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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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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 곳 없는’ 전기차...선박도 지하주차장도 ‘문전 박대’

자동차

전기차에 족쇄가 채워졌다.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가 화근이다. 이 화재로 차량 140여 대가 피해를 입었다. 차량뿐만 아니라 주민 103명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지하에 설치된 수도관과 각종 설비도 녹았다. 인적, 물적 피해가 막대했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와 충청남도는 전기차의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는 등 ‘과충전 방지 대책’을 추진했다. 일부 선박회사도 최근 전기차 선적을 중단하는 공지글을 게시했다.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확산으로 발생한 불편은 고스란히 차주들의 몫이 됐다.12일 충남도에 따르면 최근 인천 지하주차장, 금산 공영주차타워 등에서 연이어 전기차 관련 화재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도내 사고 예방을 위한 전기차 충전시설 안전 점검에 나선다. 점검 대상은 도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및 주차타워에 설치·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시설 2862기다.주요 점검 내용은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대피시설·전기실 등 위험 요소 이격거리 ▲안전시설 설치 기준 등이다. 도는 이달 말까지 점검한 후 관계기관 및 전문가 회의를 통해 개선·보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문제는 90% 이하 ‘충전 제한 기준’이다. 도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90% 이하 충전 제한 기준을 마련하고 지상화 권고를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과도한 충전된 차량 출입을 제한함으로써 전기차 화재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공동주택 관리규약’은 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주거생활의 질서유지 및 입주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공동주택 입주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기본규칙이다.시·도지사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의 표준이 되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마련하고 있다. 준칙이 개정 및 배포되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해당 준칙을 참고하여 자기 단지에 알맞도록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정하게 된다.앞서 서울시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에 한해 출입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현시점에서 충전제한이 전기차 화재 예방에 유의미한 방법이라 보고 있다. 시는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90%라는 기준을 두고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배터리 화재 문제는 차량 및 배터리 제조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90%라는 기준을 세워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한 전기차 운전자는 “이번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주들에 대한 마녀사냥이 격화되고 있다”며 “애당초 전기차를 제작할 당시 내구성능·안전마진(전기차 제조사에서 출고 때부터 배터리 내구성능 향상 등을 위해 충전 일부 구간을 남겨두는 구간)을 두고 만들었을 텐데, 이제 와서 90%라는 충전 기준을 설정해 전기차주에게 모든 피해를 떠넘기는 행태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기차 운전자는 “90% 제한 후 똑같은 화재가 발생할 경우 다음은 80%로 제한할 셈이냐”며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내연차의 공인연비(연료 1L로 주행 가능한 거리)와 같은 개념인데 내연차도 화재가 발생할 경우 기름 80%만 넣으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서울시 관계자는 “충전율을 제한하는 것이 전기차 화재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화재 예방 및 내구성능·안전 증가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과도한 충전 방지를 시작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옥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선박회사들은 최근 전기차 선적을 중단하는 공지글을 올렸다. 해양수산부에서 권고한 ‘전기차량 해상운송 안전대책’에 의거해 전기차 선적을 제한한 것이다.울진 후포항~울릉 사동항을 운항하는 에이치해운 울릉썬플라워크루즈호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기차 선적 일시 중단한다. 에이치해운에 따르면 전기차는 선적이 되지 않지만, 하이브리드, 수소 차량은 선적이 가능하다.육지~제주도를 운항하는 일부 선박회사의 경우 차량 배터리 충전율 50% 초과 시 선적을 금지한다. 또, 전기차량은 출항 1시간 30분 전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 이후 차량 안정화 및 이상 징후 점검 후 선적이 이뤄진다. 차량 외관상 충돌 흔적이 있을 경우 선적이 제한될 수 있다.해수부 권고에 따르면 전기차 적재시 차량 배터리 충전율이 50%를 초과할 경우 선적이 금지된다. 또 여객선으로 전기차를 운송하는 도중에는 배터리 충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이밖에도 사고 이력이 있는 전기차는 선적을 제한하도록 하고, 내년까지 연안 여객선들에 전용 소화 장비를 단계적으로 보급한다. 위 내용 모두 권고 사안이다. 사실상 강제성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박회사들은 해수부의 권고를 따르는 실정이다. 이번 전기차 선적 제한과 관련 에이치해운은 공지를 통해 “최근 전기차 화재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어 폐사에서는 전기차 화재 매뉴얼 및 소화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화재 발생 시 완벽한 진압 장비가 존재치 않아 완벽한 진압장비를 갖출 때 까지 전기차 선적을 일시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매물 쌓이는 전기차...대책 강구하는 민·관연이은 전기차 철퇴에 중고 매물은 급증하는 추세다. 12일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일주일 동안 ‘내차 팔기 홈 서비스’에 등록된 전기차 접수량은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기간 대비 184% 늘었다.엔카닷컴의 ‘2024년 8월 자동차 시세’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1.97%, 1.11% 하락했다. 테슬라 모델3와 모델Y은 각각 2.61%, 3.36%의 하락세를 띠었다. 매물로 나온 모델Y의 경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산 모델이다 보니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전기차가 중고시장에 대거 쌓이자 완성차 업계에서도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일 국내 자동차 기업 중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같은 그룹인 기아차도 조만간 유사한 방식으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정부도 이날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이 모여 전기차 화재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지차 포비아’가 확산되자 이에 관련된 대책 마련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열렸다.이날 회의에서는 화재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과충전을 막을 방안이 논의됐다. 단기적으로는 충전율 및 충전시간 제한, 중장기적으로는 과충전을 방지할 장치 부착 확대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화재 관련 세부 대책은 다음달 초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따라 전기차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핵심 과제”라며 “전기차 화재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해 민, 관 모두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임은 맞지만 이번 대형 화재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로 전기차 수요 둔화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2024.08.12 15:51

5분 소요
백화점부터 네이버·무신사도 뛰어들었다…24조원 중고시장 ‘활활’

산업 일반

24조원까지 성장한 중고시장에 백화점부터 포털 사이트까지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친환경 가치가 중시되며 가치 소비를 하는 중고거래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단 분석이다. 최근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며 ‘짠테크’ 트렌드가 부상하는 것도 중고시장을 키우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 백화점 ‘빅3’ 모두 중고시장에…지난해 시장 규모 24조원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중고매장을 들여오고, IT 플랫폼들도 중고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9일 잠실 롯데월드몰 2층에 한정판 거래 플랫폼 ‘KREAM(크림)’의 오프라인 공간을 유통사 최초로 선보였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에 4조원 규모였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지난해 24조원까지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구매하기 어려운 명품이나 한정판 상품 등을 개인 간 거래하는 C2C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올해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 스니커즈 위주로 거래됐던 C2C 시장이 이제는 명품 가방부터 의류, 액세서리, 전자 제품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대되고 있다. ‘크림’은 국내 시장 내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한정판 거래 플랫폼으로,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MZ세대일 정도로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한 층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6일 신촌점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세컨핸드’ 제품을 판매하는 ‘세컨드 부티크’로 리뉴얼 오픈했다. 세컨드 부티크는 유플렉스 4층에 806㎡(244평) 규모로 구성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중고품 수요가 높아져서 새로운 전문관을 선보이게 됐다”며 “세컨드 부티크 오픈 후 같은 층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두 배 정도 증가했고, 방문객은 하루에 1000명 이상으로 이 중 90% 이상이 20·30대”라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유진자산운용 등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93.9%를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아울렛 광교점에 ‘프라이스홀릭’을 입점시켰고 롯데아울렛 광명점에 ‘리씽크’를 통해 일찍부터 중고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에 국내 최대 중고 리퍼브 전문숍인 ‘올랜드’ 매장을 열기도 했으며, 조만간 롯데온을 통한 중고 명품 거래와 중고나라 비대면 직거래 픽업 서비스도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 1월 그룹 내 벤처 캐피털사를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820억원을 투자했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기업인 SSG닷컴은 ‘번개장터’를 입점시켜 리셀 상품이나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1월 신세계 ‘센터필드 역삼’에 명품 편집숍인 ‘브그즈트 컬렉션’을 오픈했고, 지난해 2월엔 ‘더현대 서울’과 코엑스몰에 한정판 스니커즈 매장 ‘브그즈트 랩’을 선보였다. ━ 네이버는 올해 3조원 넘게 투자…솔드아웃은 400억원 확보 IT 플랫폼도 최근 중고거래 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포쉬마크 인수 외에도 4분기에 리셀 플랫폼 ‘크림’에도 500억원 추가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에만 중고거래 플랫폼에 3조40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무신사가 선보인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두나무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솔드아웃에 100억원을 투자한 두나무는 올해 무신사와 함께 400억원을 투자했다. 중고명품 거래 서비스를 명품 리셀을 취급하는 ‘트렌비’도 최근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았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업계가 중고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인다. 핵심 소비층으로 거듭난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신뢰도 보장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과) 교수는 “중고품은 누군가 한 번 사용했던 제품인 만큼 신뢰가 더 중요한 품목”이라며 “백화점이든 IT 플랫폼이든 이 신뢰도를 보장하지 못하면 채널 자체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과) 교수는 중고시장 전망에 대해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4조원을 기록하며 하나의 성숙한 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백화점 ‘빅3’라 불리는 신세계·현대·롯데가 모두 중고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업계가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중고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2.01 09:24

3분 소요

CEO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열네 번째로 만난 창업자는 발란의 최형록 대표였다. 한국은 럭셔리 브랜드의 격전지가 된 지 오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6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6% 성장한 것으로, 한국 럭셔리 시장은 전 세계에서도 7번째로 규모가 컸다. 과거 럭셔리는 일부 부자들만의 전유물로 소비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MZ세대가 럭셔리 시장의 주 소비자로 등극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동시에 남과는 차별화한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 MZ세대의 새 소비 형태는 콧대 높은 럭셔리의 유통 시스템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진입 문턱이 높기로 유명한 럭셔리 산업에 온라인 열풍이 불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발란은 그중 눈에 띄는 럭셔리 이커머스 사업자다. 모바일 앱과 PC 홈페이지를 통해 명품을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우 김혜수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면서 대중에 이름을 널리 알린 발란은 업계의 선두 사업자로 꼽힌다. 지난해 말 32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발란의 투자자 중엔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 사업자인 네이버도 있다. 여러 경쟁 플랫폼이 있지만, 발란은 이탈리아, 파리 등 현지 부티크 제품을 유통한다는 강점으로 내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의 작은 기업임에도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핵심 유통처인 부티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건 발란이 부티크에 고객 구매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그런 점에서 발란은 단순한 이커머스 기업이 아닌 IT 데이터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역삼동의 발란 사무실에서 최형록 대표를 만났다. 김홍일 대표는 럭셔리를 유별나게 사랑하는 한국 시장의 특성을 물었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김홍일 대표) : 럭셔리를 그저 과시욕으로 치부하는 독자도 많을 겁니다. 발란이 생각하는 럭셔리, 명품은 무엇입니까. 최형록 발란 대표(최형록 대표) : 입을 것과 탈 것, 먹을 것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의 총칭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형태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거죠. 김홍일 대표 : 그중에서도 발란은 패션 브랜드를 다루고 있군요. 최형록 대표 : 소비자가 제품에 깃든 브랜드 가치와 철학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거든요. 항상 몸에 걸치고 있는 데다 가격 면에서도 다른 명품과 비교하면 접근하기가 쉽잖아요. 김홍일 대표 : 발란은 그 진입 문턱을 더 낮추고 있습니다. 발란에선 할인율이 상당한 제품을 엄지손가락 몇 번을 움직이면 살 수 있으니까요. ‘명품을 왜 백화점에서 사’라고 되묻는 광고 문구는 꽤 도발적이었습니다. 최형록 대표 : 그 질문에서 발란이 출발했습니다. 저 역시 럭셔리를 좋아하던 MZ세대였는데, 매번 백화점을 가는 게 번거로웠거든요. 모든 걸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잖아요. ━ 변화 더뎠던 럭셔리 산업에 이커머스 플랫폼 유행 김홍일 대표 : 명품 산업이 온라인 판매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데 에는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오프라인을 통해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던 거겠죠. 최형록 대표 : 이젠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됐습니다. 럭셔리를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한 걸 자랑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졌죠. 젊은층은 명품을 들어도 쿨하게 보이길 원합니다. 김홍일 대표 : 명품이 점점 대중과 가까워지는군요. 최형록 대표 : 거리에 나가면 3초마다 한 번씩 볼 수 있다며 ‘3초백’이란 별명이 붙은 게 꽤 오래된 일이죠. 럭셔리는 이미 모두의 럭셔리가 됐습니다. 김홍일 대표 :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럭셔리 소비를 통해 남들과 차별화하는 게 어려워진 건 아닐까요. 최형록 대표 : 제품을 순전히 가격으로 구별할 때엔 그렇죠. 지금은 다릅니다. 남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더라도 헤리티지가 매력적이면 과감하게 소비하는 패턴이 늘어났습니다. 그냥 진짜 나다움을 드러내는 수단이 됐죠. 럭셔리 이커머스가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하게 된 건 그때부터일 겁니다. 김홍일 대표 :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유통 과정도 바뀌기 시작한 거군요. 최형록 대표 : 맞습니다. 얼마에 파느냐에서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됐죠. 럭셔리가 대중화한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자신의 한도를 넘어서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가령 이런 식이에요. 50만원짜리 럭셔리 맨투맨 티셔츠를 사고 몇 달 입은 다음에 40만원에 중고시장에 걸어놓을 수 있거든요. 내가 소비한 건 10만원뿐인데, 럭셔리의 경험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시대죠. 대중이 럭셔리를 경험하는 방식이 바뀐 건 발란의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2019년 256억원에 불과했던 발란의 거래액은 지난해 3150억원으로 10배 넘게 성장했다. 해외 부티크 업체, 국내 파트너사 등 1400여 개 공급사로부터 약 8000여 개의 럭셔리 브랜드를 다루고 있다. 발란에 등록된 개별 상품은 140만개 이상이다.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280만 회를 넘었다. 김홍일 대표 : 그럼에도 일반 대중의 시선에선 미심쩍은 게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값싸게 파는 걸 보면, 가품이 아니냐하는 얘기요. 최형록 대표 : 일단 발란 플랫폼에서 가품이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발란은 유럽 각지의 정품이 인증된 부티크와 직거래,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정품이 인증된 국내 파트너사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김홍일 대표 : 철 지난 상품을 파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어요. 최형록 대표 : 온라인을 통해 명품을 파는 채널이 최근에 등장한 게 아닙니다. 오픈마켓 형식으로 예전부터 있었는데, 그들은 그랬습니다. 아웃렛 상품이나 브랜드에서 팔다 남은 상품을 싸게 떼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그들 중 대중에게 어필할 만큼 성장한 곳이 있었나요.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태됐죠. 김홍일 대표 : 발란은 다르다는 얘기군요. 최형록 대표 : 발란은 오히려 백화점보다 한두 달 정도 신상 입고 속도가 빠릅니다. 김홍일 대표 :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최형록 대표 : 발란은 고객에게 ‘최적화한 유통 시스템으로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동일한 상품을 3일 만에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발란이 계약을 맺은 부티크는 명품 브랜드의 프리오더 권한을 갖고 있죠. 럭셔리 유통의 시작점을 담당하는 전문점이 바로 부티크입니다. 발란은 부티크에 입고된 상품을 실시간으로 연동하기 때문에 민첩할 수밖에 없죠. 반면 백화점은 제품을 주문하고 생산하고, 바다 건너 한국에 도착해서 또 매장에 전시할 때까지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김홍일 대표 : 신상 입고 속도가 빠르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발란이 금세 시장을 잠식할 것 같지만, 아직은 오프라인 럭셔리 소비 시장이 더 큰데요. 명품 쇼핑의 비용 안에는 매장의 고급스럽고 안락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 정중한 서비스를 받는 걸 포함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최형록 대표 : 온라인을 통해서 백화점 소비 경험을 뛰어넘는 게 발란의 목표입니다. 현재 발란은 리얼 패킹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국내 물류 센터에 도착한 상품의 검수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고객에게 문자로 전송하는 겁니다.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이었습니다. 차별화한 서비스라는 거죠. 김홍일 대표 : 오프라인을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하고 난 뒤엔 무엇이 있죠. 발란의 다음 전략은 무엇입니까. 최형록 대표 : 처음 언급했듯, 럭셔리는 ‘나다움’을 드러내는 라이프스타일의 총칭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발란을 켰을 때 가장 나다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싶습니다. 이커머스를 고도화하면서 빅데이터와 각종 기술을 섭렵하고 있는 이유죠. 단순히 몇 천원 더 싼 제품을 찾아내 고객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고객의 삶이 진짜 럭셔리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홍일 대표는 최형록 대표에게 “최애 럭셔리 제품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최형록 대표가 가죽 가방을 꺼내면서 말했다. “이게 라이터 브랜드로 유명한 듀퐁에서 만든 서류가방이에요. 2014년에 순전히 제가 번 돈으로 처음 샀던 명품입니다. 8년이나 썼는데도 튼튼한 것 보세요. 발란을 창업했을 때도 이 가방을 들고 유럽 현지 부티크를 설득했어요. IR을 할 때도 이 가방과 함께였고요. 물론 제 옷장엔 더 비싸고 값나가는 제품이 더 있지만, 아마 이 가방만큼은 결코 팔지 않을 겁니다. 제 삶과 발란이 묻어있으니까요.” ━ 기자가 본 최형록 대표 발란 사무실을 두드리기 전, 럭셔리의 조건과 정의가 뭔지 궁금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백화점 명품 매출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희소성을 강조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대중적이면 과연 럭셔리가 될 수 있겠냐는 의문이었다. 럭셔리의 조건으론 족보가 확실해야 할 것 같았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럭셔리 브랜드가 부쩍 늘어났다.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명품과 프리미엄을 앞세워 고객을 손짓하는 시대다. 진짜 럭셔리가 뭔지 헷갈렸다. 그래서 최형록 대표의 “명품은 나다움을 드러내는 것”이란 답변은 명쾌하게 들렸다. 내가 누군지를 드러내는 일은 나에게 먼저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거나 과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럭셔리는 소비를 계급으로 나누는 일인 줄 알았는데, 취향의 문제였다. 럭셔리의 콧대가 예전보다 낮아 보였다. 최형록 발란 대표로부터 받은 명함 뒤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BE THE ONE, OR NOTHING.” ‘모 아니면 도’로 읽히는 심상치 않은 뜻을 보고 있자 최형록 대표가 말했다. “발란 말고도 럭셔리 플랫폼이 많습니다. 앞으로 더 많아질 거고요. 그런데 아직까진 럭셔리 이커머스 하면 고객 머릿속에 확실히 떠오르는 플랫폼이 없잖아요. 발란은 럭셔리 이커머스의 대명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럭셔리하면 ‘아, 발란’이 되는 거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란 각오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발란은 이제 또 하나의 하나의 분기점을 맞는다. 발란 사무실엔 여러 회의실이 있고, 그 앞엔 밀라노, 뉴욕 같은 해외 도시 이름을 붙여 놨다. 발란의 특별한 경험을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이겠다는 최 대표의 의지가 엿보였다. 한국 플랫폼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건 어렵지만, 최 대표가 정의한 ‘나다움을 드러내는 럭셔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경험이든 ‘고객 중심’으로 돌려놓는 걸 마다할 사람은 없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4.03 10:00

7분 소요
밤 10시 ‘편의점 오픈런’ 해보니…5분 만에 품절된 ‘포켓몬빵’ [체험기]

산업 일반

“죄송해요, 제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가져갈게요” 눈앞에서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을 놓쳤다. 포켓몬빵을 찾기 위해 전화를 돌렸던 편의점 10여곳 중 한 지점의 직원이 ‘밤 10시쯤 가게에 들러보라’는 말에 바로 달려갔던 곳이었다. 10시 되기 5분 전 미리 도착해 후다닥 가게로 뛰어 들어갔지만 이미 한 커플이 가게 안에서 물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빵이 여러 개 들어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물류 박스를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점포에 들어온 포켓몬빵은 단 한 개뿐이었다. 지난달 24일 재출시 된 포켓몬빵이 일주일 만에 판매량 150만개를 돌파하는 등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16년 전 처음 출시됐을 당시 인기였던 ‘띠부띠부씰 모으기’가 다시 유행으로 돌아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향수를 건드리고 있다. 현재 편의점뿐 아니라 대형마트, 온라인 몰에서도 품절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편의점 앞에서 배송 차량을 기다리는 ‘오픈런’을 시도하는 소비자들도 나오고 있다. 포켓몬빵 오픈런은 밤 10시에 시작된다. 샤넬과 롤렉스 등 명품은 백화점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 반에 맞춰 전날 밤부터 줄을 서지만 편의점 중 오후 10시~오전 12시 사이에 물류가 들어오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인기에 ‘없어서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포켓몬빵을 찾기 위해 이틀간 직접 오픈런을 시도해봤다. ━ “밤 10시쯤 들어오니 그때”…늦은 밤, 트럭 기다리는 손님들 오후 9시 55분, 물류차 한 대가 편의점 앞에 멈춰 섰다. 트럭에서 내려 물건을 가게 내부로 옮기고 있는 아저씨 뒤로 세 명이 줄을 섰다. 30분 전부터 계산대 앞에 미리 와 있던 손님의 존재를 모른 채 모두 포켓몬빵을 살 수 있단 희망에 눈이 반짝였다. 첫 오픈런에 실패하고 가게를 나오던 중 트럭에 시동을 걸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재빨리 차에 올라타 트럭을 쫓아갔다. 차는 약 400m 떨어진 점포 앞에 멈춰섰다. 곧바로 가게로 뛰어 들어가 이번엔 계산대로 직행했다. 작은 평수의 가게여서 그랬는지 다행히 줄 서 있는 손님이 없었다. 새로 들어온 물류 박스에는 포켓몬빵 세 개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시도 만에 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여러 편의점에 전화를 해본 결과 일부 편의점들의 물류차는 오후 10시 또는 오후 11시~오전 12시 30분 사이에 들어온다. 편의점마다 배송 시간이 다르지만 이 두 타임이 가장 많았다. 다음날 같은 지점에 동일한 시간에 방문해보니 물류차가 5분 뒤쯤 도착했다. 전날과 같은 방법으로 세 지점에서 포켓몬빵 6개를 구매했다. 체험 결과 점포당 포켓몬빵은 매일 밤 적게는 한 개, 많게는 4~5개씩 들어온다. 전날 빵이 들어왔던 곳이여도 다음 날 방문했을 때 아예 들어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편의점 직원들은 “하루에 들어오는 물량이 워낙 소량이다 보니 발견하면 한 명이 모두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빵을 구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미리 예약을 걸어두는 손님도 많아 가게에 1등으로 도착해도 빵을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포켓몬빵 인기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편의점 점포들은 빵 한 개당 발주 수량을 1개로 제한했다. 이마트24는 4일 자정부터, CU는 5일 자정부터 ‘1종에 1개씩’ 발주를 제한했다. 4일부터 발주가 시작된 GS25도 발주 수량을 2개로 제한했다. 체험 결과 발주 제한은 실제로 적용되고 있었다. ━ 중고시장서 최대 4만원에 거래…품귀현상에 빵 훼손 사례도 이틀간 총 11개의 포켓몬빵을 구매해 빵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을 하나씩 확인해봤다. 포켓몬빵은 출시 당시 모습 그대로지만 과거 151개였던 띠부띠부씰이 159개로 늘었고, 당시 500원이였던 제품 가격이 1500원으로 올랐다. 스티커 개수가 늘어난 만큼 과거에 띠부띠부씰 모음집을 완성했던 소비자들도 새로 나온 8종의 씰을 찾기 위해 구매에 나서고 있다. 빵 자체도 인기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스티커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띠부띠부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근마켓 등에서 씰들은 등급별로 가격이 상이하게 매겨져 있다. 포켓몬의 희소성, 진화 가능 여부, 개봉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올라와 있다. 예를 들어 파이리·피카츄·꼬부기·뮤 등 포켓몬의 대표 캐릭터씰은 개봉 여부에 따라 최대 1만~4만원에 거래되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캐릭터들은 1000~5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과거에 완성해 놓은 띠부띠부씰 모음집을 10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글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유통업계는 포켓몬빵 열풍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인기가 금방 시들해질 것이란 시각도 내놓고 있다. 한 소비자는 “지난달 빵이 재출시 된 직후엔 당근마켓에 띠부띠부씰이나 빵 판매글을 올려놓으면 몇 초 만에 구매 문의 채팅이 오고 비싼 가격에도 잘 판매됐었다”며 “근데 요즘에는 모을 사람들은 이미 웬만큼 다 모았기 때문에 스티커와 빵이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빵을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소비자들이 점주에게 욕을 하거나, 스티커를 고르느라 빵을 훼손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새벽에 편의점에 전화해 빵이 들어오는지 묻고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면 욕을 하고, 하루에 수십 통씩 문의 전화가 와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직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빵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향수를 건드리고 있어 상상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며 “‘띠부띠부씰 모으기’에 빠져 구매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당분간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3.08 07:29

4분 소요
‘사기’ 딱지 뗀다…중고거래 시장은 IT 체질 개선 강화 중

산업 일반

20조원 규모까지 성장한 국내 중고거래 시장에 대기업부터 타 분야 기업, 해외 업체까지 뛰어들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빅3’로 불리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외에도 새로운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도 늘어났다.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거래방식 또는 서비스에 따라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중고거래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 빅3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6%에 달한다. 사실상 이 빅3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후발주자로 등장한 업체들이 중고거래의 고질병이었던 ‘사기 문제’를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이색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어 기존 업체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생존전략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 중고거래 ‘사기 리스크’…안전결제·모니터링 기능 도입하는 업계 올해로 18년 차를 맞은 ‘중고나라’는 중고거래 원조로 불리며 빅3 중 가장 많은 누적 회원수(2460만명 이상)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나라에게 이용자 간 ‘사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따라다니던 꼬리표와 같았다. 중고나라는 한때 이용자들에게 ‘중고로운 평화나라’라는 반어적 표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용자들 간 분쟁이 계속해서 생겨나자 이용자들이 ‘평화로운 중고나라’를 뒤집어 비판의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이에 중고나라는 지난해 9월 29일 ‘중고나라 페이’를 내놨다. 중고거래 안전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구매자가 결제를 하면 플랫폼이 대금을 보관하다가 구매자가 물건을 수령하고 거래 완료 버튼을 누르면 대금이 전달되는 식이다. 여기에 중고나라 자체 모니터링 단계를 추가해 구매자가 거래 완료 버튼을 누른 후에도 플랫폼에서 거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이중 검사를 하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휴대폰 번호로 판매자의 거래 사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고나라 사기 통합조회’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매달 약 178억원의 사기 피해를 예방했다. 이외에도 플랫폼 내에 ‘실시간 사기 제보’ 기능을 마련하는 등 사기 근절을 위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중고나라의 약점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노력에 지난해 중고나라 사기 피해 접수건은 2020년보다 72% 이상 감소했다. ‘번개장터’는 안전결제 서비스를 업계 중 가장 먼저 도입했다. 번개장터는 지난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1650만명이다. 번개장터 또한 사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8년 자체 플랫폼 내에 안전결제 서비스를 들여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번개페이 연 거래액은 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100% 성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번개페이 월간 거래액이 330억원으로 신고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해 누적 회원 수 2200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운 ‘당근마켓’도 현재 제주도에서 ‘당근페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향후 전국 지역으로의 서비스 확대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 포장택배부터 가전제품 설치까지…진화하는 중고거래 서비스 번개장터는 지난 2020년 12월 업계 최초로 ‘포장택배’ 서비스도 론칭해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포장택배 서비스는 물품 픽업부터 포장 배송까지 번개장터가 전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이용자가 대면 거래를 하거나 직접 포장 또는 택배 발송을 할 필요 없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물품을 전달하고 배송 기사가 지정 시간에 방문하는 방식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포장택배 서비스는 택배 또는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지던 기존 중고거래의 번거로움을 보완하며 판매 과정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고자 도입한 것”이라며 “실제로 이용자 중 포장택배 서비스를 2회 이상 이용한 비율은 80%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1월 오픈한 명품 테마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컬렉션’을 통한 ‘중고 명품 판매 대행 서비스’도 베타 서비스로 진행중이다. 명품 검수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들과 번개장터의 전문 운영팀이 상품 등록부터 판매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단 설명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샤넬·루이비통·롤렉스·까르띠에 제품은 위탁 수수료 없이 이용 가능하고 무료 이송 서비스는 강남·서초·송파를 시작으로 전국 확장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5일 서비스를 시작한 롯데하이마트의 중고거래 서비스 ‘하트마켓’은 오프라인 매장을 중고거래 장터로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매장 내 전용 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는 ‘하트 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대면 거래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거래 제품을 매장에서 맡아주는 ‘하트 박스’ 서비스도 내놨다. 하트마켓은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롯데하이마트가 만든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치열한 중고시장 경쟁 속 ‘대형가전 거래 및 설치 지원’이라는 차별점과 오프라인 매장을 장터로 이용한다는 점을 앞세워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10월 5일부터 2022년 1월 12일까지 하트마켓 누적 방문자 수는 50만여명이다. 하트마켓은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안전결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올해 더 뜨거워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은 각 플랫폼의 특성과 강점이 모두 드러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고거래를 넘어서 모든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으로의 새로운 확대를 위해 무형의 상품까지 판매하는 등 업계의 거래 품목 다양화 노력이 이어질 것이고, 무엇보다 이용자의 안전한 거래를 위한 거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1.15 12:13

4분 소요
[리폼 경제학②] ‘헌 명품’ 줄게, ‘신상 백’ 다오…명품 뜯어 리폼 열풍, 왜?

유통

명품 가방이라면 ‘따끈한 신상이 제맛’이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몇 년 후면 싫증을 느끼고, 가방 기능을 상실한 채 전시품으로 전락할 걸 알면서도 수백만원대 ‘고가의 가방’을 고집하던 시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랬다. 반면 요즘은 정반대다. 명품을 통한 과시가 소비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낡은 명품도, 모조품이어도 상관없다. 디자인이 트렌디하고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면, 여기에 ‘착한 소비’라는 가치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가 절로 나온다. 그동안 옷장 깊숙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명품 가방들. 지금 들자니 애매하고 중고시장에 10분의 1 가격에 내놔도 안 팔리는 애물단지 명품을 리폼해 새 가방으로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 ━ 어디까지 리폼해봤니? 명품백 해체 열풍 업계에 따르면 명품과 함께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명품 가방 리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등 자신이 소유한 명품 가방을 해체해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 혹은 원하는 스타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낡고 색이 바랜 가방은 전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트렌디한 ‘버킷백’이 되고, 버려진 원단은 멋진 ‘카드지갑’과 ‘키링’으로 변신한다. 리폼러들은 쓸모 없던 명품이 쓸모 있는 짝퉁이 되고, 재활용에 가치를 더한 새활용으로 거듭나는 것을 리폼의 묘미로 꼽는다. 국내 명품 리폼 역사는 비교적 짧다. 과거에도 몇몇 곳에서 리폼이 이뤄지긴 했지만, 명품 수선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서 단골의 요청으로 간간이 리폼을 시도했던 정도다. 리폼시장이 전문 영역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 전. 신상품 못지않게 근사한 리폼 제품이 하나둘 나오면서 명품 리폼을 하나의 독자적인 상품군으로 보는 인식이 생겨나면서다. 친환경 트렌드와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핸드백 디자이너이면서 2년 전 명품 리폼 전문업체를 차린 이일호 레더몬스터 대표는 “버리지도 못하고 쓸 수도 없는 오래된 명품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면서 “코로나 장기화로 명품시장이 성장하고 매출이 커지면서 명품 리폼 시장도 전문영역으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더몬스터에 따르면 최근 리폼 의뢰 건수는 지난해보다 20~30% 정도 증가했다. 리폼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리폼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 수선만 전문으로 하던 업체들도 하나둘 리폼으로 전향하는 추세다. 시장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리폼 전문업체가 지난해 대비 3~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공방에서 1대1로 주문을 받는 이들이나, 가족 공예기술을 가지고 투잡을 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 되살리는 명품의 의미…디자인도 취향대로 리폼 좀 해봤다는 고객들이 말하는 리폼의 핵심은 자신의 취향대로 오래된 가방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백이나 결혼할 때 혹은 첫 취업 때 큰맘 먹고 구매한 명품의 가치를 되살린다는 의미가 크다. 방식도 복잡하지 않다. 디자인 상담이나 견적은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전화나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전문디자이너와 상담을 통해 자유롭게 원하는 디자인 협의가 가능하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디자인은 구찌 버킷백이나 루이비통 부아뜨사포, 프라다 파니에 등이다. 이 디자인을 일차적으로 고른 뒤 다양한 자수와 트리밍, 컬러 등을 원하는 대로 추가할 수 있다. 다만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만큼 가격은 싸지 않다. 작은 클러치는 25만원대, 비교적 저렴한 소품은 3만원대다. 통상적인 리폼 비용은 30만~50만원 선에서 이뤄진다. 제작 기간도 10일에서 길면 두달 정도 소요된다. 리폼 서비스는 단연 MZ세대에게 인기다.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취향 반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 리폼을 통해 새 상품 구매 효과를 누리겠다는 게 두 번째다. 오래된 제품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착한 소비를 지향한다는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리폼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명품을 손대 ‘짝퉁’(모조품)을 만든다는 인식 탓이다. 이들에게 리폼은 수백만원을 주고 산 명품 가방에 다시 수십만원을 지불하고 짝퉁을 양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리폼된 가방은 백화점 AS도 불가하다. 실제 이런 이유로 과거 리폼 시장은 성장하지 못하고 발목을 잡혀 왔다. 리폼보단 리페어(수선)를 선호하는 경향이 만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진품 vs 짝퉁…업그레이드된 독창적 가치 다만 많은 리폼러들은 리폼의 개념을 진품의 가치를 버리는 것이 아닌 제품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두 개의 가방 리폼에 성공했다는 직장인 김지선씨는 “리폼하면서 진품일까 아닐까를 판단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다른 디자인이 되어버리면 정품 여부보다는 그냥 리폼백인 거고 독창적인 가치가 더해져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리폼러 박혜미씨도 “40만원을 투자해 200만원도 넘는 새 가방을 얻은 느낌이라 주변에도 리폼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새 가방을 사느니 있는 가방을 적절하게 리폼해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리폼러들의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 시장이 커질수록 리폼과 같은 관련된 파생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명품 리폼업체 관계자는 “국내에 명품 가방 브랜드가 자리 잡기 시작한 지 20년을 넘기면서 낡고 철 지나고 촌스러운 명품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고거래 시장이나 명품 수선, 리폼 등 관련 서비스는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10.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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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약기구’ 참여 거부한 중고차업계의 자충수] “현대차 진출 가정하면 대화 안 해”

산업 일반

통상문제·여론 봐선 ‘생계형 지정’ 어려워… ‘독과점 여부’가 변수 현대자동차의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을 두고 기존 중고차업계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 주도로 발족하려던 ‘상생협약기구’에 중고차업계가 돌연 참여를 거부하고 나서면서다. 중고차업계의 대화 거부로 중소기업벤처부로서는 미뤄왔던 ‘생계형 업종 지정 심의’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업종 지정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중고차업계의 ‘상생’ 대화 거부가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 생계형업종 심의위원회 조속 개최 인식 커져 정부와 여당은 지난 2월 17일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발족식을 계획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와 완성차업계, 중고차매매 업계,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대기업과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간 상생안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했다.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현대차 임원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 한 이후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하자 정부와 여당이 나서 수차례의 간담회와 공청회를 거쳐 발족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예정됐던 위원회 발족식은 돌연 취소됐다. 참여키로 했던 중고차업계가 돌연 전날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기 때문이다.중고차업계의 갑작스런 불참 선언은 내부 이견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그간 실무 담당자들이 대화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사무국에 상생협력위원회 관련한 건이 보고된 건 지난 15일이었다”며 “조합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명목상으로 위원회 출범은 ‘무기한 연기’이지만 사실상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여당·완성차업계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상생협력위원회라는 명칭 자체가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위원회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상생협력위원회 구성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법적으로 현대차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기존 매매단체와의 상생방안을 마련하려는 의도였는데, 중고차업계가 대화 참여를 거부하며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는 것이다.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완성차업계를 힘들게 참여시켜 대화의 장을 마련했는데, 연합회의 돌연 불참으로 상생을 요구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며 “중고차업계의 이번 불참은 그간 진행한 대화의 신뢰를 잃게 했고, 관계자들 사이에선 중기부의 생계형업종 심의위원회를 빨리 열어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동반성장위원회는 2013년부터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도록 해왔는데, 2019년 중고차매매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일몰됐다. 중고차업계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동반성장위는 같은 해 11월 이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중기부에 전달했다. 중기부는 1년이 넘게 이를 심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전문가들은 중기부가 상생안을 만들어 중고차업계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민간위원으로만 구성됐는데, 위원회가 평가에 임할 경우 동반성장위의 의견을 거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통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종찬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공청회에서 “중고자동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미국·EU 등과 통상 마찰 소지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심의에서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완성차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협회(KAMA)가 조속한 심의를 요청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상생협력위원회 설립 불발 직후 “이번에 중고차매매 단체들의 불참으로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발족이 무산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며 “중고차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법정 심의 기한이 이미 9개월 이상 지난 점을 감안해 정부는 조속히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하지만 중고차업계는 아직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생계형 적합업종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중기부가 동반위의 의견서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소비자 여론이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라는 점은 중고차 업계에겐 불리한 상황이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대기업의 독점이 걱정된다면 상생 방안과 제도적인 규제나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되지 진입 자체를 막을 일은 아니다”라며 “앞서 6년의 보호기간 동안 신뢰를 얻지 못한 매매업계에 또다시 기회를 주며 소비자 피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일각에선 생계형 업종 지정과는 별개로 기존 대기업 진출과 현대차의 진출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독과점을 막는 관점에서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현대차 진출은 기존 대기업 진출과 다르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신차와 중고차가 모두 선택지가 될 수 있는데, 국내 신차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중고시장에 진출해 점유율을 높이면 독과점 피해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독자 경영되는 복수의 총판(딜러사)을 통해 자동차를 판매하는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더 크다. 신현도 유카 대표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유통 구조는 생산 공장의 운영 주체가 판매 네트워크까지 직접 운영하는 직판체제로 매우 특별한 형태”라고 지적했다.자동차와 관련한 전후방 산업의 영향까지 고려했을 때 이런 우려는 더 커진다. 중고차업계 대기업인 케이카의 정인국 대표는 “현재의 중고차 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서 매우 다양한 형태의 사업자가 진출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생태계인데, 완성차업체가 중고차매매업에 진출하면 중고차 시장은 물론 전후방 산업 전반에 걸쳐 독점적인 지위를 확장해 현재 중고차 시장 생태계를 파괴하게 된다”며 “이는 소비자 복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매매업 진입을 제한하되, 기존 매매업체와 중고차 전문기업, 다양한 신규 업체들이 경쟁·협력하며 공생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2.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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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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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인 | 기업 55.5% “1인당 평균 88만원 설 상여급 지급” 기업 절반 이상이 설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687개사를 대상으로 ‘설 상여금 지급 계획’을 조사한 결과 기업 55.5%가 설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답했다고 1월 7일 밝혔다. 전년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상여금 지급 계획은 기업 규모별로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은 91.4%가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중소기업(54.2%)과 중견기업(50%)은 절반에 그쳤다. 설 상여금을 지급하는 이유로는 ‘직원들의 사기와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서’(54.3%, 복수응답)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정기 상여금으로 규정돼 있어서’(39.1%), ‘설 지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9.4%), ‘지난해 실적이 좋아서’(6%) 등이 이유로 꼽혔다. 지급 계획이 있는 기업들의 1인당 평균 상여금은 88만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134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중견기업(118만원), 중소기업(78만원)의 순으로 적었다. 상여금을 주지 않는 기업(306개사)은 그 이유로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37.9%, 복수응답)라는 답을 많이 꼽았다. 이어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32.7%), ’재무상태 악화 등 지급 여력이 부족해서’(25.2%), ’불경기 등 내외부 환경이 어려워져서‘(15.7%), ’지난해 목표만큼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서‘(14.7%) 등의 답변을 내놨다. 아울러 응답 기업의 73.7%는 직원들에게 설 선물을 준다고 밝혔다. 선물의 1인당 평균 예산은 6만원으로 집계됐다. ━ 국세청 | 임대수익 2000만원 안넘어도 소득세 내야 올해부터 2주택 이상 소유자는 주택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지 않더라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임대수입이 2000만원을 초과한 다주택자만 세금을 냈지만, 올해부터는 과세 대상이 확대됐다. 1월 7일 국세청은 그동안 비과세 대상이었던 수입금액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 대해서도 2019년 귀속부터 소득세 과세가 전면 시행된다고 밝혔다. 주택 임대수입 과세 대상자는 2월 10일까지 수입금액·소재지·계약조건 등 임대사업 현황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과세 대상 소득은 지난해 주택을 임대해 벌어들인 돈이다. 부부 합산으로 집이 한 채인 사람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2주택자는 월세에 한해, 3주택 이상인 사람은 월세와 전세 모두 수입이 있다면 소득세를 내야 한다. 기준 시가가 9억원을 넘는 주택·해외 소재 주택에서 나오는 임대 소득은 1주택자에게도 과세한다. 다만 전용면적 40㎡ 이하이고 시가가 2억원 이하인 소형주택은 과세 대상 주택에서 빠진다. 과세 대상자는 세무서와 지방자치단체에 모두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대수입의 60%를 경비로 처리해 과세 대상 소득에서 빠지고 기본 공제액 400만원을 적용한다. 가령 주택 임대수입이 2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이 금액의 60%인 1200만원을 빼고 기본 공제액 400만원을 뺀 나머지 400만원에 대해서만 소득세가 붙는 것이다. 반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필요 경비율은 50%, 기본공제액은 200만원만 적용받는다. 올해부터는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과세 대상자들은 수입금액의 0.2%를 가산세로 더 내야 한다.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 “반도체 시장, 2분기부터 회복 전망” 부진의 늪에 빠졌던 반도체 시장이 2분기부터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0년 반도체 시장의 회복이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중 가격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5.9% 감소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단가가 하락한 게 주원인이다. 이에 대해 이주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수량 기준으로는 수출 감소율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며 “반도체 수출과 기업 실적이 급등락한 것은 수요 변동이 아니라 공급 조절 실패로 인한 가격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올해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효과가 소멸하면서 수출과 기업 실적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들어 메모리 가격은 하락세가 완만해지거나 일부제품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 1분기까지는 기저효과로 인해 수출·기업 실적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겠으나 2분기부터 회복을 시작해 연간 실적은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과잉 설비 투자경쟁 심화로 공급 과잉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은 전년 대비 설비투자를 각각 37%, 10.8% 줄였지만, 대만과 북미는 오히려 각각 21.5%, 8.5% 늘렸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2017~2018년 신증설 물량조차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는 한국도 설비 투자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 한국거래소 | 국내 ETF 순자산 52조원 ‘역대 최고’ 지난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 총액이 52조원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19 ETF시장 동향 및 주요 특징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작년 말 기준 51조7122억원으로 1년 전(41조원)보다 26.1% 증가했다. ETF 시장이 개설된 2002년 말 3444억원의 15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종목수도 지난해 국내형 35개, 해외형 13개 종목이 신규 상장하면서 국내형 335개, 해외형 115개 등 총 450개로 확대됐다. 전체 ETF 평균 수익률은 6.54%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형 ETF 평균 수익률은 7.83%로 코스피 수익률(7.67%)을 0.16%포인트 상회했다. 종목별 수익률은 ‘타이거(TIGER) 차이나 CSI300 레버리지’가 79.8%로 가장 높았다. 이어 ‘킨덱스(KINDEX) 중국본토CSI300 레버리지’와 ‘타이거(TIGER) 미국S&P500레버리지’가 각각 75.7%, 63.9%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수익률 상위 5종목 모두 해외 시장 대표인 상하이선전(CSI) 300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S&P)지수를 추종한 상품이었다. 반면 ‘코덱스(KODEX) WTI 원유선물 인버스(H)’는 -32.7%로 수익성이 가장 나빴다. 지난해 가장 돈이 많이 몰린 종목은 ‘코덱스(KODEX) 200’으로 1조2920억원이 들어왔다. 코덱스 200의 순자산총액은 9조3000억원으로 전체 ETF 시장의 18%를 차지했다. ‘타이거(TIGER) 200’에도 1조1030억원이 몰렸다. 이들 종목은 모두 코스피 200을 기초지수로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해외 직접투자 수요를 국내로 흡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글로벌 상품의 공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고나라 | 인기은행 달력 1위는 우리은행 시중은행 달력 가운데 우리은행 달력이 중고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가 지난해 12월 국내 5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에서 제작한 ‘은행 달력’ 중고거래 순위를 집계한 결과, 우리은행이 264건으로 가장 많았다. KB국민은행은 192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NH농협은행(164건), 신한은행(117건), KEB하나은행(10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종이 달력 수요는 많이 줄었지만 은행 달력은 예외다. 은행 달력은 ‘집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어서다. 때문에 연말이 되면 전국 각 지점에서는 고객들이 달력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재 중고나라에서 거래되는 은행 달력 시세는 은행 브랜드에 따른 차이는 없다. 다만 ‘VIP 고객 벽걸이용’은 1만원, ‘일반 고객 벽걸이용’ 5000원 등 고객 등급별로 가격 차이가 났다. 이는 종이 품질과 유명 화가 작품이 실리는 등 완성도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은행 달력처럼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한정판 상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중고나라를 찾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며 “중고나라 회원 한 명, 한 명이 1인 가게가 되는 특성상 진귀한 제품이 많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 한국 게임, 세계시장 점유율 4위 한국 게임산업이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14조2902억원으로 전년보다 8.7% 증가했다. 수출액도 64억1149만 달러(약 7조546억원)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모바일게임 매출액이 7.2% 늘어난 6조6558억원으로 전체 게임산업 매출액 46.6%를 차지했다. 모바일게임은 2017년 PC게임을 앞지른 후 2년째 국내 게임산업에서 지배적 위치를 유지했다. ‘리니지M’, ‘리니지2 레볼루션’ 등 2017년에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게임들이 안정적인 운영을 지속해온데다 ‘검은사막 모바일’ 등 2018년 출시된 게임 또한 모바일게임의 성장을 뒷받침 했다. PC게임 매출액은 5조236억원(점유율 35.1%)으로 10.6% 늘었다. 콘솔(TV 연결 게임 기기)게임은 5485억원(3.7%)으로 41.5% 증가했다. 닌텐도 스위치의 판매 호조로 콘솔게임 타이틀 구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8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1% 증가한 1783억 68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게임 점유율은 6.3%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 자리를 지켰다. 부문별 점유율을 보면 PC게임이 13.9%로 상위 10개국 중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모바일게임 점유율은 9.5%로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4위를 유지했다. 한국 게임산업 수출액은 64억1149만 달러(7조546억원)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국가별 수출액 비중은 중국(30.8%), 미국(15.9%), 대만·홍콩(15.7%), 일본(14.2), 동남아(10.3%)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게임 수입액은 16.3% 증가한 3억578만달러를 기록했다.- 정리=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2020.01.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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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신모델보다 가성비 좋은 ‘리퍼폰’

산업 일반

애플·삼성의 혁신 부재로 ‘새 것 같은 중고품’ 부상 … 디자인·기능 면에서 신모델에 손색없고 가격도 저렴해애플·삼성·구글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으로 구매자의 관심을 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의 구식 모델이 시장에 넘쳐나기 때문이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최신 모델보다 중고 리퍼폰(refurbished smartphone, 결함 있는 스마트폰을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체한 제품)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리퍼폰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4배를 웃돌았다.지난해 리퍼폰 판매대수는 약 1억4000만 대. 중고시장은 애플이 석권했으며 삼성이 그 뒤를 잇는다. 두 회사가 지난해 리퍼폰 매출의 약 80%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의 톰 강 조사팀장은 기업들의 혁신 부재로 중고 스마트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13%의 성장을 기록한 리퍼폰은 전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10%에 육박한다. 2017년 신형 스마트폰 시장의 저성장은 일정부분 리퍼폰 시장의 성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혁신의 둔화로 2년 전에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디자인·기능 면에서 최신형 중급 모델에 손색없다. 따라서 중하급 신제품 시장이 고급 리퍼폰, 주로 애플 아이폰 그리고 그만큼은 아니지만 삼성 갤럭시에 잠식당한다.”지난 7년 동안 애플과 삼성의 혁신이 둔화됐다. 삼성의 신형 갤럭시 S9과 S9+는 지난해 모델 S8 S8+의 디자인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혁신 부재는 필시 애플이 삼성보다 더 심한 듯하다. 신형 프리미엄 모델 아이폰X를 제외하면 아이폰 모델은 2014년 아이폰 6 출시 이후 모두 기본적으로 같은 디자인을 고수해 왔다. 일부 소재 교체와 내부·카메라 개량을 제외하면 아이폰8과 아이폰6가 크게 다르지 않다.조사에 참여한 리퍼 리처드슨 연구원은 리퍼폰 시장이 올해도 계속 성장하면서 신모델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지역 시장의 판매량이 가장 많다.”삼성과 애플은 그런 트렌드를 파악하고 연간 업그레이드 계약(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삼성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도입한 듯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구매자가 할부로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1년 뒤 기기를 반납하면서 일정비율 할인된 가격으로 신형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다.- 제임스 헤더링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8.04.03 15:45

2분 소요
비싼 신모델보다 가성비 좋은 ‘리퍼폰’

산업 일반

애플·삼성의 혁신 부재로 ‘새 것 같은 중고품’ 부상 … 디자인·기능 면에서 신모델에 손색없고 가격도 저렴해 애플·삼성·구글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으로 구매자의 관심을 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의 구식 모델이 시장에 넘쳐나기 때문이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최신 모델보다 중고 리퍼폰(refurbished smartphone, 결함 있는 스마트폰을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체한 제품)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리퍼폰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4배를 웃돌았다.지난해 리퍼폰 판매대수는 약 1억4000만 대. 중고시장은 애플이 석권했으며 삼성이 그 뒤를 잇는다. 두 회사가 지난해 리퍼폰 매출의 약 80%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의 톰 강 조사팀장은 기업들의 혁신 부재로 중고 스마트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13%의 성장을 기록한 리퍼폰은 전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10%에 육박한다. 2017년 신형 스마트폰 시장의 저성장은 일정부분 리퍼폰 시장의 성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혁신의 둔화로 2년 전에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디자인·기능 면에서 최신형 중급 모델에 손색없다. 따라서 중하급 신제품 시장이 고급 리퍼폰, 주로 애플 아이폰 그리고 그만큼은 아니지만 삼성 갤럭시에 잠식당한다.” 지난 7년 동안 애플과 삼성의 혁신이 둔화됐다. 삼성의 신형 갤럭시 S9과 S9+는 지난해 모델 S8 S8+의 디자인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혁신 부재는 필시 애플이 삼성보다 더 심한 듯하다. 신형 프리미엄 모델 아이폰X를 제외하면 아이폰 모델은 2014년 아이폰 6 출시 이후 모두 기본적으로 같은 디자인을 고수해 왔다. 일부 소재 교체와 내부·카메라 개량을 제외하면 아이폰8과 아이폰6가 크게 다르지 않다.조사에 참여한 리퍼 리처드슨 연구원은 리퍼폰 시장이 올해도 계속 성장하면서 신모델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지역 시장의 판매량이 가장 많다.”삼성과 애플은 그런 트렌드를 파악하고 연간 업그레이드 계약(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삼성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도입한 듯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구매자가 할부로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1년 뒤 기기를 반납하면서 일정비율 할인된 가격으로 신형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다.- 제임스 헤더링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8.04.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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