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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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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약발 끝? 국제유가 고공행진, 천장 모르는 기름값

자동차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석유류 가격이 다시금 치솟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의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직전주보다 15.2원 오른 리터(ℓ)당 1667.6원으로 집계됐다. 최고가 지역인 서울의 경우 지난 주보다 ℓ당 휘발유 가격이 13.5원 상승해 1738.6원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전국 평균 가격 대비 71.0원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20%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역대 유류세 인하 조치 사상 최대 폭으로 알려졌다. 만일 유류세 20%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100% 반영된다고 하면, 휘발유 1ℓ에 164원의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 경유와 LPG부탄은 ℓ당 각각 116원과 40원 인하 효과가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오는 4월 말 종료된다. 이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기름값은 고공행진 중인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오르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를 따라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 추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진다. 정부는 국제유가 동향을 지켜보고, 향후 필요에 따라 유류세 인하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유류세 인하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고려하면 연장 여부는 내달 말을 기점으로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2022.02.06 17:42

2분 소요
되살아난 미국의 리더십

산업 일반

아직 미지근하지만 미국 경제에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특히 아직 무역이 지지부진하고 주택압류가 늘고 실업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의 많은 지역에선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경기예측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모두 미약하나마 경기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로 예상했던 IMF는 7월 들어 이를 2.5%로 상향 조정했다. OECD도 부국의 성장률 전망을 이번 금융위기 들어 처음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시스템의 붕괴 우려는 진정됐다. 그리고 보호무역 압력은 여전하지만 각국 정부는 세계가 1930년대 같은 수렁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일단 덜었다. 미국의 회복세가 대다수 다른 나라보다 빠른 편이지만 과거의 불경기 때처럼 세계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만큼 강하진 않을 듯하다. 그런 역할을 할 만한 나라가 있다면 최소 7%가 넘는 성장률을 유지하는 중국이다. 실상, 미국의 경제상황은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기엔 아직 멀었다. 골드먼삭스, JP모건 같은 은행들의 실적이 빠르게 호전되지만 대표적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 CIT, 시티그룹 등 다른 대형은행 수십 곳은 부진에 허덕인다. 아직도 수십억 달러의 독성 자산이 존재하고 사분오열된 미국 규제체계 개혁은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다.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시간제 근로자와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을 포함하면 20%) 주택압류는 증가하며 무역은 여전히 감소한다. 거의 모든 주가 적자에 빠져 있으며 캘리포니아·미시간·플로리다 등 많은 주의 상황이 심각해 최소 2~3년간은 그런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다면 미국이 어떻게 경기회복을 선도한다는 건가? 놀랍게도 경제력이 아닌 정치적 여건의 힘이다. 이는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의 보루인 워싱턴-월스트리트 축이 지난 18개월간 전 세계의 조롱거리였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지배의 종식을 선언했고, 중국의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 같은 고위관료 다수가 미국의 ‘방탕함’을 꾸짖었다.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부 부장관을 지낸 로저 알트먼 등 미국의 저명인사들조차 미국 금융 리더십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 정부는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로 글로벌 경제의 붕괴를 막았다(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할 책임이 미국에 있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마어마한 도전에 직면했지만 그가 어느 누구보다도 인상적이고 안정적이고 조리 있고 정치력이 뛰어난 지도자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국내에서 맹비난을 받으며 머지않아 레임덕이 될 처지다. 지지기반이 무너진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8월 30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총선을 눈앞에 뒀고 세계에 절실히 필요한 부양책을 지나치게 목청 높여 반대해 왔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너무 일관성이 없고 변덕이 심해 국제무대에서 통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금고에 자금이 넉넉한 중국이 남는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글로벌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없으며 세계가 그 역할에 중국 지도자를 받아들이려면 아직 몇 년 더 있어야 한다.워싱턴의 새로운 영향력은 상당 부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유능한 인재들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행크 폴슨 전 재무장관이 너무 독자적이고 오만하게 행동했다는 이유로 최근 의회에서 매도 당하고 부시 정부 경제팀은 리먼브러더스 구제에 실패하는 등 몇 가지 실수를 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불확실성, 이미 한 발을 문 밖에 내놓은 대통령, 적대적인 의회의 악조건 속에서 신속하고 대담한 조치를 취한 폴슨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공은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버냉키 FRB 의장 등의 오바마 정부가 현명한 정책을 마련하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들이 잘못되기 쉬운 규제개혁을 신중하게 처리한 덕분에 투자자들은 마음을 놓았다. 만일 사베인스-옥슬리법(회계개혁법)과 같은 강력한 규제로 대응했더라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을 것이다. 게다가 부시 정부의 존 스노 재무장관(금융시장 경험이 거의 없었다)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자유시장 원리주의 정책으로 일관해 이번 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크다)이 경제정책을 맡았을 때 위기가 발생했더라면 세계가 미국의 리더십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딴판이었을 것이다.그렇게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세계가 리더십에 목말라 했다는 사실도 오바마 정부에 도움이 됐다. 요즘은 경기악화 추세를 억제하기만 해도 잘했다고 박수갈채를 받기 쉽다. 글로벌 경제는 아직도 강한 맞바람을 맞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순방 중 수많은 재계 지도자와 나눈 대화를 근거로 볼 때 적임자들이 세계 경제의 방향타를 잡았다는 인식이 유럽·아시아·중남미에 널리 퍼져 있다. 국가개입을 확대해 또 다른 위기를 예방하라는 요구와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모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긴 했지만 미국의 지도력과 활력 넘치는 앵글로-색슨 스타일의 시장이야말로 실상 세계가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난 30년간 글로벌 번영을 이끈 원동력도 바로 이 시스템이었다. 유럽뿐 아니라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터키 같은 대규모 신흥시장은 모두 금리가 낮고 무역이 번창했던 예전 체제의 덕을 많이 봤다. 그들은 그 시절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건 이해하지만 마땅한 다른 비전도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미국 모델을 고수하고 싶을 것이다(내수 진작을 위해 정치적인 ‘미국 때리기’ 구호는 필요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틀렸는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예컨대 중-미 간 대규모의 무역·예산 불균형 해소) 없이는 곧 또 다른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부와 재계 지도자들은 이 문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이 다시 떠오르는 리더십을 유지하고 ‘지구호’를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선결과제가 있다. 첫째, 오바마 대통령과 경제팀은 앞으로 최소 10년간 미국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1조 달러 이상의 적자 문제에 진지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말로만 떠들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경제·정치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쉬 현실화할 수 있는) 시장 우려의 확대를 억제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신뢰를 얻으려면 지금은 어떤 형태도 갖춰지지 않은 예산긴축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갖가지 경제 지표에 공개적인 목표치를 설정해 의회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어떤 지표를 사용할지 결정하는 일은 경제학자들 몫이지만 예를 들어 GDP 대비 예산적자 비율, GDP 대비 국가 공공부채 비율, 공공지출 대비 부채상환 비율 등이 있겠다. 7500만 명을 넘는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사회보장과 건강보험(메디케어)의 정부지원금 지출이 늘더라도 앞으로 수년간 이런 비율이 호전 추세를 보여야 한다. 예컨대 내년에는 예산적자가 GDP의 13%에 달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가령 2012년부터 그 비율을 매년 1%포인트씩 줄여 4%포인트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그런 시스템을 실행하는 길은 실질적인 세제개혁뿐이다. 주유소 휘발유 판매에 매기는 유류세(그중 일부는 저소득자에게 환급해 영세민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를 포함한 전국적인 판매세 형태가 될 것이다. 미국은 또 사회보장과 고령자 건강보험 수혜자격에 대해서도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고령자들의 사회보장 급여 수령 개시연령을 높이거나 고소득자에 주는 수당을 삭감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 이는 좋게 말해서 실행하기가 지극히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매우 골치 아픈 문제라는 건 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장(다시 말해 미국 국내와 특히 국외에서 미국 국채를 보유한 사람들)이 거칠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미국에 그런 변화를 강요할 게 뻔하다. 터무니없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달러 가치를 급락시키는,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식이다. 그 결과는 무역과 예산적자가 급증할 동안 미국 주가가 자유 낙하했던 1987년의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10월 19일의 주가 폭락 다음날 미국 의회는 황급히 대폭적인 예산긴축법을 발효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적자는 그때보다 더 크고(1987년엔 GDP 대비 정부 부채가 50%선이었지만 지금은 68%다) 채권자들이 가하는 고통의 정도가 훨씬 더 심할 수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미국 정부는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두고 계속 모든 나라와 광범위하게 협력해야 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선진7개국(G7), 주요 20개국(G20), 또는 G2(중-미) 회의에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이 앞장서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따라줘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남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경제협력의 정치적 차원은 국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해관계자들은 누군가 자신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미국 정부는 더 저명한 고위층 대표들로 국제협력팀을 확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 정부의 고위층엔 유능하고 경험 많은 재계 지도자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그런 사람들 중에서 선발하면 된다. 가이트너 재무장관 혼자서 그 짐을 모두 짊어지긴 어렵다. 미국 정부는 민주당·공화당 할 것 없이 많은 역대 정부가 그랬듯이 국민에게 거만하게 설교하는 습관에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끝으로 그래도 미래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G20 회의 두 번, G8(G7+러시아) 회의 두 번을 하고 공식·비공식 국제단체들이 수많은 조사를 했지만 큰 현안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예컨대 글로벌 시장과 각종 국가 규제기관 간의 단절, 그리고 국제적인 조정의 내재적인 취약성 등이다. 매우 우려되는 시점에서 국가주의 경향마저 강해진다. 논란이 뜨겁지만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몇 가지 이슈의 예를 들어보자.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글로벌 금융기관을 누가 규제해야 하나? 그들의 구조조정을 누가 맡아야 하나? 복잡한 파생상품을 어떻게 감독할 수 있나? 롤러코스터 세계 경제에서의 손실에 대비한 담보로 금융기관들이 자본을 얼마나 비축해야 하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강제해야 하나? (약한) 글로벌 기관(IMF, 국제결제은행, 금융안정포럼) 무리를 누가 지휘해야 하나? 오바마 경제팀이 주도적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처한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망선고를 받았던 미국식 자본주의 시대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결론적으로 미국은 경제적으로 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정치적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을 이끌 수 있다. 그런 리더십을 계속 유지하려면 국내에서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려야 하며 과거 수십 년 동안의 어느 정부보다 외교적으로 폭넓게 손을 뻗어야 한다. 미국과 세계가 앞으로 수년간 부채와 적자에 억눌려 이런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2009.07.28 14:18

7분 소요
포지티브(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서 네거티브(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로 전환

산업 일반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재계 총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연 회장, 정몽구 회장, 이건희 회장, 조석래 전경련 회장. “MB노믹스의 요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서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면 핵심 공약인 7%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7% 경제성장률 달성은 기업에 달려 있다”가 된다. 이 당선인이 전경련 회장단을 찾아가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친기업적인) 정부’가 되겠다는 ‘선물’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다시피 2008년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 환율 하락, 유가 급등 등 외부 악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무현 정부가 못질 해놓은 각종 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연평균 2.2%에 그친 것은 참여정부의 반기업적인 정서와 함께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때문이라는 인수위의 분석은 이런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수위는 최근 3년간 신설된 경제관련 규제는 1102건으로 폐지 또는 완화된 규제 468건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연기금·금융펀드 은행 소유 가능 인수위가 기업 규제 완화를 위한 우선 개혁 항목으로 삼은 것은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다. “그동안 금융산업 리스크는 정부가 커버해 왔다. 하지만 이젠 그 리스크를 기업들과 같이 막아야 한다.” 인수위 경제 1분과에 소속된 이창용 서울대 교수는 대선 직전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외환위기나 카드 대란 등 이른바 금융산업 리스크는 모두 정부가 홀로 짐을 떠안은 데서 오는 위기였다는 평가다. 새 정부에서는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이 리스크를 정부와 기업이 나눠 갖는 로드맵을 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수위 발표가 나기 전까지 MB의 숨은 경제 브레인이었다. 금융분야의 이론·실무·정책 3박자를 꿰뚫고 있는 학자로 국내 자본시장의 현안과 제도에 대한 제안을 꾸준히 해왔던 인물이다. 금산분리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에 관한 공약의 초안을 짰다. 그는 미래에셋이나 국민연금 등 돈이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은행 소유를 못하게 돼 있는 현행 금산분리법의 불합리성을 강력하게 지적했다. 현재는 동일인(특수관계인·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의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으면 비금융주력자로 인정돼 은행 소유를 할 수 없다. 만약 A라는 기관투자가가 5000억원을 B,C,D라는 세 개의 은행에 나눠서 투자, 의결권을 가진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치자. 현재 법으로는 A라는 기관투자가가 B,C,D라는 세 개 은행의 자산 합계 총액이 2조원을 넘으면 동일인으로 취급, 은행 소유를 할 수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경우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국내에서 이들을 사들일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일반 기업이 금융업체를 갖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회계 감사를 통한 엄격한 적격성 검토로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금감원 등 금융감독기관이 주주 타당성 검사를 철저히 해서 은행에 준하는 회계 감사를 한다면 규제를 풀어줘도 아무나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이 대략 이 교수의 생각과 방향이 같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수위는 출자총액제한제(이하 출총제)에 대해서도 ‘폐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기업 출자액의 5%는 세액 공제할 것을 검토 중이다. 인수위 경제 1분과 팀장인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은 대선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출총제 폐지에 대한 강력한 의사를 전달했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없는 출총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만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그룹경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겠는가.” 그룹 간 순환출자를 자유롭게 해줘야 자금이 부족할 때 그룹 내에서 서로 지원할 수 있고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기업 투명성 위기를 염려해 출총제를 유지했던 노무현 정부의 발상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속하게 인하 예정 법인세나 유류세 인하 등 세법 개혁도 서두르고 있다. 현 정부가 25%로 유지했던 법인세를 경쟁국 수준인 20%대로 인하하고 세액 공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법인세도 13~25%에서 10~20%로 대폭 낮출 예정이다. 유류세 등 탄력세는 10% 인하를 계획 중이다. 10%보다 더 내리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하는데 일단 고유가 시대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시행령에서 바꿀 수 있는 10% 인하를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밖에 2003년 국회를 통과한 증권집단소송제도, 회계관리법 개정, 상속·증여세의 포괄주의법 등 세세한 기업 규제 법률안에 대해서는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 폐지를 두 축으로 현행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포지티브 규제)을 탈피하고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네거티브 규제)으로 전환하겠다는 큰 방향에서 세부 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규제 어떻게 되나 “환경과 기업 고려하는 융통성 발휘” 현재 과밀억제권역, 자연보존권역에서의 공장 증설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성장관리 권역에서도 대기업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장을 증설할 수 있다. ‘산업 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기존 공장 제조면적의 100%는 인접지역에 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 예외규정이다. 기존 공장 면적의 100%를 증설한 기업들은 수도권에 추가 증설을 못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경우 2012년 이후엔 현재 기흥·화성 반도체 단지에 더이상 공장을 건설할 수 없는 처지다. 인수위 경제 2분과 간사인 최경환 의원은 “참여정부의 수도권 규제는 이전 정부보다 크게 강화된 건 없지만 기존 규제를 풀지 않은 점이 지적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공장 총량제를 꼽았다. 이 제도는 서울·경기지역의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에 허용되는 공장 건축 허가 면적을 총량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 억제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 그 범위 안에서만 공장 신·증설 및 용도 변경을 허가하는 제도다.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통해 도입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공장 증설도 참여정부는 상수원인 팔당호 주변이라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초 ‘2009년 이후 허용 추진’으로 입장을 정리, 사실상 현정부 내에서는 증설을 불허했다. 최 의원은 “기존의 수도권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다 보니 기존 공장 옆에 땅을 가지고 있어도 지방에다 공장을 짓는 비효율, 비생산적인 일들을 겪어야 했다”며 “새 정부 수도권 규제 방향은 환경과 기업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며 융통성 있게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법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상수원 수질 오염 등 환경문제를 등한시 할 수 없기 때문에 강도 높은 규제 완화는 실행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08.01.07 14:23

5분 소요
[양재찬의 프리즘] 서민들 세금 내려고 기름 넣나

산업 일반

해마다 7월이 다가오면 운전자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날씨도 더운데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라치면 더 열 받는다. 기름값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데 더 올린다니…. 5월 말 휘발유값을 보자. 공장도가격이 611원, 세금이 885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경유는 공장도 가격(605원)과 세금(607원)이 비슷하다. 이것도 6월까지다. 7월부터 세금이 오르면 배꼽이 더 커진다. 기름을 넣은 건지, 세금을 바치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경유세 인상을 예고한 재정경제부 홈페이지가 항의 댓글로 시끌벅적하다. 경유세 인상은 2004년 말 예고됐다.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 운행을 억제하자는 뜻에서다. 당시 휘발유 100(ℓ당 1382원) 대 경유 70(962원) 대 LPG 53(728원)인 가격구조를 2005년 7월 100 대 75 대 50, 지난해 7월 100 대 80 대 50, 올 7월 100 대 85 대 50으로 바꾸기로 했다. 중간에 여건이 달라졌다. 지난해 6월 말 경유값은 ℓ당 1250.98원으로 휘발유(153 8.13원)의 81.3%. 이미 휘발유값의 80%를 넘어 올릴 건더기가 없었다. 그래도 정부는 예고한 것이라며 50원의 세금 인상을 강행했다. 그 결과 경유값은 휘발유의 84%로 올해 목표에 1년 앞당겨 근접했다. 덕분에 2000년 15조8000억원이었던 유류세가 지난해 25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6년 사이 10조원의 세금을 더 냈으니 서민층 살림이 팍팍해질 만도 하다. 최근 10년간 유류세는 국세 징수액의 17∼18% 수준이다. 이를 의식한 정부가 올 7월엔 경유세를 35원 올리기로 했다. 매해 7월 5%포인트씩 인상하기로 한 계획대로라면 62원이 인상폭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유류세가 너무 많다는 말이 나오면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견주면 기름값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강변한다. 대선의 해에 한나라당이 유류세 인하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는 관세 인하 방안을 내밀었다. 수입 석유제품에 낮은 할당 관세를 적용하면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는 국내 정유사도 이에 맞춰 공장도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이 유발되고 그 결과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리란 논리다. 이론적으론 맞지만 정부 안에서도 엇박자다. 할당 관세 방안을 들고 나온 재정경제부에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자원부는 실효성이 적다며 반대한다. 할당 관세만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드는 상황을 해결하긴 벅차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한국 휘발유값을 100으로 놓으면 미국 17, 일본 31.7, 독일이 46.6에 불과하다. 기본관세 5%를 적용해 온 것을 하반기부터 3% 할당 관세로 낮추는 것 갖곤 턱도 없다. 더구나 완제품 형태로 들여오는 휘발유·경유는 2%도 안 된다. 관세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는 별로 없고 겉으로만 세금 인하를 했다는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 문제는 관세가 아니라 소비자 가격의 60%에 이르는 내국세다. 휘발유·경유에는 교통세·주행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네 종류나 붙는다. 부가세를 제외하곤 모두 정액세다. 가격에 관계없이 세금을 거둔다. 이는 휘발유값 1400원, 경유값 1000원 미만일 때의 낡은 틀이다. 휘발유 소비가 6565만 배럴(1996년)에서 5739만 배럴(2006년)로 13% 줄었는데도 유류세는 계속 불어난 점이 이를 입증한다. 요즘 같은 휘발유 1600원, 경유 1200원 시대에는 새로운 과세 틀이 필요하다. 국민소득 대비 기름값 비중과 국제 유가 수준에 맞춰 탄력적으로 세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유류세 체계를 손질할 때다. 그래야 유가 보조금도 못 받는 소형 트럭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영세 자영업자와 가계가 기를 펴고, 경제도 살아난다. 기름 팔리는 대로 세금 들어온다고 마구 거뒀다간 그나마 조금 살아나는 듯한 내수 경기와 경제하려는 마음의 싹마저 자를 수 있다.

2007.06.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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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美 금리인상은 물가 보면 쉽게 예측 가능 … 버냉키 경제=‘인플레 목표 2%’

산업 일반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의 가장 큰 차이는 ‘인플레 타깃 2%’다. 이는 미국에서도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채택한 것이다. 그린스펀의 후임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지명된 버냉키는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해 앞으로 물가상승률을 2%에 고정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안정목표제란 쉽게 말해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말해 놓고 그대로 실행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목표 물가상승률을 2%로 정했다면 금리·채권·환율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 정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부 정책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것. 그래야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예측이 보다 쉬워진다. 예를 들어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면 유류세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만일 정부 목표 물가가 2%인데 현재 물가가 2.3%라면 어느 정도의 금리인상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경제 환경이 조성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그린스펀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사용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목표 물가를 정해 얽매이면 정책을 자유롭게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목표 물가를 정하지 않아야 경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융통성 있게 대처하면 물가는 자동적으로 잡힌다는 것이다. 물가는 중앙은행이 능동적으로 대응하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물가안정목표제까지 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편 버냉키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실시하면 FRB의 운신 폭이 작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긴박한 경제 문제가 발생하면 물가안정목표제를 이용해 더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더 신속하게, 더 다양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예측이 더 쉬워졌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으로서는 반길 일이다. 과거에는 미국 금리 변화에 대한 방향을 잡기 어려워 그린스펀의 입만 바라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예상을 벗어나는 변화를 주도해나가곤 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그린스펀은 당대 최고의 FRB 의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정책이 계속될 때마다 각국 중앙은행장들은 머리를 싸매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버냉키는 다르다. 지금까지의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이제 FRB 의장의 폭탄 선언이 아니라 미국 물가상승률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버냉키가 미국 물가를 ‘2%’로 못 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미국 물가가 이를 넘어설 경우 버냉키는 금리를 높여 낮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미국 물가가 상승하면 세계 각국은 금리 인상에 대비한 금융 정책을 미리 준비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물가안정목표제는 1989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70년대 초 오일 파동과 금본위제 폐지 등으로 통화 정책에 혼란이 일자 뉴질랜드는 물가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뉴질랜드는 80년대 중반까지 16%가 넘는 물가 상승을 보였다. 물가를 예측할 수 없어 시장경제가 극심한 고통을 겪자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 방안은 물가안정목표제. 89년 2%를 목표로 하는 방안이 나오자 경제 전반에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이를 강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실시 2년 만에 물가는 5% 미만으로 내려갔다. 정부 정책의 투명성이 높아지자 시장 가격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작은 나라에서 실시한 제도였지만 물가 문제로 고심하던 국가들이 뉴질랜드의 경제 정책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의 성공은 91년 칠레·캐나다, 92년 이스라엘·영국, 93년 호주·스웨덴 등지로 빠르게 퍼져갔다. 한국은 98년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고 지금까지 전 세계 22개 국가가 채택했다. 그리고 23번째 국가로 나타난 미국은 순서와는 반대로 물가안정목표제를 사용해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참여로 뉴질랜드의 경제 안정을 위해 시작된 제도는 16년 만에 세계 경제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버냉키가 선언한 ‘인플레 타깃 2%’을 통해서 말이다.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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