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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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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먹이고 성폭행 시도' 70대 男, 징역 25년 선고...피해 女는 사망

정책이슈

함께 숙박업소에 투숙한 50대 여성을 성폭행 하기 위해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사망에 이르게 한 7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 부장판사 정도성은 24일 강간·강간살인·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75세 A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강간살인에 대한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규정돼 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단기간의 유기징역으로도 무기징역과 유사한 결과에 이를 것이라 판단했다.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인간 존재의 존엄을 실현하는 절대적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A씨는 피해자가 심각한 건강 악화 상태에 빠졌음에도 계속해서 수면제를 복용시키고 강간했다. 이후 과다 복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의식이 흐릿한 상태에서도 저항한 것으로 보이는데,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과 모멸감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봤다.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강간살해를 하려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강간살인 범행 사실 자체는 시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두 차례의 성범죄 처벌 전과가 있으나 2002년 이후로는 없는 점, 1949년 생으로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A씨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피해자와 함께 투숙하며 5차례에 걸쳐 수면제를 먹인 뒤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피해자에게 먹인 수면제 약 42정은 2주(14일)치 복용량에 달한다.

2024.10.24 15:35

1분 소요
주차하고 소주 1병 주장이 무죄라니...김호중법은 언제?

정책이슈

또 무죄다.정확히는 정황증거만으로는 음주운전으로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올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김호중' 가수의 케이스와 비슷하게, 누군가의 음주에 대해 경찰이 객관적 사실을 명확히 밝혀내지 않는 한, 정황증거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지난해 9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28% 상태로 약 2㎞가량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는 60대 A씨에 대해 대구지법이 또 무죄를 선고했다.A씨는 지난해 9월 16일 밤 면허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0.128%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여 2.4㎞가량을 주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주차 후 약 39초 동안 차 안에 머물렀고, 밖으로 나온 지 40분이 지난 후 경찰의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8%의 수치가 확인됐다.하지만 A씨는 주차 후 차 안에서 약 39초 동안 소주 1병을 모두 마셨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음주운전 의혹을 부인했다.이에 경찰은 측정된 음주 수치에서 피고인이 주장한 정차 후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을 빼는 방식까지 고려하여 A씨의 음주운전을 검증했지만, 결국 A씨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에서 실제로 차를 몰았다고 판단할 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재판부도 "피고인의 주장을 보더라도 소주 1병을 39초 만에 마셨다고 해도 곧바로 술에 취한 듯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의심했지만, "그러나 정황증거에 의한 추측만으로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부실한 증거 수집도 무죄 판단의 이유가 됐다. 조사 과정에서 A씨의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음주 장소와 술 종류, 섭취량, 음주 후 경과시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이 설명이다.정치권은 현재 술타기 수법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 마련에 나섰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전체회의에 상정된 상태다.개정안은 술타기 수법을 통한 음주측정 방해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 법정형을 음주측정 거부와 동일한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정했다. 자전거 및 개인형이동장치(킥보드) 운전자에 대해서도 같은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2024.10.03 14:55

2분 소요
‘딥페이크 범죄’ 취약한 韓…‘외설 이미지 합성’ 스노우, 반쪽 대응 [정두용의 인사이트]

IT 일반

이데일리TV 생방송 코너 ‘이데일리 인사이트’에서 다룬 내용을 다시 글로 풀어 전달합니다. 경제·산업계 소식에 인사이트 한 스푼을 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다룹니다. Q. ‘딥페이크 성 착취물’에 대한 피해가 확산하면서 최근 세간에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의성 증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반대급부로 새로운 형태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먼저 딥페이크 성 착취물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죠.A. 딥페이크는 AI 기술 중 하나인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입니다. 인공지능 이미지 편집 기술을 활용해 사실과 다른 영상이나 사진을 만드는 걸 의미하는데요. 기술 자체만 보면 영화나 예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고, 돌아가신 분과 대화를 나누는 식의 영상을 만들어 유족의 심리 치료 등에도 쓰일 수 있어 긍정적인 면도 존재합니다.문제는 이 기술을 성 착취물 제작이나 사기 등에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음란물에 연예인의 얼굴을 덧씌우거나 지인의 모습을 반영하는 식으로 악용되고 있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성 착취물 제작뿐만 아니라 유명인을 사칭해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유통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어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Q. 딥페이크란 기술 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이를 악용하면서 피해가 나타난다고 이해할 수 있겠네요. 이 딥페이크 성 착취물 피해에 한국인이 유독 많이 노출돼 있다고요?A. 세계에 유포된 딥페이크 성 착취물로 피해를 본 이들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조사가 있는데요. 미국의 사이버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는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딥페이크 성 착취물 사이트 10곳과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딥페이크 채널 85개에 올라온 영상물 9만5820건을 분석한 결과가 담겼습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 착취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인 딥페이크 피해자 대부분은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으로 조사됐고요. 시큐리티 히어로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딥페이크 성 착취물에서 가장 많이 표적이 되는 나라”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더 큰 문제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특히 미성년자가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범죄 사건 관련 피해자 60%는 미성년자로 나타났는데요. 2021년부터 3년간 경찰에 신고된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 사건 피해자 527명 중 무려 315명이 10대로 집계됐습니다.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한 피의자 역시 대다수가 10대로 나타났는데요.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5일까지 전국 경찰에 접수된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사건은 총 81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기간 딥페이크 성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는 총 387명이었고, 이 중 324명 10대였는데요. 비중으로 보면 무려 83.7%가 10대입니다. 이 중에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그러니까 ‘촉법소년’도 66명이나 됐습니다. Q. 피해가 정말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데, 당국 차원의 대응은 없습니까?A. 피해가 확산하자 국회가 움직였습니다. 지난 9월 26일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으로 불리는 ‘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제작·배포한 이는 물론 이를 이용해 협박·강요한 자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습니다.여기에 더해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시청한 이도 처벌 대상으로 올랐는데요. 구체적으로 불법 딥페이크 촬영물 편집·배포에 대한 처벌 법정형이 기존 ‘불법 촬영물’과 같도록 기준이 상향됐고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이 마련됐습니다.이와 함께 검찰과 경찰의 딥페이크 성 착취물 근절 활동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검찰과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핫라인이 개설됐고, 전담 검사의 수를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지난 8월 28일을 기점으로 시·도경찰청 사이버 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집중 단속을 전개하고 있기도 합니다.Q.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인 국내 사진 앱에서 AI가 외설적 이미지를 합성하는 오류를 일으켜 논란이 되고 있다고요?A.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하는 카메라·사진 보정 앱에서 연달아 AI 합성 이미지가 외설적으로 바뀌는 사고가 났습니다. 스노우와 소다란 앱에서 원본 사진에 외설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오류를 일으킨 건데요. 문제가 나타난 두 서비스 모두 유료란 점에서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스노우는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에서만 다운로드 수 1억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사진 앱입니다. 소다 앱도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대중적인 앱이죠. 여성을 중심으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두 앱에서 AI 합성을 통해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결과물이 나온 셈입니다.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의 정도가 꽤 심각한데요. 저희 매체에 온 제보 내용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두 명입니다.먼저 스노우 앱을 통해 피해를 본 사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스노우 앱에는 유료 서비스인 ‘AI 헤어샵’ 기능이 있는데요. 사진을 넣으면 머리 모양을 다양하게 바꿔주는 서비스입니다. 스노우 앱 피해자는 이 기능을 사용하던 중 충격적인 결과물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스타일 중 단발 컷 사진에서 상반신 모두가 나체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소다 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났는데요. 이 피해자는 소다 앱 내 유료 서비스인 ‘AI 배경 편집’ 기능을 사용하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증명사진 아래 배경에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쥐는 듯한 모습이 합성된 걸 보고 ‘결과물이 유출되지 않을까’란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고 합니다.AI 기능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지라도, 편집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수행하는 구조라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본인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직접 넣어 결과물을 받는 유료 서비스에서 이런 오류가 나타나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 대한 비판이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자문을 구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회사의 기술적 미흡이란 일종의 폭력에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Q. 대중적인 앱이고, 유료 서비스인데 외설적 이미지가 도출돼 문제가 더 커 보이네요. 왜 이런 오류가 나타난 거죠?A. 스노우가 운영하는 두 앱에서 나타난 AI 외설적 이미지 합성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선, 이런 오류를 일으킨 핵심 기술인 생성형 AI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생성형 AI는 말 그대로 글이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을 뜻합니다. 사용자의 질문에 유려한 문장으로 답변하는 오픈AI의 챗GPT가 대표적인 생성형 AI 서비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이번에 오류가 나타난 스노우와 소다 앱 서비스에도 이런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돼 있는데요. 원하는 이미지를 문장으로 입력하면 이를 생성해 주는 AI 모델이 적용돼 있습니다. 스노우가 사용하고 있는 AI가 사용자의 의도와 달리 외설적 이미지를 원본에 덧씌운 게 이번 오류의 핵심 원인입니다.생성형 AI의 결과물은 통상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결정됩니다. AI에 무엇을 학습시켰는지에 따라 생성되는 글이나 이미지가 달라지는 구조인 거죠. 그래서 스노우 AI가 외설적 이미지를 생성해 내자, 회사가 ‘AI 학습 데이터에 선정적인 이미지를 넣었다’라는 식의 의혹이 나오기도 했습니다.회사는 AI가 부적절한 이미지를 생성해 내 소비자가 피해를 겪었다는 점에선 고개를 숙였지만, AI 학습 데이터에 의도적으로 선정적인 이미지를 넣었다는 의혹은 전면 부인했습니다. 스노우가 문제를 일으킨 된 두 앱에 적용한 AI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이란 이미지 생성형 AI 모델인데요. 영국 기업 ‘스테이블AI’에서 개발해 오픈소스(Open Source·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 필요한 소스 코드나 설계도를 누구나 접근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로 배포한 모델입니다. 스노우는 자체 개발한 모델이 아니라서 ‘AI 학습 데이터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스노우는 ‘스테이블 디퓨전’에 선정적 이미지가 학습돼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는데요. 부적절한 결과물이 생성될 수 있다는 점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필터 기술을 자체 개발해 서비스에 적용했는데요. 스테이블 디퓨전에 입력하는 문구를 적절히 걸러 안전한 이미지를 만드는 기능을 서비스 밑단에 깐 구조입니다. 이 필터 기능이 미흡하게 작동했고, 이에 따라 부적절한 이미지가 생성돼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회사가 의도하지 않았다곤 하더라도 유료 서비스에서 심각한 오류가 나타난 거잖아요.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있는 만큼 빠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A. 두 피해자 모두 본인 얼굴에 외설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사진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다행히 스노우가 운영하는 두 앱에서 AI 기능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는 만들어지는 동시에 서버에서 삭제된다고 합니다. 외부로 사진이 유출될 가능성이 없도록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는 게 스노우 측 설명인데요.회사는 사안을 인지한 후 피해자와 보상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 사안을 단독으로 보도한 후 5일 만에 스노우·소다 앱에 각각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고요.재발 방지책도 마련했습니다. 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더욱 안전하게 마련하기 위해서 필터 기능을 고도화한 버전을 최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Q. 필터 기술 고도화로 이런 오류를 막을 수 있나요?A. 스노우가 내놓은 재발 방지안에는 필터 기술 고도화가 주된 내용으로 언급돼 있습니다. 그래서 ‘근본적 원인 해결’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외설적 이미지 생성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오류가 나타난 AI를 뜯어서 학습된 데이터에서 선정적 이미지를 배제하는 등 수정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노우가 두 앱에 사용 중인 모델은 영국 기업이 개발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합니다. AI 모델 수정 권한이 스노우에 없다는 의미인데요.스노우에 적용된 AI 모델을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지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필터 기술 고도화만으로는 부적절한 이미지 생성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물론 회사는 이번 문제가 발생한 후 기존에 사용하던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을 교체하긴 했습니다. 스테이블 디퓨전의 다양한 버전 중 보수적인 엔진을 사용하기로 한 건데요. 그러나 스테이블 디퓨전 학습 데이터에 선정적 이미지가 포함된 구조라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다만 스노우 AI가 외설적 이미지를 합성한 건 세간에서 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 성 착취물’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성 착취물 제작을 의도하고 개발된 딥페이크 생성형 AI와는 서비스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스노우에서 외설적 이미지가 합성된 건 생성형 AI의 한계로 꼽히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그러니까 ‘환각 현상’으로 인한 사고에 더 가깝습니다. 다만 학습 데이터에 선정적 이미지가 완전히 배제됐더라면 AI 환각 현상이 나타났더라도 이번과 같은 사고가 나질 않았으리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기도 한데요. 스노우가 내놓은 ‘필터 기능’ 고도화 중심의 재발 방지책이 반쪽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Q. 딥페이크 성 착취물에 대한 피해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글로벌 빅테크에선 학습 데이터를 수정하고 있다고요?A. 딥페이크 성 착취물의 피해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주요 국가 정부는 수사를 확대하고 규제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이에 이미지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도 환각 현상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개발자의 의도와 별개로 생성되는 선정적 이미지 생성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겠단 취지인 거죠.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어도비·앤트로픽·코히어 등은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의 중재로 발표한 서약에서 ‘AI 모델에 학습된 데이터에서 나체 이미지를 제거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메타·틱톡·범블·디스코드 등도 이미지 기반 성적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자발적 원칙을 별도의 서약으로 발표했죠.한국 카메라 앱 서비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스노우는 이런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데요. 자체 AI를 통해 서비스를 구축한 게 아닌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노우·소다 앱에 적용된 AI 모델을 개발한 스테이블AI는 지금까지 ‘나체 이미지 삭제’ 조치를 발표한 바 없습니다.Q. 스노우 사진 앱에서 나타난 오류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다뤄진다고요?A. 김창욱 스노우 대표가 직접 국회 국감장에 출석하는데요.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김창욱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건이 의결되면서 관련 내용이 국정감사장에서도 다뤄질 예정입니다.김창욱 대표는 구체적으로 오는 10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하는 국정감사에 출석하는데요. 이해민 의원은 김창욱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배경에 ‘딥페이크’를 적어냈습니다. 최근 벌어진 AI 합성 오류와 후속 대처 등에 대해서 질문과 답변이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더욱 안전한 AI 엔진으로 교체하고 필터 기술을 손봤다곤 하지만 ‘근본적인 대응’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김창욱 대표가 국감장에서 이번 오류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딥페이크 성 착취물에 대한 국내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적인 사진 앱의 유료 서비스에서도 이와 유사한 피해가 나타난 만큼 더욱 치밀한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본문과 방송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4.10.03 06:00

9분 소요
[하지마!약①]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의 몰락

전문가 칼럼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는 ‘마약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합시다‘ 캠페인을 통해 각종 위험 물질에 노출돼 있는 청소년들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재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법무법인 주인 차승우 대표변호사와 함께 법률자문을 통해 시리즈 칼럼을 선보입니다. 마약 청정국은 유엔(UN)이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의 판정입니다.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 마약 사범이 1만4214명으로, 10만명당 28명에 이르러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한지 오래입니다. 지난해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3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마약 사범은 최초 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전년도 대비 50.1% 증가한 수치입니다.단순히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한 것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닙니다.10대 마약 사범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했으며, 20대 마약 사범도 전년 대비 44.2% 늘었습니다.10·20대 마약 사범은 전체에서 35.6%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여성 마약 사범은 전년 대비 79.4% 증가했습니다. 또 전체 마약 사범 중 여성의 비율이 최초로 30%대를 넘어섰습니다.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국내 유통 마약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밀수입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마약 공급 사범은 전년 대비 87%나 급증했습니다. 마약조직은 고액알바를 미끼로 밀수원을 모집하는데, 한 번만 성공해도 수천만원의 경제 대가를 지불해 준다는 모집 공고는 10대 청소년,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참여하기에 이르는 현실이 됐습니다. 이들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향정) 위반으로 법정형이 최소 징역 10년이지만 한탕이라는 눈앞의 이익에 엄한 처벌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이전의 대면거래 방식을 탈피한 ‘던지기’ 방식의 비대면거래의 활성화 또한 마약 사범 증가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지난해 최초 2만명을 돌파했다고 하지만, 2만7611명으로 3만명도 목전입니다. 손쉬운 마약의 유통과 10대·여성 사범의 증가, 마약 중독으로 인한 2차 범죄와 재발률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마약 청정국의 몰락은 9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다음엔 마약 중독의 위험성, 우울증과 자살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차승우 법무법인 주인 대표변호사 차승우 변호사는_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제26기)을 수료했다.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전 전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역임했고 전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전 법무법인 호민 변호사로 일했다. 그동안 ‘1조원대 다단계 사기 및 정관계 로비 사건’ 수사를 맡았었으며 대규모 경제사범 수사 및 변론, 다수의 성폭력 및 마약 사건 결재를 처리한 바 있다.

2024.08.23 10:59

2분 소요
청년 4명 목숨 앗아간 전세사기 건축왕 징역 15년

부동산 일반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대규모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에게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7일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 모(62)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115억5000여원 추징을 명령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피고인들은 사회초년생이나 노인과 같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범행해 동기나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는 191명, 피해액수는 148억원으로 막대하고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은 대출을 받거나 일하면서 모은 전 재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 씨는 주택 2708채를 보유하면서 스스로 탐욕에 따라 피해를 준 부분에 큰 죄책감을 져야 한다”며 “사회공동체의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는데도 변명을 하면서 100여명의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하게 하면서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다. 또 “생존 기본 요건인 주거환경을 침탈한 중대 범죄를 저지르면서 20∼30대 청년 4명이 전세사기 범행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며 “그런데도 국가나 사회가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재범 우려도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 판사는 이날 판결문을 낭독하면서 이례적으로 사기죄의 법정최고형 형량을 높이는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이지만 남 씨와 같이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에게는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오 판사는 “사기죄에 대해 선고할 수 있는 한도는 징역 15년에 그치고 있다”며 “현행법은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주거의 안정을 파괴하고 취약계층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사회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데 부족하다”고 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은 사회초년생이나 취약계층으로 전세보증금을 잃게 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며 남 씨에게 징역 15년을, 공범 9명에게는 징역 각각 징역 7∼10년을 구형했다.

2024.02.07 18:23

2분 소요
한 달에 1.6건씩 해외 유출, 누적 피해 규모 25조원…삼성도 위험하다

산업 일반

#지난 6월 검찰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복제공장'을 지으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상무,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최모(65) 씨 등 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번 기술 유출로 인해 피해는 최소 3000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최 전 상무가 실형을 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최 전 상무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문제는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내부자'가 주요 ’산업기술'을 빼돌릴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재판에서 변호인은 최 전 상무가 자료를 빼돌린 직원들에게 이를 지시하지 않았고, 직원들이 빼돌린 자료 또한 산업기술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만 보호한다" 며 "최 전 상무 변호인 측은 이들이 빼돌린 공장설계도가 기술에 해당하지 않는 '도면'인 만큼 산업기술보호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한국 정보당국은 서울 한복판에서 운영 중인 중식당 ‘동방명주(東方明珠)’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 거점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들을 ‘식품위생법’과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정보 수집 활동은 ‘영사 관계에 관한 빈 협약’ 위반이자, 대한민국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외국인’이기에 간첩죄 적용 대상 국가를 '적국'(북한)으로 제한한 현행법 아래서는 간첩죄로 처벌이 불가능하다.기술이 안보인 시대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전쟁 속에서 미·중 양국이 한국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세계 6위의 군사력이 아닌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 기술 보유국이어서다. 첨단산업 기술은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경쟁력이지만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곳곳이 구멍이다. 국가에 위해를 가하는 '간첩'을 규정하고 처벌조항을 담고 있는 '형법 제98조'를 개정하기 위해 여야가 힘을 모은 이유다. 형법 98조는 '적국(북한)'을 위해 일한 자만 처벌하도록 돼 있어 북한 외 다른 나라에서 보낸 간첩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여야는 북한뿐 아니라 외국 정부나 외국인 단체 등이 국가 핵심기술과 방위산업기술을 빼돌릴 경우에도 간첩죄로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는 경우와 외국 정부의 사주를 받아 유출하는 행위가 모두 단순 기술 유출로 처벌되고 있다”며 “외국 정부를 위해 기술을 유출하는 행위는 타국을 이롭게 한 행위로 ‘간첩죄’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여야 정치권뿐 아니라 대기업, 행정부 등 모두가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며 “산업 기술 확보가 앞으로의 경제 패권을 가를 것인 만큼 형법 개정안은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국가안보를 목적으로 제정한 형법 98조를 개정해 산업스파이에도 적용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란 입장이다. 또한 우방국과 비우방국을 구분해 간첩죄 처벌 수위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법 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기밀 빼돌려도 '징역 1년' 솜방망이 법원은 형법 98조 개정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군사기밀보호법’ 및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만큼 형법까지 개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기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형법을 고쳐 무거운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법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주장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형법 98조가 전쟁 중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탓에 현재는 사실상 사문화한 만큼 법체계 정비 차원에서라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호정 법무법인 태하 고문 변호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가 안보를 침해한 간첩행위가 발생해도 현행 간첩죄는 적국만 적용할 수 있는 탓에 군사기밀보호법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며 "이번 형법 개정안은 사문화한 간첩죄 규정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3년 일본 후지TV 서울지국장이 군사기밀을 빼내 일본 정부에 전달한 사건, 2016년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해군 장교가 해외연수 중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구축함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건이 있었지만, 범인이 일본인과 자국민인 탓에 간첩죄 적용이 불가능해 군사기밀보호법으로 처벌했다.간첩죄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다. 반면 군사기밀보호법은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사람이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김호정 교수는 "군사기밀보호법과 산업기술보호법은 형법상 간첩죄와 달리 적을 이롭게 하거나, 국가의 안전을 해할 목적이 아니어도 처벌을 할 수 있게 한 탓에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간첩죄보다 낮다"며 "각각의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과 범죄가 성립하는 요건이 다른 만큼 법체계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현대사회에서의 ‘전쟁’은 군사적 우위보다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는 형태로 변화했다”며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일반적인 시장 정보도 국가기밀이 될 수 있고, 이런 부분을 포괄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상헌 의원은 “우방국과 비우방국에 차등을 두고 형량을 정할 경우, 이를 명확히 구분지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외교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방국 간첩은 봐주자?…처벌 수위 차등 논란 법원행정처는 만일 형법 98조를 개정하더라도 ‘적국·비우방국·우방국·동맹국’이냐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6월 국회 법사위원회 형법 개정안 회의에서 “우방국, 동맹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와 적국, 준적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높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우방국이라고 해도 친소 여부에 따라 법정형을 달리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냈다. 범죄 ‘행위’가 아닌, 범죄 ’행위자’에 따라 처벌을 차등하자는 것이다.법조계에선 국제 정세가 수시로 바뀌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적국과 우방국을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아울러 외국을 동맹국과 비우방국으로 구분해 법정형을 달리하는 국가는 없다며 법원행정처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에 해가 되거나 타국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 대해 모두 ‘간첩죄’를 적용해 중형에 처하고 있다.김호정 교수는 “급변하는 오늘날의 국제정세에 비춰 적국과 우방국을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며 “외국을 다시 동맹국과 비우방국으로 구분해 법정형을 달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고, 이런 국가는 찾아볼 수도 없다”고 했다.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또한 “경제와 안보냐 등 적용 기준에 따라 우방국이 달라질 수 있는데 국가간 친소 여부에 따라 간첩죄를 규율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며 “실제로 대부분 국가는 ‘외국’이라는 개념을 일괄적으로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고 전했다.동맹국에 저지른 범죄도 대한민국에 대한 범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한 형법 104조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동맹국의 국가기밀을 침해했다고 자국의 형법으로 처벌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형법 104조 조항은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동맹국인 미국은 1996년 발생한 미 해군정보국 분석관 로버트 김 기밀유출 사건 때 한국 정부에 미국 국가기밀을 제공했다며 간첩죄 위반으로 김 씨에게 징역 9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현행법대로라면 한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국가기밀을 제공한 로버트 김을 한국 정부 또한 처벌해야 한다. 간첩죄 개정에 기업들 목메는 이유 기업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포스코 등 전 세계 산업스파이의 표적이 된 첨단기술 보유기업들은 형법 98조 개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대한민국의 과학 인프라 국가경쟁력은 전 세계 2위, 국제 특허출원은 세계 4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도 4위를 기록하는 등 산업스파이들이 군침을 흘리는 기술력을 자랑한다.하지만 솜방망이 처벌 탓에 '한탕'을 노리는 내부자들의 기술 유출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3건에 달한다. 한 달에 1.6건씩 해외로 유출된 셈이다. 대부분 반도체(24건)와 디스플레이(20건), 이차전지(7건) 등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인 첨단 산업이다. 누적 피해 금액은 25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징역형을 산 비율은 20%에 그친다. 대부분 초범인 데다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이 관대한 처벌을 내렸기 때문이다.산업기술 유출사건의 무죄율은 34.6%로, 형사 사건의 무죄율 3.0%와 비교해 10배나 높다. 게다가 1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365명 중 집행유예가 80%(292명)에 달했고, 실제 실형은 20%(73명)에 불과했다. 국외로 기술 유출 시 법정형은 15년 이하의 징역형이지만, 실제 양형은 1년~3년 6개월에 그쳤다. 재계에선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전쟁이 심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산업스파이 근절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로 반도체·청정에너지·로봇 공학·항공 등 국가 전략 산업에서 고급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한국·일본·대만 등 동북아 지역에서 웃돈을 주고 인재를 영입해 첨단산업을 육성하면서 산업스파이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 국가들은 스파이 방지에 적극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 탈취 국가로 악명높은 중국은 자국 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이념과 체제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반간첩법(방첩법)’ 제정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간첩 행위의 정의를 ‘국가 안보와 이익을 위협하는 활동’으로 확대했고, 이어 간첩 행위에 기존 규정한 국가기밀 제공 외에 국가의 안전이나 이익과 관련된 문건, 데이터, 자료의 제공·절취도 포함했다. 스파이 행위 적발을 위해 당국 권한을 강화하고, 스파이 행위에 대한 벌칙도 크게 높여 사형도 가능하게 했다.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을 개정해 국가의 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경우 간첩죄로 가중 처벌해 징역 30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을 개정했다. 정치·군사 영역뿐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도 간첩행위로 포함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있으며 사형도 가능하다. 일본은 지난해 첨단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했다. 첨단기술 보호에 국가가 발 벗고 나서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한국만 손을 놓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만으로도 시도 자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호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포스코인터내셔날 상무)은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우리도 경쟁국에 의한 조직적인 산업기술 유출 행위를 ‘간첩’에 준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3.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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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韓 산업기술 유출 범죄, 35%가 무죄”

산업 일반

반도체 등 첨단기술 우위 선점을 위한 국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보호를 위한 대응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로열티 확보 등 기술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첨단기술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7일 밝혔다. 전경련이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의뢰해 받은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한 처벌법규 및 양형기준의 검토와 정책과제’ 연구를 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관련 재판의 경우 전년 대비 2배(14건→33건)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산업기술 유출범죄 74%는 무죄(34.6%)와 집행유예(39.5%)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규정 수위는 주요국과 비슷하지만,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법정형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기술 보호 관련 법률인 산업기술보호법은 2019년 8월 개정을 통해 벌칙 규정의 법정형을 상향했다.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15억 원 이하의 벌금 병과가 신설했다. 국가 핵심기술 외의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할 목적으로 침해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기술의 국내 유출은 기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실제 판결을 내릴 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침해행위’를 적용해 판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로 기술 유출을 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제2 유형으로 기본 1년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제시하며, 가중 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 이는 산업기술보호법상의 해외 유출 처벌 규정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기술유출과 침해에 따른 피해액 산정을 위해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설치해 법원의 양형기준과 배상액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유출 사건은 개발 중이거나 시장에 출시 직전인 제품과 관련된 기술들이 많아 피해액을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술유출은 개인의 윤리적 책임과 위법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발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강조하며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와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0.07 08:39

2분 소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 그 후] 이재용 부회장 경영활동 제약 없어

바이오

재계 “무역전쟁·수출규제에 불확실성 또 가중”… 삼성, 비상경영 체제로 투자 유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월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67) 전 대통령, 최순실(63·본명 최서원)씨의 원심을 모두 파기환송하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공여한 뇌물액을 원심(2심)보다 50여 억원 이상 추가로 인정했다. 또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승계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 “대통령이 먼저 요구했는데 뇌물공여죄 인정”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2017년 1심 판결의 요지와 거의 유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원심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공여한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정유라의 말 3필(34억1797만원 상당)과 최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16억2800만원)을 모두 부정한 청탁에 따른 뇌물이란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공여하며 당시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에 도움을 얻겠다는 부정한 청탁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1, 2심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제공한 뇌물이라고 공통적으로 인정한 최씨의 코어스포츠 용역대금(36억3484만원)까지 더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액은 총 86억8081만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액수가 중요한 것은 뇌물액이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횡령액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규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따라 5년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해 실형 가능성이 커진다.다만 이 부회장이 횡령액을 모두 변제한 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 70억원을 건네 유죄를 받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은 점 등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가 될 수 있다. 뇌물액이 50억원을 넘긴다 해도 집행유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란 뜻이다. 또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석방된 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검이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하더라도 재판부가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에 수동적으로 임한 점이 파기환송심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인재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가 무죄로 확정된 점, 삼성이 어떠한 특혜를 받지 않았음을 인정한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액수가 50억원 이상일 때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 직후 재계에선 삼성발 불확실성이 경제계 전체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단체는 이날 일제히 “이번 판결이 한국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에서 “우리 산업이 핵심 부품 및 소재, 첨단기술 등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이 비메모리·바이오 등 차세대 미래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등 국제경쟁력 우위 확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할 것”이라며 “경영계는 금번 판결이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행정적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배상근 전무 명의의 논평에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 활동 위축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1·2심 선고 때는 입장을 내지 않던 삼성전자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예상보다 (판결 결과가) 심각하게 나왔다. 참 어려운 시기라는 말 외에 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법원 판결문에 언급된 SK는 최순실에게 89억원의 뇌물을 요구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 뇌물공여와 관련해 임원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파기환송심 최종 판결 최소 1년 ‘최순실 특검팀’ 박영수 특별검사는 “대법원에서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고 마필 자체를 뇌물로 명확히 인정해 바로잡아준 점은 다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 재판의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책임자들이 최종적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2016년 최순실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파견돼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다.이 부회장에게 선고될 형에 대해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기환송심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대부분의 쟁점을 사실상 정리한 상황인 만큼 이른 시간 내에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기환송은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이뤄진 판결을 다시 다루라며 원심으로 돌려보내는 법률적 판단이다. 파기환송이 되면 ‘대법원이 한 법률상·사실상의 판단’에 구속되기 때문에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법원 취지대로 판단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뇌물을 소극적으로 줬느냐’ ‘뇌물을 준 데 대한 이득은 없었는가’라는 점 등은 파기환송심에서도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뇌물 액수가 늘어난 만큼 실형 선고 가능성이 크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적용해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5년에서 2년6월로 반감한다면 3년 이하의 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량감경은 정상 참작의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부 재량으로 형을 감량하는 것을 말한다.사건 심리 속도는 다른 중요 사건에 비해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중요 사건 파기환송심에는 6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법적 쟁점을 압축한 만큼 남은 분쟁의 소지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검찰과 이 부회장 양측의 재상고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는 기간까지 감안하면 최종 판결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몸으로 경영활동이 가능하다.한편 이날 대법원 판결에도 삼성은 일단 현행대로 사업 분야별 임시 태스크포스(TF)를 통한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2017년 2월 해체한 후 삼성은 각 계열별로 전자쪽은 사업지원 TF, 금융은 금융경쟁력제고 TF, 건설은 EPC강화 TF가 임시 컨트롤 타워를 맡아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전무나 사장급인 각 TF장들로부터 주요 현안만 보고받는 현재 시스템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또한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회사는 예정된 투자와 일자리 창출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인·정진호·강기헌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2019.08.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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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민 기자의 ‘위헌(違憲)한 경제’(6) 양벌규정] 지드래곤이 법 어기면 YG도 벌금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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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이후 양벌규정 줄줄이 위헌 … 불법 사업자 ‘면죄부’ 논란도 ‘경제정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원초적 기준은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법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아니, 단순히 합법적인 경제는 정의로운 경제일까. 또는 법에 어긋난 경제활동은 모두 불공정한 행위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모든 법률의 근간이자 잣대가 되는 헌법으로 경제를 짚어봤다. 실제 헌법소원 판례를 통해 개인과 국가가 경제와 법을 의심하고 행동하며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위헌(違憲)’한 한국 경제의 모습을 살펴본다. #. 가수 지드래곤은 지난 2009년 12월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성황리에 마친 공연.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콘서트에서 부른 노래 중 일부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 즉 ‘19금 노래’였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까지 췄다는 게 논란이 됐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검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지드래곤이 초범이고 회사에서 기획한 대로 공연한 점을 고려해 입건유예 처리했다. 입건유예는 일부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해 입건·기소 등 사법처리 절차를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훈방과 비슷한 효과를 지닌 조치다. 다만 공연을 기획한 공연팀장 정모씨와, 그가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를 공연법 위반 혐의로 각각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YG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결국 사건은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재판 과정에서 YG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될 법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그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를 먼저 심판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YG측이 문제 삼은 건 적용 당시의 공연법 43조. ‘양벌규정’이 담긴 조항이다. 양벌규정이란 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법인이나 업주도 함께 처벌받도록 한 규정이다. 즉 YG는 ‘한 직원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거기에 직접 가담하지도 않은 회사가 같이 처벌 받아야 하는 것은 ‘과실이 없으면 책임도 없다’는 책임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것이다. 담당 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우리 법 안에는 수많은 양벌규정이 있다. 공연법뿐 아니라 의료법·건축법·산업안전보건법·도로교통법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법에서 직원의 위법행위에 영업주도 같이 처벌을 받도록 정한 이유는 규제의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가령 오토바이 배달원의 헬멧 착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보자. 원래는 헬멧을 쓰지 않은 배달원만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양벌규정을 적용해 배달원이 소속된 식당 주인에게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게 하면 주인이 배달원에 대한 관리·감독에 신경을 쓰게 돼 위반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논리다. ━ 사업자도 함께 처벌하면 규제 효과 커져 양벌규정에는 실제 이익을 얻는 법인에게 책임을 물어 위법 행위를 예방하는 기능도 있다. 만약 양벌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법을 어긴 사람만 처벌 받는다. 그런데 직원이 위법행위를 저지른 이유가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범죄로 인해 실제로 이익을 얻은 회사나 회사 주인은 처벌받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이 경우 법인은 미래의 범죄를 억지하겠다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처벌을 받은 직원에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혜택을 주더라도 이익이 되는 불법 행위를 계속하도록 유도하거나 방조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부실 시공한 담당 직원만 처벌하면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건설사가 해당 직원에게 보상을 주는 형태로 범죄행위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잘못을 저지른 직원뿐만 아니라 사업자(법인)에게도 책임을 묻는 산업안전보건법 양벌규정의 판시를 보면 이해가 쉽다. ‘사업주의 안전조치 이행 의무 위반 행위를 엄히 처벌하지 않으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안전조치에 들이는 비용은 산업재해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으면 공연한 지출에 해당하므로,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윤 증대를 위해 가급적 이를 줄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근로자의 경우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근로 제공을 거부하기보다는 위험한 근로조건을 무릅쓰고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건설현장에서 사용주와 근로자 관계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안전 조치 의무 위반 행위를 과태료 등의 행정제재가 아닌 형사처벌로 엄한 책임을 묻는 것은 입법자의 정당한 결단이다.’법 이론적으로는 양벌규정이 사람이 아닌 법인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되기도 한다. 우리 법은 사람(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형법의 위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회사의 대표든 직원이든 사람이 죄를 짓는 것이지, 회사 자체가 법을 어길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회사 자체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앞에서 말한 문제가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득을 본 건 법인인데, 처벌을 받는 건 일부 개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회적인 방법으로 각종 법률 속에 양벌규정을 둬 법인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 활용하고 있다.그러나 양벌규정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도 받아 왔다. 특히 경영계에서는 수사기관이 별도의 소명기회도 주지 않고 종업원과 영업주를 함께 기소하고, 법원도 면책을 인정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기업활동이 위축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파악하지 못한 일부 직원의 일탈 또는 실수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할 경우 원활한 경영이 어렵다는 논리다. 식당 주인은 분명히 교통 법규를 지키라고 지시했는데도 배달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인까지 과태료를 물게 하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는 실제 법을 어긴 행위자와 처벌의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 다는 것도 문제다.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없는 영업주까지 처벌하고, 책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한 해당 법률조항은 형벌에 관한 책임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양벌규정을 두고 ‘기업 연좌제’ ‘CEO 연좌제’라고 표현했다. ━ 기업규제 철폐 기조에 비판론 더해져 양벌규정 비판론은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힘이 더 실리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각종 기업 규제를 완화한 시점이다. 양벌규정으로 불편을 겪던 사업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엔 처음으로 위헌 사례가 나왔다. 첫 타자는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보건범죄단속법이었다. 당시 강모씨가 운영하는 치과기공소 직원 김모씨가 의사면허 없이 치과 치료를 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김씨는 징역(집행유예) 벌금형이 확정됐다. 문제는 고용주인 강씨에 대한 판단이었다. 검사 측은 사실상 김씨와 함께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강씨에게 양벌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범죄단속법은 영업주에게 벌금형 외에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사 측이 항소하자, 법원은 직권으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종업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영업주의 가담 여부, 종업원에 대한 영업주의 지도, 감독 소홀 등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영업주도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책임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또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 밖에 없는 영업주를 고의의 본범(종업원)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각자의 책임에 비례하는 형벌의 부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종업원의 잘못을 고용주에게도 똑같이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이 결정 이후 양벌규정이 포함된 법률에 대해 줄줄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2009년 헌법재판소는 양벌규정을 언급하고 있는 6건의 법률에 대해 보건범죄단속법과 같은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법률은 청소년보호법 54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31조, 의료법 91조, 구 도로법 86조, 구 건설산업기본법 86조,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32조 등이다. 2010년에도 사회복지사법 56조와 가축분뇨관리법 52조, 잔류성유기오염물질관리법 36조, 구 마약류관리법 68조, 약사법 97조 1항, 구 약사법 78조, 수질·수생태계보전법 81조와 성매매알선행위처벌법 27조의 양벌규정도 같은 취지로 위헌 결정됐다. 이 외에도 지속적으로 양벌규정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화물차 관련 규제를 담은 구 도로법의 경우 위반 사항마다 별도로 적용한 양벌규정으로 인해 2007년 이후 10건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 위헌 결정 후 면책조항 추가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양벌규정이 담긴 이들 법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해당 법률에 따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 받으면 납부한 벌금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직원 신모씨가 무면허로 물리치료 시술을 해 함께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경기 화성시 A노인전문병원, 종업원이 새벽 시간대에 몰래 미성년자에게 소주 3병을 팔아 약식기소된 G퓨전선술집의 점주 최모씨, 소속 운전기사가 중량 재측량 요구에 불응해 벌금형을 선고 받은 화물차 운수 업체 B사 등이 처벌을 면하게 됐다.양벌규정을 담고 있는 법률은 대폭 손질됐다. 법무부는 헌재의 위헌 결정을 계기로 비슷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는 관련 법률을 찾아 개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법무부는 2007년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처벌 건수가 3만6929건, 벌금액은 493억원에 달하며 양벌규정 개선에 따른 국민편의 증진 효과가 연간 22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자료를 내놨고,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392개 양벌규정 개정, 151개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 등을 골자로 한 ‘행정형벌 합리화 방안’을 보고했다. 손질 작업은 최근까지 이어져 2007년 헌법재판소에서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최근까지 약 500개의 양벌규정에 대한 개정이 이뤄졌다.양벌규정을 담고 있는 법률은 삭제되거나 면책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면책규정을 둔 경우는 통일된 형태로 바뀌었다. 양벌규정 뒤에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전까지 양벌규정이 종업원의 위법행위에 영업주도 무조건 책임을 져야 했다면, 이제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한 경우’에는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그러나 양벌규정의 완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의 처벌을 단지 종업원으로 한정한다면 일부 이를 악용하는 기업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주의 책임을 지나치게 방관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면책규정에 따르면 사업자가 종업원에 대한 감독·주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양벌규정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인데, 면책규정으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양벌규정을 일률적 형태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각 법률의 보호법익,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이므로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다음 사례를 보자. 2015년 경찰청은 ‘이륜차 무질서행위 근절을 위한 법규위반 특별단속 계획’을 시행했다. 배달 오토바이가 상습적으로 인도로 주행하다가 적발되면 해당 업소 대표도 범칙금을 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배달 오토바이의 경우 운전자만 처벌해서는 단속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업주까지 양벌규정을 적용해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단속 실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보여주기 식 제도라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 현장 경찰관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처벌하려면 업주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업주나 직원에게 제대로 교육을 했냐고 물으면 당연히 ‘했다’ ‘받았다’고 답한다. 현실적으로 단속이 불가능하다”.이런 경우도 있다. 2009년 전모씨는 박모씨가 운영하는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성매매알선행위처벌 법에 포함된 양벌규정에 따라 성매매 당사자인 전모씨뿐 아니라 업소 주인인 박모씨도 함께 재판에 회부됐다. 같은 해 부산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윤모씨도 양벌규정으로 15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2007~2008년 종업원 이모씨와 김모씨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는 2010년 성매매알선행위처벌법 내의 양벌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유흥업소에서 종업원이 직접 성매매를 하거나 알선을 하더라도 해당 업주가 직접 가담했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개정 후 헌재 “면책조항 생겼으니 합헌” 이 결정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논평을 내고 “성매매를 방조·조장하는 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업주들이 다양한 형태의 불법 업소를 차려놓고 성매매 영업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어 사실상 종업원들의 성매매 알선 행위를 묵인·방조·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민변은 “위 사건 역시 여관이 성매매 장소로 1년 간 사용돼온 점 등에 비춰 종업원이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업주가 몰랐을 리 없다”며 “업주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업주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성매매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처럼 크고 작은 논란은 있지만, 개정된 양벌규정은 현재까지 큰 문제 없이 적용되고 있다. 학계나 일선의 법원 등 실무에서도 개정된 양벌규정의 위헌 여지에 대한 비판은 거의 사라진 모습이다. 개정 이후에 벌어진 양벌규정 위헌 판례들은 “양벌규정 조항에는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통해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해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이 내려지는 추세다. YG의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같은 이유로 각하됐다.다만, 아직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된다. 종업원이 아닌 사업주,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처벌하는 방법과 그 한계를 둔 논의다. 물론 이는 해당 사회에서 법인 범죄의 심각성, 법인범죄에 대한 제재수단 구비 정도와 그 효과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지금의 입법 체계와 역량 아래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 양벌규정 위헌 후 … 검찰이 ‘화들짝’한 사연 - 한 때 형사사건 무죄율 20%에 육박 2012년 9월 대법원이 발간한 ‘2012 사법연감’이 검찰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사법연감 673쪽에 실린 ‘제1심 형사공판사건 무죄인원수 및 무죄율 누년비교표’가 문제였다. 이 표에 따르면 2011년 1심 형사공판사건의 무죄율은 19.44%로 집계돼 20%에 육박했다.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 5명 중 1명꼴로 무죄가 났다는 말이다. 2011년 19.44%의 무죄율은 2010년의 8.8%와 비교할 때 2.2배에 달하며, 10년 전인 2002년의 0.73%와 비교하면 무려 26.6배로 증가한 수치다. 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남발했다는 뜻이 된다.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검찰은 2010년과 지난해에만 무죄율이 급증할 이유가 없다며 무죄율 표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 최고위급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도 “검찰이 무죄율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죄율 20%는 절대 말이 되지 않는다. 통계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며 열을 올렸다. 검찰이 의문을 제기한 대로 2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인 무죄율이 나온 데는 무리한 기소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다. 2009년 7월 헌법재판소는 과적차량이 적발되면 운전자와 함께 운전자를 고용한 법인이나 영업주까지 처벌하도록 한 도로법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2010년과 2011년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은 법인과 영업주가 무더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 결과 모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도로법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2011년 무죄율은 19.44%에서 2.45%로, 2010년 무죄율 역시 8.8%에서 2.35%로 떨어진다. 결국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착시효과’가 검찰을 술렁이게 한 셈이다. -2012년 9월 19일 연합뉴스

2017.12.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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