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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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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마음건강 주제로 ‘오늘도 힘’ 영상 제작

은행

KB금융그룹이 ‘KB 국민함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음건강을 주제로 한 ‘오늘도 힘’ 콘텐츠를 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고 3일 밝혔다. ‘KB 국민함께 프로젝트’는 국민과 함께 살고, 함께 크고, 함께 꿈꾸는 금융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추진하고 있는 KB금융그룹의 상생 프로그램이다. 이번 콘텐츠는 ‘오늘도 힘든 나에게’라는 부제로, 여러 사회구성원들의 어려움과 고민의 무게를 나누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공감하기 위해 기획됐다. 영상광고에는 취업 준비생, 육아에 지친 부모, 높은 물가와 소비심리 위축에 시달리는 소상공인,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 등이 등장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22년 총 101만 4182명이다. 이 가운데 사회의 핵심 성장동력인 2030세대가 전체의 35.9%를 차지하며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이번 콘텐츠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도파민 중독부터 번아웃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됐다. 유튜브 ‘뇌부자들’ 채널에서 활동하며 정신건강의학과의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참여했다. 특히 이날 온에어된 ‘불안장애’편은 미술치료심리상담가와 함께 진행하며 영상을 보는 시청자도 직접 본인의 그림을 해석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오늘도 힘’ 콘텐츠는 매주 금요일 오후 6시에 KB금융그룹 유튜브채널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KB금융 관계자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정서적,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세대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해당 콘텐츠를 제작했다”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희망을 키우는 국민 곁에서 KB금융이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한편, KB금융은 이밖에도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KB손해보험에서 출시한 ‘KB금쪽같은 자녀보험 Plus’는 신체 상해와 질병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업계 최초로 성장기 자폐증 진단비와 활동성 및 주의력장애(ADHD), 만성 틱장애 진단비 등 정신건강과 발달건강까지 보장해준다. 또한 KB손해보험의 자회사인 KB헬스케어는 3월 25일 ‘KB건강체크’ 서비스를 시작으로 국민에게 유용한 건강정보와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통해 KB금융그룹의 목표인 ‘사회와의 상생’과 ‘국민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4.05.03 17:50

2분 소요
‘치료 공백 vs 보험금 편취’…문턱 높인 ‘발달지연 실손보험금’ 어쩌나

헬스케어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37)씨는 지난해 말부터 아들과 함께 지역 내 발달센터를 찾고 있다. 의사로부터 아들이 ‘발달지연’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이씨의 아들은 병원 부설 센터에서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소속된 센터이기 때문에, 이씨는 아들의 발달치료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실손의료보험금을 받아 왔다.그러나 이씨는 최근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 보험사가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으로 실손의료보험금을 대거 청구하는 등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일부 발달센터를 솎아내면서, 모든 병원 부설 센터를 대상으로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아들이 이 센터에서 치료받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올해 5월 벌어진 일이다.“놀이치료 등에 보험금 못 줘”…속타는 부모들현대해상이 발달지연과 관련한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일선 발달센터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병원과 연계한 발달센터 등에서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음악치료를 받으면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데, 현대해상이 정상적으로 센터를 운영해 온 병원에도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병원과 센터, 부모를 중심으로 “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사기로 몰려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다.경기 김포에서 발달센터를 운영 중인 한 소아과 전문의는 “현대해상이 지난달 중순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에 대해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발송한 뒤,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부모가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에) 치료 일지와 치료사의 이름, 자격증 사본 등이 포함된 서류를 매번 제출해야 하는 등 청구 절차도 복잡해졌다”고 했다. 현대해상이 지급심사 강화라는 강수를 둔 건 일부 병의원과 발달센터가 결탁해 실손의료보험금을 편취하고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에서 언어발달센터를 운영하던 한 소아과는 보험사기 혐의로 올해 초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센터를 닫았고, 이 센터에 비용을 미리 지불했던 아이와 부모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갔다. 이들은 의사로부터 면허만 빌려 소아과를 여럿 개원해 발달지연 아동을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진료는 형식적인 절차였고, 한 언어재활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 계획과 재진, 처방 등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병원 부설로 문을 연 발달센터를 통해 19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병원과 연계한 발달센터에서 놀이치료나 미술치료를 받은 아이와 부모가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별다른 심사 없이 지급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현대해상에 따르면 이런 악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회사가 발달지연과 관련해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700억원에 육박했다. 2018년 98억원에서 2019년 156억원, 2020년 221억원으로 천천히 늘어나던 것이 2020년에는 479억원으로 1년새 2배 수준 이상 급증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등 다른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발달지연 관련 실손의료보험금을 합하면 지난해에만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인다.어린이보험 1위 기업인 현대해상은 유독 타격이 크다. 실손의료보험금의 청구 건수와 지급 규모가 늘어나면서, 새나가는 보험금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내 발달센터 10여 곳에 따르면 언어치료나 놀이치료 등을 받는 아동은 절반 가까이 현대해상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태아보험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발달지연은 영유아 때 많이 진단받기 때문에 현대해상이 발달지연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 이슈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달지연 아동의 수도 실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영유아 3명 중 1명은 발달에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또래와 소통하며 성장해야 할 아이들의 사회 활동이 줄어든 영향이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다 보니, 상대방의 입모양이나 표정을 보지 못해 언어 발달에 문제를 겪는 경우도 많았다. 병원에서 발달지연 검사를 받으려면 비용이 만만찮은 탓에, 영유아를 대상으로 발달지연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도 생겼다.“의료법상 의료인 아냐” vs “사실상 보험금 지급 거부”현대해상이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음악치료를 받은 아동에게 보험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과 의료기사법에 따라 의료인이나 의료기사가 발달치료를 하면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의료기사에는 임상병리사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포함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은 의료행위에 대해 지급하는 것으로, 당연히 의료행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수행해야 한다”며 “발달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료는 작업치료사의 업무로 확인돼, 작업치료사의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했다.문제는 병원 부설 센터와 민간센터 등에서 일하는 작업치료사는 30% 정도라는 점이다. 작업치료사라고 해도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음악치료와 업무 영역부터 자격 요건까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영애 숙명여대 심리치료대학원 교수(놀이치료학과)는 “작업치료와 놀이치료는 각각 기능적, 발달·심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고, 학사과정부터 자격 규정까지 완전히 다르다”며 “작업치료사가 놀이치료를 하는 것이야말로 무자격 행위”라고 역설했다. 또한 “(현대해상은) 보험금 지급 심사를 단순히 강화하는 걸 넘어 한 영역의 전문성을 폄하하고 있다”며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의료계에서는 치료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등을 의료행위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진찰하고 치료 과정을 지시, 감독한다면 의료행위로 판단할 수 있어서다. 미술심리치료사 등의 치료 행위를 의료행위로 보는 판결도 있다. 앞서 현대해상은 미술심리치료사와 언어재활사 등 9명을 상대로 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언어치료, 행동치료 등은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당시 현대해상이 문제 삼은 치료 행위에 대해 “다양한 영역의 발달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학적 전문 지식을 기초로 한 경험과 기능으로 수행된 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보험금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 금감원 나섰지만…파장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현대해상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해상에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을 일률적으로 중단하지 말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문제가 된 발달센터를 골라내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런 이유로 모든 발달치료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이 발달지연 아동과 부모가 직접 치료사의 자격 증명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하는 데 대해서는 “보험사가 스스로 조사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현대해상이 현행법상 의료인이나 의료기사가 아닌 치료사가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을 수행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은 의료진이 ‘의료행위’를 수행할 때 지급된다”며 “자격에 대한 기준은 없고, 의료행위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행위가 의료행위인지는 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분쟁이 들어오면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현대해상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질의한 결과 의료인이나 의료기사가 아니라면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는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의료진이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치료사는 현행법상 의료기사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치료사 측에선 학회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이 (일선 현장에서) 인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자격증은 ‘치료사’ 자격증이 아닌 ‘상담사’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3.06.20 06:59

5분 소요
삼성복지재단, 서울시어린이병원과 미술치료 작품전시회

산업 일반

삼성복지재단은 오는 20일까지 서울시 어린이병원과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 아동·청소년 미술치료 작품전시 '미술의 창조성과 치유, 10년의 이야기'를 공동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발달장애아동·청소년들이 그린 소개하는 전시로 지난 2011년부터 10여년간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미술치료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발달장애아동 38명의 작품 55점을 선보인다. 작품과 함께 가족들이 직접 쓴 사랑과 응원의 편지글이 나란히 전시됐다. 또 양예준(12) 발달장애아동 작가의 초정 작품 4점도 함께 전시된다. 삼성복지재단은 발달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서울시어린이병원과 함께 2020년부터 협업을 해왔으며, 올해에는 아동·청소년 미술치료 작품 전시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또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삼성의 사회공헌기관도 이번 전시회에 힘을 보탰다. 삼성문화재단은 김용관 작가와 협업해 아이들의 작품이 잘 부각되도록 전시 공간을 디자인했다. 또 리움미술관의 전문인력이 설치와 운영을 지원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1층을 전시장 공간으로 제공했다. 삼성복지재단은 이번 전시 작품 중 12점을 활용해 2023년 판 달력을 만들어, 3만부를 발달장애아동과 가족, 사회복지기관 등에 무료로 배포한다. 재단은 2020년부터 발달장애아동의 미술을 통한 마음표현과 재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서울시 어린이병원 미술치료실의 아동 작품을 소재로 달력을 제작해왔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11.09 16:18

1분 소요
우리은행 ‘우리미술대회’ 5년만에 대면으로 열려…사회공헌사업도 함께

은행

우리은행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청소년 미술대회를 5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었다. 16일 우리은행은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제25회 우리은행 우리미술대회 본선’을 지난 15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22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예선에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가해 미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2단계 심사를 거쳐 총 602명이 본선대회에 진출했다. 5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우리미술대회는 희망찬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기원하며 ‘우리가 원(WON)하는 세상, 다시 함께 그림!’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즉석사진을 활용한 포토월 꾸미기, 나만의 아이템 만들기 등 참가자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또 해외 취약계층 아동 미술치료 지원사업, 미아방지를 위한 서울경찰청 ‘아동지문 사전등록’ 서비스 제공 등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사업도 함께 진행됐다. 이번 우리미술대회는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1명을 포함해 본선 대회 참가자 모두에게 상장과 부상을 수여한다. 수상작은 심사를 거쳐 오는 26일 우리미술대회 홈페이지에서 발표되며, 시상식은 11월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대회의 동상 이상 수상작 62점은 우리미술대회 홈페이지와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열린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오랜만에 푸른 하늘 아래 참가자들이 모여 대회를 진행해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10.16 10:45

1분 소요
가족이 곧 돈이다

산업 일반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를 거쳤다. 이 사이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세계적 인 기업이 나왔지만 청년실업과 중산층 붕괴 등으로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에 정신적 불안함까지 겹치면서 ‘결국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때마침 주5일 근무제와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됐다. 가족과 보낼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중심의 여가 활동이 증가할 여지가 커졌다. 불황에 지갑은 얇아졌지만 가족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는 법. 쇼핑·숙박·패션·금융·통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서 가족을 연결시키는 상품과 마케팅 활동이 늘고 있다. 1~2년 사이 들어선 도심의 대형 복합쇼핑몰이 가족 비즈니스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보다 다양하고 편리한 시설을 갖춰 가족 단위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서울 마포에 사는 워킹맘 김윤지(38)씨는 요즘 주말이면 남편·아이들과 함께 서울의 ‘몰 투어’에 나선다. 엄마는 쇼핑하고 아이들은 키즈 파크에 간다. 그 사이 아빠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신도림에 자리한 디큐브시티의 정혜원 타운매니지먼트실 실장은 “방문객 중 가족 고객 비율은 평일에 40~50%, 주말엔 60~7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벤트 참여도에서도 이런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몰 안의 각 층에 위치한 VP 디스플레이 공간에서 펼쳐지는 포토존 콘테스트 이벤트의 응모 현황을 살펴보면 가족 단위 참여 작품이 60%가 넘는다. 가을 문화센터강좌의 등록인원 중 45.6%가 엄마와 아기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 수강생’이다도심 대형 쇼핑몰에는 ‘가족 화장실’도 등장디큐브시티는 가족 손님을 위해 ‘가족 화장실’도 설치했다. 4개 층의 남녀 화장실 사이에 있는 가족 화장실은 부모와 아이가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성인 변기와 아기 변기를 함께 배치했다. 남자 화장실에 아이 기저귀를 교체할 수 있는 베이비 시팅룸을 만든 것도 요즘 가족 세태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젊은 부부라면 대부분 아빠가 아이를 앉고 다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강서구 방화동에‘가족 쇼핑몰’을 표방하며 오픈한 롯데몰 김포공항도 ‘가족 동반 화장실’을 마련했다. 8월 30일 여의도에 문을 연 IFC몰도 고급스러운 베이비 시팅룸 10곳을 여자 화장실 마련하고 유아휴게실도 별도로 구성했다.이들은 대부분 가족의 지출을 주도하게 마련인 엄마를 위한 쇼핑공간은 백화점 못지 않게 꾸몄다. 또 가족의 옷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는 SPA브랜드(패스트 패션)를 집중 배치했다. 가족 고객이 선호하는 유니클로, 갭, 자라, H&M 등이 눈에 잘 띠는 곳에 있다. 여성과 남성, 키즈로 구분돼 쇼핑도 ‘가족의 놀이’처럼 만들었다. 롯데몰 김포공항은 식음료 매장에 키즈존을 만들었다. 롯데몰 김포공항의 임형욱 홍보마케팅팀장은 “영유아를 동반하는 가족 단위 고객은 멀리 여행을 떠나기 어렵다 보니 유모차를 끌고 쇼핑몰로 몰리고 있다”며 “복합쇼핑몰은 대부분 넓고 편리한 공간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쇼핑과 휴식을 즐기는 가족 나들이 장소로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금융계에서도 가족 고객을 잡으려고 힘을 쏟고 있다. 가족 중심의 소비 패턴에 맞춘 금융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카드는 가족 나들이가 많은 주말에 음식점이나 주유소, 백화점에서 삼성카드7로 결제하면 평일보다 최대 6배까지 포인트를 더 적립해준다.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가족이 많으면 금리를 더 얹어준다. 외환은행은 적금상품명을 가족이 직접 만들고 가족과 함께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적금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현재 고객인 어른뿐만 아니라 미래 고객인 아이까지 확보할 수 있어 가족 전체를 하나의 고객으로 잡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금융권에서는 기존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가족 또는 가문 단위로 확장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도 잇따라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2 월에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열었다. 지금까지 초부유층(VVIP) 100여명이 방문했다. 단순한 투자 자문을 넘어 상속이나 가업 승계까지 이른바 ‘가문 관리’를 한다. 최경락 삼성패밀리오피스 부장은 “부모의 가업이나 부를 물려주는 사례가 많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며 “내년엔 서울 강북권,2014년엔 부산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신영증권도 가문 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과거 법률이나 세무, 상속 등 자문 컨설팅 중심에서 컨시어지(개인비서) 서비스는 물론 자녀 결혼문제까지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VVIP인 고객인 김성준(65)씨는 요즘 혼기가 찬 아들의 배필을찾는 게 가장 큰 관심사다. 김씨는 증권사에 도움을 청했고 증권사는 VVIP 고객 자녀 중 김씨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대상자를 찾아 맞선 자리를 마련해줬다.비즈니스맨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특급 호텔도 가족 고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호텔도 ‘여가를 즐기는 곳’으로 인식이 달라지면서 가족 단위 고객을 잡기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객실 크기다. 콘도처럼 객실 하나만 빌려도 4인 가족이 편안히 묵을 수 있게 공간을 넓혔다.4월에 객실 개선 공사를 마친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은 가족 단위 고객 대상의 ‘디럭스 킹&싱글베드룸(패밀리룸)’을 선보였다. 더블침대 아니면 트윈침대가 대부분인 일반 특급 호텔의 객실과 달리 가족 단위 고객의 수요를 반영했다. 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을 위해 하나의 객실에 더블침대와 싱글침대를 함께 배치했다.아이를 위해 따로 침대를 요구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다.아이들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돌출형 가구도 없앴다. 박인선 앰배서더 호텔 홍보실장은 “어린 자녀를 둔 신세대 부부의 눈높이에 맞춰 객실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특급 호텔에 만화 캐릭터 활용한 객실 늘어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가족 단위 고객을 끄는 곳도 있다. 서울 잠실의 롯데호텔월드의 ‘캐릭터 룸’은 가족형 객실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과 방학 시즌에 이용하려면 6개월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캐릭터 상품 뽀로로를 활용해 가족 단위 고객을 사로잡았다. 이 호텔 관계자는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가족 단위 투숙객의 80%가 디큐브시티 백화점에 위치한 ‘뽀로로 파크’에 들른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12월부터 ‘뽀로로와 놀자! 패키지’를 마련했다”며 “4개월 만에 패키지로 뽀로로 파크를 방문하는 고객이 80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2006년부터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완구회사 마텔과 손잡고 ‘바비 컨셉트 룸’을 내놓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객실을 이용할 수 있는 ‘포에버 바비 패키지’의 경우 연말까지 주말 예약율이 90%가 넘는다. 가족형 리조트호텔인 롯데호텔제주는 지난해 5월 일본 최대의 캐릭터 회사인 산리오사와 손을 잡고특급호텔 객실에 국내 최초로 ‘헬로키티 캐릭터 룸’을 만들었다. 호텔본관 4층의 총 11개 객실과 복도, 모든 비품을 헬로키티 캐릭터로 꾸몄다.가족 단위 이용객이 늘면서 호텔의 서비스 진화는 객실을 벗어난 곳에서도 볼 수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은 호텔 로비에 키즈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푹신한 쿠션으로 만든 키즈 코너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이곳의 미니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을 수 있고, 블록 쌓기 놀이도 할 수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해 어린이 놀이방을 개방했다. 투숙객은 물론 호텔 레스토랑 이용객도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길 수 있다. 이 호텔은 최근 출산을 앞둔 가족을 위한 ‘디어 마이베이비 패키지’ 상품도 내놓았다. 스위트룸에 묵으며 기저귀를 이용한 3단 다이퍼 케이크(Diaper Cake)와 D.I.Y 오가닉 배냇저고리, 모자 세트 등 아기 용품을 제공받을 수 있어 젊은 부부에게 인기다. 제주신라호텔은 3대가 편하게 묵을 수 있게 온돌 테라스룸을 선보였다.바닥이 온돌로 되어 있어 노부부는 물론 어린 아이를 둔 투숙객에게 인기다. 호텔 측은 “5월이나 여름 성수기에는 최소 한 두 달 전엔 예약을 해야 원하는 날짜에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야구장과 극장도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극장가는 올해 사상 최초로 관객 2억명, 매출 2조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프로야구도 역대 최소인 419경기 만에 6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레저 업계의 비즈니스 방식도 변했다. 캠핑 열풍에 이러한 변화상이 잘 나타나 있다. 고진헌(41)씨는 올 봄 승합차로 차량을 바꿨다. 400만원 가량을 들여 개조했는데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였다.고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캠핑은 해외에서나 즐기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맘 먹고 실천해보니 가족 모두가 즐거워지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자동차에 짐을 싣고 떠나는 오토캠핑뿐만 아니라 커다란 배낭을 메고 중·고생 자녀와 길을 떠나는 ‘백팩커스(backpackers) 아버지’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관련 업계는 국내 캠핑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시장 규모도 올해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캠핑장 조성사업에 뛰어들고, 캠핑용품 시장은 국내외 브랜드의 격전지가 됐다. 3~4년 새 일어난 변화다.골프대회 때 ‘키즈존’ 만들어 어린이팬 배려철저히 남성의 영역이었던 공간이 가족의 휴양지로 탈바꿈하는 일도 흔해졌다. 골프장이 대표적이다. 9월 13일부터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 경기가 열린 아일랜드 CC에는 가족 관람객이 유난히 많았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학생이 늘어나면서 골프장 측은 키즈존까지 마련해 미래의 고객을 대접했다. 골프가 비즈니스의 수단뿐만 아니라 가족의 여가활동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가족회원에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골프장도 늘었다. 신원은 본인의 회원권으로 배우자와 자녀 2명에게 회원 혜택을 준다. 정회원의 그린피는 2만4000원, 배우자와 자녀의 그린피는 5만7000원이니 4인 가족이 함께 라운딩 해도 20만원이 채 안 된다.88, 강남300, 김포시사이드, 뉴스프링빌, 중부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골프장 별로 가족회원을 등록할 때 추가적으로 등록비나 연회비를 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점이 더 많다.낚시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에서 느껴지는 음산하고 칙칙한 분위기 대신 다양한 편의시설을 구비해 가족 휴양지로 변신한 낚시터가 늘었다. 공정태(38)씨는 얼마 전 단골 낚시터를 바꿨다.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공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낚시터의 수상좌대는 냄새가 심하고 화장실 시설도 좋지 않아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깔끔한 분위기 에어컨이나 위성TV 등을 갖춘 가족형 낚시터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이러한 가족형 낚시터들은 인천 강화도, 강원도 춘천, 충남 예산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데 펜션과 함께 운영하는 복합형 낚시터도 많아졌다. 바다의 경우 경남 통영 일대의 선상낚시가 잘 알려져 있다.가족 체험 프로그램 - 봉사로 기쁨 나눈다바쁜 일상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무리해 시간을 내고 가족이 외출을 하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가 부담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가족이라면 여성가족부의 건강가족지원센터 홈페이지(www.familynet.or.kr)를 방문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2004년부터 ‘행복한 가족 만들기’를 목표로 건강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나 품앗이 행사, 자녀교육과 육아와 관련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전국 138개 센터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한 눈에 볼 수 있다.자신이 원하는 지역과 시간을 살핀 후 참가 신청을 하면 참여할 수 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환경 캠프, 심리미술치료교실, 아동학대예방 교육과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무료고, 캠프나 농촌체험 행사 같은 일부 행사에 한해서는 참가비를 받지만 2~3만원 수준으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센터 이용자 수도 크게 늘었다. 2004년 1만174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29만645명이 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특히 최근에는 가족상담을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여성가족부 김윤경 사무관은 “가족사이에 다양한 갈등이 있지만 터놓고 이야기 할 만한 마땅한 곳도 없고, 있다고 해도 가격이 비쌌다”며 “돈을 들이지 않고 말 못할 가족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또“센터에서 마련하는 프로그램에 남성 참가자가 늘고 있다”며“과거에 비해 이제는 남성도 가족간의 화합이나 관계를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2.09.24 14:19

8분 소요
노환(老患)은  나라가 구제

산업 일반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2008년 출범해 이제 2년여 지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 가고 있을까. 또 이 제도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앙일보 출신 은퇴 언론인으로 구성된 ‘6070리포터팀’이 현장을 돌아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v2008년 7월 1일.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혁명이 시작된 날이다. 이날을 기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됐다. 오랜 세월 자녀의 몫이었던 치매와 중풍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린 부모 돌보기가 공공(公共)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나라가 자녀들을 대신해 효도를 하는 셈이다. 그래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효자·효녀 보험’이라고 불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2010년 8월 현재 우리나라 노인 인구 535만 명 가운데 약 6%인 31만 명이 장기요양 인정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27만 명이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노인 20명 중 1명이 요양 서비스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노인요양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45%가 80세 이상이며, 치매·중풍 질환자가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여성이 71%나 된다.노인장기요양보험은 치매·중풍·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병과 노화로 거동이 불편해져 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을 내면 된다. 이 보험 서비스 신청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하면 된다. 방문조사를 거쳐 등급이 판정되면 그 등급에 따라 장기요양기관에 입소하거나 집에서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노인요양시설에서 지내게 되면 비용의 20%를 본인이 부담하고, 재가(在家) 요양 서비스를 받으면 비용의 15%를 본인이 낸다.간병·치료비 월 300만원에서 50만원으로노인장기요양보험은 혼자 거동하기 힘든 병자를 둔 가정과 가족을 질곡(桎梏)에서 해방시켜 줬다. 병자를 수발하던 자녀와 배우자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경제·사회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병자 자신도 불안과 자책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이 됐다. 가정은 웃음을 되찾았고 가족은 활력을 회복했다. ‘가정과 가족의 재탄생’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한국인의 생활을 어떻게 바꿨나. 우선 가정과 가족의 삶의 질을 높였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김찬우 교수팀이 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의 가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인이 장기요양 급여를 받은 이후 96%가 경제활동의 기회가 증가했으며 76%는 사회활동이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또 85%는 신체적 부담이, 92%는 심리적 부담이 현저히 줄었다고 답했다. 이들 가정과 가족의 삶의 질이 높아졌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노인장기요양보험은 또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2008년 7월 이 법 시행 당시 장기요양기관 종사자는 3만768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26만 명으로 늘었다(2010년 8월 말 기준).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중 요양보호사가 22만 명, 교육기관 종사자가 4만 명에 이른다. 제도 시행 2년 만에 20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이루어진 것이다. 광주광역시 광주보훈요양원의 경우 입소 인원 120명에 요양보호사 110명이 일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1인이 환자 1.5인 이하를 맡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요양 서비스의 질적 개선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제도는 아울러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법 도입 이전에는 노인장기요양 사업의 부가가치는 5200억~1조2700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10년의 경우 부가가치는 3조7500억~9조1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병자 수발의 질곡에서 벗어난 가정과 가족의 기회비용을 고스란히 부가가치 창출로 역산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리지만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병환을 앓는 노부모를 오랜 기간 정성껏 봉양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 어려움이 현대사회에서는 더 가중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가정은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에 허리가 휜다. 가정은 정신적·경제적으로 피폐해지게 마련이다.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가정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우리 가족에게 구원의 불빛”이라고 말한다. 경남 울주의 한 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변묘숙(47)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홍보대사를 자임한다.변씨는 “쓰러진 아버지(82)의 병원비와 간병비로 월 300만원 들었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 덕분에 간병비 부담에서 벗어났다”고 들려줬다. 변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어지간한 치료에도 적용돼 의료비 부담이 월 5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변씨의 부친은 2008년 1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변씨를 포함한 자녀 3남1녀는 처음엔 “우리가 힘을 합쳐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자”고 약속했다. 처음엔 그럭저럭 버텨 나갔다. 하지만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하는 병원비와 간병비 300만원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에게 감당하기 버거웠다.월 200만원에 이르는 간병비를 줄이기 위해 이들은 돌아가며 시골집을 찾아 아버지를 보살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일에 전념하기 힘들어졌다. 네 남매는 차츰 지쳐갔다. 네 남매가 만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변씨는 “만약 이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아버지와 팔순을 넘긴 어머니, 그리고 나를 포함한 3남1녀의 가정은 지금쯤 경제적으로 파탄의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도가 자리 잡으면 병환을 앓는 노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걱정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요양보호사 가운데엔 가정에서 아픈 노부모를 장기간 모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직접 겪어 봤기 때문에 다른 가정에 힘이 되고자 나선 사람들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은미(42) 요양보호사가 그런 경우다. 그는 만성기관지염과 폐렴으로 고생한 시아버지 병수발을 11년 동안이나 했다. 시아버지는 병세가 악화된 마지막 3년 동안에는 중환자실을 20번 이상 드나들었다. 시아버지는 6년 전 세상을 떠났다.재활 서비스도 혜택 대상에 포함해야김씨는 2008년 신문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과 관련한 기사를 읽었다. 시아버지를 간호하던 일이 떠올랐다. 여기에 중환자실을 오가면서 본, 간병인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병마와 싸우던 노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과거 자신처럼 힘들게 지내는 가정에 도움을 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마침 두 아들이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교육비 등이 더 필요해진 때였다. 그는 부산 한 여자대학의 요양보호사교육원에 등록해 한 달여 만에 자격증을 받았다.김씨는 현재 이창호(72·가명) 할아버지를 방문해 수발한다. 이 할아버지는 1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시각장애 1급인 데다 약물 쇼크 등으로 음식물을 입으로 섭취할 수 없는 상태다. 김씨는 오전 9시 이 할아버지 집을 방문해 4시간 동안 수발한다. 김씨는 큰 솥에 물을 끓여 목욕을 시켜드린 다음 위액이 새어 나온 위관 연결 부위를 소독한다. 그 다음 휠체어에 할아버지를 앉히고, 마루로 나와 10분 정도 근육 풀기 운동을 한다. 콩을 갈아 할아버지 점심도 준비한다. 식사는 튜브를 통해 드린다. 방문 수발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은 김은미씨처럼 요양보호사가 직접 노인들을 찾아가 생활을 돌봐주는 ‘재가급여’와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시설급여’로 나뉜다. 재가급여에는 방문목욕, 방문간호, 휠체어 등 보장구 제공·대여 등이 있다. 시설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장기요양기관은 약 3500곳이고, 여기에서 8만5700여 명의 노인이 생활한다.재가급여 대상자를 복지센터로 모시고 와 돌봐드리는 서비스도 있다. 사회복지사 겸 요양보호사인 김현숙(35)씨는 매일 아침 요양 대상 노인들의 집을 방문한다. 한 분씩 차에 태워 부산 초읍동에 있는 소망노인복지센터로 모시고 온다. 복지센터에 도착하면 우선 전날 숙직한 요양보호사로부터 센터 내에서 기숙하고 있는 노인들의 신체·행동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해 생활처방전을 만들고 개인별 케어에 들어간다. 장소만 다를 뿐 수발 내용은 재가 서비스와 비슷하다. 목욕을 시킨 뒤 기저귀를 교환하거나 대소변을 받아내고 간단한 치매 예방 학습을 실시한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실습차 요양원에 자주 드나든 것이 김씨의 ‘노인 공경’으로 이어졌다. 결혼 후 미술치료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도 취득했다.전호석 소망복지센터원장은 “요양보호사들의 희생정신과 노인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요양보험제도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면서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험의 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와 역할의 중요도에 비해 요양호보사의 처우는 매우 박한 수준이다. 김은미씨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즐겁다”고 말했다. 김현숙씨는 “어려운 분을 돕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단순히 돈벌이로만 생각한다면 이런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요양보호사 처우 개선돼야”그러나 요양보호사들은 입을 모아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대우가 조금만 개선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사회복지사를 겸하고 있는 김현숙씨는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재가 서비스를 하는 김은미씨의 한 달 보수는 6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문제는 보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돌보던 환자가 사망하거나 또 다른 돌발적 사고로 부상을 당하는 경우, 혹은 시간별로 이동하는 일이 잦아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대다수 요양보호사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한편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요양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 잇따라 설립됐다. 휴먼케어도 이런 사회적 기업 가운데 하나다. 송유정(33) 대표는 2001년 재가 간병사업을 주 업무로 하는 휴먼케어를 설립했다. 2008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시행과 동시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가 받았다.휴먼케어는 현재 5명의 관리직과 현장 직원 100 여 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역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송 대표는 “지금 받는 수가가 시간당 6000원으로 월 100만원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로는 직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정형선(의료정책·통계센터장) 연세대 교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요양보호사의 자질 향상과 일할 의욕 고취 외에 재활 서비스 포함, 요양기관 평가체계 구축, 주치의 제도로 의료 서비스 심화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피폐했던 가정이 되살아나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으며 실버산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사회·경제적 성과를 극대화하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챙겨 사회보장제도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10.18 14:52

7분 소요
LA병원 발판으로 의술 수출

산업 일반

구한말 서양에서 의술을 수입한 한국이 이제 그 의술을 역수출한다. 그 중심에 차병원그룹과 산부인과 전문의 차광렬 회장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세계 최초로 난자은행을 설립한 데 이어 LA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을 인수했다. 2010년에는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국내 최대 줄기세포연구소를 세워 분당 차병원과 연결하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 BT(바이오 기술) 시대를 이끌 계획이다. 9월 18~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 줄기세포 심포지엄. 국내외 전문가 3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선 특히 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와 관련된 두 개의 세션이 마련됐다.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세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의 단초를 제공한 이 심포지엄은 차광렬(56) 차병원그룹 회장이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주도한 국제 학술회의다.“미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줄기세포 연구에 70조원 내지 100조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막연히 그런 거액을 투자하겠어요? 줄기세포 연구가 결실을 보면 지금까지의 단편적인 연구에서 벗어나 세포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룸으로써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겁니다.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로 의학의 개념이 확 바뀔 거예요.”불임 연구와 생식내분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연구 업적을 인정받는 차 회장은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 이후 국내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열기가 식은 게 너무 안타깝다.“냄비처럼 금방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린 격이지요. 의학과 생명공학의 장래가 달려 있는 중요한 과제인데 말입니다. 지금 줄기세포 연구에 다른 분야가 많이 따라 붙었어요. 연구란 게임과 같아요. 앞을 내다보고 가야지, 남의 뒤를 쫓아가다간 아무 것도 안 됩니다. 배아 줄기세포도 몇 년 안에 임상에 쓸 수 있을 겁니다. 치료약품 개발 등 관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고요.”병원 세계화 경영에 앞장차 회장은 2004년 11월 8000만 달러를 투입해 미국 LA 할리우드 장로병원을 인수해 국내외 의료계를 놀라게 했다. 의료시장 개방이 거론될 때 한발 앞서 국내 자본이 처음으로 해외 대형 병원을 인수한 것이다. 만성 적자였던 병원 운영이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5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문화가 다른 미국 병원을 인수해 운영하면서 그는 세계 의료산업의 미래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앞으론 전문화겿?뵌??의료 서비스가 중요합니다. 병원 개수만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후진국에 병원을 세운다면 개수 늘리는 것은 쉬울 거예요. 이제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고 싶어요. 전문화된 연구와 기술력으로 세계를 선도해야 합니다. 그것이 경쟁력을 높이고 보람도 있는 일이지요. 돈 버는 것과 현상 유지는 다른 차원의 일이고요.”LA에서 가장 큰 병원을 인수한 것은 (포천중문의대)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차원도 있었다고 귀띔한다. “넓은 세상을 보게 하고, 실력을 쌓게 하고, 현실 감각을 키워주고 싶었어요. 미국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것도 알려주고요.”차 회장은 요즘 병원과 연구소를 효율적으로 연계한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그 메카는 차병원 설립 50주년인 2010년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연면적 6만6000㎡(2만 평) 규모로 들어서 본격 가동할 ‘차그룹 통합 줄기세포 종합연구소’다.“의료산업에 있어 연구는 빼놓을 수 없는 제일의 과제입니다. 그렇다고 연구를 위한 연구는 의미가 없어요.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여야 합니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해 병원과 연구소를 한 울타리 안에 넣어 의료진과 연구진이 함께 밥 먹고 시간을 보내도록 해야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앞선 의료기술에 의약품겴퓐塑瘦竪湧?줄줄이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정보기술(IT)에 이어 머지않아 바이오 기술(BT) 시대가 옵니다. 길 하나 사이에 놓고 떨어져 있어도 딴 동네인데 지금 우리나라처럼 병원은 서울에, 연구소는 대전에 따로 뚝 떨어져 있어선 안 돼요. 세계 의료계의 화두는 연구입니다. 연구 없이는 세계적 병원이 될 수 없고, 병원만 해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도 없어요.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개인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개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연구가 뒤를 받쳐줘야 합니다.” 판교에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차병원그룹은 차 회장의 부친 차경섭(89) 포천중문의대 이사장이 1960년 서울 초동에 차산부인과를 연 이래 48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포천중문의대와 6개 국내 병원, 2개 해외 병원, 5개 의료 벤처기업, 6개 의학연구소를 갖고 있는 의료전문 그룹이다. 지난해 국내 병원과 의료 벤처기업들이 매출 4000억원에 250억원의 이익을 냈다. 대학이나 재벌그룹의 지원으로 시작한 병원과 달리 작은 산부인과로 출발해 오늘날의 규모로 일군 데는 차 회장의 경영자적 안목이 큰 몫을 했다. 84년 강남차병원을 열었을 때만 해도 서울 강남은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았다. “병원은 방문 서비스가 아니므로 어디에 터를 잡느냐가 중요하다”는 그는 서울 강남 지역 지도를 구해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 접어 꼭지점 부분을 찾았다. 이렇게 강남 한 복판을 콕 찍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지금의 차병원이다. 당시 기업에도 생소한 기업 이미지 통합(CI) 작업도 벌였다. 영문자 원겭怜▤?삼각형으로 이뤄진 CHA 로고가 이때 탄생했다. ‘산모문화센터’로 불릴 만큼 서비스도 차별화를 꾀했다. 산모를 위한 휴게 공간으로 황토방을 만들고, 병원 전체에 친환경 원목 마루를 깔았다.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도 한다. 분당차병원은 신세대 산모를 위해 모든 병실에 초고속통신망을 깔았다. 서비스만으로 세계적 병원이 될 리 없다. 차병원의 참 경쟁력은 연구겙낱?R&D) 능력이다. 진료를 보지 않고 돈을 벌지 않으며 연구에만 전념하는 의사 연구진이 120명이다. 일반 연구원까지 합치면 270명에 이른다. 차병원그룹의 연간 R&D 예산만 350억원 규모다. 그 결과는 세계불임학회 및 미국불임학회가 주는 최우수 논문상 6회 수상으로 나타났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도 10여 년째 꾸준하다.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대체의학대학원을 설립해 양방과 더불어 연구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창립 50주년에 이어 60주년으로 달려가는 시점의 병원 경영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가려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확실히 해야죠. 한국이 세계 무대에 우뚝 서려면 따라만 가기보다 우리 것을 연구하고 접목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요즘 한방에 대한 인기가 과거보다 떨어진 것은 연구 기능이 부족해서라고 봐요. 보약만 팔아 갖곤 세계에서 통하기 어렵지요.” 1 어릴 적 부모님, 두 누이와 함께 2 연세대 의대 졸업식날 부모님과 함께 3 심포지엄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하며 ‘템플 스테이+의료관광’ 해보자차 회장은 의료 관광 연계 상품으로 템플 스테이(Temple Stay)를 제안한다. 성형외과, 피부과 진료와 관광을 결합해선 가격 경쟁력이란 한계에 봉착하므로 템플 스테이로 나라의 격을 높이자는 것이다. “가격이 저렴하니까 오라고 해선 통하지 않아요. 우리만 갖고 있는 것을 개발해 활용해야지요. ‘한국에 가면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할 수 있다’고 하면 통할 겁니다.”그러면서 차 회장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없는 게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에서의 병원 운영을 “5000만원짜리 그랜저 승용차를 2000만원에 팔라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규제를 다 풀어놓은 미국에서도 영리법인은 25% 정도”라며 “의료산업의 다양한 발전과 세계적 병원을 키우기 위해선 우리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차 회장은 의료산업은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볼 때 ‘매력 제로(0)’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병을 고쳐주고 남을 돕는 보람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라며, “돈 벌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다른 길로 가라”고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차경섭 이사장과 차광렬 회장 부자는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아버지는 일제 시대에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를, 아들은 연세대 의대를 나온 동문이자 똑같이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아버지는 국내 최초 나팔관 인공수정 아기 출산, 민간병원 최초 시험관 아기 출산으로 이 땅의 수많은 불임 부부에게 희망을 주었다. 아들은 미성숙 난자를 이용한 임신 출산에 이어 냉동 보관 난자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둘 다 세계 최초 기록이다.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차 이사장은 대학에 다닐 때 등록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자신을 도와준 분들의 은혜를 갚는 일이라며 포천중문의대를 세운 뒤 의학부와 의학전문대학원생 모두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외환위기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98년 아들과 함께 개인 재산 400억원을 의료재단에 기부했다.차 회장은 전문의가 된 지 30년이 돼가는 지금도 의대생 못지않게 공부한다. 강남차병원 회장실에 들어서면 오늘도 변함없이 하얀 가운이 그를 맞이한다. 미국에 머물 때는 밤 11시 병원 라운딩을 돌며 간호사들을 격려한다.“늘 공부하면서 진료하는 의사, 마음이 통하는 병원이 제 소망입니다.” (필자는 본지 편집위원이다) 최고의 건강 관리 : 스트레스를 줄여라 차병원은 2007년 7월 국내 최초로 양방곀箕?대체의학 협진으로 환자를 돌보는 ‘스트레스 클리닉’을 열었다. 국내 유일 대체의학대학원과 40년 동안 양방·한방·대체의학 병원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결집했다. 환자가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를 지수화해 관리하는 게 강점이다. “현대 경쟁사회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병은 치료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하거든요. 병에 걸린 뒤 돈을 쓰면 뭐해요. 병에 걸리지 않게 해야죠.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줄여 나가야 합니다.” 스트레스 클리닉은 3단계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환자를 관리한다. 1단계는 설문조사와 함께 자율신경 및 호르몬 검사, 홍채 검사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진단한 뒤 ‘뉴로피드백’, ‘동종요법’, ‘미술치료’, ‘기공 프로그램’ 등으로 치료한다. 2단계는 정기 검사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 수치 변화를 확인한다. 3단계는 치료 후 스트레스 검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후 관리한다. 의사인 차광렬 회장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지 물었다.“잊어버리는 게 중요해요. 연구, 학회 일, 병원 업무를 다 기억하려 들면 못 살죠.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잊는 것을 연습하고 생각도 바꿔야 해요. 그래야 스트레스 리덕션(reduction)이 가능합니다.”

2008.10.09 10:33

7분 소요
멀쩡해 보이는 아이들의 말 못할 고통

산업 일반

Small Patients, Big Pain 알리사 아얄라(10)는 5년 전 맹장 파열의 후유증으로 생긴 만성통증에 시달리며 산다. 2cm 너비로 배꼽에서 치골까지 뻗어 있는 상처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거의 매일 죽을 지경이다. 아얄라는 “마치 헤라클레스가 막대기를 배에 대고 세게 문지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사지·요가·생체자기제어 치료와 병행해 항우울제 엘라빌과 불안장애 치료제 에펙소를 소량 복용하면서 조금은 살 만해졌다. 아얄라는 요즘 한달에 한번씩 캘리포니아주 레드랜즈의 집에서 자동차로 두시간을 달려가 캘리포니아대(UCLA)가 운영하는 ‘아동 통증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 최근에는 ‘퍼스트 네이션스 트라이벌 패밀리 센터’(샌버나디노)가 운영하는 한 무료 프로그램에도 일주일에 두번씩 나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비디오게임 같은 생체자기제어 기계를 (손이 아닌) 마음으로 작동시키면서 긴장을 풀고 집중하는 법을 익힌다. 아얄라는 겉보기에는 ‘멀쩡’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아이가 얼마나 심한 고통을 받는지 모른다고 어머니 마리아 이사벨 아얄라는 말했다. “사람들은 휠체어나 목발 신세가 아니거나 머리에 붕대를 감지 않은 아이를 보면 으레 멀쩡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얄라는 결코 멀쩡하지 않다. 만성, 또는 재발성 통증으로 고생하는 18세 미만의 미국인 약 1천만명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편두통·암·낭포성 섬유증·겸상적혈구빈혈, 그리고 사고나 골절로 인한 신경 손상 등 갖가지 증세로 고생한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의학계는 이들의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신생아의 미숙한 신경계가 통증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수술했다(마비제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는 아기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뿐 통증은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러나 요즘 의사들은 어린 환자의 불편을 덜어줄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어린 시절, 특히 신경계가 발달하기 시작하는 신생아 때 경험하는 통증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구 결과 탄생 직후 마취를 하지 않고 포경수술을 받은 아기는 4∼6개월 후 예방접종을 맞을 때 그렇지 않은 아기들에 비해 고통을 더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통증이 수반되는 시술을 반복적으로 받는 미숙아들의 경우에는 과다 자극으로 신경세포가 손상돼 나중에는 고통을 덜 느낄 수도 있다. “그런 아이들의 통증 체계는 결국 고장나게 된다”고 아칸소대의 소아과 전문의 K. J. S. 애넌드는 말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립보건원(NIH)이 공동으로 구성한 통증 통제를 위한 ‘신생아 이니셔티브’ 태스크 포스팀을 지휘한다. “이런 아이들은 심한 상처를 입고도 자각을 못해 아프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된다.” 현재 의료계는 어린이들의 불편을 측정할 방법을 조율하고 있다. “통증을 측정하는 미터기는 없다”고 뉴욕 장로교 아동병원 소아 통증관리센터의 소장 윌리엄 셰흐터는 말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어린이들이 늘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의사들은 20년 전부터 얼굴을 찡그리는 정도 따위를 측정치로 삼는 ‘이스턴 온타리오 아동병원 통증 등급’(CHEOPS) 같은 방법을 이용해 어린이들의 행동과 고통을 측정해오고 있다. 1996년 캐나다의 간호사 보니 스티븐스와 동료들은 ‘미숙아 통증 지수’(PIPP)를 개발했다. 고통받는 아기의 날카로운 울음소리, 꼭 감은 눈, 일그러진 미간, 빠른 심장 박동, 거친 동작 등을 통해 통증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의사들은 또 미시간대가 어린애의 통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한 FLACC 등급(얼굴·다리·동작·울음·달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통증 판단의 기준으로 한다)을 활용한다. 좀더 자란 아이들에게는 비에리 얼굴 지표가 적용된다. 어린이들은 고통이 아주 심한 상태의 얼굴 표정부터 무표정까지의 여러개를 놓고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을 고르게 된다. 그런 지표들은 인지 능력이 떨어지거나 신경계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작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아이의 통증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연구한다. 필요하다면 자세한 뇌사진을 보여주는 기능적 자기공명 촬영(fMRI)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최첨단 장비도 활용한다. 문제는 통증은 주관적인 것이라서 뇌의 한 부분이 활발히 활동한다고 그것이 곧 아이가 고통받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점이다. 의료계는 첨단기술의 발달에 흥분하지만 저급기술의 발달에도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법을 배우거나, 바닷가나 디즈니월드처럼 기분을 좋게 만드는 장소에서 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덜 수 있다. “아이들이 공상에 빠지면 호흡이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되며 심장 박동이 바뀐다. 공상을 통해 고통의 신호를 바꾸는 법을 배운다”고 UCLA 소아 통증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로니 젤처는 말했다. 어린이들은 손가락이 따뜻해지면 색깔이 바뀌는 무드링 같은 검사지를 이용해 자신의 노력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심상 치료’의 저자 낸시 클라인은 “상상할 때는 ‘무슨 소리가 들리느냐’, ‘무슨 냄새가 나느냐’ 등의 질문으로 가능한 한 많은 감각기관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통스런 시술을 앞두고 겁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주면 초조감을 덜 수 있다. 예컨대 아이들은 만화 ‘닌자 거북이’의 주인공들이 본래는 사람이었는데 방사선 때문에 거북이가 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겁먹을 수 있다. 부모가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봉제인형 등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물건을 챙기는 것도 좋다. 어린이를 위한 종합 통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은 거의 없다. 소아 통증 병동을 운영하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수술이나 약물 치료에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만 침·최면치료·요가·마사지·미술치료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전문치료들은 큰 효과를 줄 수 있다. UCLA의 소아 미술 치료사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에스더 드레이퍼스-캐턴은 아이들에게 아크릴 물감과 도화지를 나눠준다. 그림으로 고통을 표현해 보라고 지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에는 아이들의 고통이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최면치료사 캐스린 드 플랭크는 아이들의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심상 유도 치료법’을 이용한다. 먼저 아이들에게 초록색은 치료 능력을 지닌 색으로, 파란색은 진정 효과가 있는 색으로 생각하도록 훈련시킨다. 그런 다음 그 색깔들이 빛나는 수소풍선으로 바뀌어 자신을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상상을 하도록 시킨다. 요가 강사 베스 스턴리브는 낭창이나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앓는 아이들에게 예민해진 신경을 가라앉히고 관절운동을 할 수 있는 자세를 가르친다. 연구자들의 꿈은 부작용이 없으면서 진통 효과만 내는 신약의 개발이다. 보스턴 아동병원의 통증 치료센터 소장 찰스 버드는 진통 효과가 최장 4일까지 지속되는 새로운 국소 마취제를 실험 중이다. 캘리포니아 노스리지에서 사는 매튜 루즈(17)는 “완벽한 진통제는 어떤 통증이든 가라앉힐 수 있어야 하고, 사용과 처방이 편해야 한다. 또 대다수 사람이 복용할 수 있어야 하고, 효과가 빠르며 장기간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체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중증 영아 마르판 중후군이라는 희귀한 증세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통증에 시달려왔다. 때로는 등에 전기충격기를 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아직은 그가 꿈꾸는 완벽한 진통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신 옥시콘틴·메타돈·발륨을 복용한다. 의사들은 사지 골절이나 봉합을 요하는 상처처럼 흔한 신체 손상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어린이들의 극심한 통증 치료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바꿨다. 소아과 전문의이자 마취과 의사인 조 크래베로는 과거에는 “부모가 아이를 병원에 데려 가면 의료진이 아이를 눕혀 놓고 통증이 따르는 뭔가를 했다. 그러면 부모들이 다시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마치 개를 수의사에게 데려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쉽게 진정이 안되는 아이들에게는 그런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약효 지속 기간이 짧은 베르세드 같은 진정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크래베로는 “때로는 기억을 통째로 지워버림으로써 치료에 대한 기억을 흐리게 하는 것이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의료진은 어린이들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인형이나 비디오 등 온갖 것을 이용한다. 요즘은 가족 구성원 전체가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병원이 많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사는 린지 맨젤(17)은 반사성 교감신경성 위축증(RSD)으로 고생한다. 열한살 때 축구를 하던 중 무릎을 걷어차인 후 생긴 증세다. 발의 통증이 너무 심해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한다. 2002년에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는 위스콘신 아동병원의 통증 프로그램에 가서 2주를 보냈다. 린지는 “통증 때문에 정상적 삶을 살 수 없다. 움직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밀워키 프로그램 덕분에 린지와 가족은 그녀의 상태가 두 자매 및 부모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린지의 여동생은 엄마가 언니를 편애한다고 불만이 많았던 모양인데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번 프로그램 같은 성찰의 계기를 통해 린지의 가족은 좀더 균형잡힌 삶으로 돌아갔고, 린지는 이제 학교 수영팀에 들어갔다. 알리사 아얄라는 여전히 수박맛이 나는 막대사탕 모양의 마법의 진통제를 꿈꾼다. 아얄라는 “그 약이 만들어지면 ‘만병통치제’라 부르겠다”고 말했다. “통증을 영원히 없애줄 것이다.” 언젠가는 그녀의 꿈이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04.04.0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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