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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엔 ‘유커’, 성수엔 ‘싼커’…확 바뀐 中 관광객 소비 지형도

[‘큰손’ 유커와 ‘스마트’ 싼커의 귀환] ①
단체 관광객 ‘유커’·개별 관광객 ‘싼커’
中관광객 소비 트렌드 코로나 이전·이후 크게 바뀌어

인천시 연수구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 2015년 10월.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를 앞두고 서울 명동 거리는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찼다. 면세점과 대형 할인매장, 뷰티숍 매장 등은 문을 활짝 열고 관광객 맞이에 분주했다. 길거리 곳곳에 양손 가득 쇼핑백 꾸러미를 든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한 번에 수십만원에서 수백, 수천만원씩 싹쓸이 쇼핑을 즐기는 큰 손들의 방문에 상점과 유통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 그로부터 7년여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명동 거리는 스산하기 그지 없다.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인파는 물론 활기를 띄던 상점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땅값을 자랑하던 건물들이 텅텅 비었고, 곳곳엔  ‘임대 문의’,  ‘전층 임대’ 등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뷰티숍 매장 점원들이 호객하는 모습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한때 ‘쇼핑 1번지’로 불렸던 명동 상권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6년 넘게 금지해온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첫 전면 허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8월 24일 공개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해 하반기 중 약 220만명에 이르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당폭 더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인 단체관광 회복 효과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0.06%포인트 정도 끌어 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명동 중심 면세업계 손님맞이 ‘분주’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커(游客)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관광·유통·화장품 등 국내 관련 업계는 분주한 모습이다. 한 가지 특징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패턴이 나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단체 중국 관광객인 ‘유커’와 개별 중국 관광객인 ‘싼커’(散客)다. 명동·동대문 등 쇼핑 위주의 지역을 선호하는 유커에 반해 싼커는 가로수길이나 홍대 등 문화 중심의 관광지를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성향이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각 유통사들은 출점 전략도 다르게 펼치고 있다. 

유커의 여행 중심지는 쇼핑의 메카인 명동, 동대문이다. 대부분 여행사에서 정해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은 관광의 목적이 ‘쇼핑’이다. 명동, 동대문은 면세점 쇼핑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동선으로 유커들이 선호하는 체류지이기도 하다. 면세업계는 매출 활성화를 위해 유커 모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한 면세점에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바링허우·지우링허우...주요 소비층으로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 트렌드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 많이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국의 주요 소비층이 젊어졌고, 트렌드에 민감한 중국의 바링허우(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년대생)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싼커’라고 하는데, 단체 관광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한국을 방문해 쇼핑이나 관광하는 것이 특징이다.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해 계획을 짠다. 또 면세점보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의류, 화장품, 음식 등을 구매한다.

최근 한국의 젊은이들의 문화 중심이 성수, 잠실 등 으로 이동한 것과 때를 같이해 싼커들의 관심도도 해당 권역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성수동은 최근 다양한 볼거리와 이색 팝업스토어로 MZ(밀레니얼+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패션·유통·식품업계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성수동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오픈하고 있으며 3대 명품 브랜드인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도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성수동을 명동·동대문 축을 잇는 싼커의 쇼핑의 성지로 보고 이들을 모객할 수 있는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열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성동구 성수 일대 명품 팝업 스토어 모습. [사진 이승훈 기자 ]

백화점 업계는 싼커를 유입하기 위해 명품 대신 K패션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 확보를 위해 주요 점포 리뉴얼 추진하고, 새로운 성장 대안으로 부상한 K패션 브랜드 입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잠실 롯데월드몰과 잠실점에 K패션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올해 6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아더에러와 마르디 메크르디 매장을 연 데 이어, 잠실점에 LCDC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에 백화점 1호 매장을 낸 시에를 비롯해 인사일런스, 하우스 072C, 스탠드오일 등 국내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3, 4층 일부 구역을 새로 꾸민다.

신세계백화점도 재단장 중인 강남점 8층에 3305㎡(약 1000평) 규모로 마르디 메크르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의 브랜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업황 회복엔 아직” 시각도

유통업계가 중국인 관광객 귀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업황에 숨통이 트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로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중국 관광객이 생각하는 것만큼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 이후 미중 갈등과 자국우선주의가 조성되면서 이전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 디플레이션 우려 등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인해 중국인의 소비심리가 여전히 냉각돼 있고, 중국인들의 역내외 여행 수요 회복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막혀있던 여행길이 열리면서 기저효과가 발생하겠지만 과거의 영광을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별·점포별 전략을 따로 마련하기보다는 소비 촉진을 위한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전략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며 “수익 개선 또는 매출 활성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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