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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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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보험사 CEO는 왜 피살됐나…보험금 부지급 때문? [보험톡톡]

보험

우리는 살면서 대부분 보험 하나쯤은 가입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입한 보험이 내게 왜 필요한지, 어떤 보장을 담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알고 싶지 않은 것 아닐까요. 어려운 보험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보험업계 소식 및 재테크 정보를 ‘라이트’하게 전달합니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가 뉴욕 한복판에서 총격으로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미국 내 대다수 여론은 그를 애도하기는커녕 조롱하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보험금 지급 거부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일부 보험 가입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의 보험사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톰슨은 지난 4일(현지시간)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투자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오전 6시 46분께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의 총격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톰슨을 기다리다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한 후 전동 자전거를 이용해 센트럴 파크 방향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계획된 표적 공격으로 보고 있으며, 범인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톰슨은 20년 이상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 몸담으며 CEO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가 2021년 보험 부문 CEO로 임명된 뒤 이 회사의 이익은 같은 해 120억 달러(약 17조원)에서 지난해 160억 달러(약 23조원)로 증가했다. 지난해 보험 부문에서 기록한 매출만 해도 2810억 달러(약 398조원)에 달했다.그런데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과거 보험금 부지급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앞서 2021년 톰슨은 응급실 방문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비판을 받았다.이런 배경에 톰슨의 살해를 둘러싼 미국 내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NBC 방송에 따르면 톰슨 사망과 관련한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페이스북 공식 게시물에 대한 반응 약 4만건 중 ‘웃음’ 이모티콘으로 반응한 수가 3만500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슬픔’ 이모티콘 수는 2200개에 그쳤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자신을 응급실 간호사라고 소개한 한 소셜미디어(SNS) 사용자는 틱톡에 “나는 죽어가는 환자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는 것을 봐왔다”며 “그 환자들과 가족들 때문에 나는 그 사람(톰슨)에 대해 측은함을 느낄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이 같은 반응은 민간 보험에 가입한 미국인들 사이에 쌓인 그간의 좌절을 보여준다고 NYT는 짚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제도로 불합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얘기다.보험금 부지급 문제는 국내에서도 끊임없이 불거지는 뜨거운 감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지난해 1만2806건, 2022년 1만1912건, 2021년 1만1857건으로 매년 1만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물론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 ▲면책사유 해당 ▲고의사고 ▲기존 질환 ▲인과관계 불명확 등의 사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해 사고와 무관한 과거 병력을 이유로 사망 보험금을 줄이거나, 사고와 관련 없는 직업 변경 사실을 사전에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 등의 ‘꼼수’로 보험금 지급을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금융소비자들은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을 때, 보험사에 우선 이의신청을 하는 게 좋다.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요청하거나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전문가인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해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2024.12.07 07:00

3분 소요
‘합격률 단 16%’…보험업 ‘필수 인력’ 손해사정사, 그들은 누구? [보험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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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대부분 보험 하나쯤은 가입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입한 보험이 내게 왜 필요한지, 어떤 보장을 담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알고 싶지 않은 것 아닐까요. 어려운 보험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보험업계 소식 및 재테크 정보를 ‘라이트’하게 전달합니다.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이면에는 손해사정사라는 중요한 직업이 있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합격률이 15%대에 그칠 정도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문직으로 보험업계에서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도 제47회 손해사정사 2차 시험(최종) 합격자는 총 507명으로 15.5%의 합격률을 나타냈다. 전년인 2023년도 제46회 15.8%의 합격률보다 0.3%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구체적으로 재물손해사정사와 신체손해사정사의 합격률은 각각 12.9%, 15.2%로 전년(14.6%, 15.6%) 대비 소폭 낮아졌다. 반면, 차량손해사정사의 합격률은 18.4%로 전년(17.1%)보다 소폭 증가했다.손해사정이란 보험사고로 인해 생긴 손해에 대해 그 손해액을 결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관련 업무를 총칭하는 말이다. 이 작업을 하는 이들이 바로 손해사정사인 셈이다. 손해사정사는 사고 발생 사실을 확인하고 원인을 조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보험 약관과 관련 법규의 적절한 적용 여부를 판단하며, 손해액을 산정하고 적정 보험금을 결정한다.갈수록 보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약관이 수시로 개정되면서 피보험자들이 보험금 청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예컨대 최신 약관과 판례를 아는 것을 넘어서 옛날 계약 건은 옛날 약관에 따르기 때문에 면부책이 달라질 수 있다. 약관뿐만 아니라 장해율 적용 등 의학적 지식 및 분쟁에 따른 판례 등 일반인에겐 난해한 부분이 너무 많다. 이 때문에 혼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몰라서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하다.결국 이를 판단해 줄 보험 전문가인 손해사정사의 중요성은 더 커진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약관·법률 등 보상 지식이 나날이 어려워짐에 따라 계약자, 피보험자, 피해자가 선임해 보험사를 상대하는 독립(개업)손해사정사의 역할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런 손해사정사가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첫 번째 관문은 금감원이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험은 1차에서 보험업법, 보험계약법, 손해사정이론 등을 다루며, 2차에서는 직군별로 각자 특화된 과목들을 통과해야 한다.1차와 2차 모두 각 과목 중 하나라도 40점 이하가 되면 불합격이며, 평균 60점 이상이어야 합격한다. 2차에서는 합격 인원 기준이 정원에 미달하면 성적순으로 남은 인원을 뽑는다. 매년 합격 정원은 ▲재물손해사정사 50명 ▲차량손해사정사 110명 ▲신체손해사정사 340명으로 정해져 있다.낮은 합격률만큼이나 시험 난이도가 매우 어려운 편이다. 특히 2차 시험은 논술형일 뿐 아니라 보험 약관 전체를 통달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자신의 의견까지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신체손해사정사 기준 2차 시험은 과목당 90분 내 A3 규격 답안지 7~10장 정도를 작성해야 합격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렇게 최종 합격을 거친 후에도 6개월 간의 실무 수습 후 논문을 제출하거나, 2년 이상의 경력을 쌓으면 금감원에 등록되는 정식 손해사정사가 될 수 있다. 다만, 2차 시험 합격까지만 한 경우에도 취업 시 자격 사항에 손해사정사 2차 시험 합격을 명시하면 우대받을 수 있다.

2024.10.05 07:00

3분 소요
‘보험사 편’ 아닌 ‘내 편’인 손해사정사 없나요[보험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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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50)씨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이용 중 사고를 당해 해당 시설 관리업체A에 배상을 요청했다. A업체가 가입한 보험사는 이번 사고의 손해사정을 자회사인 B손해사정업체에 맡겼다. A업체 과실이 명백하다고 생각한 박씨는 신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B손해사정업체는 보상범위 협의를 구실로 손해사정을 계속 지연시켰다. 결국 박씨는 본인 부담으로 치료비를 계속 지출하는 상황이 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보험소비자들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보험사들의 ‘셀프 손해사정’으로 여전히 피해를 입고 있다. 손해사정업체들이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을 진행하다보니 보험금이 삭감되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는 사례들이 발생한다.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밀한 손해사정이 필요한 보험금 청구건의 경우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독립 손해사정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독립 손사’ 활용 50여건 불과...제도 개편되나손해사정이란 보험금 지급 과정의 첫 단계로 사고 발생시 원인과 책임관계를 조사하고 적정 보험금을 산출하는 업무를 말한다. 대체로 보험금은 서류심사 후 3일 안에 지급되지만 손해액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손해사정이 진행된다.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건 중 손해사정이 필요한 지급건은 전체의 약 3~5% 수준으로 알려져있다.(자동차보험 제외) 보험금 청구건 90% 이상은 서류만으로 3일 내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일부의 사례들은 손해사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사정인이 보험금을 청구한 해당 보험사의 자회사 업체 직원이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접수된 손해사정 관련 민원은 총 954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손해사정 지연’ 민원이 전체 민원의 73.6%인 702건으로 가장 많았다.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수익자에게 ‘보험사와 협의 권유 또는 협의 강요’를 한 민원도 15건이나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자회사로 손해사정업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형 보험사들은 대부분 자회사로 손해사정업체를 두고 운영 중이다. 또 상당수의 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다.각사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2021년 자회사 손해사정업체 위탁율은 각각 89.8%, 99.7%, 97.4%에 달했다. 2개 이상의 손해사정 자회사를 운영 중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수수료 지급률도 70~80%대에 달했다. 대형사들의 손해사정 업무는 대부분 자회사에서 처리한다는 얘기다. 물론 보험소비자 스스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도 있다. 보험업법상 보험소비자는 보험사의 동의를 얻는다는 조건으로 독립 손해사정법인의 손해사정사를 따로 선임할 수 있다. 손해사정 비용도 보험사가 부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험소비자가 독립 손해사정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7개 대형사에 접수된 독립 손해사정 요청건은 총 59건에 불과하다. 2020년 65건보다 오히려 6건 줄었다.금융당국도 손해사정 문제를 인지하고 2018년부터 법 개정에 나섰다. 2021년 5월에는 보험사의 독립 손해사정제도 설명을 강화한 개선안도 내놨다. 또 소비자가 손해사정업체 선정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손해사정업 공시 의무도 확대하려 했다. 당시 추진한 개정안은 올해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당국은 2분기 내로 대형 보험사들이 자회사 손해사정법인에 업무를 맡기는 비중을 50%로 제한하는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각 보험사에 안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독립 손해사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의 손해사정사 선임 동의기준 개선에도 나선다. 현재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를 보험사가 거부할 경우 손해사정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당국은 동의기준을 명확히 해 원칙적으로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를 보험사가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업체가 보험사 눈치를 보는 손해사정을 진행하면 공정한 보험금 지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독립 손해사정이 활성화되면 불공정한 손해사정 민원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2023.03.09 07:01

3분 소요
보험사 편드는 손해사정사에 울분… "이제 소비자가 직접 선임하세요"

보험

금융당국이 보험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 강화에 나선다. 소비자들은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지만 보험사의 설명 부족으로 이러한 내용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산업 혁신 로드맵에 따라 올 상반기 중 발표한 주요 정책과제를 법제화하기 위해 보험업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 적극 알린다 금융위는 지난 5월,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시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감독 규정을 개정하는 '손해사정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객관적이고 공정한 손해사실 확인과 손해액 산정으로 적정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대체로 보험금 지급 결정은 서류 심사만으로 이뤄지지만 손해액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손해사정을 한다. 이때 보험소비자들은 보험사가 진행하는 손해사정을 거부하고 자신이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하지만 보험사의 설명 부족으로 소비자들은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생명·손해보험사에 들어온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 요청 건수가 수십여건에 그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대형사들은 손해사정 업무를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불공정한 손해사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손해사정·설명의무 등 보험소비자 보호' 관련된 내용을 입법예고하며 '손해사정권 직접 선임권' 알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손해사정협회는 표준 업무기준을 마련해 손해사정업자에 권고해야 한다. 또 보험사의 경우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원활히 선임할 수 있도록 손해사정사 선임 동의기준을 필수적으로 설명·안내하도록 바뀔 예정이다. 또한 대형 손해사정업자(100인 이상)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정하는 세부 업무기준·요건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법률 개정을 통해 소비자가 동의기준을 충족하는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려는 경우 보험사가 소비자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09.09 10:07

2분 소요
'보험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하세요'…현실은 수십여건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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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유명무실해진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해 보험사를 통해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을 활용한 가입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설명의무를 강화해 보험소비자 권익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공정한 손해사정 문화가 조성되지 않는 한,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소비자는 모른다 25일 각 보험사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접수된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요청은 모두 24건에 그쳤다. 삼성생명이 5건, 한화생명은 10건, 교보생명이 9건의 손해사정 선임 요청을 받았다. 한화생명은 손해사정 선임 요청건 중 1건을, 교보생명은 2건을 거부했다 빅3 생보사는 100% 지분을 보유한 손해사정 자회사를 1곳씩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빅3 생보사가 손해사정 자회사에 손해사정을 위탁한 건수를 보면 삼성생명이 약 370만건, 한화생명은 158만건, 교보생명이 82만건으로 약 600만건에 달한다. 자회사에 600만건의 손해사정이 위탁되는 동안 보험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 선임을 요청한 건은 24건에 그쳤다는 얘기다. 사실상 보험소비자들이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생보사들에 접수된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요청건수도 미미했다. 각사에 따르면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요청건은 농협생명이 3건, 미래에셋생명 1건, 동양생명 3건, 신한생명 2건, 오렌지라이프생명 0건 등을 기록했다. 빅4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0건), 현대해상(10건), DB손해보험(6건), KB손해보험(25건)도 가입자로부터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요청이 들어온 건수가 수십여건에 그쳤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객관적이고 공정한 손해사실 확인과 손해액 산정으로 적정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대체로 보험금 지급 결정은 서류 심사만으로 이뤄지지만 손해액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손해사정을 한다. 이때 보험소비자들은 보험사가 진행하는 손해사정을 거부하고 자신이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하지만 보험사의 설명 부족으로 소비자들은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형사들은 자회사로 손해사정법인을 두고 있어 보험금 지급 심사에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빅3 생보사의 경우 자회사 손해사정 위탁비율이 99~100%로 사실상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빅4 손보사들도 1~2곳의 자회사 손해사정 법인을 두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회사 손해사정사를 쓰는 것이 보험금 책정에 있어서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별로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요청이 수십여건밖에 접수가 안됐다는 건 사실상 안내를 안했거나 했어도 형식적으로만 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 "공정한 손해사정 문화" 우선 조성돼야 금융당국도 대책을 내놨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손해사정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시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감독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주 골자다. 또 보험사는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경우 발생 비용도 보험사가 부담한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설명 의무 강화보다 손해사정사들이 보험금을 삭감하고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을 하는 행위 자체를 '성과'로 인정받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는 항목을 위탁 손해사정사의 성과 지표로 사용하거나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을 강요하는 행위 역시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보험금 삭감 행위인지,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 강요 행위인지에 대한 기준 등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위탁 손해사정 법인 관계자는 "손해사정사는 보험사에 고용돼 일하는 상-하관계"라며 "그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사정업체가 입맛에 맞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한 손해사정 문화가 조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소비자가 다른 손해사정사를 고용한다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05.26 05:55

3분 소요