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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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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폭스바겐, ‘골프’ 생산기지 독일에서 멕시코 이전 검토

자동차

구조조정에 들어간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대표 모델 골프의 생산기지를 독일에서 멕시코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경제지 한델스블라트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 매체는 회사 관계자를 인용해 인건비가 싼 멕시코가 대체 생산지로 고려되고 있으며 같은 이유로 폴란드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폭스바겐은 본사가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골프를 만들어 왔다.폭스바겐은 멕시코 푸에블라에 북미 최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특히 인기를 끈 비틀이 2019년 단종 전까지 이 공장에서 생산됐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2천% 관세'를 언급하며 멕시코산 자동차를 미국에 한 대도 팔지 못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선된 뒤에는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골프 전체 생산량 가운데 미국 판매 비중은 3%에 불과하다고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1974년 출시된 골프는 지금까지 약 3천700만대 팔린 폭스바겐의 대표 라인업이다. 그러나 독일 판매량이 2009년 37만대에서 2022년 8만대로 줄어드는 등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현재 8세대가 내연기관을 탑재한 골프의 마지막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업체 리비안과 합작해 골프 9세대를 전기차로 개발 중이다.

2024.12.12 20:49

1분 소요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 전동화 전환 가속화

산업 일반

폭스바겐이 미래 전동화 전략에 발맞춰 볼프스부르크 공장을 e-모빌리티 생산기지로 전환한다.12일 폭스바겐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초까지 폭스바겐그룹 본사의 주요 공장인 볼프스부르크 공장에 약 4억6000만 유로의 초기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폭스바겐 브랜드 CEO 토마스 셰퍼(Thomas Schäfer)는 지난 수요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업무 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소형 전기차인 ID.3는 2023년부터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초기에는 볼프스부르크 공장 내 부분적 라인에서 생산을 시작한다. 2024년에는 공장 전반에서 ID.3를 생산할 예정이며, 2025년도 말까지 생산량을 더욱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를 위한 인력 교육도 준비 중이다.폭스바겐은 ID.3 증산 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SUV 부문에 추가적인 전동화 모델을 도입해 장기적으로 볼프스부르크의 전기차 생산성을 최대로 활용할 방침이다. 새로운 전기차 모델들의 기술적 기반은 모듈식 전기 구동 시스템인 MEB플랫폼이다. 폭스바겐은 추가적인 개발을 거쳐 MEB+와 같이 더욱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이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진행되는 ‘트리니티 프로젝트(Trinity vehicle project)’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트리니티는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전체 확장이 가능한 시스템 플랫폼(SSP)을 기반으로 한다. 폭스바겐은 유럽 내 다른 공장과 마찬가지로 늦어도 2033년 말까지 볼프스부르크에서 전기차만 생산할 계획이다.셰퍼 CEO는 “폭스바겐은 모든 사람을 위한 e-모빌리티를 추구하며, 볼프스부르크는 이 성공 신화를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며 “2025년 초까지 본 공장에만 약 4억6000만 유로를 투자해 MEB 생산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ID.3 증산은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전동화를 위한 첫 번째 주요 단계”라며 “동시에 우리는 MEB+를 기반으로 한 추가 전기차 모델을 볼프스부르크에 도입하기 위해 노동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고객 수요가 높은 SUV 세그먼트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폭스바겐그룹의 다니엘라 카발로(Daniela Cavallo)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볼프스부르크는 미래를 상징한다. 그리고 노동위원회는 최첨단 생산 시스템, 최고의 인력 그리고 가장 도전적인 개척 정신에 이르기까지 볼프스부르크 공장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볼프스부르크는 트리니티 및 SSP 플랫폼 프로젝트를 지속 추진하며 2026년까지 전동화 생산 기지로 전환해 향후 몇 년 동안 폭스바겐 브랜드 및 그룹의 강력한 생산기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2022.12.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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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곳곳서 “반도체 좀 주오”] 반도체 쇼티지 나비효과… 내년까지 이어진다
완성차 업계 줄줄이 감산… 스마트폰·가전도 부메랑 ‘반도체 공급 부족(쇼티지)’이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로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다른 산업계로 이어지는 추세다. 완성차 업계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감산에 들어갔고, 반도체 생산업체의 칩 납기가 밀리면서 스마트폰과 가전 등 IT 업계까지 쇼티지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산업 전반에 걸친 반도체 수급불균형이 올해 안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21세기 석유’라 불리는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가져올 나비효과는 크다. 완성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고, 기업들은 생산원가 인상과 생산 차질로 인한 수익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5G, AI, IoT 등 신기술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 공급 사슬을 구축하려는 국가별 패권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 수요예측실패·재해가 가장 큰 원인 반도체 쇼티지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린 수요 예측 실패, 재해로 인한 생산 차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생산능력 한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PC와 노트북, 모바일 기기 수요가 증가했다. 온라인 도영상 서비스(OTT)와 클라우드 사업이 성장하면서 서버 수요도 급증했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대신 수익성이 높은 스마트폰, 가전 관련 반도체 수주를 확대했다. 반면 IT보다 시장이 작고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줄였다. 주요 완성차 업계 역시 코로나19로 자동차 수요 급감을 예상하며 반도체 발주를 줄여나갔다.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미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줄이고 스마트폰과 가전용 반도체 계약을 끝마친 상태였다.중고 반도체 장비업체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차량용 반도체는 AI(인공지능)나 스마트폰용 반도체보다 제조·품질관리가 훨씬 까다롭지만 수익률은 적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운영 중인 생산라인의 품목을 당장 바꾸기 어렵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9% 정도로 규모가 작아, 파운드리 업체가 비용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급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에 재해로 인해 반도체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공급 차질이 심화됐다. 지난 2월 미국 남부지역에 한파로 인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세계 1·2위 업체인 인피니언과 NXP가 텍사스주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NXP는 1개월가량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인피니언은 오는 6월에야 공급을 정상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세계 3위 업체인 일본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이하 르네사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했다. 르네사스는 공장 화재로 3개월 이상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밝혔다.차량용 반도체공장이 멈춰서자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직격타를 맞았다. 자동차 한 대에만 반도체 200~300개가 필요하다. 차량용 반도체 빅3가 멈추자 완성차 업계는 밀려드는 주문에도 감산에 들어갔고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예견하고 있다. 단기간 내 생산 확대가 어려운 만큼 반도체 몸값 역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NXP는 지난달 말 제품 가격을 10~20% 인상하겠다고 고객사에 통보한 상태다. TSMC도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단계적으로 30% 인상할 계획이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완성차 가격의 상승도 불가피하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반도체 구매 가격이 일괄적으로 10% 상승하면 생산원가는 약 0.18% 상승하고 완성차·부품업체들 모두 영업이익이 1%대 감소하는 영향을 받는다.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한 전 세계 자동차 감산 규모는 16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포드자동차가 북미지역 6개 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줄인다. 감산 시설에서 생산되는 F-150 픽업, 밴, 포드 익스플로러 SUV, 포드 이스케이프 등 다양한 차종의 생산이 줄면서 수익성 악화 역시 예견된 수순이다. 앞서 포드는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로 올해 매출이 10억~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GM은 차량 생산을 일부 중단한 데 이어 차량의 설계까지 한시적으로 변경했다. 한국GM도 부평 2공장을 다음 달에도 50%만 가동한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엠덴 공장을 비롯해 볼프스부르크 공장 등에서 감산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일주일간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현대차는 4월 7일~14일까지 울산1공장 생산을 중단한다.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도 4월에 화성공장 근로자들이 특근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인다. 기아의 SUV 차종인 쏘렌토와니로, 신형 세단 K8의 생산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일본 완성체 업체 역시 비상이 걸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도요타와 닛산은 일부 차종의 감산을 검토 중이다.혼다 측은 “르네사스 공장의 가동 중단이 1개월 이상 이어지면 반도체 재고가 바닥나 4월 이후부터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 생산라인 증설도 어려워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쇼티지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도체 납기까지 3개월~6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미 1년 이상 주문이 꽉 찬 생산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납품기간도 지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반도체 부품의 약 75%는 전년 대비 리드 타임(주문 후 조달까지 걸리는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칩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의 공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기존에는 3개월~6개월이던 반도체 장비 납기가 지금은 평균 9개월~12개월까지 늘었다. 설비에 따라 매년 수급은 정해져 있는데, 수요는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고 장비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김정웅 대표는 “수급 정상화는 파운드리 가동상황, 반도체 납기를 보면 알 수 있는데, 현재 칩 납기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났다”며 “수요가 크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대형 바이어들은 반도체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재고까지 늘리고 있어서 올해 안에는 반도체 수급 정상화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반도체 생산업체가 당장 시설투자를 단행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에도 무리가 있다.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는 공정이 까다로워 최소 5년 이상 기술을 축적해야 해 생산라인을 쉽게 증설할 수 없다”며 “파운드리 업체가 6개월 정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면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은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그동안 밀린 가전과 모바일 반도체 쇼티지는 2~3년까지도 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04.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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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들이 읽는 이솝우화]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북 리뷰

대중을 사로잡은 글로벌기업의 스토리 전략 ‘이 차는 앞좌석 사물함 문을 장식한 크롬 도금에 작은 흠집이 나 있어서 교체해야 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일하는 크루트 크로너라는 검사원이 발견했습니다.’1961년 폭스바겐은 불량 판정을 받은 차량을 언급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결점이 있는 상품을 광고에 언급하는 것은 지금도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요란한 겉치레를 빼버린 대신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는 효과를 불러왔다. 40여년이 지난 뒤 여론조사에서 ‘세계 최고의 광고’로 인정받았다.폭스바겐은 왜 고장 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저자는 이 책이 전통적인 마케팅 입문서 대신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기업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것이다.스토리는 힘이 있다. 기업의 이야기는 광고보다 강력한 마케팅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앞다퉈 브랜드에 얽힌 사연이나 기업의 전설적 인물에 대한 스토리를 발굴한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대중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킴으로써 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회사 철자를 잘못 썼어요, 구글’, ‘‘저스트 두잇’의 탄생’, ‘포크레인을 구입하면 롤스로이스가 에스코트합니다’, ‘5126번의 실패가 만든 다이슨 청소기’, ‘턱시도를 입은 토끼, 플레이보이’, ‘디즈니랜드의 주차요원 교육하기’ 등 60개 기업의 다양한 기업의 이야기를 담았다. 패디파워 회장인 폴 스위니는 “경영자들이 읽는 이솝우화”라고 추천했다.직원들은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의 기원과 역사를 이해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깨닫기도 한다. 거창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딱딱한 워크숍보다 효과적이다. ‘포로는 왜 감옥에서 펭귄을 그렸을까’의 챕터에는 펭귄 출판사가 자랑하는 가장 귀중한 자산으로 손꼽는 스토리가 들어있다.1987년 영국 성공회 대주교인 테리 웨이트가 무슬림 단체에 납치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납치범들은 그에게 호의를 베푼다며 읽고 싶은 책을 말하게 했는데, 테리 웨이트는 “책 귀퉁이에 새가 그려진 책이면 아무거나 좋다”고 얘기했다. 그리고는 그 새가 무엇인지 검은색과 흰색으로 된 새, 펭귄을 그려줬다. 펭귄출판사의 심볼이었다. 5년 뒤 납치에서 풀려났을 때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펭귄출판사에서 출간한 거라면 어떤 책이든 상관없이 읽을 만하리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통해 소비자에게 깊이 각인된 브랜드야말로 기업의 강력한 부이자 자산이라고 말한다.나이키의 인사 교육을 책임지는 넬슨 패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나이키가 얼마나 흑자를 보았다거나 전략이 어떻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의 나이키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저자인 자일스 루리는 세계적인 다국적 광고회사 DDB와 JWT, 리서치회사 HPI리서치그룹, CI컨설팅사 스프링포인트에서 20여 년 동안 근무하며 광고, 리서치, 브랜드 등 마케팅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로 활약했다. 유니레버, 켈로그, 소니에릭슨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고 그가 진행한 광고와 프로모션은 IPA 광고 효과상을 두 번 수상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0.05.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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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디젤게이트의 기억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1년도 안 됐지만 폴크스바겐의 판매와 주가 살아난다 지난해 말 ‘디젤게이트’ 스캔들이 한창일 때 폴크스바겐은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상징적인 1930년대 공장 전면에 흰색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거기에 독일어로 적힌 호소문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명성·에너지·용기,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신이 중요합니다”는 내용이었다.어느 정도 항복의 백기처럼 보였던 플래카드는 폴크스바겐 근로자와 회사 탄생지를 찾는 수십 명의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었다. 지난해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이 부정한 방법으로 배출가스 검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차량의 디젤 엔진에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달아 검사 때만 가동시키고 도로 주행 중에는 법정 한도를 몇 배나 뛰어넘는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스캔들은 곧 미국 내 56만7000대, 세계적으로 1200만 대 가까운 차량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자동차 역사상 최대의 조작사건이었다.당시 폴크스바겐의 최고경영자 마틴 빈터콘은 EPA의 발표 직후 사임했지만 미국 사법부는 형사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빈터콘의 후임자 마티아스 뮐러는 올봄까지 스캔들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지난해 말 약속했다.요즘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흰색 플래카드가 내려진 것처럼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약속도 그와 함께 잊혀진 듯하다. 뮐러 CEO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캔들로 인한 비용 충당금으로 180억 달러를 배정해 놓은 폴크스바겐이 디젤게이트가 누구 책임인지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진다. 지난 4월 후반 폴크스바겐은 스캔들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의 잠정적인 결과는 나와 있지만 그것을 발표할 경우 미국 국무부와 최종 합의 과정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위험이 제기되고 입지가 약화되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입장을 밝혔다.폴크스바겐 대변인 마이클 브렌델은 뉴스위크에 보낸 이메일 답장에서 사기의 원인이 무엇이고 책임 소재에 관한 종합적인 보고서의 발표 계획이 아직도 유효한지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가 형사사건 수사를 종결하면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술서’의 결론을 따를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상당수 폴크스바겐 운전자들은 여전히 조작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회사 측의 침묵에 황당해 하고 있지만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그래도 폴크스바겐을 구입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스캔들이 터진 뒤 아직 1년도 안 지났는데 폴크스바겐의 판매와 주가가 살아나고 있다. 이는 부정행위를 한 뒤 납작 엎드리는 어처구니없는 폴스크바겐의 수법이 먹혀들지 모른다는 의미다.매사추세츠 주 버나드스톤 주민 제프리 켈리허는 그것을 가리켜 고객의 충성도라기보다 소비자의 냉소주의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지난해 여름 켈리허가 처음으로 폴크스바겐의 터보디젤 파사트를 구입한 직후 배출가스 조작이 발각됐다. 그는 “아내가 ‘그런 거짓말쟁이 회사 차는 다시 사지 않을 거지?’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겠다. 폴크스바겐 차를 처음 구입했는데 성능이 맘에 든다. 사람들이 빈자의 아우디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로버트 즈필라도 같은 생각이다. “1년 가까이 지났는데 폴스크바겐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 설명도 없는 데 울화가 치민다”면서도 자신의 터보디젤 VW 제타 스포츠웨건의 연비와 토크(회전력)는 흡족하다고 시인한다. 지난해 초여름 뉴햄프셔 맨체스터에서 구입한 차다. 즈필라와 켈리허 모두 다시는 디젤차량을 사지 않겠다면서도 이번 스캔들로 폴크스바겐에 등을 돌린 건 아니다.이제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두 가지다. 어떤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폴크스바겐이 해명할까? 그리고 미국 법무부·규제당국과의 합의로 자신들의 차에 관해 어떤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까?미국 법무부와 폴크스바겐 간의 합의조건에 따라 VW 차량 소유주들은 차를 회사에 되팔거나 차량을 미국 배기가스 기준에 맞게 개조하는 방안 중 택일할 수 있다. 올여름 늦게나 최종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합의안은 2ℓ 엔진 차량 소유주들에게만 적용되며 3ℓ 차량에 대한 합의안은 아직 계류 중이다. 소유주들은 또한 “상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고 협상을 총괄하는 연방 지방재판소 판사는 말한다.즈필라와 켈리허는 차는 정말 마음에 들지만 폴크스바겐에 되팔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즈필라는 “연비와 성능이 뛰어난 차를 개조하면 필경 그런 이점이 사라진다”며 “그런 점에서 차를 손보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켈리허도 같은 생각이다. “수리 후 차가 예전같이 달리지 못할 게 분명하다. 출력과 토크가 떨어지면 정말 스트레스 받을 것이다.”폴스크바겐의 대주주들에게 정말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회사의 투명성 결여다. 런던의 대형 펀드 에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브뤼셀의 투자자문사 데미노르, 독일 투자그룹 DSW는 폴크스바겐의 경영·감독이사회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두 위원회 모두 폴크스바겐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말 투자자들은 감사를 통해 폴크스바겐 고위 경영진의 ‘잠재적인 의무 불이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주주단은 또한 폴스크바겐이 회사에 대한 조사를 맡긴 미국 법무법인 존스 데이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존스 데이의 조사 대상이 VW의 경영이사회로만 한정되고 감사이사회는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주주단은 오는 6월 22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더 광범위한 조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존스 데이는 논평을 거부했다).다른 주주들은 보상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 5월 노르웨이 국부 펀드 노르웨이 중앙은행(Norges Bank) 투자운용사업부는 투자자 약 280명의 독일 집단소송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통지했다. 그들은 모두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인한 VW의 주가급락에 불만을 표시하며 약 36억7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한다.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지만 폴스크바겐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지난 해 가을 이후 폴크스바겐 주가가 많이 회복됐다. 지난 5월 말까지 30달러 선을 맴돌며 스캔들 이전의 주당 40~50달러 수준으로 다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매출도 상승한다. 지난 1분기에는 최대 라이벌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자리를 탈환했다.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폴크스바겐으로선 존스 데이 보고서를 공개할 이유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흰색 플래카드는 항복의 백기가 아니라 허세였던 듯하다.- 레아 맥그래스 굿맨 뉴스위크 기자

2016.06.06 09:10

4분 소요
[자동차산업에 사활 건 광주] ‘광주형 일자리’ 혁신 성공할까?

자동차

“일할 곳이 없다는 말 맞아요. 그러니 젊은 친구들이 다 서울로 떠나죠. 기아자동차가 있지만 거긴 나이 든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서 새로 들어가긴 ‘하늘에 별 따기’니까. 사실 광주는 기아차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양분돼 있어요. 임금 격차가 워낙 크니 농담으로 그런 말들을 하는 겁니다. 물가도 싸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된 편이니 연봉 3000만~4000만원만 받아도 충분하다는 말도 맞아요. 뜻대로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서 젊은 친구들이 고향 지키면서 살고, 광주가 더 발전하면 좋은 일 아니겠어요?”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의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노·사·민·정이 대타협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적정 임금(보통 임금 수준의 약 70~80%)’을 받는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이다. 기업은 적정 임금에 따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근로자는 연봉 3000만∼4000만원대의 중간수준 임금을 받는 대신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 받는 구조다. 간단히 말해 낮은 임금을 약속할 테니 기업들에게 광주로 와 달라는 읍소다. ━ ‘저렴한 물가’ 연봉 3500만원 정도면… 요즘 광주는 자동차 때문에 뜨겁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 계획’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되기 때문이다. 결과가 좋으면 사업 설계비용 10억원을 포함해 최소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돈도 돈이지만 사업성을 인정받은 만큼 중앙 정부의 지원 속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환경이 마련된다는 의미여서 광주 시민의 기대가 크다.자동차산업은 광주의 중요한 경제축이다. 광주 전체 제조업 고용의 23.6%인 14만8000명(2013년)이 자동차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 자동차산업의 매출 역시 11조9000억원으로 광주 전체 제조업 매출의 40.6%를 담당한다. 독일 볼프스부르크나 일본 도요타시처럼 자동차가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중심에 바로 연간 최대 생산량 62만대 수준의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있다.겉보기엔 별 문제 없지만 최근 도시 전체엔 위기감이 감돈다. 자동차 업체의 해외 공장 증설이 늘면서 정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생산 비용 증가에 직면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지산지소(생산 지역에서 바로 소비하는 전략)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2006년 384만대였던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의 국내 생산량은 2014년 453만대로 17.8%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해외 생산량은 101만대에서 441만대로 무려 337%나 늘었다.자동차를 제외하면 광주엔 이렇다 할 산업 인프라가 없다.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액(GRDP) 15위, 청년 고용률 14위 등 암담한 성적표를 감안하면 고민이 깊어질 만하다. 그래서 나온 게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 계획’과 ‘광주형 일자리’다.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의 핵심은 자동차 집적화 산업단지다. 자동차 생산 규모를 100만대로 늘리면서 고부가 핵심부품 산업을 키워 생산 네트워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판매와 출고, 서비스를 한 곳으로 모아 국내에 없는 새로운 형태의 애프터 마켓을 열고, 인근엔 자동차 테마파크를 지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최종일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광주의 자동차산업과 엔진 및 부품 제조업은 다른 지역의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광주에 부품과 완성차를 망라하는 클러스터를 만들면 다른 지역의 생산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광주지역 자동차 생산이 2013년 기준 47만대에서 100만대로 늘어날 경우 생산유발효과는 11조8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2조6000억원, 수출유발효과는 56억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구상이 실현되려면 일단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라인을 광주에 짓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임금 상승과 극심한 노사 갈등에 시달려온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광주보다 해외에 끌리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을 바꿀 만한 확실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긴데, 그래서 나온게 광주형 일자리다.좋은 아이디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야당에선 문재인 대표가 직접 나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목을 끄는 덴 성공했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일단 기존 기아차 노조와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현행 체계와 맞지 않다. 물론 법인을 분리하면 영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이미 독일 볼프스부르크나 일본 기타큐슈에서 성공한 사례도 있다. 그래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할 새 공장은 반드시 기존 노사협상이나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법인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기존 기아차 노조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노·사·민·정 대통합을 담당하는 기구(사회통합추진단)까지 만들어 기아차 전임 노조위원장을 단장으로 초빙했다.중앙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다. 박태훈 오사카시립대 교수는 “새로운 라인 증설을 결정할 때 중요한 요인은 공장 부지의 매입과 인프라 시설의 구축”이라며 “정부의 지원 없이 이러한 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 계획’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추진 자체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여당 출신 대통령과 야당 출신 광역자치단체장의 간극이 아예 없을 것이란 기대는 어렵다. 이 때문에 윤 시장이 최근 국회와 정부 곳곳을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광주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의 문제로 봐 달라는 입장이다. ━ 자동차 생산 100만대로 늘리는 프로젝트 가동 현대·기아차 설득도 관건이다. 현대·기아차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노사갈등도 문제지만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는 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있다. 낮은 임금으로 시작하더라도 나중엔 결국 본사 임금과 같아질 것이란 우려다. 이 때문에 광주시 쪽에선 독립법인에 시와 시민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윤 시장은 “1997년 기아차 부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지역 경제가 한 순간에 붕괴하는 모습을 목도했다”며 “다시 한 번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 왔고, 광주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게 우리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광주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2015.11.14 18:28

4분 소요
현대차그룹 4년간 81조원 투자, 경영권 승계 시동 - ‘MK(정몽구)식 베팅’으로 질주 예감

산업 일반

지난 1월 2일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의 시무식. 당초 행사는 오전 8시였지만 정몽구 회장이 오전 7시52분에 입장하자 예정보다 일찍 시작됐다. 이날 정 회장은 15분 간 대본 없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안경을 쓰고 준비된 원고를 읽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임직원을 응시한 채 자신의 각오와 그룹의 목표를 밝힌 것이다.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둘째사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임직원 9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시무식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는 후문이다.정 회장은 시무식에서 올해 820만대 판매, 2018년까지 900만대 판매 달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해에는 소형차로 연간 판매량 800만대를 달성했다. 900만대일 때는 중· 대형차가 궤도에 올라 외국 메이커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간 1000만대 정도를 생산하는 도요타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당초 배포된 신년사엔 없던 ‘이미지’라는 말을 다섯 차례 사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히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 뿐 아니라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톱3 메이커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서 정 회장의 신년사에 대한 반응을 내놓고 있을 무렵 그는 또 한번 시장이 예상치 못한 카드를 내놓았다. 바로 4년 동안 8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한 경영권 승계 강화 시도다. 신년사, 투자 계획, 지분 매각 시도가 모두 불과 열흘 안에 일어났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정 회장 특유의 뚝심이 새해 초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어려울 때 더 공격적인 정몽구식 해법, 즉 ‘MK식 베팅’이라는 분석이다.현대차그룹이 1월 6일 발표한 투자 계획은 정 회장의 신년사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80조7000억원이라는 사상최대의 투자를 통해 공장 신·증설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서울 삼성동 신사옥) 건립, IT인프라 확충은 물론 연구개발(R&D) 강화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평균 투자액은 20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우리 정부의 전체 R&D 예산(18조9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는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장에서 불거졌던 적절성 논란을 쑥 들어가게 할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는다.특히 신규투자의 76%에 달하는 61조2000억원을 국내에 집중시킨 점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에 쏠린 각종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잇따른 해외공장 신증설 투자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및 일자리의 해외 전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비 11조원을 제외하고도 50조원을 국내에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로 투입한다는 것은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구체적으로는 핵심부품 공장 신·증설, IT 강화 등 기반시설 투자, 보완투자,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 등 시설투자에 34조4000억원, 제품 및 기술개발 등 R&D에 26조8000억원이 집행된다.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국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낙수효과에 따라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로도 연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파급효과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2018년까지 친환경 기술 및 스마트자동차 개발을 담당할 인력 3251명을 포함해 총 7345명의 R&D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투자 대부분을 국내에 집중한 것은 대규모 경제효과와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올해부터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가 시행되는 만큼 돈을 쌓아두는 것보다 투자를 확대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의 투자나 임금증가, 배당이 당기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할 경우 해당금액에 대해 단일세율 10%로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기업의 투자와 임금 증가를 늘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자는 취지로 정부가 올해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추가 세부담액은 연 5547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그러나 그보다 자동차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불안감’이 투자의 발단이라고 분석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졌다. 두 회사가 합병한 1998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수입차, 한국GM이나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들의 판매량이 늘어난 결과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2013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7.9%를 기록해 4년 만에 8%를 밑돌았다. 차량판매 순위에서도 138만6000대를 판매한 닛산에 6위 자리를 내줬다. 미국시장이 저유가로 대형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현대·기아차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엔화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본 자동차업체들과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국내 61조원 투자로 경제 활성화 부응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전체 투자액의 85% 이상인 68조9000억원을 자동차부문에 투입하기로 했다. ‘포스트 800만대 시대’엔 결국 품질 경쟁력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원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투자한다. 현재 7개 차종인 친환경차를 같은 기간 22개까지 늘리고, 소형에서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도 구축한다. 스마트 카에도 2조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수준을 향상시키고, 차량용 반도체와 자율주행 핵심부품을 개발한다. 또 중국,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 공장을 신설해 수요증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울산, 화성, 서산 등 현대기아차의 국내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생산능력을 크게 늘린다.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R&D 분야 투자를 크게 늘려 친환경차나 스마트 카 등 미래성장동력을 발굴 하기로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김형민 KTB증권 연구원은 “규모에서 글로벌 빅5로 자리한 현대차그룹이 미래형 자동차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도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대부분이 핵심기술과 관련된 연구개발은 자국에서 진행하고, 생산은 관세 등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공장에서 한다”며 “현대차가 국내에서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분야에 집중투자를 하겠다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이 연초부터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자 재계는 술렁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투자액 중 4분의 3이 국내에서 집행됨에 따라 국가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만큼 타 그룹들도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악화 탓에 대부분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현금 쌓아놓기’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타 그룹에도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과거 삼성이 재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면 최근엔 현대차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정 회장은 시장에 또 하나의 카드를 던졌다. 자신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중 3.39%(502만2170주)를 매각한다고 밝힌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31.88%)인 현대차그룹 계열 물류회사로 매각이 이뤄지면 약 1조3000억원대의 자금이 마련된다. ━ 지배구조 개선 ‘묘책’ 계속 모색중 매각이 완료되면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29.99%로 낮아지면서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에 맞출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현대차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거래의 방점을 지배구조 개편 및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찾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이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의 대상이 되는 만큼 이를 피하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거래금액이 최저 1조3000억원 이상으로 규모가 큰데다 할인 폭도 7.5%∼12%로 비교적 커 매각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비스 지분 매각은 결국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수순으로, 이번 거래를 현대차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동안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주식가치를 높여 정의선 부회장에게 ‘실탄’을 마련해준 다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인 현대모비스와 지분 교환을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경영권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려면 정 부회장이 순환 고리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대량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 중 일부(5~6%)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현대제철에서 소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액수다. 정 부회장은 앞서도 이미 상당한 실탄을 마련했다. 지난해 8월 광고 계열사 이노션 지분 30%(54만 주)를 3000억원에 매각했다. 의도가 어디에 있든 매각이 성사되면 정 회장 부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과세 부담을 줄이는 한편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의 발판도 마련하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었다.그러나 의도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은 일단 무산됐다. 지분 매각에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이 단독 주관사로 나섰지만 물량 부담이 커서 받아줄 수 있는 기관 매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승계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1차 시도가 아쉽게 실패로 끝나면서 여러 가지 대안들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합병을 추진하려면 현대글로비스의 주식가치를 높여 시가총액을 두 배 이상 높여야 하는 선결과제가 남아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지분 매각을 위해 블록딜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정몽구식 베팅’의 성적표는 어떻게 나올까? 아직까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81조원 투자 계획과 105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신축 발표로 한전 부지 인수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일거에 잠재운 것은 큰 성과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무산되면서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켜 점수를 까먹었다.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 시장에 노출되면서 글로비스 중심의 지주사 전환 카드를 당분간 꺼낼 수 없게 된 것은 뼈아프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던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그러나 재계에 ‘역시 MK!’를 회자되게 할 정도로 통큰 경영을 상징하는 ‘MK식 베팅’을 다시 화젯거리로 만들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포브스코리아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2015년 BIZ GIANTS 코너의 첫 경영인으로 선정한 것도 올 한해 현대자동차와 MK가 재계의 화젯거리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정몽구 회장의 숙원사업 - “105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도 내년 착공” “한전부지에 105층 빌딩을 세우겠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에 세워질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층수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 회장은 “한전 부지에 새 건물을 짓고자 하는데 상당한 관심을 받았으며 100층 이상으로 지음으로써 회사 이미지 제고와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통합 신사옥은 대한민국의 경제와 문화를 대표하는 복합 비즈니스센터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한전 부지에 세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6일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청사진도 내놓았다. 오는 2018년까지 건립에 1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 한전 부지 인수금액을 합하면 모두 2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는 셈이다. 지난해 9월 ‘10조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낙찰가격 소식에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가 잇따를 때 정 회장은 “그룹의 100년을 내다보고 결정한 반드시 필요한 투자다. 인수 대금이 국가기관에 넘어가는 만큼 정부에 이바지하는 마음으로 낙찰 가격을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한국자동차산업의 랜드마크 기대현대차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미래성장동력 투자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여개 계열사를 집결시키는 등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기능뿐만 아니라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포함한 지역의 랜드마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판 아우토슈타트’ ‘한국판 BMW 벨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신사옥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지난 연말 해외 설계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2000년 7월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에 오픈한 ‘아우토슈타트’엔 폴크스바겐 본사는 물론 박물관·공원·전시관·체험장·호텔 등이 있어 매년 20만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250만명이 찾는다. 독일 뮌헨 시의 ‘BMW 벨트’는 설계 당시부터 미래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화제가 됐다. 소용돌이치는 물살 형태의 더블 콘(Double Corn)과 유리로 뒤덮인 건물은 뮌헨의 랜드마크다. 벨트에는 차량딜리버리센터·콘서트홀·쇼핑몰·디자인스튜디오·자동차전시관이 마련됐다. 2007년 문을 연 후 매년 200만명이 방문한다. 정몽구 회장의 구상대로 빌딩이 완공되면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한국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최근 정부는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개발사업에 가속페달을 달아줬다. 1월 18일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시와 협의해 통상 2~3년 걸리는 용도지역 변경 및 건축 인허가를 최대한 단축해 내년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고 용적률도 800%까지 높여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전부지 개발이 장기간 소요될 경우 지역침체와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재계 인사는 “서울시도 ‘한전 부지-코엑스-서울의료원-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72만㎡를 회의·관광산업의 메카로 키운다는 계획이어서 협의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2020년 완공된다. ━ 정의선 부회장 ‘젊은 엔진’ 중용하며 활동반경 넓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과 함께 정의선 부회장의 대외 활동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첫 출장지로 미국을 선택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2015 북미국제오토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정 부회장의 CES 참관은 4년만으로,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다. 그는 CES 전시장 부스를 일일이 둘러 본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국제오토쇼에선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소개하기 위해 직접 연사로 나섰다.모터쇼 무대에 오른 것 역시 4년 만이다. “아버님이 한창 경영 일선에 계셔서…” 하며 정 회장의 뒤에 서있던 그때의 모습에서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내수점유율 하락, 일본 자동차 공세에 대한 대응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발언했다.정 부회장에겐 현재 내수시장 점유율 회복과 중국 등 글로벌시장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북미국제오토쇼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의 핵심은 중국이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허베이성과 충칭시에 각각 연산 30만대 규모의 4, 5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기아차 또한 기존 3공장을 증설해 2016년까지 45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지난 연말 현대차그룹 인사는 연구개발과 영업부문 우대가 핵심이다. 정몽구 회장의 측근들이 물러나고 젊은 인사들이 승진하는 등 세대교체 경향이 두드러진 것도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1.2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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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부지 얻은 현대차 - BMW·폴크스바겐 위상 꿈꾼다

자동차

지난 9월 18일 오전 10시 30분, 한국전력은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에 대한 입찰 가격과 입찰 보증금 납입 여부 등을 확인한 결과, 입찰가 10조5500억 원을 써낸 현대차 컨소시엄(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부지 감정가 3조3346억 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을 써내 강력한 경쟁자 삼성전자를 제친 것이다. 현대차는 성명을 통해 “한전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 부지에 30여 계열사를 수용할 수 있는 신사옥과 호텔 등 컨벤션센터, 자동차전시관 등 한국판 자동차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이튿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평소처럼 새벽 일찍 서울 양재동 본사로 출근했다. 오전 6시엔 밝은 표정으로 임원회의도 했다. 그는 회의에서 한국전력 부지 인수의 의미를 다시 강조했다고 한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정 회장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은 100년을 내다보고 하는 일이 다.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승자의 저주’ VS ‘미래가치 창출’인수 대금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과도한 베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 개발에 투입해야 할 전체 비용은 부지 매입가 10조5500억 원, 서울 시에 제공해야 할 공공 기여 부분, 공사비 등을 합쳐 총 15 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초 재계와 부동산 시장은 4조∼5조 원 정도로 낙찰가를 예상했다. 삼성전자 도 약 4조5000억 원을 썼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웅진그룹 등의 예에 비춰 ‘승자의 저주’라는 말 이 나오는 이유다.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등의 기회비용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 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핵심 부품사의 M&A, R&D, 생산 확대 등에 투자할 수 있는데 이번 투자결정은 수익창출 목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그 규모가 경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꼬집었다. 류연화 아이엠 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차 상품성 개선, 환율 문제, 중국 신공장 추진 등 그룹 역량을 집중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과도한 투자로 물적·인적 역량이 분산되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그러나 현대차그룹은 ‘부지 개발에 따라 창출될 미래 가치’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룹의 자금력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 통합사옥이 없다 보니 각 계열사들이 부담하고 있는 임차료만 연간 2400억 원을 넘는다”며 “이는 8조 원을 보증금으로 맡겨놓고 있는 것과 비슷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서울 양재 동 본사는 규모가 작아 30여 개 계열사, 임직원 1만 8000여 명 중 5개 계열사, 5000명 정도만 수용하고 있다. 현대모비 스 등 다른 계열사들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본사 부지를 늘 모색해왔던 현대차는 2006년 뚝섬의 삼표레미콘 부지에 110층짜리 신사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여러 이유로 무산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전 부지 확보에 실패했을 때 새로운 부지를 찾기 위해 치러야 할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지난 10 년간 강남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연평균 9∼1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통합사옥이 완공되는 2020년 즈음에는 사옥 땅값이 15조 원에 달한다는 것도 투자 금액 산정의 근거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지 매입비용을 제외한 건립비 및 제반비용은 30여 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 년간 순차적으로 분산 투자할 예정”이라며 “수직계열화 된 계열사들이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어 단계적으로 발생 하는 향후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컨소시엄을 형성한 3개사는 부지 매입 이후에도 무차입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추가 투자가 있다 해도 개발기간이 길어 재무 위험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도 신용 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인 수자금 지출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인수·개발 통해 정의 선부회장 입지 강화 이번 인수전에는 정몽구 회장의 ‘뚝심 경영’이 크게 작용했 다는 평가다. 19일 아침 임원회의에서 정 회장은 파격 입찰 가를 정한 배경에 대해 ‘민간 기업이나 외국인에게 돌아갈 돈이 아니라 나랏돈으로 쓰일 것이어서 결정에 대한 부담 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인수전 과정에서 “상대를 생각하지 말고 사업 미래 가치만 보고 결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의 뚝심 경영은 1988년 기아차 인수, 2000년 미국 앨라배마공장 건설, 2006년 민간제철소 현대제철 건립, 2010년 현대건설 인수 등에서 성과를 보였다.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 ‘한국판 아우토슈타트’ ‘한국 판 BMW 벨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2000년 7월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에 오픈한 폴크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에 는 폴크스바겐 본사는 물론 박물관·공원·전시관·체험 장·호텔 등이 있어 매년 20만 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250 만 명이 찾는다. 자동차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시간의 집’에는 연간 3만여 명의 학생이 견학한다. 독일 뮌헨 시의 ‘BMW 벨트’는 BMW 브랜드의 모든 것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이곳은 설계 당시부터 미래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화제가 됐다. 소용돌이치는 물살 형태의 더블 콘(Double Corn)과 유리로 뒤덮인 건물은 뮌헨의 랜드마크다. 벨트에는 차량딜리버리센터·콘서트홀·쇼핑 몰·디자인 스튜디오·자동차전시관이 마련됐다. 2007년 문을 연후 매년 200만 명이 방문한다.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 세계 5000명이 참여하는 ‘현대자동차 세계 딜러 대회’가 매년 열리는데 국내에 마땅한 장소가 없어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모나코 등 해외 휴양지에서 진행한다”며 “이들을 비롯해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기준 연간 10만 명 방문, 1조 3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전 부지를 포함한 서울 동남권을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이번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인수와 향후 개발 과정에서 정의 선 현대차 부회장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피력된 만큼 장남인 정 부 회장은 한전 부지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재계에서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계동 시대에 이어 정몽구 회장의 양재동 시대를 지나 정의선 부회장의 삼성동 시대로 본격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사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은 정 부회장으로 의 경영승계가 마무리될 시점으로 보인다.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공사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맡고 호텔 운영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옥 관리는 현대엔지니어링 자산관리부문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양재동 사옥은 남양연구소 지원 업무 등을 맡고 금융계열사는 여의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신용평가는 “향후 부지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건설, 호텔 사업 등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은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삼성동 일대에 5성급 특급호텔 건설 붐이 일고 있어 정 회장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기운·돈 모이는 ‘산진수회(山盡水廻)’의 터“삼성동은 관악산의 거대한 용트림이 물을 만난 곳이자 한강과 탄천이 만나 지대를 감싸 안은 ‘산진수회(山盡水 廻)’의 터다. 재물 운이 따르는 지역이다.” 전항수 한국풍수지리연구원장 “한국전력 부지는 풍수적으로 명당 중의 명당, 즉 길지다. 남향으로 건물을 짓고 동향으로 정문을 내면 승승장구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가 사무실을 옮기면 더욱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민찬 도선풍수지리연구원장 풍수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땅을 ‘명당’으로 꼽는다. 재물을 뜻하는 물(江)이 감싸고 도는 길지라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삼성동이 뜨는 이유를 자산가치 변동에 따른 투자 위험도가 낮고 사생활 보호, 풍수지리학상 명당, 쾌적한 주거환경 등에서 찾는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평소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 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정 회장이 직접 고른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도 구룡산의 정기와 여의천 물이 만나 재물이 쌓이는 완벽한 풍수를 자랑한다. 풍수전문가들은 삼성동 한전 부지가 좋은 풍수라는 걸 정 회장이 몰랐을 리 없다고 말한다.삼성동에 둥지를 튼 기업 오너들이 많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강정석 동아쏘시오 홀딩스 대표, 허기호 한일시멘트 부회장,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이금기 일동제약 회장, 이동건 리홈쿠첸 회장 등이 단독주택을 갖고 있 다. 최근엔 국내 IT 기업 오너들이 잇달아 삼성동에 단독 주택을 신축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새 집을 지었다.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도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 단독주택을 신축 중이다.한국전력 본사 부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인근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동에 자리한 현대산업개발의 사옥 아이파크타워, 대웅제약 사옥, 오로라 사옥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성도이엔지, 케이씨텍, 풍국주정, 대신증권도 삼성동 일대에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2014.10.01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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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폭스바겐에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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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열린 베이징 오토쇼에 참가한 폭스바겐. 30년 동안 독일 폭스바겐이 중국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는 자동차 생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따중(폭스바겐의 중국 브랜드 이름) 중국지역총본부는 베이징 산리툰의 5층짜리 작은 빌딩 안에 있다. 독일대사관과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따중자동차그룹 집행부총재인 장쑤이신 박사는 부드러운 성격의 달변가다. 그는 따중의 중국 진출이 중국 자동차산업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잘 알고 있다.그는 1990년 독일 폭스바겐에 입사해 본사 해외기획부에서 근무했다. 1997년 1월에는 중국 주재 수석대표를 맡았다. 2004년 5월 1일 현직을 맡아 독일 폭스바겐의 중국 내 모든 인적자원과 대정부 공공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사실 현대적 의미에서의 중국 자동차 생산은 1980년대 따중이 중국시장에 투자하면서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독일 폭스바겐의 오만한 생각이 결코 아니다. 1984년 따중은 당시 상하이트랙터자동차 회사와 함께 중국 최초의 자동차 합자기업을 설립해 자동차 부품 국산화의 기초를 세웠다. “만약 이런 기초가 없었다면 국산 자동차는 생산이 불가능했을 것이다.”중국에서 이익의 25% 거둬물론 폭스바겐도 중국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얻었다. 현재 중국시장은 이미 독일을 뛰어넘어 폭스바겐의 전 세계 최대 시장이 됐다. 연간 판매량은 폭스바겐 전 세계 판매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매년 폭스바겐의 이윤 중 약 4분의 1은 중국시장에서 나온다.하지만 이것은 폭스바겐이 중국에서 보낸 30년이라는 세월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상하이따중의 첫 독일 측 CEO였던 마르틴 포스트는 『상하이에서의 1000일: 독일 폭스바겐이 중국과 인연을 맺은 스토리』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당시 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중국에 공업 현대화를 가져오는 것뿐만 아니라 변화가 느린 볼프스부르크(Wolfsburg·독일 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도시)에 중국식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었다.”1980년대 중국 자동차공업이 아직도 상용차와 트럭이 주를 이루던 시기에 독일 폭스바겐은 용감하게 중국시장에 뛰어든 최초의 도전자가 됐다.하지만 폭스바겐 직원 대부분은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었다. 1984년 상하이따중이 설립된 이후 수많은 독일 직원이 상하이로 파견됐다. 그들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먼지 가득한 작업장과 낙후된 생산 설비가 아니라 바로 날씨였다. 포스트는 이렇게 들려줬다. “모두 상하이는 중국의 남쪽이라 춥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기온이 5도로 떨어지고 사무실에는 에어컨이나 난로조차 없으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상하이 현지인은 이미 습관이 돼 두꺼운 양모 스웨터와 솜옷을 걸치면 괜찮았지만 독일인은 단숨에 적응할 수 없었다.” 결국 회사는 대량의 솜옷 외투를 비행기로 긴급 운송해 왔다.1990년대 두 번째 합자회사 ‘이치따중’을 설립할 당시에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독일인은 주말마다 대표 한 명을 비행기로 베이징에 보내 캠핀스키 호텔에서 요구르트, 시가와 빵을 사서는 큰 자루를 등에 짊어지고 창춘으로 돌아오곤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것은 따중이 중국에서 고군분투한 생생한 모습인 셈이다.하지만 당시 ‘중국과 독일 합작의 상징’으로 불린 이 프로젝트는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독일인의 융통성 없는 완고한 성격이 중국의 기후와 풍토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중국인이 보기에 독일인은 정말 융통성이 없었다. 부속품 검사 절차와 지나친 품질 요구는 시작 당시부터 중국 측 파트너를 적응할 수 없게 만들었다.장쑤이신은 한바탕 큰 소동을 일으킨 ‘경적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당시 다른 나라와 중국에서는 경적의 사용 한도가 5만 번으로 통일됐지만 따중은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할 때 경적 사용한도를 12만 번으로 요구했다. 이건 심지어 독일인조차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 중국 측 파트너는 독일산 경적의 사용한도도 단지 10만5000번밖에 안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중국인은 독일 측이 일부러 중국 측을 괴롭히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일 폭스바겐이 보기에 이런 요구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유럽인과 달리 중국 운전자들은 계속 경적을 눌러대는(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주의시키기 위해) 습관이 있다. 차가 이것 때문에 일찍 고장 나는 것을 막으려면 경적의 사용한도를 12만 번으로 크게 향상시켜야 했다. 나중에는 기술상 문제로 경적 사용한도를 10만5000번으로 조정하는 데 서로 동의했다.” 포스트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밝혔다.따중은 미국, 더 나아가 전 세계 공급상이 중국에 와 직접 생산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결국 중국에는 300곳의 핵심 부품 기업이 탄생했다. 그 300여 곳의 부품 공장은 지금 중국 자동차 생산의 뿌리가 됐다. 중국 시장에 뛰어든 지 20년 만에 따중은 중국시장에서 분수령을 맞는다.20년 동안 따중은 합자회사 두 곳 ‘상하이따중’과 ‘이치따중’을 통해 중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판매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따중은 일찍이 중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90%을 차지했던 눈부신 세월도 있었다. 하지만 그 좋은 시절은 20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따중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1년 따중의 중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50%, 2005년 17.3%로 감소했다.이것은 지금까지 따중이 중국에서 겪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내외부 요인들이 뒤엉켜 터져나오는 중이었고, 대부분은 따중도 어찌 해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더 많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중국시장에서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시장이 2004년 갑자기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장쑤이신은 따중의 이때 위기는 대부분 정책 결정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정책 결정은 모두 독일로 가 해야 했는데, 속도가 너무 느렸다.”현지 조달 경적을 둘러싼 논란중국 국산화 초기, 중국이 생산한 부품은 독일 폭스바겐 본사 볼프스부르크에서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문제는 테스트 기간이 길어 중국에서 근무하는 독일 직원조차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때로는 테스트 기간이 1년이 넘었지만 중국 측은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중국 측은 독일인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어 장기적으로 수입 부품에서 이윤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했다. 2005년까지 따중 자동차의 모든 부품 테스트는 독일에서만 이루어졌다. 비록 효율은 향상됐지만 부품 하나를 인증 받는 데 20주 이상 걸렸다.더욱 난감한 것은 멀리 독일에 있는 정책 결정자들이 중국시장의 특성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이치따중이 설립된 지 그리 오래지 않아 출시된 ‘캐디’가 대표적 경우다. 캐디는 시장 포지션이 비즈니스와 가정용 모두 적합한 다기능 세단이었다. 당시 따중의 최신 플랫폼 PQ35의 최초 제품이었다. 출시 전 따중은 이 신형이 중국시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세분된 시장은 당시 중국에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내우외환 속에서 따중은 한 차례 철저한 자기혁신을 해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조직개편이었다. 그때까지 따중자동차의 중국 대표처는 ‘아시아태평양본부’ 관할하에 있어서 본부 고위층과 직접 대화할 수 없었다. 2004년 따중은 중국에 따중자동차 중국센터를 설립했다. 동시에 아시아태평양본부를 폐지하고 ‘따중자동차중국’을 지역본부로 승급시켰다.2005년 6월 따중은 베이징에 따중자동차그룹센터실험실을 세웠다. 이것은 따중자동차의 세 번째 해외 인증 기구로 독일의 볼프스부르크와 동등한 인증 효력을 갖는다. 이 기구는 따중 부품의 인증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과거 독일에서만 할 수 있었던 테스트 업무가 현재는 중국에서도 가능해졌다. 인증 소요 시간은 20주에서 평균 6~8주로 단축됐다.기업문화도 조용히 변화 중이다. 이전에 따중 직원들은 자신이 개발한 자동차는 전 세계 최고인데 고객이 불만이라면 그건 자동차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따중은 중국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올해 이치따중과 상하이따중은 광둥 포샨과 장쑤에 각각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 3~4년 후 따중의 중국 내 생산능력은 300만 대에 달할 것이다. 이것은 폭스바겐이 발표한 ‘2018전략’의 목표치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2018전략’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18년 규모와 이익 측면에서 도요타를 추월해 전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회사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따중은 중국시장에서 매년 2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따중은 인재 양성 부분에서 특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먼저 현지 기술학교 및 직업학교와 협의해 폭스바겐에 필요한 과정과 실용적 수업을 제공한 다음 인력을 양성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학교에 입학한 이듬해 입사해 다음해엔 회사 내에서 훈련을 받는다. 그들 중 가장 우수한 사람이 채용된다.상하이따중 설립 초기 퉁지대학의 자동차 전공은 바로 상하이따중에 인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것은 따중이 중국에서 인력을 개발하는 기본 모델이 됐다. 공장지역 현지 학교와 합작 관계를 맺어 스스로 인재를 양성하는 방식이다. 따중 ‘2018전략’은 구체적이다. 어떤 기업이 공개적으로 몇 년에 어떤 경쟁사를 뛰어넘어 1위를 차지하겠고 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번역=도옥란

2010.11.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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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시는 ‘울상’ 행정도시는 ‘빙그레’

산업 일반

혹시 기업도시를 기억하는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와 폴크스바겐의 본고장인 독일 볼프스부르크 같은 기업도시는 한때 평생고용을 보장해 주었지만 요즘은 대체로 실업수당을 받는 곳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지난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우리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유증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부문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신흥도시가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행정도시’다.요즘 브라질리아·오타와·브뤼셀·워싱턴 같은 행정도시에서는 새 일자리가 생겨난다. 그뿐만 아니라 주택 판매가 늘고, 소득이 증가하며, 자동차 판매점은 손님들로 북적댄다. 새로운 상가와 고급 호텔, 헬스클럽 등도 급증한다. 상파울루 소재 이과테미 쇼핑센터 컴퍼니의 CEO인 카를로스 제레이사티는 “브라질리아 같은 공공부문 도시가 높은 봉급과 고용 안정성 덕분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뜨고 있다. 사실상 경기침체의 영향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브라질리아에서 8000만 달러 규모의 고급 상가를 건설 중이다. 완공 후에는 루이뷔통·제냐 같은 브랜드를 비롯해 200개 상점이 들어선다. 여타 건설업체들도 행정도시의 개발 붐에 편승한다. 벨기에에선 상업용 부동산 개발사업이 휘청대지만, 수도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는 최근 집행위원들이 사용할 고급 헬스클럽 건설(공사비 800만 유로)을 승인했다. 집행위원회는 또 얼마 전에 50여 개 빌딩이 밀집된 EU 구역의 전면적인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다. 북미의 행정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주택 건설이 급감했지만 수도 오타와는 예외였다. 산업시설이 거의 없는 오타와에선 근로자 5명 중 1명이 정부가 지급하는 봉급을 받는다. 2008년 이곳의 기존 아파트 값은 12%, 단독주택 값은 5.7% 올랐다. 연방정부 공무원의 봉급이 민간 부문 근로자 임금보다 평균 41%나 많은 마당에 당연한 현상이다. 최근 토론토스타지의 칼럼니스트 짐 트래버스는 “오타와에서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실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워싱턴DC도 매한가지다. 이곳에서 지불되는 임금의 28%는 연방 공무원의 몫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에선 2007년 12월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래 460만 명이 실직했지만, 연방정부는 20만 명을 새로 채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임시직 40만 명과 정규직 18만 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산업공장이 없는 워싱턴DC가 2008년 미국에서 알래스카 다음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고용시장이 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공공부문의 고용 거품이 가장 큰 곳은 브라질리아인 듯하다. 전체 일자리의 50여%가 직간접으로 정부와 관련이 있다. 올해 국가 경제가 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브라질리아만큼은 활황세를 탄다. 공무원 봉급은 이미 전국 평균 근로자 급여의 4배나 되고, 올해엔 간격을 더 벌릴 전망이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전국의 자동차 판매는 정체됐지만 브라질리아에선 새 자동차 판매가 20%나 늘었다. 주택 판매도 지난해 25%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20% 더 증가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15%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물론 행정도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길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이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아이슬란드와 발트 3국은 이미 재정흑자를 이루었을 것이다. 사실 세계 각국에서는 재정확대에 대한 우려로 기업과 정책연구소 등에서 열띤 논쟁이 일고 있다. 대다수 민간 기업이 임금을 줄이거나 동결하는 마당에, 공무원은 올해에도 최소 2%의 봉급 인상을 기대한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특히 캐나다에서 심하다. 첨단기술과 에너지 부문 회사들이 여전히 신규 인력을 고용하지만 인재유치 면에서 정부와 경쟁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공무원의 봉급, 연금, 각종 혜택은 지금도 늘고 있다. 캐나다 독립사업자연맹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일한 직종에서 각급 정부기구는 민간 부문보다 훨씬 나은 급여와 혜택을 제공했다. 이 연맹의 간부인 대니얼 스미스는 “연방정부 공무원의 급여는 민간 부문보다 41%나 높다. 게다가 고용 안정성이 100% 보장된다. 그러니 공무원 직에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간부문의 경제위기가 결국 정부부문에까지 확산되면 이런 거품이 꺼질지 모른다. 세수 기반이 줄면 공무원들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국이 마지막으로 불경기를 겪었던 1930년대엔 각료부터 말단까지 모든 공무원의 봉급이 10~20% 삭감됐다. 그러나 오늘날 황량한 고용시장에 나선 사람들에겐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때 많은 대학원생이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전문가의 꿈을 키웠다면, 요즘은 공무원을 꿈꾸는 게 대세다. 오랫동안 국가가 고용시장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온 중국에서는 공무원 시험 시장이 활황을 보인다. 2008년엔 기록적으로 많은 77만5000명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2007년보다 13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베이징의 한 경영대학원에서 야간 강좌를 듣는 유슈이는 “동료들도 대부분 공공부문에 취직하길 원한다. 민간 부문보다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덩샤오핑이 말했듯, 어떻게든 부자가 되는 건 영예로운 일이다.With WILLIAM UNDERHILL in London, MANUELA ZONINSEIN in Beijing and DINA FINA MARON in D.C.

2009.03.1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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