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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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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추락하고 조세 회피 힘들어져...'위기의 억만장자들' [채인택 칼럼]

국제 이슈

몇대를 써도 다 쓰지 못할 정도의 재산, 자신이 추구한 사업의 성공에 따른 성취감, 전 세계 최초의 창의적 비즈니스를 세상에 도입한 보람, 발언 하나하나는 물론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명성. 남다른 창의력과 필생의 노력, 그리고 의지와 신념으로 세계적인 부호에 오른 사람들이 받는 보상이다. 일부는 유산을 물려받아 이 자리에 오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적인 대부호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나 경제 매체 블룸버그가 집계하고 발표하는 전 세계 부호 명단에 오른 인물들은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살 수밖에 없다. 성취감, 보람, 재물, 명성은 그 하나하나가 숱한 사람들이 갈망하는 대상이다. 하나도 벅찬데, 이를 모두 한손에 쥐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문제는 ‘호사(好事)에 다마(多魔)’라고 하듯이 이 모든 것을 한손에 쥐고 있다 보면 탈도 많이 날 수밖에 없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수많은 사람이 타격을 입으면서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부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극에 이르고 있다. ━ G7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목표 15%” 합의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과 전 세계 수퍼리치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은 6월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G7 재무장관들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목표를 15%로 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G7 회원국들이 글로벌 법인세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나왔다. 그만큼 논란이 많고 합의가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이 이번 합의의 동력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국은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경제회복을 위해 거대한 재원 투입을 준비 중인데 이를 위해선 세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와 필요성 때문에 G7이 이번에 합의에 성공한 셈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자국의 거대 IT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글로벌 세금 개발 조치에 부정적이던 미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신뉴딜’ 정책의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의 필요성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선 감도 있다. 이 합의안은 6월 11~13일 영국 남서부 콘월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 7월로 예정된 G20 재무장관회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15%가 되면 변화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우선 케이맨제도·바하마·버뮤다 등 조세회피처에 본사나 지주회사를 두고 세금을 아끼거나 자국의 규제를 피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 유럽의 헝가리(9%)·아일랜드(12.5%)·지브롤터(10%)나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0%)·카타르(10%) 등 법인세율이 현저히 낮은 나라에 본사나 지주회사를 두고 세금을 줄이거나 피할 수도 없다. 이는 자국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여온 여러 나라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끝내기 위해 중요하고 전례가 없는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 다국적 기업, 돈 번 나라에 세금 내야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된 또 다른 내용은 다국적 기업이 사업을 하는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들은 글로벌 시대와 인터넷 시대를 맞아 본사 소재지와 무관하게 전 세계를 상대로 기업 활동을 하며 이익을 내왔다. 글로벌IT 메가 기업들은 지금까지 매출을 올린 곳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 국가 간, 국가와 기업 간 갈등을 일으켜왔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몇 년 전부터 IT 글로벌 기업과 과세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사실 절세는 수퍼리치들의 주요 축재 기법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퍼리치들은 두 번째 강펀치를 맞았다. 미국 탐사보도전문 비영리 인터넷 매체인 프로퍼블리카가 미 연방국세청(IRS)의 미공개 자료를 입수한 6월 8일 밝힌 자료는 부자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자료 분석 결과 미국의 수퍼리치 25명의 재산은 지난 2014~2018년의 5년 동안 모두 4010억 달러가 늘었다. 문제는 같은 기간 이들에게 부과된 연방소득세는 136억 달러였다. 미국 25대 부자들에게 적용된 실제 세율을 역산하면 3.4%였다. 미국 슈퍼리치, 실제 세율 3.4%…부유층과도 10배 차이나 이에 따르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회장은 2014∼2018년 재산이 990억 달러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에 낸 연방소득세는 9억7300만 달러였다. 재산은 늘었지만, 이 중 과세할 수 있는 소득은 42억2000만 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은 같은 기간 재산이 139억 달러 늘었지만 연방소득세는 늘어난 재산의 3.27%에 해당하는 4억5500만 달러였다. 버크셔해서웨이 워런 버핏 회장은 그 기간에 재산이 243억 달러 늘었지만, 연방소득세는 2370만 달러로 늘어난 재산의 0.1%였다. 특히 베이조스는 2007년과 2011년, 머스크는 2018년 연방소득세 납부액이 ‘0’로 나타났다.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미국의 세금 체계 때문이다. 연방소득세는 개인의 재산이 아닌 소득에 부과하기 때문에 재산이 늘었다고 세금을 매길 수는 없다. 하지만 임금 등으로 많지 않은 소득을 올린 납세자들이 수퍼리치들의 납세 내용을 보며 기분이 좋을 순 없다. 예로 미국 소득법 체계상 중위에 해당하는 연 7만 달러를 벌어들인 가정이 연방 정부에 내는 세율이 14%인 것과 비교하면 수퍼리치들에게 실제로 부과된 세율은 그 4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연 수입이 62만8300달러로 최고 소득세율인 37%를 적용받는 부유층과 비교하면 수퍼리치들이 실제로 납부한 소득세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급여소득자이거나 중소 상공업자로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이에 따른 소득세를 꼬박꼬박 내온 중산층·부유층의 입장에서 ‘평등’을 외칠 근거가 충분하다. 프로퍼블리카는 “수퍼리치들은 일반인이 범접하기 힘든 ‘세금 회피 전략’을 통해 혜택을 본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소득은 급여가 아닌 대부분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팔아서 양도 차익을 보지 않는 이상 과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수퍼리치들이 세금을 회피했다는 이들의 주장은 부호들에 대한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지적은 ‘공평’의 문제다. 제프 베이조스의 재산 1770억 달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6만8309달러인 미국인이 259만1000년을 모아야 만들 수 있는 거액이다. 그 숫자의 미국인이 한 해 생산한 가치이기도 하다. 전 세계 수퍼리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재산 늘었다 게다가 지난 3월 발표된 포브스 세계 부호 순위는 코로나19로 상처 입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수퍼리치 거의 전부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재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위 내에서 지난해 상속 등으로 처음 순위에 들어온 사람을 제외하고 지난해 재산이 줄어든 사람은 오로지 네 사람뿐이다. 127위인 미국 월마트 창업주의 손자 루카스 월튼(34)이 지난해 184억 달러에서 올해 156억 달러로 줄었다. 132위인 미국 부동산업자 도널드 브로이(88)가 155억 달러에서 153억 달러로, 155위인 홍콩의 부동산업자 조셉 라우(69)가 164억 달러에서 136억 달러로, 182위인 중국의 동물사료업체 대표인 류융하오(69)가 123억 달러에서 121억 달러로 각각 재산이 줄었을 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브스는 1987년부터 전 세계 부호 순위를 조사해 보도해왔다. 올해가 35번째다.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사람이 이 명단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억만장자(Billionaire) 명단’으로도 부른다. 왕족이나 독재자처럼 자신의 지위와 신분, 위치를 이용해서 보유한 재산이 아닌, 경제활동과 상속으로 인한 재산만 따진다. 올해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해 이 명단에 들어간 사람은 신규로 진입한 493명을 포함해 모두 2755명에 이른다. 이들이 보유한 전체 재산은 13조 1000억 달러에 이른다. 포브스 부호 명단에 들어간 부자들이 소유한 총 재산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년 일시 줄어든 것이 유일한 예외다. 그 결과 지난 2000년 1조 달러를 약간 넘었던 것이 2012년 5조 달러를, 2014년에는 6조 달러를, 2015년에는 7조 달러를 각각 넘었다. 올해 1위인 아마존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57) 회장의 재산은 1770억 달러에 이르렀다. 베이조스는 1994년 7월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을 창립한 뒤 영역을 확장해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로 키웠다. 하지만 2019년 전직 방송 앵커 로런 산체스와의 불륜으로 부인 매킨지 스캇과 이혼하며 이미지가 흔들렸다. 가정을 등한시하고 일에만 빠지거나 개인의 재산과 명성을 바탕으로 불륜을 저지른 거대 테크 기업 창업주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혼 당시 베이조스는 위자료로 350억 달러에 해당하는 아마존 지분 4%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 역시 지난 5월 초 합의 이혼을 발표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WSJ은 게이츠 회장이 2000년 회사의 여성 엔지니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뒤 20년 가까이 관계를 지속하다 2019년 하반기 여성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게이츠가 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게이츠의 외도가 가정 파탄을 부른 셈이다. 베조스에 이은 게이츠의 이혼은 수퍼리치의 개인 품성과 사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그들도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 있고,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세상의 모든 도덕 기준을 충족하기를 기대할 순 없다. 그들은 성공한 기업인이지 도덕군자나 성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론 재판’에 따라 당분간 이미지 하락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세금 과세 방법 변경과 개인 이미지 하락이라는 악재를 뚫고 수퍼리치들이 얼마나 새롭고 창의적인 돌파구를 만들지 주목된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06.12 18:30

7분 소요
기획 연재 | 조원경의 ‘미래 산업의 소울메이트(SOULMATE)’(2) 풍요로움(Opulence)

전문가 칼럼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발전으로 우리는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기계가 어느 때보다 많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더 많은 자본을 만들어 낸다고 하자. 이런 경우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모두가 미래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저 멀리 희미한 안개 사이로 최고급 리무진이 다가온다. 버스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은 2016년 기준 최상위 수퍼리치들이다. 1분에 수백만원의 돈을 버는 그들은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이 운영하는 런던의 한 서점에 내려 얼마의 돈을 기부금으로 내놓는다. 그들의 재산은 도대체 얼마나 되나? 빌 게이츠 750억 달러(약 88조2000억원), 아만시오 오르테가 670억 달러, 워런 버핏 608억 달러, 카를로스 슬림 500억 달러, 제프 베조스 452억 달러, 마크 저커버그 446억 달러, 래리 앨리슨 436억 달러, 마이클 블룸버그 400억 달러…. 이들은 과연 죽기 전에 돈을 다 쓸 수 있을까? 이들의 재산 총액은 세계 인구 절반(하위 50%)의 총재산과 맞먹는다고 옥스팜은 지적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잠시 그들은 국제분쟁 해결과 세계 평화, 국제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한 국제적 대처와 협력에 관해 옥스팜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빌 나히, 크리스틴 데이비스, 모델 아기네스 딘과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 혁신이 삶을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고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윽고 그는 최고 갑부 빌 게이츠에게 로봇세 이야기의 의도에 대해서 진지하게 묻는다. 실리콘밸리는 기본소득 제공에 찬성한다. 훗날 기계의 발달로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의 구매력이 부족할 수 있다. 단일의 소비세로 세금을 부과하고 국가가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나눠줘야 그들이 제조하거나 제공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지 않겠나. 물론 빌 게이츠의 로봇세는 소비세가 아니다. ━ 점입가경의 로봇세 부과 논란 “지금 공장에서 연봉 5만 달러를 받는 사람은 자신의 소득에 대해 소득세·사회보장세 등을 내지요. 로봇이 일을 대체하면 로봇에게 인간과 비슷한 정도의 세금을 매길 수 있지 않을까요? 로봇세를 거둬 급격한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를 늦출 수도 있습니다. 물론 로봇에게 부과한 소득세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취업하도록 재교육 비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요. 자율주행 트럭이나 물류 로봇이 확산되면 트럭 운전사나 창고 인력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어요. 그러나 기업이 로봇세를 내야 한다면 자동화를 꺼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로봇 때문에 밀려나 생겨나는 빈부 격차를 막기 위한 정부 예산도 확보할 수 있고 일거양득 아닐까요?”로봇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발상은 정당한가? 로봇의 종류와 세금의 종류에 따라 로봇세와 관련한 논의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겠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기계인 로봇은 세금을 납부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인간은 어떨까? 자연인으로 간주해 인격을 부여하면 소득세를 납부하게 할 수 있고, 법령상 법인격을 부여할 경우에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 로봇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 로봇의 소유자인 개인이나 법인에게 부가가치세를 부담시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유럽의회는 로봇 규제 입법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로봇세 부과 방안은 거부했다. 로봇세까지 부과하면 로봇산업 전반의 혁신을 가로막게 된다는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조치다. 인공지능과 로봇, 이를 둘러싼 해묵은 일자리 관련 논란은 익히 잘 알려져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게이츠는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의 주장이 절대선은 아님을 강조한다. 래리 서머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게이츠의 공공정책에 전반적으로는 동의합니다만, 그의 고용시장과 소득 불평등 문제 해결 방법에는 심각한 오류를 지적할 수밖에 없군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이 로봇이라고요? 로봇이 억울하다고 서러워 울겠어요. 세탁기도 워드프로세서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도 모바일 뱅킹도 인간의 노동을 줄였는데 왜 과세하지 않았죠? 로봇에만 세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불공정하죠. 혁신을 주도한 사람들에게 그 과실을 덜 먹게 한다면 말이 되나요? 정부는 혁신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니 로봇세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그는 로봇세 부과가 보호무역주의와 본질적으로 비슷하며 일자리 파괴와 불평등 문제를 줄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대신 정부가 구조적 실업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교육과 재훈련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주장은 로봇세 도입이 19세기 영국에서 벌어졌던 러다이트(Luddite) 운동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과 같다. 1811년 봄. 영국 노팅엄의 직물공장 노동자들은 깊은 절망에 빠져 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다. 노팅엄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은 공장주와 기계를 파괴했고, 지도자 N. 러드 이름을 따서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했다.증기기관 보급 후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났다. 그는 로봇 보급이 진전될수록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논란은 지금만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기계혁명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때마다 양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계와 인간 사이의 노동을 둘러싼 긴장은 있었고, 인간은 새로운 풍요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1970년 포드자동차로 시간과 공간을 옮겨 보자. 어느 날 최고경영자였던 헨리 포드 2세와 전설적인 자동차 노조 지도자 월터 류터는 함께 자동차 공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포드 2세는 로봇 자동화로 공장의 인원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뿌듯해하며 류터에게 의기양양하게 묻는다. “위원장, 로봇들로부터 노조회비를 어떻게 받으실 건가?” 그러자 류터는 이렇게 말한다. “회장님, 저 로봇들에게 어떻게 차를 팔 생각입니까? 저들에게 구매력이 있긴 한가요?”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절망을 먹고 산다. 로봇을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위협적인 존재로 보기보다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위한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기본소득이나 로봇세 이야기를 자국의 사정에 맞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을 만든 것은 결국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필요한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런데 로봇세의 논의 자체를 보면서 ‘공존’이란 말이 쉽지 않게 느껴진다.“과학은 창조하고, 기업은 응용하며, 인간은 적응하자.” 누군가는 이 말을 최근 어느 박람회의 말로 착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말은 193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가 내건 구호였다. 당시 과학기술이 놀라운 기세로 세계를 변혁하고, 생산 임무를 떠맡은 기업과 노동자는 이를 충실히 응용하고 적응하기에 바빴다. 그 무렵 세계가 온통 대공황이란 우울증에 빠져 있었음에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박람회가 내건 기술 진보의 기치를 굳게 믿었다. 요즈음은 어떤가? 20세기에 자동차·석유가 그랬듯이 컴퓨터 제어 로봇과 스마트폰 통신기술이 ‘세상을 바꾼 기계’로 등장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최근의 디지털 혁신 역시 금융·교통·건강·교육·환경의 블루오션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디지털 혁신으로 현대사회의 여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잠재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풍요는 사람들에게 ‘탐욕’이라는 감정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존 메이나드 케인스도 일찍이 이를 경계했다.우선 디지털 혁신이 초래하는 풍요를 말해보자. 금융 산업은 급속히 IT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Fin Tech) 역시 IT로 기존의 금융회사보다 이용자에게 효율적이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 구조로 바꿔가려는 노력이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판단을 내리고 결제 시스템을 통해 한층 편리하고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그 결과 전통적인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 등 다른 업종의 참여가 늘어 전자상거래 증가 가능성도 커진다. 당연히 중소기업이 신규 사업을 벌일 때 자금 조달도 쉬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 기술이 발달해도 모두가 웃을 수는 없다 스마트 차량은 교통사고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여러 혜택을 줄 수 있다. 스마트 차량을 타고 여행을 가다가 냉장고 속 재료를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모든 사물이 연결된 세상에서 집에 도착할 무렵 찌개를 맛있게 끓여 놓을 수 있다. 이동 중에도 냉장고 속 재료를 확인하거나 에어컨을 조정할 수 있다. 스마트 하우스는 집안의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가 함께 어우러져 더 편리한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외부 침입에 대한 보안 강화와 가정 내 전력 소비량의 실용화는 안전성과 경제성에 도움이 된다. 스마트 하우스는 스마트 시티와 연동해 시민생활에 밀착한 다양한 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가 집과 직장 간 거리의 제약을 줄어들게 하고 자율주행트럭과 무인항공택배로 쇼핑과 물류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어린이들의 납중독 예방이나 식량의 효율적 배분에 인공지능 예측 모델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범죄를 추적하고 치안유지 활동에도 영웅적인 로봇캅이 등장할 수 있다.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해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기록·관리하는 응용 프로그램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각 병원의 진료 데이터를 통합 장치와 연결해 통원하지 않고도 건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된 편리한 세상은 우리에게 현실이 되어 바람처럼 다가온다.이쯤에서 누군가는 블록체인·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증강현실이 미래에 별천지를 만들고 우리는 베짱이처럼 편하게 지낼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임계점을 넘어선 기술들이 인간들의 경제생활 공간에 스며들고 각종 스마트 머신이 인간의 삶을 안락하게 한다. 절대 수명과 늘어난 여가는 인간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혁명이 미래에 계속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발전으로 우리는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농업혁명에서도 승자는 따로 있었고 일반인들은 과실을 제대로 향유할 수 없었다. 다만 기술이 발전해 원료·자본·노동 같은 투입량을 더 줄이면서 산출량은 더 늘릴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날 정보와 기술이 흔해지면서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풍요로운 생산도구 덕분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본을, 크라우드 소싱은 인력을, 아이디어를 구하는 각종 경연대회 플랫폼은 아이디어를 끌어오는 방법을 제공한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기계가 어느 때보다 많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더 많은 자본을 만들어 낸다고 하자. 이런 경우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모두가 미래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는 없다. 단순 노동을 제공하거나 통상적으로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은 낙오되고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 자동화 기능이 강화되면서 단순 저임금 노동자들은 기계로 대체된다. 4차 산업혁명은 일의 세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환상이라기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파괴적 충격에 가깝다. 4차 산업혁명이 지금까지의 산업혁명과 무엇이 다르길래 두려움이 엄습하는 걸까? 그 범위와 규모, 속도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할 정도의 격변 속에 우리가 이미 들어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한편, 한계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자본은 더욱 싸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아이디어에서 승부를 거는 사람들이 부를 싹쓸이하는 슈퍼스타 경제가 가속화 된다. 기술이 풍요를 증가시켜 전체 파이를 증가하게 하는 반면 기술이 격차를 만드는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슈퍼스타 경제의 스타들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낼 수 있는 혁신적인 사람들이다. 기술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과 자본이 만나 큰 부를 이루나 저숙련 노동자들은 언감생심이다. 옥스팜의 통계처럼 소득분포는 소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이 꼬리처럼 긴 부분을 형성한다. 이를 멱 법칙을 따르는 구조라 한다. 미래의 기술은 풍요를 증대시키는 것 못지않게 격차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에 우리는 주의를 하여야 한다. 지금도 양극화가 문제인데 양극화가 더욱 확대되고 중산층의 허리가 더욱 가늘어 진다면 그 풍요로움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만약 기술발전이 초래하는 풍요가 격차로 인한 박탈을 채워줄 만큼 크다면 문제가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빵을 그전보다 모두에게 하나씩 더 나누어주는 풍요라면 말이다. 그러나 어찌 사람이 빵만으로 살겠나? 기술이 발전하고 소득이 증가해도 소득 분포의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가 증가한다면 다른 풍요로움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격차를 크게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빠듯한 생활로 허덕거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현대인의 모습을 보라. 물론 격차가 풍요를 줄인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풍요는 사람들에게 ‘탐욕’이라는 감정을 가져다주기 쉽다. 탐욕은 끝없이 사람들에게 부와 권력을 소유하게끔 부추겼고 때로는 환경 파괴, 인간 서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때로는 기술발전의 폐해 속에 인간도 포함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종의 기원이 아닌 종의 말로가 걱정된다는 극단적인 사람들이 그래서 등장한다. 그들은 미래가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라 주장한다. 국가의 힘은 약화되고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사회는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 고립주의 강화하는 4차 산업혁명의 역설 어찌됐든 4차 산업혁명은 산업적으로 연결을 강화해 세상을 더욱 가깝게 만들 것이다. 그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다.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중은 서러움에 지금도 탈진실(post-truth, 진실을 벗어난 또는 진실을 중요시하지 않는, 심지어 무시해버리는 흐름이나 추세)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사실보다는 감이나 느낌으로 세상을 판단하면 세상에서 진실의 창은 닫히고 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도 그런 단면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많은 주류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을 놓고 자신들이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라는 미국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읽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자기비판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점점 더 잃을수록 그에 따라 세계화와 멀어지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고립주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세계를 더욱 하나로 묶어 나가며 단일 시장으로 만들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 우리는 고립주의나 보호무역주의의 경향이 거세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별개의 흐름으로 보이는 현상들이 사실은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왜일까? 세계화와 기술 발전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상황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은 자국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이 고립주의를 강화하는 역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립주의가 강화될수록 국제 공조의 정신은 온 데 간 데 없고 국제사회의 비용만 증가한다. 멋진 미래를 생각하면서도 세계가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다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런 현실을 보며 분명히 씁쓸해 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건 사실과 다르다며 씁쓸해 하는 친구를 위로할 수도 있겠다. 위로를 하는 그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에 역습을 가하기보다 오히려 자유를 제공하는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다. 우리의 일이 예전보다 훨씬 더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긴 더 짧은 시간에 덜 힘든 일을 하면서 더 많은 부와 소득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노동계약을 하거나 해지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일에서의 자유를 누리는 세상이 다가온다는 것은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소득이 보장된다면 말이다. 똑똑한 인공지능 덕분에 인간과 기계의 독창성이 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제한적인 부와 풍요가 지구 곳곳에 퍼져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은 이미 자유를 스마트폰에 뺏기고 있다. 오죽하면 어느 노래 가사에서 사랑하는 남자가 늘 함께 있는 연인의 스마트폰이 부럽다고 했을까? 웬만한 집안의 아이들도 스마트폰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가족과의 대화보다도, 친구와의 관계보다도 스마트폰의 세계에 빠져 있다면 슬프지 않은가. 타인과의 공유나 교감보다 기술의 흐름만을 좇아가는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더구나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전해야 하고 고용안정도 노동권도 단체교섭권도 없는 불안정한 노동의 세상으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 지점에 우리가 서 있다면 더욱 슬프지 않은가. ━ 사람들 사이의 광범위한 협력이 요구된다 누군가는 그래서 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19세기 초 러다이트가 기계와 싸우려 했듯이 우리는 로봇과 싸우게 될 것인가, 아니면 서로 협력하며 일하는 동료가 될 것인가 말이다. 물론 인간의 제한된 능력을 생각하면 아직은 ‘멋진 신세계’일지 ‘두려움과 공포가 기다리는 세상’일지 어떤 예측도 무모하고 성급하다. 앞으로 우리의 일과 일하는 기업이 파괴적 혁신의 물결에 휩쓸리면서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녹아 내릴 수 있지만 너무 비관하지는 말자.어느 시대이든 인간은 살아가면서 늘 가치와 도덕의 문제를 고민했다. 우리가 진정으로 성취하려는 것은 ‘좋은 삶’의 증진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의 윤리적 특성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100년 전 케인스가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에서 꿈꾸던 그런 선한 세상이 올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물욕으로 가득 차 있을까 두렵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예측이 더욱 어려운 것은 분명하나, 초연결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의 광범위한 협력이 사회 발전의 근본이 될 것이다.조원경 -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 (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이 있다.

2017.03.28 10:31

11분 소요
[트럼프 시대 미국의 과제] 국가 분열 치유, 경제적 양극화 해소 급해

국제 경제

2년 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재평가... 보호무역 강화로 서민층만 피해 볼 수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한 2016년 미국 대선은 이민자와 세계화에 반감을 보이는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민자 3세인 트럼프의 모순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경선 기간 중에는 물론 대선 유세 기간 중에도 인종차별적 발언에 이민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막말과 말실수, 그리고 국가 현안과 국제 문제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인기가 꺾일 줄 몰랐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이오와주립대 스티븐 슈미트 교수(정치학)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내걸었던 ‘자유무역 반대’ ‘미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개념은 그동안 공화당이나 민주당 어디도 외쳤던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적인 이단자’로 불리는 트럼프만의 개념이다. 이런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켜준 것은 미국 유권자들이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독자 세력’의 손을 들어준 획기적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의 주인공에서 주변 세력으로 밀려나 ‘점차 잊혀져 가는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황당해 하는 사람이 많지만 어찌됐든 이는 현실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을 살펴보면 앞으로 열릴 트럼프 시대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의 미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제대로 분석해야 앞으로의 대처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트럼프의 미국이 극복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단연 국가적 분열이다. 트럼프가 이런 이들의 지지를 업고 대통령에 당선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은 심각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내부 분열을 겪었다. 이제 트럼프는 대통령에 오르기 전 정권 인수 과정에서도 여성과 이민자들, 소수 인종, 그리고 젊은 유권자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 반에 불과하다. 2년 후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 분노와 증오의 정치가 업보 될 수도 트럼프의 시작은 일단 좋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의원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원 선거에서 미국 공화당이 승리해 의회까지 장악했다. 하지만 앞으로 2년 동안 미국을 제대로 봉합하지 않으면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싱크홀처럼 바닥에 내려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원과 하원은 물론 상당수 주지사 자리까지 민주당에 내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는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당선 연설에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냉혹한 현실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법이민자 200만 추방, 멕시코 국경에 장벽 쌓기 등 기고만장했던 공약이 이른 시일 안에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국내 정치를 위해 우선 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을 상대로 하는 보호무역주의의 움직임은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로선 손해 볼 게 없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야 내부 지지자 결집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트럼프식 정치다. 그러나 선거에서 극대화한 미국의 국가적 분열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면 2년 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세 과정에서 분노와 증오의 정치를 일삼았던 트럼프의 업보다.사실 미국 사회는 이번 대선을 치르기 전부터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분열돼 있었다. 최대 요인은 경제적 양극화다. 인구 3억 2000여만 명의 미국은 사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명목금액 통계 기준 17조348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세계 GDP의 22.45%를 차지한다. 2위인 중국(10조3565억 달러), 3위인 일본(4조 6023억 달러), 4위인 독일(3조8744억 달러)을 합친 액수와 비슷하다. 인구 5억800만의 유럽연합(EU) 28개국 전체(18조 5271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기도 하다. 이민자나 수입 상품 때문에 미국이 어려워진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은 강력한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1인당 GDP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2015년 IMF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GDP는 명목금액 기준으로 5만5805달러로 인구 1000만 이상의 국가 중에서는 세계 1위다. 미국보다 1인당 GDP가 많은 나라는 강소국인 룩셈부르크(10만1994달러)·스위스(8만675달러)와 산유국인 카타르(7만6576달러)·노르웨이(7만4822달러), 그리고 중국 땅이지만 일국양제를 유지하는 카지노 도시 마카오(6만9309달러) 정도다.문제는 이런 미국에 사는 국민의 생각은 계층별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상당수 미국 국민은 상위 1%가 부의 99%를 독점하고 있다며 부의 편재 현상을 지적한다. 이를 함축하는 단어가 ‘양극화’이고 그 상징이 ‘앵그리 버드’다. 고연봉의 월가는 미국민의 공격 대상이다. 문제는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한 만족은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의 0.01%의 수퍼리치들이 그 99%의 99%를 차지하는 데 대해 또 다시 분노한다. 99%대 1% 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0.99%대 0.01% 사이에도 상호 갈등이 존재하는 앵그리 버드의 증폭 구도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백인 노동자 계층은 물론 중산층도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다.이런 양극화는 경제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여유 있고 건전한 사고를 하는 중산층의 축소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도심 지역 229개소에서 1999년과 2014년의 소득을 비교한 결과 83%의 지역에서 중산층의 가계소득이 줄어들었다. 중산층 비중이 감소한 곳도 87%에 이르렀다. 사회의 허리 역할을 맡으면서 소득 하위계층에게 신분 상승의 희망을 줘야 할 중산층이 감소하는 것은 미국 사회의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 중산층 가계소득 점점 줄어 2016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런 양극화 문제가 여러모로 작용했다.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유권자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설득력을 얻었다. 민주당에서 ‘사회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75)가 클린턴 후보를 위협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도도하게 감지됐던 이런 기류를 클린턴은 물론 트럼프도 공약에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두 후보 모두 유권자들을 상대로 표를 얻기 위해 대중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보호무역주의는 이런 공격의 희생양이 됐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며 중국 때리기, 한국을 비롯한 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공약해 인기를 모았다. 사실 클린턴도 어느 정도 보호무역주의를 받아들이는 공약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문제는 이런 양극화를 트럼프가 말한 보호무역주의의 부활로 해결할 수 있느냐다. 선거 기간 중의 발언을 종합했을 때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보호무역주의, 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의 대대적인 감세와 1조 달러 가까운 인프라 투자, 그리고 리쇼어링(해외로 나간 기업의 미국 복귀) 독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내내 미국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과 멕시코의 값싼 상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해 문턱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유권자를 매료시킨 대표적인 공약이다.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보호무역주의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의 사양산업을 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위기가 자유무역 때문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의 힘은 자유무역주의에 의한 경쟁력 상승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이 당면한 경제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포퓰리즘적인 구호에 불과하다. ━ 보호무역으로 양극화 해소 어려워 선거기간 내내 중국을 비난한 트럼프의 당선으로 당장 내년부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트럼프의 인식 속에서 중국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주범이다. 환율을 조작해 싼 가격으로 미국에 상품을 풀어놓고 미국의 산업을 문닫게 하는 악당이다. 트럼프는 그래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의 무지막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럴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은 초토화된다. 중국에서는 연간 4200억 달러의 수출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의 다이와증권은 78% 감소를 예상했다. 물론 그럴 경우 중국도 상호주의 입장에서 미국산 제품에 상응하는 고율의 보복 관세를 때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경제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국내 정치 구조상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시진핑 정권이 위신을 잃고 국민의 지지를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무역보복과 보호무역의 강화 속에서 표류할 수밖에 없다. 자칫 세계적인 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서민층이 오히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정보와 자본, 사업 수단이 풍부한 부유층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재산을 더욱 늘릴 수 있다. 양극화를 깨겠다는 유권자들의 투표가,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한 트럼프의 포플리즘적 보호무역 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에 값싼 공산품을 대량으로 공급해왔던 중국이나 멕시코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물리면서 보호무역 만리장성을 쌓을 경우 역시 미국의 서민층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물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산 소비자 상품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경공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도 감수했던 가장 큰 이유의 하나가 물가 조절 기능이었다.헤비급 선수들이 이렇게 강펀치를 교환하게 되면 중국 경제는 경착륙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불안해지면 정치도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면 미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주의로 미국인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은 글로벌 경제의 복잡한 연관관계를 도외시한 단견일 수 있다는 평가다.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트럼프발 보호무역 폭풍은 세계 각국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글로벌 교역을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는 미국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미국의 백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도 어렵다. 미국이 진행해온 정책의 글로벌 신뢰도에 균열만 낼 가능성이 크다. 실제 가장 큰 손실은 미국의 신뢰성 상실에서 올 수도 있다. 더구나 미국에서 자유무역은 공화당의 트레이드 마크다. ━ 공약 이행으로 재정적자 심화할 수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미국 통화정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나는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말해왔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느리다고 주장하는 등 오락가락해 왔다. 공화당 주류 사이에는 오랜 초저금리가 시장에 거품을 조장한다는 매파적 시각이 지배한다. 비둘기파의 대모인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내년 1월 임기가 완료되는 대로 교체될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옐런을 임기 만료 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금리를 최대한 천천히 올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연준의 기존 통화정책 구상은 틀어지고 금리는 더욱 빠른 속도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달러 대신 엔화나 유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돈을 더 찍어 엔화 가치를 낮춰 수출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회복 구상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경제의 활력 저하는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미국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트럼프는 감세와 규제 철폐를 대내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시절 이후 최대 규모라고 주장할 정도다. 최상위층의 소득세율을 현행 39.6%에서 33%로 인하하는 한편 법인세 최고세율을 33%에서 15%로 대폭 낮추는 내용이다. 그는 또 “평생 세금을 낸 근로자들에게 죽어서도 세금을 내게 할 순 없다”며 상속세 폐지도 약속했다. 세금을 낮춰 투자를 유도하고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점에서 레이거노믹스와도 비슷하다.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도 눈에 띈다. 다리·도로·공항 등을 대대적으로 새로 건설하거나 보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현안 중 하나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대대적인 감세를 하면서 대규모 투자지출을 하면 재정 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경제분석기관인 CRFB는 트럼프 공약 이행에 앞으로 10년 간 11조~16조 달러가 들고 미국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4%에서 111~141%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외쳐온 트럼프의 모순이다.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도 일삼았다. 한국은 물론 나토 국가들로부터 불신을 얻었다. 이들과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과제가 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우정을 강조한 사실은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에서도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나토, 미국-러시아 관계의 근간을 뒤흔들 변화를 트럼프가 이끌 수 있을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세계가 주목한다.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이 많은 문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인가.

2016.11.12 14:18

9분 소요
[힐러리 vs 트럼프 대결과 한반도의 미래] 양극화·보호무역·동맹체제가 핵심 어젠다

국제 경제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원래 공식적인 대선전은 공화당이 오는 7월18~2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민주당이 같은 달 25~28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후보를 최종 선출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공화당은 지난 5월3일 부동산 사업가인 도널드 트럼프(70)를 후보로 사실상 확정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69) 전 국무장관도 대선 후보로 거의 확정된 상태다. 이미 클린턴과 트럼프는 서로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내 여론조사도 두 사람의 대결을 가정해 진행되고 있다.미국 대선은 ‘선거가 벌어지는 해의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의 화요일’에 치러지도록 규정돼 있다. 해마다 다르지만 11월2~8일 사이의 하루에 해당한다. 올해는 11월8일이 투표일이다. 대통령 선거일인 이날 미국 유권자들은 자신의 주에서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으로 투표를 한다. 미국 대선은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를 통해 이뤄지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주별 인구 비례로 할당된 대통령 선거인단의 숫자다. 독특한 것은 대부분의 주에서는 특정 후보가 더 많이 득표하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 아니고 전체를 독식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승자독식제다. 자신들의 주가 가진 표의 힘을 집중하기 위해 할당된 선거인단 전체가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게 된 것이다.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주가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양극화로 분열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선거: 주목할 점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미국 사회가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분열돼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양극화 때문이다. 인구 3억2000여만 명의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명목 금액 통계 기준 17조 348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세계 GDP의 22.45%를 차지한다. 2위인 중국(10조3565억 달러), 3위인 일본(4조6023억 달러), 4위인 독일(3조8744억 달러)을 합친 액수나 인구 5억800만의 유럽연합(EU) 28개국 전체(18조5271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압도적인 세계 1위의 경제다. 금융산업을 떠받히는 뉴욕의 월가가 흔들린다느니, 불경기의 연속이니, 미국 내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이니 해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주도적인 지위는 아직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1인당 GDP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2015년 IMF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GDP는 명목금액 기준으로 5만5805달러로 인구 1000만 이상의 국가 중에서는 세계 1위다.문제는 이런 미국에 사는 국민의 생각은 계층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상당수 미국 국민은 상위 1%가 부의 99%를 독점하고 있다며 부의 편재 현상에 분노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요약하는 용어가 ‘양극화’다. ‘앵그리 버드’는 그 상징이다. 고연봉의 월가는 공격의 대상이다. 문제는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한 만족은 상대적이게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의 0.01%의 수퍼리치들이 그 99%의 99%를 차지하는데 대해 또 다시 분노한다. 99%대 1% 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0.99%대 0.01% 사이에도 상호 갈등이 존재하는 앵그리 버드의 증폭 구도다.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런 양극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유권자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클린턴과 트럼프의 공약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까지 해온 발언을 살펴보면 두 사람다 이런 유권자들을 상대로 ‘대중추수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표를 모으기 위해 대중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며 중국 때리기, 한국을 비롯한 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공약한 트럼프가 인기를 모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미국이 중심이 된 환태평양무역동반자협정(TPP)도 공격 대상이다.이런 양극화는 경제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여유 있고 건전한 사고를 하는 중산층의 축소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도심 지역 229개소에서 1999년과 2014년의 소득을 비교한 결과 83%의 지역에서 중산층의 가계소득이 줄어들었다. 중산층 비중이 감소한 곳도 87%에 이르렀다. 사회의 허리 역할을 맡으면서 소득 하위계층에게 신분상승의 희망을 줘야 할 중산층이 감소하는 것은 미국 사회의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양극화는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미 국민의 사고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막말과 극단의 정치: 정치인이 막말을 하고 다니면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고위 공직을 맡을 경우 나라 망신까지 시킬 염려가 있다. 이에 따라 막말 정치인은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는 게 상식적일 것이다. 하지만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치솟아왔다. 지난해 4월 힐러리가 대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트럼프는 “제 남편도 만족을 못 시키면서 미국을 만족시키겠다고?”라는 극단적인 막말을 내뱉었다. 미국 공화당은 대선 경선전에서 이런 트럼프를 떨어뜨리기는커녕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통과 경륜으로 ‘GOP(Grand Old Party)’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공화당이 트럼프 하나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가 바로 이 같은 국민의 기성 정치인 불신에 있다는 것이 미국 정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막말을 통해 대리 배설의 쾌감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미국을 이끌어온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과 반감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중은 미국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는커녕 악화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 받는 기성 정치인들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지어 월가 종사자들을 비롯한 미국 기득권층이 기성 정치인들과 결탁해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기성 정치계와 관련이 없는 ‘아웃사이더’인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가 거센 돌풍을 일으켜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대중은 반감만 표출하는 게 아니다. 트럼프 같은 아웃사이더에게 일말의 희망을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정치 자금과 관련한 미국 유권자들의 태도다. 이들은 정치 자금과 관련한 아웃사이더들의 행동에 열광한다. 트럼프와 샌더스의 공통점은 정치 자금에 있다. 두 사람은 월가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으로 모은 자신의 재산으로, 샌더스는 지지자들이 10달러, 20달러씩 모은 풀뿌리 모금으로 선거 자금을 마련해왔다. 이를 본 상당수 유권자들은 월가를 비롯한 기득권층과의 단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트럼프가 막말을 늘어놓거나 현실성이 없고 논리에도 맞지 않으며 심지어 현실화될 가능성도 희박한 말을 하고 다녀도 지지율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 결탁한 세력으로부터 정치 헌금을 받기에 급급한 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 표출된 것이다. 기득권 세력과 결탁한 기성 정치인보다 차라리 이런 황당한 주장을 펴는 트럼프가 낫다는 것이다.이와 달리 클린턴의 경우 월가를 비롯한 수퍼팩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가 거액의 선거자금을 모았다는 보도는 그 후보가 대세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세론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월가를 비롯한 기득권층으로부터 수퍼팩을 많이 받았다는 증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선거 자금을 많이 모았다는 것은 기득권층의 지원을 받는 증거로서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자신이 기득권층이기도 하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한 번 강연에 수십만~수백만 달러를 챙겨왔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에 영부인에 이어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고 버럭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으로 세계를 다니며 미국의 국익을 지켰다는 화려한 경력이 오히려 기득권층임을 증명하는 증거로 작용하는 지극히 묘한 상황이 된 것이다.미국·국제정치의 근간 흔드는 트럼프: 주목할 점 하나는 미국 전반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반감이 엿보인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이를 놓치지 않고 오히려 증폭시켰다. 미국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과 멕시코의 값싼 상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해 문턱을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미국 유권자를 매료시키는 공약의 하나다. 미국이 과거 산업을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대량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보호무역주의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의 사양산업을 살릴 수는 없다는 게 한결 같은 평가다. 미국의 경제위기가 보호무역주의를 실시하지 않아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의 힘은 자유무역주의에 의한 경쟁력 상승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이 당면한 경제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것이다.더구나 트럼프가 집권해 자신의 말대로 이런 정책을 실제로 펼칠 경우 중국도 미국을 상대로 이에 상응하는 무역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국내 정치상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권이 위신을 잃고 국민의 지지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무역보복과 보호무역의 강화 속에서 표류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글로벌 불경기 속에서 세계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경제 규모가 각각 세계 1, 2위에 해당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충돌하는 경우 어떤 극단적인 상황이 올지 알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이 생기면 자칫 세계적인 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서민층이 오히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보와 자본, 사업 수단이 풍부한 부유층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재산을 더욱 늘릴 수 있지만 서민층은 경제위기 속에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양극화를 깨겠다는 유권자들의 투표가 오히려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 있는 것이다.거기에 트럼프가 미국에 값싼 공산품을 대량으로 공급해왔던 중국이나 멕시코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물리면서 보호무역 만리장성을 쌓을 경우 미국의 서민층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물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산 소비자 상품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경공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도 이를 감수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물가 조절 기능이었다. 이 덕분에 서민들도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트럼프의 공약은 서민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트럼프 대망론의 급소: 그렇다면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의 조사에서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가 일대일 대결에서 처음으로 클린턴에 앞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신뢰가 떨어지는 비과학적인 조사이기 때문에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라스무센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ARS(자동응답시스템) 위주로 여론 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ARS 조사는 조사 시간에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만 응답할 수 있다. 이는 명백한 한계로 그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선 집에서 전화를 받는 응답자들은 연령·직업·사회활동 등에서 유권자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기 힘들다. 유권자 평균보다 연령이 높고 실업자나 은퇴자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가 ARS의 질문에 응답해 자신의 지지 후보를 공개하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지지자에 대한 신념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전화를 끊어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주로 대답하는 조사라면 당연히 정당이라면 공화당, 현 상황에서의 양자대결을 묻는 질문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 실제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매체가 이 조사 결과를 아예 무시한 이유다. 따라서 아직은 힐러리가 10% 가까이 트럼프를 이기고 있다는 다른 조사를 더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클린턴 대망론 아직은 건재: 현재로선 트럼프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되는 것보다 클린턴이 재입성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주장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선거의 제도적 특성과 각 지역의 투표 성향, 지금까지의 선거 역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주별로 지지 정당이 분명한 안전주와 지지 정당이 선거 때마다 변하거나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경합주가 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안전주는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동북부 뉴잉글랜드 지역과 서부 태평양 연안이다. 버몬트,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과 대형주인 뉴욕이 동부의 민주당 텃밭이다. 서부에선 대형주인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이 민주당 안전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인 하와이와 일리노이주도 민주당의 아성이다. 공화당은 대형주인 텍사스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기독교도가 많은 남부주를 지지 기반으로 한다. 와이오밍, 유타, 아이다호, 네브래스카 등 중서부와 로키산맥 지역도 공화당 안전주에 해당한다.미국에서 2000년 이후 치러졌던 네 차례의 선거에서 한결같이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공화당 안전주는 50개 주 중에서 13개다. 민주당 후보를 계속 지지한 민주당 안전주는 18개 주에 이른다. 나머지는 경합주다. 미국의 선거운동은 주로 이 경합주에 집중된다. 미국 대선에서 당선하려면 전체 대통령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공화당 안전주의 대통령 선거인단 숫자를 모두 합치면 100명 정도다. 하지만 민주당 안전주의 대통령 선거인단 숫자는 242명에 이른다. 힐러리는 민주당 안전주를 모두 지키고 경합 지역에서 28명만 확보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클린턴도 안보 강경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동맹국인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다. 문제는 클린턴의 대북정책이 제재 중심의 강경책으로 흐를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북핵 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자 힐러리 후보는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북핵 위협에 맞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적극 방어하겠다는 성명을 내놨다. 추가 대북 제재의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만일 클린턴이 집권할 경우 펼칠 대북, 대한 반도 정책을 짐작할 있는 부분이다.클린턴의 대한반도 및 대북 전략은 미국의 세계 전략을 충실하게 뒷받침하는 하부 구조로서 기능한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면서 세계의 헤게모니를 계속 쥐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 호주와 손잡고 거기에 한국을 포함시켜 중국에 대항하는 동북아 동맹 질서를 구축하려고 시도해왔다. 한·일 간의 위안부 문제에서 미국이 한·일 간의 화해를 중시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일 간의 히로시마 원폭 문제 등에서도 미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미국이 지역 내 동맹국들과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것이 기본적인 큰 그림인 것이다. 개별적인 한반도 전략은 큰 그림의 종속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클린턴이 집권하면 이런 고전적인 미국의 동북아, 대한반도, 대북 전략의 기조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오바마와 같은 민주당 정권의 연속으로서 한반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이 북한에 강경 자세로 일관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초강경 일색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부터 “21세기의 역사는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 중시 정책을 강조해왔다. 그 방법으로 “아시아 지역의 안보질서는 다자적 질서와 제도에 기반해서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는 미국이 필요에 따라서는 다자적 질서를 추구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병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방향이든 클린턴의 미국은 동북아 질서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어렵고 복잡한 고난도 외교를 펼치면서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힘든 시대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트럼프, 세계 안보질서는 미국에 부담: 그렇다고 김정은과의 대화를 주장하고 동맹국의 핵 무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온 트럼프의 집권이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여기에는 기존의 안보질서가 미국에 부담이 된다는 미국 서민층의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한국이 잘 살면서도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절반인 9000억원 정도를 한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왜 100%는 안 되느냐”는 말로 되받고 있다. 그러면서 집권하면 주둔비용을 다 받아내겠다고 벼른다. 동맹을 통해 힘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기본적인 세력 균형론을 무시한 발언이다. 미군의 해외 주둔은 해당 국가를 지켜주는 목적만 있는 게 아니다. 해외 주둔 미군은 미국의 세계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상과 힘을 보여주는 바탕이다. 하지만 그 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결국 트럼프가 주장하는 내용은 미국이 해외 문제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고 고립주의로 가겠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질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의 하나를 대비해 내키지 않아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동맹국의 핵무장론은 세계의 핵 비확산 체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세계를 핵 군비 경쟁과 핵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지적에도 요지부동이다. 아예 지적을 무시하는 ‘벽창호’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그의 태도가 미국 유권자의 바닥 심리를 고스란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한결 같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해도 이런 황당 발언을 한 트럼트의 인기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이런 바닥 민심이 선거 과정 내내 드러나면 보호무역과 안보 체제에 대한 클린턴의 신념도 바뀔 수 있다. 선거를 치르고 있는 정치인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유권자의 표이기 때문이다. 지적이고 고상하게 패배하는 것보다 대중에 아부하고 신념을 굽혀서라도 승리하고 싶어하는 것이 정치인의 생리다.결국 2016년 미국 대선은 정치와 사회 부문에선 양극화와 국민 분노, 경제에선 보호무역주의 논쟁, 안보에선 동맹체제가 핵심 어젠다가 될 전망이다. 이 중 한국과 관련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미국 대선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켜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국 대선 기간 내내 다양한 경로로 우리의 주장을 후보 진영에 전달해야 할 것이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2016.05.22 17:25

12분 소요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마케팅 구루, 자본주의를 꾸짖다

산업 일반

이 책을 접하면서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낀 것은 필자뿐일까? 제목부터 그랬다. 라니? 코틀러가 누군가? 마케팅의 구루, 비즈니스의 대부로 불리며 평생 ‘잘 파는 전략’을 세계 기업에 전파한 인물 아닌가? 그런 그가 자본주의를 비판한다고? 원제를 찾아봤다. ‘콘프런팅 캐피탈리즘(Confronting Capitalism)’이다. 우리 말로 직역하면 ‘문제에 직면한 자본주의’ 정도 되겠다. 부제는 ‘필립 코틀러의 문제 있는 경제 시스템을 위한 진짜 해결책(Real Solutions for Troubled Economic System By Philip Kotler)’이다. 코틀러는 한국어판 서문에 ‘이 책의 목적은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더 많은 시민을 위해 자본주의를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분명히 했다.코틀러가 ‘착한 기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창해온 것은 맞지만, 자본주의를 직접 비판한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독자들의 ‘낯섦’을 의식했던 것일까? 코틀러는 책 서문에 ‘나는 서로 상반된 시각을 가진 뛰어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세 사람에게서 정통 경제학을 배웠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 세 사람은 시카고학파의 거장 밀턴 프리드먼, 케인즈 학파를 대표하는 폴 새뮤얼슨과 로버트 솔로다.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의 14가지 단점을 들면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맹점은 왕성하게 활동하는 폴 크루그먼이나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좌파 성향의 경제학자들의 주장 못지 않게 격하다.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시하지 못한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수십 억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경기 순환과 불안정을 유발한다’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한다’…. 자본주의의 첨병인 기업에 대한 인식도 의외다.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상품의 품질과 안정성 문제, 과대 광고, 불공정 경쟁 행위가 만연하다’.그가 제시한 ‘리얼 솔루션’ 역시 좌파 경제학자의 책을 읽는 착각을 일으킨다. 코틀러는 소득 격차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누진세 확대, 해외 조세회피처 막기를 제안한다. 또한 최고경영자와 노동자 임금 비율의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수퍼리치들이 그렇지 않아도 불균형한 부의 분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도 썼다. 코틀러의 마케팅 전략을 배워 수퍼리치가 된 이들이 읽는다면 꽤 혼란을 느낄 법하다. 심지어 코틀러는 낮은 임금 문제를 거론하며 ‘노동조합 운동이 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과 혜택을 제공하고, 이들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좌파 경제학자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인 환경 문제도 건드린다. 그는 시민 운동가인 나오미 클레인의 , 생태경제학자 팀 잭슨의 을 거론하면서 기업들이 환경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또한 자본주의(경제 시스템)와 민주주의(정치 시스템)의 관계를 다루면서 로비와 선거자금, 뇌물과 부패 문제를 성토한 부분은 ‘성완종 리스트’로 시끄러운 한국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코틀러는 ‘금권정치가들은 민주주의가 갖는 이상적 목표를 기만하고, 수퍼리치는 선거 당사자와 의회에서 통과되는 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지적하면서, 수퍼리치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법도 제안한다. 고소득자 세율 인상, 연봉 상한선 설정, 상속·증여액 제한 등이다.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몇 문장을 그대로 옮겨 보겠다. ‘우리 사회는 광고와 은행권의 유혹을 받으면서 즉각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로 변했고, 이는 너무 많이 사고, 빚을 지고, 결국 버블이 형성되는 경제로 이어진다(293쪽)’ ‘마케팅은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고 따라서 전 세계 경제와 환경, 사회적인 지속 가능성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곤 한다(329쪽)’.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마케팅의 대부 필립 코틀러다.책을 열어 덮는 순간까지 비판적 자세로 읽더라도, 코틀러의 문제 의식과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그는 자본주의가 하나의 얼굴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자본주의는 하나의 명제로 정의될 수 없고,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띤다. 때문에 그는 ‘자본주의 대안 찾기’가 아닌 ‘자본주의 고치기’에 집중한다.이런 말도 남겼다. ‘자본주의 14개 단점은 각각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문제들이 끼어든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줄어 실업이 늘고, 기업들은 해외로부터 수입을 늘려 자국 내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정책입안자들은 한 가지 문제에만 집착해 서로 간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어렵고 장기적인 해결책보다는 단기 처방을 선호한다.’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도 귀가 따갑게 지적받았을 얘기다.올해 85세의 코틀러가 변한 것일까, 필자(또는 우리가)가 그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까? 후자에 한 표를 던지며, 일독을 권한다.

2015.04.26 17:48

4분 소요
레저형 부동산 붐 - 레저+임대수익 ‘휴(休)테크’ 바람

부동산 일반

중소기업 대표인 김모(59·경기도 성남시)씨는 최근 제주도에서 분양 중인 한 수익형 호텔을 분양 받았다. 계약자가 연간 14일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오피스텔처럼 임대수익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김씨는 “콘도나 리조트처럼 가족들과 이용할 수 있고 관광지에 들어서 수익도 기대된다”고 말했다.이 상품은 일반에 분양 중인 호텔로, 계약자가 호텔 한 실을 아파트처럼 분양 받는 것이다. 완공되면 아파트처럼 소유권도 이전되고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다만 완공되면 이 호텔을 개발한 회사(시행사)가 지정한 관리운영 업체에 임대하고, 이 관리운영 업체는 일반 관광객을 상대로 호텔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호텔 운영으로 얻은 수익을 임차인, 즉 본래 호텔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식이다. 호텔 계약자는 1년에 14일 등 일정 기간 본인이 쓰기도 하고, 매달 일정한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다. 이른바 ‘휴(休)테크’인 셈이다.요즘 김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본격적인 레저시즌이 시작된 영향도 있지만 레저형 부동산 시장이 다양화 한 덕분이다. 과거에는 수천만원, 수억원대 회원권이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500만원대 실속형 상품은 물론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급 리조트, 임대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상품 등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레저형 부동산 시장의 저변이 넓어 진 셈이다. 이 덕에 요즘은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최근의 레저형 부동산 시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저렴한 실속형 상품의 등장이다. 휘닉스리조트는 10년에 3000만원짜리 회원권을 6인까지 등록할 수 있게 해 부담을 확 낮췄다. 1인당 500만원으로 10년 간 회원 자격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일성리조트는 아예 500만원대 회원권을 내놨다.한화리조트도 기존의 사용일수(기존 30박)를 15~30일로 세분화해 분양가를 1000만원가량 내린 1100만원대 상품을 내놨다. 대개 풀구좌(2명에게 공급)로 나오는 단독 주택형 고급 리조트에서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다구좌(여러 사람에게 공급) 상품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단독 주택형 73채로 이뤄진 롯데아트빌라스는 국내 단독 주택형 리조트로는 처음으로 다구좌(10구좌)로 분양 중이다.롯데아트빌라스는 세계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에 참여해 착공 전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고급 리조트다. 단독 주택형 리조트 1채를 풀구좌로 분양해 국내외 자산가들이 별장으로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리조트에 한해 풀구좌로 분양 중이다. 이 리조트 김진기 이사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다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분양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레저와 임대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상품도 잇따른다. 한국토지신탁이 분양 중인 제주시 조천읍 제주 함덕 호텔은 1년에 14일을 계약자가 직접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1년간 11%의 임대 수익률을 보장한다. 계약자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문관리 업체가 호텔로 운영해 임대수익을 내는 것이다. 부동산개발회사인 퍼스트민서 서정수 대표는 “분양 호텔은 투자와 레저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어 수요자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저변 확대로 투자수요도 늘어수퍼리치를 겨냥한 고가의 별장도 여전히 레저형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잡고 있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별장은 부와 명예의 상징이다. 자산가들은 강원 용평과 제주에 별장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전직 대통령, 대기업 오너, 성공한 전문경영인 등 많은 수퍼리치들이 이곳에 별장을 두고 있다. 용평의 매력은 무엇보다 수려한 산세와 깨끗한 공기다.사람 몸에 가장 좋다는 해발 700m 고지에 자리잡고 있다. 여름에 시원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제주는 온난한 기후와 이국적인 풍경, 바다 전망, 맑은 공기가 돋보인다. 2000년대 이전 수퍼리치들은 단독 별장을 선호했다. 그러나 관리가 어렵고 치안도 불안해 중간에 처분한 이들이 상당하다. 매수자를 구할 수 없어 손해를 보고 빠져 나온 이들도 더러 있다.이런 단점 탓에 최근 들어선 강원의 알펜시아리조트, 용평리조트 등 사계절 종합리조트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이런 종합리조트 안에 지어지는 고급 콘도를 사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고급 콘도는 여러 계좌를 매입하면 개인 별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사계절 종합리조트의 장점은 보안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비어있을 때의 관리도 리조트 측에서 알아서 해준다. 호텔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다 리조트 안에 특급호텔 명품매장 등도 있어 쇼핑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없다.골프장·온천·스키장·워터파크 등을 고루 갖춰 3대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자식·손자들과 같이 휴식을 즐길 수 있다”며 “손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고급 콘도를 매입하는 수퍼리치도 있다”고 소개했다.요즘 레저형 부동산의 또 다른 특징은 ‘협업(collaboration)’이다. 해당 콘도·리조트·호텔뿐 아니라 골프장·워터파크(물놀이장) 이용 혜택을 주는 것이다. 예컨대 제주아트빌라스를 구입하면 인근 롯데스카이힐제주 골프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휘닉스리조트는 계열 리조트·콘도는 물론 한화리조트(전국 12곳)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리솜리조트는 충북 제천의 리솜포레스트 회원이 되면 안면도와 덕산 리솜스파캐슬은 물론 중국 웨이하이의 회원 전용 골프장을 회원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힐데스하임CC, 대호 단양CC, 하이원리조트 등의 할인 혜택도 있다.혜택도 커졌다. 이전까지 회원은 콘도 등을 회원가격으로 이용했지만 최근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이전에는 일정 금액의 보증금(회원가입비)를 맡기고 객실을 이용할 때마다 객실 이용료를 내야 했지만 최근엔 보증금만 맡기면 별도의 객실 이용료를 내지 않는 것이다.휘닉스파크는 회원에게 객실이용료와 워터파크·스키시즌권 및 리프트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여가생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레저시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요즘 리조트는 여름엔 워터파크, 겨울엔 스키, 봄·가을엔 꽃이나 단풍축제 등 계절마다 즐길거리가 많아 자주 여행을 다닌다면 회원권을 장만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입회금 반환 능력, 운영 주체 따져봐야그러나 이 같은 레저형 부동산을 사는 등 투자할 때는 주의해야할 게 적지 않다. 우선 시행사와 운영 주체를 잘 따져봐야 한다. 시행사의 자금력 등이 떨어지면 공사 자체가 멈출 수 있고, 회원제 분양권의 입회금을 돌려받기도 어렵다.회원제의 경우 대개 7년·10년 등 기간 만료 후 입회금을 모두 돌려받는다. 그런데 시행사나 운영 주체의 부실 운영 등이 문제가 되면 입회금, 즉 분양가를 돌려 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분양형 호텔은 특히 완공 이후가 중요하다. 완공 이후 호텔로 운영해 수익을 내야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호텔 관리·운영회사의 능력이 떨어지면 기대한 만큼 운영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이 경우 투자 가치가 하락해 몸값이 하락할 수도 있다. 신한PB 이남수 PB팀장은 “호텔이나 리조트는 짓는 것보다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투자 성패가 갈린다”며 “완공 후 운영 주체가 어디인지, 믿을 만한지 등을 꼭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4.06.23 13:46

5분 소요
Special Report - 세계의 수퍼리치 슬슬 지갑 여나

산업 일반

크리스티·소더비 잇단 사상 최대 판매가 … 중국은 경매시장 큰 손 자리 굳혀 11월 12일 오후 7시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 브렛 고비 크리스티 전후·현대미술 부문 대표는 반년 간 동분서주하며 모은 미술작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소더비와 함께 세계 예술작품 경매 시장을 양분하는 크리스티에서 반평생을 보낸 최고의 경매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고비 대표의 눈 앞에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세 폭짜리 대작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가 걸려있었다. 베이컨이 1969년 자신의 화가 친구 프로이트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그 옆에는 제프 쿤스의 ‘풍선개’와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병’이 있었다. 그 밖에도 크리스토퍼 울, 게르하르트 리히터, 드 쿠닝, 잭슨 폴락 같은 유명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이 즐비했다. 하루 저녁 진행되는 경매를 위해 모인 최대 규모 컬렉션이었다. 경매장 안은 억만장자와 유력 인사, 미술품 애호가와 기자로 가득했다.경매는 두 시간 만에 6억9158만 달러(7386억원)라는 어마어마한 낙찰액을 기록했다. 크리스티 247년 역사상 최대 낙찰액이다. 기대를 모은 베이컨의 작품은 1억4200만 달러(1491억원)에 낙찰되며 역대 예술품 최고가를 기록했다. 제프 쿤스의 ‘풍선개’는 5840만 달러(약 626억원)에 낙찰돼 생존 작가의 작품 경매가로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크리스티가 기록을 세운 다음날인 13일 저녁 소더비 경매가 열렸다. 소더비에서 21년간 경매를 진행한 토바이어스 마이어는 큰 부담을 느끼며 경매장에 들어섰다. 그는 크리스티가 세운 경매 기록을 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반년 간 세계 미술품 수집가를 설득해서 모은 예술품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마이어는 소더비에서 경매를 진행하며 세계 최고 낙찰액을 여러 번 이끌어낸 기록의 사나이다. 베이컨의 작품이 최고가 경매 신기록을 세우기 이전까지는 그가 지난해 1억1992만 달러(1260억원)에 판매한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가 역대 최고가 판매 작품이었다.크리스티 247년 역사상 최대 낙찰액이날 마이어가 준비한 비장의 카드는 앤디 워홀의 ‘실버 카 크래시’라는 작품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묘사한 워홀의 재난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이외에도 피카소의 작품과 56.9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이날의 주요 작품이었다. 워홀의 작품은 경매 시작 5분 만에 팔렸다. 가격은 1억544만 달러(1107억원). 추정가를 크게 웃돌았고 워홀의 기존 최고가 낙찰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소더비는 이날 3억8064만 달러(40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소더비 역대 최고의 낙찰액이다.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 역대 최고 낙찰품이 등장할 때마다 이야기 거리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1980년대에는 일본이 세계 미술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물량의 미술품을 사들인 때문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일본이 사들인 해외 미술품 수는 당시 전 세계에서 거래된 미술품의 절반 이상이었다. 그 기간 동안 매입가는 계속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일본 미술시장의 거래 총액은 1987년 2000억엔(약 2조334억원)에서 절정기인 1990년에는 1조5000억엔(15조2550억원)으로 뛰었다.1990년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인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을 사간 사람도 사이토 료헤이라는 일본 기업인이었다. 고흐가 자신의 주치의를 그린 초상화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 달러(약 868억원)에 팔렸다. 료헤이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작품과 함께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겨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다행히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유족이 스위스의 미술품 애호가에게 판매한 덕에 작품은 화장 당하는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14년 간 최고가 미술품 자리를 지킨 고흐의 자리를 물려받은 이는 파블로 피카소다. 2004년 5월 소더비 경매에서 피카소의 1905년 작품 ‘파이프를 든 소년’이 등장했다. 경매는 소더비의 마이어가 진행했고 모두 7명이 참여해 7분 간 숨막히는 공방을 벌였다. 승자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통해 신호를 보내며 경매에 참여했다. 전화기 너머의 고객이 최종 제시한 금액은 1억416만8000달러(약 1096억원). 이 작품은 처음으로 1억 달러 벽을 넘어선 미술품으로 기록됐다. 크리스티·소더비 올해 사상 최대 실적2010년 2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걷는 사람 I’이 소더비에서 1억430만 달러(약 1098억원)에 팔리며 최고가 미술품에 올랐지만 불과 3개월 만에 피카소가 다시 정상을 차지했다.같은 해 5월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피카소의 1932년 작품 ‘누드, 녹색잎과 상반신’이 1억648만 달러(약 1121억원)에 낙찰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애초 ‘누드, 녹색잎과 상반신’은 7000만~9000만 달러로 책정됐지만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전화 경매 참여자가 최고가에 낙찰받으며 이 작품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크리스티에서 인상파 작품을 담당하는 코너 조단은 “미술품 수집가인 브로디 부부가 1950년 1만9800만 달러를 주고 구매한 이후 1961년 딱 한번만 전시됐을 정도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8년 간 정상을 지킨 피카소의 뒤를 이은 화가는 노르웨이의 에드바르트 뭉크다. 그의 작품 ‘절규’는 지난해 소더비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인 1억1992만 달러에 최종 낙찰됐다. 애초 예상가였던 800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액수다. 경매는 2명의 입찰자가 대리인을 통해 전화입찰 방식으로 참여하며 진행됐다. 4000만 달러에서 시작한 경매가는 불과 12분 만에 1억1992만 달러로 치솟으면서 순식간에 끝났다. 낙찰자의 신원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뭉크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토마스 올센의 아들 페테르 올센이 소장하고 있다가 경매에 내놓았다. 페테르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생 이 작품과 함께 해오면서 늘 힘과 에너지를 얻곤 했다”며 “이제는 이 소중한 작품을 다른 사람도 소유할 기회를 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경매에 내놓은 이유를 밝혔다.‘절규’가 세운 최고 낙찰 기록은 올 11월 크리스티에서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가 1억4200만 달러에 팔리며 깨졌다. 올해 새로운 기록이 탄생한 것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 훈풍이 부는 신호로 본다. 뉴욕타임스는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며 “마침내 수퍼리치들이 그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추춤했던 해외 미술시장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것이다.중국인 지난해 경매에 5조5923억원 풀어실제로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는 2011년보다 6% 늘어난 122억 달러(약 13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오고 갔다는 분석이다. 에이트인스티튜트가 분석한 미술품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작품 10점 중 절반이 최근 3년 사이 바뀌었다.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배경에는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부자들의 등장이 있다. 10년 전 유명 경매장에서 열리는 이브닝세일(하이라이트 작품 50~70점을 추려 판매하는 특급 경매)은 미국과 유럽·일본 고객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큰 손’이 나타났다. 중국·중동·러시아·인도·남미 부호들이 경매장에 자리잡고 예술품 수집에 나섰다.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고가의 예술품을 구매한 실구매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경매인과 미술품 전문가,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예술품에 수천만 달러를 베팅하는 새로운 부호들에 대한 이야기가 돌고 있다. 소더비에 처음 나온 한 브라질 신사는 하루에 6700만 달러를 썼다.아시아에서 온 미술품 애호가는 지난 여름 크리스티 경매에서 1000만달러, 11월 경매에서는 3000만 달러의 예술품을 구입했다. 11월 크리스티 경매에 나타난 중국 재벌 왕잔린은 피카소의 작품 ‘클로드와 팔로마’를 작품 추정가 900만 달러의 세 배 수준인 2820만 달러에 낙찰 받았다.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이 세계 경매시장의 큰 손으로 굳어질 것으로 본다. 배혜진 크리스티 서울사무소장은 “중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예술품 수집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중국 부호들이 해외 작품에 눈을 돌리고 있어 글로벌 경매시장의 낙찰가가 계속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주최한 경매에 참여한 중국인 수는 2008년 이후 두 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인이 미술품 경매에 사용한 금액은 5조5923억원으로 세계 1위 규모다.중국의 부상은 글로벌 예술시장에 커다란 호재다. 미술품 수집을 열망하는 수많은 부자가 새로 등장한 셈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올해 자국 경매시장을 개방했다. 그동안 베이징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국 경매시장에 해외 기업은 참여할 수 없었다. 문턱을 낮추자마자 미술 경매의 양대 산맥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중국에 진출했다. 소더비는 12월 1일 베이징에서 첫 경매를 개최해 3700만 달러어치의 예술품을 판매했다.소더비는 이번 경매와 세번의 개별 판매를 통해 동서양 미술품·가구·보석류 2억1200만 달러 상당의 작품 144점을 중국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소더비의 루프레히트 회장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미술가 히라노 료이츠 등을 영입했다. 크리스티는 9월 26일 상하이에서 첫 경매를 열었다. 스티븐 머피 크리스티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예술품 시장에서 중국은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였다”며 “중국 본토에 단독으로 지점을 내 향후 30년간 중국 전역에서 경매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3.12.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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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사장 마인드’로 무장하라

산업 일반

절박한 심정과 주인의식, 샐러리맨 시절부터 터득해야 대한민국 0.01%의 수퍼리치를 만나며 그들과 샐러리맨의 차이를 늘 고민한다. 어느 날 필자를 찾은 김 사장에게서 ‘샐러리맨 마인드’가 아니라 ‘사장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샐러리맨에서 성공한 수퍼리치가 되고 싶으면 일단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장사를 시작해 보게. 그러면 뭐가 사장 마인드인지 알게 될 걸세.” 그는 사위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월급쟁이는 머리로는 다 알아. 조만간 회사가 날 버릴 날이 온다는 것도 알고, 뻔한 월급보다 더 많이 벌고 싶다면 내 사업을 해야한다는 것도 알지. 그러나 머리로만 이해할 뿐이지 행동으로 옮기진 않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 걸 가지고 피곤하고 괴롭다고 툴툴대면서도 내 사업을 준비하진 않지.왜 그런지 아나? 평범한 일상이 주는 달콤함과 매월 거르지 않고 들어오는 월급에 중독됐기 때문이네.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시련이 아니야. 바로 안정이지.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은 내 마음 속의 절박함을 조금씩 갉아먹어. 그렇기 때문에 월급쟁이가 장사하는 게 어려워.”김 사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신 팀장은 내가 가진 모든 걸 털어 넣은 게 내일 당장 넘어 갈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을 경험해본 적이 있나?” 필자는 부끄러운 생각에 작은 목소리로 “아직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다시 말했다. “그런 절박함을 느껴보기 전에는 장사하기 어려워. 절박한 심정 덕에 꼬장꼬장하거나 괴팍하기 이를 데 없는 손님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거야. 정말 잘해준 직원이 연락도 없이 그만둬도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거고. 사장 마인드로 일한다는 건 그런 거야.”수퍼리치, 10년 생존 몸부림 거쳐 5년간 도약김 사장의 말을 듣고 보니 나름 긴장하며 살아왔지만 ‘절박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만 해도 그렇다. 경기가 좋든 어렵든 한번도 거르지 않고 들어왔다. 어떤 사장은 월급날이 제일 두렵다고 했는데 말이다. 사장에게 월급날은 쏜살같이 다가오고, 샐러리맨에게 월급날은 아주 느리게 다가온다. 그러나 사장은 회사가 망하지 않고 잘 굴러가도록 절박하게 하루 24시간을 보낸다.필자가 만난 수퍼리치 중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평균 15년 만에 성공한 사람이 많았다. 10년까지는 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현상 유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머지 5년 동안 매년 기하급수적 도약한 사람을 보고 적잖게 놀랐다. 예전에는 ‘평균적으로 10년이면 성공하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실제 수퍼리치의 자산을 관리하며 그들을 만나 보니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5년이었다. 이 기간은 샐러리맨과 사장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대부분 샐러리맨은 첫 월급을 받을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게 마련이다. 이에 비해 사장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첫 5년은 고전을 한다. 10년까지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친다. 이걸 잘 견디고 나면 마지막 5년은 비약적인 도약을 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꽃을 피운다.김 사장은 샐러리맨 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내가 영어를 지금처럼 큰 불편 없이 말하게 된 것도 예전 직장에서 사장 마인드로 지냈기 때문이야.” 김 사장은 자신이 사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게 영어라고 했다. 그는 영어를 전공하지 않았고 어학 연수를 가본 적도 없다.다만 예전 완구회사에 다닐 때 언젠가는 세계를 주름잡는 완구를 개발하고 그걸 팔겠다는 결심으로 틈 나는대로 독학으로 영어공부를 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영어 테이프를 틀어놓고 다녔다. 그렇게 악착같이 하다 보니 영어실력이 일취월장했고 해외 바이어를 만날 때도 위축되니 않고 대화했다.“직장에 다닐 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 이유는 간단했어. 만약 내가 영어를 못하면 해외 바이어와 거래할 때 영어 잘하는 직원을 따로 둬야 할 것 같았거든. 그 비용이라도 아껴야 창업해서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더라고.” ‘사장 마인드로 산다는 것’에 대한 김 사장의 이야기는 이어졌다.“직장에 다닐 때는 단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어. 몸이 아파 열이 40도까지 올라도 일단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병원으로 갔지. 사장은 아플 수도 없어. 일이 걱정되니까. 내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니까 결근을 할 수가 없는 거지. 사장이 되면 저절로 사장 마인드로 살게 돼. 왜냐하면 그렇게 안 하면 망하니까. 정말 중요한 건 월급쟁이가 사장처럼 살 수 있느냐는 거야. 그러면 사장이 돼서도 실패를 안 하지.사장 마인드가 되면 ‘내일 하자’ 라는 생각이 ‘지금 당장 하자’로 바뀌게 돼.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는 거야.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지. 사장이 금요일 저녁에 직원을 불러서 뭔가 조사하라는 업무를 시켰어.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 그 직원을 불러서 다 됐냐고 물어봤지. 직원은 어이없어하며 조사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어. 사장 입장에서 보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나 시간이 있었는데 왜 못했는지 모르겠는다는 거야. 그게 직원과 사장의 차이점이야. 사장 마인으로 사는 사람은 달라. 그래서 성공할 수밖에 없는 거고.”회사에서 교육받을 때 늘 듣던 ‘주인의식’이 아마 김 사장이 말하는 사‘ 장 마인드’가 아닐까. “사장 마인드로 사는 사람은 신용도 믿을 만해. 사소한 변명이나 거짓말도 안 하게 되지. 사업의 생명은 신용이야. 월급쟁이 마인드로는 그때그때 난처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변명도 하고, 거짓말도 한단 말이야. 기한을 어기는 경우도 많고 말이지. 하지만 ‘내가 사장이다,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다’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어. 내가 샐러리맨에서 사업가로 변신할 수 있었던 건 월급쟁이 시절부터 사장 마인드를 가지고 일했기 때문일세.”월급의 안락함에 취하지 말라김 사장의 말을 들으며 특히 월급을 받으며 사는 삶의 안락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수퍼리치들은 그 안락함을 버릴 것이라 각오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으리라. 퇴직의 시기가 점점 더 당겨지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정년은 50대 중반이었다. 지금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면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몸담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사장 마인드로 일하느냐, 샐러리맨 마인드로 일하느냐. 선택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중요한 점은 꼬박꼬박 들어오는 10년 동안 큰 변동 없는 수준의 월급의 안락함에 취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샐러리맨이 직장이라는 옷을 벗는 순간 현직에 근무할 때의 모든 프리미엄과 안락함은 사라진다.그래서 김 사장은 거듭 강조했다. “제발 현직에 있을 때 ‘사장 마인드’로 열심히 일하고, 5년 뒤 10년 뒤 직장 은퇴 후의 명확한 로드맵을 그리며 준비하게.” 이것이 그가 입버릇처럼 직원에게 하는 말이라고 했다.

2013.02.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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