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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중동 붐 기대’ 사우디 네옴시티 잡아라 [다시 뛰는 K-건설②]](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2/12/05/ecn58b4f22c-adc1-49f3-9044-9555b83fe269.353x220.0.jpg)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원전·생산시설 등 여러 사업에서, 북미·유럽·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들에서 호평을 받으며 대규모 실적을 챙기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해외 건설 수주 금액이 3년 연속 300억 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사우디아라비아와 초대형 프로젝트 협약들을 동시다발로 체결하면서 ‘제2의 중동 붐’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건설사들의 해외 시장 약진을 살펴봤다. 글로벌 리세션(세계경기 후퇴)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업계에는 ‘제2 중동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협약과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약 2만6500㎢) 부지에 사우디~이집트~요르단에 걸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 ‘저탄소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70조원)에서 1조 달러로 추산된다. 네옴시티는 직선 도시인 ‘더 라인’(The Line), 바다 위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지대 관광단지인 ‘트로제나’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더 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했고 한미글로벌은 총괄 프로그램관리(PMO)를 따냈다. ━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건설업계 ‘청신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네옴시티 더 라인 지하에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약 10억 달러 사업을 수주해 공사 중이다. 이 터널로 지하철·고속철도·화물운반용 철도가 지나가고 상부에 도시가 들어선다. 삼성·현대 컨소시엄은 더 라인의 추가 터널 공사와 구조물 수주를 준비 중이다.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대의 해외건설 경험을 합쳐 추가 수주를 추진하는 등 시너지를 키우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최근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근로자용 주거시설 건설 용역을 따냈다. 수주액은 약 90억원이다. 지난해 6월에 국내 최초로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의 특별 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26억원에 수주했다. 올해 8월엔 네옴시티의 글로벌 자문 서비스 용역 공급 계약도 추가로 체결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한 11월 17일엔 사우디아라비아와 국내 건설사들의 협약(MOU)도 이어졌다. 현대컨소시엄(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은 이날 에쓰오일이 발주한 ‘샤힌 프로젝트’의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로 선정됐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의 국영 정유·석유화학 기업인 아람코가 최대주주(지분 63%)며 빈 살만 왕세자가 아람코의 대주주로 있다.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일대에 석유화학제품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 사상 최대 규모다. 내년 1월 착공해 2026년 6월 준공을 마칠 계획이다. 현대컨소시엄은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와 에틸렌을 활용해 폴리에틸렌(PE)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건설에 참여한다. 롯데건설은 이와 더불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저장하는 탱크설비 21기를 짓는다. 대우건설은 석유·가스·석유화학 관련 MOU를 맺었다. 대우건설은 이날 사우디 현지 종합건설사 알파나르와 MOU를 맺고 사우디 석유화학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이 협약으로 현지 ‘오일 앤 가스’ 프로젝트에 참여 기회를 확대하게 됐다. 이와 함께 네옴시티 사업 관련 토목·건축 등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규모 사우디 사업에 대해 국내 건설사들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기회로 보고 수주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사우디가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전 2030’을 구체화하면서 향후 5년간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비전 2030을 발표한 것은 2016년 4월이다. 하지만 저유가 지속,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한동안 추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비전 2030의 추진 속도가 최근 빨라진 것은 고유가 덕이다. 재원인 국부펀드에 돈이 쌓이자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에 발 맞춰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사우디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 민·관 협력 강화, 건설사들 수주 낭보 잇따라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후 정부와 사우디의 주택·스마트시티 관련 협력 외교가 속도를 내면서 네옴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 기업의 참여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택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 플랫폼도 만들었다. 국토교통부는 11월 29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제1회 한-사우디 주택 협력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은 최근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 주택부 장관이 받아들여 성사됐다. 사우디는 국립주택공사가 추진하는 주요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수자원공사는 도시개발과 주택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들도 기술 발표에 나섰다. 포스코건설은 모듈러 건설 기술과 사례를, 현대건설은 건설 자동화와 디지털 건설 기술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스마트 빌딩 관련된 디지털 기술과 로봇·인공지능(AI)·5G·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네이버 신사옥 1784를 소개했다. KT는 통합도시운영솔루션과 스마트시티 사업을 발표했다. 직방은 모바일 모델하우스와 스마트홈을 시연했다. 네옴시티에도 활용되는 모듈러 주택과 스마트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간 MOU가 체결돼 관심이 높은 분야다. 원희룡 장관은 “이번 포럼을 주택협력뿐 아니라 네옴시티 같은 미래 스마트시티 구상을 함께해나가는 확장된 협력 플랫폼으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달 4일부터 9일까지 건설·모빌리티·IT 분야 기업 연합 ‘원팀 코리아’를 이끌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주 기반을 확대에 나섰다. 이번 수주전에는 ▶건설사 9곳(삼성물산·대우건설·한미글로벌·쌍용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삼성엔지니어링·코오롱글로벌·현대건설) ▶건축설계 2곳(해안건축·희림건축) ▶모빌리티 3곳(모라이·토르드라이브·포테닛) ▶IT 4곳(네이버·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KT) ▶스마트건설 1곳(엔젤스윙) ▶스마트시티 1곳(참깨연구소) ▶스마트팜 2곳(엔씽·포미트) 등이 참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행사에 IT분야, 스마트 건설·시티 등 다양한 민간 기업 관계자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는 ‘해외건설 3.0 시대’를 선언한 정부가 건설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 기업과 함께 해외 수주를 위한 ‘원팀 코리아’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원팀 코리아는 정부간(G2G) 협력을 통해 민간 건설사들이 사업을 확보하고 단순 시공이 아닌 ‘설계~시공~운영’ 등 프로젝트 전 과정에 걸친 사업 전략을 통해 수주 규모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모두 높이겠다는 게 원팀 코리아의 목표다. 현재 해외건설 시장이 설계·조달·시공(EPC) 중심의 도급형 사업에서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PPP)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건설은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만 따내는데 그쳤다. 우리정부도 한국과 사우디 간 MOU와 관련해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지난 17일 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26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와 관련해 “내용이 구체적이고 사우디 의지가 강해 실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최소 5000억 달러 규모의 네옴시티가 구체화하면 추가 성과가 더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26개 계약·MOU 추진 상황을 ‘비전 2030 위원회’에서 사우디와 공동 점검하고 ‘코리아 원팀’으로 진출 기업의 애로 사항 파악과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리세션 같이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발주를 좀 줄이거나 좀 연기하거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데 과거보다 현재 고유가 체제하에 사우디가 지금 산업 개혁을 위해서 내용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한국의 강점을 지니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지금 나오고 있다는 것은 우리 기업한테 청신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2022.12.02 07:00
5분 소요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함께 ‘네옴시티’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다만 단순 기대감 만으로 주가가 치솟은 만큼 실제 수혜 가능성을 따져보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재계 인사와 만나 '네옴시티' 관련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총 사업비가 660조원에 이르는 ‘네옴시티’ 사업은 사우디의 저탄소 스마트시티 조성 프로젝트로, ‘제2의 중동붐’이라 불릴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네옴 프로젝트의 200만 달러 이상 수주 건설사 목록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이 이름을 올렸고, 한미글로벌은 주거단지인 더라인 프로젝트 특별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수주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우디 투자부와 ‘한-사우디 투자포럼’을 열어 MOU 체결식을 개최했다. 삼성물산·포스코·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65억달러 규모의 ‘그린수소 플랜트 건설 추진 프로젝트’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네옴 철도 협력 관련 MOU를 맺은 현대로템은 고속철, 전동차, 전기 기관차 구매 계약 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화학 분야 협력 MOU를 맺은 롯데정밀화학은 향후 사우디에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생산 거점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DL케미칼과 지엘라파, 시프트업 등은 각각 합성유 공장 설립, 제약 분야, 게임분야 협력에 힘쓰기로 했다. ━ 수혜 기대감에 ‘테마주’로 시선 쏠려…“합리적 근거 필요” 다만 합당한 근거 없이 관련분야라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한 ‘테마주’들도 적지 않다. 네옴시티에 관한 소식이 들려오던 지난 7월부터 건설, 항만, 수소 등의 분야와 관련된 기업들이 관련주로 묶이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렸다. 지난달 31일 2925원에 마감했던 평화홀딩스는 이달 들어 4900원(16일 종가)까지 치솟았다. 평화홀딩스는 네옴시티 수혜 및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 기대감으로 14거래일 만에 67.5%나 폭등했다. 인디에프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13일 519원이던 주가를 4배 가량 끌어올렸다. 수소차 탑재용 고체수소저장소재 관련 기술을 개발해온 EG 역시 네옴시티 프로젝트 논의에 수소산업이 포함된다는 이유로 지난달 13일 6620원에서 최근 8470원(16일 종가)으로 크게 상승했다. 지난달 13일 7350원까지 내려갔던 성신양회도 네옴시티 건설 사업 참여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1만1500원(14일 종가)까지 올랐다. 희림, 유신, 도화엔지니어링 등도 올해 저점 대비 2~4배 가량 급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옴시티 수혜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방한이 구체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협의하는 자리라기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 각국을 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건설사가 수혜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MOU 체결과 관련해 언급된 기업은 물론이고 강력하게 꼽히는 현대건설·삼성물산·한미글로벌조차도 정확히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혜주라고 확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MOU가 최종 계약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가능성을 많이 열어 놓은 상황이라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네옴시티로 충분히 수혜를 보리라는 합리적 기대가 있는 종목들이 있는 반면,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막연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종목의 주요 비즈니스가 네옴시티에서 필요한 사업인지 여부를 살펴야 하고, 명시된 기준은 없지만 재무상태, 기업 크기 등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반이 갖춰진 기업인지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요소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될 수 있는 종목인지 반드시 따져보고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2022.11.18 10:00
3분 소요![현대건설, ‘네옴시티’ 기대감에 장중 6%대 급등 [증시이슈]](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2/11/01/ecn919b85bb-2360-4b4b-8954-9f63a516928a.353x220.0.jpg)
현대건설이 수백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 기대감에 급등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1일 오후 2시 16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6.45% 오른 3만7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북서부 홍해 인근에 서울시의 약 44배에 달하는 친환경 신도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이 사업의 규모는 5000억달러(약 650조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6월 현대건설은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의 ‘더 라인’ 사업 중 1조3000억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더 라인 지하에 총 28km 길이의 철도 터널을 뚫는 사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중 사우디라아비아를 방문해 전방위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방문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한미글로벌, 해외건설협회,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2022.11.01 14:33
1분 소요![[이필재가 만난 사람(17)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독서 경영으로 구성원 소통 능력 키워](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2/24/ecn3717398825_Oasc2MJz_1.353x220.0.jpg)
건설업은 사람에 대한 이해 필수… 책은 자기 계발의 가장 중요한 수단 1996년 한미글로벌(옛 한미파슨스)을 창업한 김종훈 회장은 “기업 경영은 소통의 과정이라고 할 만큼 기업 활동에서 소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회사 안에서의 상하 간, 동료 간, 부서 간, 본사-현장 간 소통은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도 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CM이라는 업종은 특히 다양한 고객 및 협력업체와의 소통이 중요해요. 회사 업무란 사실 끝없는 소통의 연속이고, 소통 잘하는 회사가 바로 경쟁력 있는 회사예요. 회사의 리더는 회사 방침과 경영진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부서원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그는 커뮤니케이션·프레젠테이션 등 소통의 능력을 기르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건설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일을 잘하려면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해요. 독서를 통해 인문학과 예술을 접해야 다양한 사람들과 접점이 생기고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죠. 독서를 해야 사고의 폭이 넓어집니다.” ━ 소통 잘하는 회사가 경쟁력 있는 회사 김 회장은 한국 CM의 선구자이자 전도사이다. CM은 사업주를 대신해 기획·설계에서 발주·시공·감리에 이르는 건설사업의 전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일이다. CM 회사에 일을 맡기면 건설 품질이 높아질 뿐더러 공사비가 절감되고 공기가 단축된다. 서울 상암동의 월드컵주경기장, 도곡동 타워팰리스, 국립과학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SK텔레콤 본사 사옥 등이 한미글로벌의 CM 작품이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총 2143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리비아 벵가지 신도시, 사우디 ITCC 등도 이 회사의 손을 거쳤다.한미글로벌은 미국의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인 오택을 인수해 선진국 시장에 진입했다. 친환경 컨설팅 기업인 에코시안, 건축 설계사 larc를 인수했고 유럽과 미국에서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세계 58개국에 진출했고, 10개 계열사에 1500여 명이 근무한다.김 회장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 한샘건축연구소·삼성물산 등에서 일했다. 삼성물산 시절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건설 공사에 책임자로 참여한 초고층빌딩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회장의 좌우명 중 하나가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날마다 생각을 새롭게 바꿔나가야죠. 서양 사람들은 ‘What’s new?’라고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는 배우고 공부해 새로워지려 독서 경영을 합니다.”독서 경영은 대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사업에 따라 2018년 인증을 받은 직장은 78곳에 이른다. 독서의 학습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란 책을 낸 김도윤씨는 수능 만점자 30명을 1년 간 인터뷰했다. ‘공부의 신’들의 경험을 근거로 그는 “독서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학창 시절에 배운 지식만으론 평생 버틸 수 없어” 김 회장은 “사회구조적 변화에 기술 발전이 급속히 이뤄져 학창 시절에 배운 지식으로는 평생 버틸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자기 계발과 시대 변화에의 적응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책입니다. 독서를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늘 뿐더러 인사이트가 생기고 눈높이가 달라집니다. 자기성찰은 물론 조직과 이웃을 생각하게 되고 세계관도 바뀌죠. 독일과 일본 국민들은 독서를 많이 합니다. 국민들의 독서열은 그 나라 문명의 척도라고 할 수 있어요.”그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단언했다. 독서 경영의 요체는 경쟁력 향상이라고 말했다. “링컨 대통령, 스티브 잡스, 손정의 같은 사람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읽고 이들을 모델링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인생철학이 뭔지, 인생의 과제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도전했는지, 그 과정에서 고난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성공 노하우가 뭔지 책을 읽으면 짧은 시간 동안 저비용에 간접 체험할 수 있어요. 예컨대 잡스는 창조적 베끼기에 능했고 미니멀리즘을 실현한 사람이죠. 소비자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고객이 장차 필요로 할 것을 만들어 새로운 시대를 리드한 사람입니다. 생각의 스케일이 큰 손정의는 20대에 2~3년 불치병에 가까운 병고를 겪는 동안 30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입니다. 독서와는 떼려야 떼 놓을 수 없는 사람이죠.”그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강연·강의는 책과 비교해 정보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서 경영을 하면 회사의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 회사의 모토가 ‘엑설런트 피플이 되어 엑설런트 컴퍼니를 만들자’인데 구성원들이 기술서 등 전문 서적을 읽고 폭넓은 독서를 통해 기업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으면 탁월해질 수밖에 없어요.”한미글로벌은 100여 곳에서 물류센터 CM을 담당했고, 지금도 물류센터 5곳의 CM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세계 최고의 물류 기업 아마존을 다룬 책을 통해 물류센터 운영에 관한 간접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기업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평생 샐러던트(saladent)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샐러던트란 봉급생활자(salaryman)와 학생(student)의 합성어다. 직장인 10명 중 네 명이 샐러던트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인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2017년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독서율)은 59.9%로 조사됐다.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네 명꼴인 셈이다. 1994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라고 한다. “독서 경영을 하려면 인간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동료에게 인사하기 캠페인을 벌여도 인사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아요. 결국 책 읽는 게 몸에 배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책 읽기가 좋은 습관이 되도록, 회사가 만들어 줘야 합니다.”다양한 독서는 또 인간으로서의 포용력을 키워 준다. “인문서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죠. 사고의 스펙트럼이 넓어집니다.” 그는 일본에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를 예로 들었다. “이나모리는 한때 스님이 됐던 사람입니다. 그는 능력과 열정보다 중요한 게 가치관이라고 설파했죠. 히틀러는 말하자면 능력과 열정을 인류를 파멸시키는 데 쓴 사람입니다.”그는 색다른 세계에 눈뜨는 데도 독서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을 떠나기 전 미지의 세계의 건축물과 명소를 책을 통해 간접 경험하면 아는 만큼 보고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리더는 시야가 넓어야 한다. 실무자의 시야각이 90도라면 CEO는 180도의 시야를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폭넓은 독서는 시야를 넓혀 준다. “현대의 기업은 경영 환경이 복잡해 CEO 노릇 하기가 힘듭니다. 구성원의 성향도 바뀌었고 세대 간 격차도 커졌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고 의사 결정을 잘하려면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알아야 면장을 하죠. 경영진은 스페셜리스트로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너럴 리스트가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사 담당 임원이라면 인사는 물론이고 심리학 나아가 세계 경제도 알아야 합니다. 기업이 망하는 건 순식간입니다. CEO와 그 측근이 작심하고 2년만 노력하면 바로 망해요. 더욱이 중소기업은 CEO의 비중이 90% 이상입니다. 중소기업의 활동은 사실상 1인 플레이라고 할 수 있어요.” ━ 나는야 샐러던트 CEO 그는 샐러던트로서 사내에 모범생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나이 든 사람도 공부해야 합니다. 독서는 은퇴 후에 더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는 유용한 수단이죠. 삼성에서 CEO를 지내 먹고살 만한 사람도 퇴직 후 친구 만나 골프 치며 소일합니다. 그러다 골프 칠 체력도 안 되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해요.” 많은 기업에서 독서 경영이 구두선에 그치는 건 CEO가 솔선수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 풍토도 독서 경영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 경영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화두라는 자세로 시작해야 합니다.”그는 독서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CEO로서의 재임 기간이 10년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대표적이지만, 우리나라 리더들은 전임자가 벌인 일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서 경영은 단기 성과가 나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리더십이 필수라는 거죠.”한미글로벌은 독서 경영을 위해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적절히 활용한다. 직원들은 매달 회사가 사 준 책을 읽고서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진급에 불이익을 줄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추가로 읽는 책에 대해서는 책값을 지원한다. 한미글로벌 필독서 100권도 선정 중이다. ━ 김종훈 회장이 권한 - CEO가 일독할 만한 책은 월터 아이작슨의 김 회장은 “왜 역사를 스티브 잡스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두껍지만 무척 재미난 책”이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완벽에 대한 열정과 맹렬한 추진력으로 여섯 개의 산업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킨 이 창의적인 기업가는 그 과정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보여 준다. 탁월함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책.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권 회장은 “초격차란 비교 불가의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에 걸맞게 구성원의 ‘격(格)’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힌다.차동엽 신부의 사제가 쓴 행복론이자 성공론으로 젊은 세대가 탈무드처럼 항상 곁에 두고 봤으면 하는 책.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성취를 믿으라, 말을 다스리라, 습관을 길들이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등 일곱 개의 원리를 제시하는데 예화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한다.이타가키 에이켄의 ‘손자×손정의가 만나다’란 부제가 달렸는데 을 쓴 손자의 ‘손’과 20대에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의 ‘손’을 곱했다는 뜻으로 책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불후의 병법서 에서 엄선한 14문자에 손정의가 만든 11문자를 조합한 25문자로 구성돼 있다.
2019.01.13 09:57
7분 소요
입사 5년 차는 한 달, 10년 차는 두 달, 임원이 되면 5년마다 2개월씩. 모든 임직원에게 안식년을 주는 회사가 있다. 머리를 비워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이 이 회사 대표의 지론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미글로벌의 김종훈 회장을 만났다. 한미글로벌에서는 안식년에 들어간 임직원이 2개 월간 소중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쉬는 중에 책상을 치우거나, 전화를 하지도 않는다. 물론 유급 휴가다. 출산을 앞둔 10년 차 여직원이라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붙여 최장 17개월을 쉴 수 있다. ‘월화수목금금금’을 사는 대한민국에선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건설사업관리(CM) 회사인 한미글로벌에선 10년 전부터 제도로 정착된 모습이다.“자기 삶도 일만큼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죠.” 서울 삼성동 한미글로벌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훈(68) 한미글로벌 회장은 업무적 성취감 못지 않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정과 회사, 삶과 일의 균형을 잡는 게 핵심입니다. 일에 너무 매몰되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아요.” 머리를 비워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미글로벌이 업계 1위를 달리는 비결이라고도 귀띔한다. ━ 건설업계의 ‘피터팬’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안식년을 해외에서 보내라고 장려한다.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회사 사정이 조금 더 좋아지면 직원들에게 세계 일주 항공권을 지급할 겁니다. 젊을 때야말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지난 1~3월 안식년을 다녀온 김 회장은 평소에 타보지 못한 컨버터블·스포츠카 등을 타고 미주 일대를 여행했다. 또 설악산에 칩거하며 논문 집필에 매진하기도 했다. 고희를 앞둔 김 회장은 젊은이 못지 않은 감각과 도전정신으로 건설업계의 ‘피터팬’으로 통한다.김 회장은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사업 추진 등 휴식 기간 중 담은 아이디어 꾸러미도 풀어놓았다.“건설산업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처음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인테리어·집수리부터 시작해 전자상거래로도 확대해야죠. 플랫폼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을 닦아나갈 겁니다.” 김 회장은 온라인 마켓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인테리어 컨설팅과 시공사 주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아직은 밑그림 단계지만, 공구와 목재 등 건설 자재 판매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생각이다. 최근 온라인과 지상파 방송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집방’은 KCC와 한샘·LG하우시스 등 대형 인테리어 업체도 주목하는 분야다.“왜 플랫폼인가?”라고 묻자 김 회장은 “건설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라고 답했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 생태계가 건축 기술 등 질적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주택경기가 워낙 좋아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에 관심이 적었죠. 이제 해외와 경쟁해야 하는데 기술경쟁력과 신뢰, 글로벌 능력 모두 떨어집니다. 이 상태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겁니다.김 회장은 ‘책임형CM’(CM at risk) 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CM사가 정해진 공사비와 공사기간에 맞춰 직접 공사를 수행하되, 만약 이를 초과하면 CM사가 나머지를 책임지는 사업 방식이다. 발주자로선 원가와 설계, 자재구입 등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 공사비와 공사기간 증가 부담도 덜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신규 발주의 40%가 책임형CM 방식이다. “베트남에서 빈민 주택을 짓는데, 현지 건설사의 건축비는 평당 50만원, 한국 건설사는 200만원입니다. 공사비를 줄일 여지는 많고, 공사기간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한미글로벌은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기법을 국내에 처음 적용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공사기간을 4개월 앞당긴 바 있다. 최근에는 이틀에 한 층씩 건물을 올리는 ‘투데이싸이클’ 공법을 특허 출원했다.올해는 중국과 중동·동남아를 핵심 3대 축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미국의 오텍을 인수하면서 중동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죠. 마찬가지로 일본을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을 확대할 것입니다.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도 활용해야죠.” 중국 진출을 위해선 중국의 대형 부동산·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완다그룹 등과 파트너십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김 회장은 후계자 문제를 두고는 “아직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글로벌을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꾸려나가겠단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GE처럼 100년 기업을 지향하려면 전문성 있는 사람이 10~20년은 경영해야죠. 사내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생각입니다. 외국인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 형태는 사회복지재단이 기업을 소유한 ‘유한양행 모델’을 지향한다고 했다. “돈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기부문화를 만들어야죠. 그런 저변은 국내에도 이미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사회복지재단인 ‘따뜻한 동행’에 자신의 지분 6.46%를 넘긴 상태다. 이 재단을 지주회사로 세우겠다는 중장기 계획이다.김 회장은 은퇴 이후엔 사회공헌 활동에만 매진하겠다는 계획도 펼쳤다. 김 회장은 현재 삼성 출신 CEO가 주축으로 결성된 ‘CEO지식나눔’ 멤버로 활동 중이다. 현재 한양대학교 등 대학에서 ‘행복경영’ 강의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행복을 못 느끼고 감사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행복 전도사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다음은 일문일답.1~3월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떻게 보냈나.절반은 설악산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다. 43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는 논문을 쓰고 있다. 평소에는 집중하기 어려워 휴가 때 몰아서 했다. 나머지 절반은 아내와 함께 미주와 남미 여행을 했다. 따져보니 올해가 결혼 40주년이더라. 마우이 섬에서 컨버터블 차도 타보고 머스탱·UV도 몰아봤다. 헤드라이트를 어떻게 켜는지 몰라 밤에 애도 먹었다. 남미의 아루바라는 작은 섬과 미국의 세인트 마틴이 인상적이었다.안식년 제도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직장인이 현실을 떠나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일밖에 모르던 세상과는 달라졌다. 2004~2005년 1박 4일 중동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잠은 대부분 비행기에서 잤고, 굉장히 힘들었다. 한창 바쁠 때였지만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에게 안식 년 중에는 전화기도 꺼두고 회사에 일절 보고를 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지 업무의 연장이어서는 안 된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그에 못지 않게 신경써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생기기 전엔 직원들에게 2~3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다닐 수 있는 항공권도 끊어줄 생각이었다. 회사가 조금 더 건전해지만 계획을 재개할 생각이다. 젊을 때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리더는 머리를 비워야 한다 직원들에게 왜 여행을 혼자서 다니라고 독려하나.여행이든 출장이든 혼자 가는 게 좋다. 평소에 묻혀있던 생각이 문득 떠오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생각의 사슬을 놓치지 않고 메모해 뒀다가 실제 회사 운영에 써먹은 경험도 많다. 해외에서는 조금 더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추진하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좀 쉬어야 한다. 리더는 머리를 비워야 한다. 한미글로벌은 최고경영자(CEO)가 장기간 휴가를 가도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한국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미국 등 외국에선 일반적인 업무인데, 한국이 발전 속도가 늦다. 경영컨설팅과 비슷하다. 건설컨설팅으로 글로벌하게 성과를 내고 있다. 사명이 한미파슨스이던 시절, 상암 월드컵 경기장 재개장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적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에 있을 때 파슨스와 일을 많이 했다며 반가워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가 중동에 가면 벡텔·파슨스 등 CM·PM 회사 아래에서 일한다. CM사는 건설 프로젝트의 A~Z를 담당하며, 건설사는 시공만 맡는다. 올해 한미글로벌의 매출이 2000억원 정도인데, 건설 시공 물량은 총 10조원 가량 된다.새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나.크게 두가지다. 먼저 건설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것이다. 요즘 인기를 모으는 인테리어 시장에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을 만든다. 다음달 초에는 별도의 법인을 차려 IT 비즈니스로 나아갈 것이다. 사실 2000년대 초에 ‘E집’이라는 브랜드로 시도해봤는데, 제대로 안됐다. 그렇다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며, 소규모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O2O 기반 서비스를 시작할 생각이다. 출발은 인테리어나 집 수리고, 모든 건설 자재와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와 인테리어 업체 간에 다리를 놓는 토탈 솔류션 개념이다.다른 하나는 뭔가.책임형CM도 별도 법인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려고 한다. 한국은 시공사가 건설판을 주무르는데, 투명성이 많이 떨어진다. 책임형CM을 하면 모든 원가를 공개하게 돼 있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정보나 자료를 투명유리처럼 볼 수 있다. 미국은 신규 공사의 40%가 책임형CM으로 진행된다. 선진화된 모델이다.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접목해 정직·신뢰를 높이겠다. 서울 방배동에 주상복합 프로젝트를 직접 개발하는데, 초기 단계부터 하도급 업체를 참여시켜, 서로의 의견과 기술을 공유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공과 공사를 함께 진행, 이틀에 건물을 한 층씩 올리는 ‘투데이 싸이클’ 공법으로 실시한다. 특허를 낸 기술이다. 보통 지하 5층, 지상 28층 건물은 3~3.5년 정도 소요되는데, 한미글로벌은 20개월만에 완료할 계획이다. 과거 이런 기술을 건설사에 이전해주고 마진을 나누겠다고도 했는데,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주택경기가 워낙 좋아 배가 부른 탓도 있지만,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에 관심이 적었다. ━ 국내 건설사들 혁신에 관심 적어 국내 건설사는 왜 기술 혁신에 미온적인가.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버블을 조장했다.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는 아파트 건설에만 집중했다. 깃발만 꽂으면 분양이 다 되던 시기다. 건설사들은 비싸게, 많이 팔 생각만 했지, 싸게, 짧게 만들 생각에는 소홀했다. 서민 아파트임에도 쓸데없는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베트남 정부가 극빈자 전용 아파트를 짓는데, 현지 건설사는 평당 건설비가 50만원 밖에 안 되지만, 한국 건설사가 지으면 200만원이다. 건설 원가를 많이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건설하는데 13.5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은 잠실 종합경기장을 짓는데 5~6년, 인천 문학경기장을 짓는데 4년이나 걸렸다. 한미글로벌은 28~29개월 만에 이런 사업을 끝낼 수 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이 가장 모범적인 사례다. 사후 운영까지 고민해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종합경기장이다. 이것이 바로 CM의 힘이다.해외 사업 계획은?일본은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적극적인 제휴전략을 통해 공략할 것이다. 미국 등 해외투자자도 많이 활동하는 곳이다. 중국은 현지화 전략이다. 중국은 현재 건설·부동산 부문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미국의 3배쯤 된다. 현재 완다그룹과 상호파트너십을 맺으려고 노력 중이다. 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본다.중동지역은 자회사인 미국의 오텍을 활용해 계속적으로 시장 개척을 할 것이다. 인도도 이머징 국가로서 중시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인도 법인은 한동안 휴면상태였는데, 좋은 사람을 영입한 덕분에 굵직한 프로젝트 2개가 수주선상에 올라있다.건축물 안전에 관심이 많다.삼풍백화점 붕괴 5주기 때 전문가 3명에게 삼풍 사고를 조명하는 용역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10주기 때는 『삼풍사고 10년 교훈과 과제』라는 책도 냈다. 지난해 20주기였는데, 전문가들을 모아 세미나도 했다. 삼풍이나 세월호 모두 크게 다를 것 없는 사고다. 한국의 시스템 에러가 부른 사태다. 국민안전처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안전교육을, 정부과 기업은 안전에 대한 역할과 기능을, 사법적으로는 강력한 패널티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경영권 승계 계획은.가족에게는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사내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을 발탁해서 최고경영자에 앉혀 10~20년 장기근속 시킬 것이다. 후계자로는 외국인도 고려대상이다. 내 지분은 조금씩 ‘따뜻한 동행’이란 복지법인에 넘기고 있다. 그동안 6~7% 정도 기부했다. 중장기적으론 이 복지법인이 회사 운영의 지주사 역할을 할 것이다. 유한양행 모델을 지향한다.앞으로 한국 사회가 가야할 길은.선진화라는 과제가 사회·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뼈를 깎는 수준의 혁명과 선진화가 필요하다. 국가의 프레임을 새로 짜는 수준이어야 한다. 공감대를 형성한다든가, 산업별로 한다든가, 법을 조금 고쳐서는 될 일이 아니다.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나.삼성 출신 CEO가 참여하는 ‘CEO지식나눔’이란 활동을 하고 있다. 창업을 하면 존속 가능성이 5~10% 밖에 안 되는데, 이런 기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CEO 출신들이 지식을 공유하자는 차원으로 만들었다. 현재 90명의 CEO가 활동 중이다.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건설산업은 핵심 서비스업종 중 하나인데, 경쟁력을 키우거나 글로벌 역량을 낼 만한 리더십이 없다. 임원·간부를 1년마다 바꾸니 리더십이 생길 수가 없다. 경영 기간 내내 리스크 매니지먼트만 하게 된다. 창업 1세대부터 모험을 안고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한미글로벌은 인재, 구성원 중심으로 나아갈 것이다.- 글 문희철, 김유경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2016.05.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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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의 숙원이 시민의 안전에 앞설 수는 없다. 롯데그룹은 생각이 다른 듯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이라는 제2 롯데월드의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와중에 롯데그룹은 저층부(쇼핑·문화시설) 임시 사용 승인을 내달라고 서울시를 재촉하고 있다. 과연 그래도 될까.롯데그룹이 서울시에 저층부 임시 사용 승인을 요청한 날 전후에도 공사 현장에는 부실 시공, 누수, 고압변전소 소방설비 오작동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석촌호수 물 빠짐 현상, 싱크홀(지반 침하) 논란, 교통 대란 우려 등 123층 제2 롯데월드를 둘러싼 공포와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현장 시공 부적합 사항 조치의 건’ ‘롯데월드타워 시공 오류 개선 조치 요청’ ‘제3차 시공오류 현황 및 각 동 누수현황 조속 조치 지시’ ‘롯데월드몰 시공오류 개선 조치 요청’…. 롯데그룹이 서울 신천동에 짓고 있는 제2 롯데월드 공사현장에 내려진 작업지시서 제목이다. 시행사인 롯데물산이 5~6월에 공사 현장에 지시한 것이다. 롯데그룹이 제2 롯데월드 저층부를 빨리 열게 해달라며 서울시에 임시 사용 승인 신청서를 낸 6월 9일 전후 일이다.작업지시서는 시행·감리 회사 등이 공사 현장에 지시할 내용을 기록한 서식이다. 지난해 2월 큰 논란이 됐던 제2롯데월드 메가 기둥 균열 발생 문제 역시 감리회사인 한미글로벌이 2012년 10월 말에 작업지시서를 통해 시공사인 롯데건설에 전달한 내용이었다. 롯데건설은 이를 쉬쉬하다 12월에야 외부 구조물 진단업체에서 균열로 인한 안전성 위험이 없다는 진단을 받아 ‘늑장대응’ 논란이 일었다.본지 취재 결과 롯데물산은 올 5월 28일 롯데월드몰(저층부) 시공오류를 개선하라는 작업지시서를 현장에 보냈다. 제2 롯데월드 저층부 승인 신청을 한 열흘 후인 6월 19일에도 ‘조속히 반영하라’며 ‘롯데월드몰 시공오류 개선조치 요청의 건’을 전달했다.앞서 6월 2일에는 명품관이 들어설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현장 점검 결과 문제점과 개선사항이 접수됐다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보완공사 요청 건’을 하달했다. 6월 12일에는 ‘제3차 시공오류 현황 및 각 동 누수현황 조속 조치 지시’라는 작업지시서가 현장에 전달됐다. 제2 롯데월드 공사 현장에 누수 현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현장 관계자는 “겨울에는 동파 사고, 최근에는 배관 누수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고 말했다.석촌변전소, 분진과 먼지로 소방설비 오작동공사 시공 오류 등은 공사판에 자주 있는 일이라고 치자.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5월 28일 롯데물산이 보낸 작업지시서 제목은 ‘C2 현장 154kv 석촌변전소 소방설비 정상화 조치 요청의 건’이다. 석촌변전소 주변 공사로 인해 변전소 내 소방설비 오작동이 있으니 대책 수립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지난 3월 말에도 ‘석촌변전소 소방설비 정상화 조치 요청에 따른 보완 사항’에 대한 작업 지시서가 현장에 전달됐었다. ‘C2’는 제2 롯데월드 구역을 가리킨다.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2 롯데월드 지하 3~5층에는 송파구 일대에 전기를 보내는 석촌변전소가 있다. 문제는 15만4000볼트급 고압변전소 바로 위 지하 1~2층에 초대형 아쿠아리움(수족관)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변전소 위 수족관’은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제2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완공을 해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이와 관련, 변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전력 관계자는 “변전소는 민감한 시설이어서 분진이나 먼지로 인해 소방설비가 고장 날 수 있다”며 “현재는 석촌변전소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전소 소방설비 조치 관련 작업지시서 전해진 날(5월 28일) 현장에는 ‘변전소 누수 및 소방설비 오작동 사례’를 담은 문서도 함께 전달됐다. 앞선 5월 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2 롯데월드를 현장 점검할 때 남문현 송파소방서장은 “소방 쪽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제2 롯데월드 내 석촌변전소 관련 공사는 롯데건설이 맡고, 한국전력 남서울지역본부가 관리·감독을 한다. 국내외 유례 없는 ‘변전소 바로 위 수족관’그렇다면 국가 중요 보안시설로 지정된 고압변전소 바로 위에 어떻게 초대형 수족관이 들어설 수 있을까. 지하변전소는 침수가 되거나 화재가 날 경우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사업법 전기설비기준 21조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발전소·변전소·개폐소 또는 이에 준하는 곳은 침수의 우려가 없도록 방호장치 등 적절한 시설이 갖추어진 곳이어야 한다.’, ‘발전소·변전소·개폐소 또는 이에 준하는 곳에 시설하는 전기설비는 자중, 적재하중, 적설 또는 풍압 및 지진 그 밖의 진동과 충격에 대하여 안전한 구조이어야 한다.’제2 롯데월드는 지하 6층으로 지어진다. 공사 기간 내내 엄청난 진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석촌변전소 바로 위 아쿠아리움은 수량 5300t급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조직이 개편되고 담당자가 바뀌어 당시 변전소 관련 협의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하지만 한전의 다른 관계자는 “당시 한전 내부에서도 규정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롯데 측이 방수·방호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겠다고 제안해 협의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석촌변전소는 롯데 소유 부지를 한국전력이 임차해 쓰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변전소 소방설비나 안전 문제가 있다면 조사를 하고, 규정 위반 여부와 협의 과정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제2롯데월드는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동(고층부)과 저층부인 에비뉴엘동·캐주얼동·엔터테인먼트동으로 이뤄진다. 저층부는 99% 완공됐고, 123층 고층부는 70% 정도 지어졌다. 이 중 전체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저층부에는 명품관·쇼핑센터·영화관 등 집객 시설이 들어서는데, 이를 조기 개장하겠다는 것이다.본지가 7월 7~9일 현장을 둘러봤더니, 저층부 내부는 사실상 공사가 끝났고 일부 구역은 내·외부 마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제2 롯데월드는 인허가를 받을 때부터 지금까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롯데그룹은 1987년 서울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1990년대 중반부터 제2 롯데월드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태우~김대중 정부에선 정부와 공군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부지 5.5km 인근에 전시 전략적 요충지인 공군 성남비행장(서울공항)이 있어 비행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다.하지만 롯데그룹에 구세주(?)가 나타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이 2002년 7월 서울시장에 취임한 한 달 후, 롯데는 기존 36층(143m)에서 112층(524m)으로 바꾼 설계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국방부와 공군이 거세게 반대했지만, 결국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임기 마지막 해에 변경안이 통과됐다.이후 국방부는 국무총리실에 행정협의조정위원회 협의조정을 신청했고, 2007년 7월 정부는 비행안전 문제로 112층 건축 불허를 결정했다. 하지만 2007년 말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다시 급반전한다. 이 대통령 당선 전후로 롯데그룹은 잇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에게 건축 허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후는 일사천리. 이례적으로 다시 열린 정부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서울공항의 활주로를 3도 변경하는 안을 마련한다.15년 간 결사 반대했던 공군도 활주로 변경과 비행 안전시설 비용을 롯데그룹이 부담한다는 조건을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은 경질됐다. 결국, 조정위는 9일만에 작성된 비행안전 용역 보고서를 명분으로 2009년 3월 31일 112층 건축 허가를 승인했다. 그 해 말 롯데그룹은 112층을 123층(555m)로 설계 변경한 후 2011년 6월 착공했다. 제2 롯데월드가 ‘MB의 선물’로 불리는 이유다.건물 올라가며 사고…사고…또 사고제2 롯데월드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갔지만 온갖 사건·사고로 시끄러웠다. 2012년 중순엔 10층까지 올라간 건물 주기둥에서 100여 개의 균열이 발견돼 안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 6월에는 공사장 붕괴사고로 6명이 사상했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제2 롯데월드에 불량 내화충전재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공사장 바로 옆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그 즈음이다. 당시 롯데 측은 “수위 저하는 공사 현장과 무관하고 자연증발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부랴부랴 한강물을 끌어다 석촌호수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 돈의 절반은 송파구청이 냈다.하지만, 11월 16일 민간헬기가 고층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석촌호수 논란은 수면으로 가라앉고 ‘비행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정치권과 사정당국,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제2 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가타부타 얘기가 없다.또한 제2 롯데월드 층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됐지만 서울시가 “롯데가 소송을 걸면 시가 100% 진다”며 발을 뺐고,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이 “데이터 상으로는 비행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서면서 비행 안전 논란은 흐지부지됐다.탄력을 받은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저층부 조기 개장 방침을 언론에 흘렸다. 신격호 회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올해 제2 롯데월드 저층부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기정사실화 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1월 말 제2 롯데월드 건립을 주도했던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이 경질되고, 김치현 실장(정책본부 운영실장)이 사장에 선임되면서 공사 현장이 총력전, 속도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 관계자 역시 “공기 단축 압박이 심해지면서 현장이 뭔가 체계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털어놨다. 석촌호수·싱크홀 공포 확산이윽고, 2월 중순 공사 현장 46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서울시는 즉각 47층 철골공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서울시는 직접 안전 점검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4월 8일 폭발사고가 나면서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이런 와중에도 롯데그룹은 3월 6일 송파구청과 함께 ‘롯데월드몰 채용박람회’를 열어 빈축을 샀다. 조기 개장을 염두에 둔 롯데의 행보는 결과적으로 역풍을 맞았다.서울시는 채용박람회 일주일 뒤 ‘서울시와 공식적으로 사전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5월에 저층부 조기개장이 기정사실로 된 것처럼 보도되는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여론이 악화하자,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올 5월 11일 공사 현장을 방문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사고가 없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이튿날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을 찾아 “시민 안전을 위협하면 (조기 개장을) 용납 안 할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이때를 전후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제2 롯데월드 저층부 개관 D-데이가 7월 11일’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리고 6월 9일 롯데는 서울시에 저층부 임시 사용 승인 신청서를 냈다. 롯데 측은 이후 ‘제2 롯데월드 저층부가 친환경 건축물 최우수 등급 인증을 받았다’며 여론전을 폈다. 하지만 사단법인에서 받은 친환경 인증은 안전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6월 23일에는 초고층도시건축학회를 포함한 4개 단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제2롯데월드 종합안전점검을 해 187개 지적사항을 모두 적정 조치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하지만 이 점검은 3~5월에 월드타워동(고층부)을 점검한 것이고 저층부와는 상관이 없었다.그러자 서울시는 2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자문단을 꾸려 7월 1일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때부터 석촌호수 물 빠짐 의혹과 싱크홀(지반 침하) 발생 논란, 교통 대란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본지가 확인한 자문단 의견서에 따르면,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한 시점은 제2 롯데월드 굴착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2012년 6월엔 정상 수위보다 50㎝, 지난해 11월에는 70㎝ 낮아졌다. 이에 대해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롯데월드가 지하 6층(37m)까지 굴착공사를 하면서 지하수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악에는 석촌호수가 말라버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 측은 ‘공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롯데는 하루에 한강물 450여t을 끌어와 석촌호수를 채우고 있다. 본지가 7월 7~8일 석촌호수를 찾았을 때도 호수 가장 자리 관로에서는 끊임없이 한강물이 급수되고 있었다. 원래는 수질 관리를 위해 성내천 물을 받던 관로였다. 관로 주변은 부하물과 쓰레기가 둥둥 떠 있었다. 롯데그룹이 걸어놓은 ‘석촌호수를 깨끗이 만들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무색했다.제2 롯데월드가 조기 개장하면 상습 정체구역인 잠실역 교통 체증이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시민자문단 교통분과위원장인 심익섭 동국대 교수는 “잠실역 사거리는 기존에도 교통혼잡이 극심한 곳인데 롯데 측은 현재 교통 상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안 없이 저층부를 조기개장하면 차량이 갑자기 몰리면서 교통 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롯데그룹이 교통 정체를 방지하겠다며 서울시와 약속한 협의도 상당 부문 이행되지 않고 있다.논란이 커지면서 인근 주민·시민이 느끼는 공포는 생각보다 깊고 넓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제2 롯데월드 인근에서 싱크홀이 잇따라 발견되고, 도로가 주저앉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 싱크홀은 포트홀(눈이나 비가 온 뒤 도로에 생기는 얕은 구멍)과 달리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도로가 밑으로 꺼지는 지반 침하 현상이다. 송파구 일대 주민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롯데월드 굴착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이 원인이라고 의심한다.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3곳의 싱크홀은 하수관 파열과 상수도 누출이 원인이라고 서울시와 송파구청은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향후 9개월간 전면조사에 나서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싱크홀 발생이 제2 롯데월드 공사와 관련이 있는지를 밝힐 예정이다. 7월 8일 낮 석촌호수에서 만난 50대 주부는 “우리 애들이 여기(제2 롯데월드)를 공포월드라고 부른다”며 “설마 하면서도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7~8일 잠실역 인근에서 만난 상인·주민·시민 반응도 비슷했다.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제2롯데월드 공사와 관련해 시민들이 얼마나 불안해 하는지 알 수 있는 예는 또 있다. 지난 5월 중순, 제2롯데월드 도로 건너편에 있는 롯데캐슬 지하 1층의 문구점 칸막이 유리창이 갑자기 깨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목격자는 “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펑’하는 소리와 함게 박살이 났다”며 “손님들이 놀라 밖으로 뛰쳐 나가고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해당 문구점 관계자는 “단순한 시공 문제일 뿐 공사 때문은 아닌 것 같다”며 “롯데 캐슬에서 바로 교체를 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를 목격한 많은 상인은 “당시 사고를 본 사람들이 롯데월드 공사 때문 아니냐며 불안해했다”고 전했다.도로에 구멍이 조금 나고, 유리창 하나만 깨져도 불안해하는 시민들. 이것이 현장이 느끼는 공포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은 곳곳에서 제기되는 안전 문제가 제2 롯데월드와는 무관하다며 공사를 강행하고 서둘러 명품관·쇼핑몰을 열려고 한다. 일각에선 “고령(93세)인 신격호 회장의 숙원사업을 생전에 완성하려는 충정”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잠실역 일대는 흔히 롯데 왕국으로 불린다. 롯데그룹이 잠실역 일대 롯데월드·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에서 한 해 버는 돈은 2조원이 넘고, 제2 롯데월드가 완공하면 연 1조원을 더 벌 수 있다고 한다.부근 롯데캐슬 지하 문구점 유리창 깨지는 사고도롯데그룹의 심벌인 ‘3L’은 자유(Liberty)·사랑(Love)·삶(Life)을 상징한다. 임종원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가 쓴 에는 ‘롯데의 3L은 다중의 행복 추구를 바탕으로 한다’는 말이 나온다. 헛말인가. 이 책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고객을 모셔 놓고 고객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안 된다. 고객을 섬긴다는 것은 고객에 대한 안전을 최우선 하는 것, 이것이 서비스의 첫째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시설(제2 롯데월드)을 조국에 남기려는 뜻밖에 없습니다.” 신격호 회장이 했다는 말이다. 이 말이 거짓이 되지 않도록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은 공사를 철저히 재점검해야할 것이다.
2014.07.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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