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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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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디지털옥외광고에 열광하는 이유[허태윤의 브랜드스토리]

전문가 칼럼

지난 주말, 명동을 지나는 차 안에서 멈칫하게 된 순간이 있었다. 거대한 백화점 외벽을 뒤덮은 화려한 디지털미디어파사드(프랑스어: Façade)가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마치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호텔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스마트폰으로 이 장관을 촬영하고 있었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국내 대형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옥외광고(DOOH)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를 확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DOOH는 단순 광고 수단을 넘어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코엑스가 보여준 자유표시구역의 성공연말연시 이들 백화점 미디어파사드의 집객 효과는 실로 놀랍다. 최근 업계 통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은 크리스마스 미디어파사드 점등 이후 방문객이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경우 점등 후 저녁 시간대 방문객이 직전 주 대비 30% 이상 증가했으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신세계스퀘어’는 점등 후 열흘간 무려 20만명이 방문해 전년 대비 5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미디어파사드가 도시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이자 상권 활성화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다. 특히 코엑스 일대는 DOOH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2018년 K-POP 스퀘어 미디어가 설치된 이후, 삼성동 코엑스 일대는 하루 평균 10여만명이 오가는 서울의 핵심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인해 교통 정체가 잦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DOOH의 노출 시간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졌다. 특히 퇴근 시간대 삼성동 사거리에서 평균 15분가량 정차하는 운전자들에게 코엑스 미디어타워는 ‘도심 속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았다.더불어 이 일대의 DOOH는 전 세계 명품브랜드들은 물론, 글로벌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됐다. 이 일대가 글로벌 브랜드들의 쇼케이스로 활용되면서 한류 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코엑스 미디어타워의 광고 단가는 초기 대비 3배 이상 상승했다. 주변 상권의 임대료도 20% 이상 상승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DOOH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회피 불가능한 노출'이라는 특성에 있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전통적인 4대 매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디지털 매체의 경우,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 공간에 설치된 DOOH는 자연스러운 동선상에서 필연적으로 접하게 되는 매체다. 여기에 동영상이라는 역동적인 표현 수단까지 더해져, 광고주들에게는 매력적인 옵션이 되고 있다.또한 아나모픽(디지털 3D 착시기술)증강현실(AR)·키네틱아트·스마트 도시기술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DOOH의 표현 영역이 획기적으로 확장됐다. 3D 홀로그램이나 인터랙티브 광고를 통해 행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과 연동된 AR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전은 DOOH의 효과 측정을 한층 정교화했다. 실시간 유동 인구 분석, 날씨·시간대별 통행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이 가능해져, 광고주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모바일 데이터와의 연계를 통해 DOOH 노출 후의 소비자 행동 변화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은 획기적인 변화다. NEW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등장2025년은 한국 DOOH 산업의 대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말 행정안전부가 부산 해운대·서울 명동 관광특구·광화문광장 등 3개 지역을 추가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DOOH 광고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해당 지역들을 ▲뉴욕 타임스퀘어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오사카 도톤보리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들 지역은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더불어 K-DOOH의 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DOOH는 이제 더 이상 보조적인 광고 수단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결합하며 진화하는 DOOH는 도시의 새로운 얼굴이자, 브랜드와 소비자를 잇는 혁신적인 소통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거리를 걸으며 만나는 모든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단순한 스크린이 아닌, 도시와 사람을 잇는 살아있는 미디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DOOH는 이제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리테일 미디어로서의 진화, AR 기술을 통한 혁신적인 소비자 경험 제공, 빅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타기팅(targeting)까지. 이 모든 변화는 DOOH가 단순한 광고 매체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2025.01.12 10:01

3분 소요
충주시 홍보맨이 ‘공직 생태계 파괴자’가 된 이유[허태윤의 브랜드스토리]

전문가 칼럼

충주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충TV’가 엄청난 화제다. 지자체 채널로는 이례적으로 구독자가 충주시 인구의 3배가 넘는 70만명(24년 4월 말 기준)을 넘어섰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유튜브 채널은 전문 대행사를 써서 수억원을 들여 만들어도 구독자가 1000명 이하인 채널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매우 놀라운 결과다.더 놀라운 점은 충주시의 예산이 달랑 월 61만원이라는 점이다. 이 예산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월 결제료다. 담당자인 김선태 주무관이 기획, 촬영, 편집, 연출, 출연까지 다 한다. 더구나 그는 동영상은 커녕, 사진도 배워 본 적이 없는 완전 초보자다. 그래서인지 영상은 매우 거칠다. 아마추어가 만든 표현과 촌스러운 B급 감성이 넘쳐난다. 그렇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어떤 영상 만들었길래, 대박났을까그가 만든 동영상 중 가장 많은 991만회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공무원 관짝 춤’이다. 1분 15초의 이 동영상은 코로나19가 한참이던 2020년, 당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던 가나의 장례 풍습을 담은 영상을 패러디해 코로나 예방수칙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또 이 채널은 트렌드도 놓치지 않는다. 숏폼 영상을 중심으로 ‘슬릭백 댄스’가 유행하자, 이것을 충주시의 상수도 공사 안내를 전달하는 모티브로 활용하는 순발력을 발휘해 순식간에 38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홍보맨이 직접 추는 어설픈 ‘슬릭백 댄스’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공사중’ 팻말을 보지 못하고 맨홀에 빠졌음을 상상케 하는 15초짜리 영상이다.충TV가 공공기관의 성공 사례로 알려지자, 급기야 대통령도 정책홍보 혁신 사례로 이 유튜브 채널을 언급했다. 그러자 의회와 시에서는 채널 운영 예산을 더 쓰라고 했다. 하지만 김 주무관은 이를 거절했다. B급 정서를 활용하는 것이 진정성의 비결인데, 3~4명의 촬영 스텝을 데리고 다니고, 더 전문적인 편집으로 세련된 영상을 만들면 이 채널의 근본이 흔들린다는 이유 때문이다.김 주무관은 이런 성공에 힘입어 국민 MC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 ‘SNL Korea’, ‘삼프로 TV’ 등에도 출연했다. 최근에는 ‘홍보의 신’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여기 저기에 특강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귀한 몸이 됐다. 김 주무관은 기존 지자체 유튜브 채널들의 실패한 원인을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 한 것'에 있다고 봤다. 이에 대중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또 아무도 관심 없는 지자체 시정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충주를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다행히 그는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을 담당한 경험이 있어 B급정서가 젊은 층에게 통한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다. 자신의 개인 스마트폰과 셀카봉, 그리고 무료 편집 프로그램만 가지고 만들 수 있는 B급 정서 콘텐츠를 시작한 것이다.다음으로는 목표를 단순화했다. 아무도 관심없는 충주시, 심지어 청주시와도 헷갈리는 충주시를 우선 기억하게 만들자는 단순한 목표를 설정했다.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는 다음의 문제였다. 타깃을 무조건 충주시 시민만이 아닌 SNS에 익숙한 전국의 MZ세대로 설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또 채널 성공의 이유에는 충주시장의 확고한 의지와 보이지 않는 후원이 있었겠지만, 김 주무관의 전형적 인공조직의 문화를 파괴하는 용기와 전략적 판단이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공공기관 홍보’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평범한 하급 공무원이 이처럼 파격적인 공공기관의 유튜브 채널 운영은 물론, 인기 유튜버 채널 수준의 성과를 올린 것은 의미가 특별하다. 무엇보다도 이 유튜브 채널은 한국의 공직 사회에 매우 의미 있는 혁신의 파장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김 주무관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공직 생태계의 파괴자’가 됐다. SNS 플랫폼은 전형적인 상호 소통형 매체로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찾지도, 보지도 않는다.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인 소통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공공기관에게는 맞지 않는 매체를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된 아마추어가 오래된 관행과 구태를 깨고 새로운 문화를 만든 셈이다. 또 지자체는 물론이고, 중앙 정부조직도 ‘충주처럼’ 홍보하는 것이 화두가 됐다. 최근 서울시도 지금까지의 유튜브 소통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무원 대상 ‘서튜버’ 선발대회를 통해 뽑은 대상 수상자를 홍보 기획관으로 임명했다. 그에게는 김 주무관처럼 기획취재, 편집까지 자유롭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제공된다.광주시 동구의 도서관 ‘책정원’ 인스타 릴스영상도 과거 공공기관의 영상 작법에서 벗어나 담당 공무원이 젊은 세대들의 감성에 맞는 B급 영상을 연출해 닷새만에 영상 조회수가 100만회를 넘었다. 강원도에서도 ‘강원이 TV’를 새롭게 선보이며 이전에 볼수 없었던 창의적 영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의 공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담당자들에게 영상 제작의 전권을 주고,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재미를 통해 소통의 장을 만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바라보는 관점이 생긴 것도 큰 변화다. 과거 공공기관의 홍보는 '정보가 몇 명에게 전달됐느냐'보다, '홍보를 했는가'의 여부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유튜브 채널 제작 지시가 있으면 외부 용역을 통해 만들고,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만 집중했다.평범한 한 지방 하급 공무원이 ‘궁시렁’거리며 만든 유튜브 채널을 통한 작은 변화가 대한민국 공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그의 채널 성공 비결은 비단 유튜브를 이용한 지자체나 공공부문 뿐 아니라 SNS 시대를 관통하는 콘텐츠 작법의 전범(典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05.11 08:00

4분 소요
통쾌한 반란 일으키는 ‘스몰 브랜드’의 전성시대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스몰 브랜드의 전성시대다.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는 빅 브랜드와 달리 스몰 브랜드는 자기다움을 담아 몇몇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킨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고, 하위문화의 다양성은 스몰 브랜드의 가치를 높였다. 모두의 브랜드보다, 개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브랜드에 감동하는 시대인 것이다.인센스(향막대) 브랜드 콜린스는 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았다. 혼자 쉬거나, 잠자리에 드는 개인적 순간을 위한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홀로 우주선에 남아 사령선을 지켰던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에서 땄다. “사령선을 책임져야 해 달에 착륙하지 못했지만, 그때가 가장 고요하고 행복했다”고 말한 그의 말이 브랜드에 영감을 줬다.마이클 콜린스가 가장 극적인 ‘홀로’를 경험했다는 이유로 브랜드 콜린스도 탄생했다. 콜린스는 개인의 순간을 만족스럽게 보낸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콜린스 모멘트’라고 부른다. 브랜드의 사명도 “혼자서도 충분한 삶을 위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당신과 가장 가까운 행복을 만든다”다. 콜린스가 브랜드 이야기를 구성하자, 이 이야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사업도 체계화됐다. 앞서 이 회사는 손 세정제와 홈웨어 등을 출시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브랜드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제품인 인센스를 출시해 이름을 알리게 됐다. 브랜드의 이념을 먼저 만들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출시 1년 반 만에 35만개의 제품을 팔았다.개성이 중요한 패션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스몰 브랜드가 만들어지기 좋은 토양을 지녔다. 이 업계에서는 캐주얼 브랜드인 코드그라피가 눈에 띈다. 코드그라피는 3년 전 출시된 브랜드다. MZ세대의 문화에 녹아있는 핵심적인 문화 코드를 재해석해 시각화했다. 그래픽 티셔츠로 코드그라피를 형상화한 CGP가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제품마다 다른 감성과 이야기를 담았고, 특정 제품은 한정판으로 출시해,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10~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에서 이 브랜드는 ‘패딩의 강자’, ‘5초 완판 신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브랜드의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이다. 환경문제에서 시작한 스몰 브랜드도 많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환경문제를 염려해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기 때문이다. 브랜드 희녹을 창업한 박소희 대표도 아이를 출산한 뒤 지구와 사람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에서 브랜드를 만들었다.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탈취제는 제주자원식물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편백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도입했다. 이 작업은 땅에 버려진 잎과 줄기를 원료로 활용한다. 화학 처리 없이 수증기 증류법을 통해 편백 원액을 추출한다. 환경을 보존하고 기업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마케팅도 과하게 하지 않는다.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기보다 오래 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 브랜드의 가치도 “사고의 중심을 기술이 아닌 ‘희녹’을 쓰는 사람의 일상생활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사회적 기업이자 브랜드인 동구밭도 환경을 생각하는 고체 샴푸와 세제가 주력 제품이다. 이 브랜드는 출범 당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농작물을 키우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텃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좋은 취지에도 발달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계속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가 부딪쳤다. 이후 이 브랜드는 비누를 비롯한 고체 화장품을 직접 생산하는 제조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변경했다.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도 집중했다. 생산한 제품은 프랑스의 ‘이브 비건’이나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이브 비건은 제품의 원료와 생산 과정 등에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도 하지 않았다는 인증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소비자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찾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동구밭을 찾는 사람들은 물론 화장품 기업들도 늘었다. 동구밭은 이후 품질 좋은 식물성 고체 세제와 고체 샴푸를 만드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현재 80여 명의 직원들이 이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다. 직원의 절반가량은 발달 장애인이다. 브랜드 동구밭 안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속 가능한 일상을 함께하고, 이를 이어가고 있다. SNS의 발달은 주류 문화가 배척하거나, 여기에 편입될 수 없었던 하위문화를 따르는 사람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이런 하위문화는 되려 주류 문화가 되기도 한다. 무신사는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로 시작했지만, 현재 국내 온라인 패션 유통의 강자다. 몇몇 사람의 관심사라고 여겨진 신발이 플랫폼 강자의 시발점인 셈이다. 하위문화의 대표인 온라인게임도 이제는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이 됐다.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 선수인 이상혁(페이커)은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도 규모 있는 팬덤을 가지고 있다.소비자들은 아무리 하찮고 작은 것을 좋아해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려고 한다. 하위문화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스몰 브랜드도 이런 성공 방식을 따른다. SNS 시대에서는 자신만의 하위문화를 만들고, 여기에 호응하는 사람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로 귀결된다.성공하는 스몰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우선 창업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이념을 따르고 있다. 콜린스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개인의 순간을 존중하는 문화에서 출발했다. 코드그라피는 MZ세대의 문화적 코드를 반영한다. 희녹은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아이들이 지속 가능하게 살 수 있는 지구를 위한 가치에 집중하는 문화를 추구한다. 동구밭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친환경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들 브랜드가 추구하는 문화와 가치가 많은 사람의 동조를 받는 문화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SNS를 통해 이들 문화가 퍼진다면 이런 하위문화는 주류 문화가 될 것이다.이런 스몰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당장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브랜드의 이념과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이 어떻게 브랜드의 문화를 즐기게 할지 고민한다. 브랜드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도 아끼지 않는다. 브랜드의 가치에 맞는 음악을 선정하고, 적절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인격체’와 같은 애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2023.10.16 10:00

4분 소요
‘천천히 길게, 바른투자’...파운트, 경영철학 담긴 브랜드 사이트 오픈

증권 일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 파운트는 자사 경영철학과 팀미션, 기술 방향성 등 브랜드스토리를 녹인 브랜드 사이트를 오픈했다고 13일 밝혔다.파운트 브랜드 사이트는 ‘천천히 길게, 바른투자 파운트’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워 느리더라도 꼼수부리지 않고 바르게 투자한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함과 동시에 핵심 기술과 사업 분야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화면을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특히 김영빈 대표가 영상을 통해 직접 회사의 경영 철학과 파운트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줌으로써 고객들이 더 친근하게 파운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또한 사업 분야 등 자세한 설명은 물론, 회사 연혁과 투자 전략, 핵심 인력 소개 등을 담고 있다. 누적 투자금액과 자회사 및 파트너사 등에 대한 내용과 함께 그동안 진행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총망라해 반영함으로써 파운트에 대한 고객들의 이해와 신뢰 제고에 기여하고자 노력했다.이 외에도 파운트 앱을 이용한 개인 투자자들의 상품 가입과 일임·자문 서비스 소개를 담은 B2C (개인 고객) 사업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 마이데이터 사업자와의 협업을 통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관리 서비스 등 B2B(기업 고객) 사업 등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채용 섹션을 따로 만들어 파운트에 합류하고자 하는 유능한 인재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했다.김영빈 대표는 "조금 느리더라도 장기적으로 바르게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파운트의 다짐이 담겨있는 브랜드 사이트”라며 “파운트의 미션 및 철학에 공감하고 관심있는 고객은 물론 유능한 인재들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06.13 08:55

2분 소요
“NO재팬 꺾고 오픈런 만든 아사히 생맥주 캔”...역발상이 만든 혁신 [허태윤 브랜드스토리]

유통

“포켓몬빵 이후 오랜만에 붙여봅니다. ‘아사히생맥주’ 재고 없스무니다…” 이는 어느 한 편의점주가 입구에 붙인 품절 문구다.아사히 맥주 신제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이 맥주시장에서 보기 드문 ‘오픈런’ 현상을 만들며 화제가 되고 있다.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기 전에 물량 공급 때문에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심상치 않다. 가격은 1캔에 4500원, 4캔에 1만2000원으로 용량에 견줘 다른 제품에 비해 더 비싼 편임에도 국내 출시 첫날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대형 유통점 중 유일하게 박스 판매를 하는 코스트코에는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 맥주 코너로 달려가는 오픈런이 일어났고, 편의점 GS25와 CU, 세븐일레븐에는 품절 문구가 붙기 시작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오픈 후 2시간 만에 품절’ ‘3번 만에 구매 성공’ 등 구매가 어려웠다는 후기 글이 곳곳에 올라오고 있다. 이 제품이 한국에서 발매된 것은 올해 5월이지만, 일본 시장에 출시된 것은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1년 4월이다. 일본에서도 발매하자마자 편의점에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맥주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발매와 동시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대부분 맥주가 1년 반 정도의 개발 기간을 가지는 데 반해, 이 제품은 이보다 훨씬 긴 4년이라는 개발 시간이 투자됐다. 제품은 기존의 캔 맥주가 지닌 상식을 완전히 파괴했다. 기존 캔 맥주는 이동 간편성이 생명이라 야외나 외부에서 따랐을 때 거품이 넘치지 않도록 설계돼 병맥주보다 거품이 적다. 또 캔 디자인은 이동 편의성을 고려해 마실 때 옆으로 흐르지 않도록 입구가 작게 설계된다.4년간 개발로 기존 맥주 캔 뒤집은 디자인 그러나 이 맥주는 참치 캔처럼 뚜껑을 열면 캔의 윗부분 전체가 열리면서 끊임없이 거품이 나온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왕뚜껑 맥주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생맥주의 풍성한 거품이 맥주의 풍미를 더하면서 생맥주잔 느낌처럼 입 전체를 갖다 대고 먹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든 것이 핵심 성공요인이다.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NO재팬(일본 상품 불매운동)’ 정서로 인해 다소 조심스럽지만, 이 제품의 성공 뒤에 숨은 이야기는 국내 마케터들도 참고할 것이 많아 매우 흥미롭다. 우선 소비자의 욕구를 담아내려는 브랜드의 진심을 말하고 싶다.“머그잔으로 마시는 생맥주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한마디를 붙들고 늘어져 ‘집에서 즐기는 생맥주’라는 단순한 콘셉트로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왕뚜껑 생맥주 캔’의 출발이었다. 여기까지는 어떤 마케터도 할 수 있는 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것은 이것을 제품에 반영하기 위한 고민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어떻게 하면 생맥주의 풍미와 음용의 경험을 캔에서 구현할까?’ 이 회사의 개발팀은 오랜 조사와 연구 결과 이런 콘셉트를 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풍부한 거품’과 입안으로의 ‘유입감’이라는 액션포인트를 만들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했다.두 번째는 상식을 뒤집는 과감한 역발상이다. 과거 캔 맥주는 가능한 거품을 없애기 위한 기술이 요구됐는데 이번 제품은 거꾸로 풍부한 거품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다. 생맥줏집에서 맛볼 수 있는 머그잔 맥주의 풍미는 바로 거품에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금기시되던 거품이 많이 나는 맥주를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그래서 특수 페인트를 사용해 캔 내부를 거칠게 만들어 탄산이 닿으면 거품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없었던 제품이라 도대체 얼마만큼의 거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이만큼도 충분하다” “아직 아니다” 등등의 다양한 의견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 팀은 그 기준을 ‘소비자가 놀랄까?’ ‘소비자의 마음이 두근두근할까?’라는 예상 반응으로 두고 그 목표에 부합하는 거품의 양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제품의 입구를 따면 놀랍도록 지속적으로 거품이 흘러넘친다. 승자의 저주 깬 아사히의 새로운 시도 또 다른 하나는 입 전체를 대고 마시는 입속으로의 유입감이다. 머그잔을 입에 대고 마시듯 많은 양의 맥주가 입으로 유입되게 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세계 최초로 캔 상부 전체가 열리는 캔 맥주를 시도했다. 오픈 후 캔 용기의 날카로움으로 입에 닿아도 입을 베거나, 손을 베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소홀하지 않고 위험을 없애는 이중 안전구조를 적용했다. 세 번째는 시장 선도 브랜드임에도 시도한 과감한 혁신이다. 사실 기존 시장에서 시장을 리드하는 브랜드는 혁신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많은 부분의 기업 인프라와 인적 구성이 기존 성공 방식에 익숙한 것들로 채워져 때문에 혁신이 그만큼 어렵다. 새로운 시도는 자칫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는 위험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오히려 후발 브랜드나 신생 브랜드가 혁신에 강하다.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아사이맥주는 ‘슈퍼드라이’ 한 제품으로만 일본 시장에서 1990대부터 20년간 1위를 지켜온 브랜드다. 그만큼 과감한 혁신이 어려운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기린’ 맥주의 거센 도전이 위기의식을 자극한 면도 있었을 것이란 짐작은 되지만, 1위 브랜드가 기존 캔 맥주의 상식을 뒤집는 과감한 역발상을 통한 혁신을 시도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어떻게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오래된 생각을 비워내느냐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은 케케묵은 가구로 가득 찬 건물과 같다. 한쪽 구석을 비워낸다면 창의성이 즉시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비자카드의 창립자 디 혹의 이 같은 말을 빌리지 않아도 ‘아사히 생맥주캔’의 성공은 우리에게 혁신을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좋은 사례다.

2023.05.28 08:00

4분 소요
강남 침수는 ‘브랜드’에게도 경종을 울렸다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지난 8월 8일의 폭우는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서울에서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많은 비로 기록됐다. 서울은 시간당 강수량 136.5㎜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였던 1942년 118.6㎜의 기록을 80년 만에 갈아치웠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 평균 키가 122㎝ 정도니 136.5㎜의 비가 대략 9시간 내리면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남학생의 키 높이 정도의 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누구는 500년만의 폭우라고도 한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내린 기록적인 비로 인한 피해는 여느 때 장마철의 난리와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잦은 물난리를 겪어 치수(治水)했다는 서울 강남 한복판은 난장판이 되었다. 시민들은 허리까지 차는 물속에서 헤엄치듯 집으로 가야 했고,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특별시의 여름을 나야 하고, 도로의 침수로 움직이지 않는 수천 대의 차들이 여가 저기 뒹구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를 걱정했다. 한국의 겨울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은 더 길어진다는 말의 무게감이 다르게 들린다. 한국뿐 아니다. 일본 역시도 마찬가지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국민에게 전기사용을 자제했지만 에어컨은 끄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 역시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가 그 원인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그뿐인가. 유럽에는 기록적인 폭염에 산불까지 겹쳤다. 영국은 사상 처음으로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었고 포르투갈은 47도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후버댐 수위가 1937년 물을 채우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일 정도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고 앞으로 더 자주, 심각한 폭염과 가뭄, 홍수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제 기후 변화는 의심할 수 없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가 됐다. 우리가 해 왔던 그대로 탄소 기반의 소비와 경제구조에 의존한다면 매년 같은 자연재해에 의해 생명을 위협받을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여기거나 먼 미래의 일처럼 만으로 느껴졌던 환경재앙이 자신들의 곁에도 찾아 왔다는 위기의식은 우리 주변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 지구를 지키는 문제는 모두의 생존 문제가 된 것이고, 소비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해보지 않을 도리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있어 환경의 이슈는 이제 ESG경영(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건강하게 실천하는 경영)을 뛰어넘는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 친환경 브랜드 찾는 MZ세대 지난해 대학내일이 MZ세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70%에 가까운 이들이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71%가 제품 구매 시 가격과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 기업을 고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소비 행동 자체가 당장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영국, 미국, 브라질, 캐나다, 일본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영국의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민텔의 조사도 같은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51%가 자신의 소비행동이 기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54%의 소비자가 아직 지구를 구할 시간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 됐는데 소비자의 47%가 생산과정에서 발행하는 이산화탄소의 양 같이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 주는 라벨링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42%의 응답자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쉽게 보여주기를 원했다. 쉽게 말하면 소비자는 더 늦기 전에 기후 변화와 환경 보존을 위해 뭐든 하기를 원하기에 좀 더 친절한 안내만 있다면 그 브랜드를 더 사용하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인식하고 일찍이 환경에 대한 철학을 브랜드 이념으로 선언하고지속해서 마케팅을 펼치는 브랜드가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 철학을 브랜드의 이념으로 삼고 진정성 있게지속해서 성공적인 브랜딩을 펼치고 있는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평범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용기 있는 브랜딩을 실천해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 파타고니아의 '5R' 이색 광고 카피 미국에서 연중 가장 많은 매출이 일어나는 블랙 프라이데이날 신문에 게재한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광고는 환경을 위해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파타고니아를 단박에 개념 있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시켰다. ‘R’로 시작하는 5줄의 소비자 환경 선언에는 ‘환경을 위해, 우리 옷은 튼튼하게 만들어졌으니 (새로 살 필요가 없는 사람은) 사지 마세요(Reduce).’ ‘손상된옷은 수선해줄 테니 사지 마세요(Repair).’ ‘싫증이 나면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팔아 재사용할 수 있게 해줄 테니 사지 마세요(Reuse).’ ‘옷이 낡아서 못 입게 되면 매립이나 소각 하지 말고 우리에게 돌려주면 리사이클(Recycle) 하겠습니다,’ ‘자연에게 그대로 되돌려 줄 수 있는 세상을 다시 상상(Reimagine)합니다’라는 카피가 그것이다. 이 광고를 통해 오히려 매출이전년 대비 40%가 성장하자 어떤 이는 고도의 상술이라고 했고, 다른 이는 위선적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환경에 대한 진정성은 일회성 프로모션이나 행사로 점철되는 여느 브랜드와 달랐다. 그들의 40년이 된 사업 미션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환경 위기를 깨닫게 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파타고니아와 같이 오랜 시간 환경 문제를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고 유지해온 기업이 있다면 최근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며 새롭게 환경을 브랜드 이념으로 걸고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하는 곳이 있다.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비건 화장품을 만드는 한국의 비건 화장품 ‘톤28’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의 웹사이트에는 ‘우리가 줄인 플라스틱 병 수 53만6009개’ 헤드라인이 보인다. 이들은 타 화장품 대비 플라스틱 용기 비율을 98%까지 줄여 종이로 만든다. 지금까지 팔린 ‘톤28’의 종이용기 상품 개수다. 그뿐 아니다. 제품의 원료도 합성 계면활성제, 합성방부제, 합성향, 합성 색소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모든 제품을 천연 원료로 만들고 있으며, 보존제 최소화로 4주 사용을 권장할 정도로 피부 보호와 환경에 철저하다. 한마디로 환경을 트렌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 또한 다르다. 화장품 기업으로서 ‘아름다움’ ‘멋’을 내세우지 않는다. ‘행동’(movement)이 핵심 가치이고 내부 슬로건은 ‘행동하는 내일의 바를 거리’다. 바를 거리를 만들되 내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 하는 브랜드로 이해된다. 회사의 모든 의사 결정은 이 슬로건으로 판단되고 결정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국내 비건 화장품 업계 브랜드 평판 1위(한국기업평판연구소자료)를 차지했다. 더 놀라운 것은 매출이 모두 구독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브랜드를 지속해서 재구매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두 브랜드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단순하다. 환경에 대한 생각을 단순히 트렌드의 하나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이념으로 체화시키고, 지구와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절박함과 진정성에 근거 하고 있다. 최근 ESG가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며 하나의 트렌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이 하고, 하지 않으면 정부와 소비자로부터 지탄받기에 담당 부서를 만들고 척도를 만든다. 그러나 오늘의 환경문제는 소비자 개개인이 기후의 재앙으로부터 입는 피해가 ‘나의 문제’로 나타난다. 절대로 ‘하는 척’, ‘흉내 내기’, 보여주기‘의 수준으로는 그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SNS를 통해 브랜드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상에 알려진다. 진정성 있게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 촉진의 전 단계는 물론이고 폐기하는 과정까지 기업의 철학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더 친절하게 브랜드와 제품의 환경영향을 알리고 이해시켜야 한다. 알 듯 모를 듯한뻔한 메시지가 아니라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데, 얼마나 기여 하는 것인지를 구체적이고도 쉽게 알려야 한다. 기후 변화는 더는 의심의 대상이 아닌 것을 소비자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소비도 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해야 하는 행동으로 유도해야만 브랜드가 선택받기 때문이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2022.08.20 10:00

6분 소요
“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MBTI 마케팅의 양면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1 “전 앤팁(ENTP)인데그쪽은...?” “전 인프제(INFJ)입니다.” “저랑 잘 맞겠네요.” #2 “에스프제(ESFJ)는 지원 불가입니다.”“인프피(INFP), 인팁(INTP)분들 많은 지원 바랍니다.” #3“MBTI가 뭐세요?”“전 앤프제이(ENFJ)가 나오던데...”“어쩐지....” 이상의 대화가 외계인 대화로 들린다면 당신은 ‘인싸(인사이더)’가 아니다. 첫 번째 장면은 소개팅에 나온 남녀의 대화다. MBTI라는 성격검사를 통해 유형화된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면서 논리적인 사람의 성향을 일컫는 ENTP의 유형인 남자가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성이 발달한 여성과의 소개팅에서 MBTI 성격 궁합을 맞춰보는 실제 대화다. 두 번째 장면은 어떤 기업이 MBTI 결과를 가지고 사람을 뽑는데 특정 직군에 대해 선호하는 MBTI 유형을 노골적으로 SNS에 광고한 문구다. 물론 논란이 거셌다. 세 번째는 사내에서 직장동료 두 사과의 대화 내용이다. 한사람이 상대방의 MBTI를 묻자, 따뜻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사교성이 풍부한 유형인 ENFJ라고 하자 상대방의 행동을 그 성격유형으로 바로 일반화하며 해석하는 장면이다. 요즘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MBTI와 관련한 흔한 에피소드다. ━ MBTI, 18~29세 90%가 경험 MBTI 열풍은 단순히 MZ세대를 뛰어넘는 조짐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지난해 말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세 이상 우리 국민 중 52%가 MBTI를 해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이 중 18세에서 29세의 국민은 90% 이상이 이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30대도 75%, 40대는 53%, 50대도 40% 가까운 국민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요즘 젊은 사람과 대화하려면 MBTI를 모르면 말이 안 통한다는 얘기고, 조금 트랜드에 민감한 중‧장년층도 MBTI를 알아야 뭘 아는 축에 속한다는 말이다. 국민 중 반 이상이 테스트해본 경험이 있으니 혈액형을 통한 성격 유형화를 뛰어넘는 국민 성격 테스트로 등극한 셈이다. 그뿐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검사 경험 응답자의 83%가 MBTI로 확인된 본인의 성격 유형과 실제의 성격유형이 일치한다고 대답했다. 한번 테스트를 해본 사람들은 그 성격 유형에 상당한 신뢰를 보낸다는 것이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미국 심리학자 캐서린 브릭스가 홈 스쿨링을 통해 그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을 교육하던 중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성격유형 이론을 근거로 만든 심리검사다. 이들이 구분한 성격유형은 ‘에너지 방향’,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생활 양식’의 네 가지 경향으로 구성된다. 에너지 방향은 외향형(Extroversion)-내향형(Introversion), 인식 기능은 감각형(Sensing)-직관형(iNtuition), 판단 기능은 사고형(Thking)-감정형(Feeing), 그리고 생활 양식은 판단형(Judging)-인식형(Perceiving)으로 구분한다. 4쌍(8가지)의 지표 중 좋아하는 쪽을 조합하면 총 16종류의 성격 유형이 나온다. MBTI 도입 초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해 취업이나 인간관계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목적이 강했다.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가던 MBTI가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명성을 얻은 건 2020년 중반이다. MBC의 ‘놀면 뭐하니’의 출연진인 유재석, 이효리, 비가 MBTI 검사를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탄 직후이다. 해당 방송에서 소개된 무료 MBTI 검사 웹사이트는 이후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 성격검사를 넘어 채용 당락(當落)에도 영향 MBTI는 단순히 재미로 보는 자신의 성격진단을 통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수단을 뛰어넘어, 이제는 기업들도 앞다퉈 채용과정에 활용하기도 한다. 기업문화와 채용대상자가 잘 맞는지를 체크하는 ‘컬쳐핏’을 확인하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하고, 위의 에피소드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특정 직군에는 특정 MBTI는 지원 불가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기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실제로 면접 과정에서 MBTI를 질문했는데 해당 직군과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이런 현상을 보면 기업들이 MBTI를 마케팅 수단으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미 배달의 민족은 MBTI 열풍 초기인 2020년부터 MBTI를 패러디한 BMTI(배민유형지표)이란 배달음식 주문유형을 지금까지 주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형화를 시켜 소비자들에게 배달음식 주문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결과를 SNS에 인증한 사용자에게 쿠폰을 지급해 매출 상승을 유도한 바 있다. 삼양라면의 인기 상품 불닭볶음면도 맵찔이 (매운맛에 약한 사람)의 성격 유형별 불닭볶음면 먹는 상황을 재미있게 영상으로 정리, MBTI 열풍에 올라탔다. 재미와 더불어 쏠쏠한 매출 상승을 구가했음은 물론이다. ‘카카오 선물하기’는 상대방의 취향에 맞는 맞춤 선물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줄 수 있도록 성격 유형별로 선물을 추천해 평균보다 2배 이상의 클릭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AK몰이 뷰티 전문관 샤샤몰을론칭하면서 도입한 MBTI를 이용한 ‘나만의 브랜드 찾기’ 테스트도 MZ세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만들었다. 자신의 성격유형에 잘 맞는 브랜드와 상품을 추천해주는 MBTI를 통해 개인화 마케팅으로 활용한 사례다. MBTI 마케팅은 올해 들어 금융서비스로 대폭 확대되는 현상을 보인다. 신한은행이 MBTI 검사 인증기관인 어세스타와 제휴해 무료로 정식 MBTI검사를 서비스 ‘MBTI® 정식검사 쏠게!’ 이벤트를 실시하고, 농협은행은 비대면 환전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상대로 MBTI 성격 유형별 동영상을 보여주는 프로모션을 통해 MZ세대 대상의 젊은 은행 이미지를 형성시켰다. 삼성증권도 얼마전 MBTI를 이용, 다양한 투자 대응상황을 보여주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방식의 예능 버라이어티쇼 ‘MBTI투지 토크쇼’를 선보인 바 있다 ━ MZ세대의 자아를 명쾌히 설명 이렇듯 MBTI의 열풍 이유를 심리학자들은 대개 2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찾기 어려운 힘든 세상을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자신을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회, 특히 디지털 문명과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비대면의 문화는 자신이 소속된 사회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모두 대변하지 못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가치를 가진 셈이다. 두 번째는 이제까지 가장 대중적이었던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보다 16개나 되는 훨씬 더 다양한 유형화로 인해 더 과학적이고 신뢰가 높고 그로 인해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내면을 긍정적으로 설명해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MBTI를 활용한 마케팅에 진심인 이유는 어떻게 설명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MBTI 성격유형을 활용해 상대방 행동의 이면을 일반화시켜 해석할 수 있고 예측을 하기도 한다. 한때 크게 유행했던 타로점을 보듯 재미 요소가 많다. 당연히 마케팅에 활용했을 때 고객 스스로 자발적인 바이럴과 공유 유도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유형에 맞는 상품 추천이나 할인 혜택을 제공해 개인화 마케팅으로 활용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게다가 테스트 과정을 통해 고객데이터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끝으로 MZ 세대의 특징인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경향에 잘 맞기 때문에 이들을 공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 마케팅시 ‘재미’ 이상의 활용은 금물 하지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심해야 하는 몇 가지 부작용이 상존하고 있다. MBTI는 전문적인 심리검사에 비해 전문성이 낮고 일반화하기에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때로는 두 번 연속으로 테스트했을 경우, 다른 결과가 나오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자신의 환경 변화에 따라 시차를 두고 검사를 했을 경우도 같은 개인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테스트 결과를 통해 높은 가치의 고객 이익을 제안하는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를 하면 논란이 될 수가 있다. 마케팅은 아니었으나, 수협은행이 MBTI를 공개적으로 채용과정에 반영해 커다란 논란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여성 의류 업체 미쏘(Mixxo)도 MBTI를 적용해 의상을 추천하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정작 소비자 취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MBTI를 이용한 마케팅은 ‘재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으로 이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2022.07.16 16:00

6분 소요
현대인이 열광하는 ‘멍때리기’, 광고에도 나온 까닭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유통

표준어도 아닌 ‘멍 때리기’란 말이 유행이다. 타오르는 장작불을 멍하니 보고 있는 ‘불멍’, 강이나 바다, 호수를 가만히 쳐다보는 ‘물멍’ 숲이나 나무를 보는 ‘숲멍’은 늘 쫓기 듯 사는 이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목적 없는 시간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일종의 웰빙 트랜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성수동에는 서울숲에서 ‘숲멍’ 때리기 좋은 까페로 소문난 ‘그린랩’이란 카페가 성시를 이루고, 영화관 메가박스는 자사의 스크린에 장작불영상을 보여주는 ‘메가릴렉스-불멍’상영프로그램까지 내놓은 적이 있다. ‘멍때리기’는 심지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에까지 소개됐다. 이 비속어 같은 우리말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했을 까라는 호기심과 더불어, 왜 미국의 언론이 주목했을까가 궁금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21년 11월 “멍때리기-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은 구름과 나무를 응시하기위해 돈을 쓴다”(Hitting Mung: In stressed out South Korea, people are paying to stare at clouds and trees)라는 타이틀로 ‘멍때리기’를 소개했다. 미국의 NBC는 'NBC the Today Show'에서 “스트레스받는가? 한국의 웰빙 트랜드 ‘멍때리기’를 해보라(Stressed out? Try the South Korean wellness trend ‘hitting ming)”라는 기사를 다뤘다. 혼잡함, 압박감,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세상 속, 미국인들도 한국의 웰빙 트렌드 ‘멍 때리기’에 주목하고 있다. ‘멍 때리기’는 그저 허공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멀리한 채 의미 있는 휴식이 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캐나다 트랜트 대학 심리학과 교수 엘리자베스 니스벳(Elizabeth K. Nisbet) 교수는 “멍 때리기는 삼림욕과 매우 유사하다. 아무런 방해 없이 자연에 몰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고립감과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멍때리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새로운 힐링 방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현상을 브랜딩의 기회로 활용한 브랜드가 있다. 침대 없는 침대광고를 만들기로 유명한 ‘시몬스’가 주인공이다. 영상은 이렇다. ━ 이상하게 만족감을 주는 영상, OSV #1 눈이 시릴 정도의 밝은 물을 초록 치마를 입은 다섯명의 여성들이 찰랑거린다. 영상 속 그녀들의 발동작으로 시선이 향하지만, 그녀들이 찰랑거리는 물가는 바람 없고 고요하다. #2 초록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세 명의 여인이 초록 하이힐을 신고 바람을 주입하는 풋 펌프를 천천히 밟는다. 기분 좋은 펌프질 소리만 반복해서 들린다 #3 새소리만 들리는 녹색의 정원에 하얀 담장을 배경으로 세 그루의 귤나무가 서 있다. 잠시 후 귤나무에서 잘 익은 귤들이 툭툭 떨어지는 소리가 ASMR로 들인다. #4 그 정원에서 게이트볼을 하는 사람의 발이 보이고 클럽으로 볼을 치기 위해 시계추처럼 적확하게 반복적으로 빈 스윙을 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다만 새소리만 들릴 뿐이다. #5 빈 스윙이 드디어 친 듯한 공이 잔디를 굴러 3개의 게이트를 시원하게 통과해 굴러간다. 반복적으로. #6 하나의 다른 볼은 굴러서 잔디밭 스프링클러 앞에 정확히 서자, 스프링클러가 시원하고 상큼하게 물을 분사한다. 시원한 물이 분사되는 ASMR과 함께. 총 8편의 디지털 아트 형식으로 제작된 이 광고는 이상하게 만족감을 주는 영상(Oddly Satisfying Video)이란 의미의 OSV 요소를 이용했다. 배경 음악도 없다. 다만 ASMR 기법의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 나무 열매 떨어지는 소리 등, 백색소음 만들어 있다. 기분 좋게 광고를 응시할 수밖에 없는 영상을 보여준다. 광고는 한 달도 되지 않아 유튜브 누적 조회 수 2000만회를 가볍게 넘어, 많아야 수십만에서 백만 회를 넘나들던 국내 브랜드 광고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같은 크리에이티브를 방영한 TV 광고 역시, 론칭과 동시에 2월 둘째 주 광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 또 국내 최고 권위의 광고상인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시상하는 한국광고총연합회도 이 광고를 올해 1~2월의 광고 중 ‘베스트 크리에이티브’로 선정하면서 연말 광고대상을 예약하기도 했다. 시몬스 광고의 제작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만도 유튜브 조회 수 100만회를 넘겨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시몬스의 이번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이 광고들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더 놀랍다. “1시간 반복 재생 광고 만들어 주세요”, “영상을 보면 긴장감이 사라진다”,“ 광고를 일부러 찾아보긴 처음이다” “영혼이 빠져나가는느낌” 등…. 한마디로 소비지들에 편안함과 위로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란 제품 콘셉트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기능적 특성을 감성적 가치로 전환 시키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제품 광고 속 침대를 보여 주지 않는 대신에 코로나 팬데믹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의 영상을 보여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이란 기능적 속성조차 감성적 편익으로 전달한 가장 이상적인 브랜드 효능감을 만들어 냈고 이는 팬덤 현상으로 이어졌다. ━ 시몬스 광고 전략의 비결 시몬스의 이러한 광고 전략은 어떻게 나왔을까. 우선 동시대의 문화적 현상을 흘려보내지 않은 통찰에 그 이유를 찾고 싶다. ’멍 때리기‘가 사회현상이 된 것은 코로나 이전부터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현실을 살아내는 현대인들에게 코로나 팬데믹은 더 큰 고통을 주었다. 마음대로 여행하지 못하고,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일상에서 오는 고통은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정신질환 수준이었다. 시몬스는 여기에 주목했다, ’멍때리기의 심리적,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고 이로 인해 실제로 멍때리기 대회까지 열려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자 다른 모든 브랜드가 코로나를 이용해 더 저렴한 제품, 더 기능적인 제품을 팔려고 할 때, 시몬스는 그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주는 브랜드의 ‘멍때리기’영상을 선사한 것이다. 소비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동조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기꺼이 브랜드의 팬이 되어준다. 두 번째 비결은 광고를 문화 콘텐트로 만든 용기다. 이런 용기가 아무런 상업적 메시지 없이,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편안해 지는 문화 콘텐트로 만들었다. 소비자의 길목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찾아서 보는 광고를 만든 것이다. 브랜드가 광고를 만들면서 제품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는 데에는 용기와 확신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광고가 당장의 판매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놓고, 제품을 굳이 보여 주지 않아도 경쟁자의 어떠한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여유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무 브랜드나 할 수 없기도 하다. 세 번째는 제품기능보다 브랜딩에 집중하는 브랜드를 중심에 둔 마케팅 전략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단 며칠 만에 유사한 기능을 갖춘 제품이 나오고, 제품에 대한 가짜 뉴스가 판을 치며, 최저가를 내세운 온라인 쇼핑몰을 판을 치는 세상에서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을 브랜딩임을 임을 일찌감치 알아챈 것이다. 시몬스가 이런 광고와 더불어 서울의 성수동, 부산의 전포동에 지역 문화에 부합하는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를 만들고 침대와 전혀 상관이 없는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열어 MZ세대의 감성에 불을 지른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로 서울의 청담동과 부산의 해운대에 ‘시몬스그로서리스토어’를 만들어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이 지역 전체를 MZ세대의 성지로 만든 것 역시 다른 이유가 아니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2022.04.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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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당연하게 소비생활에서도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그런데 가장 뚜렷한 소비행태 변화를 보인 집단은 누구일까. SNS를 통해 바이럴을 주도하고, 구매력도 높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일까? 대답은 ‘노’다. 정답은 놀랍게도 액티브 시니어로 대변되는 5060 소비자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변화’라는 보고서를 보면 2019년과 20년 사이 온라인 결제 건수 증가율과 결제액 증가율에서 1위는 단연 50대와 60대였다. 그뿐만 아니다. 쿠팡, 배달 앱, OTT 결재액을 토대로 본 앱 서비스 결재액 증가율 최상위 역시 이들이다. 심지어 얼마 전 시작된 새벽 배송의 원조인 ‘마켓컬리’에서도 2021년 이들이 차지한 비중이 무려 25%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디지털 기기에 능숙해 ‘실버 서퍼(Silver Surfer)’ ‘웹버족(Webver, 인터넷을 뜻하는 Web과 노인 세대를 지칭하는 Silver의 합성어)’과 같은 신조어로 불린다. 빅데이터 컨설팅회사 롯데멤버스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발간한 ‘2020 트렌드 픽(Trend Pick)’에 의하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3,925명 중 30.6%가 인터넷 쇼핑을 이용한다.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대생)의 인터넷 쇼핑 비중(35.0%)과 격차가 크지 않은 결과다.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소비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MZ세대에 주목하며 이들에게 어떻게 구애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던 마케터들이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에 주목하기 시작하는 이유다. ━ 시간적 여유 많고 경제력까지 갖춘 세대 ‘액티브 시니어’라는 용어는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그는 ‘오늘날의 노인은 과거 노인과는 다르다’라면서 50~75세를 풍부한 사회 경력과 경제력, 소비력을 갖춘 세대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뒀지만, 사회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경제력도 상당하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의 액티브 시니어는 과거 ‘실버세대’라고 불렀던 이들과는 다르다.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5060세대들로 그들의 20대에 그랬듯, 발 빠르게 유행을 받아들이고, 한국이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던 그들의 30대에 그랬듯, 높은 구매력으로 요즘 가장 뜨는 시장의 중심에서 흐름을 주도해 나가는 그룹이다. 이들이 50~60대가 되자, 시간적 여유가 더해져 이들의 안정된 경제력 기반 위에 어느 시대의 50~60대보다 활발하게 자신들을 위해 주체적으로 삶을 즐기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인류로 탄생한 것이다. 고교평준화를 경험하고, 졸업정원제로 더 넓어진 대학 문을 통해 교육 수준도 높아진 이들은 산업화와 민주화로 일군 자산이 더해져 소비의 질적 수준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양적으로도 가장 의미 있는 집단이 되었는데, 2020년 행안부의 인구통계가 그 증거다. 우리나라 50대와 60대의 인구 비중은 각각 16.6%와 13.5%로 전체인구의 30.1%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액티브 시니어 소비자 시장의 폭발력은 마케팅 현장 곳곳에서 보인다. 연예 프로에서는 마이너 종편채널이었던 TV조선을 메이저로 만든 프로그램 ‘미스트롯’ 과 ‘미스터 트롯’의 대박 행진의 이면에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문화 파워가 있다. 미스터 트롯 결승전의 문자 투표에 방송 사상 유례가 없었던 770만건 참여가 이를 뒷받침한다. 트롯 열풍과 더불어 탄생한 스타들을 이용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세정그룹 라이프스타일 패션 전문점 '웰메이드(WELLMADE)'는 전속 모델 임영웅과 함께한 트롯웰송 3탄 '젊.그.송'을 유튜브와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해 트롯웰송 시리즈 1, 2탄에 이은 3탄은 공개된 지 불과 일주일여 만에 51만 조회 수를 돌파했고, '우리 영웅님과 찰떡', '웰메이드송 대박' 등 2,200여개 댓글이 달리며 액티브시니어 팬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온라인 주요 소비자로 서는 5060세대 온라인을 통해 중장년층 사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온라인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70대 액티브시니어 윤여정을 모델로 발탁, 2030 타겟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뚫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미니멀룩을 즐겨 입는 윤여정은 주로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의 옷을 통해 체형을 감추는 전형적 중년 여성 스타일에 반란을 일으키며 기성세대 사이 '윤여정 패션'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그재그는 네 편의 시리즈로 공개된 광고로 각각 162만회, 424만회, 117만회, 6만4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녀는 광고에서 보통의 패션광고에서처럼 ‘나 따라해봐’가 아닌 ‘너네 맘대로 사’ 라는 메시지로 2030의 가치소비 심리를 저격했다. 물론 윤여정이란 특별한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한예슬과 같이 반짝이는 2030세대의 별 대신, 70대에 접어든 그녀를 선택하며 브랜드는 그들 삶의 새로운 롤 모델로 패션에 대한 인사이트를 준 것은 물론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패션 플랫폼 참여를 이끌어 냄으로써 경쟁브랜드인 ‘에이블리’와 ‘브랜디’를 저만치 앞서가기 시작했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개념과 비슷한 우리식의 이름으로 ‘오팔(OPAL)세대’라는 신조어가 있다. Old People with Active Lives(활기찬 삶을 사는 신노년)의 약자로 매년 트랜드 리포트를 내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2020년의 새로운 키워드로 처음 제시한 ‘오팔세대’는 오팔 보석처럼 세대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색깔의 소비를 한다는 의미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대변하는 ‘58년 개띠’ 세대를 중의적으로 의미한다. 김 교수가 말한 ‘오팔세대’의 개념도 결국 새로운 소비의 중심으로 등장한, 전에 없었던 새로운 인류로서의 5060세대인 것으로 느껴 진다. 그런데 이들의 삶의 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변종 바이러스와 같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90년대 맥북과 2천년대 초반 아이폰의 첫 구매자였으며, ‘라이코스’ ‘야후’ ‘다음’과 같은 포털 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했던 웹시대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웹에서 앱으로의 이동하는 것이 귀찮거나 조금 미뤄도 되는 일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가족부양의 굴레에서 벗어나면서 만들어진 시간적, 경제적 자유를 자신에게 투자 하며 이전의 세대가 꿈꾸지 못했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소비그룹으로 재등장 한 것이다. 우리 삶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긴 코로나 팬데믹은 이들을 본격적으로 디지털 소비의 새로운 주역으로 끌어냈을 뿐이다. ━ 신인류 WAVY 세대의 등장 광고회사 대홍기획이 올 초 발표한 WAVY세대라는 신조어도 주목할 만하다. Wealthy. Active, Value, Youth의 약어로 사회 경제적 부와 능동적 성향을 토대로 추구해온 가지를 단단히 다지고, 젊음을 놓치지 않으며 새로운 물결을 주도해 나가는 지금까지 없었던 신인류, 새로운 5060 세대를 일컫는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부산의 5060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과거의 ‘OPAL세대’와 ‘액티브 시니어’로 상징되던 이들 그룹을 새롭게 정의했다. 우선 이들은 삶의 가치로 실속과 합리를 선호하며, 타인의 시선과 잣대보다는 본인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소신껏 프리미엄을 향유 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분야는 큐어(cure) 즉, 치료가 아닌, 케어(care)를 목적으로 하는 건강관리(71%)라는 것을 파악했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하는 건강 관리가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라테스와 같은 케어 혹은 시술을 받는데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케어족’이다. 또한, 이들은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쇼핑이나, 배달 앱에 거부감이 적으며, OTT와 유튜브의 능숙한 디지털 프런티어다. 한편으로 지인 모임을 취미처럼 즐기며 얻고 싶은 정보는 주로 지인 모임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경험하며 전파한다. 마지막으로 WAVY 세대는 나이키, 애플, 테슬라, 파타고니아와 같은 감정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브랜드를 사랑한다. WAVY 세대가 과거의 새로운 5060에 대한 인사이트와 다른 점은 젊음에서 밀려 나와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젊음의 연장 선상에서 앞으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신인류로 그들을 바라본 것이다. 015B라는 그룹의 ‘신인류의 사랑’이란 노래가 나온 것이 90년대 초다. 따져보면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신인류들이 지금의 ‘액티브 시니어’ 이자 ‘OPAL세대’이며 ‘WAVY’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이들이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이자,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의 주역으로 부를 축적했고, 문화적으로는 10대엔 팝음악과 20대엔 마이클 조던을 동경했으며 30대에는 한국 대중문화의 전성시대 속에서 커리어 하이라이프를 구가 했던 이들, 또한 40대에는 아이폰을 가장 먼저 접한 이 세대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오늘날 MZ세대를 넘어 소비 시장의 중심이 된 신인류로 다시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2022.02.12 18:00

6분 소요
경험 내세우는 ‘젠틀몬스터’ 공간 브랜딩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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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연구소를 운영하는 패션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50년 된 대중목욕탕을 매장으로 만들더니 인형의 집, 세탁소를 콘셉트로 이색 매장을 선보이고, 쇼룸을 복합문화 공간형태인 만화 가게로 나타내기도 한다. 2011년에 만들어진 이 브랜드는 10년 만에 세계적인 팝스타이자 패션 아이콘인 마돈나와 최고모델 지지하디드 등 글로벌 셀럽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가 됐다. 그뿐만 아니다. 루이비통을 보유한 세계적인 명품 그룹인 LVMH의 계열사 엘 카터 톤(L CHATTERTON)이 700억원을 투자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독창적인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팬디’, 미국의 ‘알렉산더 왕’, 밀라노의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10 꼬르소꼬모’등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며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 냈다. 이들이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면 마치 새로운 전시의 개막을 기다리듯 업계와 명품 브랜드들 그리고 럭셔리 소비자들이 기대한다. 외형적으로도 현재 아이웨어 브랜드로는 드물게 중국, 뉴욕, 런던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 50여 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며, 30개국 400여 매장에서 3000억원(2019년 기준) 매출과 더불어 30%에 가까운 놀라운 영업 수익을 올리고 있는 ‘몬스터’로 성장했다. (2020년은 코로나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유지를 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신흥 럭셔리 브랜드 이야기가 아니다.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 그리고 공간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의 독특한 자기다움을 만들고 있는 이 브랜드는 토종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이야기다. ━ 홍보 예산 대신 디자인에 투자 젠틀몬스터는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던, 디자인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김한국 대표가 회사 대표를 설득해 만든 안경테 회사가 그 출발이다. 규제가 심한 사교육 시장을 극복할만한 새로운 사업을 물색하다가 어떠한 상황에도 규제를 받지 않는 동시에 대기업과도 경쟁이 없는 안경테 사업에 주목했다. 사업 초기, 유명 타투이스트와 협업 작업을 진행하며 내심 그를 설득하면 유명 연예인이 젠틀몬스터 제품을 착용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 타투이스트는 연예인에게 끝내 제품을 주지 않았다. 이유는 충격적이게도 “제품이 예쁘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여기서 김 대표는 안경테도 예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선택되지 않는다는 디자인에 대한 본질적 니즈를 절실히 깨우쳤다고 한다. 이후 수개월 동안, 주요 타깃층인 ‘패션피플’이 원하는 차별화된 디자인 개발에 몰입한 끝에 시장에서 서서히 반응을 얻게 된다. 젠틀몬스터는 이후부터 모든 마케팅과 홍보 예산을 디자인에 쏟아 붓는다. 대표 스스로가 디자인 공부를 미친 듯이 한다. 직원이 몇 안 되는 회사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디자이너들을 선발하고,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기존 아이웨어 업체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만들며 디자인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던 중 젠틀몬스터는 또 다른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된다. 2014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가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많은 돈을 들인 PPL이 아니었다. 당시 전지현이 선글라스를 쓰는 장면이 있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가 200가지가 넘었다. 브랜드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젠틀몬스터’도 전지현 스타일리스트에게 전달됐지만, 선택의 여부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뛰어난 디자인을 가진 제품력이 브랜드의 운명을 갈라놓은 셈이다. 이것이 젠틀몬스터가 ‘천송이 선글라스’로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중화권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시발점이 된다. 그런데 또 여기서 타 브랜드와 다른 행보를 걷는 ‘젠틀몬스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히트한 드라마 PPL은 단기간에 소비자에게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효과를 가지지만 지속성을 가지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관심의 효과를 지속시키는 것이 브랜드의 진정한 실력이라 할 수 있다. 젠틀몬스터는 이렇게 만들어진 인지도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의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해 팬덤을 만들어 나간다. 공간을 활용한 브랜딩이다. 논현동에서 시작한 쇼룸을 청담동, 홍대로 확장하면서 매장 자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보통의 안경가게가 아닌 ‘젠틀몬스터’의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초현실 예술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초현실 예술 작품으로 가득 채운 갤러리 공간 같은 매장에서 ‘젠몬다움’을 경험하는 브랜드 공간이다. 서울 북촌에서는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 ‘BATH HOUSE’라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켰고, 홍대 매장은 25일마다 매장 디스플레이 콘셉트를 바꾸는 ‘퀀텀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지속했다. ━ 예술 공간 선보이며 ‘젠몬다움’ 경험 제공 대구 매장은 세탁소를 콘셉트로 세상을 놀라게 했으며, 압구정동에 매장에는 폭탄을 맞은 듯한 건물의 잔해 속에 자체 로봇연구팀이 만든 6족 보행 로봇이 어슬렁거리며 신기하고 낯선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당연히 고객들은 자발적인 SNS 활동을 통해 확산에 일조했다. 젠틀몬스터는 돈을 내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대중적인 브랜드를 지향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차별화는 고객의 브랜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처럼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가 반응해야 대중이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한 브랜드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젠틀몬스터’란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김한국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3개월 동안 칼을 옆에 두고 100권의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다. (칼을 옆에 둔 이유는 자신의 결심이 흐트러지거나 책에 집중하지 않으면 손을 잘라 버리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당시 특히 뇌과학과 심리학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면서 인간의 소비 심리와 관련된 인사이트를 얻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지금과 다르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그랬다. 그것이 몬스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한다. 그래서 ‘젠틀몬스터’는 젠틀하게 삶을 살아가되 내면에 감춰진 몬스터적인 욕망을 표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을 반영한 심리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아이웨어로 시작했지만 젠틀몬스터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이다. 이들이 만드는 브랜드 경험은 비단 공간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향을 만드는 조향사, 미디어아트 전문가, 로봇 전문가, 바리스타, 파티시에, 소믈리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성을 가진 직원들에 의해 공감각(共感覺)적으로 만들어진다.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감각적 경험은 그렇기에 입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젠틀몬스터 브랜드 DNA를 물려받은 스킨케어 브랜드 ‘템버린즈’ 와 새로운 디저트 판타지를 그리는 ‘누데이크’의 성공적인 출시를 보면 그 말에 수긍이 간다. 최근에는 젠틀몬스터가 중국 베이징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 SKP-S의 요청으로 백화점 공간 디자인에 참여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켜 그들의 미래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젠틀몬스터 브랜드 이념이자 가이드 라인은 ‘세상을 놀라게 하라’이다. 이런 이념 아래에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한 독특하고 기발한 디자인과 그 브랜드를 독창적이고 빛나게 하려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한 브랜드 경험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오면서 짧은 기간에 브랜드 위상을 높여왔다.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계속 놀라게 하며 진화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2021.08.0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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