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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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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절실한데…상처투성이 재건축·재개발

정책이슈

제20대 대통령 선거(3월 9일)가 2주가량 남은 가운데 유력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유력 후보들 모두 부동산 공약으로 주택 공급 확대와 과도한 규제 완화 등을 주요 골자로 내세우면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시장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도시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제도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과 정치권이 정비사업을 ‘집값 상승의 원흉’, 또는 ‘민간·임대주택 공급의 도구’로만 보는 이분법에만 갇혀, 수십 년간 이어진 구조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볼멘 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린다. 이번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역시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는 단순 표심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 ‘조합 돈은 쌈짓돈’ 끝없는 조합 비리 실제로 이번 대선 후보들 공약 중 조합장 등 조합 집행부의 비위행위와 조합에 집중된 각종 이권 싸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공약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도시정비사업은 조합 내부의 고소·고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벌어졌다. 이로 인해 주택공급 차질 및 부실공사는 빈번히 발생했다. 2018년 말 입주한 송파구 가락동 소재 헬리오시티는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탄생한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대표 신축아파트로 유명하다. 2000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은 총 사업비가 3조원에 육박했던 만큼 큰 이권이 걸린 사업이었고 조합 비위 문제로 여전히 해산을 못 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구속, 또는 직무 정지된 가락시영재건축 조합장 및 조합장 직무대행은 3명에 달한다. 조합설립 초기부터 조합장을 연임했던 김모 조합장은 2016년 일감을 주겠다며 협력업체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으며 이듬해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김씨가 체포된 이후 조합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신모씨 역시 조합 임원으로서 김씨의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2018년 임원 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 조합장 역시 당선 당시와 달리 조합원들에게 추가분담금을 요구해 직무 정지된 상태다. 조합은 뒤늦게 8호선 송파역과 단지 내 지하통로를 만든다며 분담금을 늘리고 조합해산을 미뤄왔다. 해당 논란으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위한 총회’가 늦어지며 새로 입주한 아파트 소유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소유권 등기가 나지 않은 집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매도를 할 수 없고 전·월세를 놓기도 어려운 점이 많다. ━ 늦어지는 사업, 커지는 비용 헬리오시티 사례처럼 조합 갈등의 핵심엔 결국 재건축사업 이권 문제, 조합자금 유용문제와 사업지연 문제 등 세 가지가 얽혀 있다. 조합 집행부가 권력을 남용해 사업과 관련된 정비업체, 시공사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공적자금을 사적으로 활용하고, 이 같은 이권 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사업을 지연시키는 사례가 흔하다. 21일엔 부산광역시 진구 소재한 재개발 조합장이 사업관리업체로부터 8번에 걸쳐 4억358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업체는 이 조합장에게 사업관리업체계약과 분양대행계약 등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서울 ‘재개발 대어’로 불리는 한남뉴타운2구역에서 조합장 해임안이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전 조합장이 자기 소유 건물에 조합 사무실을 임차하면서 보증금 12억원을 개인 통장으로 받은 점이 문제가 됐다. 일부 조합원들은 전 조합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현금이 필요해 조합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 손해는 조합원·수분양자 몫, 법제도 개선 필요해 이 같은 내부 갈등에 소송전과 집행부 해임 및 신규 선임 절차를 겪다 보면 사업 진행은 더뎌진다. 2019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앞두고 있었던 흑석뉴타운 9구역은 2020년 6월 전 집행부가 해임되고 이후 조합원 간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흑석9구역 사례와 달리 조합장이 연봉과 판공비, 사업 이권 등을 욕심내며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고스란히 조합원과 수분양자 몫이 된다. 조합과 사업자 간 짬짜미로 인해 사업비용이 늘 뿐 아니라 아파트 품질 역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연되는 기간만큼 금융비용도 커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사업이 신속히 진행돼서 분양을 빨리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데 갈등을 겪으면서 지연되는 재개발 현장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면서 “기본적으로 정비사업 조합은 사업 초기부터 차입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금융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재개발 비대위 관계자는 “지자체가 정비구역지정 이후 조합을 지원해주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조합 집행부 감시나 비위행위 처벌 측면에서 손을 놓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조합장은 물론 조합 이사나 감사 자격 기준을 높이고 조합 회계감사를 투명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 더 힘써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2.23 10:27

3분 소요
[후박사의 힐링상담 | ADHD 자녀 갈등 극복] “에디슨, 아인슈타인, 부시도 ADHD였다”

전문가 칼럼

과다행동→열정, 주의산만→창의력, 충동성→모험심 발전 가능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회사원이다. 아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몸엔 놀다 생긴 상처투성이고, 밥을 먹을 때나 피아노를 칠 때나 몸을 가만두지 못한다. 학용품을 잃어버리는 것도 다반사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지만 곧장 싫증을 낸다. 게임이나 놀 때를 제외하곤 집중하는 것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걱정이 됐지만 “크면 나아질 것”이라는 남편의 말에 기다려보기로 했다.초등학교 2학년 참관수업으로 학교에 갔던 날, 아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40분 수업 중 아들은 반 아이들과 다르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고,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선생님을 힘들게 했다. 학부모들의 황당한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최근 사태가 더 나빠졌다.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수업 도중 밖으로 나가 들어오지 않는다.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학교를 달려갔을 때, 아들의 학습태도는 물론 사회성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음을 절감하게 됐다. “주위 아이들에게 피해가 되니 약물치료라도 받아야 되지 않느냐”는 말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이후 남편과 함께 아들을 타이르기도 하고, 혼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만 더 멀어질 뿐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간 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맘을 찌른다. 남편은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으면 된다며 위로하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뾰족한 방법은 없을까 알아보고 매일매일 고민을 거듭하지만,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 부모가 훈련받아서, 아이를 직접 도와야 ADHD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다. 3대 증상은 주의산만·과다행동·충동성이다. 좋아하는 것만 하려하고,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한참을 나대다가도 어느 순간 멍 때리기에 빠진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다. ADHD는 전두엽 미숙에서 온다. 전두엽은 뇌의 사령탑이다. 성인이 돼야 완성된다. 주 기능인 기획·통제·조절·동기 능력이 떨어진다.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는 게 어렵다. 하던 것을 멈추지 못하고, 충동과 감정 조절이 힘들다. 과제에 대한 흥미와 동기도 낮다. 크면서 과다 행동은 줄어들지만 주의산만·충동성은 오래 간다. 그냥 놔두면 절반 이상이 성인 ADHD로 진행된다. 성인 ADHD는 잦은 교통사고와 이직, 각종 중독이 특징적이다.ADHD가 급증하고 있다. 아동기 유병률이 8~15%다. 30년 전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ADHD, 자폐증, 틱, 아스퍼거증후군(사회성결핍) 등 신경발달장애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칭된다. 경중에 따라 유사증상을 보이고, 동반 질환으로 나타난다. 좌우뇌 불균형이 주된 특징으로, 남아에게 더 많다. ADHD는 5배, 아스퍼거증후군은 7배, 자폐증은 10배다. 원인은 무엇인가? 임신 중 흡연, 모유중단, 제왕절개, 항생제, 농약, 환경호르몬, 중금속을 의심한다. 유전자조작식품, 설탕, 조미료, 글루텐(밀가루)도 거론된다.“이기적인 유전자가 살아남는다.” 원시시대에는 주의산만·과다행동·충동성이 남자에게 중요한 행동이었다. 사냥하려면 이리저리 살피고 빨리 움직이고 즉각 반응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사회에는 방해 되는 행동이 되었다. 과거에 덜렁거리고 활동적인 골목대장이 요즘은 부주의하고 충동적인 ADHD로 취급받는다. 사회 변화가 환자를 만든 것이다. 현대사회는 자원이 풍부하고 안전하고 여유가 있다. ‘즉각반응’하는 인간보다는 ‘문제해결’하는 인간이 생존하는데 더 유리하다.“늦된 아이가 저절로 낫지 않는다.” 아이는 안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것이다. 머리가 나쁜 게 아니고, 실행을 못하는 것이다. 내버려두면 학교생활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 학습이 뒤처지고, 불안·우울·비행이 나타나고, 사회성이 망가진다. 자라나면서 상처는 더 커지고, 격차도 더 벌어진다. ADHD는 진단이 어렵다. 자주 오진되고, 행동·학습·정서 문제가 겹쳐 나타난다. 약물치료가 80% 정도 호전을 보인다. 2년 이상 꾸준히 치료한 경우 커서 좋은 결과를 보인다. 행동치료·학습치료·놀이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뇌파치료도 효과가 있다. 환경 독소를 피하고, 탄수화물을 배제하는 식이요법이 추천된다.“아이 문제는 부모 탓이 아니다.” 자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래도 양육과정에서 부모 노력이 중요하다. ADHD는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약물치료에 모든 기대를 걸 수 없다. 약을 끊으면 증상이 나빠지고, 2~3년 쓰다보면 효과도 떨어진다. 뇌기능 발달의 증거도 미약하다. 교사에게 모두 맡길 수 없다. 부모가 나서야 한다. ADHD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도록 교사와 주변에 알려야 한다. 전문가에게 모든 기대를 걸 수 없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부모가 훈련받아서, 아이를 직접 도와야 한다. ━ 아이의 잠재능력에 주목하자 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ADHD는 평생 갈 수도 있다. 장기전을 대비하자. 순자의 ‘천리마 이야기’가 있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가지만, 조랑말도 열흘이면 간다. 가는 데를 알지 못하면 천리마라도 도달하지 못한다.”첫째, 사랑과 신뢰가 기본이다. 조건 없이 사랑하자. 사랑이라는 것은 어렵다. 사랑은 책임감에서 나온다. 아이를 위해 나를 버리는 것이다. 비판 없이 신뢰하자. 신뢰는 의무감에서 나온다.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영원한 후원자가 되자. “나는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잠시 떠맡았다. 네가 최고의 너를 만날 때까지 100% 책임질 것이다. 세상살이는 어렵지만 어떤 난관도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다. 나는 네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둘째, 기다림과 인내가 중요하다. 비교하지 말자.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 상처받는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것이다. 격려하고 칭찬하자. 못 한다고 야단치면 상처받는다. 자부심이 없어진다. 아이는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 칭찬보다는 중간 과정에서 격려해야 한다. 하나하나 함께 하자. 못 한다고 지적하면 상처받는다. 자발성이 사라진다. 하고 싶어 하는 것부터 늘리자. 싫어하는 것은 혼자하기 어렵다. 아이 속도에 맞춰야 한다. “인내는 단련을 낳고, 단련은 소망을 이룬다.”셋째, 역발상이 필요하다. 아이의 천재성에 주목하자. 에디슨, 아인슈타인, 부시도 ADHD였다. 과다행동은 열정, 주의산만은 창의력, 충동성은 모험심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아이는 흙 속에 묻힌 보석과 같다. 아이의 잠재능력에 주목하자.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클 수 있다. 창의력과 호기심이 뛰어난 사람으로 클 수 있다. 용기 있고 모험심이 강한 사람으로 클 수 있다. “나는 네가 잘 할 줄 믿는다. 너는 해낼 것이다. 너는 대단한 아이다.”※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20.05.10 15:20

4분 소요
[부동산 내비게이션] 오피스텔 기웃기웃 VS 그래도 아파트 당신의 선택은?

부동산 일반

자금줄 막혔지만 시세 파워 여전… 주택 대안으로 인기몰이 수익은 글쎄 지난해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양극으로 치달았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지역 편차가 컸다. 날뛰는 주택시장을 잡기 위해 처방한 규제는 규제를 낳고 그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낳았지만 그럴수록 시장은 일파만파로 요동쳤다. 상처투성이로 얼룩진 시장은 럭비공처럼 예상 밖으로 튕겨나갔다. 이젠 젓가락 아닌 핀셋으로 옥석을 가려야 할 때다. ━ 전세 안정, 투기 억제됐지만 내 집 마련 기회 박탈 지난해 아파트 시장에선 정부가 쏟아낸 초강력 규제들이 사다리를 걷어차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주는 역설을 낳았다. 규제 봇물은 집값 상승을 부추겼고 상대적으로 전세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 시대의 일몰을 예고했다. 세 부담을 늘리고 대출 문턱을 높인 규제는 다주택 투자수요를 억눌렀다. 하지만 자산가들이 똘똘한 한 채에, 지방 원정 투자에, 매매 대신 자녀 증여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지난해 하반기는 8·12, 10·1, 12·16로 이어지는 고강도 부동산대책의 연속이었다.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를 잡으려고 꺼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공급 부족과 아파트값 과열 양상을 빚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아파트값이 대출 기준인 9억원과 15억원을 향해 치닫도록 부채질했다. 집값 억제가 집값 급등의 스프링이 된 셈이다. 이 덕(?)에 지난해 대전 유성구(16.1%)를 비롯해 대전 중구(15.5%), 서울 광진구(14.1%), 대전 서구(14%), 서울 송파구(12.6%), 서울 금천구(12.1%), 경기 과천(11.3%) 등지에선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규제가 느슨한 지방에선 투기수요가, 서울에선 불패 심리가 기승을 부렸다.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던 금천구 아파트 값도 신안산선 착공을 지렛대 삼아 하반기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9·12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비교해보면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59㎡는 3개월 만에 약 8000만원이,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전용 84㎡도 3개월만에 약 9000만원이 각각 급상승했다.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2016년 6월 75%로 고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지난해 12월 56%까지 하락해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전세가율이 하락했다고 전셋값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매매가는 큰 폭으로 올랐는데 전셋값은 보합세여서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의 오대열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아파트 매매가가 꺾이지 않자 향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매수가 더 많이 따라붙으면서 매매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했다”고 분석했다.이렇게 전세가율 하락세 속에서 대출 규제 강화, 임대사업 세제혜택 축소, 다주택자 보유세·종부세 인상, 양도세 감면 거주요건 강화까지 시행됐다. 이는 투기수요를 줄이고 전셋값을 안정시켰지만 한편으론 세입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는 부작용도 낳았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이런 추세가 올해도 계속된다면 다주택자는 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무주택자는 전셋값이 안정돼도 내 집을 마련하는 방안에 각각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 밑천 없는 수요 몰리고 갈 곳 잃은 투자 ‘눈독’ 이처럼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오피스텔로 주택수요가 몰리고 있다. 오피스텔은 지난해 매매가가 꾸준히 올랐지만 상승폭이 둔화된 점이 주택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 요즘 오피스텔은 전용 59~84㎡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와 면적으로 설계된 점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일부 오피스텔은 교육·쇼핑 시설과 근접해 학군 수요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 영등포가 대표적이다. 공장과 주거 시설이 혼재된 준공업지역이지만 여의도와 가산·구로 디지털단지의 배후주거지 역할을 하는데다 학군이 발달한 목동과도 가까워 영등포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등포 문래동 SK리더스뷰 전용 138㎡국토부 실거래가가 지난해 6월 7억9700만원에서 12월 9억1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조사한 서울 오피스텔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평균 매매가는 약 2억5515만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 대비 3.4% 상승한 수준이다. 평균 전셋 값도 1억9748만원으로 전년보다 약 3.3% 오르며 전세가율을 79%까지 끌어올렸다. 국토부 조사 결과 매매가지수는 지난해 12월 102%를(100을 초과할수록 매매가 상승 비중이 높다) 기록했다. 이는 상승세로 돌아선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상승폭도 매달 커지고 있다.특히 주거용으로 많이 쓰이는 중대형 오피스텔의 매매가지 수의 급등이 두드러졌다. 이는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정부가 아파트 대출을 규제하자 밑천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된 신혼부부·1인가구 같은 젊은 실수요가 오피스텔로 눈을 돌렸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부동산 규제 대책에 포함되지 않아 많게는 시세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다. 매수해도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면서 언제든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점도 젊은 세대의 마음을 붙잡았다.하지만 ‘묻지마 투자’로 오피스텔을 매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났지만 시장상황이 썩 좋지 않아서다. KB국민은행리브온 자료를 보면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올해 1월말 기준 서울 4.5%, 경기 5%, 인천 5.9% 정도까지 떨어졌다. 2010년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줄곧 하락세다. 가장 큰 원인으로 업계에선 공급과잉을 지적한다.이상혁 더케이컨설팅그룹 상업용부동산 센터장은 “정부 규제와 집값 급등의 여파로 오피스텔이 당장은 주택시장의 틈새나 아파트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공급물량이 많고 시장이 유동적인데다 세금도 비싸고 환금성도 떨어진다”며 “실거주와 투자로 목적을 구분해 그에 맞는 면적과 입지를 선별·운용하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0.02.09 17:48

4분 소요
[서광원의 인간과 조직 사이(24) 우리 팀장은 왜 저럴까?] 그들의 행동에는 ‘배후’가 있다

전문가 칼럼

지위에 따른 책임의 스트레스 크게 마련… 능력 과신하는 ‘통제감 환상’에도 휩싸여 우리가 알고 있는 지프(Jeep)라는 차종은 원래 일반명사가 아니라 브랜드였다. 미국 자동차 회사 아메리칸모터스(AMC)가 출시한 4륜 구동 브랜드였는데,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일반명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재미 있는 일화가 있다. 이 회사가 2차 대전 때의 특수를 고려해 4륜 구동을 일반인용으로 출시하면 어떨까 해서 여러 차례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때마다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많은 사람이 “나는 안 사겠다”고 한 것이다. 분명 괜찮을 것 같은데 왜 그럴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던 경영진은 고심 끝에 적게나마 출시해 보기로 했다. 시장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소비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반대로 코카콜라는 무려 20만 명을 대상으로 면밀한 소비자 조사를 한 끝에 신제품 뉴코크를 자신 있게 출시했지만 첫날부터, 그것도 미국 전역에서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는 바람에 결국 철회하는 곤욕을 겪었다. 다들 맛이 좋다고 해서 출시했는데 막상 내놓자 등을 돌린 것이다. ━ 물어보지 말고 관찰하라 생전의 스티브 잡스가 소비자 조사 무용론을 주장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그들을 관찰하는 게 낫다면서 말이다. 실제로 그는 소비자 조사를 하는 대신 그들을 관찰한 후 자신만의 통찰력을 더해 세상에 없는 신제품을 만들어냈다. 세기의 히트상품이라고 하는 아이폰은 출시 전 소비자 조사를 해 본 적이 없다. 요즘 세계의 미래를 이끄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런 잡스 방식이 대세다. 물어보지 않고 관찰한다. 빅데이터로 소비자들이 하는 행동, 그들이 남긴 흔적을 샅샅이 훑어 해석한다. 말보다 행동이 훨씬 정확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른 건 예삿일이다. 어제는 이렇다 하고 오늘은 저렇다고 한다. 내일은 또 다를 것이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고객들의 말을 그대로 들었다가 큰 코 다친다. 그렇다고 안 듣자니 그건 또 엎어져 코 깨지는 일이 된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없다. 물어보는 것보다 관찰하는 게 나은 이유다.우리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도 이런 ‘골치 아픈 고객’이 있다. ‘고객은 왕’이라고 하는데 회사에 있는 이 고객도 ‘거의 왕’ 비슷하다. 이 왕 비슷한 사람의 다른 이름은 상사다. 나의 노동과 노력을 인정하고 사주는 사람이기에 왕처럼 군림한다. 시장의 고객이 그런 것처럼 도대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마음을 알 수 없는 것도 닮았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시장의 고객은 여러 사람이 다양한 행동을 하는데 회사에 있는 고객은 한 사람이 여러 다양한 행동을 한다. 시장의 고객은 휙 가버리면 그만인데, 회사의 고객은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장의 고객을 상대하는 게 뒷맛이 개운찮은 일이라면, 회사 속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죽을 맛이다.멀리 갈 것도 없다.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김과장이 온라인으로 올린 보고서는 누가 봐도 무난했다. 문제라면 오자 3개와 탈자 1개가 있을 뿐. 그래도 어제 저녁에 받은 일 치고는 훌륭한 편 아닌가? 하지만 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오자 3개와 탈자 1개로 무려 10분 동안 김과장을 ‘깼다’. 세상에, 어제 퇴근 시간이 다 되었을 때에서야 “내일 오전 팀장들 회의에 가져가야 하니 그 전까지 보내”라고 해놓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김과장이 허투루 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어 그런 것인데.그래도 이런 팀장은 ‘양반급’이다. 직장인들에게 자기네 팀장을 ‘고발’하라고 하면 무수한 행태들이 쏟아진다. 이상하게도 공통점이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힘든 일은 다 부하들에게 시키고 자기는 감독관 노릇만 한다. 지루해졌다 싶으면 뒷짐 지고 여기저기 어슬렁거린다. 그냥 좀 지나치면 어디 덧날까 싶어 그런지 눈에 보이는 것마다 한마디씩 어록을 남긴다. 그렇게 거의 하루 종일 입으로 일한다. 그러고 나서 퇴근 무렵엔 “아이고 죽겠다”고 한다. 조금 과장하자면 정말이지 손끝 까딱하지 않고 모든 걸 부하들에게 묻어간다. 그러면서도 말끝마다 “힘들다”고 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 눈치 살피는 게 진짜 감정노동”이라는 후렴구가 최근 들어 하나 늘었다. 우리들이 하는 말은 거의 모두 한 수 아래로 보면서 사장님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별 것도 아닌 아이디어에도 “아, 그거 괜찮네요. 해보겠습니다”라고 한다. 물론 그 일을 실제로 하는 건 우리고, 자기는 입으로 일하면서 말이다. ━ 스티븐 코비의 해결법 이런 팀장의 행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니, 세상의 팀장들은 왜 그러는 걸까(팀장 대신 사장을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을 쓴 스티븐 코비는 자신이 30, 40대에 읽은 책 두 권이 자신의 일과 인생에 중요한 방향타가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중 한 권이 (한국어판 제목)인데 저자인 E. F. 슈마허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게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그 문제의 유형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두 유형이란 수렴하는 문제와 발산하는 문제다. 유형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 건, 이 두 유형이 완전히 다른 해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수렴하는 문제는 정보를 많이 모을수록 하나의 해법에 가까워진다. 예를 들어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에 이상이 생기면 가능한 이것저것 정보를 많이 모을수록 문제 해결이 쉬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정보가 더해질 때마다 필요 없는 것들을 제외시킬 수 있어 결국 하나의 해답에 이른다. 발산하는 문제는 다르다. 정보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문제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것이다. 이걸 모르면 정보를 모을수록 복잡하고 헷갈리기만 한다. 예를 들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신혼부부는 티격태격하는 일이 흔한데,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상대방이 뭘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시시콜콜 다 모아야 할까?많이 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그럴수록 싸움이 치열해진다. ‘실탄’이 많으니 공방전은 난타전이 되고 서로 상처투성이가 되어 해결은 갈수록 멀어진다. 부부싸움은 대체로 서로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또는 습관이 달라서 생기는 일이 많기에 정보를 많이 모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까닭이다. 그보다는 서로의 생각과 방식을 알고 제 3의 대안을 만드는 게 낫다. 그런 다음, 수렴하는 문제처럼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집안 일을 누가 하느냐로 싸웠다면, 각자의 주장이 아닌 제 3의 대안을 세운 후,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식이다.코비는 에서 바로 이 얘기를 한다. 논쟁하는 당사자에게 “둘이 말하는 것보다 더 나은 해법을 찾아보시겠습니까?”라고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동의하면 해결책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이유가 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보는 덕분이다. 같은 방향을 보게 되면 두 사람은 방어적이나 수동적, 또는 공격적이 되는 대신, 창조적인 방법으로 정보 교류를 시작한다.얼핏 이해할 수 없는 상사의 행동을 파악하려면 둘 중 어느 쪽이 나을까? 하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일에 대해서는 수렴하는 문제처럼 접근하는 게 좋고, 사람에 대해서는 발산하는 문제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일에 대해서는 지난 회에 소개한 방법 등을 통해 정보를 모아가는 게 좋고, 사람에 대해서는 발산하는 문제로 접근, 그 행동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는 게 좋다.상사라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을 것이니 관찰하고 통찰해야 한다. 해보면 알겠지만 상사들이 하는 행동에는 ‘배후’가 있다. 그 행동을 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요인이 있다.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 단순한 운전 아니라 순위 다투는 경주 상사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첫 번째 요인은 그가 앉은 자리, 다시 말해 지위다. 지위는 권한과 책임으로 이루어지는데, 권한이란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고, 책임이란 이 힘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성과다. 어떤 지위를 유지한다는 건 그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었다고 무조건 달리는 게 아니라 운전을 잘 해야 하듯, 지위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나만 운전 잘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불시에 끼어드는 다른 차들이나 옆에서 달리는 차들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듯 지위 유지도 그렇다. 내가 이끄는 조직만 잘 관리한다고 순항할 수도 없다. 위로 갈수록 일보다 관계, 정책보다 정치가 불쑥불쑥 끼어드는 옆 차들처럼 발등의 불로 떨어진다. 끼어드는 차에게 마음 좋게 양보해 주는 건 도로 위 운전에서나 가능한 일, 조직 속에서 어떤 지위로 살아간다는 건 단순한 운전이 아니라 순위를 다투는 경주다. 마냥 양보해 줄 수 없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지위를 가진다는 건 이런 권력의 자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수많은 자석(경쟁자)들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는 곳이기에 신경 써야 할 일이 태산처럼 늘어난다. 자성(磁性)에 반응해야 하고, 자신이 속한 자기장의 속성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이사라는 직급부터는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까지 바뀐다. 언제든 계약 해지 신세가 될 수 있다. 돌아가는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다.이뿐인가? 어떤 자리에 앉게 되면 시작되는 몸 속 변화도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더 높은 지위는 승자에게 주는 일종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던 성향들을 표면으로 떠오르게 한다. 힘을 가졌다는 생각이 뇌의 화학적 구성을 바꾼다. 마치 싸움에서 이긴 것처럼 테스토스테론을 분출시키고, 이것이 도파민 분출을 촉진해 불안과 고통을 잊게 하면서 더 큰 함성을 지르게 하고, 용기백배하게 해서 공격적으로 만든다. 한 번 이겼으니 또 다시 이기게끔 하게 한다.문제는 부작용이다. 이런 것들이 용기를 넘어 때로는 과시로, 때로는 근거 없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또 때로는 권력을 남용하게 한다. 냉정하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하기보다 자기 힘을 과신하게 한다. 연구에 따르면 내게 힘이 있다고 생각만 해도 내가 던지는 주사위가 다른 사람들이 던지는 것보다 더 높은 숫자가 나올 거라고 여긴다. 어떤 일을 추진하면 무조건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쟁자들? 남김 없이 쓰러뜨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남들이 못하는 걸 자신은 해낼 수 있다고 한다. ‘통제감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다(미국 스탠퍼드대너대니얼 패스트와 데버러 그루엔펠드 연구팀). 자신은 과대평가하고, 상대나 일을 과소평가한다. 이런 환상의 포로들이 사무실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만 보고도 다 알아’. 진짜 다 알까?실제로 연구해 보니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공감 능력이 가장 낮았다. 자기 자신에 충실한 나머지 그렇게 여길 뿐 실제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에 엄청난 공감을 해주길 바라면서(사실상 요구하면서), 자신도 상대방에 대해 전폭 공감한다고 하지만 그건 대체로 자기 생각일 뿐이었다(미국 콜롬비아대 갈린스키 교수 연구). 분명히 안 될 것 같은데 된다고 하고,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느냐”고 몰아치고, “빨리 좀 하라”고 다그치는 게 다 이런 내부 호르몬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 상사를 알면 좋은 일이 생긴다 문제는 전혀 다른 것 같은 이 두 요인이 상사의 마음 안에서 겹치며 난기류가 형성될 때다. 더하여 여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까지 더해진다면, 그들의 머리 속이 어떨까? 지금 이 자리에 1년 더 있게 될지, 아니면 떠나게 될지 모르는 요즘 같은 연말에는 또 어떨까? 팀장 회의에 들어가서 다른 팀들의 휘황찬란한 성과들을 듣는 기분은? 지난 번 회의 때 사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오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때문에 “자료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심란하다는 말 하나로 설명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 좌불안석, 전전긍긍이란 말들이 그의 마음 속을 헤집고 다닐 것이다.지위가 높아질수록 이 세 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걸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는 물론 위아래로부터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된다. 그래서일까? 이런 이들은 대체로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걸 자신이 가장 잘 아니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가 많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짜증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일이 제대로 안 되어 성과가 나지 않으니 권한위임을 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자리가 위태위태한데 내가 가진 걸 어떻게 선뜻 남에게 주겠는가. 그러다 보니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람들이 요즘 회자되고 있는 갑질 상사, 꼰대 상사들이다.상사가 하는 행동을 이 세 가지 차원에서 바라보면 그들을 어느 정도 해석할 수 있다. 오자 3개, 탈자 1개 때문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질책은 질책 대로 받은 김과장도 그렇다. 김과장이 자신의 팀장이 처한 상황을 모른다면 그날 하루 내내 기분은 우울하고, 팀장 얼굴은 보기도 싫을 것이다. 이런 일이 몇 번 더 벌어지면 둘은 소 닭 보듯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런지 알면 다를 수 있다. 요즘 같은 연말이 될 때마다 파리 목숨이나 다름 없게 되는 팀장의 처지를 알면 그가 하는 말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 있고, 익숙해지면 귓등으로 넘길 수 있다. 물론 마음으로 그렇게 해야겠지만 말이다.어쨌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고, 상사가 처한 상황과 그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면 조직과 상사에 대해 좀 아는 것이다. 일까지 잘 한다면 승진할 준비가 끝난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승진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면 또 다른 하나가 분명해진다. 승진할 수는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고, 대개는 오래가지 못한다.※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19.11.03 10:13

9분 소요
눈으로 먹는 사탕

산업 일반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수제사탕 전문점 ‘비틀버그’.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민웅기(32)·남태윤(32) 대표가 사탕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한입에 쏙 들어갈 크기에 알록달록한 색깔과 모양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사탕 한 가운데 캐릭터 그림과 글씨도 있습니다. 이른바 ‘눈으로 먹는 사탕’입니다. 공동 대표인 민·남씨는 중학교 때부터 인연을 쌓은 친구 사이입니다. 대학 때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멜버른에서 유명 브랜드인 캔디숍 ‘슈가’를 만났습니다. 남 대표는 이를 보는 순간 무릎을 쳤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수제 캔디숍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수제 캔디에 매료된 그들은 3개월 동안 무작정 수제사탕 전문점의 대표 셰인 힐스(42)씨를 따라다녔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와 비전·전략 등을 정리해서 보여줬어요. 3개월쯤 지나자 셰인 힐스가 초콜릿숍에 들어가서 일해보겠냐고 물었죠. 그때부터 수제사탕 기술을 배우는 긴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두 한국 청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악착같이 일했어요. 일이 끝나면 사탕시장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했고, 힐스씨에게 제조와 판매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도 제안했어요.” 두 청년은 1년 6개월여의 노력 끝에 수제사탕 주방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탕 제조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남 대표는 “가르쳐 주는 곳도 없고, 책도 없고 도제식으로만 배울 수 있다”며 “기술을 배우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이제 그들의 솜씨를 좀 볼까요? 빠르고 능숙한 손놀림이 이어지며 어느새 어른 몸통 만한 사탕 반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미리 뽑아 놓은 인쇄물을 보며 능숙한 솜씨로 사탕에 색을 입힙니다. 말랑말랑한 상태의 사탕을 가위로 오려 모양을 만듭니다. 그들의 손 곳곳이 상처투성이입니다. 뜨거운 설탕물에 데여서 생긴 영광의 상처죠. 사탕 만드는 기술의 핵심은 사탕반죽을 늘릴 때 균일한 굵기로 뽑아내는 거랍니다. 당기는 힘이 일정하지 않으면 사탕 안의 글씨나 문양이 잘 나오지 않는답니다. 엿가락 모양의 ‘설탕반죽’이 두 대표의 손길을 받아 수천 개의 사탕으로 태어납니다.- 사진·글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16.03.12 09:05

2분 소요
[상처투성이 도시바] 비리보다 실적이 더 걱정

산업 일반

올 봄 일본의 명문 기업 도시바가 오랜 기간 회계 부정을 저질러온 사실이 발각됐다. 도시바가 여러 방식으로 이익을 불리고 있다는 내부 고발을 접수한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가 움직이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도시바는 안팎으로 크게 요동쳤다. 적발 당시엔 부정에 따른 이익 수정 규모가 500억엔 정도였지만 특별조사위원회는 4월 PC와 TV, 반도체 등에서도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 5월 전 검찰 간부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3자 위원회가 발족됐고, 이 위원회는 9월 도시바가 2248억엔 규모의 조직적인 부정을 숨겨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선진적 경영의 선두주자로 불렸던 도시바의 배신에 일본은 큰 충격을 받았다.이번 사태로 다나카 히사오 사장 등 최고경영진 9명이 동시에 사임했다. 이 중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나카 사장뿐이다. 다나카 전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부정을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특별위원회의 조사에서도 ‘감사법인으로부터 지적 받은 적도 없고, 회계 처리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그의 증언은 의심스럽다.이번에 드러난 회계 부정 중 금액이 가장 큰 건 PC 부품 거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으로 이어지는 거래 형태는 2004년 시작된 것으로 다나카 전 사장이 이를 주도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이 거래의 회계 처리를 악용해 PC 사업 적자를 실제보다 적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게 결론이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다나카 전 사장이나 사사키 전 사장은 부풀린 이익 누계액을 ‘부채’라고 불렀다. 그리고 다나카 전 사장은 한때 이 ‘부채’를 우선 변제할 의향을 내비쳤다. 그러나 실적이 악화되자 재무담당 임원에게 극비로 몇 번이나 상담을 했고, 그가 변제 방침 철회를 언급하자, 이 임원은 ‘사장의 말이니 100% 따르겠지만 저는 반대입니다’라고 답했다는 충격적인 대화가 보고서에 나와있다. 다나카 사장도, 이 임원도 ‘부채’는 좋지 않은 것, 부정을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얘기다. ━ 먹구름이 드리운 도시바 원자력발전 사업 사실 이번 부정은 과거 결산을 정정한 것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계속해서 보고서 제출을 지연한 도시바는 지난 9월 7일에야 지난해 회계보고서를 제출해, 보고서 미제출에 따른 상장폐지를 면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14일엔 본 결산과 마찬가지로 지연됐던 1분기(4~6월)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는 110억엔 가량의 영업손실이었다. 전년 동기엔 477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액 역시 1조3498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부관리체제 미비를 문제 삼은 도쿄증권거래소와 나고야증권거래소는 다음날인 15일, 도시바를 특별주의종목으로 지정했다. 1년 이내에 내부관리체제 개선 문서를 제출하고, 통과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당한다.수백억엔 정도의 과징금을 내야 하고, 전 경영진을 상대로 10억엔 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대표 소송도 시작됐다. 뒷처리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더구나 일류기업으로 인정받았던 도시바의 신용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투명경영으로 문화를 바꾸겠다며 도시바는 전체 11명의 이사 중 7명을 사외이사로 채웠다. 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지명위원회’와 보수위원회, 감사위원회 위원 역시 사외이사로 바꿨다.그러나 도시바가 안고 있는 문제는 신뢰 회복만이 아니다. 지난해 도시바의 영업이익은 1704억엔으로 히타치제작소(6004억엔)의 3분의 1도 안 된다. 전기 3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작은 미쓰비시전기(3176억엔)보다도 영업이익이 적다. 도시바의 효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다.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하드디스크 교체 수요가 늘면서 연간 2000억엔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도시바의 사업 구조를 잘 뜯어보면 다른 문제가 응축돼 있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무너진 사업 확대 시나리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PC나 TV, 생활가전 등 만성 적자사업이다. 이들 사업으로 구성된 라이프스타일 부문은 지난해 1000억엔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정리해고가 있었음에도 올 1분기 역시 207억엔 적자였다. 또 하나는 플래시메모리 외에 든든한 수익원이 없다는 점이다. 2006년에 거액을 투자해 미국 대형 원자력 발전회사인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나선 것도 반도체 의존적인 수익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원전 사업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 이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심려를 끼친 원전 사업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새로 취임한 무로마치 마사시 사장은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2014년 실적 전망치를 설명한 후,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배포한 자료에는 지금까지 공개를 거부해왔던 원전 사업 매출이 그래프로 게재돼 있었다. 그는 원전 사업은 ‘꼭 필요한 장래성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장기간에 걸친 회계 부정이 적발된 부문은 주로 PC나 반도체였다. 그럼에도 일련의 소동 속에서 굳이 원전 사업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유가 있다. 원전 사업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투자자 사이에서 강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어서다.초점은 원전 사업의 핵심이자 해외 사업의 중추인 미국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에 맞춰졌다. 도시바는 니시다 아쓰토시 사장 시절인 2006년 미쓰비시중공업과의 쟁탈전 끝에 세계적인 원자력 업체 중 하나인 WH를 손에 넣었다. 당시 ‘자산이나 실적으로 봤을 때, WH의 기업 가치는 높아야 3000억엔 정도’라는 게 정설이었으나 도시바가 인수한 금액은 6000억엔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도시바의 회계 보고서에는 5000억엔에 달하는 WH의 ‘노렌(기업의 신용, 명예 등 무형의 경제적 가치)’이 계상돼 있다. 문제는 과연 지금의 WH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WH를 인수한 2006년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지구온난화 문제 부각 등으로 원전이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각지에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표명했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신설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미국도 2005년 규제를 완화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50~200기의 원전이 신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원전은 발전기 1기를 건설하는 데 비용이 대략 5000억엔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도시바는 WH를 손에 넣으면 이러한 전 세계 신설 물량을 대거 수주해 원전 사업을 글로벌 무대로 확장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사운을 걸고 인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시작은 순조로웠다. 인수 직후인 2007년 WH는 중국에서 4기, 이듬해 미국에서 4기 신설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09년엔 원전 전문가로 WH 인수를 지휘한 사사키 노리오가 사장에 취임했다. 사사키 전 사장은 2015년 말까지 전 세계에서 39기의 원전을 수주해 부문 매출을 1조엔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장밋빛 시나리오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크게 틀어졌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원전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세계적으로 신설 계획을 재고하거나 철회하는 일이 잇따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통계에 따르면 2014년에 전 세계에서 새로 착공한 원전은 불과 3기 뿐이었다. 2010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 최악의 적자에서 V자 회복 일군 히타치 WH가 있는 미국에서는 2005년 신설 규제 완화로 한 때 30기 이상의 신규 증설 계획이 있었으나, 실제 건설된 것은 3건(5기)에 불과하다. 이미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8건(12기)은 계획이 틀어졌다. 형식적으로는 9건(13기)이 남아있지만, 미국 당국의 안전 기준이 강화됐고,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원전의 비용 매력도 많이 떨어졌다. 물론 중국이나 인도처럼 여전히 원전을 계속 추진하려는 나라도 있지만 세계적인 원전붐은 사실상 식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도시바가 WH를 인수한 후 WH가 수주해 착공에 이른 원전은 중국과 미국을 합해 모두 8기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인 2007~2008년에 계약한 것으로 현재 건설 중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착공이 확정된 수주건은 더 이상 없다. 사사키 사장 시절 내걸었던 39기 계획에 크게 못 미친다. 상황이 이러니 WH의 자산 평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5000억엔에 달하는 WH 관련 무형자산은 사업이 장래에 낳을 수익을 전제로 한 자산이다. 상정했던 것처럼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면 자산으로서의 정당성을 잃고, 결산에서 감손처리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금액이 워낙 큰 만큼, 감손처리를 했을 때의 충격이 엄청날 것이다. 이 때문에 WH를 둘러싼 감손 문제가 ‘도시바의 최대 폭탄’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도시바는 여전히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무로마치 사장 또한 ‘현재로서는 자산 장부가액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현상이나 상황 변화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투자자는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있다.이처럼 원전 사업이 갈피를 못 잡는 상황에서 과거의 수익원마저 거의 퇴물이 됐다. 9월 10일 도시바의 시가총액은 1조4000억엔이다. 경쟁사인 히타치제작소(약 3조엔)의 절반 이하고, 도시바보다 매출 규모가 작은 미쓰비시전기(약 2조5000억엔)에도 크게 못 미친다. 사실 도시바에 대한 주식시장의 냉담한 평가는 이번 회계 부정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종합적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사업 구조에 있다. 히타치가 정보 시스템이나 건설기계, 자동차 부품 등 폭넓은 부문에서 수익을 올리는 데에 반해,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중심의 전자 디바이스 부문이 전체 이익의 절반을 차지한다.다른 부문은 수익성이 너무 낮다. 특히 PC와 TV, 가전 등 라이프스타일 부문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돈벌이가 되는 반도체 사업이 있음에도 PC 등 적자사업 탓에 도시바의 시가총액이 깎이고 있다’는 게 와카바야시 히데키 서클크로스 코퍼레이션 사장(전 애널리스트)의 지적이다. “대기업 디스카운트(적자나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인해 수익사업에 대한 평가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현상)에서 프리미엄으로 바꿔 나가고 싶다.” 다나카 전 사장은 재임 중, 낮은 시가총액에 대해 물으면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그가 2013년에 사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도시바 한 임원은 기관투자자들에게 ‘(다나카 사장이 취임했으니) PC와 TV를 떨궈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전임인 사사키노리오 사장 시절엔 니시다 아쓰토시 회장(당시)을 배려해 PC 사업을 축소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는 의미였다. 니시다 전 회장은 PC사업 영업부 출신으로 도시바의 노트형 PC를 세계에 확산시킨 주역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1989년 세계 최초로 노트형 PC를 발매해, 1990년대 세계 최고로 군림하며 한때 PC 사업에서만 1조엔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밀려 노트북 시장이 축소됐고, 단가마저 떨어지면서 사실상 ‘짐짝’이 됐다. 이번 회계 부정도 사실 이와 관련된 적자를 작게 보이려 했던 것에서 출발했다.이를 잘 알고 있던 다나카 전 사장은 취임 이후 적자 사업에 대한 ‘성역 없는 개혁’을 내걸었다. 그리고 2년 동안 PC, TV 부문에서 여러 번에 걸친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2015년엔 미국 TV 시장에서 철수했고, 신흥국에서는 개인을 상대로 한 PC 판매를 접었다. 그러나 구조개혁이 다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계 부정이 발각됐고, 그는 회사에서 쫓겨났다.도시바와 대조적으로 이미 히타치와 미쓰비시전기는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히타치는 2008년 일본 제조업 사상 최악의 적자(7873억엔)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경영체제를 쇄신하면서 회생에 성공했다. 종합 전기회사에서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흥망이 심한 TV 등 가전 분야는 축소했다. 그룹 내 중복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HDD(하드디스크 구동장치) 등 채산성이 낮은 사업은 잇따라 매각했다. 지금은 유럽의 철도사업을 필두로 글로벌 성장을 모색 중이다. 기존 사회 인프라나 전력 시스템을 IT 서비스와 연결하는 사업 모델이다. ━ 반도체·가전 버리고 회생한 미쓰비시전기 미쓰비시전기의 최대 난관은 반도체 사업 적자였다. 어렵다는 판단을 한 미쓰비시전기는 과감하게 정리에 나섰다. D램 사업은 2003년 엘피다에 매각했고, 시스템 LSI(대규모집적회로) 부문은 히타치와 공동 출자한 르네상스테크놀로지(현 르네상스 일렉트로닉스)로 분리한 뒤 최근엔 완전히 사업을 떼냈다. 휴대전화와 세탁기 사업도 버렸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사내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파워반도체는 남겨뒀다. 동시에 파워모듈·승강기 등 B2B 사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미쓰비시전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도시바로서는 부러울 만하다. 역대 3인의 사장 밑에서 실시된 조직적인 부정이 발각되고, 한 순간에 일류기업의 명예와 신뢰도 잃었다. 곧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새로운 체제가 가동되겠지만 정상화를 위한 여정은 멀다. 사업구조 개혁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상처투성이가 된 도시바의 새 출발은 과연 성공할까?-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2015.10.10 16:06

8분 소요
청소년도 흥미 잃었다

산업 일반

대중문화에 따르면 오늘날의 십대 청소년은 ‘섹스’로 인한 상처투성이의 이방인 무리다. 서로 무절제한 성관계를 갖고 온라인 포식자들에게 착취당하는 불결한 세상에 갇혀 있다.실제론 요즘 미국 십대의 성행위는 지난 수십 년래 어느 때보다 감소했다. 1988~2013년 사이 성경험 있는 (미혼) 15~19세 청소년 숫자가 여성 14%, 남성 22% 줄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 국가건강통계센터(NCHS)의 최신 데이터다.2011~2013년 조사 대상인 십대 중 소녀 44%, 소년 47%가 성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1988년 조사에선 그 비율이 십대 여성과 남성 각각 51%와 60%에 달했다. 다시 말해 밀레니엄 세대에선 여성 430만 명, 남성 480만 명이었던 반면, 1980년대엔 각각 500만 명과 615만 명 선이었다. 마지막 X세대의 성경험자 비율이 가장 어린 밀레니엄 세대보다 높았다.한편 요즘 청소년은 안전한 섹스(피임기구 등의 사용)를 더 잘 실천한다. 조사 대상 여성의 79%, 남성 84%가 처음 성관계할 때 피임했다고 답했다. 그중 콘돔 이용 비율이 가장 높았다. 1988년에는 첫경험 때 피임한 십대의 비율이 남성 71%, 여성 69%에 그쳤다.요즘엔 십대 청소년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피임법은 콘돔, 피임약, 그리고 질외사정이다. 조사 대상 15~19세 여성의 54%가 어느 시점에 피임약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2002년과 비슷한 비율이다. 피임 임플란트 사용(2%), 자궁내피임기구(IUD) 사용(3%)도 비교적 변화가 없었다.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응급피임(EC,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한 사후 피임) 비율은 급증했다. 2002년 8%에서 2011~2013년 22%로 뛰었다. FDA는 2013년 ‘플랜 B 원-스텝’이라는 EC를 15세 이상에게는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응급피임 비율의 급증은 시기상 그 결정과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하지만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이 있다. 지난 10여년 사이 미국에서 EC에 대한 인식과 수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전체 가임연령 여성 중 EC 사용 경험자 비율이 2002년 4.2%에서 2010년 약 11%로 증가했다.어떤 방법을 사용했던 십대 청소년의 피임법 사용 증가가 효과를 보고 있다. 구트마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5년 사이 십대의 출산·임신·낙태 비율이 모두 크게 떨어졌다.- ELIZABETH NOLAN BROWN NEWSWEEK 기자

2015.09.21 10:47

2분 소요
“행복한 끝은 하나도 없었다”

산업 일반

내가 확인한 바로는 하냐 야나기하라(40)는 브루클린이라는 거품 넘치는 문학적 가마솥에서 살지 않는 유일한 미국 소설가다. 탁월하고 기묘한 소설 두 편을 써낸 그는 지난 20년간 뉴욕 이스트 강 건너편의 문학적 변방에 묻혀 지냈다. 안경을 쓴 젊은 조너선들(조너선 레덤 ‘축가와 종소리’, 조너선 샤프란 포어 ‘모든 것이 밝혀졌다’ 등)이 줄지어 한때 버려졌던 지구를 변모시키는 모습을 지켜봤다. 토요일 밤의 열기와 일요일 오후의 구운 지티 파스타 밀회로 유명하던 곳이 현대판 라탱지구(Quartier Latin, 명문대학들이 자리 잡은 파리의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단지 지하철 서비스가 더 좋고 딱딱한 바게트 빵 대신 유기농 컵케이크를 즐긴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더욱이 야나기하라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설들을 펴냈다. 브루클린의 낡고 세련된 파크 슬로프 동네 카페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판만 줄곧 두드리는 작가들과는 달랐다. 상처를 잔뜩 끌어 안은 포크 가수가 백인남성의 진지함으로 저속하고 슬픈 노래를 무한 반복하는 그런 카페 말이다.“나는 맨해튼을 떠날 수 없었다. 일종의 항복처럼 느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나기하라가 최근 소호의 초밥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내게 말했다. 그녀가 사는 맨해튼 남부 동네다. 그녀의 신작 소설 ‘작은 삶(A Little Life)’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가 ‘우리 가공육 대성당(일명 카츠 조리식품점)’에서 10㎞이상만 벗어나면 완전히 길을 잃고 말겠구나 속단해선 안 된다. 세상과 등진 신경증 환자는 결코 아니다. 여행잡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의 편집자인 그녀는 빈번히 그 도시를 벗어나 여행을 떠난다. 지난 3월 초 우리가 만났을 때도 오만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언젠가는 아시아, 특히 도쿄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오랜 전통을 가진 믿음과 초현대적인 감수성이 어우러져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도시라는 설명이다. 야나기하라는 더 실질적인 측면에서 역발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문학계의 케케묵은 훈장인 문예창작 석사 학위(MFA)를 갖고 있지 않다. 오래 전부터 뉴욕 유수의 출판사에서 책을 내려면 MFA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그 때문에 더 어려움이 많다”고 그녀가 털어놓는다. 신간 소개를 위해 동료 작가들에게 추천사를 받으려 할 때 특히 그렇다. 하지만 막상 닥쳐보니 그것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숲 속의 사람들(The People in the Trees, 이하 숲 속)’은 2013년의 걸작 소설 중 하나로 널리 칭송 받았다. 2년차 징크스(sophomore slump)에 걸리지도 않았다. 치열한 목적의식으로 ‘작은 삶’을 18개월 만에 써냈다. 뚜렷한 비전이 있었으며 분명 그것을 성취했다. 평소 신중하기로 유명한 월스트리트저널의 평론가 샘 색스는 “야나기하라의 두 번째 소설은 그녀가 미국의 주요 소설가라는 선언이다”고 평가했다.상상력이 딸리는 많은 소설가들은 자신이 아는 것에 관해 쓴다. 익숙함의 바닷가 가까이 접근해 일상생활의 조류를 타고 떠돈다. 야나기하라는 인간 심리의 어두컴컴한 후미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우리 대다수가 피해가고 싶어하는 깊이 모를 초호다. 첫 소설에선 이부이부라는 먼 태평양의 섬에서 한 인류학자가 생물학적 불멸의 비밀을 발견하는 듯하다. 노벨상을 받지만 자신이 입양했던 수십 명의 이부이부 아이들 중 일부를 성추행한 죄로 징역살이를 하면서 그의 경력은 불명예스럽게 끝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어린 소년을 강간한다. 험버트 험버트와 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에 등장하는 의붓아버지와 딸)가 찾아가는 342개 호텔과 모텔에서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무엇보다도 섬뜩한 장면이다.소설은 바이러스 학자 칼턴 가주섹의 실제 사건을 토대로 했다. 가주섹은 의사들인 그녀 아버지와 숙부의 친구였다. 한 남자의 파멸을 그린 이야기이면서 또한 서방의 과학과 그에 따른 기업들에 지상낙원 같은 한 섬이 약탈되는 스토리다. 야나기하라는 자기 가족의 뿌리가 있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식민지화 반대 논문’을 쓰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16년 간 초조와 불안에서 우러나오는 상상력으로 자신의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했다. 그런 상상력이 자아내는 변덕과 가공의 지식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Pale Fire)’을 연상케 한다.“우리 부모는 밭에 나가 일한 마지막 세대였다”고 야나기하라가 말했다. 증조부 대에 하와이로 이주해 정착했지만 그녀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운전, 태양광선’ 때문에 그곳을 싫어한다. 그녀의 가족은 혈액학자·종양학자인 아버지 때문에 뉴욕시·볼티모어·텍사스·하와이 등으로 자주 이사를 다녔다. 온갖 찬란한 공포를 자랑하는 오렌지 카운티. 그 뒤 들어간 스미스 칼리지도 LA 만큼이나 끔찍했다.대학 졸업 후 야나기하라는 뉴욕으로 이주해 여러 출판사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하다가 잡지계로 뛰어들었다. 한때 보수 높고 일 많던 잡지 편집자 일을 아직도 계속한다.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의 기사작성과 편집 작업이 “마음에 안식을 주고 보람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종종 떠나는 해외 출장이 특히 만족스럽다. 서비스 저널리즘(소비자 지향적 기사와 정보 매체)이지만 그녀로선 전혀 불만이 없다. “시작과 끝이 있는 일”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따라서 소설 작업을 할 시간과 정신적 여력이 충분하다.야나기하라의 둘째 작품은 첫째와는 전혀 다르다. 우선 분량이 730쪽으로 두 배에 가깝다. ‘숲 속’의 배경은 가공의 섬이지만 ‘작은 삶’은 실재하는 맨해튼 섬이다. 야나기하라가 고향으로 부르는 구체적인 성지다. 소설은 친구 4명의 삶을 수십 년에 걸쳐 따라간다. 대학 때부터 함께 어울렸으며 모두 맨해튼에 정착했다. 3명은 예술계에 종사하고 중심인물인 주드는 성공한 기업 변호사다. 어렸을 때 심한 학대를 받아 줄곧 신체적·정신적 상처로 고통 받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첫 소설은 세부묘사가 지나칠 정도로 섬세했지만 두 번째 작품은 “동화 같은 수준”이라고 야나기하라는 평한다. 톰 울프의 ‘허영의 불꽃(The Bonfire of the Vanities)’ 같은 몇몇 뉴욕 테마 소설들은 도시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구두 브랜드와 레스토랑 이름들이 줄거리를 떠받치는 힘이다. ‘작은 삶’은 그 배경에 깊게 뿌리를 내렸지만 거기에 예속되지 않는다. 뉴욕의 이미지를 담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보기 드문 뉴욕 소설이다. “책이 약간 시대와 어긋나게 느껴지기를 바란다”고 그녀가 말했다.아동 추행 테마가 두 소설을 하나로 묶어준다. 실제로 그것은 두 소설의 유일한 표면적 교차점일지도 모른다. 첫 소설에선 주인공이 성추행을 한다. 둘째 소설에선 피해자가 무대 한가운데 선다. 야나기하라는 ‘작은 삶’을 시작할 때 “첫 소설에 대한 답안”으로 구상했다고 한다. 두 작품 모두 성행위를 가리켜 필요하지만 소름 끼치는 것으로 묘사한다. 소름 끼치는 건 바로 필요하긴 하지만 쾌감은 순간이고 고통은 오래 남는다는 점 때문이다.주드의 섹스에 대한 두려움은 중서부 등지의 수도원에서 겪었던 성폭력을 감안할 때 이해할 만하다.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지 못하는 무기력, 그것을 침묵으로 억누르려는 그릇된 욕구가 독자에게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폭력. “섹스에 대한 보상행위로 하는 자해가 갈수록 심해진다. 수치심을 덜고, 자신이 느끼는 분노를 자책하려는 목적”이라고 야나기하라는 썼다. 주드의 몸은 이미 학대자들에게 망가진 상태였다. 필라델피아의 자칭 구원자가 자동차로 그를 치어 두 다리가 부러졌다. 뉴욕의 폭력적인 동성 친구는 그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렸다. 이미 상처투성이인 그의 몸은 자해로 더 큰 상처를 입는다.야나기하라의 소설 두 편 모두, 특히 ‘작은 삶’에는 비중 있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의도적인 설정이었다. 야나기하라는 독신이며 가족을 꾸릴 생각도 없다. ‘남자에게는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가 훨씬 적게 주어졌다’는 이론을 탐구하고 싶었다고 한다. 여성의 감정은 훨씬 더 풍부하고 친숙했다. 따라서 남이 가지 않은 길에 더 관심이 많은 소설가에게는 덜 매력적이다. 그녀는 남자 심리의 음습하고 어두컴컴한 비좁은 통로를 더듬어 나가고자 했다. 그 제한된 어휘로 극도의 정신적 충격에 어떻게 대처할까? 그 다락방에서 어떻게 빠져 나올까? “이런 충격은 회복이 불가능한 종류일까?”야나기하라 책의 출판사 더블데이 편집자 게리 하워드가 걱정하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수백 쪽에 달하는 주드의 성적·육체적·정신적 박탈을 독자들이 참고 읽어주지 않으리라는 우려였다. “누구라도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고 그가 야나기하라에게 말했다고 서평지 ‘커커스 리뷰스’가 최근 프로필 기사에서 전했다.그 결과 종종 여러 해, 여러 생애를 빠르게 넘나드는 속도감 있는 소설이 탄생했다. 그러나 그것은 종종 자세하고 장황한 설명으로 느려지거나 평범한 언어로 무뎌진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존 밴빌(‘신들은 바다로 떠났다’)과 문장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주저 없이 시인한다. “나는 절대 그런 작가가 될 수 없다.”하지만 현재의 작가 야나기하라도 상당히 흥미롭다. 그것은 일정 부분 특정 주제에 관해 특정한 방식으로 글을 쓰도록 문예창작학계의 강압이나 부추김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행운에서 기인할지 모른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면 상당히 자유롭다.” 끝없는 여행벽도 있다. 그녀가 “한자리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흥미로운 기질의 힘이다. 그것은 다른 작가들에게서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성향이기도 하다.점심식사가 끝날 무렵이 되자 레스토랑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오후의 자몽 빛 햇살이 실내를 채운다. 그제야 기본적인 의문이 마침내 머리에 떠올랐다. 소설 제목을 왜 ‘작은 삶’이라고 했는가? 어쨌든 그녀가 기술하는 삶(즉 주드의 인생)은 문학적 성취의 어떤 직유적 또는 비유적 잣대에 비춰봐도 결코 작지 않다. 그것은 소품이 아니라 벽화다. 아이러니를 의도한 건가?그렇지 않다. “모든 삶은 작다”고 그녀가 단언한다. 그녀는 본질적으로 인생의 근본적인 허무에 경도된 비극 작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무상함에 문예의 옷을 입혀 솔깃할 뿐 아니라 빠져들게 만든다. “삶은 모두 죽음과 불행으로 끝을 맺는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는 살아간다”고 그녀가 말했다. 이는 ‘숲 속’에서 불운한 주인공이 하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매번 끝은 있었다. 하지만 행복한 끝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동화는 마더구스(Mother Goose, 영국 전승동요)라기보다는 전도서(Ecclesiastes,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의 색깔이 더 짙다.이제 레스토랑이 거의 비어간다. 우리도 끝을 맺을 때가 왔다. 맨해튼의 미디어 업계 가십 몇 가지를 주고받는다. 드라마 ‘걸스(Girls, 20대 젊은 여성들 이야기)’가 걸작 드라마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젊음의 공포를 솔직히 다뤘다고.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늙었다는 의미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 모두 죽는다. 야나기하라도, 한나 호바트(‘걸스’ 캐릭터)도, 나도, 그리고 지금은 하릴없이 생선 살점을 내려다 보고 있는 초밥 요리사도 모두. 세상은 어려운 진실들로 가득하다. 야나기하라는 그것들을 피하지 않고 맞선다. 하지만 마침내 계산서가 나오고, 농담, 이어 시간이 얼마나 늦었는지 깨달음이 찾아온다. 우리의 삶은 작지만 충만하다. 우리는 맨해튼으로, 흠잡을 데 없는 오후 햇살의 끝자락 속으로 되돌아간다.- 번역 차진우

2015.03.30 11:30

7분 소요
박용삼의 시네마 게임이론 - 돈 잘 버는 기업? 근본 있는 기업 돼야

게임

2000년 개봉한 영화 (Cast away는 ‘조난당하다’는 뜻). 세계적인 택배회사 페덱스의 직원인 척 놀랜드(톰 행크스)는 항상 바쁘다. 택배는 일분 일초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척은 급한 배송 건으로 말레이시아행 화물 비행기를 타게 되는데 갑작스런 난기류에 휘말려 태평양 한복판에 추락하고 만다. 정신을 잃은 척이 눈을 뜬 곳은 망망대해에 둘러싸여 무성한 나무와 높은 암벽뿐인 무인도였다. 무한정으로 주어진 시간, 그리고 찾아 온 절대 고독. 척은 이제 과거의 모든 삶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동화해야만 한다.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가 된 것이다. ━ 무인도에서 탈출해 택배상자 배달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분노하고 좌절하는 것도 잠시, 척은 무인도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간다. 추락한 화물기에서 떠내려온 배구공에 사람 얼굴을 그려놓고 윌슨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말벗이 된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코코넛을 깨 즙을 마시고, 나무 작살을 던져 게와 생선을 잡아 먹는다. 나뭇가지를 비벼 불을 피우는 법까지 터득한다. 그렇게 4년여의 시간이 흐른다. 되돌아 가야 한다는 희망이 점점 사라져갈 즈음, 해변에 간이 화장실 문짝 하나가 떠내려 온다. 불현듯 강렬한 생환 의지를 느낀 척은 문짝을 이용해 뗏목을 만들어 무시무시한 파도를 뚫고 마침내 섬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문명사회로 돌아온 척은 자신의 약혼녀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음을 알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임무를 잊지 않는다. 그것은 무인도에서 가지고 나온 마지막 페덱스 택배상자를 배달하는 일. 어찌 보면 척을 살린 것은 약혼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못지 않게 택배상자를 반드시 배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주인 없는 빈 집에 택배상자를 내려 놓고 척은 이런 메모를 남긴다. ‘이 택배가 저를 살렸어요(이런 직원만 있다면 택배회사 하나 차리고 싶다)’. 페덱스는 1973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설립됐다. 허브앤드 스포크(hub and spoke)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발상에서 출발한 페덱스는 정보기술(IT)의 적용과 여러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전날 밤 맡긴 택배를 다음날 오전에 받을 수 있는 익일 특급배송 서비스, 발송 중인 화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추적 시스템, 배달에 착오가 생기면 고객에게 요금을 돌려주는 환급제도 등을 처음 시작한 것도 페덱스였다. 페덱스라는 기업 명칭은 물건을 특송으로 보냈다는 뜻인 ‘페덱스했다(fedexed)’는 말로 통하기 시작했다. 영화 를 관통하는 게임이론 코드는 ‘평판(Reputation)관리’이다. 평판은 사람이나 조직 등 특정 개체에 대해 형성된 지속적이고 보편적인 평가, 혹은 집합적 기억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그 다음에 애정·소속감·존경의 욕구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평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항상 주변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소문·구설수·가십 따위에 신경을 쓴다. 최근에는 온라인 소통이 발달하면서 댓글이나 ‘좋아요’의 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톰 행크스의 직업이 페덱스 직원인 만큼 페덱스라는 상표는 스크린 곳곳에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전체 상영시간 150분 중 무려 70분가량). 페덱스는 이 영화를 통해 직접적인 광고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평판관리에 성공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머리 속에는 페덱스는 ‘목숨을 걸고 약속을 지키는구나’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택배 업계의 경쟁구도 속에서 고객들의 신뢰만큼 중요한 무기도 없다. 영화로 인해 페덱스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평판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 때로는 돈이 든다. 하지만 당장은 손해인 것 같아도 좋은 평판은 미구(未久)에 닥칠 자잘한 골치거리와 우환을 사전에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다. 1982년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소비자들이 타이레놀을 먹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제작사인 J&J(존슨 앤 존슨)의 대응이 귀감이 된다. J&J는 약 100만 달러의 회수 비용을 들여 7일 만에 미국 전역에 있는 타이레놀 3100만병을 수거해서 모두 폐기처분했다. 그 액수만 무려 1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결국 J&J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돈보다 소비자의 건강을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좋은 평판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나중에 제품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누군가 고의로 타이레놀 캡슐에 청산가리를 넣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인들은 J&J에 대해 신뢰를 넘어 존경의 마음까지 갖게 됐다. 우리 기업들은 어떤가? 산업화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탓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확고한 평판을 쌓은 기업은 드물다. 간혹 수 년 간의 노력으로 좋은 평판을 만들어도 2세, 3세 승계를 거치며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다. 전문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욕이 지나쳐 기존에 만든 평판이 흔들리기도 한다. 이제 ‘100년 기업’을 향해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평판관리에 특단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평판을 구성하는 큰 뿌리는 우직하게 유지하되, 그 골격 내에서 상황에 따라 미세조정을 해나가는 적응력이 요구된다. ‘돈 잘 버는 기업’보다 ‘근본 있는 기업’이 살아 남는다. 사회적 책임(CSR)도 그렇다. 200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슈가 되면서 많은 기업이 모내기와 연탄 배달에 나섰다. 정치권의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 구호도 여기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섰던 기업들 중에 앞으로 10년, 20년 후까지 진심으로 사회와 함께 한다는 평판을 얻을 기업은 얼마나 될까?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를 고용해 악성 댓글만 지운다고 좋은 평판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이만큼 했으면 되겠지’라며 노력을 게을리 하는 순간, 수 년 간의 노력은 쇼‘ ’가 되어 버린다. 하루 아침에 사‘ 회책임 기업’에서 사회기만 기업’으로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악성 댓글만 지운다고 평판 좋아지나? 영화 뒷얘기 하나. 주인공 척 놀랜드 역을 맡은 톰 행크스는 일부러 몸을 불려 영화 전반부를 찍은 뒤 약 1년 동안 무려 50파운드(22.7kg)를 뺀 후에 다시 촬영에 나섰다고 한다(영화배우도 썩 좋은 직업은 아닌 듯하다). 페덱스는 영화에 필요한 각종 자재와 집기를 지원했는데, 영화 후반부 척의 생환 파티에는 페덱스의 설립자이자 CEO인 프레드릭 스미스 회장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가 성공하자 페덱스는 직접 패러디 광고를 만들어 TV에 방영했는데 이 광고 또한 크게 히트했다. 무인도에서 돌아온 척이 택배상자를 주인에게 배달하고 돌아서면서 갑자기 생각난 듯 묻는다. 그 안에 뭐가 들었느냐고. 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위성 전화기, GPS 수신기, 낚싯대, 정수기, 그리고 씨앗 등이라고. 헐~. 박용삼- KAIST 경영공학 박사로 포스코경영연구소 산업전략 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정보통신 기술정책 수립 업무를 맡았다. 포스코에서 10년 넘게 신사업·신기술 투자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14.11.3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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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CELEBRITY | CEO가 만나고 싶은 명사 30人 - 김연아·김성근·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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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만나고 싶은 명사(名士)는 누구일까. CEO 100명에게 물었다. 이들의 선택을 보면 현재의 관심사와 생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CEO들은 만남에서 또 다른 경영철학과 아이디어를 얻는다. 포브스코리아는 다음 호부터 설문 결과에서 상위권에 오른 명사들을 차례로 인터뷰할 계획이다. 제시한 후보 군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그만큼 CEO들의 생각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전혀 뜻밖의 인물을 제시한 이도 있었다. 압도적인 표를 받은 명사는 없었지만 순위는 매겨졌다. CEO가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이 시대 명사는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그의 매력에 CEO들은 찬사를 던졌다. 100명 가운데 18명이 가장 만나고 싶은 명사로 김연아 선수를 꼽았다. 배순훈 S&T중공업 회장은 “김연아 선수를 만나 ‘세계 정상’과 ‘경쟁’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다음으로 CEO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명사는 독립야구팀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이었다. 17표를 얻었다. ‘야신(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 감독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다. 그는 2007~2011년에 SK 와이번스 감독을 맡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데이터 야구론’과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어려운 현실에서 성과를 끌어내는 김성근 표‘비정의 리더십’은 경영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 역시 17표 를 얻어 김성근 감독과 공동 2위에 올랐다. MBC 아나운서, 성신여대 교수를 지낸 손 사장은 2013년 JTBC로 자리를 옮겨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전에 진행하던 ‘100분 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과 깔끔한 진행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손 사장을 선택한 17명 가운데 12명이 20~40대 CEO였다. 남수정 썬앳푸드 대표,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이하 40대)와 조현민 정석기업 대표, 한현수 청심 대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하 30대), 20대의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 등이다. 50~70대 CEO로는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 박은관 시몬느 회장, 정재희 포드코리아 대표 등이 손 사장을 만나고 싶어 했다.CEO가 만나고 싶은 명사 4위는 14표를 얻은 박칼린 예술감독이었다.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던 박 감독은 2010년 KBS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다. 요즘도 여러 방송과 공연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다. 그의 ‘카리스마 리더십’ ‘따뜻한 리더십’도 주목 받았다. 조현정 비트 컴퓨터 회장은 “연주자와 지휘자는 이미 많다. 이제 공연기획자를 늘려야 한다”며 “기획자들의 세계를 알고 싶어서” 박 감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공동 5위는 전혀 다른 분야의 두 명사가 차지했다. 시인 고은 선생과 나영석 CJ E&M PD다. 고은 선생은 1958년에 등단해 『피안감성』 『만인보』 등 150권이 넘는 시집, 소설, 평론 저서를 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자주 오르내리는 그는 지난해 7월 인터넷서점 예스24가 뽑은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에서 16.5%를 얻어 1위를 하기도 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혼탁과 책임 회피가 난무하는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게 지혜롭고 깊이 있는 삶의 궤적을 찾고 싶어서” 고은 선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나영석 PD 여성 CEO들에게 인기KBS ‘1박 2일’의 전성기를 이끈 나영석 PD는 2013년 CJ E&M으로 이적해 ‘꽃보다’ 시리즈를 기획했다. 노년의 배우 이순재, 백일섭, 신구, 박근형을 모시고(?) 유럽·대만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꽃보다 할배’는 방송가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나 PD는 연이어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을 히트시키며 스타보다 더 유명한 PD로 이름을 날렸다.60대의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등 12명의 CEO가 그의 기획력과 창의성에 관심을 보였다. 나 PD는 특히 여성 CEO들에게 인기였다. 권지혜 삼홍테크 대표, 한현숙 디아이티 대표,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대표, 송경애 SM C&C 대표, 조선혜 지오영 회장 등이 만나고 싶은 명사로 나 PD를 꼽았다.뒤를 이어 11표를 얻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CEO가 만나고 싶은 명사에 이름을 올렸다. 강 단장은 과거 ‘CEO들이 비행기 옆 좌석에 앉고 싶은 여성 1위’로도 뽑혔다. 그는 동양인 최초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해 1997년부터 수석 발레리나로 활동했다. 2007년에는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독일 ‘캄머탠저린(궁정무용가)’ 칭호를 받는 등 그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지난 2월 국립발레단장에 취임해 행정가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쉬는 건 무덤에서 하면 된다”고 말하는 노력파 강 단장은 상처투성이 발 사진으로도 유명하다.MC 유재석 씨와 성악가 조수미 씨는 10표를 얻어 8위에 올랐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이석우 카카오 대표, 이상현 KCC정보통신 사장 등이 유재석을 만나고 싶은 명사로 꼽았다. 유재석은 연예인 중 유일하게 상위 20명에 들었다.외국 명사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다음으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류현진 선수, 『인생수업』 『엄마수업』 등을 펴낸 법륜 스님이 각각 9표를 얻어 공동 10위에 올랐다. 김 제임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대표 등이 류 선수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고 여성 CEO인 남수정 대표와 채은미 대표도 류 선수에게 한 표를 던졌다. 법륜 스님을 만나고 싶은 명사로 뽑은 CEO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등이었다.7표를 얻은 명사는 혜민 스님, 프로 골퍼 최경주 선수, 지휘자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소설가 조정래 씨 등 4명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인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는 6표를 얻었다. 이어서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이화여대 석좌교수, 지휘자 금난새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CEO, 박지성 전 축구선수, 철학자 강신주 씨, 반기문 UN 사무총장, 연기자 김희애 씨, 소리꾼 장사익 씨, 소설가 김훈 씨, 작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가수 싸이, 소설가 신경숙 씨, 만화가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5표씩을 얻었다.한편 35명의 CEO가 만나고 싶은 외국인 명사를 제시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를 만나고 싶다는 CEO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 국적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만나고 싶다고 한 CEO는 4명이었다. 테슬라모터스 대표 앨런 머스크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CEO는 각각 2명이었다.이밖에 CEO가 만나고 싶은 외국인 명사 중 기업인으로는 교세라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 구글 CEO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등이 있었다. 정치인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꼽혔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와 영화배우 성룡,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동물학자 제인구달 박사,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달라이 라마를 만나고 싶다고 한 CEO도 있었다.

2014.08.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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