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47

검찰, ‘여친 살해 의대생’에 1심 사형 구형…“평생 참회해야”

정책이슈

검찰이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의대생 최모(25)씨에게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검찰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요청했다.검찰은 “정의의 이름으로 극형 선택이 불가피하고, 비록 사형 집행이 되지 않아도 사형수로서 평생 참회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최씨는 지난 5월 6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그는 연인 사이였던 A씨와 올해 4월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인신고를 했고, 이를 뒤늦게 안 A씨 부모는 혼인 무효소송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첫 공판에서 최씨 측은 심신장애를 주장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심신장애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감정 결과 최씨는 사이코패스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4.11.08 17:59

1분 소요
여친 살해한 그 '의대생'...사이코패스 아니었어?

정책이슈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 10.5-재판서 정신감정 결과 "심신장애 상태도 아냐" 지난 5월 6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의대생 최모(25)씨.그는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 A씨와 올해 4월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인신고를 했고, 이를 뒤늦게 파악한 A씨 부모는 혼인 무효 소송을 추진 중이다.하지만 최근, 최모 씨의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7일 열린 최모 씨의 공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분석한 정신감정 결과를 공개했다.앞서 최모 씨 측 변호인은 지난 7월 첫 공판에서 정신과 진단으로 복용했던 약물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해 달라며 정신감정을 요청한 바 있다.검찰은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진행한 결과, 10.5로 나와 사이코패스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재범 위험성이 높은 수준으로 나왔다"고 밝혔다.추가로 "여러 상황이 피고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아 자신의 삶이 침해당했다고 느낀 순간, 피해자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발현됐다"며 "피고인의 피해의식과 분노, 누적된 정서 상태가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검찰은 이어 반항할 경우 피해자를 억압할 테이프도 구매했을 뿐 아니라,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피해자 사망 전 '살인', '사람 죽이는 법' 등을 검색한 내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결심 공판은 다음 달 8일에 열릴 예정이다. 결심 공판에서는 피해자의 최종 진술과 검찰의 구형이 이뤄진다.

2024.10.07 23:01

1분 소요
추석 연휴에 뭐 볼까?…OTT 드라마·영화·예능 추천

IT 일반

추석 연휴를 맞아 OTT 플랫폼들은 다양한 영화 및 드라마를 준비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긴 연휴동안 볼만한 여러 콘텐츠를 추천하고자 한다.추억의 드라마들이 웨이브 ‘뉴클래식(New Classic)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 내 이름은 김삼순 2024’와 함께 ‘궁’, ‘풀하우스’, ‘커피프린스 1호점’을 추석 연휴 4K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여전히 멋진 언니, 김삼순이 19년 만에 돌아왔다.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의 첫 주자, ‘ 내 이름은 김삼순 2024’는 현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16부작 버전을 OTT 시리즈로 재해석한 8부작의 드라마다. 김윤철 감독이 직접 제작에 참여, 김삼순의 일과 사랑을 통한 성장, 주인공들의 서사에 집중해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다. 김선아, 현빈, 정려원, 다니엘 헤니 등 지금은 대배우가 된 이들의 풋풋한 모습도 관전 포인트다. 2006년 방영한 MBC ‘궁’은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평범한 신분의 여고생 채경(윤은혜)이 할아버지끼리 한 약속 때문에 왕위 계승자인 세자 이신(주지훈)과 정략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 코미디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대한민국이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시작된 둘의 알콩달콩 로맨스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지훈이 지성과 미모를 갖춘 황태자 ‘이신’ 역을, 윤은혜가 말괄량이 여고생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 황태자비로 성장하는 ‘채경’ 역을 맡았다.여름이면 생각나는 대표작, ‘커피프린스 1호점’도 4K로 돌아왔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생계유지를 위해 남자로 위장하고 카페에 취업한 알바생 고은찬(윤은혜)과 정략 결혼을 피하기 위해 동성애자인 척하는 카페 사장 최한결(공유)의 로맨스 드라마. 동명 소설 원작으로, 방영 당시 ‘커프 신드롬’과 함께 여전히 사람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회자되는 명작이다. 4K 화질로 업그레이드된 원작과 함께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역들이 13년 만에 재회하며 화제를 모은, ‘청춘다큐 다시 스물: 커피프린스편’도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KBS ‘풀하우스’는 부모님이 남긴 유일한 유산, 풀하우스의 주인이었던 지은(송혜교)이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영재(비)에게 집을 내주게 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집이 필요했던 지은, 신부가 필요했던 영재는 결국 계약 결혼을 하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프로듀사’, ‘그들이 사는 세상’을 연출한 표민수 감독과 당차고 엉뚱한 매력을 가진 인터넷 소설가 한지은 역의 송혜교, 까칠하지만 정이 많은 톱스타 영화배우 이영재 역의 비가 만나 레전드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를 탄생시켰다.지난 5월 극장 개봉한 영화, ‘그녀가 죽었다’가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됐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남의 삶을 훔쳐보는 관음증 구정태 역의 변요한, 남의 삶을 훔쳐사는 사이코패스 한소라 역의 신혜선. 두 배우의 열연과 함께, 반전 서사가 스릴러만의 장르적 재미를 더한다.‘라라랜드’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의 꿈과 사랑 이야기. LA를 배경으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서로의 무대를 완성해 나가는 청춘 남녀의 열정과 사랑이 담긴 뮤지컬 영화다. 특히, 감미로운 선율의 음악과 다채로운 색채로 표현된 영상미가 어우러져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여전히 회자되는 명작이다.음악과 함께 즐기는 또 다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다.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세상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에서 월드스타가 되기까지 겪었던 우여곡절과 함께 시대를 앞서간 명곡들의 탄생기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실험적인 노래로 방송에서 외면 받을 것이라던 음반사의 반대가 무색하게 대성공을 거둔 곡인 ‘보헤미안 랩소디’ 등 영화와 함께 퀸의 노래를 들으며 추석 연휴의 무료함을 달래 보는 건 어떨까. 넷플릭스도 추석을 맞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인기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부터 추석을 정조준할 통쾌한 액션 영화 ‘무도실무관’, 도파민이 폭발할 대작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까지 넷플릭스만의 다채로운 시리즈가 남녀노소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넷플릭스 신작들과 함께 한다면 추석을 더욱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파리를 벗어나 새로운 도시 로마에서 더 시크하고 더 화려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꿈의 직장을 위해 파리로 온 에밀리가 사랑과 일에서 인생 최대의 선택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시즌4 파트2를 공개한다. 지난 8월 15일 공개된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4 파트1은 공개 직후 4일 만에 총 199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프랑스, 스페인, 호주, 아르헨티나, 멕시코, 모로코, 홍콩, 필리핀, 태국 등 글로벌 TOP 10 시리즈(영어) 부문 1위를 비롯 총 93개국에서 시리즈(영어) 부문 글로벌 TOP 10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에밀리 열풍을 일으켰다. 시즌4 파트2는 고풍스러운 로마의 거리와 건물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에밀리의 클래식하면서도 시크한 패션이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또한 로마로 떠난 에밀리가 마주할 예측불가한 사건들과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흥미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도실무관’은 태권도, 검도, 유도 도합 9단 무도 유단자 이정도(김우빈)가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의 제안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자발찌 대상자들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무도실무관’으로 함께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전자발찌 대상자를 감시하고,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무도실무관과 보호관찰관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진정성 있게 담는다. 전자발찌 대상자를 감시하는 ‘무도실무관’이라는 신선한 소재,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 및 시너지를 보여줄 김우빈과 김성균의 열연이 기대를 더한다. 무엇보다도 ‘사냥개들’ 등 전작에서 완성도 높은 액션을 선보였던 김주환 감독표 통쾌한 리얼 타격 액션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계급을 증명할 것인가, 계급을 넘어설 것인가. ‘피지컬: 100’을 통해 전 세계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코리아의 첫 요리 서바이벌이 바로 추석 당일에 찾아온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다. ‘우리 동네 밥집 사장님과 미슐랭 스타 셰프가 ‘맛’으로만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정답이 없는 맛의 세계에서 100명의 무명 그리고 유명 요리사들이 계급의 자존심을 걸고 잔혹한 요리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기존의 정제된 요리 서바이벌이 아닌 상상초월의 미션과 파격적인 룰로 무장한 극한의 요리 계급 전쟁이 차원이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 경영인’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가 심사위원으로 나서며 어떤 분야도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그물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티빙도 이번 추석을 맞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왕위를 노리는 이들의 표적이 된 우씨왕후가 24시간 안에 새로운 왕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추격 액션 사극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가 파트2로 돌아온다. 용상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 쟁탈과 왕후 우희(전종서 분)의 새로운 활약이 관전 포인트. 우희는 셋째 왕자 고발기(이수혁 분) 대신 다른 이를 왕으로 세우고자 추격전에 오르고, 추격을 피해 넷째 왕자 고연우(강영석 분)의 땅에 발을 들인다. 여기에 왕후 자리를 노리며 야망을 키우는 우순(정유미), 우희를 지키려는 국상 을파소(김무열 분)의 사투가 맞물리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손해 보기 싫어서 결혼식을 올린 여자 손해영(신민아 분)과 피해 주기 싫어서 가짜 신랑이 된 남자 김지욱(김영대 분)의 로맨스를 그린 tvN X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는 손익 제로를 목표로 하는 현실적인 연애의 묘미를 선사한다. 직설적인 대사와 솔직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를 통해 ‘코믹퀸’으로 거듭난 신민아의 연기 변신과 김영대의 숨겨진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정해인, 정소민 주연의 tvN ‘엄마친구아들’은 오류난 인생을 재부팅하려는 여자가 그의 살아있는 흑역사인 ’엄마친구아들’과 벌이는 파란만장한 동네 로맨스를 그린다.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 완벽한 엄친아로 변신한 정해인(최승효 역)과 인생 리셋을 꿈꾸는 ‘고장 난 엄친딸’로 돌아온 정소민(배석류 역)은 서로의 흑역사 기록기를 넘어 유쾌하고 설레는 케미를 보여준다. 상반기를 강타한 화제작들을 놓쳤다면, 이번 연휴가 트렌드를 따라잡을 절호의 기회다. 김혜윤, 변우석 주연의 tvN ‘선재 업고 튀어’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분), 그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다. ‘선재앓이’ 신드롬을 일으킨 비주얼 센터 변우석과 러블리한 매력의 김혜윤의 로코 천재 케미로 티빙에서 공개된 tvN 드라마 중 누적 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 분)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본격 운명 개척 드라마'다. 든든한 조력자 유지혁(나인우 분)과 함께 절친 정수민(송하윤 분),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에게 통쾌한 복수를 날린 강지원의 서사에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시청자이 열광하면서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K드라마 최초로 4차례에 걸쳐 글로벌 TV쇼 부문 일간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구마 같은 현실 속 시원한 마라맛을 느끼고 싶다면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제격이다.로코킹 김수현과 로코퀸 김지원이 그려내는 세기의 로맨스 tvN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이자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 아들이자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분)이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린 드라마다. 3년차 부부로 만난 두 사람의 깊이 있는 감정 변화와 환상적인 케미, 숱한 위기를 이겨내고 서로의 곁을 지킨 역대급 운명 서사에 힘입어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인 24.9%를 기록하는 쾌거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가구 기준) 매회 ‘백홍앓이’를 유발했던 이들의 찬란한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면 눈물의 여왕 정주행을 권한다.

2024.09.16 06:00

8분 소요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스를 품을 수 있을까[이코노 헬스]

전문가 칼럼

내담자의 입을 통해 뉴스거리를 들을 때가 있다. 2023년 5월 26일이 그런 날이었다. 부산시 금정구에서 당시 23세 여성 A씨가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토막살인 사건 얘기다. 이 사건을 마주했을 때 평범한 사람들이 받는 감정은 공포, 불안, 분노 등 다양하다. 또 무슨 죄목이 됐건 뒤에 따라붙는 첨언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일 것이다. 이런 사건을 접하면 세상이 참 흉흉하단 생각이 들면서 우리 사회가 지옥에서도 심연 끝에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사이코패스, 아직도 불분명한 정의 ‘인면수심’(人面獸心)과 관련해 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건은 단연 '강호순 살인 사건'이다. 강호순은 2009년 부녀자를 연쇄살인한 데서 그치지 않고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처를 살해했다. 흉악범죄라는 단어가 유독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그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이유는 단순히 범죄의 흉악성 때문만은 아니다. 겉모습으론 멀쩡한 그의 모습이 더 큰 충격이었다. 이웃 주민조차 그가 선량한 시민이었다고 평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신이 기르던 시베리안 허스키 옆에서 웃는 표정으로 찍은 사진, 마치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인 것만 같던 그의 모습은 두려움을 넘어서 괴기스러움을 자아냈던 것 같다.수감 생활에서 드러났던 모습도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경찰에 체포되고 사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수감된 동료 재소자들을 마치 노예처럼 부리며 왕처럼 생활하며 교도관들을 놀라게 했다. 담당 형사가 사건 관련 질문을 할 때는 피식피식 웃거나 능글맞은 표정으로 일관하면서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단어가 그처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나 싶다.사이코패스는 흔히 생활 전반에 걸쳐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폭력적 성향을 지닌 사람을 지칭한다. 무엇보다 감정이 결여됐다는 점이 대중으로 하여금 사이코패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론 사이코패스가 타인을 공격하고 착취할 때조차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은 채 논리적이고 계획적인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공포겠다.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반인과 다르다는 판단이기도 하다.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다. 정의부터가 불분명하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 Hare Psychopathy Checklist-Revised)조차 사이코패스가 '어떤 것'이라고 딱 잘라 설명하지 못한다. 대인관계, 정서 등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사이코패스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다만 감동적인 것에 감동하지 못하며(감정결핍),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도 태연하며(죄책감결여), 매사에 냉담하고 남의 말에 공감을 못한다(공감능력결여)라는 항목은 유념할 만하다. 미국 정신질환진단및통계편람(DSM-V)에서는 관련 진단에서 사이코패스를 제외하는 대신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넣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중심으로 분류한다. 사이코패스보다 광범위하게 측정될 수 있다. 사이코패스, 주변인 도움으로 극복될까사이코패스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제시된다. 일반적으로 전두엽 기능 저하, 도파민·세로토닌 등 호르몬 분비 이상 등 유전적 요인에 사회환경적 요인이 더해진 사람이 사이코패스가 된다고 알려진다. 또한 살인마 가운데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사람들의 뇌를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으로 검사하면 변연피질, 안와전두피질, 복내측전전두피질 모두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경우가 다수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변연피질은 감정을 조절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감정피질이라고도 불린다. 안와전두피질과 복내측전전두피질은 정서기억과 사회, 윤리, 도덕 등 ‘뜨거운 인지’(hot cognition)를 담당한다. 대조적으로 이들의 두뇌에서 배측전전두피질은 이상이 없었다. 지각, 단기기억, 실행기억, 계획, 규칙 등 ‘차가운 인지’(cold cognition)를 담당하는 영역이다. 다만 두뇌 형태가 전부는 아니다. 사회환경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만큼이나 중요해 보인다. 감정이 결여된 사람이더라도 유년기와 성인기 사이 사회적 훈련을 거치면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지적 공감이란 타인에게도 욕구나 의도, 믿음 등 정신 상태와 심리가 있음을 아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타인을 자신에게 한번 비춰서 이해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구태여 비춰보지 않더라도 타인의 마음을 마치 내 일처럼 느끼는 감정적 공감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대표적인 사례라면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의 저자 제임스 팰런이다. 지난해 작고한 그는 스스로를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라 불렀다. 그는 실험 과정 중 우연히 자신의 두뇌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사람들과 대단히 유사함을 발견했고, 그가 지난날 자신의 공격성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을 통해 배출했음을 확인했다. 자신이 커가는 과정에서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 나름의 윤리의식과 도덕원칙을 세운 덕이다. 도덕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최소한의 도덕성은 갖출 수 있는 셈이다.내담자 가운데서도 헌신적인 가족들의 도움으로 감정 결여를 극복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지만 간혹 있기도 하다. 여성 K씨의 아들 A군이 대표적이다. A군은 어릴 적부터 친구를 때리고 돈을 빼앗는 것은 물론, 담배를 피고 본드를 흡입하는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켰다. 급기야 중학교도 그만뒀다. 그런 A군을 위해 K씨를 비롯한 그의 가족 모두가 십여년간 주치의와 협업을 하며 노력했다. A군을 엄하게 혼내면서도 좋아하는 물건을 사주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입원을 시키기도 했다. 바쁘고 힘든 가운데서도 온 가족이 함께 여행도 했다. 또 A군을 아는 지인의 회사에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고,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해주기까지 했다. A군의 유일한 취미인 음악 작곡을 꾸준히 할 수 있게끔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정적 강화와 부적 강화를 통해 자식이 사회적 원칙을 세울 수 있도록 끈기 있게 유도한 셈이다.물론 이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A군의 모습에 K씨는 '혹시 내 아들이 구제불능이 아닐까'하고 절망하기도 했다. 심지어 A군의 누나 B양은 동생을 돌보느라 한동안 구직활동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온 가족이 꾸준하게 헌신했고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A군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그래서일까. 흉흉한 사회와 범죄에 대한 공포를 내담자로부터 전해들을 때면 마음 한편이 불편해진다. 만약 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유복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까. 어쩌면 우리 이웃들과 사회가 저 사람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보다 지지적인 환경 속에서 사이코패스조차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로 품을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해본다.김상욱 샘정신의학과 원장

2024.09.08 10:00

5분 소요
최원종 프로필엔 ‘노무현+욱일기’…디시 갤러리에 남긴 흔적 보니

정책이슈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22)의 중학생 시절 사진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공개됐다. 최 씨는 범행 직전까지 디시인사이드 프로그래밍 갤러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당시에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욱일기 사진을 수시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원종의 초등·중학교 동창생이라 밝힌 A씨는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그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공개했다. A씨는 최원종이 “평소에 공격적이거나 부정적인 언행을 하지 않고 조용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3~4일만에 (최원종이) 자퇴했다”며 “(최원종은) 눈에 띄지 않는 유령같은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A씨가 공개한 최원종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뒷배경에는 욱일기 사진이 있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 따르면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전쟁에 사용된 깃발을 의미한다. 최원종의 프로필 메시지에는 일본어로 ‘기도해 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지금을 바꾸는 것은 싸울 각오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오프닝에 등장하는 문구로 전해졌다. 또다른 프로필 메시지에는 일본어로 ‘역사를 바꾸는 프로그램 개발’이라고 쓰여 있었다. 최원종은 디시 프로그래밍 갤러리에서 범행 직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7월말 ‘오늘 밤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무기들 도착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기톱, 30cm 사시미칼, 방검복, 풀페이스헬멧, 가스총, 작업용조끼를 샀다’고 밝혔다. 범행 전날인 이달 2일엔 ‘서현역 지하에 디저트 먹으러 가는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원종은 해당 글을 올릴 때도 욱일기와 노 전 대통령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다른 글에서 최원종은 자신을 '밖에 나갈 때 사시미칼 들고 다니는 23살 고졸딸배'라고 소개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는 지난 6일부터 최원종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진행했으나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해 여부를 논단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망상에 의한 범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3.08.26 14:51

2분 소요
경찰, 분당 흉기 난동범 ‘살인미수’ 혐의 구속영장 신청

산업 일반

지난 3일 14명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20대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4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흉기난동사건 수사전담팀은 이날 살인미수 혐의로 최모(2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 씨는 전날 오후 5시59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1~2층에서 시민을 향해 흉기를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흉기 난동 직전 모닝 승용차를 몰고 백화점 2층 앞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내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추가 범행을 행했다.차량 돌진으로 5명이 부상했다. 4명은 중상이다. 1명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부상자 중 60대와 20대 여성 등 2명은 중태다. 이들 2명은 뇌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경찰에 “불상의 집단이 오래전부터 나를 청부살인하려고 했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시키고 싶었다”는 등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5일 열릴 예정이다. 구속 여부도 같은 날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최 씨에 대해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실시할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2023.08.04 21:50

1분 소요
정유정, ‘사이코패스’ 가능성…유영철·조두순과 같은 검사 받아

정책이슈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범죄자 중 유영철, 조두순, 강호순 등이 진단 검사에서 사이코패스로 나온 바 있다.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정유정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경찰은 정유정이 정상인 범주에 들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뒤 이르면 오는 7일 검찰에 그 결과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정유정이 범행을 자백했지만, 여전히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보강 수사 차원에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총 20개 문항으로 40점 만점이다. 한국은 통상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은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그 동안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38점으로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으며,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은 29점,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27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25점을 받는 등 사람들을 경악하게 한 범죄자들이 사이코패스로 판정된 바 있다.사이코패스 진단은 이런 점수 외에 대상자의 과거 행적과 성장 과정,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과거 범법 행위 등의 자료와 프로파일러 면접 결과 등을 근거로 임상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2023.06.06 13:45

1분 소요
[서광원의 인간과 조직 사이(31) 승진하면 왜 변할까(2)] 인지 초과 스트레스가 보수적 리더로 만들어

전문가 칼럼

조직의 성과 압박이 외로움 초래, 불안 가중… 단순하고 익숙했던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혹 날마다 일에 치여 허덕거리고, 사람에 치여 멘털 붕괴 지점을 왔다 갔다 할 때가 많은 게 대리, 과장 시절이다. 이럴 때 자신도 모르게 뇌까리는 게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상사를 보며 ‘나중에 나는 절대 저러지 않을 거야’라고 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시간이 흘러 그 자리에 가게 되면 굳은 결심은 세파에 다 닳아 없어지고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했던 바로 그런 행동을 본인이 한다. 못된 시어머니에게 질린 며느리가 욕 하면서 닮는 것 같은 일이 회사에서도 벌어진다. 그렇게 ‘미래의 못된 시어머니’를 또 만든다. 지난 회에 말했듯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일을 벌이는 리더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알면서도 자기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한다.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하면서 말이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일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반복될까? 얼마 전 SBS 방송에서 방영한 드라마 ‘배가본드’에 나오는 말로 대신하자면 “왜 권력만 잡으면 그게 안 보일까?”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에 의하면 “사람은 통제력을 행사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은 이렇다.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유능한 존재가 되는 것은, 인간의 뇌가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다.”심지어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아기들도 이런 욕구에 충실하다. 애써 만든 블록 더미를 확 무너뜨리고 나서 좋다고 손뼉을 치고 웃음을 터트리거나, TV 리모컨을 여기 저기 꾹꾹 눌러보면서 소리를 지르는 게 그것이다. 이 녀석들은 뭐가 좋아서 그렇게 기뻐할까? 스스로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능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렇듯 강한 욕구이다 보니 반대 상황,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없으면 말할 것도 없이 기가 꺾인다. 의기소침, 무기력을 거쳐 우울로 빠져든다.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현실이 내가 무의미한 존재인 것으로 느껴져 우울과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이뿐인가? 높은 자리는 손발로 하는 일이 없어 직원들이 보기엔 하루하루 천하태평처럼 보이지만, 신경 써야 할 일이 태산처럼 밀려들어 머릿속이 터질 것 같은 곳이다. 바구니에 내용물이 가득 차면 넘치듯 우리의 인지 용량도 마찬가지. 당연히 쉽고 편한 걸 자신도 모르게 선호하게 된다. 여기서 ‘쉽고 편한 것’이란 자신이 예전에 그렇게 싫어하던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바쁘고 힘들다 보니 몸에 익은 것들이 하나 둘 나사가 풀어지듯 새어 나온다. 처음엔 어색하고 꺼림칙하지만 할수록 익숙해지고 그냥 그런 일이 된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불편도 없고 해도 없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가진 힘(권력)을 확대하려는 성향에 남녀 차이는 없었다. 우리 모두는 생각하는 이상으로 권력에 민감하고 권력 수용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 사회 지도층에서 ‘도덕 라이선스’ 현상 빈번 더 큰 문제는 이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위험한 선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연구팀이 2016년 다양한 산업군의 고위급 리더 172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행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 많은 리더들이 이른바 ‘도덕 라이선스’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도덕 라이선스란 모두가 인정하는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마음 속으로 ‘이번에 좋은(착한) 행동을 했으니 다음에는 좀 나쁜 행동을 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도덕적인 행동이나 좋아 보이는 행동을 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바람에 정신적인 피로가 한계를 넘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농담을 빙자해 직원들에게 심하게 모욕을 주고 화를 내는가 하면, 반대로 눈밖에 두거나 말을 건네지 않기도 했다. “권력자의 자아는 언제든지 사나운 개로 변할 수 있다”는 이언 로버트슨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교수의 말 그대로다.사실 이 정도만 해도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한 두 사람만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 더 위험한 선을 쉽게 넘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번엔 윤리의 선이다. 이언 로버트슨 교수에 의하면 ‘나는 특별하다’는 특권의식이 혼자만의 도덕 체계를 만들어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르다’(우월하다)가 ‘나는 특별하다’로 변하고, 이것이 ‘나는 이렇게 해도 된다’는 착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앙선을 넘듯 사회적 규범을 쉽게 위반한다. 사회에 많은 기여를 했으니, 또는 합법적으로 이 자리에 올랐으니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 지도층에 내로남불(내가 하는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장본인이 많고, 성적 스캔들이 자주 일어나는 게 이 때문이다. 이른바 ‘독실한 신자’라는 이들은 또 어떤가. 2002년 당시 미국에서 역사상 최대의 사기 사건을 일으킨 버나드 에버스는 침례교 집사로 성경에 무척 해박했으며 임원 회의를 할 때면 항상 기도로 시작했던 독실한 신자였다. 모든 게 들통난 후 그가 했던 말도 ‘독실한 신자’ 다웠다. “이번 일로 제 믿음까지 의심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높은 자리에 오른 이들을 변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불안이다. 높은 자리는 앉아 있으라고 주어진 게 아니다. 성과를 내라고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시장은 언제나 치열한 경쟁으로 가득해 밤낮 없이 뛰어야 하고 그러려면 온 조직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매진해야 하는데, 조직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달래보기도 하고 강하게 밀어 부쳐보기도 하고 화를 내보기도 하지만 그때뿐 혼자 끙끙거리고, 혼자 애면글면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럴 때 그들의 마음 밑바닥에서는 불안이라는 검은 구름이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불안하니 더 일하게 되고, 더 재촉하게 되고, 더 강력하게 밀고 나가게 된다. 자리가 높아진다는 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다리에는 딱 두 개의 길만 있다.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 아니 하나가 더 있긴 하다. 떨어지는 것. 그러니 어떻게든 사다리에 매달려야 한다. 매달려야 한다는 건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자신의 상사에게 ‘아니오’라고 하기 어려워진다. 이제 바랄 건 승진 밖에 없는데 ‘옳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어도 적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게 아닌가. 상황에 따라 줄도 서야 하고, 가능하면 손해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다른 길이 없는 외길을 가는 대가다.남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외길에는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또 하나의 장애물이 있다. 외로움이다. 외길 사다리를 올라가면서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이라는 애환은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 직원일 때는 서로 몰려다니며 상사를 안주 삼아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 있지만, 일단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하면 누구와도 할 수 없다. 상사와 하겠는가, 아니면 부하들과 하겠는가? 친한 친구는 물론, 같이 살아가는 배우자도 함께 할 수 없다. 자신들이 겪는 일이 아니기에 한두 번 들어주다 이내 고개를 돌린다. 듣기 싫다는 뜻이다.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불안을 잠재우려 하고, 외로움에 젖어 들지 않으려 일에 매진하면 할수록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고 한 달이 휙 지나간다. 문제는 이런 일상이 앞에서 말한 인지능력 초과 상태를 만들어 당사자를 단순한 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입바른 소리가 들리면 자신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지고 입 발린 소리에는 웃음을 짓게 된다. 아첨과 아부가 안 좋다는 걸 알지만 ‘이 정도쯤이야’하는 자기 위안으로 넘긴다. 하루하루가 죽을 맛인데 누가 잘못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겠는가? 연구에 의하면 인지능력에 부하가 걸릴수록 초기 판단에 머무르는 현상이 강했다. 더 이상 머리 쓰기 싫으니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선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보수적이 된다. 올라갈수록 지켜야 할 게 많아지기에 이런 보수화 현상은 가속된다. ━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단순·보수화 이런 상황이 앞에서 말한 쉽고 편한 통제력 행사 욕구, 그리고 도덕 라이선스 현상과 겹치면 어떻게 될까? 말이 많아지고 짜증이 늘어난다. 적당히 지적하고 넘어가도 될 일을 사정 없이 몰아 부쳐야 직성이 풀린다(보통 ‘정신 차리게끔 혼을 냈다’고 한다). 부하들을 믿지 못하기에 눈 안에 두려고 하고 까탈스러워 진다. 화를 내면 다들 바짝 긴장해서 일을 잘 하는 것 같아 갈수록 화내는 날이 많아진다(사람들은 화난 표정에 가장 민감하다). 불안은 정반대 현상도 만들어낸다. 성과가 계속해서 나빠져 지위가 위태롭다 싶으면 자신감을 상실, 이랬다 저랬다 하게 된다. 앞의 행동이 독단적이어서 자기 파괴적이 되는 것이라면, 뒤의 행동은 리더십의 핵심인 일관성이 없어 자기 파괴적이 된다.승진하는 리더들을 변하게 하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조직에서 칭찬 받는 사람들이 있다. 눈치 빠르고 융통성이 좋아 시키는 일을 곧잘 해내는 사람들이다. 성격도 무던해 속을 썩히지 않아 윗사람들이 좋아하기에 특출 나게 승승장구하진 못해도 승진 심사에서 두 번 이상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무던한 이들의 상당수가 승진한 후 ‘변신’한다. 예전의 일 잘하고 무던하던 김과장, 김부장은 어디로 간 곳 없고 부하들 속 끓이는 전문가가 나타난다. 이건 또 왜 그럴까?이들이 승진하기 전 잘했던 일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들이 잘 하는 일은 주관식이라기 보다 객관식 같은 것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요령 있게 하는 것이었다.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찾아서 하는 일에는 젬병이었다. 뇌과학으로 보자면 기억력은 좋지만 창의력엔 약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하던 일은 잘 하지만 이전에 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에는 약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몸을 바쁘게 하는 건 잘 하지만, 핵심을 못 잡아 모두를 피곤하게 한다. 속이 타는데도 어찌해야 할 지 몰라 눈만 껌벅거릴 때가 많다. 대체로 ‘열심히’가 최대의 모토라 자신이 아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머리가 좋으면 무슨 일이든 아는 척하고 참견해서 부하들이 괴롭고, 순응적인 이들은 위에서 시키면 무조건 예, 하며 가져오기에 부하들이 끙끙 앓는다. 상사가 요구하는 일은 잘하지만 아쉽게도 리더라는 자리, 시장이 요구하는 일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이와는 달리 승진하기 전에는 꼭꼭 감춰두었던 ‘발톱’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일보다 관계에 능하고, 일과 승부하거나 일로 승부하기 보다 사람과 승부하기를 즐겨 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일종의 사이코패스 유형인데, 이들은 대체로 입으로 일하고 관계(연줄)를 통해 승진한다.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이들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정말이지 빛이 난다. 사람 보는 눈도 뛰어나다. 문제는 이런 능력이 자신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알고 보면 교묘하게 자기 이익에 몰두하는 까닭이다.이들의 빛나는 보고서는 대체로 누군가의 것을 빌려와 교묘하게 짜깁기하거나 능력 있는 누군가를 포섭해 만든 것일 때가 많다. 사람 대하는 능력 하나는 출중 하기 때문이다. 위에도 그렇게 접근해 승진 가도를 달리게 되는데 일단 되고 나면 사람이 달라진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이기는 걸 전부로 생각하기에 자기 앞길을 막는다 싶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쓰러뜨린다. 사람을 저격할 때에는 일이 아니라 태도나 도덕성 같은 걸 물고 늘어져 파렴치범으로 만든다. 이들이 조직의 핵심이 되면 조직은 파멸을 피할 수 없다. 이들은 자신의 생존만 생각하지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리더는 조직이라는 큰 숲을 봐야 승진하는 이들이 변하는 마지막 이유는 그 자리가 변할 수밖에 없는, 아니 변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조직을 이끄는 사람과 조직을 따르는 구성원은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하더라도 일의 차원이 다르다. 과장까지는 대체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하면 된다. 하지만 한 조직을 이끄는 팀장부터는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일을 잘해 팀장에 오르지만, 일단 자리에 오르면 더 이상 자기 자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다른 사람(부하)을 통해, 조직 전체가 먹고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구성원들이 발등의 불을 끄고 눈앞의 일을 할 때 리더는 저 너머에 있는, 조직이 가야 할 길을 찾아내야 한다. 가야 할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실행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기에 구성원들의 역량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게 또 첩첩산중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모르는 까닭이다. 과장 차장 때는 일을 잘 보아야 하지만, 팀장이 되고 리더가 되면 사람을 잘 보아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 냉혹해져야 할 때는 누구보다 그러해야 한다. 그런 일을 하라고 일반 구성원들이 갖지 못한 혜택과 힘을 주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일찌감치 한 말이 있다. “리더는 사랑 받는 게 아니라 조직이 바라는 결과를 도출해 존경을 받아야 한다.” 사람 좋다는 평에 혹해 결국 무능한 조직을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실 때문에 리더와 구성원은 같은 편이 될 수 없다.이렇듯 리더라는 자리는 소리 없는 내 안의 본능과 싸우고, 유혹과 싸워야 하지만 밖으로는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아니 드러낼 수 없는 곳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자리다.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 싶지만 막상 경험해보면 너무나 어려워 숨이 막히는 자리다. 그래서 링컨은 “누군가의 성격을 시험해보고 싶으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고 했다. 역시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린든 존슨은 “권력은 그 사람의 실체를 더 많이 보여준다”고 했다. 힘이 많을수록 원천 능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까닭이다.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를 쓴 유발 하라리가 한 말이 있다. “인간은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건 매우 잘하지만 그걸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든 ‘높은 분’들이 이런 늪에 빠지지는 않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했던 죄수와 간수 실험에서 60%의 참가자들은 주어진 역할에 순응, 고문에 참여했지만, 40%의 참가자들은 불합리한 명령에 따르지 않았듯 말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모두는 권력의 포로가 될 수 있는 인간과 이걸 이겨내는 존재 사이 어딘가에 있다.※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20.03.15 11:41

10분 소요
나르시시스트는 우울증에 잘 안 걸린다

산업 일반

과시욕 강하고 남을 지배하려 들지만 도전을 당연시하고 자신감 갖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강해져심리학자들은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적다고 믿는다. 자기애는 정신적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연구팀은 준임상적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적으로 더 강인한지 조사했다. 마키아벨리즘·사이코패스와 함께 흔히 ‘어둠의 3요소’로 불리는 성격 특성인 나르시시즘은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웅대형 나르시시스트는 겸손함과 겸허함이 없고 과시욕이 강하며 남을 지배하려 든다. 취약형 나르시시스트는 이기적이고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연구 자원자들은 자신이 자기애적인지, 정신적으로 강인한지,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지, 스트레스를 받는지, 우울증 증상이 있는지 등을 묻는 설문에 답했다.학술지 ‘유럽 정신의학 저널’에 실린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웅대형 나르시시즘 특성의 점수가 높은 참가자는 정신적으로 강인할 가능성이 더 크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낮았다. 같은 데이터를 사용한 다른 연구는 웅대형 나르시시스트가 스트레스 수준이 낮고, 삶에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작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성격과 개별 차이’에 발표됐다.영국 벨파스트 퀸스대학 심리학 부교수로 이 두 논문의 공동 저자인 코스타스 A. 파파조지우 박사는 뉴스위크에 “어두운 성격 특성이 사회적으로 독성이 강하다면 현대 사회에서 왜 그런 성격이 지속되고 심지어 더 많아지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초점이 명확한 메시지를 얻기 원했다. 나르시시즘의 특정 측면은 정신병리학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나르시시즘이 좋은 성격 특성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인간의 성격이 좋고 나쁜 특성, 또는 친사회적이고 반사회적인 특성을 초월하는 측면에서 인식돼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파파조지우 교수는 웅대형 나르시시즘이 정신병 위험이 낮은 것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그런 나르시시스트는 특정 자원에 접근하려는 시도에서 장애물에 부닥칠 수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도전을 극복하는 것이 정신적 강인함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적 강인함은 정신병에 맞서는 회복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심리적 자원을 제공한다.”나르시시즘을 전공하는 심리학자이자 미국 불안·우울증 협회 회원인 스테파니 M. 크리스버그 박사는 이 연구와 관련해 이렇게 논평했다. “나르시시즘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우리는 나르시시스트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나르시시스트가 뭔가를 발명하고 창조하고 이끄는 데 필요한 정신적인 강인함과 자신감,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를 나르시시스트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크리스버그 박사는 웅대형 나르시시스트는 비난을 받거나 실패할 경우 분노하고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반응은 우울하거나 무능하다는 느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소원하게 만들어 따돌림당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우울증이나 슬픔이 찾아들 수 있다. 그런 감정은 우울보다는 자기연민으로 나타난다.”크리스버그 박사는 나르시시스트가 아닐 가능성이 큰 일반적인 사람은 큰 목표를 성취 가능한 작은 단계로 나눔으로써 회복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와 함께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을 하고,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 자문하는 것도 정신적인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2019.11.11 11:12

3분 소요
[후박사의 힐링 상담 | 은둔형 외톨이의 가족갈등 극복] 적극적으로 관심 기울이고 환경 바꿔줘야

전문가 칼럼

강제로라도 정신과 치료 받게 할 필요... 방치하면 자살이나 범죄 등 가능성 그녀는 요즘 고민이 깊다. 하루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외동아들 때문이다. 아들의 칩거는 벌써 6개월이 넘었다. 내성적이고 소심해 학창시절 인간관계가 원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머리가 좋아 단번에 유명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전 구직에 성공한 아들은 2년여 직장에도 잘 다녔다. 그때까진 아들 때문에 속을 끓였던 기억은 없다.서른 나이에 내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고 상처 받아야 하는 끊임없는 경쟁에 신물이 난다며 퇴사를 선언했을 때, 그녀와 남편은 걱정이 됐지만 아들의 선택을 지지했다. 고위 공직자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의 능력을 믿고 과감히 퇴사를 결심한 듯했다. 아들은 처음엔 인간관계가 필수적인 조직생활보다, 혼자 일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겠다며 회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자격증 취득이 여의치 않자 한동안 아들은 재취업을 위해, 또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 일자리를 찾기 힘든지 아니면 찾고 싶지 않은지, 취직은 아예 포기한 듯하고 만날 친구도 없는 모양이다.벌써 서른 다섯. 아들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 대화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거부당한다. 최근에는 부모와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듯 잠만 잔다.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두가 잠든 후 일어나고, 밤새 인터넷 게임에 몰두한다. 나이가 더 들수록 사회에서 더 멀어질 텐데, 혼자서만 지내려는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 모두 잠든 후 깨서 인터넷 게임에 몰두 은둔형 외톨이는 최근 6달 동안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다. 친구가 하나도 없고, 전혀 일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것을 괴로워하면서도, 가족 이외는 만나지 않는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 TV나 인터넷에 몰두한다. 우울증·강박증·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1990년 중반 일본에서 유행한 ‘히키코모리’와 유사하다. 최근 한국에도 인터넷 보급, 나홀로 문화, 청년실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가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외톨이는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다. 활동형, 은둔형, 반사회형의 세 부류가 있다. 활동형 외톨이는 사회생활은 잘 하지만 인간관계에 얽히는 것을 싫어한다. 여가 시간에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능력 있는 전문가나 유명인에게 많다. 은둔형 외톨이는 인간관계를 원하지만 사회적응에 실패해 칩거한다. 청년에 실업자가 되어 부모에 의존해 살거나, 중년에 실패와 좌절로 인생의 의미를 상실해 혼자 숨어서 산다. 반사회적 외톨이는 범죄와 같은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한창 나이에 은둔형 외톨이는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자라온 환경에서 온다. 어린 시절 가정불화, 왕따, 인터넷 게임 중독 등에 노출된 경우다. 우울증·조현증·자폐증 등 정신질환과는 구분된다. 둘째, 나홀로 문화에서 온다. 1인가구가 500만을 넘었다. 청년 둘 중 하나는 나홀로족이다. 나홀로족은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자신에만 집중한다. 스마트폰과 SNS로 연결된 관계 가운데, 고독이 찬양된다. 셋째, 각박한 사회에서 온다. 경기 침체와 청년실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무한경쟁, 성과중심, 실패 불허의 분위기가 한몫한다. 가치가 무너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의욕이 바닥난다.니트족이 급증하고 있다.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무업자다.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일할 의지가 있는 실업자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과 다르다. 최근 조사에서 15~39세에서 한 달 동안 ‘쉬었음’으로 답한 사람이 70만 명에 달한다. 최근 통계에서 15~29세의 청년실업률이 10%, 청년실업자의 수는 40만 명을 웃돈다.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니트족을 합쳐 180만 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니트족의 경우 3분의 1이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은둔형 외톨이라고 모두 적응에 실패하지 않는다. 철학자 칸트는 은둔형 외톨이다. 평생 혼자 살았다. 56세 교수가 된 후 20년 이상 한 곳에서 살았다. 음식은 가정부가 차려주었다. 평생 규칙적으로 살았다.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산책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칸트는 행복의 조건으로 일과 사랑과 희망을 강조한다. 고대의 현인 노자도 은둔형 외톨이다. 그는 이렇게 읊조린다. “나는 세상 사람들과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웃으며 즐겁게 사는데, 나는 혼자 텅 빈 가슴으로 고요하다. 욕망은 낌새조차 안 보이고, 나른하고 고달파서 돌아갈 곳이 없다. 내 마음은 아무 분별도 하지 않고 흐리멍덩하다. 모두가 쓸모 있는데, 나만 혼자 어리숙하고 완고하다.”자,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최대로 관심을 가지자. 그의 칩거는 가족의 무관심에 기인한다. 관계를 원하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피하고 있다. 대안 없이 게임을 못하게 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 아들은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쌓인 분노가 간섭하는 당사자에게 폭발할 수 있다. 대안 없이 SNS를 못하게 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 아들은 SNS로 대인관계를 하고 있다. 최소한도의 대인관계마저 소멸될 수 있다. 대안 없이 의식주를 차단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 아들은 부모만 믿고 살고 있다. 자살이나 범죄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둘째, 억지로 환경을 바꾸자. 그는 나가는 것을 엄두도 못 낸다. 그냥 놔두면 점점 더 틀어박힌다. 억지로 아들과 함께 운동하자. 운동을 하게 되면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면 외부와 소통하게 된다. 억지로 아들과 함께 쇼핑하자. 멋진 양복과 넥타이, 구두를 사 주자. 옷이 날개다. 누구라도 좋은 옷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가고 싶어진다. 억지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자. 이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접촉을 하게 된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사게 된다. 새로 시작하는 과정은 기분전환이 된다. ━ 약물치료도 동반질환에 도움 셋째, 강제로 치료를 시작하자. 그는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대로 놔두면 점점 더 심해진다. 강제로 정신과에 데려가자. 의사를 만나면 뭔가를 얘기하게 된다. 약물치료가 동반질환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다니면 상태가 점검된다. 강제로 상담 받게 하자. 아들이 좋아하는 상담사를 찾아야 한다. 어떤 대화라도 도움 된다. 정규적으로 만나면 관계가 이뤄진다. 강제로 입원시키자. 이도저도 아니면 정신과 병원에 맡겨야 한다. 병원은 공동체 생활을 제공한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19.07.07 12:39

4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