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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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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대통령’ 트럼프 달리는데…갈 길 먼 韓 가상자산 시장

재테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은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여전히 엄격한 규제에 묶여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산업 육성책이 담긴 가상자산법 2단계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미국을 글로벌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비축 자산’(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으로 매입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밝히며, 그동안 규제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다뤄온 미국 행정부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겠다는 태도를 명확히 취했다.여기에 대통령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가상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최윤영·김민승 코빗 공동 리서치센터장은 “특히 상원은 주요 규제 기관장 인준과 법안 통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화당 의원들은 가상자산 혁신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전에 표결되지 않은 법안들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으며, 이런 법안들이 상·하원을 통과하면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규제 명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개미’만 있는 韓코인 시장…“기관 투자 필요해”하지만 미국이 적극적인 정책 변화에 시동을 건 것과 반대로 한국은 여전히 규제 일변도로 인해 가상자산 산업 성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월 13일 열린 ‘디지털자산 콘퍼런스(D-CON) 2024’에서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가상자산을 육성해야 한다”며 “정부가 2017년에 설정한 규제들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전문가들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기관 투자가 제한돼 있어 리테일(소매)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점이 큰 문제라 진단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려면 은행에 연결된 실명계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법인에는 계좌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구두 행정지도로 계좌 발급을 막고 있어 법적 근거가 부실한 ‘그림자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허용과 같은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리테일 투자 중심의 한국 시장 구조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만약 현 상태로 리테일 중심의 시장을 유지한다면, 한국 시장이 글로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블록체인 생태계가 자본시장의 주요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제한적 규제를 고수하고 있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산업 키울 2단계법 요구하는 가상자산 업계이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산업 진흥책을 담아낸 가상자산법 2단계법이 시일 내로 시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법)이 시행됐지만 제한과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1단계법의 취지는 당연히 공감하지만,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와 파생상품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업권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2단계법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국내 거래소들이 더 다양한 금융 상품을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변호사는“1단계법이 사업자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해주지 않고, 무조건적인 처벌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정의와 사업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디파이, 가상자산공개(ICO) 등에 대한 규정을 포함한 2단계 법안이 빨리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물론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가상자산 기술이 산업 전반에서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에서도 ▲NFT 발행 ▲메인넷 구축 ▲지갑(월렛) 등 다양한 사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법인 시장 참여를 위해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당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문제를 시작으로, 향후 ▲2단계 가상자산법 추진 방향 ▲가상자산 거래지원 개선 문제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 범정부 협업 과제도 폭넓게 논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2024.12.02 09:00

4분 소요
‘코인을 사랑한 국회의원’ 김남국, 논란 어디까지?[위클리 코인리뷰]

재테크

위클리 코인리뷰는 한 주간의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을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흩어져있는 시장의 정보를 ‘코인러’ 여러분께 정리해 전달 드립니다. 지난 일주일에 대한 리뷰이므로 현재 시세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논란이 일주일 내내 이어지고 있다. 위믹스로 시작된 논란은 코인 구매 자금 출처, 마브렉스·젬허브·보라 등 P2E(Play to Coin·돈 버는) 게임 코인 매매, 국회 회의 중 매매 등 일파만파로 확산했다. 김 의원은 “짠돌이로 살았다”, “굴러 들어온 돈은 하나도 없다”며 연일 반박하고 있지만 그의 해명들이 계속 거짓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다.주간 코인 시세: BTC, 일주일 새 10% ↓…他 알트도 동반 하락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8~12일 비트코인 가격은 최저 3493만9102원(12일·금요일), 최고 3829만1721원(8일·월요일)을 기록했다.이번 주 비트코인은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주초 3800만원 초반대에서 지난 12일 3500만원 초반대로 수직낙하한 것이다. 장중 한때엔 3400만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12일 오후 4시 5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9.96% 빠졌다.한주 내내 비트코인에는 악재들이 줄지었다. 우선 바이낸스에선 한국시간으로 지난 8일 오전 10시 비트코인 인출이 중단됐다가, 2시간 만에 재개됐다. 같은 날 오전 12시께에도 역시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혼잡을 이유로 1시간가량 비트코인 출금을 중단한 바 있다.11일 오전 3시께에는 갑자기 미국 정부가 1만1800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락하기도 했다. 이어 12일에는 암호화폐 마켓메이커(MM)인 제인스트리트와 점프크립토가 미국 내 규제 강화에 따라 사업을 대폭 축소한다는 소식에 시장이 움츠러들었다. 다른 주요 알트코인들도 비트코인과 비슷하게 급락했다. 지난 12일 오후 4시 50분 일주일 전보다 이더리움은 7.65%, 리플은 8.07%, 에이다는 7.76%, 도지코인은 10.97% 빠졌다.주간 인물: 김남국 “하늘에서 떨어진 돈 없다”거액의 코인 보유 논란을 빚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금 출처 의혹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12일 김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늘에서 떨어진 돈, 굴러 들어온 돈은 하나도 없고, 공개하면 모든 게 투명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김 의원은 “외부에서 자금이 들어왔다면 현금이 뭉칫돈으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나 (은행) 창구를 통해 들어와야 하는데, 이자가 분배돼 들어온 것 말고는 없다”고 설명했다.이어 “문제가 없어서 법원에서 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했는데, 수사기관으로 의심되는 곳이 특정 언론에 흘려서 엄청나게 뭐가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또한 김 의원은 지난해 소속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도중 코인 거래를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저희도 확인이 안 돼서 거래 내역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김 의원은 지난해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 당시 암호화폐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 시간을 이용해 매매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11월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보고가 이뤄진 법사위 전체회의가 진행되던 중에도 코인을 거래했다는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2일 김 의원에 대해 윤리감찰을 지시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상임위 회의 시간에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한 활동이 있었는지 그와 관련한 품위유지 문제가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품위 유지 문제만으로도 징계가 가능한 것이냐’는 질문에 권 대변인은 “그렇다”고 답했다.아울러 김 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가 게임업체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WEMIX)라는 점을 들어 게임 업계의 입법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김 의원이 보유한 것으로 특정된 암호화폐 지갑 ‘클립’ 거래 명세에 따르면, 위믹스는 해당 지갑에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262회 입금·이체됐다. 김 의원은 2022년 2월 16일 위믹스 83만8000여개를 다른 지갑에서 전송받아 보유한 뒤 이후 다른 지갑으로 이체했다. 이는 위믹스 재단이 공시한 2022년 1분기 세계 유통량 2억1500만 위믹스의 0.38%에 달하는 액수다.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작년 6월부터 매달 위믹스를 매수하고 있는데, 장 대표가 올해 4월 말까지 15차례에 걸쳐 매수한 63만2000 위믹스보다 김 의원이 2월경 보유했던 위믹스가 더 많다. 위믹스를 발행하고 운영하는 장 대표보다 김 의원이 위믹스 코인을 더 많이 사들인 셈이다.한편, 김 의원은 해당 지갑을 통해 위믹스 외에도 여러 종류의 국산 P2E(Play to Earn) 게임 코인을 활발히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마블의 ‘마브렉스’(MARBLEX)는 199회, ‘젬허브’(GemHUB)는 139회, ‘자테라’(Zattera)는 78회, ‘보물’(BOMUL)은 33회, 카카오게임즈의 ‘보라’(BORA)는 6회 거래됐다.주간 이슈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국회 정무위 통과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이 의결됐다. 그동안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 19건을 통합·조정한 이 법안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은 가상자산에서 제외했다.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고객 예치금의 예치·신탁 ▲고객 가상자산과 동일종목·동일수량 보관 ▲해킹·전산장애 등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의 적립 ▲가상자산 거래기록의 생성·보관 등을 의무화했다.또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뿐 아니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원회가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처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다. 과징금은 이익의 2배로 결정했다.백혜련 정무위원장은 “가상자산이 비로소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주간 이슈②: 여야, ‘가상자산 공개법’ 속도 낸다여야가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기 위해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해 개정안 심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지난 11일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윤 원내대표는 “박광온 원내대표와 저와 생각이 같기 때문에 행안위 양당 간사를 통해서 이미 법안은 제출돼 있으니까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김기현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직자들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하고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김남국 방지법’이 시급히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가상자산을 재산 등록과 신고 대상으로 하고, 이해충돌 내역에 포함시켜 법의 미비점과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주간 이슈③: 권도형, 몬테네그로 법원에 보석 청구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현지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지난 11일 오후 12시 30분(현지시간)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씨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보석을 청구하며 보석금으로 각각 40만 유로(약 5억8000만원)를 제시했다.상·하의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법정에 선 권 대표는 보석을 허가한다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지정된 아파트에서 지내며 도주하지 않고 재판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권 대표의 현지 변호사인 브란코 안젤리치가 속한 법인 소유로 알려졌다.베치치 판사가 보석금은 누가 내느냐고 묻자 권 대표는 “아내가 낸다”고 답했다. 이어 재산 규모를 묻자 권 대표는 “한국에 아파트 1채가 있다”고 답했다. 다른 재산은 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언론 앞에선 밝히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2023.05.13 07:02

6분 소요
대형마트서 비트코인 거래하는 美···'암호화폐 ATM' 우리는 왜 없을까

가상화폐

#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월마트가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 200대를 미국 전역의 매장에 배치했다. ATM에 현금을 넣으면 종이로 된 비트코인 바우처가 발행되고, 가상자산(암호화폐) 결제업체 코인미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인증하면 비트코인 구매가 완료된다. 반대로 비트코인에서 현금으로 교환도 가능하다. 월마트는 고객 반응을 보고 추가 설치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전세계적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암호화폐 ATM을 설치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전세계 암호화폐 ATM 비중 약 86%를 차지하며 ATM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암호화폐 ATM 도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암호화폐 ATM 북미에만 95%…한국은 ‘0대’ 글로벌 암호화폐 ATM 설치 현황을 보여주는 코인 ATM 레이더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전세계 암호화폐 ATM은 총 3만1159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1만대를 돌파한 지 약 1년 만에 3배가량 늘었다. 2013년 10월 불과 4대로 시작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이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ATM 설치를 주도했다. 전세계 암호화폐 ATM 설치 현황을 보면 미국이 2만7023대(86.7%)로 가장 많은 기계를 보유했다. 미국은 일 평균 48대의 ATM이 설치되며, 암호화폐 ATM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코인 ATM 레이더는 분석했다. 이어 캐나다는 2117대(6.8%), 유럽은 1353대(4.3%)로 뒤를 이었다. 전체 암호화폐 ATM의 98%가량을 북미와 유럽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244대(0.8%)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홍콩(130대)에 있으며, 나머지는 대만과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자리 잡아 있다. 지난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화한 엘살바도르에서도 ATM 도입이 활발하다. 현재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 ATM '치보'가 총 231대 설치돼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법정화폐로서의 비트코인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자신의 트위터에서 치보 앱과 ATM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국내에서는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ATM이 한 대도 없는 실정이다. 2014년 3월, 블록체인 기술업체 코인플러그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커피세도나’에 국내 1호 비트코인 ATM을 설치한 바 있지만 2017년 커피세도나가 폐점하면서 ATM도 함께 철거돼 사라졌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도 2017년 9월 암호화폐 오프라인 영업점 ‘코인원블록스’를 만들고 내부에 비트코인 ATM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듬해 ATM은 중단됐고, 2019년 코인원블록스도 폐쇄됐다. 단, 내년 1월에는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ATM을 만나볼 가능성이 커졌다. 블록체인 기술업체 다윈KS는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 ATM인 ‘DTM(Digital autoTeller Machine) 크립토’를 내년 1월 서울 강남구 소재 모 병원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 업체는 2019년 정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후 암호화폐 ATM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해왔다. 다만 이 케이스는 한시적으로 특례적용을 받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행된다. 향후 국내에서 암호화폐 ATM 도입이 활성화될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 국내 거래소 “ATM 도입 계획 없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ATM 도입 계획이 있을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에 취재한 결과, 모두 ATM 도입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과거 비트코인 ATM을 운영했던 코인원의 관계자도 “당시 암호화폐 시장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며 “당장 재가동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ATM 운영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굳이 도입 필요성을 못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중은행 ATM 구입 비용은 약 1000만원인데 반해 암호화폐 ATM은 180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부스나 보안장치를 추가로 마련하면 금액이 3000만원가량으로 뛴다.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ATM도 매달 평균 130만원 정도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오프라인 이용객 유치 계획이 없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ATM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중소 거래소는 더욱 도입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난 9월 24일 가상자산 관련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4대 거래소 외 중소 거래소는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했다. ATM의 핵심은 현금 인출인데 원화 계좌를 연동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ATM 도입도 어려운 셈이다. ━ “외국인 수요가 국내 시장 확대 견인할 것” 전문가들은 앞으로 암호화폐 ATM에 대한 수요가 외국인을 중심으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이 암호화폐 ATM을 이용하면 번거롭게 은행이나 환전소를 가지 않아도 간편하게 환전할 수 있어서다. 또 외화 반출이 엄격한 국가의 외국인들은 고액의 실물 화폐를 갖고 출국하기 어려워 암호화폐를 통한 인출이 필요할 수 있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국내 선진 의료기술을 이용하려 입국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들의 수요가 암호화폐 ATM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도 “외화 반출 제한 때문에 불법적인 경로로 수술 받는 외국인들이 있다”며 “암호화폐 ATM 도입이 활성화되면 외국인들의 합법적인 의료 이용이 활성화돼 불법 의료시장 발전을 막고 국내 의료산업 성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병원 외에도 공항, 호텔, 백화점, 면세점 등 수요는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2021.11.18 14:11

4분 소요
비트코인 상승세지만 '우려 시각' 여전…레이 달리오

증권 일반

비트코인 가격이 5700만원대로 올라섰다. 이더리움도 430만원을 넘어서며 상승세다. 엘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 법정화폐화에 대한 거부감이 절정에 달한 모양새다. 세계 최고의 투자전문가 중 하나인 레이 달리오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16일 오후 4시 5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0.45% 상승한 574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5600만원로 상승한 비트코인은 이날도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며 결국 5700만원대를 넘어섰다. 이더리움은 24시간 전 대비 0.44% 오르며 431만원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처럼 전날부터 상승폭이 커진 이더리움은 이날 오후 430만원대를 돌파했다. 주요 암호화폐들의 시세 상승과 별개로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여전하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컨퍼런스 '솔트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비트코인이 막판까지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다"며 "(규제당국이) 이(비트코인)를 죽이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각 나라의 규제 리스크가 있어 투자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또한 달리오는 '돈나무' 캐시 우드의 '5년 내 비트코인 50만달러' 전망에 대해서도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달리오는 지난달 초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누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비트코인과 금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금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히며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신중함을 드러냈다. 한편 엘살바도르에서는 국민들의 비트코인 거부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 엘살바도르 독립 200주년 기념일인 지난 15일(현지시각) 수도 산살바도르 등에선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나이브 부켈레 정부에 항의했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산살바도르에선 시위대가 비트코인 입출금기(ATM)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의 법정화폐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비트코인의 변동성, 범죄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반대 여론에도 법정화폐를 강행했다. 엘살바도르 국민들은 비트코인 법정화폐화 반대와 함께 부켈레 대통령의 독재정치에도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리플은 24시간 전 대비 0.38% 오른 1335원에 거래 중이다. 에이다는 0.51% 하락한 294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09.16 16:18

2분 소요
[고란 코인도란] 위기의 코인시장과 워런 버핏의 투자원칙

증권 일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의 투자원칙이다. 하나,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Never lose money). 둘, 절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말아라(Never forget rule No.1). 장기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고수익이 아니다. 잃지 않는 투자다. 원금이 반토막 나려면 가격이 50% 떨어지면 된다. 그러나 그 반토막난 원금을 되돌리려면 100%의 수익을 거둬야 한다. 지난주 코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공포를 맛봤다. 5월 부처님오신날 이후로 슬금슬금 오르는 시장에 경계감을 살짝 늦췄다. 그랬더니 여지없이 철퇴가 내려졌다. 청산을 당한 이들도 꽤 나왔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덜 벌더라도 조금 잃어야 한다. 코인 시장은 변동성이 크다.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간 강제 퇴학당할 수 있다. ━ 국내에선 무슨 일이=대마불사, 4대 거래소는 살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실명계좌를 내주니 마니 했지만, 다들 내심 ‘설마, 안 주겠냐’고 짐작했다. 반전은 없었다. 현재 실명계좌를 보유한 이른바 4대 거래소는 모두 실명계좌를 받았다. 업비트는 지난달 일찌감치 신고 접수를 마쳤다. 빗썸도 실명계좌 계약이 이뤄지자 9일 바로 서류를 접수했다. 코인원ㆍ코빗도 10일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마쳤다. 실명계좌를 받아 24일까지 신고 접수를 마치지 못한 거래소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사업을 접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제출한 폐업 대책에 따르면, 거래소는 영업 종료 7일 전, 곧 17일까지는 회원들에게 폐업 사실을 적극적으로 공지해야 한다. 전담창구를 두는 등의 출금 지원은 최소 30일 이상 진행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당장은 코인 마켓만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다. 오케이비트ㆍ코어닥스ㆍ텐엔텐 등은 이미 원화마켓 운영을 중단했다. 그런데 원화 마켓이 없는 거래소를 누가 굳이 쓸까. 궁여지책이다. 하루라도 빨리 실명계좌를 빨리 확보하지 못하면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은 받았지만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그렇지만 영업은 계속 하고 싶은 거래소는 벼랑 끝에 몰렸다. 이들 가운데 9개 거래소가 7일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실명계좌 요건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한결같다. 예정대로 특금법은 시행된다. 아직까지 실명계좌를 받지 못했지만, 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래소도 있다. 고팍스가 대표적이다. 1일 일종의 코인 마진거래를 제공하는 ‘프로(PRO)마켓’의 문을 닫고, 이곳에서 거래하던 26종의 코인을 상장폐지한다고 공지했다. 국내에서 마진 거래는 불법이다. 혹여나 실명계좌 발급에 문제가 될 소지를 아예 없앴다. 10일부터는 실명계좌 사전 예약 이벤트도 시작했다. 실명계좌 서비스가 열릴 경우 사전 예약자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저런 이벤트를 하지 싶다. 또 다른 거래소 지닥은 7일 “정통 금융 재무 관료, 고위 공무원 출신”을 감사로 영입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회사의 감사가 고위 공직자, 이를 테면 전관 출신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강조한 보도자료는 처음이다.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인재 영입으로 비추어 진다. 후오비코리아는 10일 코인 62종에 대한 무더기 상장폐지 공지를 냈다. 대체로 코인 개수가 많으면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심사할 때 감점요인이 된다. 해외 거래소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면 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해외 거래소 중 ISMS 인증을 받은 곳은 전무하다. 이들은 대신 자신들이 특금법 대상 거래소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한국어 지원과 한국인 대상 커뮤니티 운영을 중단했고, 원화 결제 옵션도 삭제했다. 한국어 안내 서비스도 안 한다.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만든 법인데,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 해외에선 무슨 일이=디파이, ‘블랙스완’ 될까 7일부터 엘살바도르에선 비트코인이 진짜 돈이 됐다. 전세계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환호했지만, 정작 현지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다. 1000여명의 시민들이 수도 산살바도르에 모여 비트코인 반대 시위를 벌였다. 가격 변동성이 커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도 비트코인 법정통화 도입에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질서와 안정을 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아예 엘살바도르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막연한 반감뿐이 아니다. 기술적 결함도 불안감을 키웠다. 접속이 몰린 탓인지 앱 마켓에서 엘살바도르 정부의 공식 디지털 지갑인 ‘치보’가 다운로드되지 않았다. 전국에 설치한 200개의 자동입출금기(ATM)도 문제를 일으켰다. 여러 난관에도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의 법정통화화를 밀어붙이는 건 ‘밀레니얼 독재자’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때문이다. 엘살바도르 국민이 해외에 나가 벌어들인 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달한다. 국민의 70%는 은행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중간에 은행을 끼지 않고도 가치(돈)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비트코인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범죄율 세계 1위, 자국 통화가 없어서 달러를 법정화폐로 쓰는 나라의 밀레니얼 독재자에게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도입은 도전해 볼 만한 실험이다.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날 수 있다. 그리고 실패를 바라는 기득권 세력이 너무 공고하다. 때마침 음모론(?)을 들먹여야 할 정도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뚜렷한 악재가 없었다. 사후적 해석이라곤 '그간 올랐으니 떨어질 때가 됐다든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말처럼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정도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코인 시세 하락이 부풀어버린 파생상품 시장 때문이라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가격 하락에 선물시장에서 롱 포지션(가격 강세를 예상한 매수세력) 청산이 일어났다. 마켓 데이터 플랫폼 비코인에 따르면, 8일 기준 지난 24시간 주요 암호화폐 선물 거래소에서 39억1000만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청산됐다. 선물 시장이 무너지면서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시장에도 충격이 갔다. 디파이 시장은 서로 얽혀 있다. 하나가 무너지면 줄줄이 무너진다. 게다가 최근 너무 많이 커졌다. 시장 폭락 직전인 7일 기준으로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된 코인 자산 규모가 1801억4000만달러(약 210조8000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다. 게다가 그 가운데 디파이 대출 규모가 302억7000만달러(약 35조5000억원), 역시 최대다. 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아가는데, 코인 가격이 급락하면 담보금이 부족해 자동 청산이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가격 하락에 추가 담보금을 준비하지 못한 이들의 담보 코인이 시장에서 헐값에 팔려나가면서(청산되면서) 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이번 폭락 때 청산된 규모가 1억6800만달러로 역대 2위다. 참고로 1위는 5월 19일 부처님 오신날이다. 6억6000만달러가 청산됐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이유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코인베이스 소송 가능성에서 찾는 이도 있다. 급락 이유라기엔 시차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해석이 나오는 건 SEC와 코인베이스가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과 상징성 때문이다. 코인베이스 측의 설명에 따르면, SEC는 코인베이스가 출시 준비 중인 대출 서비스를 문제삼았다. USDC 등 코인을 예치하면 적격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4% 수익률 제공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다. 코인베이스는 USDC를 빌려주는 게 전부라고 주장하지만 SEC는 이 상품에 증권적 성격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자가 아니라 배당이라는 해석이다. 코인 시장에 바삭한 SEC 위원장이다. 워낙 잘 알다 보니 그간 규제사각 지대에 있었던 디파이 같은 시장까지 감독하려고 한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다. ‘광기’라는 단어 말고는 꼭 맞는 어휘가 떠오르지 않앗던 NFT 시장은 조금 진정되는 분위기다.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의 거래량이 감소 추세다. 지난 8일에는 약 85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8월 21일 이후 처음으로 하루 거래량이 1억달러에 못 미쳤다. 거래량이 정점을 찍었던 8월 29일(3억2000만달러)와 비교하면 70% 넘게 줄었다. 거래 열기가 식으면서 판매 평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7일간 NFT 최저 가격은 1.02 ETH에서 0.37 ETH로 3분의 1토막 났다. BAYTC의 평균가격은 20만달러 수준에서 최근 13만3000달러까지 하락했다. 크립토펑크 최저 가격도 40만달러에서 27만달러까지 떨어졌다. ━ 위클리 코인=루나(LUNA), 투더문? 비트코인의 점유율이 50% 아래로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이 급락하면 알트코인이 동반 급락한다. 패턴이 그렇다. 그런데 이번 급락에서 어떤 코인은 이례적인 가격흐름을 보였다. 테라 프로젝트의 거버넌스 코인인 루나(LUNA)가 그렇다. 루나는 11일 43달러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가격을 경신했다. 5월 폭락장 때 4달러선까지 밀렸던 걸 감안하면 3개월여 만에 10배 넘게 오른 셈이다. 테라 프로젝트의 출발은 결제 플랫폼 구축을 위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개발이었다. 코인을 결제에 쓸 때 가장 불편한 점은 가치가 변한다는 부분이다. 결제를 위해서는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가치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쉬운 방법이 그 코인에 해당하는 만큼의 자산을 예치해 두는 것이다. 테더(USDT)가 그런 경우다. 코인을 가치를 안정적(스테이블)으로 만드는 가장 어려운 방법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이다. 스테이블코인과 그 가치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담보코인이 쌍으로 존재한다. 정확한 알고리즘에 따라 발행과 소각이 결정된다. 그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이 능력이다. 예를 들어 테라 프로젝트에서 1달러의 가치와 연동된 코인은 UST다. 시장에서 UST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UST 가치가 갑자기 1.2달러가 된다. 그럼 이걸 1달러로 맞추기 위해 UST를 추가발행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담보코인인 루나를 사서 태우는데 쓴다. 곧, UST의 사용처가 늘어날수록 루나 수량이 줄어 루나 가격은 오른다. 반대로 UST를 아무도 찾지 않아 0.8달러까지 가치가 떨어진다면, 담보코인인 루나를 팔아 UST를 사들여 가격을 1달러로 맞춘다. 루나가 시장에 풀려 팔려나가니 당연히 루나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테라 프로젝트는 처음엔 결제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부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주식을 토큰화한 미러, 예치 플랫폼 앵커 등으로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 조만간 테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프로젝트(테라월드)도 론칭한다. 올 초에는 갤럭시디지털ㆍ코인베이스ㆍ판테라캐피탈ㆍ해시드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주머니도 넉넉하다. 특히 최근 강세는 이달 말로 미뤄진 메인넷 업그레이드(콜럼버스5)가 다가오면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더 갈까. 장기적으로는 테라 생태계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달려있겠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너무 급등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탈지, 조정을 기다릴지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필자는 현재 루나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지난주엔 고용, 이번주엔 물가 예상치에 훨씬 못 미치는 고용지표로 시장은 테이퍼링이 늦춰질까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주 일부 연방은행 총재들 사이에서 매파적인 발언이 나오면서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감이 다시 커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목표는 두 가지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고용부문에서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고용 때문에 테이퍼링을 늦췄다가는 치솟는 물가에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표가 14일 발표된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예상치는 5.3%(전년 대비)다. 2008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갔던 전월 5.4%에서 소폭 둔화를 점친다. 6월부터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둔화폭이 커질 시기인데도 여전히 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기저효과는 4분기 다시 살아난다. 4분기 물가상승률이 재반등할 수 있다. 물가안정세가 예상했던 것만큼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연준은 본격적인 돈줄 조이기에 들어갈 수 있다. 비트코인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시가총액 3위 암호화폐인 카르다노(ADA)의 하드포크가 12일 밤 9시 44분경 진행된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도입해 카르다노가 본격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업그레이드다. 그 기대감에 에이다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상승 재료가 끝나도 상승 기조를 이어가려면 카르다노 플랫폼 위에 좋은 디앱들이 얹어져야 한다. 생태계가 잘 구축될수록 코인 가격은 올라가게 돼 있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2021.09.13 09:25

8분 소요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5) 블록체인은 인터넷 신화 넘어설까] 불가피한 미래의 선택지 될 수도

전문가 칼럼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일상에 새 바람… 암호화폐 보상 시스템 도입한 킬러앱 필수 블록체인이란 거래의 모든 당사자가 거래 장부를 나눠 보관해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개발자가 2009년 블록체인과 이를 기반으로 만든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개념을 처음 선보인 이후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블록체인 시스템 개량에 나섰다.러시아 출신의 캐나다인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은 블록체인에 거래 장부뿐만 아니라 스마트 계약서를 첨부해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이더리움을 고안해냈다. 중국의 개발자인 슈아이 츄는 블록체인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퀀텀(Qtum)이라는 이름으로 상용화에 나섰다. 거래 장부보다는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라는 속성을 눈여겨본 아이디어다. ━ 블록체인 연구·상용화 활발 기업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블록체인 연구와 상용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하이퍼레저(Hyperledger)’와 ‘R3CEV’다. 하이퍼레저는 리눅스 재단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 R3CEV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흔히 블록체인을 인터넷에 비유한다.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해 세계를 연결한 것처럼 블록체인을 통해 다시 한번 대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기업과 여러 기관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지자체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회사 데이터베이스(DB)를 블록체인으로 교체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오래 됐다.그래서 누군가는 블록체인이 지금까지 크게 보여준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 심지어 버블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7년부터 닷컴버블을 능가하는 암호화폐 버블이 2018년 초까지 진행됐다 꺼졌다. 당시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 같은 기술로 통했다.이제 냉정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볼 때다.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 밤새는 사람이 늘어났다. 재미있고 신기한 장난감이었던 인터넷은 문서들이 하이퍼링크 되어 있는 웹이라는 정보의 바다였다.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신대륙을 감상했고, 정보를 여기저기 퍼나르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낯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메일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인테넷이 대중화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인공지능은 더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포스트 인터넷이라고 하는 블록체인에 사람들은 인터넷만큼 열광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건 비트코인이 일상에서 우리에게 피부로 와닿는 신천지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비트코인은 화폐시스템의 명칭이고, 비트코인 시스템을 설계한 알고리즘이 블록체인이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채굴의 등장은 사토시가 설계한 비트코인 암호경제의 한계를 드러냈다. 블록이 늘어날수록 생성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거래 속도가 늦어지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가령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분산화와 보안성에 먼저 초점을 맞추고 개발을 시작했는데, 사용자 수가 아주 많은 지금에 와서는 거래 처리 속도가 매우 느려서 문제다. 비자카드의 결제 처리 속도는 평균 초당 2만4000TPS(초당 트랜잭션 처리량)인 반면 비트코인은 7TPS에 불과하다. 확장성의 한계로 이제 비트코인으로 송금을 한다는 게 너무 어렵고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 거래 속도 늦고 확장성 떨어진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핵심 철학인 ‘탈중앙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블록체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탈중앙화를 포기하자는 이들과 블록체인 철학을 지키고자 한다면 확장성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탈 중앙화와 확장성은 서로 모순돼 함께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페이스북이 암호화폐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간편결제 서비스시장 변화를 주도하게 될까? 페이스북은 세계 24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하고 결제서비스를 갖추게 되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리브라는 점성술에선 천칭자리다. 천칭은 저울이다. 따라서 리브라엔 공평·정의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페이스북은 2018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비자·마스터카드를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들과 접촉해 암호화폐 바탕의 결제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냈다.리브라는 미국 달러나 다른 국가의 법정화폐와 연동하는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다. 보유한 금이나 은만큼만 화폐를 발행했던 금은본위제와 닮았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 혹은 실물자산과 연동하기 때문에 일반 암호화폐와 다르게 하루 사이에 가치가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일이 거의 없다. 페이스북은 ‘1달러=1리브라’와 같은 형태로 가상통화 가치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일 통화에 고정된 환율로 운영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암호화폐가 생소하거나 암호화폐에 부정적 시각을 지닌 이용자도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결제서비스를 사용하는 데는 거부감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페이스북은 리브라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수십 억 명이 거래 수수료 없이 돈을 보관·사용·송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페이스북의 사용자 24억 명이 은행 계좌 없이도 QR코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가 출시되면 암호화폐 사용자가 2~3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기존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소외계층을 포용하고, 소비자들이 금융거래에서 부담했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리브라가 확산되면 태환 준비를 위해 더 많은 전통자산이 필요하다. 선진국 단기 채권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가 집중될 수 있다. 유럽이 단일 통화로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경제 기초가 약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부담이 커졌다. 경제 격차를 조절하는 환율 기능이 퇴화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리브라 생태계의 지배구조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초기 창립자들이 운영권을 좌우한다. 페이스북은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언젠가’ 이 같은 중앙통제를 없애겠다고 주장하지만, 리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금융자산 관리를 위해 ‘통제자’의 존재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상 저커버그 제국의 화폐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자체 암호화폐 발행은 페이스북이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데도 보탬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절실하다. 암호화폐 리브라 결제시스템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등을 e커머스 등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가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월 마크 저커버그는 연례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암호화와 암호화폐처럼 거대 테크 기업의 부상을 거스르는 중대한 경향이 있다. 나는 더 깊이 (이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연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 ━ 리브라 앞세운 페이스북의 도전 페이스북은 코인 유통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 리브라의 영향력은 결제, 전자상거래, 은행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리브라는 전통적인 금융파트너의 폭리와 수수료를 줄일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저축을 늘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은행에 데이터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금융 서비스 제공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지점 없는 도발적인 은행을 건설하는 데 리브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신원 확인 기술이야말로 그동안 번거로운 절차로 고객이 부담스러워했는데, 블록체인 애플리케인션인 디앱(dApp)을 활용해 페이스북 커넥트와 같은 로그인 기능을 구축할 수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인기 서비스를 디앱(dApp)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온라인 ID 기능을 블록체인으로 확장할 수 있다.블록체인에 2019년은 인터넷으로 치자면 1994년이다. 인터넷은 1996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3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급진적인 변화가 올지 1994년만 해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블록체인도 2년쯤 후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꿔놓은 것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져올까.암호화폐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록체인이 어떤 기술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달려든 투기 자본이 많았다. 블록체인에 참여자가 급증할 때 구동이 잘 안되는 문제가 있어 기술적 회의론도 퍼졌다. 중요한 건 세계가 디지털 경제로 가고 있다는 점이고,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 내고 이를 원장 분산 저장으로 가치를 보장 받는다는 점이다.블록체인의 개화기는 언젠가 올 것이다. 인터넷망에서는 구글·애플·아마존·우버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탄생한다. 개인들은 이들 플랫폼에 접속해 자신의 신분 정보를 내준다. 기업들은 이들 개개인 (또는 개인정보)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다. 이와 달리 블록체인은 플랫폼 사업자처럼 중앙집권화된 조직이 필요하지 않다. 지금의 우버 시스템에선 회사(우버) 측이 중개 수수료로 수익금의 35%를 가져가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면 개개인이 나의 브라우저가 있고, 내 지갑(월릿)이 있어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일대일 연결이 된다.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승차공유뿐 아니라 부동산, 신용카드 포인트, 우유, 음악 저작권 등 지금 거래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디지털화되면서 기존 비즈니스 체계가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의 근간을 ‘신뢰화된 개인’이 연결되면서 가능할 것이다.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신하고 ‘탈중앙화(Decentralized)’ 사회를 가져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규제 당국이 탈중앙화를 이해하고 기존 사회의 법과 규칙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인터넷이 처음 도입될 때도 많은 나라가 보안과 신뢰성을 문제 삼아 인트라넷을 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조직조차 클라우드에 자료를 보관한다. 기술은 생각보다 세상을 금세 바꾼다.다만 더 빠르고, 더 편리한 세상이 왔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의문이 들 수 있다. 인터넷은 기존 산업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큰 성장을 이루는 듯보였다. 하지만 산업시대의 경제·사회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독점의 심화, 검열의 강화, 데이터 독점 등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인터넷은 새로운 기술이면서 동시에 공유·개방·참여 등 중요한 사회적 키워드를 담고 있었지만 이런 것들은 대부분 서비스 기획적 요소 이상을 넘지 못했다. 인터넷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주목했던 사람들은 실망했다. 혹자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이 되는 기술 발전에 두려움을 느낀다.편리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기술이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하다.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사회가 그것을 어떤 가치에 맞게 사용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회는 더 편리해지는데 우리는 정말 이전보다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고 합당한 대우를 받고 살고 있는 것인가. 블록체인이 지금 우리 시대에 사회를 변화시킬 새로운 기술로 떠오르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시대 소비자 혜택은 무엇일까? 기존 플랫폼의 장점은 구매 편리성, 통합된 혜택, 소품종 대량 생산 등에 있었다. 블록체인 시대에는 기존 장점에 더해 중간 유통 축소,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가 가능한 사회, 품질만족, 회원 간 유대감, 제공자와 이용자 간 신뢰가 극대화될 것이다.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걸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페이스북부터 삼성전자까지, 소셜플랫폼부터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인 디앱(DApp)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스타트업 중심의 블록체인 플랫폼 시장에 대기업이 진입하면서 기존 서비스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디앱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페이스북이 기존 주요 매출원인 광고에 암호화폐를 도입하고 기존 앱을 기반으로 보상체계를 구축하면 디앱 시장은 활성화될 것이다.우리나라에서도 내수 성장이 정체된 카카오가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를 앞세워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메인넷)’을 오픈하고 이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반 앱을 공급하는 스토어도 개척할 전망이다. 물론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인 ‘디앱’이 아니라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는 토큰 이코노미가 적용된 ‘비앱’을 우선 도입해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대중화를 위해 기존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하는 파트너사를 30여 개로 늘렸다. 이 중 절반가량은 해외 서비스 업체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꽉 막힌 수익성을 돌파할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기존 서비스 이용자를 기반으로 높은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디지털 자산시장을 노린다는 복안이다.디지털 자산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한 스마트폰 제조 업계도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적용하고, 디앱을 탑재한다. 애플과 화웨이도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자사 운영체제(iOS)를 기반으로 암호화 작업을 돕는 프레임워크 ‘크립토키트’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애플 역시 단말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탑재할 것이다. 이들 기업은 기존 제품·서비스 이용자를 기반으로 높은 접근성을 확보했다.물론 디앱 이용률은 아직은 저조하다. 사용자들이 디앱 사용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다. 킬러앱이 부족할 뿐더러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시각이라도 코페르니쿠스식 전환은 부지불식간에 다가온다. 대기업의 디앱 스토어 진출로 실생활 상용 사례가 늘어나면 상황은 반전돼 시장 활성화가 전망된다. ━ 디앱 이용률 아직은 저조해 대기업을 통해 디앱 신뢰성과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디앱 스토어 운영 주체들은 검증된 파트너사와 사업을 하거나 자체적인 보안 프로그램을 구동해 안전성을 제고할 것으로 보고, 인프라 측면에선 분명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디지캐시(DgiCash)의 창시자이자 ‘비트코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차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블록체인 킬러앱은 결제와 메시지 기능을 결합한 애플리케이션이다.”페이스북은 이를 알고 행동하는 것일까? 디지털 주권을 보호하기에 현재의 SNS는 불충분해 보인다. 페이스북만 하더라도 알고리즘 문제부터 데이터 유출까지 각종 구설수에 시달렸다. 겉으론 플랫폼 중립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로 돈을 벌었다. 알고리즘 조작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의 솔루션이 SNS에서 채택되기 시작하고 블록체인의 킬러앱이 그 속에서 ‘결제와 메시지’를 결합해 탄생하면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블록체인은 보안에 민감한 기술이기 때문이다.그래서일까?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 자회사 칼리브라를 만들었다. 칼리브라는 페이스북의 메시지 서비스와 연동된다. 또 암호화폐인 리브라를 저장, 송금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도 제공한다. 이는 리브라와 어울리지 않는 기존 서비스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페이스북은 칼리브라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페이스북의 소셜데이터와는 분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유출이나 남용 걱정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리브라가 ‘사유화된 IMF’라는 비판 속에서 이용자 데이터를 남용한 전력이 있는 회사가 금융 서비스를 하도록 내버려둬도 되겠댜는 비판도 제기된다.리브라는 탈중앙형 가치를 지닌 원래의 블록체인과는 다른 형태이다. 리브라의 경쟁 상대는 비트코인이 아닌 법정화폐를 유통하고 발행하는 시중은행과 중앙은행들이다. 미국 정가에선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며 암호화폐 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위법 요소는 없는지, 위험한 부분은 없는지 먼저 따져본 후 문제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서비스를 추진하라는 것이다.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는 자신들이 독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27개 리브라재단 회원들이 공동 운영한다는 얘기다. 2020년 본격 서비스될 즈음엔 회원사가 100개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해명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의 그간의 행적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리브라의 성공은 암호화폐의 분산의 종말을 고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산화가 절대가치일 수는 없다. 물론 리브라는 중앙은행의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이 글로벌 중앙은행을 꿈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원하는 대로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사실상 새로운 통화가 탄생하고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금융당국에서는 금융·통화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리브라가 초래하는 개인정보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 금융시스템 안정성 유지에 중앙은행의 따가운 눈길이 몰릴 수 있다. ━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공공의 적? 여하간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으나 암호화폐는 어쩌면 불가피한 미래의 선택지일지도 모르겠다. 핀테크지원센터는 몇년 안에 없어질 다섯 가지를 얘기했다. 현금, 신용카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이 사라지고, 홍채·정맥 등 다양한 생체인증 방법이 보편화되면서 비밀번호, 열쇠 등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예언했다. 거기에서 블록체인이 많은 킬러앱과 함께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다. 기존 콘텐트에 암호화폐 보상 시스템을 도입한 많은 킬러앱이 머지않아 소비자의 실생활에 녹아들 것이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장(국립외교원 파견)이다. 대한민국 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19.12.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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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로 확산되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

국제 이슈

온라인 거래와 디지털 화폐의 도입에 부적절한 사이버 보안이 맞물려 북한에 불법 자금취득의 길 열어줬다 미국에 가장 큰 사이버 위협을 제기하는 나라는 러시아·중국·이란·북한이다. 북한 정권은 나머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정탐에 상당히 열을 올린다. 그리고 러시아·이란처럼 파괴적인 사이버공격을 감행해 컴퓨터 디스크의 데이터를 삭제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중단시킨다.그러나 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북한 정권의 사이버 공격 역량이 독립적인 해커 그룹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도 북한에 정부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해커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둘째, 북한은 (모두 국가가 후원한 듯한) 사이버범죄를 통해 훔쳐낸 돈을 자금난에 허덕이는 정부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정부가 통제하는 해킹: 북한에 독립적인 해커가 없는 듯한 한 가지 이유는 대다수 북한 주민이 인터넷망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중국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됐지만 엘리트 계층과 외국인 방문객만 이용할 수 있다. 해커가 되려 해도 국경 넘어 해킹을 시도할 수 없다. 다른 나라의 해커들이 기술을 배우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이용하는 상당수 온라인 포럼에서 해킹 매뉴얼·코드·정보를 입수할 수도 없다.그뿐 아니라 북한은 주민에 대해 대단히 강력한 통제를 유지한다. 북한이 관련된 해킹은 모두 정부가 직접 하지 않더라도 정부를 위해 이뤄졌을 수 있다.국가가 후원하는 해커들: 북한의 사이버 전사들은 주로 정찰총국이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소속이다. 전국 각지의 학교에서 유망주를 선발해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을 비롯한 대학과 칼리지에서 사이버전 훈련을 시킨다. 2015년 남한 군 당국은 조선인민군에 소속된 사이버전 전문가가 최대 6000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북한 정부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 시설로 해커들을 보내거나 외국에서의 근로를 허가해준다. 실제로 인근 국가들로 해커 수백 명을 보내 정부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관련된 사이버 공격을 추적한 결과 상당수가 중국 내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정탐에서 파괴활동으로: 북한은 적어도 2004년부터 미국과 한국을 정탐하기 위해 사이버 작전을 펼쳐 왔다. 미국에선 군사 조직과 국무부가 표적에 포함됐다. 북한은 사이버 정탐을 통해 대량살상무기·무인기·미사일 관련 기술을 포함한 외국 기술을 입수한다.2009년 북한은 사이버 작전을 확대해 파괴활동을 포함시켰다. 그 첫 번째가 2009년 7월 발생한 해킹 공격이었다. 대대적인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으로 미국과 한국 표적들의 기능을 정지시켰다. 해커들은 ‘와이퍼(wiper)’ 멀웨어(악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디스크의 데이터를 삭제하기도 했다.북한은 수년 간에 걸쳐 은행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기타 민·군 시스템을 대상으로 DDoS와 디스크 자료삭제 공격을 계속해 왔다. 2011년 4월 한국의 농협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으로 신용카드와 현금입출금기(ATM) 서비스가 한 주 이상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2014년 12월 북한 해커들은 남한 원자력발전소의 데스크톱 컴퓨터들을 와이퍼 멀웨어로 공격해 하드 드라이브의 데이터뿐 아니라 마스터 부트 레코드(하드디스크의 부트섹터) 기동 소프트웨어까지 파괴해 복원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해커들은 그뿐 아니라 원전의 청사진과 직원 정보까지 훔쳐내 유출시켰다.북한은 미국의 발전업체들과 캐나다의 철도시스템에도 해킹을 시도했다는 혐의도 받아 왔다.소니 해킹: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기 약 한 달 전 북한은 와이퍼 멀웨어로 소니 영화사를 공격해 그 회사의 데스크톱 컴퓨터와 서버 4000대 이상을 파괴했다. 해커들은 시사회용 영화, 민감하고 종종 망신스러운 이메일과 기타 데이터까지 훔쳐내 공개했다.자칭 ‘평화의 수호자들’이라는 해커들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암살 기도를 소재로 한 풍자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의 개봉을 중단하라고 소니에 요구했다. 해커들은 또한 그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모두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영화관들이 처음에는 예정된 상영 일정을 취소했지만 결국 나중에 온라인과 영화관에서 모두 개봉됐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위협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금융범죄: 근년 들어 북한은 정부 재원 조달에 사이버 작전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이는 노골적인 자금강탈·갈취 그리고 암호화폐 채굴 등 여러 가지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이뤄진다.2016년 초 북한은 글로벌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으로부터 9억5100만 미국달러를 빼돌릴 뻔했다. 다행히 철자오류로 인해 8100만 달러의 이체에만 성공했다. 분석가들은 그 해킹 공격의 배후로 ‘라자루스 그룹’을 지목했다. 소니와 기타 은행들에 대한 공격을 포함해 북한이 관련된 상당수 공격의 배후로 여겨지는 단체다.라자루스 그룹은 지난해 150개국의 컴퓨터에 확산됐던 워너크라이 랜섬웨어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그 랜섬웨어는 피해자 컴퓨터의 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데이터를 다시 이용하려면 비트코인 암호화폐를 송금하라고 요구했다.북한은 해킹한 컴퓨터로 암호화폐도 채굴해 왔다. 해킹당한 컴퓨터에서 어려운 연산작업을 수행해 디지털 화폐 ‘소득을 올리는’ 소프트웨어를 구동한다. 그 뒤 그 돈을 해커와 연결된 계정으로 송금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북한 해커의 공격 대상이다. 그들은 남한 거래소 두 곳에서 수백만 달러 어치의 비트코인을 빼돌리고 그 밖에 10개소에서 절취를 시도한 것으로 보도됐다.사이버범죄의 위력: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사이버 정탐과 사이버 파괴공작을 동원해 비밀을 입수하고 적들에게 피해를 준다. 그러나 그들은 자국 프로그램의 자금 조달을 위해 사이버 범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된다. 이는 아마도 미국 달러화를 위조하고 그 밖의 불법 활동으로 자금을 조달한 북한의 전력을 감안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온라인 거래와 디지털 화폐의 도입에 부적절한 사이버 보안이 맞물려 북한에게 새로운 수단을 통해 자금을 불법취득할 길을 열어줬다. 핵을 비롯한 무기 개발에 대한 북한의 열의뿐 아니라 경제제재의 영향을 감안할 때 북한이 앞으로도 사이버 세계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할 방안을 계속 모색할 가능성이 큰 듯하다.- 도로시 데닝※

2018.03.11 17:30

4분 소요
등록금도 비트코인으로 내세요

가상화폐

미국·독일 등 사립대학 허용… 온라인 쇼핑에도 많이 사용돼 비트코인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댄 빌저리언도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비트코인 자산을 자랑한다. 섹스·마약·가상화폐 거래뿐 아니라 IT 전문 사립대학 등록금 납부와 온라인 쇼핑에도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IT 전문매체 마더보드에 따르면 뉴욕의 부유층 10가구가 현재 맨해튼의 고급 유치원 등록금 3만 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납부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등록금 납부는 초부유층만의 특권이 아니다.뉴욕 킹스 칼리지를 포함해 전 세계 약 5~6개 대학이 현재 등록금과 교재비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받는다. 외국인 학생에게 특히 유용한 방식이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비즈니스스쿨인 유럽 경영기술학교(ESMT)의 게오르그 갈리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트코인을 받기로 한 결정은 그럴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먼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우리 나라로 송금하는 데 온갖 어려움이 많다. 예컨대 높은 송금 수수료, 기술적인 문제 또는 국외 자본유출을 원치 않는 정부의 자본 통제 등이다.”지금껏 비트코인으로 대학 등록금을 납부한 ESMT 학생은 한 명에 불과하지만 갈리히 CFO는 많은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학생이 압도적인 과반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ESMT는 지난해 블록체인 혁신대회를 개최하고 400명의 지원자를 심사했다.학생과 교육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갈리히 CFO는 말했다. ESMT에서 전문가 대상으로 이틀간 실시하는 블록체인·비트코인 과정이 상당한 호응을 얻어 연 1회 실시에서 곧 2회로 확대할 예정이다. 갈리히 CFO는 “예상 외로 큰 관심이 집중돼 놀랐다”며 “완전 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 약 60명의 학생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비트코인을 받는 많은 대학에서 기술·비즈니스 또는 경제학 관련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학생들로만 대상을 한정한다. 예컨대 영국 컴브리아대학에선 수료 프로그램 2종과 특정 박사과정만 등록금을 비트코인으로 받는다.컴브리아대학 리더십·지속가능성 연구소의 짐 벤델 설립자에 따르면 2014년 그 옵션이 도입된 이후 비트코인으로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은 2명이었다. 벤델은 IB타임스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급변하는 분야’라며 ‘따라서 가상화폐가 대금결제에 더 널리 사용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키프로스 니코시아대학(UNIC)은 현재까지 학생 대상의 가상화폐 결제 옵션에서 세계 선두로 올라섰다. 그 지중해 연안 국가 대학에선 모든 프로그램의 등록금을 비트코인으로 받는다. UNIC 블록체인 프로그램 관리자 아이린 파트리키오스에 따르면 디지털 화폐 석사 과정 수강생의 절반뿐 아니라 약 1만1500명에 달하는 전체 등록생의 최대 2%가 현재 비트코인으로 등록금을 납부한다. 올해에만 약 282명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했다는 의미다.파트리키오스 관리자는 2014년 이후 학기마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한다고 말했다. “거래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더 적게 든다. 우리가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다.” UNIC는 앞으로 캠퍼스 내에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하고 여러 가지 블록체인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한 종의 수료과정과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학위 과정이다.영국 에딘버러대학부터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까지 아직 가상화폐를 받지 않는 대학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블록체인 교육 네트워크(BEN)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30개 대학의 학생과 교수진을 대표하는 회원 300명으로 이뤄진다고 움베르토 타란티노 공동 설립자는 IB타임스에 말했다. BEN 이탈리아는 북부의 트렌토대학부터 아래 쪽의 로마토르베르가타대학, 살레르노대학까지 각지에서 컨퍼런스와 워크숍을 개최해 왔다.타란티노 공동 설립자는 “학생·연구원 그리고 교수들의 BEN 이탈리아 회원 가입신청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미국 BEN 기구와 관련된 미국 각지 대학의 약 150개 비트코인 클럽도 가입을 원했다.걸음마 단계에 있는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보고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한 학생이 졸업 후 어떤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 답은 IT로부터 고급 패션, 인권 옹호, 정치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의 정말 쿨한 일자리다.IBM과 비자 같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자 쟁탈전을 벌인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독자적으로 IT 기술 기반의 국가화폐와 경제정책을 개발하려 가상화폐 전문가들을 고용한다. 유엔도 유엔여성기구에 블록체인 컨설턴트를 고용했다. 파트리키오스 관리자는 가상화폐를 전공으로 선택할 뿐 아니라 등록금도 비트코인으로 납부하는 학생이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더 늘어나리라 확신한다. “결제하기 쉽고 훨씬 더 효율적인 결제방식이어서 앞으로 분명 더 많이 쓰인다. 가상화폐가 우리의 미래라고 굳게 믿는다.” - 리 쿠엔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7.08.21 17:02

3분 소요
기는 법 위에 나는 신기술

산업 일반

1910년대 미국의 자동차 수는 20만 대에서 급작스럽게 250만 대로 늘었다. 길에서 움직이는 기계와 맞닥뜨린 말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겁먹어 날뛰었고, 보행자는 시속 32㎞로 달리는 기계를 미처 피하지 못해 치이기도 했다. 심지어 조지아주는 자동차를 ‘흉포한 동물’로 분류했다. 그러나 자동차가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자 난폭한 동물이라도 끌어안고 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교통법을 제정했다.요즘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 의회는 엄청 느린 속도로 기술 혁신에 반응한다. 정부의 굼뜬 반응에 반해 기술은 더 빨리 앞서간다. 신기술이 클라우드 기반의 앱과 SNS를 통해 즉시 퍼지면서 거의 아무런 법적 감독 없이 보편화된다. 정부가 행동을 취할 때 쯤이면 너무 늦어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하지만 신생 기술업체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특히 택시나 항공기 운항, 자금 흐름 등의 구식 기준을 무너뜨리려는 업체에 호기다. 최근 규제법과 기술 사이의 격차는 스포츠 도박에 관한 규정을 뒤집었다. ‘팬듀얼’이나 ‘드래프트킹스’ 같은 판타지 스포츠 사이트는 기술이 그 격차를 얼마나 신속히 이용하며 정부는 뒷북만 치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 판타지 스포츠란 비디오게임이 아니라 실제 선수를 일정한 규칙 아래 자신의 방식대로 편성해 가상의 팀을 만들어 경기를 진행하면서 그 선수 성적을 점수로 매겨 경쟁하며 승부에 베팅하는 시뮬레이션 경기를 말한다.팬듀얼의 CEO 나이절 에클스는 도박금지법에서 기술 게임을 허용하는 조항을 보고 거기에 판타지 스포츠가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올해 팬듀얼과 드래프트킹스는 응용프로그램(앱)을 개발한 뒤 스포츠 채널 ESPN과 손잡고 주요 스포츠 리그·팀과 계약해 5억 7500만 달러의 벤처펀드를 유치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대중시장에 신속히 뿌리내린 것이다.그러자 정부는 방심하던 중에 벌어진 일을 두고 펄펄뛰었다. 네바다 주정부는 그 회사들이 영업하려면 도박 면허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 법무부는 그 앱의 적법성 조사에 나섰다. 의회는 황급히 서류를 검토하며 청문회가 필요할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미 물 건너 간 일일지 모른다. 의회의 진짜 문제는 팬듀얼과 드래프트킨스가 허점투성인 기존 법에 들어맞는지 여부가 아니다. 그보다는 사모펀드 KKR, 케이블TV업체 컴캐스트, NBC 방송, 메이저리그 야구, 실리콘밸리의 여러 창투사 등 주요 투자기관(즉, 선거자금 기부 기관)이 소유한 25억 달러의 가치를 손상시켜야 할지 여부가 문제다. 또 의회는 약 5000만 명이 즐기는 판타지 스포츠를 섣불리 중단시키기는 어렵다. 그중 다수가 의원들에게 표를 줄 유권자이기 때문이다.만약 미국 정부가 1년 전에 판타지 스포츠 사이트를 면밀히 검토했다면 그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법적으로 불리하게 밀어붙이기가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시기를 놓친 정부가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업체로선 시대에 뒤진 법과 의식 없는 의원들에 맞설 땐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에 신속히 도달하는 게 최고의 전략이다. 기업이 신속히 움직일수록 정부가 가로막을 기회가 그만큼 적어진다. 이런 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드론(소형 무인비행기)이 급속히 미국의 하늘을 메우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드론 제작·서비스 산업이 생겨났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뒤늦게 규제를 마련한다고 허둥댄다. FAA가 선견지명이 있거나 신속히 움직였다면 하늘에 드론이 보이기 시작한 즉시 금지하거나 기존 항공기에 방해가 되지 안는 곳에서만 운항하도록 규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FAA는 드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해 급속히 늘었을 때와 빼닮았다.가상통화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이 기술의 개발로 수백 개의 신생업체가 생겨났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어쩌면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개조할 수도 있다. 이미 주류 통화로 진입해 라스베이거스엔 프로 복서 출신 마이크 타이슨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ATM(자동입출금기)이 설치됐을 정도다. 하지만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는가? 정부는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런 점이 비트코인으로선 더 없이 좋은 상황이다.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정부의 규제보다 앞설 수 있는 전략을 어떻게 실행하는지 잘 보여줬다. 당국이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았을 땐 이미 늦어 금지하거나 제대로 규제할 방법이 없었다. 뉴욕시는 그 두 서비스를 금지하려 했다가 시민의 반발에 부닥쳐 물러섰다.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는 어쩔 수 없이 그 회사가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면 사업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법과 기술 사이의 격차에는 위험이 도사린다. 저술가로 법·기술 전문가인 래리 다운스는 “신경제에 진정한 공공정책 위기가 닥쳤다”고 말했다. 팬듀얼과 드래프트킹스, 또는 우버처럼 법을 앞지르는 신생업체는 법의 보호를 받는 기존 업체에 의해 불필요하거나 위태로운 싸움에 휘말린다. 다운스는 그것을 “구식 법을 신상품과 서비스에 적용하려는 기성 업체들의 잘못된 시도에서 발생하는 유행병”이라고 표현했다.규제되지 않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위험한 영향도 있다. 도시 상공을 규제 없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드론은 1916년 미국 거리에 흉포한 동물처럼 등장한 자동차와 비슷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신기술의 잠재적인 피해로부터 사생활과 환경, 안전과 돈을 지키고 싶어 한다. 머지않아 ‘아주 똑똑한’ 인공지능도 개발될 것이다. 그러나 엘론 머스크(전기자동차 테슬라와 우주 수송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페이스X의 CEO)와 영국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 크게 성공한 사람은 그런 인공지능이 인류에 해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가 핵폭탄으로부터 보호받듯이 그런 기술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는 법과 행동강령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따라서 시민을 보호하는 동시에 신기술의 번창을 허용하기 위해선 정부가 ‘똑똑하고, 초당적이고, 전향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꿰뚫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KEVIN MANEY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2015.11.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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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COIN STORY - 비트코인 창시자는 누구인가

가상화폐

‘사토시 나카모토’의 신원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지만 모든 단서는 남캘리포니아의 수수한 집으로 이어져 사토시 나카모토가 현관 문 앞에 서 있었다. 겁을 먹은 동시에 짜증이 난 듯했다. 쭈글쭈글한 T셔츠, 낡은 청바지, 하얀 운동양말 차림이었다. 황급히 뛰쳐나온 듯 신발도 신지 않았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몇 주 동안 잠을 못 잔 사람처럼 멍해 보였다. 반항적인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 전투를 치른 뒤 마침내 중대한 패배에 직면한 듯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캘리포니아주 템플 시티 보안관실의 경관 두 명이 그를 양측에서 호위했다.“이 사람에 관해 무슨 질문을 하고 싶다고요?” 한 경관이 내게 물었다. “이 사람이 당신과 이야기하면 큰일 난다는데요.” “그럴 일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에게 비트코인에 관해 질문하려고 해요. 그가 사토시 나카모토라니까요.” “뭐라고요?” 경관이 멈칫했다. “비트코인을 만든 그 사람 말인가요? 상당히 어렵게 사는 것 같은데요.”비트코인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가상통화로 전성기에 하루 약 5억 달러가 거래됐다. 그 비트코인을 발명했다고 믿어지는 사람이 로스앤젤레스 샌버나디노 언덕에 은거하며 그가 가졌다고 추정되는 약 4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건드리지도 않고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터무니없어 보였다.사실 내가 나카모토의 현관문을 두드렸을 때 그가 경찰을 불렀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제 경관 두 명이 입회한 채 그와 대면하자 내 질문에 대한 그의 반응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의미심장했다. 그는 비트코인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한 역할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듯이 포장도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내 질문의 답변을 거부했다.“난 더는 거기에 관여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도 없어요”라며 그가 손사래를 쳤다. “다른 사람에게 다 넘겼어요. 지금은 그들이 맡고 있어요. 나는 더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나카모토는 더 말하려 하지 않았다. 경관들도 우리 대화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내게 이제 돌아가라고 말했다.나는 두 달 동안 나카모토를 추적했다. 결국 그와 직접 대면하고, 그와 가까운 사람들, 또 그와 함께 일한 비트코인 개발자들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는 암호통화 비트코인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대부분 말 그대로 허구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주 그럴 듯한 허구보다 훨씬 더 희한한 사실도 드러났다.내가 추적한 결과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도쿄에서 활동하며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천재가 아니었다. 대신 본명이 사토시 나카모토인 64세의 일본계 미국인이었다. 그는 모형기차를 수집하고 경력이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그는 대기업과 미군을 위해 기밀에 속하는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 내 앞에서 눈을 내려깔고 있던 사람이 바로 비트코인의 아버지인 듯했다. 사실 그의 가족조차 모르는 일이었다.사토시 나카모토는 생존자와 사망자를 포함해 여러 명이다. 한 명은 뉴욕의 랠프 로렌 디자이너이고, 미국 사회보장 색인의 사망자 명단(Social Security Index’s Death Master File)에 따르면 또 한 명은 2008년 호놀룰루에서 사망했다.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에도 한 명이 있다. 그는 실제로 일본에 살며 자신이 비트코인 창시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알려진 믿을 만한 정보와 맞지 않는 인물들이다. 비트코인 창시자를 찾아라귀화한 미국 시민의 기록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졌을 때야 잠재적으로 일치되는 프로필과 배경을 가진 사토시 나카모토가 떠올랐다. 추가적으로 국가문서 기록관에서 그에 관한 문서를 훑어보고 수 많은 인터뷰를 시도한 끝에 드디어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템플 시티에서 그를 만나기 2주 전 모형 기차 제조사에서 이메일 주소를 입수해 사토시 나카모토에게 연락했다. 처음엔 주로 증기기관차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가 내가 비트코인에 관해 묻자 나카모토는 그 이메일에 회신하지 않았다.그때가 2월 말이었다. 그 전에 그의 직업에 관해 물었다(공공 기록에는 거의 정보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얼버무렸다. 그도 나에 관해 물었다. 나는 전화로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의 장남 에릭 나카모토(31)에게 아버지가 비트코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다른 가족을 통한 시도도 효과가 없었다.나카모토는 그후로 계속 나의 통화 요청을 무시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갔다. 남캘리포니아 템플 시티의 작고 수수한 집에 도착했을 때 그의 은색 도요타 코롤라 CE가 진입로에 주차돼 있었다. 문을 두드렸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한번은 그가 창문 가리개를 살짝 열어 내다봤다. 잠시 나와 눈이 마주친 뒤 그는 가리개를 내렸다. 경관 입회 없이 그를 본 것은 그때뿐이었다.“뛰어난 물리학자인 우리 형에 관해 알고 싶다고요?” 사토시 나카모토의 막내 동생 아서 나카모토가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샌디마스 소재 웨이브스트림사에서 품질관리 책임자로 일한다. “형은 머리가 비상해요. … 수학, 공학, 컴퓨터에 뛰어나죠. 형은 못하는 게 없어요.” 그러면서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형은 성미가 고약해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형은 기밀 업무를 담당했어요. 그의 인생에서 얼마 동안이 완전히 백지죠. 형에게 접근할 수 없을 겁니다. 모든 걸 부인할 걸요. 자신이 비트코인 창시자라는 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나카모토의 동생은 그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나카모토가 부인할 거라는 이야기는 내가 번지수를 잘못 짚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로써 충분하지 않았다. 나카모토의 동생이 그가 비트코인을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지만 확실한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형과 사이가 좋지 않아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토시 나카모토와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비트코인의 부침비트코인은 컴퓨터 코드 속에 존재하는 통화다. 송금 수수료나 환전 수수료 없이 어디든 송금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된다.“비트코인이 금융거래에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컴퓨터광들이 비트코인에 흥분한다”고 비트코인 재단의 최고기술책임자 개빈 앤드리슨(47)이 말했다. 그는 호주 출신이다. 앤드리슨은 비트코인이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도난당하기도 쉬우며,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하드드라이브나 안전금고에 저장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그래도 비트코인은 대규모 절도, 사기, 스캔들에 취약하며 불안정하다. 비트코인의 가치도 2013년 최고 1200달러 이상이었다가 지난 2월 말 13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미국 상원, 국토안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미 국세청(IRS),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수사국(FBI)도 비트코인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다. FBI는 2013년 10월 온라인 암시장 ‘실크로드’를 폐쇄하고 비트코인 350만 달러어치를 압류했다. “현재 FBI가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 중 하나”라고 앤드리슨이 말했다.최근 몇 주 동안 다시 개설된 ‘실크로드 2.0’만이 아니라 도쿄에 있는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 마운트 곡스도 문을 닫고 파산 신청을 했다. 해커들에게 수백만에서 수억 달러어치를 도난당했기 때문이다.실리콘 밸리에서 활동하다가 현재 매사추세츠주 앰허스트에 사는 앤드리슨은 2010년 6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사토시 나카모토’와 비트코인 개발 프로젝트에서 긴밀하게 협력했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경제가 부상하기 전의 일이다.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이 2013년 11월 가상통화가 “장기적인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며 신중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급등했다.그 이후 비트코인 ATM(자동입출금기)이 도처에 생겨났고 인터넷 쇼핑몰 오버스톡(Overstock.com)부터 우주여행 벤처기업 버진 갤랙틱까지 다양한 업체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했다. 정치적인 의도?“비트코인의 핵심 코드를 만드는 것은 사실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라고 앤드리슨이 말했다. “약간만 실수하면 이 어마어마한 8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완전히 망칠 수 있다. 과거에도 망친 적이 있다.”앤드리슨은 거의 1년 동안 비트코인 설계자 나카모토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일했다. 비트코인 코드를 개선하느라 한 주에 40시간이나 매달린 적도 많았다. 나카모토의 회피적인 태도가 그의 특징이라고 앤드리슨은 말했다. 사실 그는 나카모토의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전화 통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의사전달은 늘 “이메일이나 비트코인 토크 포럼(열성팬들의 온라인 모임)의 개인 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고 앤드리슨이 말했다. “다른 사람이 본의 아닌 실수 하나라도 하면 그는 그를 보고 멍청하다며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 당시엔 비트코인 개발이 합법적인 일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익명성을 보호하려고 무진 애썼다.”앤드리슨이 그에게 어디 출신인지, 경력이 무엇인지, 어떤 다른 프로젝트에서 일했는지, 본명이 뭔지 물어도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우리는 코드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고 앤드리슨이 말했다.비트코인은 2009년 1월 문제가 많은 상태에서 출범했다. 나카모토는 그 코드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자원봉사 프로그래머들을 끌어모았다.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앤드리슨은 다음해 블로그를 통해 비트코인에 관해 알게 됐다. 그는 나카모토의 추적 불가능한 이메일 주소 중 하나를 통해 그에게 연락했다. 앤드리슨이 보낸 첫 메시지는 이랬다. “비트코인은 아주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나도 돕고 싶습니다. 필요한 게 뭔가요?”비트코인의 공식 출범 직전인 2008년 인터넷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들어 있는 제안서 하나가 올랐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온라인 직접 송금이 가능한 전자 현금”을 제안한 글이었다. 절묘한 점은 은행을 비트코인 사용자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그 사용자들이 시스템 관리자 역할을 맡아 비트코인 거래를 컴퓨터로 인증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비트코인 생산은 가치와 희소성을 제고하고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중한 계산을 통해 이뤄졌다. 4년마다 생산 수량을 반으로 줄이며, 2140년 2100만 개에 도달하면 생산을 멈추도록 설계됐다. 또 소수 8자리까지만 나눠지고 가장 작은 단위가 ‘사토시’로 불린다.“사토시가 정치적인 이유에서 이 일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앤드리슨이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표준화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 비트코인 재단에서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그는 지금 우리의 금융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평등을 지향하는 다른 시스템을 원했다. 은행과 은행가들이 열쇠를 가진 덕분에 부자가 되는 것을 혐오했다. 나도 비트코인에 약간 투자했는데 내가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은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수익을 올렸다. 내가 투자한 1센트 당 약 800달러를 벌었다. 사실 말도 안 된다.”2011년 초가 되자 앤드리슨과 나카모토 사이의 연락이 뜸해졌다. 나카모토는 코드 수정안을 더는 올리지 않았고 포럼의 대화도 무시했다. 그러다가 앤드리슨은 2011년 4월 나카모토로부터 놀라운 이메일을 받았다. “나를 수수께끼의 인물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나카모토는 이메일에 썼다. “정체가 가려 있는 인물이라고 하면 언론은 해적화폐라는 시각으로 비트코인을 보게 된다.” 앤드리슨은 이렇게 회신을 보냈다. “동감이다. 나도 ‘괴상한 해적 돈’이라는 개념이 싫다.”그러면서 앤드리슨은 나카모토에게 미중앙정보국(CIA)의 강연 초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 순간부터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메일을 끊고 완전히 사라졌다. 돈과 비밀,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내가 인터뷰한 나카모토의 가족은 그를 머리 좋고 침울하며 사생활 보호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말수가 적고 전화를 가려 받으며 이메일을 익명으로 사용하고, 현재 비트코인의 특징으로 알려진 두 가지 사실인 돈‘ ’과 비‘ 밀’에 집착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40년 동안 그는 자신의 본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23세에 캘리포니아 주립공대(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를 졸업한 그는 ‘도리언 프렌티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을 사용했다(1973년 LA 지방법원 기록).나카모토는 1949년 7월 일본 벳푸에서 불교 승려의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 아키코 아래서 자랐다. 아키코는 이혼하고 재혼한 후 세 아들을 데리고 1959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했고, 현재 93세로 템플 시티에서 나카모토와 함께 산다. 동생 아서에 따르면 나카모토는 어려서부터 수학에 소질을 보였다. 형은 변덕스럽고 취미도 괴상했다”고 아서는 말했다. 세 아들 중 맏이인 나카모토는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의 캘리포니아 주립공대에서 물리학 학위를 받았다.졸업 후 나카모토는 남캘리포니아의 휴스 에어크래프트사에서 일했다. “그후로 직장을 수시로 바꿨다”고 아서가 말했다. “형은 취직하려고 면접 보러 가서 면접관에게 멍청이라고 말하고 실제로 그렇다는 점을 입증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카모토는 여섯 자녀를 뒀다. 첫째는 에릭(31)으로 1980년 첫 결혼에서 얻은 아들이다. 현재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다. 그 다음 다섯 자녀는 둘째 아내 그레이스 미첼(56)에게서 얻었다. 현재 미첼은 뉴저지주 오듀본에 산다. 그녀는 1980년대 중반 뉴저지 체리힐의 유니테리언(기독교의 한 교파) 교회 친목회에서 나카모토를 만났다고 말했다. 나카모토는 20대에 휴스 에어크래프트사를 그만두고 동부로 가서 뉴저지주 캠든에 있는 전자업체 RCA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다.RCA 후속 회사인 L-3 커뮤니케이션스의 데이비드 미차 사장은 “당시 우리는 군과 정부의 항공기, 전함에 필요한 벙어용 전자·통신 관련 일을 했다”고 말했다. “기밀 사항이라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다.”1987년 나카모토 부부는 캘리포니아로 돌아갔다. 나카모토는 LA 지역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다. 미첼에 따르면 나카모토는 1990년대에 두 번 정리해고됐다. 주택담보 대출 상환금과 세금을 못내 집도 압류됐다. 장녀 아일린 미첼(26)은 그 경험 때문에 아버지가 은행과 정부에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정부의 간섭을 싫어하는 자유주의자인 나카모토는 딸에게 “정부의 힘에 휘둘리지 말고” 자영업을 하라고 독려했다. “아버지는 정부, 세금, 관리들을 아주 불신했다.” 아일린은 아버지가 하루종일 일만 했다고 말했다. “아빠는 자기가 일하는 방을 늘 잠가 뒀고 우리가 컴퓨터라도 만지면 혼을 냈다”고 아일린은 돌이켰다. “아빠는 늘 정치와 시사문제를 이야기했다. 또 첨단 기술과 옛 기술도 좋아했다. 컴퓨터를 직접 만들고는 아주 자랑스러워했다.”2000년께 나카모토와 그레이스는 별거했다. 하지만 이혼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뉴저지주로 돌아갔고 9·11 테러 후 나카모토는 연방항공국(FAA)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고 미첼이 말했다. “그는 비밀이 아주 많았다. 2001년 어느 때 그 일도 그만뒀다. 그 이후로 일정한 직장을 갖지 않았다.” FAA 계약이 끝나자 나카모토는 템플 시티로 돌아갔다. 그 다음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토시 나카모토 vs 도리언 S 나카모토비트코인이 유명해지자 진짜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군지 추적이 시작됐다. 그가 혼자 행동했을까 정부를 위해 일했을까? 중요한 실리콘 밸리 혁신이라면 대개 누가 진짜 창시자인지를 두고 법정 투쟁이 벌어지지만 비트코인 창시자는 너무도 조용했다. 현재 오리건주 비버턴의 교육업체에서 일하는 아일린 미첼은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뭔가 기발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난리를 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통 사람이 결코 아니다.”나카모토의 바로 아래 동생 도쿠오 나카모토도 공감하는 이야기다. 캘리포니아주 듀어트에 사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형은 매사에 아주 꼼꼼하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그러니 이해해줘야 한다.”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와 컴퓨터 엔지니어 도리언 S 나카모토의 공통된 특징은 여러 가지다. 비트코인 창시자와 긴밀하게 일한 사람들은 그가 다른 프로그래머보다 나이가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혼자 일했다.“그는 젊은 사람 같지 않았고 실리콘 밸리에 있는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듯했다”고 나카모토를 위해 일한 핀란드인 마르티 말미가 말했다. 앤드리슨도 동의했다. “코드를 만드는 사토시의 방식은 구식이었다. 그는 후위 표기법(역폴란드 표기법이라고도 하며 연산자를 연산 대상의 뒤에 쓰는 연산 표기법을 말한다) 같은 것을 사용했다. 그의 코드를 본 사람들에겐 그가 혼자 일하는 사람이라는 게 거의 분명했다.”사토시 나카모토의 2008년 비트코인 제안서도 그의 나이를 시사한다. 거기서 그는 지난 20년 동안 문제가 된 적이 없는 ‘디스크 공간’이라는 컴퓨터 용량 용어를 사용했다. 또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옛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그 제안서의 구두법도 도리언 S 나카모토의 글쓰는 방식과 일치한다. 마침표를 찍은 뒤 두 칸을 띄우는 등 서식의 별난 특징이 같다. 또 대문자와 소문자를 마음대로 섞어 쓰고, 어떤 때는 약어를 썼다가 어떤 때는 철자를 전부 다 쓰고, 정식 영어와 은어를 섞어 쓰는 특징도 같다.사토시 나카모토는 단어를 영국식과 미국식으로 섞어 사용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그레이스 미첼은 남편도 그런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스 미첼은 남편의 영어가 모형기차 수집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를 한창 배우던 10대 시절 영국산 모형기차를 여러 개 구입했다.미첼은 나카모토가 디지털 통화 개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모형기차를 구입하려고 영국에 송금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 때문이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남편은 늘 송금과 환전 수수료에 불만이 많았다.”아들 에릭은 아버지가 비트코인 창시자인지 확실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창시자의 메시지는 “아버지의 글보다 좀더 간결하고 세련됐다. … 아버지는 글을 쓸 때 불필요한 말을 많이 넣고 옆길로 새는 경우가 많다.”어쩌면 두 나카모토 사이에서 가장 유사한 점은 전문기술과 경력 기간이다. 앤드리슨에 따르면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개발에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 기간은 도리언 S 나카모토가 일정한 직장이 없던 때와 맞아 떨어진다(그런 상황이 2001년부터 시작됐다).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출범시킬 때까지 수년이 걸렸다고 말했다”고 앤드리슨이 돌이켰다. “원래 코드를 만드는 데만 최소한 2년은 걸렸을 것 같다.”또 최근 사토시 나카모토의 3년에 걸친 침묵은 도리언 S 나카모토의 건강 문제와도 맞아 떨어진다. “몇 달 전 남편에게 뇌졸중이 왔고 그 전에는 전립선암에 걸렸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고 아내 미첼이 말했다. 미첼은 남편에게 자신이 비트코인 창시자인지 밝히라고 했지만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아들 에릭은 아버지가 자기 말로 부인했다고 말했다. 동생 도쿠오 나카모토와 아서 나카모토는 형이 절대로 진실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형은 편집광적”이라고 도쿠오는 말했다. “난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형은 가족에게도 솔직하게 답해주지 않을 게 분명하다.” 물론 이런 상황은 가장 중요한 의문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나카모토는 왜 비트코인 재산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와 가족은 그 돈이 절실히 필요했는데도 말이다.그림조각 맞추기앤드리슨은 그 답이 간단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열풍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창시자로 드러나면 공식 석상에 참석하고 설명을 하고 언론에 논평을 해야 한다. 사토시의 성격에 절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는 이제 진심으로 비트코인을 이끌고 싶어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어쩌면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재산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보안열쇠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앤드리슨은 그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아주 철저한 사람이다.”나카모토가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판매한다면 합법적인 비트코인 은행이나 거래소를 이용할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수밖에 없고, IRS부터 FBI까지 모두가 그에게 달려들 것이다. 앤드리슨은 그가 비트코인을 사용하는지 확인하려고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앤드리슨은 나카모토의 익명성을 존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머들이 모일 때면 우리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많은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이야기만 한다. 물론 우리도 그의 정체가 궁금하지만 솔직히 말해 파고들 정도로 관심은 없다.”딸 아일린 미첼은 부친이 비트코인의 아버지일 가능성을 두고 “기절초풍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만약 아버지가 비트코인 창시자라고 해도 그가 정체를 감추는 게 놀랄 일이 아니다. “아버지는 무슨 일에서든 정부의 간섭을 아주 싫어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이런 놀이를 했다. 아빠가 ‘정부 요원들이 너를 잡으러 왔다’고 말하면 내가 옷장 속에 숨는 게임이었다.”

2014.03.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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