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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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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명품 라인업 강화한 신세계인터내셔날, ‘더 로우’ 독점 유통

유통

패션전문기업 신세계인터내셔날이 ‘MZ세대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더 로우’(The Row)를 새로 론칭하며 신명품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미국 패션브랜드 더 로우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첫 단독 매장을 연다. 더 로우의 국내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10년 전까지 수입 유통을 하다 중단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번이 두 번째 전개를 맡게 됐다.더 로우는 할리우드 스타이자 패셔니스타인 애슐리 올슨(Ashley Olsen)과 메리 케이트 올슨(Mary-Kate Olsen) 자매가 지난 2006년 론칭한 브랜드다. 프리미엄 소재와 깔끔한 라인 및 정제된 디자인, 완벽한 핏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정밀한 테일러링의 클래식 시그니처 쉐입이 특징이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고급화 전략을 통해 럭셔리 하우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제품은 부어스 클러치, 마고백, 파크백 등이 있다.이 브랜드는 지난해 열풍이 일었던 ‘올드머니룩’의 대표주자로도 불린다. 올드머니룩은 명품 로고가 크게 부각되는 의상보다는 우아하고 수수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옷과 가방 등을 매치하는 패션이다. 최근 블랙핑크 제니, 배우 정유미 등이 애용하면서 국내에서 인기가 급부상했다. 그간 명품 편집숍에서 소량으로 판매됐으나 이번 국내 유통 계약을 통해 인지도와 판매량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패션업계 관계자는 “더 로우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브랜드로 국내 패션 대기업에서도 더 로우의 국내 공식 수입을 맡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안다”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최종적으로 브랜드 유통 전개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한편 국내 패션 대기업들은 해외 신명품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샤넬, 에르메스 등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보다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희소성이 높은 제품에 열광하는 MZ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보다 투자 대비 효율이 높다는 장점을 가진다.신세계인터내셔날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한섬, 코오롱FnC 등 국내 패션 대기업 5개사들은 신명품 수입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선보이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에만 미국의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리포메이션’,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꾸레쥬’, 미국 액티브웨어 브랜드 ‘뷰오리’ 등의 국내 판권을 인수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등의 새 브랜드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LF도 지난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이 보유한 프랑스 브랜드 ‘빠투’를 전개하며 해외 수입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섬 역시 ‘무이’, ‘톰그레이하운드’, ‘폼’ 등 자체 편집숍의 바잉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명품 브랜드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4.03.05 14:26

2분 소요
명동엔 ‘유커’, 성수엔 ‘싼커’…확 바뀐 中 관광객 소비 지형도

유통

#. 2015년 10월.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를 앞두고 서울 명동 거리는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찼다. 면세점과 대형 할인매장, 뷰티숍 매장 등은 문을 활짝 열고 관광객 맞이에 분주했다. 길거리 곳곳에 양손 가득 쇼핑백 꾸러미를 든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한 번에 수십만원에서 수백, 수천만원씩 싹쓸이 쇼핑을 즐기는 큰 손들의 방문에 상점과 유통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 그로부터 7년여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명동 거리는 스산하기 그지 없다.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인파는 물론 활기를 띄던 상점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땅값을 자랑하던 건물들이 텅텅 비었고, 곳곳엔 ‘임대 문의’, ‘전층 임대’ 등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뷰티숍 매장 점원들이 호객하는 모습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한때 ‘쇼핑 1번지’로 불렸던 명동 상권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6년 넘게 금지해온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첫 전면 허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8월 24일 공개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해 하반기 중 약 220만명에 이르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당폭 더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인 단체관광 회복 효과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0.06%포인트 정도 끌어 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명동 중심 면세업계 손님맞이 ‘분주’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커(游客)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관광·유통·화장품 등 국내 관련 업계는 분주한 모습이다. 한 가지 특징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패턴이 나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단체 중국 관광객인 ‘유커’와 개별 중국 관광객인 ‘싼커’(散客)다. 명동·동대문 등 쇼핑 위주의 지역을 선호하는 유커에 반해 싼커는 가로수길이나 홍대 등 문화 중심의 관광지를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성향이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각 유통사들은 출점 전략도 다르게 펼치고 있다. 유커의 여행 중심지는 쇼핑의 메카인 명동, 동대문이다. 대부분 여행사에서 정해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은 관광의 목적이 ‘쇼핑’이다. 명동, 동대문은 면세점 쇼핑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동선으로 유커들이 선호하는 체류지이기도 하다. 면세업계는 매출 활성화를 위해 유커 모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링허우·지우링허우...주요 소비층으로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 트렌드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 많이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국의 주요 소비층이 젊어졌고, 트렌드에 민감한 중국의 바링허우(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년대생)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싼커’라고 하는데, 단체 관광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한국을 방문해 쇼핑이나 관광하는 것이 특징이다.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해 계획을 짠다. 또 면세점보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의류, 화장품, 음식 등을 구매한다. 최근 한국의 젊은이들의 문화 중심이 성수, 잠실 등 으로 이동한 것과 때를 같이해 싼커들의 관심도도 해당 권역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성수동은 최근 다양한 볼거리와 이색 팝업스토어로 MZ(밀레니얼+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패션·유통·식품업계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성수동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오픈하고 있으며 3대 명품 브랜드인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도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성수동을 명동·동대문 축을 잇는 싼커의 쇼핑의 성지로 보고 이들을 모객할 수 있는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열 것으로 전해진다. 백화점 업계는 싼커를 유입하기 위해 명품 대신 K패션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 확보를 위해 주요 점포 리뉴얼 추진하고, 새로운 성장 대안으로 부상한 K패션 브랜드 입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잠실 롯데월드몰과 잠실점에 K패션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올해 6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아더에러와 마르디 메크르디 매장을 연 데 이어, 잠실점에 LCDC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에 백화점 1호 매장을 낸 시에를 비롯해 인사일런스, 하우스 072C, 스탠드오일 등 국내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3, 4층 일부 구역을 새로 꾸민다.신세계백화점도 재단장 중인 강남점 8층에 3305㎡(약 1000평) 규모로 마르디 메크르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의 브랜드 매장을 열 계획이다.“업황 회복엔 아직” 시각도유통업계가 중국인 관광객 귀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업황에 숨통이 트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로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중국 관광객이 생각하는 것만큼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 이후 미중 갈등과 자국우선주의가 조성되면서 이전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 디플레이션 우려 등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인해 중국인의 소비심리가 여전히 냉각돼 있고, 중국인들의 역내외 여행 수요 회복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막혀있던 여행길이 열리면서 기저효과가 발생하겠지만 과거의 영광을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별·점포별 전략을 따로 마련하기보다는 소비 촉진을 위한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전략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며 “수익 개선 또는 매출 활성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2023.09.04 06:00

4분 소요
[얼마예요] “230만원짜리 ‘잔디밭 운동화’? 안 사요 안 사”…명품 브랜드 ‘무리수’ 컬렉션

산업 일반

명품 브랜드에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일명 ‘기괴한’ 컨셉의 패션 아이템들을 내놓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흔히 예상하는 신발의 형태를 뛰어넘고, 과감한 장식이 돋보이는 패션 아이템들. 독특한 생김새 속에 숨어든 의미는 무엇이고, 이 특별한 제품들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페인 럭셔리 하우스 로에베는 지난해 6월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에서 ‘기술과 자연의 대화’를 주제로 한 2023 S/S 남성복 컬렉션을 공개했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발끝부터 뒤꿈치까지, 모든 면을 무성한 잔디가 에워싸고 있는 ‘그래스 스니커즈’다. 물만 뿌려주면 풀이 잔디처럼 계속 자라나는 허브 개박하(캣닢)의 씨앗을 사용해 신발을 가득 메웠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230만원이다. 이 ‘잔디 신발’은 로에베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의 작품으로, 올해 38세의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다. 자연의 산물과 함께 등장한 모델들의 모습 속에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컬렉션에서 조나단은 스페인의 바이오 디자이너 파울라 울라구이 에스카로나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직물과 의복에 식물을 재배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의상과 신발에 부착한 잔디는 실제로 이 두사람이 20일 동안 씨를 뿌리고 재배한 싹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환경을 소재로 한 패션쇼는 이미 여러 선례가 존재한다. 친환경 소재 개발을 비롯해 패션쇼 장에 160그루의 나무를 심어 실제 숲을 조성하는 등 여러 시도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뉴욕·런던·밀라노·파리 등 세계 4대 패션위크 현장에서 풀이 자라는 옷을 직접 선보인 건 로에베 컬렉션이 처음이다. 조나단 디자이너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게 끝이 아니다. 로에베는 지난해 12월 새롭게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된 걸그룹 엔믹스와 함께한 SS23 프리컬렉션 캠페인 화보에서도 특별한 룩을 연출했다. 멤버들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힌 ‘얼굴 드레스’를 선보인 것이다. 화보 속 멤버들은 각자의 얼굴이 새겨진 민소매 미니 드레스를 착용했다. 앞면이 세 단으로 접혀, 코와 입 부근이 특히 부각되는 형태다. 해당 제품은 ‘로에베 페이스 프린트 스트랩 드레스’로, 가격은 440만원이다. 보테가베네타는 지난달 말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 F/W 패션쇼에서 발목을 덮는 매우 긴 기장의 ‘양말 같은 신발’을 선보였다. 실제로 슬립웨어와 함께 연출하는 등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했으며, ‘새로운 유행의 시작’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언뜻 니트 양말 같아보이지만, 이 제품은 가느다란 가죽을 엮어 만든 가죽 신발이다. 바닥에는 가죽 밑창이 얇게 부착돼 있고 베이지색, 빨간색, 카키색 등 다양한 색상에 짧게는 발목, 길게는 정강이까지 길이도 다양하다. 해당 쇼를 이끈 디자이너 메튜 블레이지는 “침대에서 막 나온 듯한 얇은 옷과 실내화를 선보였다”며 “특히 이 신발은 슬리퍼 양말로, 울이 아닌 가죽으로 만든 가죽 니트 신발”이라고 소개했다.해당 신발의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전문가 평가에 따르면 다른 신발 가격을 미루어보았을 때 수천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군침 도는 비주얼, 음식 모티프 명품 브랜드 가방도 눈길한편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도 이목을 끈다. 특히 일상 속에서 무척 자주 접하는 음식을 연상시키는 가방 디자인이 유독 많은 화제를 모은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지난해 파리 패션위크 2023 시즌 여름 신상 컬렉션에서 공개한 ‘감자칩 봉지’ 클러치백도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던 바 있다. 미국의 유명 감자 칩 브랜드 ‘레이즈(Lay’s)’와 발렌시아가가 협업한 이 클러치백의 출시 가격은 1800달러(약 257만원)로 알려졌다. 레이즈 감자 칩 1봉지의 가격은 3.99달러(약 5700원)로 이 가방의 가격은 감자 칩 1봉지 가격의 약 450배에 달하는 셈이다.맛난 과자를 맛보려 감자칩 봉지를 열어보려 시도하는 순간, 가죽 재질이 느껴지는 아이러니. 해당 제품은 실제 감자칩 봉지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제작됐다. 과자 봉지에 새겨진 ‘CLASSIC’ 문구가 ‘발렌시아가’로 바뀌었을 뿐이다.발렌시아가는 앞서 이케아 쇼핑백를 모방한 가방, 쓰레기봉투 컨셉 가죽 가방 등을 선보인 바 있어, 해당 제품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가방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정체 모를 과일들. 언뜻 실제 과일을 매달아 놓은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실리콘으로 제작된 가짜다. 이 가방은 루이비통이 스위스 출신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우르스 피셔(Urs Fischer)와 협업한 제품으로, 이름은 ‘아티카퓌신 BB 우르스 피셔’다. 아티카퓌신은 루이비통이 지난 2019년도부터 시작한 현대미술작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다. 단어 ‘아티카퓌신’은 아트의 아티(Arty)와 루이비통의 시그니처 라인 카퓌신(Capucines)를 합친 말로, 지난 1854년 루이비통 첫 공방 매장이 있었던 뇌브데 카퓌신 거리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박서보 화백이 함께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우르스 피셔는 지난 2019년부터 매년 루이비통과 함께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해, 한정판 제품을 선보여왔다. 과일을 본딴 참은 실리콘으로 제작됐으며, 표면은 아티스트의 핸드페인팅을 통해 완성됐다. 해당 제품을 구매하면 얇은 금속체인 2개와 6개의 과일, 야채 참을 주는데, 체인을 이용해 가방의 밑면이나 옆면에 참을 달 수 있다. 한정판으로 제작돼, 가격은 기존 카퓌신의 가격대인 800만~900만원보다 프리미엄이 더해진 1050만원이다.

2023.03.29 06:00

4분 소요
'캠핑용품계 에르메스'라더니…가뭄에도 투자받는 헬리녹스

스타트업

아웃도어 용품 업체 헬리녹스가 국내 주요 PE(프라이빗에쿼티)·VC(벤처캐피탈)로부터 또 한 차례의 투자를 이끌어 내며 주목받고 있다.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이 위축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헬리녹스는 조만간 세 곳의 하우스로부터 총 12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된다.‘캠핑족’ 사이에서는 이미 ‘명품’, ‘럭셔리’ 브랜드로 꼽히는 이곳은 경쟁사 대비 10분의 1 무게의 초경량 캠핑 의자를 만들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인기상품은 현재도 모두 품절이다. 리셀플랫폼에서 헬리녹스의 상품은 최대 4~5배 수준의 웃돈을 얹어 거래되기도 한다. 동아알루미늄 사업부로 시작해 루브르·BTS와 ‘콜라보’헬리녹스는 전 세계 텐트폴 소재 시장 점유율 90%의 1위 업체인 동아알루미늄(DAC)의 사업부로 시작해 2013년부터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는 라제건 동아알루미늄 대표의 아들로, 아버지의 회사로부터 세계 최고의 텐트폴을 공급받아 텐트·의자·테이블 등의 캠핑용품을 만들고 있다.첫 히트 상품은 초경량 캠핑 의자 ‘체어원’이었다. 850g 수준의 무게로 145kg의 하중을 버티는 이 접이식 의자의 등장에 시장은 폭발했다. 이 제품 하나로 출시 첫해 미국에서 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한 캠핑 열풍은 헬리녹스에 날개를 달아줬다. 마니아층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캠핑을 즐기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개당 가격이 200만원 수준인 9각 텐트 ‘노나돔 4.0 블랙’은 판매 물량이 50개에 불과했지만 구매 신청 소비자가 1만명을 넘어서자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매자를 ‘추첨’하는 일도 벌어졌다.해외 유명 브랜드의 러브콜까지 이어지면서 제품의 품질 못지 않게 디자인도 젊은층에 맞춰 진화했다. 나이키, 슈프림, 포르쉐, 네이버후드, 칼하트, 10꼬르소꼬모, 메종 키츠네, 루이비통, BTS(방탄소년단) 등과의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며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보유할 수 있는 고객층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지난 2019년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상징하는 유리 피라미드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야외 영화 상영 행사에 헬리녹스가 1000개의 캠핑 의자를 배치하기도 했다. 헬리녹스는 행사에 사용된 제품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제품 전량을 국내로 수거해 세척과 재정비 후 특별 케이스까지 제작해 해당 제품의 ‘한정판매’를 국내외로 진행했다. 국내 주요 PE·VC로부터 투자 유치…‘가파른 성장세’헬리녹스는 최근 아주IB투자, 스틱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PE본부 등 국내 주요 PE·VC로부터 조만간 1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미 앞서 투자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의 지분과 라 대표의 지분에 더해 신주 등을 인수할 것으로 전해진다.지난 2021년 400억원 가량을 투자한 IMM인베스트먼트는 계속 주주로 남을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국내 ‘큰 손’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위탁받아 ‘조(兆)’ 단위 자금을 굴리는 국내 정상급 하우스로 알려져 있다.2021년 헬리녹스의 실적은 매출액 539억원, 영업이익 8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1%, 22% 증가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지난해 실적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을 것으로 예측된다.향후 헬리녹스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먼저 한남동에 한 곳 밖에 없었던 오프라인 매장이 이달 초 부산에 새롭게 오픈했다. 고객들은 이곳에서 각종 캠핑용품 등을 체험해보고 구매까지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외주공장의 증설까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져 기존에 부족했던 공급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업계 관계자는 헬리녹스에 대해 “럭셔리 중심의 캠핑용품 시장이 고성장하고 있고, 브랜드 역시 시장 내에서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헬리녹스의 제품은 다른 장비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데도 성장세가 여전하다”며 “게다가 수출하는 나라가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이 선진국으로 이들 나라에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23.03.28 06:40

3분 소요
‘구찌 부활’ 이끈 미켈레 떠나고…7년 만에 ‘신진 디자이너’ 영입한 까닭 [이코노Y]

유통

명품 브랜드 구찌가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를 임명했다.구찌의 모기업 케어링 그룹에 따르면 사바토 데 사르노는 구찌를 7년간 이끈 유명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그는 올해 9월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첫 번째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케어링 그룹은 미켈레가 7년 만에 구찌를 떠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 로마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인 미켈레는 2002년부터 구찌에서 일했으며, 2015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돼 구찌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그가 구찌의 디자인을 총괄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구찌 매출은 3배 가까이 늘었다.하지만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엄격한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수익성까지 떨어지자 새 인물 영입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로 패션업계에선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미켈레는 그간 구찌라는 브랜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디자이너로 구찌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기존 구찌의 올드한 이미지를 트렌디하게 바꿔놓았다는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업계 한 관계자는 "구찌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정도까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상승 곡선을 그렸었지만 최근들어 매출이나 인지도 상황에서 주춤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바토 데 사르노의 영입은 구찌가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바토 데 사르노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앞으로 구찌 하우스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끌며 남성복, 여성복, 가죽제품, 액세서리·라이프 스타일·컬렉션 전반에 걸쳐 구찌 하우스의 창의적인 비전을 정의하고 표현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사바토 데 사르노는 지난 2005년 패션 브랜드 프라다에서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돌체앤가바나와 발렌티노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09년 발렌티노에 합류할 당시 남성 및 여성 컬렉션을 감독하는 패션 디렉터로 임명되기 전 수석 디자이너 피엘파올로 피촐리(Pierpaolo Piccioli)와 협력하면서 여러 직책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CEO는 보도자료에서 "사바토는 이탈리아의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얻은 풍부한 경험이 있다"며 "그는 구찌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구찌를 거쳐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모두 유명해졌으며 그들의 레이블을 이겨내고 있다"며 "사바토가 39세의 나이로 구찌의 새로운 방향성을 가져올 지 그 어느때보다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고 말했다.

2023.01.30 14:43

2분 소요
“구찌 버거 먹고 스니커즈 산다”...명품은 왜 레스토랑을 여나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명품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이태원에 ‘구찌 오스테리아’ 식당을 열고 미슐랭 3스타 쉐프가 만든 요리를 판다. 버거 하나에 2만7000원, 코스메뉴는 12~17만원 수준인 이 레스토랑의 예약은 오픈 하자마자 4분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루이비통이 지난 5월에 한 달여 간 운영한 팝업 레스토랑은 정식 오픈을 하기도 전에 사전 예약 시스템으로 모든 시간이 매진 된 것은 뉴스도 아니다. BTS멤버인 제이홉이 방문하는 등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가 내놓은 음식은 어떨까 궁금해하는 이들로 핫 플레이스가 됐다. 9월에도 청담동에 두 번째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하자마자, 30만원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예약권에 웃돈까지 붙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라이틀링도 올 초 일찌감치 브랜드샵을 오픈하면서 카페와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명품 시계의 브랜드 경험을 식음의 라이프 스타일로 표현해 명품 마니아들로부터 조용한 반향을 얻고 있다 한국이 낳은 아이웨어 명품 브랜드 ‘젠틀몬스터’도 일찌감치 심상치 않은 행보를 해 왔다. 압구정동의 새로운 플래그십 샵인 하우스 도산에 ‘누데이크’라는 디저트 카페를 열었는데 전국각지의 디저트 매니아와인스타그래머들의 성지가 되었다. 왜 이런 명품 브랜드는 자신의 업의 본질과 상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 집착하는 것일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공간의 활성화는 2030세대는 물론이고 6070세대의 노년 세대까지도 온라인 속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고 구매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브랜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판매를 위한 기능적 공간으로서 오프라인의 역할은 상당 부분 온라인이 대체 하지만 브랜드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서 온라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선 경험한 것이다. 팬데믹 기간이 브랜드에게는 패러다임 변화를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온라인 속에서 제품과 서비스 경험의 차별화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 오감을 자극하는 특별한 브랜드 경험 브랜드들이 식음분야에서 유독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패션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기 하기 위해 매장을 들러 브랜드를 경험하는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 천만원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고객은 한시적이긴 하지만 브랜드 경험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브랜드 경험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새로운 명품의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들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이들을 본품의 고객으로 유입시키기 가장 좋은 카테고리인 셈이다. 남성 그루밍 브랜드 올드 스파이스의 체험 마케팅은 브랜드샵 대신 바버샵을 오픈하는 것으로 실행됐다. 오하이오주립대 근처 쇼핑거리에 있는 올드 스파이스 바버샵은 남성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들만의 감성으로 공간을 연출했다. 그런가 하면 이 공간을 올드스파이스는 남성 미용에 대한 콘텐츠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SNS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스튜디오로 활용한다. 오프라인 공간은 고객의 브랜드 체험의 공간이자 온라인 콘텐츠의 제작 공간이 된 셈이다.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침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팝업 스토어를운영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18년부터 문을 연 경기도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는 침대회사가 만든 공간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합 문화 공간이다. 연간 2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인 이곳에서는 지역 농가들과 연계한 시몬스 파머스 마켓을 열고, 지역 농산물을 판매한다. 얼핏 침대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기기묘묘한 소품들을 판매하기도 한다. 서울의 성수동과 부산 전포동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시몬스 하드웨어 숍을 여는 가하면, 서울 청담동에는 유럽 등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육가공 식품 판매점인 샤퀴테리 숍(Charcuterie Shop)을 콘셉트로 그로서리 스토어를 만들었다. 침대가 없는 이 모든 공간에는 삼겹살같이 생긴 수세미를 파는 가하면 ,쌀과 메모지, 농구공 등 독특한 물건을 판다. 심지어 맛있는 버거를 팔기도 한다. MZ세대가5000원짜리 굿즈를 사며 재미를 느끼고, 맛있는 버거를 먹으며 시몬스에 대한 호감을 느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와 확산을 만들어 내는 브랜드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자신들의 업의 본질과는 얼핏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브랜드가 가진 문화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브랜드 체험을 하게 하며 브랜드의 팬덤을 만드는 공간인 것이다. ━ 美 번 슈미트 교수가 설명한 ‘체험마케팅’ 일환 마케팅 이론의 차원에서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체험 마케팅이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번 슈미트(Bernd Schmitt) 교수에 의해 제안된 체험 마케팅에 따르면 전통적 마케팅의 편의와 기능 위주의 제품 마케팅의 틀을 벗어나 소비자의 전체적 체험을 자극하고 이를 감각적, 감성적으로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특정한 상품이 줄 수 있는 특징이나 이익이 아닌, 그것이 소비되는 과정 중의 체험 혹은, 브랜드가 가진 자기다움의 경험을 전달해 소비자의 마음속에 상품 또는 브랜드를 포지셔닝 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다시 말해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편익 이외에 오감을 통해 자극과 즐거움을 주고 교육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삶의 일부가 되며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와의 유대감은 구매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소비는 더는 단순한 구매행위가 아니다. 소비 프로세스는 자신의 개성을 인식하는 과정이자 자아실현과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가를 통해 그 사람의 성향을 유추하고 판단한다. 이러한 양상은 명품의 경우처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에 의해 더욱 강하게 일어난다. 브랜드 팬덤은 이제 제품을 이용하는 순간뿐 아니라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유대감 속에서 자라난다. 그리하여 구찌 가옥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구찌 스니커즈를 꿈꾸고, 비건 정신이 담긴 꽃 비빔밥을 먹으며 루이비통 백을 추앙한다. 그리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영상(Oddly Satisfying Video)을 보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침대 위의 잠자리를 꿈꾼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2022.10.08 14:00

4분 소요
“5분 만에 한 달치 예약 완료”…루이비통 레스토랑, 가격대는?

유통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루이비통 레스토랑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이 사전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5분 만에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비통 측에 따르면 지난 4일 레스토랑 오픈에 앞서 지난 4월 26일 오후 6시에 레스토랑 예약 전문 애플리케이션 ‘캐치테이블’을 통해 사전 예약을 실시했는데, 오픈 직후 바로 전 시간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은 4일부터 6월10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팝업 레스토랑으로 런치코스부터 티타임, 디너코스까지 모두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이번 오픈하는 루이비통 레스토랑은 루이비통 하우스가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브랜드 마니아층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또 루이비통이 제공하는 레스토랑 실내 인테리어부터 음식 맛 등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루이비통 레스토랑은 화사한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레스토랑 천장에는 1만3899개의 모노그램 플라워 장식이 천장을 가득 메우고, 루이비통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캐릭터 비비엔 대형 조각상이 입구에 자리해 경쾌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특히 이중 천장의 플라워 장식은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오이(Atelier Oï)가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콜렉션을 위해 디자인한 ‘오리가미 플라워’ 패턴에서 영감 받아 완성됐다. 또 레스토랑 내부에는 한국 현대미술 거장 박서보 화백의 연작 ‘묘법’ 등 두 점도 전시됐다. 음식은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Pierre Sang Boyer)가 총괄해, 한국적 색채가 더해진 독창적인 메뉴로 구성됐다. 메뉴로는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한 연어 콩피와 시트롱 캐비어 및 순무 카르파치오가 더해진 에피타이저와 버섯 파이와 명이나물을 곁들인 한우 꽃등심 스테이크인 메인 요리, 식용 꽃으로 장식된 PS 비빔밥 등이 준비된다. 가격대는 8만원~20만원대 수준으로 구성됐다. 런치코스 13만원, 디너코스 23만원, 티세트는 8만원이다. 셰프 피에르 상은 “루이비통의 첫 팝업 레스토랑에서 현지 제철 식자재를 통해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프랑스 요리를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감사하고도 뜻깊게 생각한다”며 “식사를 함께 나누는 것에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통합의 힘이 있음을 배웠고, 2012년 파리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내가 가진 한국, 프랑스의 복합적인 DNA를 요리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2.05.06 17:41

2분 소요
‘매출 빅5 입성한 현대百 판교 잡나?’ 신세계百 경기점 ‘명품’ 휘감고 출동

유통

“다시 붙자, 현대백화점 판교”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이 1년간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경기도 남부권 대표 백화점 자리를 되찾기 위해 나섰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2007년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이라는 이름으로 오픈한 백화점이다. 2009년 이름을 경기점으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까지 신세계백화점 매출 탑6 안에 꾸준히 포함되는 주요 점포 중 하나다. 하지만 2015년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당시 수도권 최대 규모로 점포를 오픈하면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매출액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8㎞ 떨어져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매출액 신장률 상승을 기록했다. 첫 매출 1조원을 넘기면서 국내 백화점 매출액 ‘빅5’ 안에 입성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의 지난해 매출은 2019년보다 12%가 감소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매출액의 절반 정도인 5111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으로 빼앗긴 경기 남부권 고객 다시 모시기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이 승부처로 나선 부분은 ‘명품 브랜드 강화’다. 신세계는 업계 처음으로 1층 외에도 지하 1층에도 명품 전문관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이 이번에 공개한 명품·화장품 전문관은 영업 면적 3600여 평 규모로, 기존 공간보다 2배 이상 확장했다. ━ 마르니, 막스마라 등 26개 명품 브랜드 추가 의류 및 가방뿐만 아니라 화장품, 신발 품목의 럭셔리 브랜드도 대거 입점한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로는 딥티크와 메모 파리&엑스니힐로 등이 들어서고 크리스찬 루부탱, 지미추 등 럭셔리 슈즈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서 판매하는 슈즈 편집숍인 분더샵도 오픈한다. 이번 리뉴얼 오픈에 앞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지난 2월 럭셔리 리빙 브랜드로 채운 6층 생활전문관을 공개한 바 있다. 글로벌 가구 브랜드 편집숍인 다사모빌리, 보에 매장을 비롯해 루이스 폴센, 허먼밀러 등 수백만원짜리 조명을 판매하는 조명 편집숍 라잇나우 등이 들어섰다. 화장품부터 패션, 집안 가구까지 모든 품목의 명품 브랜드를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또한 명품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실내 인테리어에도 큰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이번 리뉴얼 공사에 워싱턴 베조스 혁신센터와 JW 메리어트 호텔 펜트하우스 인테리어 등을 담당한 미국 건축사 올슨쿤딕을 섭외했다. 이번 리뉴얼 인테리어 형태는 명품전문관 한가운데 천장이 뚫려 높은 층고를 즐길 수 있는 ‘보이드’ 형태로 꾸며졌다. ━ 현대百 판교, 신세계百 경기, 갤러리아 광교…경기 남부권 3파전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의 명품관 리뉴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갤러리아 광교점 등 경기 남부권 백화점 3파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갤러리아 광교점은 2020년에 오픈, 지난해 매출액 3738억원을 기록하며 경기 남부권 백화점 자리 잡기에 한창이다. 이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기존 고객 지키기 등 수성에 나서고 신세계와 갤러리아는 고객 뺏기에 더욱 열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기존에 운영하던 루이비통, 발렌시아가, 구찌 등의 매장이 순차적 리뉴얼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스포츠 전문관, 올해 2월 체험형 생활 전문관과 7월 식품 전문관을 연이어 열고, 이번엔 명품관까지 공개하면서 경기 남부의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1.10.12 06:45

2분 소요
경험 내세우는 ‘젠틀몬스터’ 공간 브랜딩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로봇연구소를 운영하는 패션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50년 된 대중목욕탕을 매장으로 만들더니 인형의 집, 세탁소를 콘셉트로 이색 매장을 선보이고, 쇼룸을 복합문화 공간형태인 만화 가게로 나타내기도 한다. 2011년에 만들어진 이 브랜드는 10년 만에 세계적인 팝스타이자 패션 아이콘인 마돈나와 최고모델 지지하디드 등 글로벌 셀럽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가 됐다. 그뿐만 아니다. 루이비통을 보유한 세계적인 명품 그룹인 LVMH의 계열사 엘 카터 톤(L CHATTERTON)이 700억원을 투자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독창적인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팬디’, 미국의 ‘알렉산더 왕’, 밀라노의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10 꼬르소꼬모’등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며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 냈다. 이들이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면 마치 새로운 전시의 개막을 기다리듯 업계와 명품 브랜드들 그리고 럭셔리 소비자들이 기대한다. 외형적으로도 현재 아이웨어 브랜드로는 드물게 중국, 뉴욕, 런던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 50여 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며, 30개국 400여 매장에서 3000억원(2019년 기준) 매출과 더불어 30%에 가까운 놀라운 영업 수익을 올리고 있는 ‘몬스터’로 성장했다. (2020년은 코로나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유지를 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신흥 럭셔리 브랜드 이야기가 아니다.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 그리고 공간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의 독특한 자기다움을 만들고 있는 이 브랜드는 토종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이야기다. ━ 홍보 예산 대신 디자인에 투자 젠틀몬스터는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던, 디자인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김한국 대표가 회사 대표를 설득해 만든 안경테 회사가 그 출발이다. 규제가 심한 사교육 시장을 극복할만한 새로운 사업을 물색하다가 어떠한 상황에도 규제를 받지 않는 동시에 대기업과도 경쟁이 없는 안경테 사업에 주목했다. 사업 초기, 유명 타투이스트와 협업 작업을 진행하며 내심 그를 설득하면 유명 연예인이 젠틀몬스터 제품을 착용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 타투이스트는 연예인에게 끝내 제품을 주지 않았다. 이유는 충격적이게도 “제품이 예쁘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여기서 김 대표는 안경테도 예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선택되지 않는다는 디자인에 대한 본질적 니즈를 절실히 깨우쳤다고 한다. 이후 수개월 동안, 주요 타깃층인 ‘패션피플’이 원하는 차별화된 디자인 개발에 몰입한 끝에 시장에서 서서히 반응을 얻게 된다. 젠틀몬스터는 이후부터 모든 마케팅과 홍보 예산을 디자인에 쏟아 붓는다. 대표 스스로가 디자인 공부를 미친 듯이 한다. 직원이 몇 안 되는 회사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디자이너들을 선발하고,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기존 아이웨어 업체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만들며 디자인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던 중 젠틀몬스터는 또 다른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된다. 2014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가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많은 돈을 들인 PPL이 아니었다. 당시 전지현이 선글라스를 쓰는 장면이 있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가 200가지가 넘었다. 브랜드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젠틀몬스터’도 전지현 스타일리스트에게 전달됐지만, 선택의 여부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뛰어난 디자인을 가진 제품력이 브랜드의 운명을 갈라놓은 셈이다. 이것이 젠틀몬스터가 ‘천송이 선글라스’로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중화권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시발점이 된다. 그런데 또 여기서 타 브랜드와 다른 행보를 걷는 ‘젠틀몬스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히트한 드라마 PPL은 단기간에 소비자에게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효과를 가지지만 지속성을 가지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관심의 효과를 지속시키는 것이 브랜드의 진정한 실력이라 할 수 있다. 젠틀몬스터는 이렇게 만들어진 인지도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의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해 팬덤을 만들어 나간다. 공간을 활용한 브랜딩이다. 논현동에서 시작한 쇼룸을 청담동, 홍대로 확장하면서 매장 자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보통의 안경가게가 아닌 ‘젠틀몬스터’의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초현실 예술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초현실 예술 작품으로 가득 채운 갤러리 공간 같은 매장에서 ‘젠몬다움’을 경험하는 브랜드 공간이다. 서울 북촌에서는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 ‘BATH HOUSE’라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켰고, 홍대 매장은 25일마다 매장 디스플레이 콘셉트를 바꾸는 ‘퀀텀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지속했다. ━ 예술 공간 선보이며 ‘젠몬다움’ 경험 제공 대구 매장은 세탁소를 콘셉트로 세상을 놀라게 했으며, 압구정동에 매장에는 폭탄을 맞은 듯한 건물의 잔해 속에 자체 로봇연구팀이 만든 6족 보행 로봇이 어슬렁거리며 신기하고 낯선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당연히 고객들은 자발적인 SNS 활동을 통해 확산에 일조했다. 젠틀몬스터는 돈을 내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대중적인 브랜드를 지향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차별화는 고객의 브랜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처럼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가 반응해야 대중이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한 브랜드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젠틀몬스터’란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김한국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3개월 동안 칼을 옆에 두고 100권의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다. (칼을 옆에 둔 이유는 자신의 결심이 흐트러지거나 책에 집중하지 않으면 손을 잘라 버리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당시 특히 뇌과학과 심리학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면서 인간의 소비 심리와 관련된 인사이트를 얻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지금과 다르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그랬다. 그것이 몬스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한다. 그래서 ‘젠틀몬스터’는 젠틀하게 삶을 살아가되 내면에 감춰진 몬스터적인 욕망을 표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을 반영한 심리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아이웨어로 시작했지만 젠틀몬스터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이다. 이들이 만드는 브랜드 경험은 비단 공간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향을 만드는 조향사, 미디어아트 전문가, 로봇 전문가, 바리스타, 파티시에, 소믈리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성을 가진 직원들에 의해 공감각(共感覺)적으로 만들어진다.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감각적 경험은 그렇기에 입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젠틀몬스터 브랜드 DNA를 물려받은 스킨케어 브랜드 ‘템버린즈’ 와 새로운 디저트 판타지를 그리는 ‘누데이크’의 성공적인 출시를 보면 그 말에 수긍이 간다. 최근에는 젠틀몬스터가 중국 베이징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 SKP-S의 요청으로 백화점 공간 디자인에 참여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켜 그들의 미래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젠틀몬스터 브랜드 이념이자 가이드 라인은 ‘세상을 놀라게 하라’이다. 이런 이념 아래에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한 독특하고 기발한 디자인과 그 브랜드를 독창적이고 빛나게 하려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한 브랜드 경험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오면서 짧은 기간에 브랜드 위상을 높여왔다.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계속 놀라게 하며 진화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2021.08.08 18:55

5분 소요
[뷰티숍의 명암] 부츠·랄라블라 ‘칙칙’, 시코르·세포라 ‘샤방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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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브랜드 로드숍-편집숍-체험형 편집숍으로 변화… ‘코덕’ 사로잡는 키워드는? “지름신(구매 욕구가 큰 상태)이 강림했어요. 발라 보기만 하려 했는데 늘 하나씩 사오게 되네요.”“2020년 2월 16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이 종료됩니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뷰티 매장들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뷰티 제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코덕(피부관리를 의미하는 코스메틱과 마니아를 말하는 덕후가 더해진 신조어)’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품 한 개를 사면 제품 하나를 더 주는 1+1할인 행사를 진행해도 손님 발길은 뜸하다. 화장품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에서도 브랜드마다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원브랜드 로드숍 매장수다.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미샤,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등 지하철역 출구나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로드숍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2000년 초반 K뷰티(Korea-Beauty) 인기를 이끌던 로드숍은 급격히 늘다가 지난 2017년부터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은 2016년 1138개 매장에서 2017년 1056개, 2018년 804개 매장으로 줄었다. 호황기를 누리던 2012년 매장이 120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33%가 감소한 셈이다. 에뛰드하우스도 마찬가지다. 2017년 450개 매장에서 2018년 393개로 감소했다. 2013년에 600개 매장에서 5년새 절반 가량이 줄었다.2016년 매출액 1686억원을 기록하며 화장품 로드숍 ‘톱3’에 들었던 스킨푸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킨푸드는 계속되는 매출감소로 지난 2018년부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섰다. 매장은 2016년 590개에서 2017년 564개, 2018년엔 126개로 급격하게 줄었다. 특히 서울에 있는 매장이 문을 많이 닫았다. 2016년에 서울에 118개 매장이 운영 중이었는데 2018년엔 27개만 남았다. 현재 지방에 남아있는 매장도 서울과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 문닫는 원브랜드 로드숍, 오픈 잇는 체험형 편집숍 원브랜드 로드숍이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변화를 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정 브랜드 제품 판매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브랜드 로드숍 원조로 꼽히는 미샤는 최근 편집숍 ‘눙크’로 교체 중이다. 미샤, 어퓨 등 에이블씨엔씨 자사 화장품 브랜드 제품만으로 다양성을 추구했다. 더페이스샵을 운영하는 LG생활건강 역시 자사 브랜드 제품을 모아 놓은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을 열고 있다.하지만 단순한 숍 형태 변화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을 연 타 브랜드의 편집숍 상황도 녹록지 않아서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편집숍 부츠는 지난 2월 16일 부츠 신촌점 영업 종료를 알리며 본격적인 로드숍 정리 계획을 선언했다.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집숍 랄라블라는 지난 2018년 왓슨스에서 이름을 바꾸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2017년 186개 매장에서 2018년 168개로 되레 줄었다. 편집숍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CJ 올리브영 역시 사정이 심상치 않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9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정도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점포 수 역시 당초 2020년 말까지 1500개로 늘리겠다는 공세적인 전략을 세웠지만 지난해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하지만 이들과 상반되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뷰티숍이 있다.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시코르’와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세포라’다. 시코르는 2016년 대구점 오픈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홍대점 오픈까지 3년간 30개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목표 매출 대비 15%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40개까지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2019년 한국에 상륙한 세포라는 서울 강남구에 파르나스몰점을 연데 이어 2월 24일 잠실 롯데월드몰점 오픈까지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하반기까지 2개 매장을 더 열 예정이다. 실제 시코르와 세포르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상에서 코덕이 모이는 ‘코덕들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왜 이곳들만 인기가 좋을까. 시코르와 세포라를 둘러싼 환경 역시 다른 브랜드의 매장과 같다.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 곳에서 판매한다는 형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같은 상황에서 ‘코덕’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은 무엇일까. 시코르와 세포라, 두 곳의 공통된 운영방식을 살폈다.성패 갈림길(1) | 미니(MINI)에 주목하다 시코르와 세포라 두 브랜드 모두 제품 크기에 주목했다. 타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일반 크기 제품도 있지만 이보다 작은 크기의 제품을 모아 판매한다. 이 제품들은 사이즈가 작아졌다고 해서 ‘미니(MINI)’라고 부른다.이 매장에서는 보통 계산대 앞에 미니 제품을 진열한다. 또는 휴대용 화장품이라는 의미로 ‘뷰티 투고(Beauty To Go)’ 진열대를 따로 마련해 미니 제품을 모아 놓았다. 기존 제품의 절반 또는 3분의 1 용량으로, 한 손에 쏙 잡힐 만한 크기다. 이 사이즈 제품은 그동안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아 온라인을 통해 구입했는데, 시코르와 세포라 매장에서는 구입이 가능하다.소비자 입장에서 미니 제품은 효과적이다. 우선 작은 크기 화장품을 찾는 여행객에게 적당하다. 또 민감한 피부를 가진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 없이 테스트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2월 18일 시코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만난 송영아(32)씨는 “미니 제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시코르 매장을 찾는다. 15만원이 넘는 값비싼 페이스 오일 100mL 제품을 사기 전에 1만5000원 정도의 미니 제품을 구입하고 미리 사용해 볼 예정”이라며 “백화점 매장에서 샘플을 얻을 수도 있지만, 값비싼 제품의 샘플이니 무료로 받기 눈치 보이고, 만약 받는다고 해도 양이 너무 적어서 차라리 내 돈 주고 미니 제품을 사서 3~4일 정도 사용한다”고 말했다.사실 미니 제품은 정품 용량 제품보다 가격이 낮기 때문에 매장 입장에선 평당 매출이 떨어지는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안’ 팔리는 정품 판매보다 ‘잘’ 팔릴 것 같은 미니 제품 판매를 선택한 시코르와 세포라 전략은 주효했다. 다양한 신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코덕 심리를 꿰찬 것이다.성패 갈림길(2) | “고객님, 셀프니까 알아서 하세요~” 시코르와 세포라에서는 고객이 직원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 아무도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는 정도다. 대신 고객 스스로 제품을 사용하며 체험할 수 있는 ‘셀프존’이 곳곳에 마련됐다. 시코르에는 조명 달린 화장대가 놓인 메이크업 셀프존, 다양한 헤어드라이어와 브러시 등이 있는 헤어 셀프존 등이 있다. 세포라에도 메이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뷰티플레이존, 다이슨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헤어 스타일바 등이 있다. 두 매장 모두 전문 메이크업숍 수준이다.방문자는 체험공간에 구비된 제품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최예슬 신세계 시코르 홍보담당 대리는 “1대1로 손님을 맞이하는 퍼스널 응대 서비스가 2030세대의 매장 방문을 꺼리게 한다는 내부 분석이 있었다”며 “최대한 방문자가 직접 사용하고 혼자 구매 결정을 내리도록 직원은 나서지 않는 언텍트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진열대 구석마다 면봉, 화장솜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도 특징이다. 옆에는 클렌징워터, 티슈 등도 갖추었다. 손등이나 눈가에 제품을 살짝 발라보고 나에게 맞는지 테스트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기존 로드숍이나 다른 편집숍에도 이 같은 테스터 코너가 있지만, 시코르와 세포라의 규모는 눈에 띄게 다르다. 타 브랜드의 매장처럼 직원이 옆에서 제품 테스트를 돕지도 않는다. 이 같은 셀프코너는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게 해 구매율을 높이고, 방문자가 새로운 제품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이터’ 역할을 해 고객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놓았다.하지만 원하는 사람은 전문가 서비스를 1대1로 받을 수 있다. 국내 코덕들 사이에서는 프랑스나 미국 등을 여행할 때 세포라 매장에 가서 ‘메이크업 받기’가 유행이었다. 매장에서 서비스를 요청하면 매장에 상주하고 있는 메이크업 전문가가 화장을 도와준다. 이 때문에 외국 화장법을 체험할 수 있는 무료 기회로 코덕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다. 국내 세포라 매장에서도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회원 등급에 따라 메이크업 서비스, 스킨케어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시코르 강남역점에서도 두피 케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요청할 때만 서비스하는 것이 이전 매장들과의 차이다.성패 갈림길(3) | 브랜드 이미지 떨어뜨리는 ‘1+1 행사’잇따라 폐점하는 원브랜드 로드숍에 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1+1 행사’다. 다른 편집숍도 마찬가지다. 입구에 할인제품을 잔뜩 쌓아 놓는다. 시코르와 세포라에는 이 같은 큼직한 할인 정보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할인하는 제품은 있지만, 따로 할인 제품을 모아둔 진열대는 없다. 대신 시코르와 세포라에는 판매율이 높은 인기 제품을 보여주는 코너가 구비됐다. 화장품 쇼핑에 돈을 아끼지 않는 코덕들은 저렴한 제품보다 남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는 분석 결과다. 이 외에도 시코르와 세포라에서만 살 수 있는 독점 브랜드 제품를 앞세워 진열한다.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PB상품은 코너를 따로 만들어 판매한다. 시코르와 세포라 두 브랜드 PB상품은 일반 제품보다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다. 또 세포라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PB상품을 다양한 인종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든다. 국내 브랜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색상의 파운데이션, 립스틱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색다른 색상의 화장품을 사용해 메이크업 변신을 추구하는 코덕은 세포라로 향하고, 일상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찾는 코덕은 시코르를 찾는다.두 매장 모두 입구는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제품을 하나라도 더 전시하기 위해 진열대가 빽빽하게 배치된 타 매장과 달리 시코르와 세포라는 입구 앞을 빈 곳으로 활용한다. 이 공간 배치 덕분에 ‘마켓’이 아닌, ‘백화점’ 이미지를 자아낸다. 윤윤미 세포라코리아 차장은 “매장 정면 입구 쪽에는 시야를 가리는 높은 진열대 대신 베스트셀러 제품을 올려놓은 낮은 테이블을 배치한다. 매달 주제를 바꿔 제품을 변경한다. 이런 개방형 설계는 자유롭게 매장을 오갈 수 있도록 해 집객 효과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0.02.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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