 공급하는 물류비가 동반 상승한다. 그에 따라 본국이 제조에 더 매력적인 장소로 변하면서 공장들이 되돌아오는 추세다. JOHN SPARKS “우리가 남이가” Gift for a Friend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항공·철강 같은 ‘전략’ 산업은 러시아인이 직접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러시아 최대 철강기업 세버스탈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철강제조사 아셀로어와 약 170억 달러에 합병을 한다고 발표했을까? 앞서 말한 새로운 규칙은 크렘린의 친구들한테는 예외가 가능하다는 의미인 듯하다. 세버스탈의 알렉세이 모르다쇼프(40) 회장은 푸틴의 대표적 측근이다. 2004년 푸틴 재선팀의 핵심이었고,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의 죽마고우다. 또 러시아의 WTO 가입을 준하는 정부위원회를 이끌고, 학교나 각종 공익사업에 돈을 쏟아부으며 정치적 신의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일곱 번째 부자인 모르다쇼프에게 아주 달콤한 거래였다. 세버스탈 지분 약 90%를 내주고 아셀로어 지분 33%를 받는다. 이로써 세계최대 철강기업이 탄생한다. 이번 거래는 러시아 정부의 입맛에도 맞는다. 크렘린과 가까운 정치전략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이번 조치로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동등한 역할을 하는 나라”라는 점이 입증된다고 말했다. “푸틴은 모든 러시아 기업의 국유화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기업과의 통합도 목표로 한다.” 통합의 주체가 크렘린 식구들인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OWEN MATTHEWS and ANNA NEMTSOVA

2006.06.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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